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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훤 “보아 오빠? 나는 베토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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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월광’에 담긴 것은 달빛이 아닌 실연

클래식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은 어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는 만큼 방대한 역사를 품고 있는 까닭에, 클래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예술적 경향, 작법, 상징에 이르기까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클래식이란 말 앞에서 ‘너 되게 낯설다’는 말만을 남기고 뒤돌아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쉽고, 흥미롭고, 친절한 ‘클래식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클래식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맞선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림이 주는 감동과 음악이 주는 감동은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예술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음악과 미술, 문학이 주는 감동은 각각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곡의 소나타가 어떤 그림을 더 잘 설명해줄 수 있고, 사연을 품은 그림 한 점이 어떤 음악을 더 깊이 듣도록 우리를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화가와 음악가를 짝지어 그들의 스토리를 구성해보았습니다. (p.7~8)
“예술 각 분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대통합을 이루는 예술적 ‘통섭’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접근법이자 감상법”이라고 말하는 저자 권순훤. 그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의 주인공으로 스물다섯 쌍의 미술가와 음악가를 선택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헨델, 렘브란트와 바흐, 고흐와 드뷔시, 모딜리아니와 드보르자크와 같은 ‘환상의 짝꿍’을 찾아낸 것이다. 두 예술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그들의 삶 속에 숨어 있었다. 미켈란젤로와 모차르트는 천재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작품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클림트와 베토벤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그와 같은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묻어났음은 물론이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안에 감춰진 경고의 메시지도, 클림트의 「키스」 가 황금빛 채색에 어울리지 않는 애잔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이유도, 달빛을 연상시키는 베토벤의 <월광>에서 비장함과 분노가 느껴지는 이유까지도, 해답은 그들의 삶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는 보여주는 음악, 들려주는 그림을 통해 어렵고 딱딱한 이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클래식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준다. 생소하지만 반갑기 그지없는 이 시도는 2008년 ‘이지 클래식-미술관에 간 피아니스트’ 콘서트를 통해 시작되었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피아니스트인 저자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무대였다. 관객에게 익숙한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직접 선정하고 소개했다. 공연은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랑 받았고, 그 이야기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로 다시 태어났다. 모두가 클래식의 진입 장벽을 허물기 위한 저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클래식의 대중화’는 피아니스트 권순훤의 행보를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서울대 피아노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영국 왕립음악원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유학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클래식의 디지털 음원화 작업. 음악전문스튜디오 ‘네오무지카’의 문을 열고 50장이 넘는 클래식 디지털앨범을 정규 발매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음악 교과서 음반을 제작하는 한편 어린이를 위한 ‘체르니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 서로 다른 클래식 음악을 교차 편집해서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고, 여기에 연기자와 댄스팀을 출연시키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클래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매번 파격적인 시도를 거듭하는 이유는 물론 ‘클래식의 대중화’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피아니스트’ 권순훤과 만났다.




뭉크의 「절규」 를 보고 떠오른 바흐의 작품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출간과 함께 동명의 앨범을 발매했어요. 책에 소개된 음악 중에서 제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네오무지카’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30곡을 실었어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의 독자 분들께 부록으로 제공해 드리기도 했고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음악과 미술 작품에 대해서 배우지만 졸업하면 기억나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음악도 들으면 효율적인 문화 서적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책 속에서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선택하신 건 무엇이었나요?

미술 작품이든 음악 작품이든 창작 당시의 예술가의 심정을 표현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베토벤은 <월광>을 쓸 때 줄리에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죠. 그녀는 귀족 가문의 소녀였는데 음악가라는 베토벤의 직업은 높게 평가 받지 않았었거든요. ‘내가 과연 그녀와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암울했던 거죠. <월광> 1악장이 굉장히 어둡고 슬픈 이유예요. 결국 <월광>이 다 완성될 때쯤에 줄리에타는 집안의 뜻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는데요. 그때 베토벤이 느꼈을 분노가 3악장에 담겨있죠. 보통은 <월광>을 ‘달빛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소나타’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분노는 사실 달빛이랑 상관없는 거잖아요. 이렇게 작품을 만들 때 작가의 기분을 알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찾으려고 거의 1년 동안, 매일 밤 12시까지 책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죠.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당시 ‘작가의 심정’이라는 말이네요.

