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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 건, 관계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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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가 출간된 지 벌써 12년이 지났지만, 저자 현경은 지금도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인도, 네팔, 캄보디아 등 지구의 여러 마을에 흩어져 사는 많은 한국의 딸, 아들들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그들은 현경에게 자신의 영혼의 속살을 보여주며, 자아를 찾아 헤맨 과정들을 들려준다. 현경은 『미래에서 온 편지』를 두고 “지금까지 내가 쓴 모든 책들 중 가장 신비롭고 이상한 책”이라고 여긴다. 바람 부는 히말라야의 산골 마을에서 전기도 없이 연필로 쓴 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천 명의 독자의 마음에 神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현경은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의 아시아계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로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 평화통일운동단체 조각보의 대표를 맡고 있다. 기독교 신학과 함께 불교 명상을 가르쳐 ‘불교적 신학자’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축제를 통해 신학을 표현하는 ‘신학적 예술가’로, 학술, 사회운동, 영적 수련,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어 ‘문화통역사’로도 불린다. 저서로는 『미래에서 온 편지』외에도 8개 국어로 번역된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2』등이 있다.

지난 1월, 홍대의 한 카페에서 현경 저자와 독자들이 함께하는 티 타임이 열렸다. 『미래에서 온 편지』를 읽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된 다섯 명의 독자들은 ‘내 안에 여신을 발견하게 해준’ 현경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현경은 새로 펴낸 개정판 『미래에서 온 편지』첫 장에 ‘神 나시길!’이라는 문구와 함께 독자에게 사인을 건넸다. 神나는 삶은 어떤 인생일까. 기, 끼, 깡이 넘치는 여신, 한과 살을 풀며 금기를 깨며 신나게 노는 여신,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하는 여신, 기도하고 명상하는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하는 여신 ‘현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즐거운 존재의 가벼움’으로 변하는 기적을 맛볼지도 모르니.




인생의 장마철에 만난 책

『미래에서 온 편지』가 출간된 지 벌써 12년이 흘렀어요. 조카 리나에게 쓴 10편의 편지를 읽고, 마음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리나 양은 지금 많이 성장했겠어요.

올해로 서른이 됐어요. 얼마나 용감한지 흑인 남자랑 결혼했어요. 오바마처럼 생긴 남자와(웃음). 뉴욕에 있는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잖아요. 『미래에서 온 편지』와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에 추천사를 쓴 방송인 홍석천은 이 책을 “내 인생의 책 한 권”으로 꼽았어요. 나윤선 재즈 보컬리스트는 “현경의 책을 읽고 엄마 뱃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아르헨티나의 어떤 목사님은 자기 아들이 입대할 때 들고 간 책 한 권이 『미래에서 온 편지』라고 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송구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요. 이 책은 정말 제게 특별해요. 제가 쓴 책이 아니라, 제 안의 여신이 불러서 쓴 책이니까요. 전기도 없이 촛불 앞에서 글을 쓰는데, 불러주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이 아플 정도였어요. 지금까지 여러 책을 썼지만, 『미래에서 온 편지』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개정판을 내면서 혹시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은 없었나요?

전혀요. 살아보니까, 작가들이 글을 쓸 때 딱 그 나이에 맞는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김치에도 겉절이가 있고 묵은지가 있잖아요. 잘 익은 김치, 덜 익은 김치가 나름대로 맛있듯이 책도 마찬가지에요. 그 나이, 그 감성으로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 때의 생각, 감성들을 존중하고 싶어서 하나도 고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면 그 때의 제 삶이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정말 벗어나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거든요. 지금 보면 맨날 울고 짜고 한 이야기인데,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내 인생의 장마철이었던 것 같아요.

인생의 장마철이었지만, 폭우를 맞아봤기 때문에 『미래에서 온 편지』와 같은 책이 탄생할 수 있었겠죠.

책을 내는 건, 아이를 낳는 것과 같아요. 아이를 낳았다고, 내 자식이 내 자식이 아니잖아요. 아이는 절대 내 뜻대로 자라지 않아요. 제멋대로 가죠. 칼릴 지브란이 “너의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자기다운 삶을 갈망하는 삶의 아들, 딸들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에요. 일단 책이 태어나면 독자의 책이에요. 저자를 통해서 왔을 뿐이지, 앞으로의 책은 독자의 것이에요. 독자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키우느냐에 따라 살이 찌고, 영혼의 양식이 되는 거예요. 저자는 일단 책을 쓰면, 책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여신’은 멋진 외모의 소유자에게 붙는 타이틀이에요. 날씬해지려고 예뻐지려고만 하는 여성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성형 수술 많이 해서 세상의 기준에서 외모가 예뻐지면, 삶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리라는 착각과 환상을 바라볼 때, 저는 많이 슬퍼집니다. 탤런트처럼 예뻐져서 능력 있는 남자들에게 ‘간택’되면 여성의 삶이 필 거라는 착각은 빨리 벗어날수록 좋아요. 정말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 여성의 관계들과 일이니까요.

