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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슬 "내리 초보 사랑의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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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운전이었다. “원래 좀 무슨 일에든 정도를 모르고 낙관하느라 급발진하는 경향이 있”(21쪽)는 강이슬은 면허 딸 생각을 하자 운전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생각에 이른다. 애인과의 드라이브, 친구와의 여행, 한껏 확장되는 자유. 그래서 운전 학원에 등록했다. 현실은?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저자 강이슬이 운전과 비건, 나아가 삶에서 맞닥뜨린 수많은 ‘첫’ 순간을 기록하며 세상의 초보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눈물 나는 실패와 무릎 탁탁 털고 일어나는 결기가 가득하다. 그 모든 순간이 유쾌하고 따뜻하다. 강이슬은 도전하는 마음, 시작 앞에서 덜덜 떠는 마음이야말로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묻는다. 그리고 희망하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초보 시절을 더 기억하면 좋겠다고. 그로 인해 이곳이 타인의 초보 시절에 사랑을 갖고 공감하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포기든 실패든 다 결과적인 일이고요. 그저 내가 이 삶의 방향을 약간 틀었다는 측면에서, 혹은 내 삶에 조금 더 양념을 쳐줬다는 측면에서만 봐도 너무 재미있잖아요.”라는 그의 말에는 ‘내리 초보 사랑’의 기운이 풍요롭다.

“책을 쓰며 쓰는 동안 내 안에 사랑이 싹 드는 기분을 많이 느꼈어요.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처음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자기 좌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애를 쓰는 게 눈에 보이고요. 저의 초보 시절도 너무 많이 생각이 났어요.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서 떨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많이 생기는 경험을 했죠.” 



실수의 웃긴 점 

살면서 맞게 되는 수많은 ‘처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처음 앞에 서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궁금한데요. 이른바 ‘초보자 응원 에세이’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이 책을 쓰도록 한 결정적인 계기는 운전면허 학원이었어요. 학원비가 비싼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운전 학원은 운전 외에도 커다란 삶의 철학을 알려주는 곳이었죠.(웃음) 일단 학원 선생님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운전이 처음인 사람을 이렇게나 답답해 하는 건 법으로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할 정도로요. 자신들도 초보자였을 때가 있었을 텐데 어쩌면 이렇게 냉정하고 초보의 입장을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또 도로 주행 연습을 할 때도 그랬어요. 다른 차들이 노란색 학원 차를 귀찮아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조금만 천천히 가거나 안전거리를 지키려고 하면 트럭이 끼어들고, 신호가 바뀔 때 조금만 늦어도 바로 빵빵거리고요. 그게 너무 서러웠고, 점점 운전 배우러 가기가 싫었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억울해진 거예요. 비싼 돈 내고, 운전은 못하고, 우울하고, 상처만 받고 끝내면 너무 억울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 얘기를 콘텐츠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책의 기획이 먼저 작가님 안에 있었던 거군요? 

제가 원래 엄청 즉흥적인데 지구력이 별로 없거든요. 운전면허 학원에 간 날 진짜 너무 서러워서 이렇게는 너무 억울해서 진짜 작은 판형으로 독립 출판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는데요. 또 실행력은 없으니까 그냥 아이템 리스트에 넣어둔 거예요. 놀랍게도 그 시점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편집자 님과 만나서 요즘 새로 시작하는 게 많다는 얘기를 나눴죠. 운전도, 비건 지향적인 삶도 초보적인 단계라고요. 그렇게 책을 함께 구상했고요. 처음 가제도‘채식과 운전’이었어요.

“나의 꿈은 강이슬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강이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 되는 것”(33쪽)이라는 말이 참 좋았거든요. 그것이 작가님의 계속된 도전의 동력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옛날에는 ‘세상아 덤벼라’ 이런 태도였는데요.(웃음) 요즘은 그냥 ‘세상이랑 놀자’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친구들은 제가 많이 순해졌다고들 얘기하거든요. 신입 시절에는 진심으로 실수하느니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실수에 대한 강박이 컸어요. 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 확인을 해도 생기는 게 실수더라고요. 더구나 이미 벌어진 실수에 너무 매몰돼 있으면 더 우울하고 슬프죠. 지나고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실수를 하면 그 실수의 웃긴 면모를 좀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하게 됐어요. 

