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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보통의 사람들이 호탕하게 웃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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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교사를 꿈꿔왔고, 그토록 원하던 교사가 되었지만 격무에 시달리며 지쳐갔다. 어느 날 퇴근길에 체육관에서 치열하게 땀 흘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 자리에서 복싱을 등록했다. 이후 교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까지. 한 편의 소설 같은 이야기를 가진 작가 설재인은 '매일 똑같은 사이클로 훈련하는 것의 효과를 확실하게 알기 때문에 쓰기도 똑같이 하면 되겠다는 확신'으로 썼고, 그렇게 2022년에만 장편소설 세 권을 출간했다. 

『내가 너에게 가면』은 2019년부터 작품을 발표해온 설재인의 여섯 번째 장편 소설로, 가상의 작은 도시 '항만군'을 배경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낮에는 돌봄교사로 일하고 저녁에는 복싱을 하는 주인공 '성주'와 돌봄반에 온, 어쩐지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아이 '애린', 그리고 그의 삼촌 '도연'까지. 이들은 세상이 만든 기준선을 기꺼이 밟아가며 서로가 세상에 흔들리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준다. '태어난 가정이 보호소가 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늘 관심이 있다는 설재인 작가의 여섯 번째 장편 『내가 너에게 가면』은 가정 아닌 '다른 데서 보호받는 여자의 이야기'다. 



소설 쓰기의 세 가지 원칙

2022년에만 장편 소설이 세 권 출간됐어요. 엄청난 속도라고 생각했거든요. 작년에도 비슷했고요. 원래 쓰는 속도가 빠르신 편인가요? 

속도가 빠른 줄은 몰랐어요. 빠르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요. 다른 사람이랑 글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글을 이 정도 속도로 쓰는 줄 알았어요. 처음 알게 된 것은, 물론 불발되었지만, 문예 창작과를 다시 가려고 잠깐 준비했던 시기의 실기 고사장에서였어요. 다 쓰고, 퇴고까지 했는데 시간이 남더라고요. 그때 제가 빨리 쓴다는 걸 알았어요. 그 전에 약간 느꼈던 건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생활 기록부를 쓸 때였거든요. 동료 선생님들이 저더러 "생기부 엄청 빨리 쓴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그냥 나한테 쓸 내용이 많아서 빨리 쓰나 보다, 생각했었는데요. 이제 제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걸 알았어요.(웃음)  

작가님의 작업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지네요. 

원칙이 있어요. 무조건 매일, 똑같은 시간에 앉아서 쓰는 것. 그리고 반드시 원고지 10매 이상 쓰는 것이에요. 매일 그렇게 써요. 1월 1일에도 쓰고, 어떻게든 매일 쓰려고 노력하고요. 올해에도 안 쓴 날은 딱 하루 있었어요. 10매를 쓰기가 처음엔 힘들었는데요. 계속 쓰다보니까 점점 빨라졌죠. 이렇게 쓴 지 4년 정도 됐어요.

그만큼 쓸 이야기가 많다는 의미도 될 것 같아요.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이 되나요? 

보니까 저는 항상 장소에서 시작하더라고요. 그 시기 저한테 가장 강렬했던 장소 말이에요. 그리고 글을 쓴 당시의 계절감에서 연결이 돼요. 그게 저에게는 가장 찰떡같이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그 다음 생각하는 건 '이 얘기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인데요. 평소 제가 화를 내는 지점이나 이해할 수 없었던 지점들에 대한 것일 때가 많아요. 

그리고 인물에 대해서는요. 제 작업 방식 때문이기도 한데요. 아무것도 안 정하고 쓰거든요. 저는 로그라인이나 플롯 같은 게 하나도 없이 시작해요. 그래서 쓸 때 인물들이 무언가를 해야 하죠. 그래야 얘기가 돌아가니까요. 제 소설의 인물들이 우울하거나 힘들어도 엄청나게 부지런한 이유이기도 해요. 계속 사건을 일으켜야 하니까요. 이렇게 세 가지 정도의 원칙을 가지고 쓰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에 했던 <채널예스> 7문7답 인터뷰에서 "소꿉놀이 하듯 쓴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맞아요, 소꿉놀이 방식처럼 쓰다 보면 이야기에 살이 붙으면서 완성이 되어 가는 방식인 거죠.

