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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강양구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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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를 찾아왔다. 경제가 주춤하고 일상이 변화했다. 최신 과학 기술도 소용없는 최악의 보건 위기.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분주히 손가락을 옮기는 사이, 우리 사회의 가장 낮고 약한 곳이 무너져 내렸다. 벌써 9개월째,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알고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 알쓸신잡 코로나19 편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바이러스부터 공공의료, 혐오, 방역, 정치, 언택트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선 자리를 짚어가는 두 사람의 대화는 깊으면서도 친근했다. 코로나19라는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오래 들어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바이러스는 정치적이지 않거든요 

<알쓸신잡> 코로나19편을 보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이재갑 교수의 단독 저서로 기획됐다고요.

강양구:책을 써보시라고 제안한 게 저였어요. 메르스 때 처음 이재갑 교수님을 알았는데요.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동시에 갖춘 한국의 감염내과 전문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재갑 교수님의 이야기를 나 혼자 듣고 끝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책을 내보시라”라고 했죠. 그런데 교수님께서 “나만 고생하라는 거냐”라면서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돕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계속해서 감염병과 싸워 온 이재갑 교수님이고 저는 숟가락을 살짝 얹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갑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네요. (웃음)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요?

이재갑: 자신 없었어요. 감염학 교과서의 일부를 쓴 적은 있지만, 책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 본 적은 없거든요. 혼자 쓰면 내용이 의료 쪽에 치우칠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고요. 그러면 재미도 없고 생각을 확장하기 어렵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책 후반부에 나오는 ‘기본 소득’ 이야기를 생각은 해도 풀어나갈 재간이 없거든요. 강양구 기자님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감염병과 관련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상할 정도로 일치해요. 메르스 때부터 이런 느낌을 받았고, 같이 작업하면 내용이 더 풍성해질 것 같았어요.

의외의 조합이라는 반응이 많아요. 이런 시선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강양구:전혀 없었어요. 서로 다른 정치 성향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제가 아는 이재갑 교수님은 정치적 편향과는 거리가 멀어요. 환자, 감염병, 공동체의 안전,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문가고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떤 정부든 자기 역할을 하는 분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라는 세간의 오해로부터 교수님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이 일치할 수 없잖아요. 이재갑 교수님과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감염병에 대해서는 일치하는 면이 많아요. 

이재갑:마찬가지예요. 강양구 기자님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한국을 바라보는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편했어요. 물론 현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달라요. 저보다 비판적이시죠. (웃음)

강양구: 저보다 애정이 조금 더 있으시고요. (웃음)



실제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은 없더라고요. 

이재갑:코로나바이러스는 정치적이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게 작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양분화되어 있어요. 실제로 강양구 기자님과 저는 4월 전까지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고요. 지금은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강양구:감염병을 취재하고 공부하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요. 방역에서 제일 중요한 건 유연성이더라고요. 맥락이나 상황 혹은 주어지는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되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맞춰서 기존의 것들을 반성하면서 바꿔가야 하는 게 방역이고 그래야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신념이라든가 이념, 정치적 입장만 고수하면 기민하게 반응할 수 없고, 공동체의 생명과 안전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위기 상황일수록 열린 태도와 수평적이면서도 편견 없는 토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책에서도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는데요. 두 분이 책에서 몸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양구: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사람이 감염병 유행으로부터 공동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고 연대한 이야기이자 몸부림친 기록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번 이런 점을 확인했어요. 특히 저희 두 사람에게 편견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아, 이런 식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게 필요한 일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재갑:사실 제가 지금보다 더 많이 활동했던 건 메르스 때거든요. 메르스 전에 있었던 에볼라 방역도 박근혜 정부 때였고요. 그러니까 감염병에 관해서는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요. 만약 다른 정권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면 제가 가만히 있었을까요?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두 분의 조합만큼이나 의외였던 게 김혼비 작가의 추천사였어요. 어떤 인연인가요? 

강양구: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에 김혼비 작가님이 고정 패널이 되면서 친해졌어요. 처음부터 추천사를 부탁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이재갑 교수님과 대담 중에 김혼비 작가와의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그걸 들은 편집자가 추천사를 받아보자고 해서 부탁했죠. 

반응은 어땠나요?

