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포탈 인기 검색어 1위에 ‘사흘’이라는 단어가 오른 일이 있었다. 공휴일과 연휴가 겹쳐 3일 간의 휴일이 결정됐다는 것이 기사 내용이었는데 기사에 있는 사흘이라는 단어를 4일로 안 사람들이 많았던 것. 이 해프닝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한국인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였다. 또 시험지의 긴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언론에서 자주 보도가 되고 있는데, 이때에도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귀결이 된다. 어느덧 한국의 주요 아젠다 중 하나가 되고 있는 문해력에 대해서, 前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이자 <공부가 머니?> 패널로 활동한 교육전문가 진동섭이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공부는 기존의 연구를 읽고, 들어서 알고, 그것을 자기 말과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즉 공부머리를 키우는 데는 문해력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문해력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올 초에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기획 방송이 있기도 했었는데요. 먼저 문해력이 뭔지 질문을 드립니다.
그 동안에도 문해력이라는 말을 안 썼던 건 아닌데 대중적인 용어로 쓰이기 시작한 건 최근이죠. 문해력은 글을 읽고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좀 더 광범위하게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잘 표출하는 것까지 포함이 된 거 같아요. 서양에서 얘기하는 리터러시를 문해력이라고 번역을 해서 쓰는데, 문자를 읽는 능력보다 좀 더 수준 높은 글 읽는 능력.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문해력에 대한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된건가요?
제가 원래 고등학교 논술 교사였고 현행 논술 교육 과정을 만드는 팀에 있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문해력과 관련된 조사를 해둔 게 있었죠. 어쨌든 문해력이라는 게 단번에 길러지는 게 아니거든요. 수학보다도 더 안길러져요. 이 문해력 영역이라는 것의 뿌리가 어디서 시작되느냐. 초등학교 3학년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된다는 거죠. 원고는 작년 여름에 썼어요.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출간하고 바로 썼어요. 작년에는 지금처럼 문해력 얘기가 많이 나오진 않았던 거 같아요.
최근에 공휴일과 연휴가 겹쳐 3일 간의 휴일이 결정됐다는 기사가 나오자 포털 사이트에 ‘사흘’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일이 있었어요. 그 기사에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쓰나”라는 댓글이 달렸던 거죠.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인 ‘사흘’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거죠. 이 논란 이후 문해력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넌 참 사람이 이지적이구나’ 그랬더니 ‘왜 나를 쉬운 사람이라고 그래’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입시에 있어서 문해력은 어떻게 중요한가요?
문해력이 떨어지면 실제로 아이들이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과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 대학 가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서 성적이 좋아서 가는 법과 수능 잘 봐서 가는 법이 현재는 있죠. 수능을 잘 보려면 점수가 잘 나와야 하는 과목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이슈가 되는 과목이 국어예요. 영어가 절대 평가로 바뀐 이후에 국어 시험이 좀 어려워졌고 제시문도 좀 길어졌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그걸 못 읽어요. 못 읽는 이유가 뭐냐 하면 독서 능력과 어휘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에요. 이 능력은 금방 실력이 붙지 않습니다.
학교 생활과 문해력은 어떤 관계가 있죠?
지금 학교 공부라는 게 2015 교육개정 이후 활동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토론해 보자, 보고서를 써보자,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직접 자료를 찾아서 논문을 찾아가면서 글을 써야지만 그래야지만 좋은 성적을 얻을 수가 있는 이런 교육을 하고 있어요. 영어로는 구성주의라고. 얘기를 하는데 경험을 구성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냐 하면 문해력이에요.
그러면 초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책을 읽어가며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독을 해야 하나요?, 다독을 해야 하나요?, 우리 아이는 학습만화만 보는데 괜찮나요? 등을 학부모께서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게 다 교과서에 있어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지가 나와 있어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은 표지나 그림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예상하면서 읽기가 있고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내용을 보고 예상하면서 읽은 다음 간추리기가 있어요. 그러니까 만약에 아이가 그 부분을 배울 때 시험만 잘 봤다면 문해력이 안 생겼을 거예요. 표지를 보고 무슨 내용인지 예상하며 읽기를 배웠으면 앞으로 10년 동안 그렇게 읽어야 하는 거예요. 4학년 때 배운 것은 9년 간 계속해야 하는 거고요. 계속해서 하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면 아이가 독서를 잘할 수 있고 글을 빨리 읽을 수 있고 그래서 지식을 빨리 습득할 수 있고 글의 내용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수능에서 국어는 언제부터 어려워졌나요?
