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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아무튼, 술집』, 내가 쓸 수밖에 없었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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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이 나왔을 때 울었다는 작가 김혜경. 술에 관한 사랑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하는데, 김혼비 작가의 책을 읽고는 몹시 질투가 일었다. “아, 나만큼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멋진 글을 쓰다니!”그로부터 2년 후, 김혜경은 아무튼 시리즈의 마흔네 번째 책 『아무튼, 술집』을 쓰기 이른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술집 리스트를 쭉 소개할까 싶었다. 하지만 아무튼 시리즈는 작가가 애호하는 세계, 작가를 만든 세계를 펼치는 에세이 아닌가. 사람 없는 술집이 의미 없듯 『아무튼, 술집』은 진한 사람 냄새가 풍긴다. 소맥의 향인 것 같다가도 위스키 한 잔을 마신 것 같기도 한 뒤끝 좋은 책. 김혜경 작가를 혜화동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 만났다.



20대를 갈아 넣은 책

이곳에서 책을 썼다고요?

위트앤시니컬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경 시인님과 친해요. 영업이 끝난 시간에 맥주 먹으면서 썼어요. 팟캐스트 <시시알콜>을 녹음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아무튼, 술집』이 막 나오기 직전에 유희경 시인이 인스타그램에 책 소개를 해줬잖아요. 사실 그 글을 읽고는 ‘아! 이 책 진짜 읽고 싶다’ 생각했어요. 너무나 진심이 묻어나는 추천이라서요.

엄청 고마운 사람이에요. 얼마 전에 포털 사이트에도 이 책이 소개가 됐더라고요. 놀라서 찾아봤더니 유희경 시인님이 블로그에 적어주신 글이 메인에 뜬 거였어요. (웃음) 공저로 책을 쓴 적은 있지만 단독 저서는 처음인데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셨어요. 오은 시인님도 긴 추천 글을 보내주셨고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도 축하해주셨고요. 

반응이 뜨거워요.

오은 시인님이 그러셨어요. 자만심을 갖지 말라고. (웃음) 그런데 책이 나온 뒤로는 확실히 리뷰를 찾아 읽게 돼요. 누가 내 책을 읽고 어디에 흔적을 남겨주시지 않았을까 하고요. 

책 계약은 언제 하셨어요? 

작년 7월이요. 책이 딱 1년만에 나온 셈인데, 김태형 제철소 대표님을 작년에 뵙고는 3개월 만에 책을 내고 싶다고 했었어요. 무조건 겨울에 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왜냐면 제가 작년에 운세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대표님을 뵌 다음날 바로 후회했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술은 사계절 마셔도 좋지만 아무래도 여름에 나오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대표님의 의견을 따랐죠. 

표지를 보고서 시종일관 깔깔, 유쾌한 책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도입이 묵직해요. 그래서 더 좋았고요. 

이 책은 제 20대를 갈아 넣은 책이에요. 10대 시절 식당에서 밥을 많이 먹어야 했던 이유부터 시작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고 정겨워진 술집의 풍경.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과 수시로 부딪힌 술잔 덕분에 스스로를 담담하게 인정할 수 있게 됐고요. 술집은 과거의 제가 막연히 상상만 하던 다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곳이었어요. 사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많이 덜어냈는데도요. 

책의 카피가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술집’입니다.

‘인싸’로 많이 오해 받는데 저는 내향적 관종이에요. 지금 기자님 눈도 길게 잘 못 마주치잖아요. 그런데 이런 제가 술집에 가면 달라져요. 적극적으로 합석도 하고 서슴없이 깊은 이야기도 하고. 모두의 눈동자를 마주할 용기가 생겨요. 

책을 읽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서 쓰러져도 출근할 수 있도록 여벌의 속옷과 셔츠가 있는 백팩”을 들고 다니셨다고요.

그땐 경기도에 살았거든요. 술 마시는 곳은 거의 망원동인데 심야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 하잖아요. 택시비를 계산하면 안주 두 접시고요. (웃음) 술을 계속해서 마실 수 있게 하는 월급에 대한 집착과 최소한의 사회적 체면 유지를 위한 노력이 묻어나는 아이템들을 짊어지고 광역버스를 타면 여행하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술집을 가기 어려워졌잖아요. 요즘은 ZOOM으로 술을 마신다고요?