그렇게 쓰게 되면 소설이 처음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때도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아예 처음에 예상을 할 수가 없어요. 아무런 예상을 못하고, 그냥 감정 하나만 가지고 가는 편이에요. 이때 주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죠.

이번 작품은 어떤 감정으로 시작하셨던 건가요? 

우선은 기존과 다르게 이번 소설은 청탁을 받아서 시작했는데요. 제게 발랄한 이야기를 원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원하시면 쓴다(웃음)는 마음으로 쓰는데요. 그러니까 이전까지 제가 화를 냈던 지점들이 있었다면,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그보다는 세상을 보면서 좋았던 부분들에 집중해보자 생각했어요. 좋았던 부분들에 대해 지금까지 별로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한번 보자고 생각했던 거죠. 물론 화낼 지점들도 조금씩 있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주변에 이렇게 귀여운 얘기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얘기하기도 했어요.(웃음) 제가 많이 화내는 지점이 가정이 보호소가 되지 못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예요. 지금까지의 소설들도 거의 대부분 그 이야기고요. 그것을 이번에는 약간만 뒤틀어서, 다른 데서 보호받는 여자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앞서 장소에서 시작한다는 말씀도 하셨잖아요. 이번에도 시작이 된 장소도 있었을까요? 

이걸 쓰던 시기에 외할머니께서 오래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할머니의 빈소를 지켰던 경험이 시작이 됐어요. 그러고 얼마 안 돼서 초고를 시작했거든요. 그런 이유인지 할머니 캐릭터에 저의 애도하는 마음이 조금 들어간 것 같아요. 성함도 거의 비슷하게 했어요.

 


호탕하게 웃는

배경이 '항만군'이라는 가상의 지역 안에 있는 좁은 마을이잖아요. 별의 별 얘기가 다 돌고, 사람들 사이에 비밀도 별로 없는 곳이에요. 이런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얘기를 구상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그런 지역의 얘기를 되게 좋아해요. 제가 지방 출신이기도 하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왔지만요. 다시 지방에 내려가 살겠다는 마음이 제 안에 계속 있거든요. 또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요. 커서 보니까 엄마, 아빠가 한 지역에 오래 살면서 만들어낸 사람 관계나 어떤 동아리 같은 것, 예를 들어 등산 모임처럼 역사를 갖게 된 커뮤니티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걸 밖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흥미로워요. 여기서 어떻게 다툼이 일어나고, 화해가 되는지,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최대한 지방 얘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항만군 같은 경우, 원래 모델이 파주였어요. 제 외가가 파주거든요. 그곳이 보면 그렇게 건너 마을, 어디 아랫집,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런 게 되게 재미있다고 항상 느끼고요. 배경으로 쓰게 됐어요.

앞서 '귀여운 얘기'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이 작품에 유머가 아주 많죠. 상황이 짜증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유머로 이 상황을 뚫고 나가버리는 태도가 무척 즐거웠는데요. 유머러스한 소설의 톤도 중요했을 것 같았어요. 

이렇게 유머를 뿌린 소설이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과 『내가 너에게 가면』 딱 두 편이거든요.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쓸 때면 진짜로 신이 나서 쓰고요. 그때 기분이 되게 좋죠. 아마 읽으시면서도 아실 것 같아요. 신이 나서 썼구나, 하고요.

