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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 “도서 MD를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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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생생한 글을 읽는 건 즐겁다. 그동안 몰랐던 직업의 면면은 독자의 시선을 넓히고, 덕분에 평면으로 보이던 일이 입체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20년 차 도서 MD로 일하는 조선영 저자의 『책 파는 법』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1년, 온라인 서점에 입사해 현재 예스24 도서1팀 팀장으로 일하는 조선영 저자는 “팔기 위해선 ‘뭐’든지 ‘다’ 한다”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로 MD의 일을 소개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하고, 메인에 노출할 책을 선정하는 역할로 인해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깍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뭐든지 다 하는’ MD의 업무 중 일부일 뿐. 재고가 남지 않게 관리하고, 책이 끝까지 판매될 수 있도록 책임지는 것까지 오롯이 MD의 몫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자에게도 MD의 일은 종종 가려져 있다. MD는 ‘텀블러를 샀더니 책이 왔다’에서 텀블러를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고, 독서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좋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 하루에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나고, 공들여 책을 고른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파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책 파는 법』을 읽고 나면 어느새 모니터 뒤에서 애쓰며 일하는 사람이 보인다. 

어쩌면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이 시대에, 종이책을 팔고 있다는 것만큼 아날로그적인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비록 우리의 서점은 웹 속에 존재하지만, 이 모니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한다. (169쪽) 



저자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파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된 소감이 어떤가요?

온라인 MD가 하는 일에 대한 책을 써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내가 책을 쓸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쓰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MD로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일단 한 번 해보면 그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경험을 계기로 작가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게 됐어요. 

어떤 마음이요? 

왜 마감을 잘 안 지키는지 알게 되었죠(웃음).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서 “준비하는 책은 왜 아직 안 나오냐”고 물으면 대부분 “저자 분이 원고를 안 주신다”고 답하거든요. 그때마다 ‘도대체 왜 마감을 안 지키지?’라고 생각했는데 일부러 안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게 되었고요. 책을 잘 홍보하고, 많이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자가 최고의 홍보 담당자다. 저자가 활약해서 책을 알려야 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제가 저자가 되었잖아요?(웃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요. 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리지 말고 다 해보려고요. 

그래서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해주셨군요(웃음). 

어떻게 거절을 하겠어요(웃음). 요즘은 책을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유명한 저자의 책이라면 출판사에서 광고 계획을 잡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어디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 단행본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저자를 인터뷰해주는 매체도 많지 않잖아요. 실제로 책이 출간되면 마케터들은 홍보 방안으로 ‘인터넷 서점 웹진 인터뷰 요청’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책을 읽고 인터뷰를 하러 오면서 살짝 걱정했어요. ‘연말’의 ‘오후’ 약속이라서요.(인터뷰는 12월 말, 오후에 진행됐다) MD들이 제일 바쁘다는 시간이 두 가지나 겹쳤더라고요.  

원래 이 시간은 대면 미팅을 할 때라서 미팅룸이 꽉 차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전부 다 취소되었어요. 대면으로 하는 회의도 많았는데, 그것도 줄었고요. 또 연말에는 사업 계획을 세우고 워크숍 가서 1년 계획을 발표하는 일로 늘 바빴거든요. 이제 워크숍도 갈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예년보다는 좀 여유로운 편이에요. 

2020년 ‘올해의 책’ 시상식도 하지 못했던 거죠? 

맞아요. 『책 파는 법』에는 연말에 ‘올해의 책’ 행사 준비를 하느라 MD들이 무척 바쁘다는 이야기를 썼잖아요. 평소 같으면 지금쯤 시상식 마치고 마무리 업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올해는 그조차도 하지 못했죠.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24권의 책을 펴낸 출판사와 저자에게 케이크와 트로피를 보내드리는 걸로 행사를 대신했어요. 

출간을 앞두고 무엇이 가장 고민스러웠나요? 

이 이야기가 상업출판으로 나와도 괜찮을지 의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유유출판사에서 땅콩문고 시리즈로 “~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문고본을 여러 권 펴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죠. 수많은 시리즈의 일부라면,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갑자기 “온라인 서점 MD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다면 절대 안 한다고 했을 거예요. 