그렇죠. 학구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건 전공자들이 하면 되는 일이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다 공부한 후에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분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학구적으로 다가가면 일단 지루해져요. 먼저 작품의 동기나 처음에 어떤 심정으로 썼는지를 알고 음악을 즐기게 된 다음에 학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느낀 피아노의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칠 수가 있잖아요. 예전에는 가요도 참 많이 연주했어요. 김건모의 <미련> 같은 곡이요.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바로 표현해낼 수가 있으니까, 그런 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불후의 명곡 : 박진영 편』『불후의 명곡 : 발라드 편』처럼 가요를 피아노로 편곡해서 악보집을 출간하기도 했죠. 피아노라는 악기가 음역이 가장 넓잖아요. 건반이 88개이다 보니까 클래식 악기 중에 가장 많은 음들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고, 마음대로 풀어낼 수도 있죠. 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림을 읽는 방법은 어떻게 배우게 되셨나요?

2007년에 영국 왕립음악원에 시험 보러 갔을 때 파리를 들렀어요. 거기에서 도슨트(docent,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을 상대로 전시물과 작가 등을 설명해주는 사람-필자 주)를 한 명 만났죠. 한 번은 그 친구가 한 번 오르세 미술관을 견학시켜주면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관광 가이드까지 했을 정도로 그 분야에서 능력 있고 유명한 친구였거든요. 그때 붓 자국부터 시작해서 어떤 정신 상태를 반영한 건지, 마네의 「올랭피아」 에서 까만 고양이는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주더라고요. 사실 그런 부분을 알지 못한 채 미술관에 가면 그림 앞에 멀뚱멀뚱 서 있다가 그냥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이렇게 재밌는 얘깃거리가 있구나, 이런 걸 알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림의 스토리와 음악의 스토리를 엮어서 공연을 하게 된 거예요.

책에 소개된 예술가 혹은 작품들 중에 특별하게 인연을 맺은 경우도 있나요?

클림트의 경우에는 예전 여자친구 때문에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클림트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 전에는 클림트의 그림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키스」 같은 작품도 ‘그냥 뽀뽀하는 모습이구나’ 하고 말았죠. 그런데 알고 봤더니 정말 재밌는 스토리가 있는 거예요. 클림트의 남동생과 플뢰게의 언니가 부부였기 때문에 클림트와 플뢰게는 겹사돈이 되지 않는 이상 맺어질 수 없는 관계였죠. 두 사람이 굉장히 사랑하면서도 그걸 가슴 속에 담고만 살았던 거예요. 그 이야기를 알고 나니까 ‘완성되지 못한 사랑을 그림 한 장으로 영원토록 남겨놨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클림트의 「키스」 를 보면 남자가 여자의 입술이 아닌 볼에 입을 맞추고 있잖아요. 그 여자는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요. 심지어 둘은 절벽에 서 있어요. 하지만 어찌 되었든 후대 사람들은 그림을 보면서 클림트와 플뢰게를 연상할 수 있는 거고, 두 사람은 그림 안에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겠죠. 참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베토벤의 <월광> 같은 경우도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해 음악으로 편지를 쓴 거잖아요. 나는 외롭다고, 암울하다고, 화났다고요. 이렇게 감춰져 있는 이야기들이 예술을 즐겁고 재밌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림을 보고 순간적으로 특정 음악이 떠올랐던 적도 있나요?

바로 떠오르는 것 보다 배경지식이 갖춰지면 훨씬 더 잘 연상되는 것 같아요. 그림을 통해서 작가의 인생을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이런 적은 있었어요. 뭉크의 「절규」 를 봤을 때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와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비탈리의 <샤콘느>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샤콘느>가 날카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의 곡이니까요.




‘열정’으로 클림트와 비견되고 싶다

기존의 클래식 공연에 대해 쓴 소리를 했습니다. “관객을 배려하기보다는 자기자랑을 하고 있다”고요.