강양구:처음에는 뜻밖이라는 반응이었고요. 원고를 읽고 난 다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써주셨는데 독특하게 잘 써줘서 감사했어요.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부인권’을 드렸거든요. 저와의 친분을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요. 같이 팟캐스트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써 준거고 사실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얘기해도 상처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제 추천사까지 써서 어쩔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이상한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책이 나올 즈음 ‘사랑제일교회’발 대유행이 시작됐어요.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이재갑:올 게 왔다는 생각이었어요. 4, 5월에 사랑제일교회가 예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다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는 지역 사회 감염이 줄어든 상태였고 전파 속도가 낮아서 발생하지 않은 건데 결국 터진 거죠.   

강양구:예견된 결과였어요. 7월 24일 6시부터 교회 소모임 금지가 풀렸는데요. 그때도 교회에서의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던 상황이었어요. 거기에 장마까지 시작됐죠. 그러면 다들 실내활동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공교롭게 7, 8월은 교회 행사도 많은 시기고요. 5월부터 바짝 노력해서 잡고 있던 것들이 터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8월 들어서 지역 발생 환자가 조금씩 늘어나다가 8월 13일, 14, 15일을 기점으로 빵 터졌죠. 그때가 딱 이 책이 나올 때였어요.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신천지와 달리 사랑제일교회는 약간 특수하지 않나요?

이재갑:신천지랑 똑같아요. 7월 24일에 교회 소모임 금지가 해제됐을 때 제가 난리 쳤거든요. 그러면 안 된다고요. 그런데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까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웃음) 6, 7월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지고 장마철, 휴가철이 겹치면서 실내활동이 늘고, 조금씩 확진자가 축적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늘다가 그중 한두 명이 폐쇄된 집단에 들어가서 뻥하고 폭발한 거예요. 

그러고 보면 청도대남병원부터 이태원, 신천지, 사랑제일교회까지 우리 사회의 ‘음지’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대유행이 시작됐어요.

이재갑:그렇죠. 종교만 봐도 그래요. 자세히 보면 기존 종교랑 다른 색을 가진, 약간 비딱한 곳에서 대유행이 생기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 사람들이 갑자기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주류라고 하는 곳에서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튕겨 나가는 거죠. 튕겨 나갔으니까 기존 사회랑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자기들끼리 더 똘똘 뭉치는 거고요. 심지어 사랑제일교회는 정치적인 부분과 결탁해서 아주 이상한 형태의 종교적 모습을 보이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혐오는 공동체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02p)고도 하셨죠. 

강양구:방역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감염자가 “나 감염된 것 같다”고 밝히는 거거든요. 그래야 빠르게 조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혐오나 낙인이 생기면 감염자는 자신을 밝히기를 주저하겠죠. 주저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공동체는 위험해지는 거고요. 혐오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해요. 

이재갑:바이러스는 그냥 자기 할 일을 해요. 감염될 만한 사람을 찾아서 감염시키는 거죠. 그런데 감염될 만한 사람들이 누구냐면 취약한 곳 또는 정치적, 성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처럼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일이 발생한 배경에는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잖아요. 그런데 문제를 제대로 알려고 하기보다 부각되는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혐오하는 쉬운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혐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이재갑: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분노의 대상을 만들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이상한 사회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욕하면서 후련해하고 저 사람 때문에 나한테 문제가 생겼어, 저 인간만 없어지면 나는 잘살 수 있어 하는 식으로 희망을 분노로 느끼는 상황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런 혐오 감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요. 

강양구:위기 상황이 되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게 어떤 양상으로 얼마나 공격적으로 나오는지가 그 사회가 가진 건강함 또는 회복 탄력성의 척도가 될 텐데요.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을 통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른바 문명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도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닐까 싶은데 혐오가 선택적으로 일어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선택적 혐오요?

강양구: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성 소수자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안 되지, 무턱대고 탓하는 건 혐오라고 했던 분들이 신천지나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똑같이 말하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방역에 피해를 주거나 협조하지 않은 것은 그것대로 비판하되 그게 그 집단이기 때문에 혐오를 덧씌우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이나 혹은 그런 것들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분들조차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그 제어의 문턱을 쉽게 넘는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안타까워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리셋하지 않으면 

감염병이 5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강양구:우연이죠. 

이재갑:바이러스가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지는 않아요. 다만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건 확실해요. 

