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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화가 권기수, 예스24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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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날을 맞아 예스24와 권기수 화가가 만났다. 권기수 화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가 그린 동구리는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평을 받으며 널리 사랑받았다. 동구리 모습은 누가 다가가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친근하다. 이러한 친근함 덕분에 권기수 화가는 여러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하기도 했다. 2014년 책의 날, 동구리가 등장한 곳은 기프트카드쇼핑백. 기프트카드쇼핑백 모두 책의 날을 기념해 스페셜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다.

 

 권기수 동구리

 

동구리 곁에 있는 누군가가 있다 

 

예스24와 어떤 계기로 콜라보레이션 하게 되었나요?

 

콜라보레이션은 작가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기획하는 사람의 제안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제안을 받고 흥미로웠습니다. 책과 하는 프로젝트는 매력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독자가 봤을 때 내 작업 이미지와 책의 날, 온라인 서점을 연상하게 할 수 있는 걸 고민했어요. 동구리가 책을 읽는 모습을 경쾌하고 즐겁고 따사롭게 적용하는 데 포인트를 맞췄죠.

 

동구리 옆에 동물을 넣은 의도는?

 

엄밀히 말하면 자기 자신이에요. 나와 나를 투영할 수 있는 새로운 대상을 넣으려고 했는데요. 너무 똑같은 모습으로 하기보다는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어요. 반려라는 개념까지 도입한 건 아니지만 고양이나 강아지와 같은 친근한 모습을 빌려 왔어요.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굉장히 절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요. 동물로 봐도 되고, 인격적인 존재로 봐도 됩니다.

 

왜 기프트카드와 쇼핑백이었나요?

 

처음에는 머그컵, 유리컵을 의논했어요. 그런데 머그컵, 유리컵은 다른 데서 많이 응용해봤어요. 좀 더 재밌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외국에서 쇼핑백 디자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효과가 좋았습니다. 다만 상품으로 받기에 쇼핑백은 약소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있었죠. 그래서 반은 찬성, 반은 다른 걸 생각해 보자고 요청했는데요. 예스24에서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고 제가 제안한 거 이상으로 좋아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기프트카드랑, 쇼핑백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러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했습니다. 여러 기업이 동구리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획자 분들이 동구리를 여기저기 써먹을 데가 많아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수년간 큰 기업에서부터 1인 기업까지 여러 기업체와 협업했는데요. 제 작품에 디자인적 성향이 강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레이아웃 잡기 굉장히 수월합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아무 부분에나 넣어도 레이아웃이 맞아 들어가서 작업하기 편하다고 말하더군요. 나쁘게 보면 가벼워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예술이라는 게 가볍든 무겁든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면 생명력이 길어지니까요.

 

예술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예술이 도 닦는 것처럼 뭔가 특별한 게 아니고요. 남들도 다 생각한 것을 표현까지 하면 예술이 아닐까 해요. 일반적으로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표출까지 하지는 않죠. 독특한 사고를 한다든지, 기이한 삶을 사는 게 예술가가 아니라 머리에 있는 사고를 표출하면 예술가죠.


권기수 동구리

 

동구리는 슬픈 기호


동구리가 밝고 경쾌한 이미지인데요?

 

우선 저는 캐릭터라는 말보다는 기호나 심볼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동구리는 굉장히 슬픈 기호죠. 서커스의 피에로와 비슷해요. 피에로는 웃겨주는 역할이지만 행동은 굉장히 슬프죠. 넘어져야 하고, 뒤집어져야 하고, 실수를 많이 해야 합니다. 동구리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는 사람의 모습이에요. 역설적으로 행복을 전해 주고 있네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흘러가진 않지만, 결과가 나쁘진 않네요.

 

동구리 외에 다른 만들고 싶은 상징은 없나요?

 

원래 동구리와 어울리는 여러 가지 모양을 10개 이상 만들었어요. 팝 아트나 캐릭터 작업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어서, 동구리만 남겼죠. 다른 도상은 항상 찾고 있는데,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아직은 동구리로 할 얘기가 많이 남아 있고요. 딱히 동구리에 집착하는 건 아니지만 버리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순리적으로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가 오겠죠.