처음에 일본 음식이 미국에 소개됐을 때 미국 사람들은 날 것을 어떻게 먹냐고, 미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먹지 않았대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한테 맞게 살짝 익혀서 주기도 하면서 입맛을 끌고 온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일본 사람들이 자존심을 굉장히 낮췄던 거죠. ‘이 맛있는 걸 왜 익혀서 줘야 하나’ 하고요. 음악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사람이 있음으로써 클래식 음악이 조금 더 쉽게 소개되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들 중에 누군가는 더 어렵고 힘든 클래식에도 도전하게 되겠죠. 그 사람들이 결국에는 클래식의 팬으로 추가될 거라고 생각해요. 뭐든 관심을 가져야 발전이 이루어지잖아요. 일단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죠. 그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려면 대중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다가오지 않으면 클래식 음악을 하는 저희들은 계속 활동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계 안에서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프랑스에서 유학한 음악가가 귀국 독주회를 하는데 프랑스 클래식 음악으로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 결국엔 자기 자랑을 한 거죠. ‘내가 프랑스 음악을 들려줄 게 들어봐’라는 태도인 거예요. 저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이렇게 재밌는 음악이 있습니다. 들어보세요. 이렇게 재밌어요’ 이렇게 맛보기를 보여줘야죠. 소화할 수도 없는 음악에 쉽게 다가올 수는 없잖아요.

클래식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일단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고 나면 마니아가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클래식 마니아가 3천 명 정도 있다고 해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유료 관객층 중에 마니아로 분류되는 사람이 3천 명 정도라는 거죠. 전 국민의 1만 분의 일도 안 되는 거예요. 그 숫자를 늘리려면 일단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야죠. 일단 알아야 좋아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겠어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아는 만큼 들리는 거죠. 클래식 음악 중에서 바로크 음악 같은 경우는 400~500년 전에 탄생한 거예요. 그동안 음악이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졌다는 건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거잖아요. 그만큼 가치가 있고 매력이 있는 거겠죠. 그러니까 클래식이죠. ‘이래서 클래식이 좋은 거야’ 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클래식이 클래식인 이유’죠.

클래식의 대중화와 함께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피아니스트로서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직은 말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류이치 사카모토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고, 작곡가이기도 하고, 영화음악 감독이기도 하죠. 방송 프로도 자주 하고 굉장히 다방면에서 활동하죠. 그의 직업은 그냥 류이치 사카모토인 거예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먼 훗날에 사람들이 제 직업에 대해서 생각할 때 ‘피아노도 치고, 공연도 하고, 책도 쓰고,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현재 그는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반 프로덕션도 경영하고, 그냥 권순훤이네’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저는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때까지 저는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 허브(Hub)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에서는 클림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클림트처럼 살 수 있다면 굉장히 좋죠. 고흐는 상업적으로 실패해서 가난하게 살다 갔잖아요. 고갱도 지금은 ‘타히티의 풍광을 그림에 담아낸 훌륭한 화가’로 인정받지만 생전에는 정말 비참한 인생을 살았잖아요. 그런데 클림트는 본인이 뛰어난 능력이 있었고 분리파를 창설하기도 했죠. 결국 분리파에서 쫓겨났지만 그는 아쉬운 게 없는 거예요. ‘내가 잘났는데 뭐 어때’하면서 개의치 않고 본인이 이뤄놨던 부와 명예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했어요. 그러니까 생전에 본인의 능력을 다 발휘하고, 그 결과를 모두 누리다가 편하게 간 거죠. 결혼은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어쨌든 굉장히 멋있게 산 남자 같아요. 그리고 르누아르도 굉장히 좋고요. 어떻게 보면 조금 속물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예술을 널리 알리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걸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어떤 삶을 살았던 예술가에게 끌리는 것 같나요?

솔직히 재밌는 건 카라반조의 삶이죠(웃음). 하지만 제가 살고 싶은 삶은 클림트처럼 본인의 능력을 잘 발휘하면서 누리는 거예요. 루벤스처럼 존경 받으면서 모범생다운 삶을 사는 것도 좋죠.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더 현실적으로 좋은 게 아닐까요(웃음).

책에 소개된 ‘환상의 짝꿍’들은 저마다 열정, 사랑, 다양성 등의 연결고리로 맺어 있습니다. 저자의 삶은 어떤 키워드로 이야기 될까요?

‘열정’이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항상 뭘 해야 되거든요. 약간 일 중독자 같은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열정이라는 키워드가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10년 후에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안정’이라고 답할 지도 모르겠지만요(웃음). 제가 7년동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100회 이상 공연을 했어요. 앨범을 30장 넘게 발매했고, 프로듀싱 한 앨범도 50장이 넘어요. 4권의 악보집과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도 출간했죠. 정말 안 쉬고 달렸는데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게 될 것 같아요(웃음).