작가님의 이전 작품도 그렇지만 작품 속에는 호쾌한 여자 인물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심지어 큰 비중이 아닌 동료 선생님들까지도 굉장히 호탕해요. 그런 여성 인물들이 작가님의 이야기에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딱 저희 엄마 친구분들이 그러세요.(웃음) 깔깔 웃어버리고요. 워낙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으셔서요. 「작가의 말」 '이 소설은 모조리 남이 써준 것이다'(262쪽)라는 얘기를 했는데요. 정말로 그래요. 그동안 제가 봤던 모습들이 이야기에 다 녹아 있어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삶이고, 특별할 것 없는 삶 같지만 사실 그 안에서 충분히 즐거울 수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보통 삶을 사는 사람들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주인공 '성주'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종종 질문 받는 인물이고요. '애린' 같은 경우도 혼령인지 귀신인지를 볼 수 있는 인물이죠. 고정적인 이미지가 무의미해지는 인물들의 등장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러니까 그 인물이 여자라서, 어린이라서 어떤 모습을 갖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런 인물들 그리는 것을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아마 저의 경험 때문일 거예요. 저도 그런 것에 사로잡혀 있다가 풀려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인데요. 사실 20대의 저와 지금의 저를 생각해보면 저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고 느껴요. 그런 변화가 제 인생에 아주 큰 경험이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더 많이 하려고 하죠.

변화의 과정에 쓰기가 있었던 건가요? 

쓰기보다 운동이 먼저 있었던 것 같아요. 운동이 1차였다면 2차가 쓰기였던 거죠. 그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것에 갇혀 있었어요. 저는 눈치도 아주 많이 보고요. 다른 사람의 시선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운동을 하면서 많이 바뀌었죠. 일단 운동을 하기 전까지 저는 민낯으로 땀을 흘려본 일이 거의 없고, 운동과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거든요. 다른 사람 앞에서 민낯으로 땀 흘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인데 운동을 할 때는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게다가 관장님이 진짜 영향을 많이 줬어요. 여담이지만 저희 아버지가 엄청 질투를 하면서 "내 생전에 네가 남자 어른 말을 그렇게 잘 듣는 건 처음 본다"(웃음)고 하시거든요. 아직도 제가 복싱하는 걸 싫어하시는데 다른 이유가 아니고 관장님 말만 잘 듣기 때문이에요. 관장님은 자기가 엄청 좋아하는 그 복싱을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도 안 쓰고 완전히 파묻혀서 하시는 분이에요. 그런 모습에 제가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것 같아요. 



가르치지 않고 이야기로

소설 속 가족 형태도 재미있어요. 이른바 '정상가족'이라고 하는 형태의 가족이 전혀 등장하지 않죠.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 부모가 아닌 사람과 사는 가족 등의 모습을 보여준 마음도 짐작이 돼요. 

저희 엄마가 돌봄교실 교사를 하시는데요. 실제로 돌봄교실에는 흔히 말하는 '정상가정'이 아닌 가정이 대부분이에요. 엄마가 돌봄교사를 하기 전과 후가 정말 많이 달라졌거든요. 그전까지 엄마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세상에 그렇게 많다는 걸 사실은 잘 모르고 있었고요. 교사 일을 하시면서 당장 내가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거의 다 그런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신 거죠. 이제는 그게 엄마한테 아무렇지도 않은 게 됐고요. 이 이야기에 그런 식으로 많이 담으려고 한 이유 역시 이게 현실이기 때문이었어요. 실제로 돌봄교실 아이들이 그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함께 사니까요. 이건 의도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설정이 된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돌봄교실의 풍경을 많이 말씀해주신다고요.(웃음) 그 중 특별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돌봄교실의 장면들은 어떤 것인가요?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이야기예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줘야 돼요. 정말로 똥을 닦을 줄 몰라서 똥딱지를 붙이고 돌아다닌다더라고요. 그걸 돌봄교사가 다 닦아줘야 하는 거죠. 저는 이런 얘기가 꼭 알릴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어린이들에 대한 혐오도 요즘은 있잖아요. 사람들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는 생활 습관 같은 것에서 어린이가 사고 친 이야기를 들으면 욕을 해요. 그런데 정말 몰라서 사고 친 경우도 많거든요. 보호자 한 명이 다 해낼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가정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다 가르치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따라서 왜 사회에서 그걸 해줘야 되는지를 이야기로 보고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서 흘겨보는 '순혈' 한국인들"(19쪽)이 타인들을 혐오하는 양상에 대해서도 쓰셨죠. 