여신이 되려면, 끼와 깡이 넘치고 금기를 깰 수 있어야 하고 과감하게 살려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타인을 의식하느라 뭔가를 시도할 용기를 내지 못해요.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쪽팔리다’는 정서가 많아요.

쪽팔리면 그냥 팔리면 돼요(웃음). 제 멘토였던 묘지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남이 뭐라고 하는 건, 그 사람 생각이다. 하지만 그 사람 생각에 흔들리는 건 네 문제”라고. 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누가 뭐라고 하면 우선 받아들여요.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그 사람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여신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따라 살면, 남이 뭐라든지 별 상관이 없어요.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거니까요. 그 사람이 옆에서 뭐라 뭐라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내 삶을 살아줄 수 없어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사람들의 직언, 충고는 생생하게 귀에 들리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시간을 내고 또 엄청난 기운이 필요하기도 해요.

언젠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데, 손님들이 어떤 중견가수를 폄하하더라고요. 그 때 미용사 분이 그러더라고요. “네가 OOO처럼 살아봤어?” 누구를 욕하긴 쉽지만 그러한 삶을 살긴 어려운 거예요. 남을 옆에서 비판하고 욕하긴 쉽지만, 소신껏 내 삶을 살아가는 건 힘들어요. 남이 뭐라 그러면, 약간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나에게 문제를 일으킬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여성들이 특히 힘들어 하는 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Power of vulnerability’라는 여성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그 때 한 여성 박사가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건 연약함의 힘”이라고 말했어요. 이게 어떤 힘인가 하면, 나보다 센 권력 앞에서 쫄지 않는 힘, 나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교만하거나 우쭐대지 않는 힘이에요. 내면의 목소리에 굳세게 서서 살아가는 힘, 멋지지 않아요?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살아가는 힘이 여신의 목소리를 듣는 힘이에요. 『미래에서 온 편지』에 여신으로 살아가는 십계명을 썼는데, 모두 무엇을 하지 말자가 아니고, 무엇을 하자는 거잖아요. 왜냐면 그렇게 잘 못하기 때문이에요. 연습을 해야 해요. 사람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가장 낮은 파운드부터 들잖아요. 영성도 마찬가지에요. 제일 낮은 것부터 시작하다가 점점 더 무거운 걸 들어야, 감당할 수 있어요.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는 강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성공한 사람들, 멘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먼저 경험한 지혜로운 분들께 배우는 것 중요해요. 그분들이 지도를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어디에 절벽이 있는지 어디에 생명의 샘이 있는지, 지도를 가지는 것은 삶의 여행에 큰 도움이 돼요. 그러나 지도가 진짜 현실은 아니에요. 혼자 길 위의 여행을 떠났을 때, 맞이하는 삶의 많은 문제들은 아무리 좋은 지도가 있어도 해결사는 결국 자기 자신이에요. 어떤 위기를 만나도 자기 자신은 항상 나와 함께하기 때문이죠. 진정한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있고, 자신의 참 목소리를 들을 능력이 있으면, 삶이라는 여행을 두려움 없이 즐기면서 향유할 수 있어요. 제일 정확하고 도움이 되는 멘토는 다름아닌 나의 진짜 목소리입니다. 진정한 힐링이란, 여러 방식으로 상처 받아 도망가고 숨은 자기 자신의 파편들을 다시 불러들여, 완전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내 슬픔이 해결되니 너무나 좋은 애인들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에는 요즘 연애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어요. 시도조차 해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좇고 싶은 이상형이 있다면, 우선 내가 그런 사람이 되야 해요. 그래야 그런 사람이 찾아오니까요. 모든 인생의 비밀은 내가 변하는 거에요. 젊어서 사랑을 해봐야 해요. 10대, 20대, 30대 때 하는 연애와 40대, 50대, 60대의 연애는 다 달라요. 맛이 너무 달라요.

외로움을 유독 많이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별도 좋게 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요.

저도 어려운 시절이 많았어요. 이혼하고 힘들 때, 정말 외롭고 슬프고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 때는 막 도망하고 싶으니까 놀아도 하나도 치료가 되지 않았어요.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어요. 일생 동안 어떤 남자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쓸쓸한 홈리스 우먼으로 죽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섭고 외롭고 그랬어요. 도망가려고 했는데, 어느 날 ‘그래도 할 수 없다.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했어요. 며칠을 꺼이 꺼이 울면서 통곡하고 나니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내 슬픔이 해결이 되니까 너무나 좋은 애인들에 내 인생에 다가왔어요. ‘그 때 이혼 안 하면 어떻게 할 뻔했어? 이 남자도 못 만났을 거 아냐?’ 라고 생각했죠(웃음).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해야,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는 뜻이지요?

