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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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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은 청각장애를 가진 저자가 세상을 향해 펼쳐 보이는 삶의 한 페이지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난 그녀는 단 한 번도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자신의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바깥의 소리들을 지워내고 나니 ‘나는 할 수 있다’는 내면의 소리가 더욱 또렷해졌다. 그 열정이 이끄는 삶 속에서 저자는 좌절의 순간마다 도전을 선택했다. 청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충북대학교에 입학했고,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통일대장정을 완주했다. 자신의 장애가 뛰어넘을 없는 장애물인지 시험해보고 싶어 홀로 떠난 중국여행에서는 ‘열정만 있다면 어떤 일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 아테네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에 성공하면서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노선영

 

그러나 그녀의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따뜻하지만은 않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 역시 응원만은 아니었다. 수화를 사용하는 자신을 안쓰럽게 혹은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에나 있었다. 비장애인 친구와 수화로 대화를 나눌 때면 동네 어른들이 혀를 차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고 ‘같이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는 친구의 어머니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방인 아닌 이방인으로서 느껴야 하는 그 외로움은 일반 학교에 진학하며 더 짙어졌다. 비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가 버거웠을 뿐만 아니라, 대화가 되지 않는 탓에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은 한계를 긋는 일이었다. 내 가능성이 최고로 발휘되는 것은 한계를 긋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였다. ‘할 수 없어’라는 생각보다는 가능성의 힘을 믿고 정면으로 현실을 돌파해야 행운을 불러들일 수 있다.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54쪽)

 

그럼에도 그녀는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을 글에 담았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책 속에서 찾았다. 그녀에게 글은 ‘장애에서 오는 결핍을 채우기 위한 절박함이 담겨 있는 혼’이기에 더 많은 것을 읽고 배우기 위해 지식의 장을 찾아 나섰다. 지난 2012년에는 청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면서, 장애인 할인 제도가 마련되고 수화가 사용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지식에 대한 끝없는 열망, 세상과 소통하려는 뜨거운 열정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보다 넓은 무대 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지난 해 <북포럼 톡스(톡쏘는 스토리)>와 CBS의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사로 초청받은 것이다. 청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좌절을 도전이란 이름으로 뛰어넘은 그녀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도 정작 자신 안의 소리는 듣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에게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저자 노선영이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 안에 담아놓은 것은 바로 그 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온전한 청력을 가진 이들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저자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던 우리 안의 이야기다. 


 
장애에서 오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찾은 것은 ‘책’

보이는-소리들리는-마음


노선영 저자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수화통역사 전혜영 씨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 수화동아리 ‘보이는 소리’에서 처음 만나 1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친구의 귀와 입을 대신해 세상의 소리를 전해주는 전혜영 통역사와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소통을 이어나가는 노선영 저자. 두 사람의 우정은 ‘지음(知音)’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에서 전혜영 씨를 저자님의 ‘제1호 수화통역사’라고 소개하기도 하셨죠.


네, 맞아요. 대학교 수화동아리 ‘보이는 소리’에서 같이 임원 활동을 하게 되면서 친해졌어요. 저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애화학교에 다니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반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소통이 어려워서 친구가 없었어요. 완벽한 외로움 속에서 지냈죠. ‘친구가 뭘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이 친구를 만나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자신을 위해 친구가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 그런 점에서 저자님이 참 부럽습니다(웃음).


수화 통역을 해주는 친한 친구가 있으니까 다른 농아인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해요. 그리고 수화를 통역하는 스타일도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오랫동안 친구로 지냈기 때문에 서로의 스타일을 잘 파악할 수 있죠. 그리고 친구가 저에 대해서 잘 아니까 제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친구를 완벽히 믿기도 하고요. 무슨 말을 하든 알아서 잘 전달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친구가 기자님께 제 말을 전할 때도 수화를 멈추지 않잖아요. 제가 말한 대로 잘 전하고 있는지 알려주려고 하는 거거든요. 저를 배려해주는 거죠. 
 
많은 분들이 <북포럼 톡스(톡쏘는 스토리)>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통해서 저자님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책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어서 <북포럼>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화장실에서 김영서 PD님을 만나게 됐는데, 수화로 인사를 건네 오시더라고요. 제가 깜짝 놀라서 ‘어떻게 수화를 아시냐’고 여쭤봤더니 예전에 배운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북포럼>과 인연이 시작됐고, 고우성 PD님이 강연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를 하셔서 <북포럼 톡스>의 무대에 서게 됐죠.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망설였어요. 제가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데 일반 청인들 앞에서 말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그런데 제 한계를 깨트리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죠. 그때 강연을 하면서 용기를 얻어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도 출연하게 됐고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제작진도 제가 <북포럼 톡스>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보고 출연 요청을 하셨던 거래요. 청각장애인 특집을 기획하면서 저를 강연자로 섭외하신 거죠.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에서 “글은 내게 ‘혼’과 같았다”고 밝히셨습니다. 장애에서 오는 결핍을 채우기 위한 절박함이 담겨 있는 혼이었다고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다수의 강연에 참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제가 일반 중학교로 진학했을 때 소통이 어려워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면서 책을 파고들었죠. 가장 힘들었던 건 선생님이 농담하실 때였어요. 친구들은 다 웃는데 저 혼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럴 때 외로움을 느꼈지만 책을 보면서 풀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책을 통해서 결핍을 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강연도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경우가 많지만 기회가 된다면 매번 참가하려고 노력해요.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비장애인 친구들보다 더 오래 책을 읽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책을 ‘결핍을 채워주는 도구’라고 생각하게 되셨나요?


