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플랫폼 떠나서는 하루의 삶도 생산하기 쉽지 않은 지금. 그러나 플랫폼이란 무엇이고, 플랫폼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앞으로의 사회는 어떻게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진화하게 될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플랫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논문과 방송, 칼럼 등에서 꾸준히 설명해온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박희준 교수는 『플랫포노베이션하라』라는 한 권의 책으로 지금 우리에게 닥친 변화의 맥락을 정리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산업, 노동, 조직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며,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양자 컴퓨팅 등의 기술이 주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플랫포노베이션' 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플랫포노베이션'이란 박희준 교수가 만든 말로, '플랫폼'과 '이노베이션'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혁신 활동을 말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실시간으로 영향 받는 불확실성의 시대, 플랫폼을 거친 혁신 활동이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중요해진다는 박희준 교수는 "모든 업종이 플랫폼 기반으로의 변화를 겪고 있다. 언젠가는 국가 정체성보다 어느 플랫폼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어느 플랫폼에서 문화 생활을 하느냐가 오히려 한 개인의 특성을 정의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대안이다
『플랫포노베이션하라』는 시장, 조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으로의 이동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는 무엇에 기반한 예측인가요?
산업 사회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는 늘 수요가 공급보다 많았죠.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했어요. 또한 시장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었죠.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 고민이 생겼어요. 소비자는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고요. 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용은 오르고 예전처럼 제품이 팔리지는 않게 된 거예요.
해결책은 고객 맞춤식 제품과 서비스겠죠. 그러려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거든요.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플랫폼이라고 보는 겁니다. 상품 시장뿐 아니라 노동 시장까지도 '모듈'이라는,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하는 단위로 쪼개져서 플랫폼이라는 공간에 올라가고 그때그때 플랫폼 사용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모듈을 선택, 조합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만날 수 있고, 공급자는 수요 예측에 기반한 투자와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결국, 플랫폼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거예요.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데 플랫폼과 불확실성의 상관관계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이 둘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나요?
대부분의 기업 활동은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한 뒤, 분석 결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왔습니다. 그런데 점차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죠. 사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세웠던 경영 계획이 모두 무용지물 됐잖아요. 그밖에도 지금은 전 세계가 아주 촘촘한 네트워크로 엮여 있어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 삶에도 영향을 미쳐요.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무엇을 예측, 계획하는 것이 때로는 무의미하고, 불가능할 수 있어요. 물론, 일정 부분은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때문에 무언가를 예측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기보다 기존의 것을 모듈 단위로 쪼개서 플랫폼에 올려놓고 실험하면서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어야 해요. 애초에 예측이 불가능하니까요. 불확실성 탓에 투자에 위험 부담이 너무 높아졌어요. 이제는 플랫폼 안에서 여러 실험을 해가면서 그때그때 원하는 걸 취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예요.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씀으로도 들립니다.
맞아요, 불확실성이 어떤 점에서는 위기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소개되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새로운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예요. 지금도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과거에 비해서는 넓어졌지만 여전히 포기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바로 그 영역에서 발생하는 욕구들을 새로운 시장이 채워줄 수 있겠죠. 기회가 있는 거예요.
돈을 버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응대하는 고객의 습관을 바꾸면 돼요. 습관이 돈이에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두면 코카콜라를 더 많이 선택하잖아요. 사실 눈을 가리고 테스트 해보면, 펩시콜라를 찍는 사람이 미국 시장에서는 70%에 달하거든요. 습관적으로 하는 소비 행동들이 너무나 많은 거죠. 그러니까 습관을 바꿔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또 등장하면 많은 변화가 발생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력도 중요하겠네요. 어떤 습관을 만들어낼 것이냐를 상상하는 것이 기회를 잡는 첫 번째일 테니까요.
'욕구를 디자인한다'고 하죠. 습관이 워낙 고착화 되어있다 보니까 때로는 내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가지고 있는 욕구를 언어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때문에 시장에 있는 사용자의 욕구를 읽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죠. 이때 시장은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소비자들은 욕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습관에 젖어서 새로운 욕구를 탐색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럴 때 새로운 기술들을 통해 사용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욕구를 디자인해주면 어떨까요?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노력을 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어요. 그게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거예요.
대학, 콘텐츠, 중고차 시장의 공통점
앞서 코로나19 말씀을 하셨는데요.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됐다는 점도 짚으셨어요. 코로나19가 이 맥락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거죠?
이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달라진 거예요. 코로나19로 대면 소통이 쉽지 않았고, 많은 상호작용이 온라인에서 발생했잖아요. 그러면서 우리가 상상하고,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들이 실제 시장에서 구체화되고 현실화됐죠. 제가 속해 있는 연세대학교에서도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요. 고등 교육은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읽고 그때그때 투자해서 학과를 만들기 쉽지 않아요. 공과대학만 보아도 산업공학과, 기계공학과, 전기전자공학과 등으로 학과 구분이 되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자율 주행차 전문가가 되고 싶은 학생은 어느 학과에 가야 할지 고민하겠죠. 그렇다고 학교에서 정확히 그 학과를 만들기도 어려워요. 환경 변화가 워낙 빠르니까요. 결국 향후에는 단과대학, 학과의 구분도 허물어질 거라고 봐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교과목 단위로 플랫폼에 올려놓고,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하면 그들이 원하는 전공으로 졸업하게 해주자는 실험을 저희도 하는 중입니다.