강양구: 20세기에 유행한 전염병이라고 하면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이거든요. 21세기 들어 2003년, 2009년 그리고 2020년 이렇게 세 번 일어났고요. 20세기에 100년 동안 있었던 일이 지금 21세기 초반에만 세 번 일어난 거예요. 그만큼 자연이 훼손됐다는 증거고,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일이 계속 많아지고 있거든요.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고 봐요. 

거리 두기의 강도에 대해서 의견이 갈려요. 누군가는 지나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족하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타협할 수 있을까요?

이재갑:감염병 전문가들은 3단계로 올려서 짧고 굵게 끝내자는 입장이에요. 발병자를 빨리 줄인 다음 경제를 여는 게 유리하다고 이야기하고요. 정부에서는 3단계로 올리면 경제적 압력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죠.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걸 용인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2.5단계가 생겼는데요.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만약 전문가들이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으면 과연 정부가 2.5단계로 올렸을까요? 전문가와 정부의 균형이 이렇게 이뤄진다고 봐요. 그러니까 정부에서는 전문가들한테 2.5단계 올리는 것에 대한 명분을 얻고, 전문가들은 머뭇거리는 정부를 위해 더 강하게 얘기하는 거죠. 비록 3단계가 되지 못하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발휘되게 하는 거예요. 

강양구:많은 분이 경제와 방역을 대립해서 생각하잖아요. 이것도 편견이 아닐까 싶어요. 방역을 잘해야 경제도 좋아져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락다운 하자는 거냐”고 받아들여요. 그게 아니라 락다운 하지 않도록 방역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거든요. 락다운 해도 경제는 살아나지 않아요.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요. 스웨덴이랑 덴마크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두 나라가 이웃 나라잖아요. 그런데 정반대의 조치를 했어요. 스웨덴은 락다운을 전혀 하지 않았고 덴마크는 유럽 중에서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락다운을 했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땠냐? 두 나라의 GDP가 모두 하락했어요.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라는 말이 자주 떠올랐어요. 바이러스도 결국 환경 문제와 연결되더라고요.

강양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으면 지난 20년 동안 겪은 팬데믹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커요. 최재천 교수님이 ‘생태 백신’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코로나 사태의 핵심을 요약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 공동체가 고생할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거고요. 

동물이든 사람이든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재갑:전 세계적으로 수가 늘어나는 건 인간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인간하고 인간이 키우는 가축 말고 다 줄어든다고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바이러스가 거주할 숙주가 줄어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축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점점 더 자주 오게 되는 거고요. 이번 위기가 자기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바이러스를 두고 양쪽에서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인데요. 바이러스는 공평해요. 모두의 삶이 똑같이 바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서로 싸우고 집착하기보다 바이러스가 주는 교훈을 같이 생각하면서 조금씩 바뀌어야 해요. 



그런데 문제가 뭔지는 알겠는데 다 너무 큰 이야기 들이라 어떤 것부터 해결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요. 일상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요? 

강양구: (잠시 침묵) 일단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를 읽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웃음)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바이러스와 동거하는 건 우리 세대에서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재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 봐도 그래요. 2009년에 신종 플루가 유행했는데 지금도 있잖아요. 2009년 새로운 바이러스로 우리 삶에 들어와서 지금 우리와 살아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2009년에 느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을 지금도 똑같이 느끼진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코로나19도 언젠가는 토착화돼서 겨울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남을 거예요. 인플루엔자보다 더 무서워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이재갑:겨울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처럼 남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 변화에 따라 우리 삶도 바뀌게 될 거고요. 그러다 또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지도 몰라요. 그러면 우리는 또 그에 맞춰서 적응하는 거고요. 그동안 인류가 못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잖아요. 과학만능주의로요. 그런데 박쥐라는 작은 동물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어요. 이 현실을 목도하고 경험하면서 인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연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고민해야 하고요. 

강양구:생각해 보면 얼마나 웃기는 일이에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있는 21세기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낼 가장 좋은 방법이 백신도 아니고 1m 이상 거리 두고 마스크 착용하는 거라는 사실이요. 마스크는 100년 전에도 있었잖아요. 이런 걸 보면 이재갑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인류가 온 세상을 다 좌지우지하고, 생명도 창조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르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코로나19가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이재갑,강양구 저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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