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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 “엄마의 꿈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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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커서 어른이 된다. 그리고 엄마가 된다. 엄마가 된 어느 날 그녀를 향해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꿈이 뭐냐고. 귀엽기만 했던 질문은 이내 뇌리에 박혔다. 나는 나의 엄마에게 꿈을 물은 적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엄마의 꿈이 무엇일까. 왜 한 번도 꿈을 물어보지 않았을까. 엄마가 되어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을, 엄마도 꿈이 있다는 사실을.

 

신은 모두를 돌보지 못해 대신 우리에게 엄마를 보냈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오해인지 모른다. 엄마도 그저 한 사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범한 여자가 엄마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왜 엄마를 엄마로만 생각했나.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모두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지냈다.

 

엄마라서 겪는 외로움과 고민을 들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송인 박경림은 그래서 엄마들을 만나러 갔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단단할 것만 같았던 엄마들은 놀랍게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힘겹게 싸우고, 버텨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주어진 행복에 기꺼이 감사하고 있었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핸드볼 감독 임오경, 영화제작자 심재명, 배우 채시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쟁쟁한 여자들이 주인공이기에, 그들이 겪은 눈물과 땀이 아로새겨진 소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책 『엄마의 꿈』은 세상 모든 엄마들의 눈물과 희망의 발자취다.

 

다행이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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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꿈을 갖고 있을 거예요

 

‘엄마가 얼마나 사람인지’라는 말이 참 찡합니다. 저 역시 ‘엄마의 꿈’을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엄마의 꿈’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엄마는 언제나‘엄마’로만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 하면서 공통 질문을 드렸거든요. ‘당신 엄마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했을 때 인터뷰이들의 공통적인 대답이 다 ‘모르겠다.’였어요. 모두 당황하셨어요(웃음).

 

엄마의 꿈이 궁금해진 건요. 제 아이, 민준이가 갓 네 살 됐을 때였어요. 엄마들 다 그렇잖아요. 아이의 꿈에 관심이 많잖아요. 얘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 이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한데요. 그런데 반대로 아이가 저의 꿈을 궁금해 해줬다는 것이, 그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리고 엄마한테 미안했고 엄마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4남매 중 막낸데요, 찬찬히 엄마의 삶을 생각해보니 저를 낳았을 때도 엄마는 저보다 어린 나이였는데, 엄마는 뭘 알고 계속 엄마였을까,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근데 나는 왜 엄마의 신음소리조차 듣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지금도 엄마가 꿈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엄마들을 만나게 됐어요. 지금 엄마로 살아가는, 또는 딸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한테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고요.

 

인터뷰를 통해 새로 깨달은 것도 많고, 삶의 새로운 에너지도 많이 얻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제일 좋았던 건, 정답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이요.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나는 이렇게 하고 있는데 누가 저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 내가 왠지 잘못하는 것 같고요. 근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또 하나는 인터뷰를 하면서 같이 울고 웃고 공감이 되는 것도 많았지만 제가 그러면서 위안을 얻었던 건, ‘누구나 힘들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 그런 점들이 굉장히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나는 방법도 몰랐고 힘들었는데, 저 사람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아니라 ‘저 사람도 똑같은 그냥 힘든 엄마였구나, 극복해 내는 거구나.’ 라는 게 저한테 굉장히 큰 위안이었던 것 같아요. 

지위를 막론하고 엄마가 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잖아요. (웃음) 계획이 다 무너지잖아요. 자기 계획대로 유일하게 안 되는 게 자식이라면서요. 내가 A라는 질문을 하면 B라는 답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물었는데 아이가 Z를 말해버리면 그때부터 멘붕이 오거든요. 그때부터 뭔가 포기하는 습관, 내려놓고, 인정하는 연습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로서도 그렇고 라디오 진행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일 텐데요, 그런 점에서 박경림 씨의 친근함, 공감능력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감사해요(웃음). 인터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오롯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어요. 비단 엄마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때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 참 좋잖아요. 해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요. 어차피 해답은 내가 찾아야 되는 것이니까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해소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이번 인터뷰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녀도 제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좋고, 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좋았고, 제 이야기에 비춰서 함께 이야기 나눠서 좋았고요. 

 

옛날에는 어떻게든 제가 튀어야겠기에(웃음) 토크박스 이런 데 나가면 제 위주로 얘기를 해야 되잖아요. 항상 제 얘기, 내 것이 재미있어야 하고 그랬었는데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빛나게 해주는 게 저의 역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정말 친구끼리 수다 떠는 느낌의 인터뷰였던 것 같아요. 또 하나 달랐던 건, 제가 이 엄마들보다 초보 엄마라는 점이 많았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 내가 오늘 뭐 하나라도 배워간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라는 게 질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렇죠. 그것도 훈련인 것 같아요. 상대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분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게 돼요. 인터뷰는 사실 상대방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와 내가 듣고 싶은 얘기로 계속 싸움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결국은 상대방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면 거기서 또 내가 듣고 싶은 얘기가 생기고요. 계속 들으면서 질문을 유도하는, 그런 노력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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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두 같은 고민

 

