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는 늘 친구들의 중심에 있는, 인기 많은 '해록'이 매일 자신을 쳐다보는 걸 느낀다. 무심코 눈이 마주치기도 여러 번. 해주는 해록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써보지만 그에게 끌리는 마음은 멈춰지지 않는다. 그렇게 둘은 학교에서 모두가 아는 공식 커플이 되고, 모두가 알 듯한 연애를 한다. 다만 한 가지, 해록이 원한다며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다이어트를 하는 해주의 변화를 제외하면 말이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고 『죽이고 싶은 아이』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발표해 온 이꽃님 작가의 장편 소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사랑이라는 마음 안에 담긴 폭력적인 태도, 그로 인해 번지는 '가스라이팅' 문제를 다룬다. 실종되어버린 해록과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해주를 찾아온 형사는 과연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최대한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이꽃님 작가는 청소년 시기에 알아야 하는 것들, 위험해서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는 작품을 써왔다.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바라느냐에 따라 사회의 미래가 바뀐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조금 더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했다"는 이꽃님 작가는 그래서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말한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작가의 말'에서 "'사랑해'라는 말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써야 했습니다"(204쪽)라고 하셨죠. '쓰고 싶었다'가 아니라 '써야 했다'는 말 속에 작가님의 다짐이 있는 것 같았어요.
되게 고민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청소년 시기야말로 친구 관계나 이성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잖아요. 좀 불편하더라도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희생도 하고요. 무리하면서까지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기가 딱 청소년 시기인데요. 그때 제일 많이 노출될 수 있는 게 바로 '가스라이팅' 문제예요. 관련해서 충격 받았던 실제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고요. 공통적으로 그런 일들이 10대 때부터 시작됐다는 걸 보고 더 무서웠죠. 그때는 생각해 보면 이상하게 가족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고, 타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시기잖아요. 그때 잘못된 관계 속에서 피해자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는 것을 보고 이건 진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뉴스를 통해서는 크게 와닿지 않으니까 이야기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특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못된 일을 당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소설 속에 표현된 정서적 학대의 양상이 너무 생생했어요. 특히 가스라이팅의 방식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죠.
일단 가스라이팅 양상이 너무나 비슷해요. 항상 반복되는 말을 하죠. "네가 이상한 거다"라거나 "너를 제일 사랑하는 건 나다"라는 말로 세뇌를 많이 하고요. 너는 내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걸 끊임없이 반복해요. 찾아보니 모든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더라고요. 그래서 가스라이팅과 관련한 유사한 양상은 최대한 담으려고 했어요.
한국에 비해 외국에는 사이코패스나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에 대한 정신분석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외국 책을 많이 참고했는데요. 가령 소시오패스는 뇌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한편 가스라이팅도 아직 그렇게까지 분석되어 있지 않지만 공통점은 있었어요. 또 피해자들이 자존감이 낮은 경우 더 많이 노출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 국내에서는 뉴스나 특정 사례에 대해서만 소비하는 것 같아요. 보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주로 가해를 하는지나 피해자들이 왜 여기에 쉽게 노출되는지 살펴봐야 할 텐데요.
제일 답답하고 안타까운 지점들은 그런 뉴스를 보고서 "저렇게까지 하는데 그걸 왜 당하고 있냐"는 반응을 하는 거예요. 손을 묶어 놓는 것도 아닌데 왜 못 빠져 나오는 거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가스라이팅은 아주 서서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아주 오랜 기간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이런 내용들을 알아야 피해를 막으니까 소설 속에서라도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가 청소년 시기의 독자들에게 닿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소년 시기는 참 어려운 게 많은 같아요. 누가 나한테 옳은 말을 하는지 판단하기도 어렵죠. 선생님은 옳은 말을 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경우도 있고요. 보호자도 마찬가지로 잘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알고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결정된 건가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목이거든요.