진짜 슬퍼하면서 그 사랑을 보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옛사랑과 혼돈해요. 새로운 사랑이 와도 긴가민가해요. 사랑에서 도망하고 싶어하고 그 사랑에 빠지질 못해요. 그런데 정말 미쳐야 미쳐요. 사랑도 사랑해야 사랑하는 거지, ‘이게 사랑인가? 아닌가?’ 묻고 있는 건, 사랑이 아니에요.

내 안의 여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잘 가꾸고 사랑하고 있는데도 사랑이 찾아오지 않으면, 노력을 해야 할까요?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해서 자기 삶을 타협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와 같이 가는 사람이 생겨요. 그렇지 않다면, 너무 외로우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투자를 해요. 살사 댄스를 배우러 간다든지, 등산 모임을 참석하든지, 뮤지엄에 간다든지. 연애 상대를 만나지 못해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은 그런 취미를 하면 좋겠어요. 실수는 해봐야 해요. 시행착오를 많이 해봐야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어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도 했잖아요. 정말 필요하면 나타나요.

내가 변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타인, 세상이 바뀌길 바라기 전에 내 생각을 바뀌는 게 먼저여야 진짜 변화를 맛볼 수 있겠죠.

해방신학에서는 만약 얼음이 체인에 묶여 있다면, 잘못된 구조를 잘라서 얼음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해요. 좋은 방법이지만, 또 다른 면의 해방은 그 얼음이 그대로 있어서 내 안의 불길을 내서 얼음을 녹이면, 체인이 있어도 더 큰 바다로 흘러갈 수 있어요. 유니온 신학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이 ‘자기는 졸업하고 유기농 농업을 하겠다’고 말해요. 무너진 도시를 일으키겠다면서요. 투쟁을 하는 게 아니라, 명상하고 농사하면서 즐겁게 살겠다는 거죠. 예를 들어, 누구나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면 그건 너무 작은 확률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 절망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 장사를 할 거라는 소망을 갖고 산다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어요. 그 꿈이 결코 작은 것도 아니고요.

여신의 10계명 중,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 1계명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이것이 모든 것의 근본이에요. 어려운 일, 이해 못 받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가르침이 제일 필요해요. 저도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는데, 매일 만트라처럼 여신의 제 1계명을 외웠어요(웃음).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나요?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면서 그것을 활짝 꽃피우는 사람이요. 여자를 영원히 아름답게 하는 건, 일이라고 했어요. 그 일을 통해서 계속 진화할 수 있는 거예요. 작가 앨리스 워커의 집에서 만난 70세가 넘은 한 할머니는 숲 속에 혼자 살면서 돌 조각을 해요. 처음 만났을 때, 가죽 점퍼에 부츠를 신고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나타났어요. 헬멧을 벗기 전까지는 20대인 줄 알았는데, 헬멧을 벗는 순간 머리가 하얀 할머니의 얼굴이 반짝 빛이 나는 거예요. 제가 물어봤어요. “Are you in love?” 그랬더니, “Of course. I’m in love”라고 했어요.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I’m always in love with or without object”였어요. 대상이 있건 없건 언제나 사랑에 빠져있는 분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 정말 명언이에요. “Because I am love.” 일상을 잘 살아온 여자는 자기 결핍감 때문에 누구를 필요로 하고 그러지 않아요. 저도 그 단계에 가고 싶어서 매일 수행하고 있어요. 대상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있어서 사랑하고, 그렇지 않아도 사랑할 건 많아요. 책을 사랑할 수도 있고 춤을 사랑할 수도, 산을 사랑할 수도 있고 모든 게 사랑이에요. 꼭 내 사랑을 한 대상에 국한할 필요는 없어요. 있을 때는 있어서 잘하고, 사라지면 실컷 슬퍼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사랑하면 돼요.

이제 두려운 순간은 없나요?

있어요. 이슬람 문화권을 혼자 여행했을 때, 두려운 마음이 많았어요. 티베트에는 쥐가 정말 많거든요. 절에서 명상을 하고 있으면, 쥐가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옛날 같으면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을 텐데,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했어요. 한참 보니까, 쥐가 가까워지면서 귀여워지더라고요. 뱀도 마찬가지에요. 사람들이 이만한 구렁이를 목에 걸고 사진을 찍고 막 그러잖아요. 정말 끔찍하고 너무 싫은데, 한 번 해봤어요. 싫으니까 한 번 해본 거예요. 한 번 해보면, 그들이 나를 잡고 있는 힘에서 해방돼요. 그 마법에서 풀어나는 거죠.