2015년부터라고 주로 얘기해요. 그 전에는 수능 국어 과목 문제 수가 60개였는데 개정 이후 문항수가 45개로 줄면서 제시문이 좀 길어지고 물어보는 것도 다양한 걸 물어보게 된 거죠. 예전 같으면 ‘윗글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은?’, ‘윗글로 이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물어보았다면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문제들이 나오고 있고요. 특히 비교해 가면서 읽기라는 개념이 생겼어요. 제시문이 하나 주어져서 이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 문제가 있고 그 다음에 다른 제시문이 주어지고 두 글을 비교해보는 문제들이 생기니까 조금 더 고급 독서 능력을 추정할 수 있게 바뀐 거죠.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문해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아이들이 직접 읽을 책을 정하게 하라, 였습니다. 보통 어린이책 같은 경우는 추천도서를 읽혀야 한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요즘에는 지금 부모 세대가 자랄 때보다 도서관 시설이 잘 돼 있어요. 학교도 그렇고, 지역 도서관도 그렇죠. 대형 서점도 많이 생겼고요. 이런 환경에서 실제로 학생이 자기가 볼 책들을 골라보는 것이 선택하는 힘을 길러주게 하는 의미가 있어요. 부모가 책을 골라주는 버릇이 생기면 나중에 책을 고를 때 이외에도 다른 선택을 할 때에도 일단 엄마 얼굴을 한번 쳐다 봐요. 아이의 자기 주도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결과를 갖게 되는 거죠.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에요. 중학교 자유학기제 때 자기가 해야 될 과목과 해야할 활동을 선택하고 동아리를 선택하고 고등학교에 가면 배울 과목을 선택하고. 대학 진로를 선택하고 직장을 선택하고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선택 역량이라는 게 중요한데 필독서나 주어진 책만 읽게 되면 결국 선택할 기회가 없잖아요. 학생이 선택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을 해야 하고, 아이가 잘못 선택해도 몇 번은 봐줘라, 그리고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치게 해야 합니다.
공부를 하려면 500쪽 정도의 책을 읽고 내용을 요약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500쪽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해서 나온 걸까요?
예전에 제가 학교 교사를 할 때 논술 수업을 했어요.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제가 첨삭지도를 하는 수업을 했었죠. 2010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정의란 무엇인가』가 굉장히 유명했었어요. 그 책이 10장으로 되어 있는데, 약 500쪽 정도 됩니다. 일주일에 한 챕터 씩 읽어오고 얘기하는 것으로 수업을 했었어요. 제가 서울대 사정관이 돼서 보니까 서울대 오는 학생들은 1,2주 사이에 그 정도 두께의 책들을 읽고 요약할 수 있고 질문 두 개 정도를 붙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500쪽이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책에서 독서 모임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독서 모임이 책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문해력 기르는 데 도움이 되나요?
또래 집단에서 어떤 얘기를 하느냐가, 학생들의 공통적인 관심의 크기를 말하는 거거든요. 학생들이 모여서 드라마 얘기만 하면 드라마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고 게임 얘기를 하면 게임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거예요. 아이들이 독서 모임을 하게 되면 책 중심으로 모이는 거죠. 그러면서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책 읽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 내적 보상도 되고, 학생이 이렇게 책을 읽는 방향 쪽으로 생활이 큰 비중을 두게 되는 거죠. 그래서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하는 게 좋아요.
원탁 토론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했는데요. 주제를 가지고 이 책은 무슨 얘기가 써 있다라고 돌아가면서 얘기해 보는 거예요. 우리가 영화 한 편을 봐도 다 다르게 보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책을 읽고, 읽은 책 내용에 대해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고 글을 써보는 거죠. 그럴 때 선배나 어른이 함께 하면 좀 더 도움이 되겠죠. 어릴 때부터 친한 애들끼리 계속 같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면 더 도움이 되죠. 왜냐하면 누구에게 비판을 받으면 상처 받잖아요. 그런데 친한 사람이 얘기하면 상처를 덜 받거든요.