이야기의 끝에 가면 이 말이 나오죠. 당연히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의 말인데요. 그 속에 담긴 이면의 느낌, 욕망에 대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걸 담고 싶었어요. 제목 뒤에 '사랑하니까'를 생략한 이유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의 말 이전에 '당연하게'라는 말이 주는 어감을 생각해보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나는 커피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과 "사람들은 당연히 다 커피를 좋아하지"라고 말하는 건 다르잖아요. '당연하게'라는 말이 들어가면 어쩐지 커피를 안 좋아해도 좋아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나요. 그래서 제목을 정할 때 그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너는 주먹을 휘두르고 칼을 휘두른 것만큼이나 끔찍한 짓을 한 거야."(184쪽)라는 말은 밑줄을 여러 번 그은 문장이었어요. 형사가 가해 학생에게 한 얘기였는데요.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폭력이라고 정확히 얘기를 해주는 부분이잖아요. 그 전까지는 그게 잘못된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되게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요. 피해자가 자신의 말에 따르는 게 너무 당연한 거죠. 가해자들은 그러니까 아예 죄책감이 없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청소년기에 친구를 하인처럼 부리는 애들이 한 명 정도는 꼭 있었거든요. 무리의 우두머리에 서고 싶어 하는 그런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른들이 볼 때는 어리니까, 아직 학생이니까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아마 똑같은 행동을 할 거예요. 회사에도 똑같이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확실하게 가해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려줘야 하고요. 더욱이 그것을 가해자 스스로 깨닫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자신에게 의지가 있어야 치료도 받는데 문제라는 것을 모르면 의지조차 가질 수 없잖아요. 실제로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던 친구들이 있다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 문장을 썼고요. 마찬가지로 꼭 나쁜 일을 당해야만 피해자는 아니니까, '이상하게 쟤랑 있으면 불편해' 하는 마음을 가졌던 미미한 수준의 피해자들도 많을 텐데 그런 일을 당했던 친구들에게도 그 사람이 나빴었다는 것, 그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해주'의 친구 '예지'의 말이었죠. "그게 당연해지면 안 되지.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당연해지기 시작하면 볼품없어져."(87쪽)라는 말도 참 좋았어요.
그것 역시 정말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였죠.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 하는 행동들은 당연한 게 아니고, 그렇게 네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라도 당연하게 여기도록 두지 말라는 이야기 말이에요. 이런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가스라이팅 관련 책에서 아주 긍정적인 이야기를 읽었는데요. 어릴 때 당하는 가스라이팅이 무섭기는 하지만 다행인 것은 어릴수록 회복도 잘 된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정말로 힘들겠지만 대신 빨리 인지하면 빨리 회복한다고요. 그래서 혹시나 지금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알고 있기를 바라면서 조언하듯이 썼던 말이었어요.
이것이 문제이고, 폭력이나 범죄일 수 있다는 것을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군요.
네, 스스로 일단 알아야 하는 거예요. 옷 입는 것까지 다 간섭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일단 알아야죠. 남자들이 억지로 여자를 끌고 간다든가 벽에 밀치는 행동을 하면 그게 멋있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지만요. 지금은 그게 폭력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이 훨씬 많이 알려져 있고요. 다행히 청소년 친구들도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기는 해요. 과거에 비하면 훨씬 좋아지기는 했죠. 하지만 여전히 그런 게 남아 있기는 해요. 싫다고 말했는데도 끌고 가는 걸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분명하게 나쁜 것이라고 짚고 싶었고, 자신에게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청소년들에게 향하는 마음
앞서 말씀하셨듯 청소년 시기,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흔히들 그 시절을 쉽게 낭만화 하지만 사실 그 시기야말로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시기일 수 있잖아요. 작가님께서 그 시기에 집중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제가 사춘기를 길게 거쳤어요.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시기를 길게 겪었거든요. 중학교 1-2학년부터 20대 중반까지 그랬어요. 제가 20대 중반에 작가로 등단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도 여전히 심리적으로 좀 불안했던 것 같아요. 사실 자라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불안함은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 컸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니까 이게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이런 시기가 짧게 왔다 가고 어떤 사람은 길게 겪는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러면서 지금 청소년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런 것은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던 대학교 시절에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저 혼자 청소년 소설을 썼어요.
처음부터 청소년 독자를 향한 문학을 생각하셨던 거군요.
맞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제 경우만 해도 동화책을 읽다가 세계 문학 전집을 읽으면서 느낀 괴리가 컸어요. 어린이 때 재미있게 책을 읽다가 중학교에 갔는데 갑자기 <삼국지>나 『태백산맥』 같은 걸 읽으라고 하더라고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나는 이제 책을 안 좋아하나 보다, 하고 책을 덮게 됐어요.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았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책을 덮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 진짜 저의 꿈이었어요. 지금도 책 읽는 거 싫어하는 친구들 많죠. 그래서 책 읽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 책은 다 읽었다고 하는 청소년 독자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고요. 그런 마음 때문에 계속 청소년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기 독자들의 가장 현재의 문제나 고민을 계속 지켜보는 일도 작가님께 무척 중요하겠어요.