맞아요. 제가 애화학교에 다닐 때 수녀님께서 ‘듣지 못해도 글을 잘 쓰면 너의 모든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부터 ‘글은 나의 희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들을 수는 없지만 글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하고 혼자서 공부했던 거예요. 그때 다산 정약용의 책을 많이 읽었어요.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부분이 제 생각과 잘 맞았거든요.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쓰시면서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꼭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책에도 썼지만, 제가 일반 초등학교에 다닐 때 생일날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있었어요. 마흔 장이 넘는 초대장을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는데, 생일파티에 와 준 친구는 한 명도 없었죠. 그때 기억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어요. 다시 떠올려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건 농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잘 전하고 싶어서예요. 제가 솔직하게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요. 그 아픔을 말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농인들도 똑같은 아픔을 계속 겪게 되겠죠. 그래서『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쓰게 된 거예요.

 

노선영

 

청각장애인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청각장애인’과 ‘농인’이라는 두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조차 알지 못하죠.


청각장애인은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이에요. 농인 역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 똑같지만, 그것이 다만 특성일 뿐이고 수화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져요. 사람들은 청각장애인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농인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에요. 듣지 못해도 글도 읽을 수 있고 수화도 잘 볼 수 있어요. 입모양을 읽을 수도 있고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거죠.

 

비장애인들에게는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수화 역시 다양한 언어들 중 하나로 인식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낯설게 들립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수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죠. 수화를 하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가 수화하는 걸 보고 청인이었던 친구의 어머니가 같이 어울리지 말라고 하셔서 멀어졌던 적도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인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화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수화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에서 사용하신 ‘농문화’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하게 다가오는데요. 비장애인들은 모르는 농인들의 문화에 대해서 몇 가지 알려주세요.


농인들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까 누군가 뒤에서 부르더라도 알아채지 못하잖아요. 그럴 때는 어깨를 쳐서 불러요. 그리고 비장애인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앞을 보고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지만 농인은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나누죠. 가끔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다들 무표정하게 앞을 보고서 대화하는 모습을 봐요. 그 안에서 친구와 수화로 대화를 하다보면 마치 우리만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 농인들은 박수를 치는 방법도 비장애인과는 다른데요.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하니까 반짝반짝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처럼 손을 흔들어요.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농인의 시야는 비장애인보다 넓어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손을 흔들어서 부르기도 하죠. 만약 농인들이 한창 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주의를 집중시키고 싶다면 조명을 끄면 돼요. 불을 끄면 수화가 안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멈추게 되거든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게 되는 편견은 무엇인가요?


청각장애는 눈으로 보이는 장애가 아니니까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당연히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받을 때도 농인임을 알려주고 휴대폰 번호 옆에 ‘문자’라고 써주는데도 항상 전화를 해요. 대부분 본인 확인도 전화로 하잖아요. 그럴 때 농인들은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하죠. 그리고 택배 기사님이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려도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택배를 못 받는 경우도 있죠.

 

<북포럼 톡스(톡쏘는 스토리)> 강연에서 ‘장애는 동정의 대상’이라는 생각의 틀을 깨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애를 가진 이웃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배려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농인이 수화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하는데요. 일반 사람들은 수화를 TV에서만 볼 수 있으니까 직접 만나게 되면 신기해서 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수화를 봐도 모르는 척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시선들이 사라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이 그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이 단순히 마음 아픈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로 비춰질까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그렇더라도 상관없어요. 모든 사람이 아픔이 있는 거니까요. 단지 저는 아픔을 드러내고 제가 가진 열정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하는 방법이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만의 방법을 찾은 거죠. 그리고 비장애인이라고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시나요?


농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라고요.

 

노선영

 

상처에 대한 내공이 도전 정신의 씨앗으로

 


통일대장정과 아테네국제마라톤을 완주하고, 홀로 중국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셨는데요. 그 도전 정신과 용기는 무엇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쌓인 상처에 대한 내공이 대학교 때 폭발한 것 같아요. 그리고 환경도 중요하고요. 고등학교 때는 많은 도움이 없어서 제가 가진 재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입학한 다음에는 수화동아리도 만났고, 장애인을 위한 대필 도우미의 도움으로 수업을 듣기도 수월했어요. 특히 수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내 곁에도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첫사랑도 만났죠. 그러면서 나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믿음과 사랑, 우정, 주변 사람들 도움이 모여서 제 안에 쌓아뒀던 걸 폭발시킬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던 것 같아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얻은 거죠.