실수의 웃긴 점이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생긴 직업병 중 하나인데요. 아이템을 엄청 많이 짜야 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템이라는 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여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템을 내 생활에서 많이 찾게 되더라고요. 실수를 하고, 좌절하다가도 ‘이걸 대본화 시키면 어떨까, 이거 좀 웃기지 않나?’ 하면서 조금 웃게 되고요. 그게 엄청 도움이 되더라고요. 어떤 실수를 크게 저지르더라도 코미디의 넓은 세상에서 보면 그냥 에피소드 하나로 줄여지는 거죠. 진짜 너무 슬픈 것마저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연습이 많이 됐어요.

운전에서 시작해 운동, 비건 등 다양한 영역에 자신을 초보의 상태에 놓으시더라고요. 작가님은 원래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덜한 편이세요? 

원래는 아니었어요.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요. 중학생 때 특별활동 수업을 비즈공예부로 들어갔어요. 당시 유행이었거든요. 그런데 제 손재주가 꽝이었던 거죠.(웃음) 그러면 그냥 단순한 걸 만들면서 즐기면 되잖아요.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비즈로 가방을 못 만드는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비즈 시간만 되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만들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내가 뭔가를 못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말이에요. 그러다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편하다는 걸 살면서 서서히 알게 됐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겁날 때마다 ‘나는 히어로다’ 주문을 외요”(242쪽)라고 했는데요. 이 역시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된 주문이겠네요. 

처음에는 엄청나게 못했던 것들도 나중에는 잘할 수 있게 되죠. 그게 너무 감격스러울 때가 있어요. 내가 이걸 이렇게 할 줄 알게 됐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얼마 전에도 처음 방송 작가를 하던 때의 동기들과 만났는데요. 시간이 벌써 9년이나 지난 거예요. 그때는 하나 하나가 어려워서 선배들한테 계속 질문하고, 모르는 방송 용어 외우느라 애쓰고 그랬거든요. 그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 보니 정말 많이 컸더라고요.(웃음) 참 대견했어요. 어릴 때 헤맨 것들이 지금 다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싶었죠.



헛수고가 아니다

책은 작가님이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면허를 딸 때까지의 이야기를 굵은 줄기로 삼고 있잖아요. 궁금했어요. 그래서 지금 작가님의 운전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웃음) 

지금은 부모님 집에 갈 때마다 일일보험을 들어서 아빠랑 하루 2시간 정도 연습을 하는데요. 진짜 처음에 비하면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렇지만 아직 혼자서 운전을 하면 굉장히 위험할 정도예요.(웃음) 얼마 전에는 책 홍보를 위해 유튜브 촬영을 했는데요. 마지막 코너가 제가 직접 운전을 해서 어딘가로 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제 옆에 타셨던 편집자 님이 비명을 너무 지르시더라고요. 깔끔하게 실패했습니다.(웃음)