또, 출판사 관계자 분들을 위해서 우리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출판사 마케터가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온라인 서점 MD일 텐데요. 최근에 “MD를 만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한 10년 전만 해도, 출판사에 영업만 맡아서 하는 담당자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편집자가 독립해서 1인 출판사를 차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편집자가 마케팅, 영업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생겼죠. 그분들은 영업 업무도 익숙하지 않은데 MD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막상 만나도 5분이면 미팅이 끝나니까 부담을 느끼시는 거예요. 온라인 서점 MD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말씀드린다면, 그 부담을 조금 덜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페이스북에서 “1인 출판사나 신규 출판사에서 책을 살펴봐 달라고 보내는 메일에는 가능한 꼭 답하려는 편이다”라고 쓰신 글을 봤어요. 

큰 출판사는 협업해서 일할 사람이 많잖아요. 마케터도 있고, 영업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1인 출판사는 대표가 일당백 역할을 하는 데다가, 온라인 서점에 소개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계시는 경우가 많아요. 신규 출판사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꼭 살펴보려고 노력해요. 비단 1인 출판사나 신규 출판사가 아니더라도 책 소개 메일을 보면 짧게라도 회신을 드리려고 하죠. 사실 답장을 하는 건 별거 아닌 일인데, 제가 메일 잘 봤다고 보내는 그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일일 테니까요.


 

도서 MD의 기쁨과 슬픔

표지 카피가 ‘온라인 서점에서 뭐든 다하는 사람의 기쁨과 슬픔’이에요. MD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기쁨과 슬픔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매출이 많이 날 때 특히 기쁘죠. ‘이 책 잘 팔릴 거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굿즈를 만들고, 재고도 충분히 발주해 두었는데 정말로 잘 팔릴 때! 진짜 기분 좋아요. ‘내 감이 통했구나’라는 희열이 있죠. 

반대로 하기 싫은 일을 꼽자면, 저의 경우는 공급가를 협상하는 게 힘들었어요. 요즘은 도서정가제 때문에 이런 일이 없지만, 옛날에는 같은 책도 서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거든요. 어떤 서점에서 그 책을 30% 할인하고, 우리가 15% 할인한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30% 할인하는 곳에 가서 사잖아요. 그래서 MD들은 늘 가격비교를 하고, 그만큼 공급가를 낮춰야 했어요. 밑도 끝도 없이 깎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협상을 하는 게 고통스러웠죠. 요즘은 아마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 거예요. 내가 일을 열심히 안 하고, 준비를 안 한 게 아닌데 늘 비교되는 입장에 놓이거든요. ‘다른 서점은 그런 이벤트 하던데, 우린 왜 안 해?’라던지 ‘다른 서점은 책 사면 예쁜 굿즈 주던데 여기는 왜 안 줘요?’ 같은 말을 계속 듣게 되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숫자로 모든 게 판가름 난다는 것도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요. 숫자로 평가받는 게 어려운 사람은 MD로 일하기가 힘들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숫자가 명확해서 좋은 점도 있어요. 그러니까 숫자로 내 일의 결과가 드러나는 게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MD로 일하기에 훨씬 수월하죠. 예를 들어 제가 과거에 <채널예스> 팀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참 어려웠어요. 숫자로 이야기하는 업무만 하면서 살다가 정성적 평가를 하는 팀을 이끌어야 했으니까요. ‘한 달에 기사를 100건 쓴 기자, 기사는 몇 개 쓰지 않았지만 조회수가 높고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기사를 쓴 기자, 조회수는 낮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기사를 쓴 기자’ 중에서 누가 가장 일을 잘하는 걸까요? 이건 우위를 가르기가 힘든 일이죠.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어쨌든 평가를 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무척 힘들었는데요. 오히려 숫자는 간단해요(웃음). 다른 서점은 전년 대비 8% 성장했는데, 우리는 7% 성장했다고 치면 1% 더딘 성장에는 여러 맥락과 이유가 있을 테지만, 어쨌든 1% 뒤진 건 사실이잖아요. MD는 이렇게 정량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받죠. 이게 고통스러우면 MD를 할 수가 없어요. 

숫자로 평가되는 걸 즐겨야 하는 걸까요? 

