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랑과 이즘의 3번째 인터뷰, 횟수는 제법 되지만 무려 5년 만에 그를 만난다. 지난해 네 번째 정규 음반<Human Complex Part.1 >를 발매하고 1년여 만에 그 반쪽. < Human Complex Part.2 >를 내놓은 시점이다.그는 여전했다. “어떻게 하면 음악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데뷔 15년차 뮤지션은 '여전히' 진지했고 '여전히' 해맑은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인디'도 아닌 '메이저'도 아닌 '중간'의 위치가 딱 좋다는 그는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고, 시종일관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즘과의 3번째 인터뷰입니다. 저번에 인터뷰 때는 진천에서 생활하고 계셨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진천에는 3집을 준비할 때만 있었어요. 지금은 계속 서울에 있습니다.
이즘과의 이전 인터뷰에서 이번 4집 앨범에 대한 큰 그림을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네. 그 때 대부분 비트가 빠르고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많이 가미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파트2는 특히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많이 가미되었습니다.
작업이 상당히 어려우셨음에도 파트 1,2로 나누어 긴 호흡의 앨범을 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하나의 앨범으로 냈다면 제가 원했던 스케치를 완성시키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 거예요. 안 그래도 팬들과 약속이 늦어진 상태였는데 작업날짜가 계속 미루어지다 보니 걱정이 많았어요. 주변에서도 차라리 파트를 1,2로 나누어서 작업을 하면 빨리 나오지 않을까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저 역시 작업 흐름이 명확해질수록 파트를 나눠서 발매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파트1,2를 나눈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게 같은 앨범인 듯 같은 앨범이 아닌 느낌이 들거든요.
파트1의 가사내용이 내적인 고민이 많다면 후작은 생각을 표출하는 부분이 많죠. 사운드는 파트2의 경우는 이펙팅, 그러니까 동굴에서 부르는 것처럼 공간감을 많이 주었고, 보컬도 코러스를 많이 넣어서 아련한 느낌,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번 파트2를 작업하면서 슬럼프를 겪었다고도 들었습니다.
파트2는 아이디어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압박감이 생겼어요. 매번 앨범 완성에 대한 고민이 큰데도 이번엔 좀 더 강도가 심했죠. 이번 파트 2는 어느 정도 습작을 해 놓은 상태였는데도 그 이상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버린 곡도 있고요. 작곡, 작사, 연주 모두 제 손을 거치는 방식이라 수정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습니다.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 < Human Complex >는 무슨 의미인가요.
트랙 전체가 인간이 가진 콤플렉스를 노래하고 있어요. 콤플렉스하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머리가 큰 게 단점이 있다면 반대로 누군가는 그 사람 덕에 머리가 작아 보이는 장점을 갖게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콤플렉스가 서로 다른 대안,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양면적인 속성을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2개의 앨범 커버 아트도 같은 듯 완전 다릅니다. 전에는 해골이었다가 이번에는 조각상이네요.
디자인 주문에는 제가 관여를 하지 않았고요. 저는 「ICU」와 자켓을 제작하는 김용민 감독님께 콤플렉스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만 얘기했어요. 그리고 제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느낌을 마음대로 표현하시라고요. 그런데 멋있게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1,2집에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가 담기기도 했는데, 「ICU」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있는 것 같아요. 파트2는 어떤가요?
사실 이건 처음 이야기 하는 건데, 「Love UP」은 통일에 대한 노래에요. 가사에서 등장하는 '금단' '낡은 장막' 등이 하나의 단서기도 하죠.
「Love UP」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들으니까 그렇게도 들리네요.