‘열정’이라는 키워드로 저자와 비견될 예술가는 누가 될 것 같나요?

역시 클림트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상업적으로 성공도 거뒀고, 어디에서나 아쉬울 것 없는 당당한 예술가였으니까요. 칸딘스키의 경우에는 ‘이 사람은 예술가일까 행정가일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맡고 있던 직책만 봐도 ‘이 사람 그림을 그릴 시간이나 있었을까’ 싶거든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에서 ‘멀티 플레이어’라는 키워드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이야기했어요.

다빈치는 멀티 플레이어 정도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작품들을 남긴 걸 보면,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루벤스와 들라크루아도 멀티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들라크루아는 문학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쇼팽과도 교류가 두터웠죠. 화가이면서 음악 작품도 남겼고, 음악가들과도 많이 교류했죠. 그러고 보니 들라크루아가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네요.




‘보아 오빠’라는 수식어, 부담감은 많죠

늘 ‘보아의 큰 오빠’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부담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나요?

어쩔 수 없어요. 그게 현실이에요. 여동생이 너무 유명하니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동생을)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보아 오빠’라는 수식어는 제가 싫다고 해서 떼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열심히 살다 보면 그 수식어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빠질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부담감은 당연히 많죠. 동생이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제가 못하면 안 되잖아요. 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죠. 사고 치면 안 되니까요(웃음). 제가 실수를 하면 ‘권순훤’이 실수한 게 아니라 ‘보아 오빠’가 실수한 게 되잖아요. 어디 가서 행실을 잘못해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항상 조심하게 돼요.


‘피아니스트’ 권순훤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도 할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처음부터 했는데요, 그 수식어는 제가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떨어질 거라고 생각 돼요. 제가 쓰지 말라고 해서 사람들이 안 쓰는 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활동을 계속 하고 쌓아놓은 게 많다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 반응이 ‘보아 오빠이기도 하지?’ 이렇게 바뀌겠죠. 그러다 보면 ‘권순훤이 보아 오빠였어?’ 이렇게 될 수도 있겠고요. 그러니까 쉬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세 남매가 모두 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이에요. 부모님으로부터 영향 받은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버님께서는 방송국에서 근무하셨고, 어머님께서는 에세이 『황금률』을 출간한 작가세요.

아버지께서는 TBC에서 카메라맨으로 활동하시면서 음향 관련 일도 하셨어요. 인력이 부족하던 시절이니까 여러 장비를 다루셨던 거죠. 부모님께서는 저희가 뭘 하고 싶은지 아시고 지원해 주셨어요.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기를 바라지 않으셨죠.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남매가 클래식과 대중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데요. 음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나요?

오히려 안 해요. 가끔씩 동생이 멜로디를 쓰고 나서 화음을 넣어달라고 하면 만들어 주기는 해요. 그런데 깊은 이야기는 서로 안 해요. 어차피 서로 분야가 다르니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가가 됐잖아요. 그러면 서로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요. 여동생 콘서트에 가서 무대를 보면 정말 대박이에요(웃음). ‘저렇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뒤에서 피땀을 흘렸을까’ 보이거든요. 말 하지 않아도 보여요. 여동생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오히려 고수가 될수록 서로 알아보고 말이 필요 없는 거죠. 그런데 남동생과 여동생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니까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예를 들어서 ‘뮤직 비디오 촬영할 때 앵글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잖아요. 그런 차이는 있더라고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의 감상법은 무엇일까요?

식사 후에 커피 한 잔, 과일 한 조각 맛보는 기분으로 즐기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 클래식-미술관에 간 피아니스트’ 공연을 기획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 책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친숙한 음악과 그림을 소개했어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를 통해서 그림과 음악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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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권순훤 저 | 쌤앤파커스
2008년에 시작되어 클래식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수년째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현대 클래식 공연의 가장 성공적인 표본이 되고 있는 ‘권순훤의 이지 클래식 - 미술관에 간 피아니스트’가 책으로 나왔다. 미켈란젤로와 모차르트, 렘브란트와 바흐, 모네와 슈베르트, 고흐와 드뷔시… 대체 이 위대한 예술가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류 최고의 화가와 음악가들의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 62점의 명화와 67곡의 클래식 음악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상상초월 클래식 오디세이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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