 

어머님의 영향도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예술과 체육 활동도 적극 지원해 주셨잖아요. 참 강인한 어머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 대장정을 떠날 때는 “우리의 인생에 가장 신중해야 할 것은 ‘포기’란다. 포기한다면 다음 일도 또 포기하기 쉬우니까”라고 말씀해 주기도 하셨죠.


어머니도 처음에는 약한 여자였어요. 그런데 언니랑 제가 둘 다 농인인 걸 알게 되시고 더 강해지신 것 같아요. 듣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예술이나 체육활동, 예를 들면 태권도나 수영, 피아노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어요. 그리고 항상 ‘할 수 있어’라고 말씀해주셔서 ‘나는 못해’ 하고 말할 수 없었죠. ‘결과는 좋지 않아도 괜찮다’고 격려해 주셨고요. 제가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버지의 힘도 컸죠. 처음에는 아버지와 대화하기가 어려워서 중간에서 어머니가 통역을 해주셨어요. 그런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랑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어머니는 언니와 제가 특수학교에서 수화를 배울 때 곁에서 같이 배우셨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면 몇 번이고 손에 써주셨죠.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요. 처음으로 제가 농인인 걸 아셨을 때 ‘이 아이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읽고 나서 걱정이 없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감동받으셔서 서른 번 가까이 읽으셨대요.

 

스스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었던 건가요?


만약에 제가 비장애인이었다면 ‘안 돼, 넌 못해, 할 수 없어’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을 텐데, 저는 안 들리기 때문에 제 안에 있는 목소리만 믿고 도전할 수 있었어요. ‘너는 할 수 있어’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믿고 도전했던 거죠.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중요하지 않고 내 안에 있는 내면의 목소리가 더 소중했어요. 지금 저의 새로운 목표는 세계일주예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5년 전부터 스터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세계일주하는 비장애인들을 보면서 부럽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들을 수 없지만 그 한계를 깨트리고 싶어요.

 

작가님의 인생을 변화시킨 책으로 『꽃들에게 희망을』을 꼽으셨습니다. 혹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또 다른 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쓴 『뜬 세상의 아름다움』을 읽으면서 지혜를 안에 두지 말고 밖으로 행동하라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어요.

 

주로 어떤 이야기들에 마음이 이끌리세요?


어렸을 때는 위인전처럼 성공하는 사람들의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리고 식물이나 꽃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고요. 듣지 못해도 살아가면서 아름다움을 많이 보고 싶었거든요. 요즘에는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것, 그리고 철학이 있는 책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책에서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고정욱 작가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하셨습니다.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쓰시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셨나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앞으로 너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까지는 고정욱 작가님 혼자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셨는데 함께 해줄 후배들이 많이 필요하시다고요. 제가 그 후배들 중 한 명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죠. 제가 앞으로 작가님보다 더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이 좀 부담이 되더라고요(웃음).

 

노선영

 

“무엇보다 농인이 정당한 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썼다고 밝히셨는데요. 현재 계획 중이신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청인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리고 수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화를 배우기 싫어해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농인 후배들 중에는 저를 보고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들처럼 침묵하지 않고 밖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비장애인들에게는 농인도 생각할 수 있고, 듣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만약에 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저를 통해서 희망을 얻는 사람들도 없었을 거예요. 그런 것처럼 말로만 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 또 다른 책을 통해서 진심을 보여주고 싶고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힘들게 살았지만 그만큼 더 노력해서 보여주면 다른 사람이 저를 보고 큰 용기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비야 씨는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세계를 누비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저는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벽에 부딪혀야 하지만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마음으로 도전을 계속할 거예요.

 

작가로서 다음에 들려주실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책은 저에게 용기를 주시는 청인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쓰고 싶어요. 그리고 세 번째 책은 세계일주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도 비장애인은 겪지 못하는 일들을 재미있게 엮어서 들려드리고 싶고요. 감동적이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을 썼으면 좋겠어요.

 

노선영 저자가 인터뷰를 마치며 남긴 한 마디는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그녀는 누구나 장애와 트라우마,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녀의 말처럼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은 청각장애를 가진 한 여성의 삶의 기록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그녀와 같이 선천적인 혹은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꿈꾸는 일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때로 그것은 과거의 상흔일 것이고, 또 때로는 스스로 정해 놓은 한계일 것이다. 저자에게는 그것이 들을 수 없는 고통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에서 그녀가 보여준 좌절과 도전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녀가 발견한 ‘내 안의 목소리’ 역시 우리 안에 있고, 그녀가 그랬듯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만 한다면 누구나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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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노선영 저 | 가교
지식나눔공동체 북포럼과 CBS강연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도전하는 열정에 장애는 없다’라는 주제로 강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노선영이 첫 책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출간했다. 그녀는 선천성 청각장애로 태어나 일반학교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살시도를 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특유의 긍정 마인드와 열정, 도전정신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왔다. “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들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봐야 할 필독서”라는 유영만 한양대 교수의 추천글이 이 책의 많은 것을 표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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