그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해요(웃음). ‘어차피 매출은 하늘이 주는 거니까, 나는 오늘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이 MD 업무에 적합하죠. 예를 들어 역사 분야가 어느 해에 크게 이슈가 되었다고 하면, 다음 해에는 어렵거든요. 어떤 분야든 연이어 큰 성장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늘 숫자로 비교당하니까, 후배 MD들이 와서 “어떡해요. 올해는 책이 안 팔려서 너무 힘들어요”라고 하소연을 하죠. 그럼 제가 “1년만 기다려 봐”라고 말해요(웃음). 특정 분야가 주목받는 것도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그걸 버티면 다시 매출이 올라가는 순간이 와요. 물론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하기가 어렵죠. 저도 20년간 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보이는 거예요. 

세월이 가져다준 여유네요(웃음). 

저는 인문·교양 분야 MD를 오래 했는데요. 처음 입사해서 매출이 안 좋았을 땐, 다른 분야 MD가 불쌍하다고 자기 분야에 있는 책을 제 분야로 넘겨주기도 했었어요. MD들은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데, 저 혼자만 인센티브를 못 받은 적도 있고요. 제 성격 자체가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넘기고 쉽게 잊는 편이라 그 시기를 견뎠는데, 버티다 보니 매출이 급성장하는 날도 오더라고요. MD는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일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한 해에 달성해야 할 목표가 정해져 있지만, 그렇다고 정성적인 업무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매출이 안 날 땐 의미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독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는 데서 기쁨을 찾고, 매출이 잘 날 땐 매출을 보며 기쁨을 느끼면 되죠. 

출판사 관계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책이 메인에 소개되는 일일 거예요. 메인에 노출될 책을 선정하는 첫 번째 조건이 있다면요? 매출이 잘 날 것 같은 책일까요? 

최우선 순위로 매출을 삼지는 않아요. 신간 중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인데, 매출이 날 것 같은 가능성이 보이는 걸 추천해야 하죠. 잘 팔린다고 해서 불온한 내용이 담긴 책을 권할 순 없으니까요. 아마 모든 MD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불신의 시대인지 ‘오늘의 책’을 돈 받고 선정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는데요. 절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립니다(웃음). 

수많은 마케터를 만날 텐데, 책을 어떻게 소개하는 분들을 볼 때 설득이 되나요?

이 책이 다른 책과 왜 다른지 말씀해주실 때 솔깃해요. 예를 들어 세계사를 다룬 책이라면, 지금껏 세계사에 관한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측면에 집중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책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왜 지금 출간해야 했는지, 어떤 소구점이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좀 더 귀담아듣게 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간.결.하.게!(웃음)

중요한 포인트네요(웃음). 책을 읽기 전까지는 MD가 매일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지 몰랐거든요. 

출판 관계자 분들이 MD를 만나고 실망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그분들은 책을 몇 달, 몇 년씩 붙잡고 만들었으니 얼마나 애착이 크고,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시겠어요. 미팅을 하면서 책에 대한 반응을 읽고 싶은데, MD들은 무표정하게 앉아서 고개만 끄덕이고 그 마저도 5분~10분 만에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끝나 버리니까 허무하고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겠죠.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희도 줄줄이 약속이 잡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MD는 많은 사람의 주장과 바람을 듣고 그중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나름의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에,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고 무조건 안 된다고 잘라 말할 수도 없다.(51쪽)”고 했어요. 무표정의 이유는 상대가 괜한 기대를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가요?

그렇기도 하고요. 경력이 많은 MD의 경우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실제로 저는 두 시간 가까이 책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도 있고요(웃음). 어느 편집자께서는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느닷없이 “74쪽” “143쪽” 이라며 특정 페이지를 펴게 하더니, 각 부분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하신 적도 있어요. 너무 당황해서 페이지를 펼치고 계속 들었는데 나중에는 저에게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묻기도 하시더라고요.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서 “우리 책은 왜 노출 안 해주냐”고 전화로 항의하시는 분들도 있죠. 요즘은 이런 분들이 거의 없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당황스러운 일을 종종 겪게 되거든요. 이런 일이 여러 번 쌓이면 자연스럽게 처음 만나는 분은 탐색하게 되는 거죠. 

