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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삼킨별 김효정 “좋아하는 일에 오랫동안 기웃거리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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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임경선은 밤삼킨별 김효정을 두고 ”글은 소녀인데 사람은 어른인 여자”라고 칭한다. 글은 어른이지만 사람은 소녀인 사람들이 훨씬 많은 세상에서, 김효정은 여전히 따뜻한 사진, 글을 담아낸다. 홍대의 작은 골목 안 카페 ‘마켓 밤삼킨별’ 주인장이기도 한 김효정은 두 딸의 엄마이자, 아내, 작가, 여행자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김효정을 두고 “부럽다”, “닮고 싶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살 수 있냐”고 묻곤 하지만, 어디서든 젠체하는 법이 없는 그녀는 ‘밤삼킨별 속 김효정’의 모습도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다만, 삶에 대한 긍정성,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결코 버리지 않는다.

2012년에 펴낸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이 ‘밤삼킨별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미래에서 기다릴게』는 조금 더 목적어를 뺀 밤삼킨별, 김효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언제나 ‘일상, 시간’에 탐닉하는 김효정은 이번 책을 펴내며, “내가 가야 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느낌, 또 그 약속을 지키는 느낌을 가졌다. 날씨가 조금 풀린, 2월의 어느 오후. 이층집을 개조한 카페 ‘마켓 밤삼킨별’에서 김효정을 만났다. 딸아이의 학교에 다녀오느라 5분쯤 늦은 그녀. 바빠 보였지만 행복해 보였고, 단단한 성품이 느껴졌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손뼉을 치는 호들갑 대신, 더욱 진지한 시선을 보냈다. 인사치레로 그냥 하는 말, 그러니까 ‘멘트’를 치는 걸 싫어하는 사람, 대화의 쉼표를 아는 사람, 밤삼킨별 김효정이었다.
사소함이 결코 사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후의 안간힘 대신, 우리 안에 있는 사소함이 결국 견디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별함이 아닌 내 안의 사소함으로 행복했으면 한다. 각자의 생의 시간으로부터 사소함을 꺼내어 배를 만들고, 사소함이 가진 의미로 돛을 만들어, 마음이 사는 미래로 고요히 고요히 흘러갔으면 좋겠다. 오늘을 보내고 미래에서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미래에서 기다릴게』프롤로그 中)



오래오래 좋아할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사람

살아가면서 남는 건,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이에요. 『미래에서 기다릴게』를 펴기 전, 임경선 작가의 ‘김효정이라는 여자에 대해’를 읽었는데, 살가운 애정이 느껴졌어요. 사적인 호감을 넘어, 한 사람을 깊게 들여다본 느낌이랄 까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해주는 글이었잖아요. 임경선 언니는 저에게 인생 선배 같은 존재에요.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의 독자로, 언니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고 활동을 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잖아요. 제가 몸이 좀 아팠을 때, 언니가 그랬어요. “우리는 서로 망 봐주면서 살아야 한다고.” 사람들이 경선 언니를 되게 쿨하고 도시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속이 참 따뜻해요.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정확히 명명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갖지 못한 면이라서 부러운 게 많아요.

홍대에 카페를 연 지 벌써 4년이 지났어요. 요즘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 ‘카페 주인’인데,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른 카페와의 경쟁도 그렇고, 동네 분위기도 너무 자주 바뀌고요.

이 자리를 선택한 이유가 홍대, 홍대 사람들이 가진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인데, 너무 금방 금방 바뀌어가고 있어서요. 다정하게 생각했던 카페 앞 이웃 상점들도 바뀌고, 건물도 계속 증축이 되고. 골목의 활성화는 좋지만, 너무 모든 게 새로워지니까요. 제가 건물 소유주가 아니라서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카페에는 자주 오나요? 출장도 다니고, 두 딸도 보살펴야 하는데.

최대한 많이 오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좋으니까요. 또 학교 다녀온 딸들의 얼굴도 보고 싶고. 웬만하면 아이들이 집에 온 다음에, 나가려고 해요. 어제 카카오스토리에서 책 출간을 기념에 댓글 이벤트를 했는데, 큰 딸이 이렇게 댓글을 남겼더라고요. “엄마, 언제 오세요?” 둘째 딸은 “엄마, 왜 저랑은 카스 친구 안 맺어요?”라고 남기고(웃음). 아이랑 부모가 일상에서 같이 밀착되어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카페에 오는 시간도 아이들에 따라서, 달라져요.

단골이 많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밤삼킨별의 감성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겠죠?

요즘은 새로운 손님들이 생겨나고, 그 분들이 새로운 단골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카페라는 공간이 누군가와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러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저에게 오신 분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행복한 일을 나누고 싶어서 오신 분들보다는, 여기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었는데 그 기억이 아픈 추억이 된 사람들, 뭔가 힘든 일이 생겨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 “나는 왜 이렇게 일이 풀리지 않을까요?”라는 고민을 갖고 오는 분들도 있고요. 가족, 친구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세요.

