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이옥선 저자의 육아 일기 『빅토리 노트』. 이 책은 1979년생 김하나 작가가 세상에 태어난 날 탄생했다. 첫째 아들에 이어 둘째 딸의 육아 일기를 당연하게 쓰기 시작한 이옥선 저자. 그가 선택한 노트에 적힌 문구가 ‘빅토리 노트(Victory Note)’였고, 이 문구는 46년 후 이옥선, 김하나 저자가 함께 쓴 『빅토리 노트』가 됐다.
"만 5년이 지나면 아이들도 인격이라는 것이 생길 테고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을 테니 육아일기는 5년 동안 쓰기로 작정을 하고, 실제로 첫 아이의 일기를 5년 될 때 끝냈고 그로부터 2년 뒤 둘째의 일기도 끝냈다. 그것은 내가 손으로 만들어낸 보석 같았다."
『빅토리 노트』에는 1948년생 이옥선 저자의 육아 노트를 토대로 김하나 작가의 코멘트, 이옥선 저자가 여러 매체에 투고한 에세이가 실렸다. 지난 6월, 『빅토리 노트』의 출간 소식을 접한 김하나 작가의 독자를 비롯한 젊은 엄마, 비혼 여성들은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반겼다. 타인이 쓴, 타인이 주인공인 육아 일기가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을까. 아마도 그건 이옥순 저자의 담백하고 솔직한, 위트 넘치는 필체 덕분이다.
부산에 살며 최근 창원에서 첫 북토크를 성황리에 마친 이옥순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재미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빅토리 노트』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자로서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몇 번을 망설였다고 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출간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하나 작가의 결심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기의 주인은 김하나니까요.
부산에 살고 계시죠?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수·목·금요일은 오전에 요가를 다니고, 일주일에 만 보 정도씩 걷는 등산을 이틀 정도 합니다. 운동 정도로 생각하고 매일 목욕탕에도 갑니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하는 KBS 클래식 FM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를 들으며 저녁을 준비해서 먹습니다.
첫 책입니다. 출간 후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으셨나요?
육아를 하는 동안 어떻게 5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쓸 수 있었느냐는 것과 아이가 20세가 될 때 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부산에서 매주 수요일 같이 등산을 하는 여고 동창들에게 먼저 선물하고, 미장원 원장님, 요가 선생님 등 지금 나와 가장 자주 보는 가까운 사람과 육아 일기에도 나오는 동서남북 모임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남편과 가까운 사이였던 친구분들께도 전했죠.
『빅토리 노트』를 처음 받으셨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책 표지와 전체 짜임새도 다 맘에 들었습니다. 제가 복이 있나 봐요. 출판사를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육아 일기도 재밌지만, 마지막 장에 실린 저자의 에세이가 무척 좋았습니다. 요즘도 글을 쓰고 발표하고 계신가요?
책 서문 ‘에세이에 대하여’에도 썼듯이 인터넷 카페의 친목 동아리나 여성 커뮤니티 같은 곳에 올린 글들이 있고 <허프포스트코리아>가 창간됐을 때 김하나 작가가 엄마 정도의 실력이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부추겨서 블로거로 참가하게 된 거였죠. 졸업한 여고에서 <일신문학>을 창간해서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극성스러운 보람찬 인생은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318쪽)”고 쓰셨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 더 극성을 피울 걸,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요?
자신만의 악기 하나 정도는 익혀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애들 초등학교 다닐 때 둘 다 피아노를 시켰는데 조금 더 극성을 떨어서 어느 정도 실력이 될 때까지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애들이 싫증을 낼 무렵 쉽게 그만두게 한 점이 아쉽네요.
만약 지금, 34살 육아 일기를 쓰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두 아이 모유 수유를 1년씩 하다 보니 그렇잖아도 허약 체질이던 사람이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는데 그때만 해도 이런 소견이 없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이때부터 체력 증진을 위한 운동 종목을 선택해서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는 생각과 제가 외국어에 취약한데 이때부터 제2외국어 하나쯤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지 않았겠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젊을 때, 어떤 엄마가 되길 소망하셨나요? 쿨한 엄마셨을 것 같은데요.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엄마가 되길 원했는데 그게 쉬운 건 아니었어요. 저희 친정어머니는 유머러스하셔서 우리가 같이 있으면 웃을 일이 많았거든요.
육아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한 부모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너무 꼼꼼히 다 기록하려고 하지 마시고 시간 없으면 대충이라도 쓰시고, 못 썼으면 못 쓴 대로 그다음을 이어나간다는 자세로 꾸준히 하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좋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을 낳은 일과 이혼하지 않은 것이랄까요.
70대 독자를 대표하여 30, 40대 여성 독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우리 세대는 가부장제에 함몰되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못 하고 살았는데, 차츰 현대로 옮겨오면서 내가 남편과 부부싸움을 많이 한 이유가 남편은 가부장제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상태지만, 성별에서 별 차별 없이 자란 나는 같은 시대의 다른 여자들보다 이것에 대한 반발심이 유난히 컸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왕이면 요즘 30, 40대 여자들은 확고한 자신의 위치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존의 질서를 따르는 방식이 아닌 책 읽기로서 『정희진처럼 읽기』를 추천합니다.
딸의 책 중에 독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힘 빼기의 기술』을 좋아하지만, 첫 책인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김하나 작가가 아직 출판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때 온 힘을 기울여서 쓴 책인 것 같아서요.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오랜 청취자로 알고 있습니다. ‘김하나의 측면돌파’ 코너에서 어떤 게스트가 나왔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들으셨나요?
『쾌락독서』를 쓰신 문유석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꼽습니다. 나의 독서 취향이 ‘쾌락독서’이기 때문이죠.
70대 청취자로서 리뷰를 해주신다면요?
잠이 안 올 때 <책읽아웃>을 듣던 습관으로 지금도 자주 듣는데요. 오은 시인님은 갈수록 진행하시는 솜씨가 늘어서 요즘 참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있습니다. 황정은 작가님의 진행 솜씨나 목소리 등은 어쩜 저렇게 차분한 목소리로 그래도 짚을 것은 또박또박 잘 짚어 내시는지 신기합니다. 이분의 목소리는 밤에 들어야 어울립니다. 그리고 옛날부터 애정하던 그냥 님과 단호박 님 여전히 파이팅 하고 계셔서 들을 때마다 반가운 마음입니다. 켈리 님은 언제나 차분하고 성실한 모습이 여전하시고, 프랑소아 엄 님의 발성도 갈수록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짐작이 갑니다. 모두 열심이시고 항상 재미있는 방송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면을 빌어,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김하나! 너는 내가 꼭 원했던 딸이야!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 좋아.
너무 느끼한가요?
*이옥선 1948년에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졸업하던 해에 진주의 삼현여자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학교에서 2년 6개월 만에 퇴임하였는데, 같은 학교의 교무실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던 국어 선생과 결혼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첫아이를 낳고 다시 진주중학교에서 근무하였으나 당시로서는 부산으로 발령받은 국어 선생과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거처를 부산으로 옮겨 둘째를 낳고 이후 쭉 전업주부라는 명칭으로 살아왔다. 줄기차게 남들이 만든 책만 읽다가 뜬금없이 75세라는 나이에 첫 책인 『빅토리 노트』를 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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