 

동구리라는 기호와 완전 딱 떨어지는 브랜드, 상표가 있을까요? 협업해 보고 싶은데, 아직 안 해 본 기업이 있다면?

 

브랜드를 가리진 않아요. 그 회사가 문화, 예술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봅니다. 예를 들어 철강 회사라고 해도, 미술을 사랑한다든지, 미술에 협찬한다든지, 운영진이 미술을 사랑한다고 하면 충분히 협업할 수 있어요. 선호하는 브랜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와 그 회사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만 제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콜라보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제 삶과 연결할 수 있는 회사라면 어느 회사든지 환영합니다.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는데요. 엉뚱한 질문이긴 한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콜라보를 제안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질문인데요. (웃음) 상식적이고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행동과 실천을 한다면 충분히 서로 도움을 나눌 수 있겠네요.

 

선거 벽보나, 홍보물에 디자인 요소가 너무 없지 않나요?

 

유권자의 상당수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드신 분이고요. 그분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죠. 그분들은 형식 파괴를 싫어하지 않을까요? 예술에서는 형식 파괴가 중요한데 말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포스터가 예술화되면 보수 정당이건 그렇지 않은 정당이건 유권자가 당황스러워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젊은 후보라면, 과감하게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법 테두리 안에서 파격적인 걸 시도하는 거죠.


03.jpg


길게 보면 발전한 한국 예술계, 하지만...

 

권기수 화가의 작품 세계를 형성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많아요. 크게 보면 일상 모든 게 아이디어 소스죠. TV를 보다, 책을 읽다, 대화를 나누다, 고민을 하다 떠오른 모든 게요.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의 큰 원류는, 대학원 다닐 때 석사 논문 썼을 때에서 나왔어요. 조선 후기 중인 문화를 여항 문화라고 하는데요. 문학 쪽에서도 크게 다루는 분야이기도 하죠. 그때 작가를 연구하면서 작가의 희망이라든지 실천, 한계에 관해 고민했어요. 특히 한계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상황이 지금에 제가 처한 상황과 많이 다르진 않아요.

 

중인이라면 주변인인가요?

 

주류 언저리에서 주류를 추종하던 사람도 있고요. 주류와 놀았던 사람도 있고요. 서얼들, 김정희의 후예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은 의학, 통역에 종사하던 전문직이었죠. 그때도 나쁘진 않았으나. 지금보다는 사회적 지위가 낮았죠. 공통점은 전문직에 있는 사람이 문화의 주춧돌을 형성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이 활발하게 사회 참여를 하고 후원을 해서 공유를 하면 문화계가 풍성해지는데요. 지금도 똑같아요. 금융위기 이후로 전문직 기반이 무너졌어요. 동시에 문화계도 힘을 많이 잃었어요. 조선 후기도 신분이 상승함과 동시에 중인들이 자신의 이상을 펼치지 못하는 한계를 깨달았습니다. 거기서 오는 좌절이 있었고요. 지금 저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당시는 신분제에서 오는 좌절이라면 지금은 경제 활동에서 비롯되죠. 전문 지식인 사회가 풍성해지면 많은 사람이 문화적인 공유를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경제 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작품 활동을 한 지 20여 년이 되어가는데요. 그간 예술계 변화를 어떻게 보나요.
 
20년을 놓고 보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풍성해졌습니다. 1990년대 초반과 지금 미술 자본력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어요. 다만 조금 줄여서 보자면, 2000년대 중반하고 지금은 다르죠. 지금은 암흑기에 가깝습니다.

 

날이 풀리면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데요. 미술관, 갤러리에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듯합니다. 미술 감상할 때 요령을 알려 주세요.