독서 토론을 하는 학원도 요즘 많이 있는 것 같은데, 학원에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독서라는 건 자발성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돼요. 그러니까 학원을 통해서 학생이 자발적으로 독서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역량이 생겼다면 바람직하죠. 그런데 학원에 그냥 밀어 넣으면 아이가 좋아하겠어요.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효과가 떨어지거든요. 그런 면에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될지 하는 것들은 아이하고 먼저 상의하고 아이가 가겠다고 하면 보내주고, 싫다고 하면 엄마와 책 읽기 또는 친구와 책 읽기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을 찾을 필요가 있죠.
문해력 관련해서 연령별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말씀해주시면요?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만화와 그림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초등학교 3,4학년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들이 있어요. ‘4학년인데 책 읽어줘야 하나요?’ 읽어 주세요. 수업을 들을 때 아이들이 수업의 내용을 정확하게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책을 죽 읽어주다 무슨 내용이지? 하고 물어보면서 아이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아요.
그 다음에 ‘우리 애는 학습 문화만 봐요.’ 그러면 만화나 그림 없는 책으로 옮겨간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거나 친하게 지내도록 해서 학생이 좀 더 만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는 4학년 때 사전 찾아가면서 책읽기라는 게 나와요. 4학년 때부터 사전을 찾아가고 모르는 것들을 찾아보면서 공부를 해야 되고 사회나 과학 관련 책들을 많이 봐야 되고요.
중학생이 되면 문학 전집을 봐야 해요. 취향에 맞는 문학 책들 보면 돼요. 그리고 인생론 같은 쉬운 철학서 읽으면 좋죠. 고등학생이 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 수준보다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선택해서 지식 세계를 넓혀가면 좋습니다.
진동섭 전문가가 알려주는 공부머리를 기르는 독서 습관 7(고등학교 수준) 1. 차례를 보고 책의 구성을 파악한다 책을 잡으면 차례부터 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2. 각 장별로 읽은 내용을 정리한다 책을 읽으면서 각 장별로 요약해야 한다. 3.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책은 사서 읽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깨끗이 읽고 반납해야 하므로 중요한 대목은 사진을 찍고 파일에 의견을 기록해둘 수 있다. 자기 소유 책은 밑줄을 치거나 의견을 적을 수도 있고 한 귀퉁이에 요약을 할 수도 있다. 4. 요약한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책을 읽는 과정 또는 읽은 뒤에는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5. 독후 토론 활동을 하자 같은 책을 여럿이 읽고 토론하면 더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6. 책 전체의 메시지와 자신에게 미친 영향 등을 적는다 요약하는 분량이 A4용지 10매 정도 된다면 마지막에 의견을 달기보다는 장별로 의견을 다는 것이 좋다. 7. 구분해서 독서해야 한다 정보를 얻기 위한 읽기라면 주로 속독과 다독을 해야 하지만, 신문 기사라고 하더라도 생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서는 정독을 해야 한다. |
*진동섭 前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위원이었으며 現 교육과정심의회 위원, <공부가 머니?> 교육 전문가 패널이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교사가 되었다. 1986년 첫 고3 담임을 맡으며 입시에 뛰어들었다. 서울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운영위원장으로 진학지도 자료를 만들었으며, 연합학력평가 출제 위원을 역임하고, 논술 지도를 위한 교사용 자료집을 제작했다. 교과서 편찬에도 참여해 국어 교과서와 논술 교과서 및 진로와 직업 교과서를 집필했다. 제7차 교육과정이 학교에 적용되기 이전 해인 2001년에는 선택형 교육과정을 학교에 적용하는 연구학교 담당 부장교사로 일했다. 학교에서 연구부장, 교무부장, 교감 등을 지내며 학교 교육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20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자, 교육부가 주관하는 ‘코로나 상황의 학습 결손·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수석교사 컨설팅’에서 사전교육자료와 학생 지도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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