마침내 면허를 따고 조금씩 운전을 하게 된 지금의 강이슬이 처음 운전면허 학원에 갔던 강이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일단 가장 해주고 싶은 얘기는 “너 그걸로 책 낼 거다, 영판 헛수고가 아니다(웃음)”예요. 이 얘기를 해준다면 더 힘내서 엉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기죽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요. 당시에는 ‘나는 왜 이렇게 바보 멍청이일까’ 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말 나쁜 건 저에게 그렇게 윽박지르던 학원 선생님들과 도로 위에서 만난 잔인한 운전자들이잖아요. 당시에는 제가 너무 못하니까 “제가 본 학생 중에 제일 못합니다”라는 말을 믿었는데요. 알고 보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얘기들을 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자책하던 저에게 그건 그저 레퍼토리니까 너무 기죽지 않아도 괜찮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학원에서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어쩜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초보 시절을 잊고, 초보가 가진 불안함과 두려움을 공격하는 걸까 싶었어요.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면서 반성을 많이 했는데요. 운전이라는, 내가 가보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했어도 내가 안온하게 있던 나만의 그룹에서는 나 역시 그런 꼰대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더라고요.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리는 게 초보 시절의 기억 같은데요. 진짜 그 기억을 잘 간직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을 해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초보시절, ‘못했던 나’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초보 시절 잊어버리는 사람 좀 재수 없잖아요. 저는 진짜 재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처음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살 만해질 것이다.”(238쪽)라고 하셨죠. 중요한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내리 초보 사랑의 세상’이라고 저는 표현했는데요. 초보 운전자 강습생을 돈 내고 배우러 온 타인으로만 볼 때는 그가 운전을 못하는 게 내 일거리를 늘려주는 너무 귀찮은 상대일 뿐이죠. 하지만 내 초보 시절을 기억하고, 상대를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된다면 ‘너무 힘들지, 나도 알아, 그러니까 내가 더 잘 알려줄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미를 배우는 곳이든 일터든 진정한 공감이 있다면 다를 것 같고요.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무엇보다 나의 초보 시절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상대방이 어려워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내가 겹쳐 보인다면 좀 덜 냉정해지지 않을까요.

특히 아버지와의 일화가 재미있는데요. 아버지께서 정말 포용적이고, 작가님에게 응원이 되는 존재시더라고요.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어쩌면 이렇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었을까, 늘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저와 아빠의 관계가 더 긴밀할 수 있었던 건 아빠가 참 잘 들어주는 분이라는 점이거든요. 그게 저희 아빠를 남다른 아빠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들어준다는 것은 곧 상대를 이해해보려고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잖아요. 저희 아빠는 딸들에게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 서로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딸로서도 ‘우리 아빠는 내 얘기를 일단 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어려운 얘기도 어렵지 않은 얘기가 되고요. 저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흔히 부모님한테 말 안 하게 되는 연애 얘기 같은 걸 아빠한테 정말 많이 얘기했었어요.

바꿔 말하면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게 작가님의 목표이기도 하겠어요. 

맞아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싶어요. 잘 들어주는 줄 준비는 누구나 되어 있을지 몰라요. 문제는 상대가 말을 하고 싶게 하는 사람이 되었느냐죠. 조금이라도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래서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생각도 요즘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점점 후배들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가님은 스트레스도 지나치게 안 받는 성향에, 탁월한 긍정성을 갖고 계시잖아요. 자신의 그런 성향이 초보의 상태를 지나치게 괴로워하지 않는 데에는 어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저는 저의 실수가 도덕적으로 그른 일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닌 이상 진짜 별로 무섭지 않거든요. 실수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열심히 했다는 걸 부정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이 실수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려고 해요. 운전할 때도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돈도 많이 냈는데 왜 나는 운전을 못할까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세상을 너무 오만하게 살았다는 자기 반성을 하는 거죠.(웃음)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이렇게 떨어보는 기회가 별로 없었구나, 이건 어쩌면 내 인생에 한 번쯤 꼭 와야 하는 긴장의 순간인가보다,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생각이 초보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다양한 것들에 도전하고, 포기도 하면서도 정말로 내가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지켜나가는 모습도 눈길이 가요. 현재 작가님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가 비건 지향 생활이잖아요. 

비건 지향 생활을 한 지 2년 가까이 됐어요. 처음에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당황했는데요. 지금은 어느 카페에 비건 메뉴가 나왔다고 하면 팀원들이 먼저 알려주고, 저보다 더 기뻐해줘요. 정말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죠. 더구나 팀원들 사이에서 고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없는 것이라는 선입견도 사라졌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엄청 감사하고 뿌듯하죠.

