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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 주세희 “악동뮤지션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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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박진영은 “악동뮤지션 부모님이 책을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자연에서 톡 튀어나온 것 같은 악동뮤지션의 음악 가운데는 몽골의 푸른 초원도 있겠지만, 부모의 남다른 교육관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짐작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궁금해 했던 악동뮤지션의 이야기는 올해 4월, 악동뮤지션의 1집 <PLAY>와 함께 출간된 에세이『목소리를 높여 high!』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하지만 부모 독자들은 악동뮤지션의 엄마, 아빠 이야기를 더욱 듣고 싶어 했다. 여러 요청 끝에 이성근, 주세희 씨가 ‘찬혁, 수현의 부모’라는 이름으로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썼다.

 

2008년 5월, 몽골로 이주해 선교사 부부로 살아온 이성근, 주세희 씨는 ‘행복발전소’라는 가족명을 쓰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다. 출판인으로 10여 년간 일을 하다 선교사가 된 아빠 이성근 씨와 오랫동안 교회에서 학생부 교사를 맡으며 사춘기 아이들과 소통했던 엄마 주세희 씨. 이들이 악동뮤지션의 부모로서 가장 잘한 일은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준 일”이다. 누군가 홈스쿨링을 했다고 하면, ‘부모의 열정이 대단하네’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이들이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건 학비의 부담과 아이들의 영어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악동뮤지션은 “홈스쿨링을 하지 않았더라면 <K팝스타>에 도전하지 못했을 거고, 악동뮤지션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근, 주세희 씨는 “진짜 홈스쿨링이 시작된 건,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자유를 주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재능은 심심할 때 나온다고 했다. 아이들이 할 게 없으니까 딴짓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뭔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찬혁이가 처음 노래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찬혁이의 재능 발견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모습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한 우리의 반응에 찬혁이는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재능을 쏟아냈다. 그때 우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거나, ‘뭘 그깟 것 가지고 호들갑 떨어”라고 했다면 지금의 악동뮤지션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에너지 덩어리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것에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아이가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부모가 예상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다면 아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 『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 262~263쪽)

 

만나고-악동부모님

 

정말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해봐


올 봄에 악동뮤지션의 저서『목소리를 높여 high!』가 출간된 후, 책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찬혁, 수현이의 책을 먼저 읽은 부모로서의 소감이 궁금하다.


이성근: 몽골에서 찬혁이가 노래를 만드는 걸 보면서, 이 아이가 어떤 경험을 통해 무슨 생각으로 노래를 만드는지가 궁금했다. 찬혁이가 지금은 말을 잘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한 번 써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판매는 못 되더라도 책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아이들이 책을 내게 됐다. 악동뮤지션의 책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우리 부부의 책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 내용은 이렇게 써야 하지 않을까? 아빠가 생각할 때, 그 때 너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우리와 달랐다. 부모와 아이의 이야기가 이렇게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들은 아이들 생각대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담는 책을 써보고 싶었다.

 

찬혁, 수현이가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하지 않았더라면 <K팝스타>에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홈스쿨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세희: 반드시홈스쿨링을 했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책에도 썼지만 홈스쿨링을 처음 시작한 1년 반은 굉장히 힘들었다. 수업 준비도 벅찼고 스케줄도 많이 빡빡했다. 아이들도 부모도 힘든 시기였다. 1년 반이 지났을 무렵, 홈스쿨링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아이들을 풀어줬다. 포기하는 것처럼 “너희 마음대로 해”가 아니라, “정말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자유를 줬다.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고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했는데, 그 때부터가 진짜 홈스쿨링이 아니었나 싶다. 홈스쿨링을 했기 때문에 이런 재능이 나왔다기보다, 하고 싶은 대로 풀어줬기 때문에 재능이 드러난 것 같다.

 

수현이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노래에 재능을 보였는데, 찬혁이는 뒤늦게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다.


주세희: 찬혁이는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작곡을 하면서 갑자기 터져 나온 거다. 자신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곡이 터져 나왔는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보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드러난 것 같다. 갑자기 찬혁이가 음악에 관심을 갖고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얘가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지?’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간섭하지 않고 그냥 놔뒀다. 한국 교육의 현실은 아이들의 재능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공부해야 하고 학원을 가야 하니까. 무척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거다. 본인조차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악동뮤지션이 몽골 생활을 하지 않고 한국 학교를 다녔더라면, 달라졌을까?


이성근: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아니 몽골에서도 여유가 있고 아이들이 영어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더라면 학교를 보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애초부터 아이들에게 억압적으로 공부를 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주세희: 기본적으로 남편과 같은 생각이 아이들이 반드시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너희들의 공부 목표가 대학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곳이 대학이고, 너희가 살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는 곳이 대학”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가야 하는 시기도 꼭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가 아닌, 나이를 먹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아이들의 몽골 생활이 굉장히 자유로웠을 것 같은데, 의외로 엄격한 규칙이 많았다. 가요를 듣지 못하게 했다는 점은 놀랍다.


