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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 “밝게 그리고 싶었던 그림책 『눈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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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의 신작 그림책 『눈아이』가 출간됐다. 수박과 소라 속, 외계 행성과 유치원을 판타지 세계로 만들어 온 작가가 이번에는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계절을 배경으로 뭉클한 우정 이야기를 선보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은 어느 겨울날 한 아이가 들판에 홀로 있던 눈덩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당근 유치원』 이후 1년 반 만의 신작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당근 유치원』 작업을 끝내고 어디 오래 놀러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해서 여행은커녕 집 밖에도 무서워서 잘 못 나갔어요. 밖에 못 나가고 침대에만 누워서 하나도 안 움직였더니 몸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놀러 못 갈 때 일을 하고 놀러 나갈 수 있을 때 쉬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을 주섬주섬 꺼내 했어요.

『눈아이』는 어떻게 출발하게 된 작품인가요?

원래 같은 제목의 어두운 이야기를 작업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뭔가 잘 안 풀렸어요. 그래서 같은 소재로 밝은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어 봤어요. 그게 지금 출간된 『눈아이』예요. 예전에 한 아이가 녹는 눈사람더러 울지 말라면서 안아 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 일러스트가 이야기가 되었어요. 지금은 먼저 작업하던 어두운 버전의 '눈아이'를 이어 작업하고 있어요. 아마도 새해에는 책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아이』의 시작이 된 안녕달 작가의 일러스트 Don't Cry(2012)

이야기의 도입에서 선생님이 국어 교과서를 들고 계신데, 교과서 속에 '눈아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어요. 『눈아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힌트 또는 상징이 이 글 속에 숨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의 복선 정도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품 속 화자인 아이가 초등학생으로 등장하는데요. 직전에 펴내신 『당근 유치원』의 주인공인 아기 토끼가 자라서 이 친구가 된 것은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펴내신 작품의 세계관을 연결 지으시거나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신작에 등장시키기도 하시는지요?

그런 생각은 종종 하고 있는데 『눈아이』 속 아이가 『당근 유치원』 속 토끼는 아니에요. 토끼는 자기 의사 표현을 잘하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라고 생각하고 그렸고 『눈아이』에 나온 아이는 좀 더 섬세한 성격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그렸거든요.

작가님의 대표작인 『수박 수영장』과 『할머니의 여름휴가』 덕분에 작가님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여름이 생각납니다. 올해에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신작을 출간하셔서 신선하기도 하고 또 반가웠는데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지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겨울을 좋아하시나요?

아니요, 제가 추운 걸 싫어해서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여름에는 신나 하면서 밖에 잘 나가는데 겨울에는 이불 속에서 잘 안 나오거든요. 『눈아이』는 눈으로 된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다 보니 배경이 겨울이 되었는데, 눈을 그려야 되니까 눈이 오면 밖에 나가서 눈아이도 만들고 눈 자료 사진을 찍으려고 설산에도 올라가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겨울이 전보다 좋아진 것 같아요. 사진 찍으려고 올라간 설산이 너무 황홀해서 그날 밤에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도 하얀 설산이 보였어요.


 『눈아이』 작업 중 안녕달 작가가 직접 눈으로 만들어 본 눈아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빵'에는 소가 들어 있나요? '눈빵'은 물맛일까요?

표지 그림 속 눈아이가 아이에게 건네는 빵에는 진흙이 팥소처럼 들어 있어요. 그리고 눈빵은 차가운 맛이 납니다.

'눈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혹시 다름 이름 후보도 있었나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먼저 작업하고 있던 어두운 이야기의 제목이 ‘눈아이’였어요. 거기에도 눈으로 만들어진 아이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눈아이』는 출판사 내에서 '밝은 눈아이'로 불렸어요. 이 책이 먼저 세상에 나와 버려서 먼저 작업하고 있던 어두운 버전의 눈아이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눈아이』 를 읽은 독자님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울컥했다는 감상을 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아이가 눈아이와 다시 만나는 결말 부분에서요. 지금과 같은 결말을 만드시기까지 작가님께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아이와 눈아이가 함께 해를 보다가 눈아이가 사라지는 결말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다시 보면서 추운 계절이 돌아와 두 아이가 만나는 장면을 그리게 되었어요. 이 이야기는 좀 밝게 그리고 싶었거든요. 함께 『눈아이』를 만든 편집자님이 "어떤 아이가 책을 다 읽고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했어요. '둘이 다시 만나서 뿌듯하다는 걸까?' 싶어서 지금 결말에 만족하고 있어요.


 『눈아이』 초기 썸네일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눈아이』 속 한 장면이 있나요? 

눈아이가 '따뜻해서' 우는 장면이요. 아이가 따뜻하게 대해 주니까 눈아이가 녹아 버리는데 그게 우리 마음 같기도 해서요. 우리도 누군가의 따뜻한 말 앞에서 울컥 무너져 버릴 때가 있으니까요.


 『눈아이』 본문 그림

작년에 창비 블로그와 함께하신 인터뷰에서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책 읽기라고 답변하셨어요. 1년간 책을 많이 읽으셨는지,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때 집에서 책이 안 읽혀서 템플 스테이를 찾고는 한다고 답변했는데 저 진짜 템플 스테이 가서 책 읽고 그랬어요. 그때 이후로 편집자님이 책을 많이 선물하고 추천해 주세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는데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의 작업실 풍경은 어떤가요? 작업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혹은 도구가 있나요?

저는 어느 낡은 건물에 있는 공동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는데, 같이 쓰는 사무실 안에 사람당 한 테이블을 놓고 작업하는 식이에요. 서로 서먹해서 작업실 사람들끼리 있으면 적막이 흐르는데 아래층이 노래 교실이라서 쿵짝거리는 리듬과 신나게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매일 ‘아... 여기도 참 희한한 곳이군.” 하면서 일해요. 저는 작업실에서는 해야 되는 일만 하는 편이어서 작업실보다는 제 방에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해요. 특히 침대를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편하게 누워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즘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과 제일 괴로워하는 시간이 언제인가요?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낮잠 자는 시간이고 제일 괴로워하는 시간은 밤에 잠이 안 올 때인 것 같아요. 제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낮쯤되면 왠지 피곤해져서 낮잠을 자거든요. 근데 제가 평상시에 너무 많이 자서 밤에 종종 잠이 잘 안 와요. 잠이 안 오면 생각만 너무 많아지고 힘든데도 저는 대낮에 낮잠 자려고 눕는 행위도 너무 편안하고 좋고, 좀 자다가 일어날 때 기분도 너무 상쾌해서 낮잠을 못 끊겠어요.

최근 보신 그림책 중에 좋았던 작품 몇 편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여름의 잠수』라는 책을 우연히 봤는데 아이가 우울증을 앓는 아빠를 보러 아빠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요. 아이가 병원에서 본 슬픈 아빠와 그곳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또 한 권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책이에요. 너무 아름다운 글과 그림 앞에서 자꾸 멈추게 되는 책이어서 좋았어요.



*안녕달 (작가)

물 흐르고 경치 좋은 산속 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저 멀리 바닷가 마을 학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왜냐면…』 『메리』 『안녕』 『쓰레기통 요정』 『당근 유치원』을 쓰고 그렸다.




눈아이
눈아이
안녕달 글그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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