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는 손명찬 시인이 3년 만에 낸 책이다. 손명찬 시인은 다소 특이한 이력을 걸어온 사람이다. 젊은 시절에 낸 시집 두 권, 『바라보고 싶은 곳에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반짝이는 것이 떠올라 별이 되기까지』로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정식으로 등단하지도 않은 시인이었는데 말이다.
이후로 그는 문단이 아니라 사회로 나가 기업 홍보와 경영 컨설팅에 종사하면서 CEO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남다른 이력 덕택에 손명찬 시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월간지인<좋은생각>의 편집과 경영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좋은생각>과 웹진 등에 발표한 글을 엮어낸 『꽃필날』도 널리 읽혔다.
이렇게만 본다면 손명찬 시인의 삶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다. 그는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든 삶에서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갑작스레 닥친 교통사고로 죽음 직전까지 갔고, 신체적 고통과 무관하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일도 겪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쓴 책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손명찬 시인의 글과 함께 밤삼킨별이 찍은 사진이 책에 실렸다.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쓴 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는 갑자기 겪은 교통사고 이후 3년에 걸쳐 쓴 작품을 모은 건데요. 이번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
교통사고로 죽음에 이르는 문턱을 밟아본 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살아온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났던 건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유신론적 실존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청년 때에는 회의주의자인 장 그르니에를 탐색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그동안 보류해둔 생각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져 보다 분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교통사고보다는 그 일 직후 뜻하지 않게 마음이 무너지는 일을 당한 게 힘겨웠습니다. 자세히 사정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교통사고가 몸을 파괴했다면 그 일은 마음에 충격을 줬죠. 사태 파악을 할 겨를도 없기 그냥 쾅 소리를 내며 단번에 무너졌습니다. 나름 산전수전도 겪었고, 마음과 관련한 일을 오래 해왔고, 힐링 에세이, 칼럼을 써 온 사람으로서 어이가 없었어요.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상처에는 내성이 없다는 거. 고통을 당하면 피할 길이 없더라고요. 누구라도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 ‘치유의 글쓰기’를 기어가듯 시작했습니다. 이게 이번 책의 탄생 배경이에요. 써놓고 보니 ‘진심의 조각들’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내 마음이 있는 그대로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글 쓰는 일 외에도 다양한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계신데요. 현재는 마음 치유를 테마로 한 ‘공감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일이 결국은 마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일로 볼 수 있을까요?
네, 같은 일이에요. 공감 커뮤니케이션은 힐링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종합적인 문화예술치료를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책, 애니메이션 및 게임 콘텐츠 등에 ‘힐링’ 주제와 소재를 융합하는 일을 해당 전문기업과 제휴하고, 자체적으로는 힐링 관련 프로그램(공연, 강연 등)을 만들어 기업 컨설팅 개념으로 기획, 제안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독서치료학회와 함께 <마음치유 아카데미>를 기획, 주관한 것이 한 예입니다. ‘마음치유’를 기획과 컨설팅에 접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기업의 CEO를 맡아 경영한 경험과 활동의 노하우가 근간이 되어서겠죠.
힐링 열풍이 들었고, 여전히 한국사회에 ‘힐링’이 유행인데요. 손명찬 식의 힐링과 치유는 어떤 것인가요.
현대에 마음 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대개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제 발로 찾아가지 않아요. 이들을 만나야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왜일까요. 사회적 낙인이 두렵고, 내가 병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거의 대부분이 ‘셀프 힐링’에 나섭니다. 책을 읽고,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자고, 산책하고, 여행하고, 친구를 만나고, 술 마시고, 자기계발 강연도 듣죠. 자신에게 맞는 힐링법을 찾느라고 애써요. 그렇지만 그뿐이에요.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현실로 되돌아와요.
저는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힐링 세팅(healing setting’을 도와주고 싶어요.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통찰을 얻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면 셀프를 위한 마중물 같은 도움이 먼저 필요합니다. 진단하고, 처방하고, 사후 관리하는 순서만 이해해도 절반은 성공이에요. 작은 것 하나라도 ‘모티브’를 잡는 순간, 힐링 세팅이 되고, 셀프 힐링은 시작됩니다. 그 첫걸음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것이에요. 이 책이 다루는 일관된 주제이기도 하죠.
하면 된다, 과연 하면 될까?
마술을 부려 그걸 다시 어쩔 순 없다. 새로운 사람이 와서 조금씩 붙여주든가, 새살이 돋을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깨끗이 잊어” “힘내” 같은 속성 비법이 있다지만, “누가 그게 된답디까” 같은 부작용도 있어서 어렵다. 격려와 처방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 60쪽)
<마음 부스러기>라는 작품을 읽다가 ‘누가 된답디까’ 하는 직언이 와 닿던데요. 어떤 상황에서 쓴 글이었나요.
‘누가 그게 된답디까?’는 제가 본격적으로 심리치료와 관련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말하자면 폭탄 같은 화두였어요. 겪어보니 그랬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중환자실에 누워서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데, 이미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이미 한겨울로 들어섰는데, 이미 의지와 의욕이 꺾일 대로 꺾였는데 어찌 ‘하면 된다’ 하는 마음으로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단 말인가요. 이런 태도는 오히려 자신을 속일 뿐 아무 이유와 근거가 없는 막연한 긍정이고, 무모하기까지 한 낙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자신에게 보다 솔직해져서 지금의 내 처지가 바닥임을, 겨울임을 인정할 때 계단이 보이고 언덕을 넘어 봄을 향해 가는 여정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번 책에 수록한 작품 중 가장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글은 무엇인가요?