「Love UP」은 남녀의 관계로도 풀어내 중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해놨어요. 서로 이해하고 상대를 높이고 나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은 사랑에도 해당되는 거니까요. 다만 듣는 사람의 해석의 범위를 한정짓고 싶지 않아서 곡 내용은 최대한 직접 설명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건 통일에 대한 노래야 라고 단정 짓지 마시고 상황에 따라 해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Love UP」에서는 본격적으로 EDM 사운드가 도입돼있습니다. 최근 많은 밴드가 록과 일렉트로닉을 융합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네 EDM이죠. 저도 '트렌드니까 만들어봐야지. 재밌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원래 제가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해 음악을 시작했고, 기계적인 소리를 담는 것도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기도 하니까 원래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어쩌면 음악 할 때 그 초심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3집 < U-Turn >처럼 초기 단계부터 앨범의 성격을 '어쿠스틱이다' 이런 식으로 규정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뭐 앞으로도 장르에 상관없이 그때마다 하고 싶은 걸 하게 될 것 같아요.
작년에 파트1에 있는 「ICU」가 이즘 '2013년 싱글'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간에 등장하는 사이렌 소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아기 울음소리 같이 들리기도 하고요.
기타에 리버브를 걸고 현처럼 연주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요. 이걸 연주하면 사이렌 소리와 비슷하게 나와요. 제가 이 효과음을 좋아해서 2집 < Nanotime > 때부터 많이 사용하고 있죠.
이렇게 독특한 소리를 시도한 곡이 또 있나요?
「You again」이요. 이 노래는 제가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심정을 다뤘어요. 밑바닥에 내려가면 다시 과거를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제 노래 중에 힘들고 우울한 분위기의 곡들을 가져와 썼죠. 「취중괴담」, 「하루살이」, 「Reborn」에서 쓴 기타가 섞여있어요. 그래서 제 노래를 계속 들은 분들은 이 노래가 어딘가 굉장히 익숙하실 겁니다.
음악을 하신지가 벌써 15년이 됐습니다. 메이저도 아니고 인디도 아니고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시나요?
전 지금에 만족해요. 대중성, 인지도. 그런 면에서 딱 중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실 저와 같은 중간자들이 많아져야 음악판도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중간인 사람들이 있어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분들은 그들대로, 마이너한 음악은 그 나름대로 심오하게 빛날 수 있겠죠.
특히 인디 뮤지션 중에 눈여겨보는 팀이 있다면요.
'시저'라는 팀이요. (김)바다 형이랑 홍대 라이브 공연에서 봤는데 둘 다 잘한다 하고 감탄을 했어요. 뭔가 풋풋하면서도 잘하더군요. 거의 영어로 노래를 해서 처음에는 외국 살다온 줄 알았는데 양재동에 산다고 하더군요. (웃음) 지금 앨범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컴백인데 활동 계획은요.
오랜만에 팬들도 뵙고 특히 공연을 많이 가질 생각이에요.
이즘SNS를 통해 김사랑 씨 팬분들께도 질문을 받아보았어요.
재미있겠네요. ^^
김사랑 씨에게 팬이란?
친구, 가족이죠. 곡 작업하면서 안 풀릴 때는 혼자 자책하고 지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내 음악을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이 사람들이 있으니까 음악을 할 수 있고. 스스로를 극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죠.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매번 직접 하고 계십니다.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를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정말 영감이 안 떠오를 때는 해결될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어요. (웃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곡을 만드실 때 부분별 구성부터 하시는 지 아니면 전체흐름을 고려하고 부분을 만드시는 지요?
두 가지 경우를 다하는데요. 「Love UP」은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내용이나 구성 흐름이 한 번에 지나갔고요. 앞서 언급했던 「You again」은 처음 부분을 먼저 만들고 부분씩 만들어가면서 다른 노래를 붙여봤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작업하기 어려웠던 곡은요.
「You again」이죠. 가장 힘들 때 써서 그런지 정리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래도 저한테는 특별한 노래기도 해요.
김사랑 씨의 콤플렉스는?
머리가 커요.
몸이 작은 게 아닐까요. (일동 웃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좋은 쪽으로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몸이 작은 걸로 하죠.
인터뷰 : 김반야, 정유나
정리 : 김반야, 정유나
2014/09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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