원래도 여러 명이 술을 마시진 않아서요. 갈 수는 있었는데 횟수가 많이 줄었죠.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술을 마셨어요. 평일에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거든요.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신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요즘은 ZOOM으로 친구 네 명이 주로 만나요. 제가 취업을 조금 빨리 한 편이라 올해로 직장인 8년차인데요. 아직은 체력이 되는 것 같아요. 

혼술을 하거나 집에서 마시면 돈이 많이 들진 않지만, 술집은 또 다르잖아요. 

결혼을 하고 나니까 돈 쓸 일은 별로 없는데, 먹고 마시는 데 쓰는 지출이 너무 크긴 해요. 남편이랑 가끔 우리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데, 책이라도 나와서 다행인 것 같아요. 뭐라도 남겼으니까요. (웃음) 



내가 할 일을 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술집 사장님들이 이 책의 출간을 환대해 주셨을 것 같아요. 

302호 와인바 사징님은 책을 읽어 보시더니, 와인바에 『아무튼, 술집』을 갖고 오는 손님들에게는 책값만큼 할인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웃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주 들르진 못하지만 좀 상황이 나아지면 거하게 돈을 쓰면서 책을 선물하려고요.

술과 술집의 즐거움을 지나치게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반응하나요? 좀 알아보지 않겠냐고 설득하시나요?

아니요. 그 사람의 인생에는 술 말고 다른 게 있으니까 살고 있겠지 생각해요. 총량의 법칙이 있잖아요. 오히려 걔가 안 마시니까 내가 이렇게 신나게 마실 수 있구나, 이렇게 만족해요. 

광고대행사에서 AE로 일하는 일상이 책에 슬쩍 담겼어요. 회사에서도 술 좋아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나요?

그럼요. 그래서 이 책을 낸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봐요. 내가 할 일을 했다! 생각해요. 

술 맛이 가장 좋을 때는 언제인가요?

일단 안주 맛이 좋고 옆에 승용이(남편) 같은 애들이 공감해주면 최고죠. 같이 술 마시면 좋은 상대는 아무래도 자신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취기, 텐션을 맞춰주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자기 혼자만 맨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기꺼이 취함에 동참하는? 아 그리고 최근에 한신포차에서 배달을 시작했더라고요? 스팸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자마자 숟가락을 밥그릇에 땅 치면서 ‘아! 소주다!’ 싶었어요. 그날은 신기하게 술이 안 취하더라고요. (웃음) 

가장 좋아하는 술은 소맥인가요? 

많이 마시는 건 소주인데 아무래도 위스키를 좋아해요. 가성비가 훌륭하거든요. 한 병으로 따지면 비싸지만 오랫동안 마실 수 있잖아요. 그리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술집』과 어울리는 주종은요?

음, 소주를 많이 넣고 맥주를 조금 따른 소맥이 아닐까요?

아버지가 전작 에세이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200권이나 사주셨다고요. 그런데 이번 책은 아버지께 비밀로 하려고 했다고요. 

네, 정말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검색을 해서 알아내셨어요. 제가 그냥 6월쯤 책이 나온다고만 말했고 굳이 안 봐도 된다고 그랬거든요. 아빠 이야기가 좀 많이 나오니까. 그런데 다섯 권 정도를 사셔서 친구분들께 선물한 것 같아요. 본인은 안 보시고. (웃음) 아마도 아빠가 아빠 친구로부터 책 이야기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책에 털어놓을 수 있는 건, 관계가 많이 회복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지금은 사이가 좋으니까 이렇게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았까 하고요. 

대화를 많이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저는 글로 쓰다 보니까 응어리가 많이 풀렸어요. 하지만 아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 아빠도 극복하는 시간이 필요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아빠가 읽어보고 제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고요. 



만약 또 다른 아무튼 시리즈를 쓴다면 어떤 키워드가 될까요?

‘아무튼, 싸움’이요. 제가 지인들의 감정 싸움에 관해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일단 제가 못난 모습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줘요. 그리고 ‘아무튼, 해장’도 좋을 것 같네요. 




*김혜경

회사 다니고 팟캐스트 하고 글 써서 번 돈으로 술집에 간다. 비록 내 명의의 집은 없지만 세상 모든 술집이 내 집이란 생각으로 산다.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알콜〉 디제이로 활동 중이며, 책 『시시콜콜 시詩알콜』(공저)을 썼다.



아무튼, 술집
아무튼, 술집
김혜경 저
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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