상담가 밤삼킨별을 상상하고 오는 건가요? 대면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온라인에서 SNS를 통해, 또 책을 통해 한번쯤 감정적으로 기대오고 그랬던 분들이 계세요. 20대 때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제가 아는 잡다한 정보, 누군가의 경험을 말해줬는데, 이제는 제 경험을 털어놓아요. 제 것을 아프게 꺼내놓더라도, 그 분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나의 아픈 일을 공유해버려요.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라고 맞짱을 뜨자는 게 아니라, “나도 이런 일을 겪었지만 나아졌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죠. 3년 전쯤, 어떤 분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쓰신 적이 있어요. “글쎄, 밤삼킨별님이 고민이 있더라. 헐”이라고. 그 글을 보고 충격 받았어요. 내가 정말 철저하게 내열을 많이 갖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때 시기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일이 여럿 겹쳤었는데, 제가 너무 힘들지 않은 척을 했던 거죠. 견디려고 해서 더 많은 힘이 소진됐는데, 그 때부터 사람들한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누구나 같다”고.

우스갯소리이겠지만, 남편 분이 “나는 김효정이 아니라 밤삼킨별과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던데요(웃음). ‘감성사진가’ 밤삼킨별과 ‘엄마, 여자, 아내’ 김효정의 삶이 충돌할 때는 없나요?

고민, 있었어요. 밤삼킨별이라는 이름이 내 모습이고, 끝까지 오래오래 좋아하는 재주가 있는 게 저라는 사람인데, 밤삼킨별 안에 김효정이 들어갈 때가 힘들었어요. 나는 정말 화가 나서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그 글에서 온기를 느껴 버리면, 저는 슬퍼도 슬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거죠. 슬픔을 인정 받고 싶거나, 그게 너무 예쁘게만 보이면, 그 감정은 허세, 과잉이라고 생각해 버리게 되니까. 내가 거기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괴리감이 있었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감정은 너무 중요한 것인데, 나는 길을 잃은 적이 없는데 길을 잃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뿐인데, ‘감성 사진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으니까요.

밤삼킨별에게 ‘감성’이라는 타이틀이 없으면, 무척 허전할 것 같은데요.

나이 마흔을 먹은 사람이 언제까지 소녀감성으로 보이는 게 좋을까? 좀 떼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했는데, 결국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지금처럼 하고 싶다”는 것이 제 결론이었어요. 할머니가 되었는데도 소녀감성이 있으면 어때? 그걸 왜 부끄러워했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일의 우선순위, 가치가 우선이다

홍보마케팅을 10년 동안 했고, 지금은 출장을 다니며 글, 사진 작업을 하고 있어요. 두 딸의 엄마, 아내로서의 해야 할 역할도 많을 텐데. 시간을 내기가 어렵지 않나요?

이제 큰 딸이 12살, 작은 딸이 10살이 됐어요. 아이들한테 약속했어요. 너희의 나이가 두 자리 숫자가 되면, 엄마가 출장을 갈 때 데리고 갈 거라고. 큰 딸이 10살이 됐을 때 북유럽 출장을 함께 갔어요. 아이의 보폭으로 걷는 여행은 혼자 하는 출장과는 달라요. 내가 보는 것과 아이가 보는 것이 다르니까요. 내가 못 보고 지나치는 걸, 아이가 먼저 볼 때도 있고. 또 거꾸로 일 때도 있고요. 같은 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새로운 걸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안의 있었던 것들 것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발표되는 것 같아요. 『미래에서 기다릴게』표지 사진이 첫째 딸이 찍은 거예요. 스페인의 한 공원에서. 저는 제가 찍은 사진인 줄 알았는데, 딸이 로모카메라로 찍은 거였더라고요.

아이들이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나요?

둘째 딸이 학교에서 엄마를 소개하는 시간에 “우리 엄마는 커피를 잘 만드는 마담”이라고 했대요(웃음). 아이들한테는 엄마가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진 않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랑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요. 큰 아이한테는 아이가 10살이 됐을 때, 그동안 제가 만든 책들을 보여줬어요. 그러고 나서 출장을 데리고 간 거예요. 처음에는 출장에 대해 힘들어 하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고 오히려 착한 맏딸이 됐어요.

출장을 갈 때,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최근에는 월드비전,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우선 제가 좋아하는 일과 밀접해야 해요. 사실 돈은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가치가 항상 먼저에요. 긴 시간 출장을 가야 해도, 아이들한테 많이 미안하지 않은 일을 하려고 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 선망하는 일을 위주로 간다면 부끄럽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도 이해해줄 거라 믿어요. 월드비전에서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 가서 리포팅 작업을 했고, 아름다운가게에서는 베트남 소수민족지원사업으로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했어요.




좋아하는 일에 손을 잡은 느낌, 아시나요?

언제나 글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 애정이 느껴져요.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영화 <터미널>에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친절하세요. 당신이 대하는 모든 사람은 다 힘겨운 전투를 벌이며 살아간답니다(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영화에서 나온 말이지만, 중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생각했던 거예요. 친절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선생님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요즘 스팸 전화가 정말 많이 오잖아요. 바쁠 때 전화가 오면 짜증나고 귀찮지만, ‘그 사람도 힘들고 나도 힘든데, 내가 그 사람에게 짜증을 내서 뭘 하려고 하지?’ 그런 생각을 해요.