그래서 청소년기의 친구들을 자주 만나려고 해요. 근데 그렇게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일단 청소년 친구들이 워낙 바쁘죠. 다행히 청소년 친구들과 강연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면 저를 처음 봤는데도 속마음이나 고민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가요. 그런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죠.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에도 지금 청소년들의 언어가 많이 담겼죠. 그런 섬세한 요소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셀프 사진관 이야기도 나오고요.(웃음)
쓸 때 실제로 말을 하면서 써요.(웃음) 제가 거울을 보면서 말을 막 해보는 거죠. 일단 서술형으로 쓰는 말투와 실제로 현실에서 쓰는 말투는 다른 점이 많잖아요. 그래서 문장을 썼다가도 여러 번 소리 내서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을 최대한 실제 사용하는 말과 비슷하게 바꾸는 과정을 거쳐요.
청소년들이 쓰는 언어라든지 이 친구들의 문화를 예전에는 금방 알 수 있었거든요. 저도 어리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니까 좀 어렵더라고요. 벽이 생기고요. 게다가 제가 이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공부를 해야 했어요. 다행히 청소년 친구들이 인터넷에 댓글 같은 것도 많이 남기니까 그런 것들을 찾아 보면서 말투를 연구할 수 있었어요.
독자들이 이질감을 느껴선 안 되니까요.
제가 청소년 대상 강연을 갔을 때 한 친구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떤 작가님의 책은 어른이 쓴 것 같은 느낌이 난대요. 그러니까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난다고요. 그러면 딱 거부감이 든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어른이 우리 이야기를 하는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든다는 얘기를 듣고 소설을 쓸 때 그 부분을 더 많이 신경 쓰게 됐어요. 근데 이 친구들은 욕을 많이 쓰잖아요.(웃음) 또 그걸 또 잘 걸러내는 과정도 있었어요.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저마다 실제 있을 것 같은,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에요. 해주랑 해록이 외에 특별히 이 인물의 얘기를 좀 더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인물도 있나요?
지상이랑 해록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귄 친구예요. 그 친구들이 아무 문제 없이 지내다가 해주로 인해 한 번 틀어지잖아요. 근데 그런 일들이 청소년기 친구들한테 정말 많이 일어나요. 엄청 친했던 친구들이 같은 애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싸우기도 하고요. 그러다 왕따 같은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런 일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에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길게 더 쓰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잘못된 사랑에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두게 되는 작가님의 주제도 궁금해지거든요.
예전에는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가족이나 우정, 또는 학교 같은 몇 가지 키워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다룬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주로 제가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사회 현상에 관한 이야기예요. 알아야 할 이야기지만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말로 설명했을 때는 지루해지거나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은 주제들 말이에요. 그래서 뉴스를 많이 봐요. 뉴스 중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 이슈화되는 것들이 있으면 관심 있게 지켜보고요. 그러다 진짜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던 어린 시절의 저한테 '너 이거 좀 알았으면 좋겠어, 이런 이야기가 있어'라고 말해주듯이 쓰려고 해요.
이번 소설에서 가스라이팅 문제를 쓰셨어요. 다음에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건가요?
조금 있으면 책이 한 권 더 나와요. 그 이야기는 사회 문제 이야기는 아니에요.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에서 '사랑'이라는 이야기에서 있을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썼잖아요. 그래서 여름에 나올 책은 사랑해의 밝은 면을 써봤어요. 사실 사랑하는 일은 좋은 게 훨씬 많은 일이니까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구제되는 이야기를 아마 여름쯤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다음에 쓰게 될 이야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실종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한국 사회에 여전히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풀리지 않는다는 사건이 있다는 게 충격이어서요. 저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고, 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더 가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이 이야기가 잘못된 사랑에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207쪽)이라고 하셨잖아요. 지금 그런 상황에 있는, 이것이 나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물리적으로 때리면 주변에서 잘못했다는 반응이 바로 나올 거예요. 그런데 가스라이팅은 너무나 교묘해요. "너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라면서 정서적으로 폭력을 행하는데도 그걸 잘못됐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진짜 어려운 것 같은데요. 마지막에 한 그 말이 정말 저의 진심이에요. 이 이야기를 읽고 조금이라도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거나 조금이라도 마음이 쓰인다면 있는 그대로 당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가 분명히 있으니까 지금의 관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이꽃님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메두사의 후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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