하지만 방송 작가 일을 하면서 겪게 마련인 신념과 일 사이의 충돌에 대해 고민하신 부분도 있었죠. 지금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세요? “비건계의 만만한 예시가 기꺼이 되고 싶다”(154쪽)고 하셨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아요. 평소 개인적인 식생활에 있어서는 어려운 일이 전혀 없는데요. 일은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동료들과 같이 애쓰는 프로그램이라 힘들 때가 있어요. 답사를 가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요. 그럴 때는 양념 정도, 혹은 덩어리가 지지 않은 선에서 타협을 하죠. 그런데요. 흔히 비건을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이 ”진짜 대단하다, 나는 절대 못해”거든요. 저는 그건 안 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한 달에 한 끼라도 의식적으로 채식을 한다면 그것도 비건 지향 생활을 하는 거거든요. 그것은 나는 절대 못한다고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요. 식생활이 정 어렵다면 옷이나 다른 제품을 살 때 동물 소비를 하지 않는 것 또한 비건 지향이에요. 누구나 어떤 일도 완벽할 수 없거든요. 완벽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데 비건에 대해서는 너무 완전한 것만 생각하니까 더 멀게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방금 말씀은 책 전체에 담긴 메시지이기도 할 것 같아요. “이도 저도 아닌 완벽주의자 말고 확실한 헐렁주의자로 살아버리겠다”(105쪽)고도 하셨죠. 포기마저도 성과로 바라보자, 그러므로 과정을 중요하게 보자는 이야기예요. 

맞아요, 아무것도 안 했을 때의 나와 뭔가를 했을 때의 나는 다르죠. 뭔가를 해봤다면 포기를 하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어쨌든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주 달라요. 1년도 아니고요. 그냥 하루 전의 나도 너무 다르거든요. 1초 단위로 봐도 그래요. 뭔가를 시작한 순간 바뀐다고 생각해요. 어떤 의지를 가지고 일단 한 거니까요. 그것은 그 자체로 칭찬받아 마땅한 것 같아요. 포기든 실패든 다 결과적인 일이고요. 그저 내가 이 삶의 방향을 약간 틀었다는 측면에서, 혹은 내 삶에 조금 더 양념을 쳐줬다는 측면에서만 봐도 너무 재미있잖아요. 또 시작을 한다는 것, 사실은 별 것 아니거든요. 포기를 두려워하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지만요. 도덕적으로 어긋나거나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처음의 순간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실수로 괴로워하거나 분들에게 작가님이 전하는 응원의 말이 있다면요? 

예전부터 많이 하는 생각인데요. 나중에 늙어서 생각할 때 무엇을 시작했다고 후회할 게 있을까, 싶거든요. 따져보면 보통은 아니더라고요. 시작한 걸 후회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얼마 전에는 친구가 모아 놓은 돈으로 어학연수를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친구에게 무조건 가라거나 가지 말라고 하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네가 70대의 노인이 돼서 뒤돌아봤을 때 이 순간이 후회될까? 젊은 날의 도전으로 생각하면서 웃을 수 있는 영웅담이 될까?”라고요. 제 경우 인생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할 만한 시작은 없었어요. 예를 들어 수영을 배우는 도전은 작은 거지만 막상 앞에 닥쳤을 때는 너무 고민들이 많잖아요. 일찍 일어나야 되고, 회사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갈 거고요. 그렇지만 이것을 원근법처럼 멀리서 보면 달라요. 수영을 하는 노인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잖아요. 그런 식으로 작은 선택을 할 때도 좀 멀리서 바라보는 그런 연습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선택하기가 수월할 것 같아요. 




*강이슬

이렇게나 못하는 운전을, 수영을, 채식을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 나’를 믿는다. 초보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미래를 지키러 온 히어로의 마음으로, 기꺼이 초보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놀라운 토요일>, <SNL 코리아>, <인생술집> 등 TV 프로그램에서 근면하게 일하는 방송작가. 제6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아 에세이 『안 느끼한 산문집』을 출간했고, 『새드엔딩은 없다』를 썼다.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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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슬 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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