MD의 고충이네요(웃음). 

사실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단행본의 경우는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너무 적어서, 상대적으로 출판사가 온라인 서점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신문 출판면에 책이 소개되거나, 광고를 하는 것도 홍보에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사실 MD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은 굉장히 예의 바르게 저희를 대해준 분들이실 거예요. 주어진 시간에 맞게 책 소개를 하고 돌아가셨는데,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고 속상하신 거죠.


 

온라인 서점 화면 너머에 MD가 있다 

주변 동료, 후배 MD들이 책을 읽고 들려준 이야기가 있나요? 

꼭 사서 보겠다는 말은 많이 하는데, 아직 책에 대한 후기를 들려준 사람은 없어요. 사실 책 쓰면서 좀 걱정했어요. 팀장이 책을 냈다는 거 자체가 MD에게는 너무 부담이잖아요. 제가 MD로 일할 때 이런 상황이 있었다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웃음). 그래서 팀원들에게는 책 낸다는 이야기를 안 했어요. 다만 이 책 담당인 인문 MD에게만 “정말 미안하다. 내 책이 곧 배본될 거야”라고 말해줬죠(웃음). 다행스럽게도 저희 MD들은 다 지각과 교양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오버하지 않고 공정한 눈으로 책을 봐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인문 MD가 본부 전체에 팀장님이 책 냈다고 메일을 보내긴 했지만요(웃음). 

그동안 MD로 일하면서 판매한 책 중, 특히 애착이 가는 게 있다면요?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2007년에 펴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꼽고 싶어요. 출판사 대표님이 오셔서 책을 소개해주시자마자 다음날 바로 ‘오늘의 책’에 노출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분량이 많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체로 쓰여 있는데 담고 있는 주제는 묵직해서 빨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올렸거든요. 제가 책을 발굴했다기보다는, 다른 서점보다 좀 더 빨리 알려서 판매가 먼저 시작될 수 있었고 내용이 워낙 좋다 보니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돼 더 퍼져나갔어요. 

그리고 같은 해에 김영사에서 출간한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도 잘 팔렸죠. 굉장히 두꺼운 책인데도, 유신론에 지친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서 독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어요. 리처드 도킨스를 한국에 초청하긴 어려우니까, 출판사가 국내 저자 중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분을 섭외해서 강연도 기획했거든요. 여러 프로모션을 시도했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소개한 책이 스테디셀러가 되고, 세월이 흘러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갑겠어요.

맞아요. 그런데 MD의 추천으로 잘 팔리게 된 책이 있으면, MD보다 출판사 관계자 분들이 더 잊지 못하세요. 10년 전에 책 한 번 소개했을 뿐인데, 계속 기억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그분들과는 지금까지도 아주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사실 치열하게 일하는 시기에는 서로 얼굴 붉힐 일도 많거든요. 책은 매일 출간되는데, 특정 출판사나 특정 저자의 책만 소개할 수는 없으니까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난번 책은 소개 잘해주고, 이벤트도 같이 했는데 이번 책은 왜…?’라고 생각할 수 있고, MD 입장에서는 ‘지난번에는 업무적으로 손발도 잘 맞고, 즐겁게 일했는데 이번 책은 저쪽 서점에만 잘해주고 나한테는 왜…?’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웃음). 입장 차이가 있으니 얼굴 붉힐 일도 많은 게 사실인데, 또 영영 안 볼 순 없는 게 출판사 직원과 온라인 서점 MD의 관계예요(웃음).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MD의 업무에도 변화가 많았을 것 같아요. 지난 한 해가 어땠나요? 

MD의 업무 중 7할은 미팅이 차지하는데, 2020년에는 미팅을 거의 못 했어요. 가을에 잠깐 예약제로 만나다가 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돼서 모든 약속이 취소됐죠. 아마 이게 가장 큰 변화일 거예요. 사실 MD들에게는 미팅이 큰 스트레스 중 하나예요. 서로 좋은 얘기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고, 소개받은 책 중 고르고 골라서 노출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거든요. 그 스트레스가 사라져서 마음이 편하다는 MD가 많았어요. 하지만 미팅을 계속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만나서 이야기하면 금방 끝날 일인데 여러 번 메일과 전화가 오고 가야 하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었거든요. 지난 한 해는 MD에게 미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코로나로 인해 매출에도 변화가 많았죠? 