무서운 걸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는 않은 데요.

내 감정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 게 좋아요. 그 감정들에게 주목해보세요. 우리 감정도 그만큼의 관심을 기울여주면 스스로 지나가요. 가만히 바라보면 그렇게 무섭지 않아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듯이 받아들이면 지나가요.

시도를 할 자신이 없을 때는 무엇을 먼저 하는 게 좋을까요?

명상하고 기도해요. 항상 수호천사가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죽어야 한다면 그게 운명인가보다 받아들일 마음은 되어 있어요. 죽을 때 행복하게 죽는 게 중요해요. 티벳에서는 어떤 의식으로 죽었는지가 그 다음 생애의 출발트 포인트가 된다고 해요. 살인을 당한다고 해도, 사고를 당한다고 해도 마지막 순간에 다 용서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죽어야 해요. 우리는 항상 죽는 연습을 해야 해요. 죽을 때 의식이 너무 중요해요. 불교 공부를 하면 참 좋은 게, 다음 생이 또 있다는 걸 아니까 너무 안달복달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명상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명상의 세 가지 요소는 멈추고, 숨쉬고,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는 거예요. 이 세가지 요소만 충족되면, 어디서나 어떤 방식으로 명상을 해도 다 좋아요.

요 며칠간 금식하셨다고 들었는데, 얼굴색이 너무 좋아 보이세요. 건강의 비결은 적게 먹는 것인가요? 나누는 삶인가요?

뉴욕에 재벌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의 고민은 누군가가 자기를 좋아하면 ‘나를 사랑하는지, 내 돈을 사랑하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거예요. 헝그리 스피릿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뭐 하나가 생겨도 그다지 기뻐할 줄은 몰라요. 인생을 심심해 해요. 노력해서 뭐 하나 사고 그러는 게 하나도 즐겁지 않은 거예요. 하버드대학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연봉이 1억이 넘으면 앞으로의 연봉이 1조든, 1억이든 아무 상관이 없대요. 1억 전까지는 돈의 차이가 행복과 불행을 많이 좌우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똑 같은 거예요. 그래서 행복은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달려있어요. 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고, 상황이 이래서 그렇다는 핑계는 그만 이야기해야 해요. 서른 다섯 살까지는 봐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나이를 넘겼는데도 아직도 부모의 탓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많은 트라우마가 있겠지만 그 트라우마를 감내하고 이겨내는 것도 내 자신이에요. 마흔이 넘으면 네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내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해요.

다시 한 번 젊음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가요?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다해본 것 같고요(웃음). 완경기가 지나고 보니 이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은 ‘신과의 대화’에요. 명상하고 기도할 때, 삼매경에 들어가 글을 쓸 때, 또 깊은 만남을 가졌을 때 나의 깊은 진짜 자아와 만날 때 다가와요.

요즘 바라고 소망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한반도의 통일에 기여하며, 좋은 글을 쓰는 것. 그리고 탱고를 배우는 일이에요(웃음). ‘여신과 보살’이 제 삶의 키워드에요. 여신처럼 보살처럼 살면, 참 아름다운 삶이겠다 생각해요.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눌 수 있을 때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걸로 나누면 돼요. 10원이 있으면 1원은 나눌 수 있잖아요. 나누는 것도 연습을 해야 해요. 연습하지 않으면 때가 되었다고 해도, 할 수 없어요. 전 모든 사람이 십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종교기관에 할 필요는 없어요. 내 삶에서 내 수입의 10분의 1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쓰겠다는 마음을 먹고 살면 좋아요. 돈도 다 에너지에요. 나가야 들어와요. 안 나가면 물처럼 고여있어서, 들어오지 않아요.

남북여성 평화통일 모임 ‘조각보’의 활동도 기대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통합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통함으로서의 남북 여성이 마음과 마음으로 하나되는 거예요. ‘진달래 무궁화’라는 남북 여성 삶 나누기 대화 모임, 합창단, 평화 인문학 강의와 세미나, 남북여성 함께 잘 살기 운동, 사회적기업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성의 감성과 지혜로 남북이 다시 ‘통’하여 정치적 통일만이 아니라 마음의 통일도 이뤄지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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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현경 저 | 열림원
한국을 대표하는 신학자이자 여성ㆍ환경ㆍ평화 운동가인 현경. 『미래에서 온 편지』 는 저자 현경이 1999년, 2000년에 걸쳐 히말라야 수도원에 머물면서 내면에 귀 기울이며 깨달은 ‘삶의 지혜’를 조카 리나에게 전하며 쓴 편지 형식의 글이다. 저자는 리나와 동세대인 “미래를 살아가야 할” 여성들을 대상으로 글을 썼기에, 독자들은 마치 이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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