<눈부시게 해줄 테다>를 꼽고 싶네요. 이 글이 그리고 있는 장면은 사실 그대로입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 옆에서 부축해준 사람. 결국 나를 걷게 하고, 뛸 수도 있게 만든 사람. 이 글은 긴 재활의 끝을 보여주는 해피엔딩의 장면이기도 합니다. 글에서처럼 아내는 내 눈을 열어 마음에 빛을 가득 넣어주었어요. 그저 감사합니다.
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지던 어느 아침.
아내가 옆으로 지나가는 듯하다가
갑자기 내 머리를 잡아 창가 쪽으로 휙 돌리고는
손가락으로 내 눈을 집어 크게 벌렸어요.
그러고는 윽박지르듯 말했지요.
“눈부시게 해줄 테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152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은 어디인가요?
지금, 여기, 이 순간, 내가 딛고 있는 곳. 다행히 우리는 같은 별에 살고 있죠. 만약에 우주 저 너머에 우리 말고 외계인이라도 사는 별이 있다면, 그들은 이쪽, 아름다운 초록별을 보며 ‘저런 별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꿈을 꿀지도 몰라요. 책에 썼듯, 원래 자기가 거주하는 별은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운 별인지 모르죠. 거리를 두고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으니. 곁에 있는 것, 지금 가진 것, 꼭 잃고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 게 우리입니다. 지금이라도 곁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이전보다 더 사랑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등단할 기회가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들었는데요.
등단 안 한 걸, 무슨 대단한 소신의 소산으로 생각하나 본데요. 간절히 원했더라도 아마 실력이 안 됐을 거예요. (웃음) 글을 계속 쓸 생각이 없었죠. 실제로 1992년과 1994년에 시집을 낸 후 2010년까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았습니다. 그 계기는 잠시 글 선생님이 되어 주셨던, 지금은 작고하신 조병화 시인께서 하신 말씀 때문이었어요. 두 번째 시집의 권두언을 써 주시면서, 이미 시집 두 권을 냈으니 앞으로도 독자와 직접 소통하라고, 문단을 기웃거리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문단의 거두로 사신 분이라 깊은 뜻이 있다고 믿었어요. 그러겠노라고 덥석 약속하고는 그 이후, 두어 번의 유혹을 잘 이겨냈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일이죠. 그 결과, 저는 자유인입니다.
사람 사이에 필요한 건 정의가 아니라 용서
‘시’란 어떤 의미인가요?
‘진실한 마음의 반짝임’. 그것을 바라거나 무시하지 않고 가슴에 잘 모으다 보면 어느 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것. 특별한 이들의 경험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에요. 우리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일이 버릴 게 하나도 없고, 하나하나 다 소중한 의미가 있음을 알게 해 주는 게 시입니다.
주로 언제 시를 쓰나요. 시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시를 쓴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지는 않아요. ‘반짝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때그때 메모를 하는 편이죠. 그러나 그 메모량이 대개 적어요. 메모는 그냥 놓아두었다 내킬 때 타이핑하면서 글 한 편으로 완성합니다. 그게 시와 모양이 많이 닮았어요. 언제나 글의 소재는 ‘일상’이고, 주제는 ‘사랑’입니다. 철학도 시절을 지낸 덕분에 사람, 사물, 상황 앞에서 생각하고 있는 저를 봅니다. 심리학을 접하고 나서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황이든 그 ‘입장’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듣는 자세가 생겼다는 건 참 기쁜 일이죠. 이번 책은 ‘안’이 ‘바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읽어본 독자라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거예요.
마음이 힘든 순간에 자신을 지켜준 신념은 무엇이었나요.
‘사람’입니다. 사람을 향한 믿음. 사람이 있기에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고 사랑이 있기에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고 믿어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사람이 치유합니다. 상처 준 사람이 있고, 약을 발라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이에 필요한 말은 ‘정의’가 아니라 ‘용서’입니다. 용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 천국도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가해자 배역을 맡은 사람이 따로 있고, 피해자 배역 전문인 사람이 따로 있는 건 드라마지, 인생이 아니에요. 우리네 삶은 무수한 관계 속에서 어제는 가해자였다 오늘은 피해자였다, 내일은 또 무슨 짓을 할지, 또는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요. 용서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사는 나를 위해 필요한 거예요. ‘나를 위한 용서’라는 말이 바로 그 뜻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말은 가해자 짓을 하는 중에는 해당하지 않아요.
끝으로, 이 책을 특히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며 자기주도의 삶을 살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속상한 분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알고 보면 이미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사랑하기에, 상처에 아파하며 앓고, 어떻게든 낫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게 아닌가요. 이런 분들은 자신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진실하게 살려고 애쓰죠. 그 마음으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봐요. 곁에 있는 사람들이 복을 받고 세상이 밝아지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은 이런 분들이 만든다고 믿습니다.
살다보면 움츠러들고 고개 떨굴 때도 있어요. M. 토케이어의 말을 선물하고 싶어요. ‘몸을 굽히면 진리를 줍는다’는 말. 삶에서 무엇 하나도 ‘잉여’는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행복은 기다린다고 오지 않아요. 애써 찾고, 없으면 만들고, 마음껏 누리고, 듬뿍 나눠주는 삶을 살아보자고, 오늘, 당신과 나, 만난 김에 새끼손가락을 걸어요. 그게 부담이라면 발가락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손명찬 저/밤삼킨별 사진 | 비채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고서야 비로소 생生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시인 손명찬. 〈좋은생각〉 홈페이지와 웹진을 통해 38만 회원들에게 ‘따스한 목소리’를 전하며 사랑받아온 그가 3년 만에 포토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로 돌아왔다. 이 책이 더 특별한 이유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겨낸 힘겨운 시간을 ‘치유의 에세이’라는 특별한 선물로 엮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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