새로 만난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은 아닐 것 같아요. 오래 지켜보는 만큼, 친해지면 끝까지 갈 것 같아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지만 친해지는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어떤 일에 의해 친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대면대면 알다가도, 그 사람의 글을 읽거나 말투를 보면 성격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혼자 알아가다가 호감을 전하기도 하는데, 뜸을 들이는 시간이 긴 편이에요. 오래오래 보면서 좋아지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다른 가요? 티를 내지 않을 것도 같은데요.

좋은 사람한테는 아무래도 한 이야기를 해도, 정성스럽게 하게 돼요. 하지만 마음에 통하는 느낌이 없는 사람에게는 말이 아니라, 멘트로 나가는 것 같아요. 말의 거리가 있다고 할까요.

‘밤삼킨별’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큰 계기 중 하나가, 매거진 <페이퍼>의 필진으로 참여하면서부터인데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페이퍼>의 오랜 독자였어요. 독자 투고란에 글, 사진이 실리면 좋아하고(웃음). 그러다가 2001년 쯤인가, 지금은 언니 동생 사이가 된 정유희 기자한테 싸이월드로 쪽지가 왔어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요. 와! 정말 기분 좋았어요. 평소에 제가 ‘시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미래에서 기다린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요. 오랫동안 좋아하면, 언젠가 그것들이 저에게 응답을 해주는 것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 이유에 대해, 답을 해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유희열 씨도 참 오랫동안 좋아했거든요. 팬클럽 ‘종점다방’에서 한 명의 팬으로 좋아했는데, 어느 날 유희열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PD님께 전화가 왔어요. ‘밤삼킨별’ 김효정으로. 게스트로 출연해달라고.

꾸준히 누군가를, 무엇을 좋아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닌데요.

대학교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의 주변에 맴도는 것, 서성이는 것을 좋아했어요. 옛날에는 잡지 <샘터>를 좋아해서, 혜화동에 있는 빨간 벽돌 건물, 샘터사를 자주 찾아갔어요(웃음). 팬시 브랜드 모닝글로리, 미스터케이도 좋아해서 무작정 사무실에 들러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에 관해서는 항상 오래오래 좋아하고, 좋아하는 방법을 스스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과거에는 내가 그 곳에 엽서를 썼던 한 사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엽서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 좋아하는 것과 손을 잡은 느낌이랄까. 그럴 때 행복해요.

요즘, 젊은 세대는 존경할 만한 어른을 찾기 힘들다고 말해요. 멘토는 아닐지라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히 소중한 것인데. 어떤 사람들을 만날 때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나요?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사람들 있잖아요. 위인을 좋아할 수도, 아티스트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저는 모든 사람에게서 긍정적인 모습을 먼저 찾아내는 사람을 봤을 때,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요. 긍정적인 것을 먼저 이야기해주고 그것을 살려주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존경하게 돼요.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밤삼킨별님이 요즘 고민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해줬어요. 최근에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 자신이요. 내가 고요해지는 것.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를 이렇게 들여다본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골똘히 집중해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틈틈이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에필로그에도 썼지만, 정말 좋아하고 평생 내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남편 분이 광고 일을 하고 계시고 또 저자이기도 한데, 함께 책 작업을 할 생각은 없나요?

글쎄요. 같이 하는 책 작업은 아니지만, 언젠가 우리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조금 있다가는 캐논에서 강의를 한 내용을 가지고, 감성사진 에세이가 출간될 계획이에요.
옷깃을 여미고 걷는 길. 바람결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게 이제 편안해지라고 한다. 사랑하여 사랑 받는 한 사람으로, 엄마로, 여자로, 아내로 편안하게 웃으라 한다. 아가씨에서 아줌마가 되고, 이십 대에서 삼십 대가 되고, 그리고 사십 대보다 사십 대가 더 가까운 이때. 나잇살에 붙은 군살은 굳은살로 바뀌어 단단해지고 있다. 불안함은 초연함으로 바뀌고, 유악함은 유연함으로 바뀌어 간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며 감사이자 목표인 나이를 나는 지나고 있다. 여전히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 꾸미지 않은 얼굴로, 커다란 가방을 메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미래에서 기다릴게』 p.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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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기다릴게김효정(밤삼킨별) 저 | 허밍버드
솔직하지 못했고 스스로 방을 만들어 제 마음 가두던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이제 조금 편안해져도 좋다고 허락하기 위해, 어쩌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밤삼킨별’로서의 일상과 ‘김효정’으로서의 일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날들에 안부를 묻는다. 사람들 간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때때로 ‘일’처럼 느껴지는 이 삶을 말하기도 하고, 지난날의 반짝이는 추억에서 힘을 얻어 현재의 따스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 개인의 아주 사소한 응시(凝視)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진솔함으로 내민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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