저는 그런 장면을 항상 유심히 봐요. 특히 안타까운 부분은 흔히 말하는 좋으신 어른, 그러니까 어떤 이념과 상관없이 정말로 아이들과 젊은이들한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편견을 드러낼 때예요. 사실 모르고 하시는 거죠. 저는 가끔씩 그게 되게 안타깝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유념해서 관찰하려고 노력해요. 알면 안 그러실 수 있는 부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장면들을 많이 보고 이야기에 담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가르치지 않고 이야기로 녹여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죠. 그래서 이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가르치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작가님의 선생님 경험 선생님의 삶의 경험과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소설을 쓰기 이전부터 훨씬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은 사실 선생님이었고요. 저는 선생님에는 '실패'했다고 스스로 말하는데요. 실패했지만,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독자 분들은 싫을 수 있어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녹아 있는 것이 싫을 수 있죠. 하지만 그건 저한테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편집자는 신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아이처럼 그런 말이 필요'(221쪽)할 때가 있는 동시에 작품 속에서 가장 어린 애린이가 가장 성숙한 생각을 하는, 묘하게 어긋나는 설정도 아주 흥미로운 지점이었어요.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하는 것도 좋지만요. 보면 정말로 그런 아이들이 있어요. 특히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일수록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요. 맹랑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 아이의 내면에는 눈치를 보면서 살았던 세월이 분명히 있을 거거든요. 그래서 애린이라는 아이를 마냥 어린이답게 쓰지는 않았어요. 애린이가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이면에는 눈치를 보며 살아온 세월이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자기만의 완벽한 기준이 있고, 그걸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하잖아요. 그러다가 후반부에 생각의 변화를 겪어요. 그게 저는 굉장히 멋진 성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세상과 벽을 세우고 있다가 관계 맺기를 하면서 세상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초고에는 그게 그렇게 잘 드러나 있지 않았어요. 근데 담당 편집자님이신 황예인 편집자님이 딱 그 부분을 짚어주셨어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뭔가를 정해두지 않고 쓰기 때문에 그냥 흘러갔던 건데요. 편집자님께서 "이 친구가 원칙주의자인 것 같은데 뒤에 가면 변한다, 이 변화가 조금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딱 짚어서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초고에서 수정고로 넘어갈 때 그 줄기를 가장 많이 두툼하게 만들었죠. 성주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변화했는지를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요.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캐치해 주시다니(웃음) 사주를 받으신 것은 아니겠죠? '편집자는 신이다'라고 적어주세요.(웃음) 

작가로서 거듭해서 집중하게 되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태어난 가정이 보호소가 되지 못하는 여자'예요. 그것이 제가 지금 엄청 천착하고 있는 주제이고요. 사실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거의 모든 소설이 그것의 변주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직까지는 계속 그 얘기를 많이 쓰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도 그랬으니까요. 저 역시 집에 있을 때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고, 그것들이 누적이 되어서 저에게 영향을 줬거든요. 선생님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믿을 수 있는 어른, 좋은 선생님들을 운 좋게 만났기 때문이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그 주제가 선생님이 된 후에도 이어졌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애들이 사실은 안 그렇다는 걸 상담하면서 알게 되잖아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 얘기만 계속 써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해요. 



*설재인

1989년생. 한때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나 인생이 요상하게 흘러가서, 이제는 하루 종일 소설을 쓰고 읽는 일을 한다. 근육이 간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걸 아주 잘 알지만 그래도 술을 오래 마시기 위해 매일 세 시간씩 체육관에 머무른다.




내가 너에게 가면
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저
자이언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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