이를 실현시키는 방안으로써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해야 하는 선택이 몇 가지뿐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저희 학교만 해도 학부 과목이 약 5천 개정도 돼요. 자율 주행차 전문가가 되고 싶은 학생이 혼자 5천 개 과목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선택하기란 쉽지 않죠.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내가 원하는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탐색 비용이나 거래 비용이 굉장히 많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줄여주는 기술들이 최근 나오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메타버스, 양자 컴퓨팅 같은 거예요.
사실은 양자 컴퓨팅이 뭔지, 블록체인이 뭔지 물으면 쉽게 설명하는 분이 많지 않을 거예요. 수많은 기술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런 기술들을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훨씬 쉬워요. 『플랫포노베이션하라』에 시장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개개의 기술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을 한 이유예요.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 플랫폼화가 잘 일어날 수 있는 분야도 꼽으셨거든요. 말씀하신 대학교의 '마이크로전공'도 한 예가 되고요. 어떤 특징을 가진 분야가 플랫폼으로 더 쉽게 전환이 될까요?
우선은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분야가 그래요. 사실 숫자 자체는 의미가 없어요. 데이터 간의 관계에 의미가 부여될 때 가치를 갖기 시작하는 건데요. 따라서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업종은 플랫폼 방식에 대한 동기 부여가 굉장히 높게 나타날 거예요. 금융업 같은 곳이 그렇죠. 또 하나는 분업화가 용이한 분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실 플랫폼 접근을 하려면 모듈 단위로 뭔가를 쪼개야 되거든요. 그래서 학교 사례를 든 거예요. 학교는 단과대학, 학과, 세부 전공, 교과목 등 분업화가 아주 용이하죠. 학교처럼 분업화가 잘 되어 있는 분야도 플랫폼 방식으로의 동기부여가 아주 높을 겁니다.
또, 사용자와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업종들이 있어요. 중고차 시장이 그렇잖아요. 이때 플랫폼이 역할을 해줄 수 있어요. 지금도 플랫폼 기반의 중고차 매매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이전보다는 정보 비대칭성이 많이 완화되고 있죠. 한편, 도서와 같은 콘텐츠 분야도 해당하는데요. 이전에는 편집자처럼 중앙 집중화 되어서 품질 관리를 하는 게이트키퍼가 있었잖아요. 그러나 이런 곳 역시 참여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게 되면 따로 품질 관리를 하지 않아도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으로 품질 관리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유튜브가 그렇잖아요. 이 맥락에서 최근 방송, 언론, 도서 역시 플랫폼에 의해 아주 빠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상생의 구조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적당한 위치를 찾아가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따라서 플랫폼 참여자들의 자율성이 중요하다고도 하셨거든요.
시장에서는 우려를 많이 해요.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거라고요.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시장은 늘 대안을 찾아가거든요. 만약 거대 플랫폼에서 사용자와 공급자, 서로가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상생의 구조가 깨지게 되면 참여자들은 쉽게 다른 대안을 찾게 되어 있어요.
'우버' 같은 곳을 생각해볼까요. 공급자인 운전자들이 많이 늘어나면 사용자들은 싼 가격에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운전자에 비해 사용자들이 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어떨까요. 운전자들은 결국 떠나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편리하지 못한 서비스를 접하게 되겠죠. 결국, 플랫폼이라는 공간은 사용자와 공급자가 균형적으로 발생할 때 성장할 수 있어요. 이것을 '긍정적 교차 네트워크 효과'라고 해요.
독점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는 거네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이 진화하는 과정을 여전히 시장을 기존 산업 사회의 것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독점이라는 것도 그렇죠. 예를 들어 구글이 일정 수준 이상 시장을 점유할 경우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되어 있는데요. 이 개념도 바뀌어야 해요. 그 플랫폼이 시장을 얼마나 점유하고 있느냐보다 플랫폼 운영자가 사용자-공급자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적인 교섭력을 유지하고 있느냐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플랫폼을 가기보다 하나의 접점을 통해 필요한 것을 다 취하는 게 훨씬 편의성이 높잖아요. 그러니까 독점을 우려하고 그것을 제재하기보다는 그 접점을 통해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길은 열어두되, 그러한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용자와 공급자가 플랫폼 운영자와 균형적인 교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감시하고, 관리 감독을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거꾸로 말한다면, 기존 플랫폼 기업들은 어떻게 꾸준히 공급자와 사용자의 균형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테고요.
플랫폼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가 상생의 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이에요. 결과적으로 플랫폼을 계속 지켜내려면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야겠죠. 지금껏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산업 사회가 진화해 오면서 시장이 경험했던 문제는 대개 시장 주체들의 탐욕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탐욕이라는 것에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플랫폼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플랫폼 참여자들 모두가 탐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탐욕을 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고, 그것이 적절하게 활용되면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플랫폼의 교섭력이 중요하다는 거고요. 플랫폼은 거기에 참여하는 사용자와 공급자가 각각 원하는 것을 적절히 취할 수 있는 구조를 계속해서 만들어줘야 하는 거예요.