주세희: 규칙만 있었던 게 아니고 자유도 있었으니까, 아이들이 잘 따라와줬다. 어릴 때부터 식당에서는 뛰지 않아야 하고, 어른들께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언제나 인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그런 습관들을 일찌감치 갖게 했다. 아이들이 어려도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시켰다. 규칙만 있는 집안이었다면 힘들어했겠지만, 반대로 사랑 표현을 굉장히 많이 했고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많은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우리 집은 힘든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집은 재밌는 집’, ‘엄마 아빠가 우리를 무척 사랑한다’라고 생각했다.

 

이성근: 규칙을 정할 때, 아이들에게 이 규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고 아이들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아빠를 설득해 보라”는 말이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걸 들어보고 그것이 타당하면 아빠가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찬혁이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요구를 말로 표현하는 게 익숙한 아이가 아니라서 오히려 힘들었을 거다. 아빠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아예 말하는 걸 포기해버린 경우였는데, 당시에는 내가 찬혁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찬혁이가 사춘기를 겪을 때, 나와의 갈등의 시간이 꽤 길었다.

 

대개 사춘기를 보내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다려주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이성근: 아내와 나는 조금 다르다. 아빠 입장이 있고 또 엄마 입장이 있으니까. 또 남자의 성향, 여자의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대처했던 방법이 좀 달랐다. 아내는 무작정 기다리는 편인데, 나는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고 또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했던 게, 찬혁이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다. 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니까 내 생각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찬혁이는 아빠랑 대화하는 걸 포기했던 거다. 이건 나의 실수였다. 다행히 지금은 찬혁이가 많이 달라졌고 나 역시 많이 기다려주려고 노력한다.

 

만나고-악동부모님

 

성형 수술은 절대 반대했다


악동뮤지션의 <K팝스타> 출연이 가족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텐데.


이성근: <K팝스타>는 찬혁이와 수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취한 대단한 사건이었다. 아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했지만 부모로서는 걱정이 많이 됐던 게 사실이다. 방송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계속 지켜보면서, 그동안 찬혁이에 대해 잘 몰랐고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찬혁이를 대하는 내 태도가 완전히 변했다. 특히 아이들이 쓴 책 『목소리를 높여 high!』를 읽고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찬혁이가 아빠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곡을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소통하길 원했다는 걸, 책을 보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K팝스타> 우승을 한 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했다. 아이들과 다시 몽골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나? 갑자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이들이 많이 염려스러웠을 텐데.


이성근: 그동안은 항상 내가 먼저 가본 길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는데, 연예계 생활은 내가 가본 길도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우리에겐 상당한 모험이었다. 차라리 우승을 하지 않았더라면, 시간이 지난 후에 아이들에게 맞는 기획사를 천천히 선택하고 또 몽골에 가서 홈스쿨링도 다시 할 수 있었을 텐데, 3사 기획사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회사의 방침을 보니 안심이 됐다. 다행히 엄마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줬고,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닌 먼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물어본 다음에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더라. 우리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이 1집을 내고 데뷔하는 모습을 보고, 좀 놀랐다. 이전보다 더 아이들다운 모습이라서. 찬혁이와 수현이가 갖고 있는 성격이나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서,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는 마음이다.

 

YG엔터테인먼트에게 특별히 요구했던 사항은 없었나?


주세희: 성형 수술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웃음).

 

이성근:우리가 연예계를 잘 몰랐기 때문에 기획사에게 전권을 줘야 하는 줄 알았다(웃음). 성형 수술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기획사에서도 “우리도 시킬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 우리가 기독교 신앙인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교회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자율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너무 화려한 무대만 서는 게 아니라 아마추어일 때 섰던 거리공연이나 작은 공연도 함께 병행했으면 한다는 말했는데, 고맙게도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악동뮤지션의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


주세희: 「작은별」을 좋아한다. 처음 이 노래를 딱 들었을 때, 가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 나이에 제일 잘 맞는 것 같고, 청소년이 듣기에도 부모들이 듣기에도 모든 연령대가 불러도 좋은 노래인 것 같다. 「인공잔디」도 좋아하는데, 찬혁이가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 멜로디는 경쾌한데, 가사를 곰곰이 읽다 보면 그렇게 경쾌한 내용은 아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메시지가 뇌리에 박히고, 마음이 아프다고 해야 하나. 아련해지는 그런 느낌이 있다.