많이 성장했어요.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었고, 도서관도 문을 닫은 날이 많아 책을 대출해서 보시는 분들까지 다 온라인 서점으로 몰렸거든요. 특히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학습서, 유아동 홈스쿨링 도서 등의 판매량이 높았죠. 온라인 서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갈수록 매출이 더 상승해요. 

마지막 장의 제목은 ‘AI는 MD를 대신할 수 있을까’예요. 평소에 MD의 업무가 AI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종종 하셨던 건가요? 

네, 실제로 고민이 돼요.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는 SCM(공급망 관리)의 일부 기능만 이용할 뿐, 재고 주문과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를 MD가 판단해서 결정하는데요.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재고 주문, 발송, 이벤트 등록과 노출 등 많은 업무를 SCM을 통해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론적으로는 도서 MD의 일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죠. 물론 과거에는 MD가 일일이 손으로 하던 일이 지금 자동화된 경우도 많아요. 그럼에도 도서 MD가 줄어들지 않는 걸 보면 아직까지 MD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언젠가는 대체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까지 AI로 대체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요. 앞으로는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AI에 맡기고, MD는 좋은 책을 추천하는 일에 조금 더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AI가 하는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추천이요. 동네책방을 찾는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책방 주인의 큐레이션이잖아요. 서점 주인의 취향을 선택하는 셈인데요. 여러 쇼핑몰에서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여전히 동네 책방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독자가 MD에게 원하는 것도 좋은 책을 추천하는 일일 거예요. 그렇다면 MD는 거기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주, 재고 관리 등의 업무는 자동화시키고, 우리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감동적인 문장으로 책을 소개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 리뷰를 쓰는 건 AI가 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독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SNS에 ‘#책파는법’ 해시태그를 검색해서 리뷰마다 ‘좋아요’를 누르는 게 저의 중요한 일과가 됐어요(웃음). 정재승 교수님이 책 『열두 발자국』을 출간했을 때,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검색해서 일일이 좋아요를 다 누르셨대요. 그래서 그 책 정말 많이 팔렸거든요(웃음). 전작 『정재승의 과학콘서트』가 스테디셀러라서 이걸 뛰어넘을 후속작이 나올까? 싶었는데 저자가 홍보를 하니까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 책이 대중적으로 읽힐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 온라인 서점이 출판계에서는 거대 자본이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가끔 검색해서 보면 저희를 매출의 노예처럼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 번은 ‘매출 달성 못하면 MD들 여의도 공원 달리기 한다’고 쓴 글도 봤어요(웃음). MD들은 깍쟁이라는 이미지도 많고요.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책을 읽으시면 ‘온라인 서점 MD는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실 테니, 저희를 편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독자 분들이 책을 보신다면 ‘책 사고 굿즈 받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었구나. 얘네가 책을 팔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노력하네’라는 걸 한번쯤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책 파는 법』을 ‘오늘의 책’ 편집회의에 가져간다면, 어떤 말로 MD들을 설득해서 메인에 노출시킬 수 있을까요?

문고판이라 ‘오늘의 책’으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 같지만(웃음) 그래도 소개해야 한다면요. “지금까지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다룬 책이 없었다. 누가 우리 이야기를 다뤄줬나? 이 책이 처음이다. 이건 온라인 서점에서 소개할 때 더 의미가 있다.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소개해야 한다!’ 이렇게 말할 겁니다(웃음). 




*조선영

학창 시절, 우등상보다 교내 도서관 최다 대출로 다독상을 받은 것이 더 자랑스럽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국어도 문학도 잘 알진 못한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단순하고 낭만적인 생각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정작 현실은 근 20년째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 사이에 깔려 지내고 있다. ‘유능한 도서 MD’까지는 아니어도 ‘성실하고 합리적인 직장인’으로는 기억되고 싶다. 알라딘과 인터파크도서를 거쳐 현재는 예스24 도서팀에서 일하고 있다. 



책 파는 법
책 파는 법
조선영 저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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