 

누누이 강조하는데요. 미술 감상은 돈이 안 들어요. 옷을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요. 클래식 공연 갈 때, 재킷을 입고 구두 정도는 신어야 어색하지 않잖아요. 미술 감상할 때는 슬리퍼 끌고, 추리닝복 입어도 아무도 말리지 않아요. 몇몇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 외에는 90~95%는 무료이고요. 입장료가 있더라도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이죠. 만 원 넘는 전시는, 비용 많이 든 전시에요. 사전 교육도 필요 없고요. 보고 싶은 거 보고, 이해 안 되는 건 넘어가면 되고요. 어떤 문화 장르보다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인데. 거의 안 가요. 허허. (웃음)

 

책의 날 아마도 이 책을 읽을 것


예전에 한 매체에서 세월이 흘러가면서 느끼는 고민에 관해 말했죠. 최근 고민은 무엇인가요.

 

요즘 뿐만 아니라 계속 하는 고민은 역시 '돈'이에요. 예전에는 예술 하는 사람이 돈 이야기만 꺼내면 분위기가 싸해지는데. 사실 예술만큼 돈이 필요한 분야가 없어요. 옛날에는 돈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예술이고 예술가는 돈을 염두에 두면 안 된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예술은 돈 없으면 못해요.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장 장악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 작가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작가의 자본력이 아니더라도 작가를 지원해주는 자금력이 있어야 하죠. 예술은 자본의 꽃이에요. 자본이 열악한 시대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예술이 꽃피지 않았습니다. 자본이 축적되어야만 예술이 활성화될 수 있어요. 현재 한국 미술계는 자본이 전혀 축적되지 않았어요. 많은 작가가 생계뿐만 아니라 작업 자체를 힘들어합니다. 아이디어가 개인의 영역을 넘어선 신의 영역이라면, 자본은 인간의 노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힘들어요. 자료마다 다르긴 하지만, 3만 불 이상 정도를 미술 시장이 커가는 시기로 예상합니다. 몇 년 전에는 조만간 3만 불이 된다고 장밋빛 전망이 나와서 기대했는데요. 지금은 과연 그 때까지 얼마나 많은 작가가 버틸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죠. 버티는 게 다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버팀의 미학이네요.

 

기다림 끝에는 뭐가 있을까요? 죽림칠현을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 한 가지로 꼽기도 했는데요. 죽림칠현처럼 유유자적하는 삶을 꿈꾸나요?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겠지만요. 그런데 죽림칠현은 사실 신화입니다. 그렇게 신화화할 존재는 아니에요. 그 중에는 아사한 사람도 있고 변절해서 속세로 돌아온 사람도 있어요. 결말이 아름답지는 않아요. (웃음) 이야기로 만들다 보니 7명의 신선, 이런 개념이 됐지만요. 사실 죽림은 또 다른 현실 생활입니다. 거기서도 새로운 덫이, 절망이 존재해요.

 

앞으로 계획은?

 

작업을 묶어서 이미지북을 낼 계획입니다. 나름대로 여러 계획이 있는데. 살아 보니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계획을 잘 안 세우려 해요.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더 즐거운 게 튀어 나오더라고요.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은 어느 순간부터 안 잡고 있어요. 원래 꿈도 화가가 아니었어요. 과학자가 어린 시절 꿈이고 대학에서는 록커였죠. 이렇듯 희망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4월 23일은 책의 날인데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는 교과서 이외에는 본 책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대학 때 책 읽기가 힘들었는데요. 20대, 30대가 지나고 40대가 되면서 책의 중요성을 절감해요. 경제적으로 봤을 때, 책을 읽는 게 저투자에 고효율인 학습입니다. 여행도 좋고, 토론도 좋지만 책 읽는 게 손쉽게 할 수 있고 효율도 높아요. 책은 보통 저자가 몇 달에서 몇 년을 준비해서 쓰지 않나요. 책 읽는 건 몇 시간에서 며칠이면 다 읽어요. 비용도 10,000~20,000원 사이죠. 이 돈으로 몇 달, 몇 년 고생한 분들의 지식을 취할 수 있잖아요.

 

책의 날, 독서 계획이 있나요?

 

『총균쇠』를 사 놓고 몇 페이지 읽다 못 읽고 있어요. 그 책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다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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