 

나에게는 해도 물도 필요하지 않아
그런 거 없이도 배부르게 살 수 있으니까
나에게는 시들 걱정 필요하지 않아
밟히고 뭉개져도 내 색을 잃지 않으니까

 

모든 게 좋아 보여
All things I have are looking good
하지만 내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You know why?

 

나도 숨 쉬고 싶어
비를 삼키고 뿌리를 내고 싶어
정말 잔디처럼
정말 잔디처럼

 

- 악동뮤지션 「인공잔디」

 

이성근: 나에게는 「안녕」 이라는 노래가 특별하다. 몽골에 있을 때, 아이들과 아침마다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를 했는데, 당시 한국 청소년들이 왕따나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아이들과 한국 청소년들을 위한 기도를 종종 했는데, 그때는 아이들이 얼마나 이 이야기에 공감했는지 몰랐는데, 찬혁이가 「안녕」을 만들었을 때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많이 났다. 찬혁이가 평소에는 무관심하게 넘어가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마음에 담고 있었구나, 새롭게 깨달았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슬퍼하기보다는 좀 더 담담하게 현실을 그려낸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안녕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지
그 동안 말도 하지 않고 매일
저 만치서 어울리고 있는 너희를 바라보고

 

다가갈까 말까 말 걸어볼까 말까
이런 인사가 나을까 이런 날 반겨줄까
오늘도 생각만 하다가 기회는 떠나가

 

혼자라는 게 얼마나 외로운지 아니

날 피하는 게 보일 때 얼마나 서운한지 아니

 

날 멀리 두지 말아줘
날 여기에 이대로 두어줘
그저 너희가 있는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내겐 안심이 될 테니

 

- 악동뮤지션 「안녕」

 

만나고-악동부모님

 

부모가 과도한 책임감을 내려놓았을 때,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


찬혁이는 올해 19살이 됐다.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지.


주세희: 현재로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대학을 가고 싶어 하긴 하는데, 본인이 원할 때 마음 편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성근:예전에 찬혁이가 대학을 가고 싶어한 건, 친구들이랑 놀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대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K팝스타>가 끝나고 막연하게 “대학에 가면 실용음악을 전공할까요? 작곡을 전공할까요?”라고 물어온 적이 있는데, 지금은 기획사에서 이미 다 배우고 있으니까. 대학에서 다른 걸 배울만한 일이 없어졌다. 열심히 곡을 만들고 악기를 배우는 걸 더 재밌어 한다.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아빠는 몽골로 돌아가 선교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빠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외로운 마음도 많을 것 같다.


이성근: 초기 6개월 정도는 정말 힘들었다. 몽골에서는 언제나 집에서 바글바글하게 아이들과 함께 지냈는데, 이제는 정적이 흐르니까(웃음). 익숙하지가 않고 너무 외롭고 공허하더라. 그래도 지금은 많이 적응됐고, 원하면 아이들을 볼 수 있는 환경도 열렸으니 예전만큼 외롭진 않다.

 

이제 본인의 이름보다 ‘악동뮤지션의 엄마, 아빠’라는 타이틀로 더 많이 불리지 않나?


이성근: 내 이름이 없어졌다(웃음). 예전에는 이성근 선교사라는 타이틀이 나를 나타내는 수식어였는데, 지금은 무조건 ‘악동 아빠’다. 썩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웃음). 이제는 내 자리도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이것만은 참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주세희: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준 일인 것 같다. 아이들의 엄마지만 늘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찬혁이나 수현이가 속 이야기를 많이 털어 놓는다. 다섯 살이면 다섯 살처럼 놀아주고, 나이에 맞게 친구가 되어준 게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

 

이성근: 내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일이다. 아빠로서 아이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었겠지만, 나 역시 실수가 많은 아빠다. 내 실수라는 걸 정직하게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한 게, 가장 잘한 일 같다. 특히 찬혁이가 사춘기를 겪었을 때 거리가 멀어졌는데, 내 실수를 인정하고 나니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요즘 흔하게 하는 말로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웃음).

 

주세희: 그런데정말 잘못을 깨닫고 해야지, 말로만 하는 용서는 효과가 없다. 아빠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게 참 많다. 어떤 독자들에게『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를  추천하고 싶나?

 

이성근: 사실 이 책에는 아빠의 반성문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되도록 성공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줘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는 그 과도한 책임감을 내려놓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자녀교육에 부담을 많이 갖고 있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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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이성근,주세희 공저 | 마리북스
이 책은 결코 넉넉하지 않은 선교사 가정에서 자존감과 충만감이 가득한 아이들로, 아이의 재능을 발굴해서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들로 키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때로는 친구처럼 재미있게, 때로는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자인 든든한 응원군으로, 때로는 절제를 품은 신앙인의 엄격한 자세로! 그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언제 어디서나 ‘기본’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부모로서의 자신도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저자들은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내일이 아닌 오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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