플랫폼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해 집단 간의 충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기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대목도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노동 시장 역시 대부분 파편화 되어 결국은 대부분의 노동자가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노동법, 노동조합 자원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프리랜서로 삶을 영위하게 되면 우리가 경험할 계약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건데요. 배달 노동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전에는 음식점과 계약을 맺고 매달 임금을 지불 받으면서 노무를 제공했죠. 지금은 배달콜을 그때그때 받고 배달을 하면서 그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 받잖아요. 원칙대로라면 배달 콜을 받을 때마다 표준 계약서가 작성되어야 해요. 그래야 노무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근거가 돼서 판단을 내려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죠. 바로 여기에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적용되는 거예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약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 기술이니까요.
변화에 맞는 선택은
조직 차원의 '플랫포노베이션'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3040의 창의성이 머리가 되고 5060의 경험이 손발이 되는 조직의 모습을 그리면서, 세대의 역할을 바꾸어 각자의 역량을 보다 생산적으로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233쪽)는 눈에 띄는 제안도 하셨어요.
지금까지는 공급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서 영역 구분을 했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계공학과가 무슨 상관이겠어요.(웃음) 이건 단지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쪼개놓은, 공급자 입장인 거죠. 그렇지만 앞으로 플랫폼을 통해 시장이 진화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시장 영역이 다 허물어질 거예요. 그것을 '이종 간 융복합'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다 쪼개지고, 흩어지는 과정에서 기존의 50-60대는 상대적으로 창의적이기가 힘듭니다. 창의성도 물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만들어지지만요.
경험이 너무 많이 축적되다 보면 사고가 경직되는 수가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경험이 덜하고 새로운 기술을 많이 접한 세대가 새로운 것이 뭉치고 흩어져 가는데 거부감이 적겠죠. 그렇다면 30-40대들이 전략을 수립하는 머리 역할을 하는 게 맞아요. 그리고 그 전략을 수행하는 발 역할을 하는 게 50-60대가 되어야죠. 이런 말씀을 드리면 기성 세대는 반발하겠지만요. 50-60대의 경험과 역량을 폄하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단지 역할을 바꿔보자는 얘기거든요. 이 얘기를 많은 기업들이 귀담아 들어줬으면 해요.
현재, 시장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다고 느끼세요?
플랫폼이 이야기된 지 꽤 됐는데 벌써 시들한 느낌이 들어요. 플랫폼의 본질을 보고, 플랫폼을 통해 진화하는 시장의 방향성을 읽는 것이 더없이 중요함에도 이것을 유행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메타버스도 그렇잖아요. 결국엔 플랫폼이 디지털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구동될 텐데요. 그러면 우리는 주로 플랫폼에서 비대면 소통을 하게 되겠죠.
여기서 메타버스가 중요해지는 거예요.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해 대면 소통의 효과성과 비대면 소통의 효율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게 될 거니까요. 메타버스, 블록체인은 그냥 유행이 아니에요. 앞으로 플랫폼이 진화하면 더 고도화될, 아주 중요한 기술인데 더 진지하게 연구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긴 해요. 앞으로는 정말 플랫폼 밖에 대안이 없어요. 때문에 이것을 더 연구하고 활용할 방법을 더 많이 고민해야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돼요.
누구나 프리랜서가 되는 시대라면 개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특히, 20대 학생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모두가 블록체인, 빅데이터, 양자 컴퓨팅과 같은 기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런데 저런 기술들은 분명히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내 삶과 내가 속한 기업의 변화를 만들어내요. 그러니까 이를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읽어내야 해요. 통찰력이 꼭 필요하거든요.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거니까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집에서 목적지까지 가는데 버스 노선이 하나뿐이니까 별 생각 없이 타면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의사 결정 과정이 너무 복잡하잖아요. 이때 복잡성은 비용이에요. 복잡성을 줄이려면 의사 결정을 할 때 가치 체계가 확실해야 되는 거죠. 의사 결정을 할 때, 내가 갖고 있는 가치 체계에 가중치를 두어서 한두 가지만 고민하면 되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죠. 이럴 때일수록 우리 기업이 지켜내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제대로 정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동시에, 이중적인 말이지만 통찰력을 통해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면서도 나의 겉모습은 계속 바꿔가야 합니다. 이전에는 주어진 틀 속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개미형인재'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달라요. 갈수록 분야는 세분화될 거고요. 모든 게 점점 쪼개질 거예요. 여기서 'T자형인재'가 중요해져요. 이제는 여러 가지를 잘하는 건 필요 없어요. 개인의 활동 범위나 전문성은 더 좁아질 거고, 따라서 더 깊은 지식이 요구될 거예요. 그러려면 남들이 안 하는 것, 진짜 잘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분야로 범위를 좁혀서 거기서 노력해야 할 겁니다.
*박희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공학경영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메리마운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슬로바키아 경제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대통령직속)를 비롯한 국내외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품질경영학회 차기 회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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