책에서 만난 ‘꿈꾸는 엄마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른바 ‘알파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들을 보면서 아직 꿈으로 가는 첫발조차 내딛지 못한 엄마들이 용기를 얻을 것 같습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요. 그런 분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흔히 ‘저 사람은 나와 다를 거야, 그녀는 다를 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책을 통해 보시면 결국 모두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이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걸 느꼈거든요. 여자의 삶 또는 엄마의 삶은 각자 다르지만 또 교집합으로 모이는 게 있다는 느낌을 책을 읽으신 분들이 받게 될 것 같아요. 누구든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잖아요. 내가 그려놓은 그녀의 이미지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네가 똑같은 엄마다, 똑같은 여자다.’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그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그녀를 통해서 나를 보게 되고 이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뷰이의 자녀들이 부모의 직업을 따르거나 따르고 싶어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부모는 자식에게 과연 엄청난 영향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맞아요. 절대적이죠. 그만큼 어렸을 때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환경에 놓였느냐에 따라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는 거고요. 저 역시 부모님이 제가 방송인이 되는 꿈을 말렸다면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은 제게 마음껏, 도와줄 수는 없지만 네가 한 번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밥상머리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황연정 기장님도 밥 먹을 때 아이들과 비행용어 같은 걸 쓴다고 했는데요. 그런 것들이 아이들한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내 부모가 그 일을 열심히 해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 보고 듣고 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송을 직업으로 하는 부모로 산다는 건 박경림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잘 살아야 될 것 같아요. 진짜로요. 어떻게 보면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게 훨씬 더 힘든 일일 거예요.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요. 방송일이 대중을 상대로 하고,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하는 것보다 평소 생활에서 가족들과 부딪히는 게 훨씬 많잖아요. 제일 안쪽에 있는 것을 다 보여줄 수 있고요. 방송인으로서도 그렇고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서도 잘 살아가야 하죠. 이 두 가지 모습이 달랐을 때 가족들이 받을 충격은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방송이 제 생활 같고 생활이 방송 같게 하려고 참 노력을 많이 해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족은 가장 가까이서 보는, 솔직한 대중이기 때문에 저는 항상 가족도 시청자, 청취자라고 생각을 해요. 이들에게 모습이 다르고, 대중에게 모습이 다르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어요.

 

앞으로 아이가 클수록 이런 부분이 더 고민되실 것 같아요.

 

환경에 따라서 아이의 꿈이 바뀐다고 했는데요. 저는 아이가 원하는 거면, 본인이 해서 행복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면 절대적으로 하라고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이겨내고 극복해야 될 일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대중의 평가라든지 악플이라든지 이런 것까지도 네가 극복해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갖췄을 때 해라, 그러면 얼마든지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일은 보여주는 게 끝이 아니잖아요. 평가를 계속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요. 물론 어떤 일이든 다 그렇죠.

 

책에서도 육아 프로그램 제안이 많이 오지만 아이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지켜봐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부모의 가치관이나 생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르다는 건 없지만요. 저는 일단 아이가 이런 환경을 보고 정말 좋을 것 같아서 ‘엄마, 하고 싶어요.’ 그러면 반대할 생각은 없는데요. 내 필요에 의해서, ‘얘가 나한테 좀 도움이 되겠다.’(웃음) 그렇게 해서 아이가 혹시 피해를 받을 부분이 생기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아이 선택에 맞춰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육아 예능을 해서 굉장히 친근하고, 사랑을 받은 긍정적인 분들이 많잖아요. 저도 정말 좋아하고요. 또 그 자체가 아이에게 정말 좋은 추억도 될 수 있고, 그런 건 그분들의 선택이니 존중하고요.

 

저도 그렇지만 남편과 일단 상의를 해야 하는데 제 남편은 그래요. 본인은 성인이 돼서 박경림이라는 사람을 자신이 선택했잖아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선택한 거니까 노출이 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하는 부분을 자기가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그렇지 않지 않느냐고 해요. 아이의 의견이 있을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부모님께서 박경림 씨가 방송을 하겠다고 했을 때 수용적으로, 포용적으로 대했던 양육태도를 그대로 자녀에게 하시려고 노력 중인 거군요.

 

네. 제가 그렇게 컸고요. 누가 봐도 이 길은 잘못된 길이다, 정말 안 되는 거라고 하면 당연히 부모가 잡아줘야겠죠. 그게 아니라 본인이 찾고 무언가를 원하고 갈구하고 갈망하고 이런 건 굉장히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에 따라선 부모가 풍족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궁핍이 주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환경은 만들어주겠지만 다 먹여줄 수는 없잖아요. 사랑하는 방법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 방법을 별로 택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매일매일, 어느 날은 얘가 힘들 것 같으니까 ‘도와줘야겠다.’ 하고 어느 날은 ‘아니야, 강하게 해야 돼.’ 그러고 있어요(웃음). 그렇지만 핵심은 분명하죠.

 

아픔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이 때로는 무엇보다 강한 위로가 된다. (47쪽)

 

‘포기하고 싶을 때’, ‘후회되는 것’ 같은 질문을 하셨는데요, 그런 시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있었죠. 모든 엄마들이 다 똑같은 경험을 했을 텐데요. 아이가 20개월 안팎 즈음해서 세 돌까지는 정말 안 떨어지려고 해요. 아이 낳고 한동안 쉬다가 못했던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였어요. 저는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갈 때 매일매일 문 앞에서 전쟁이었어요. 안 떨어지겠다고 울고불고 ‘가지 마세요.’ 그러면 그때 혼란이 오는 거죠.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가정의 행복이고, 가장 중요한데, 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엄만데, 일보다 아이인데,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나, 그만 둬야 하나, 아이 곁에 있어줘야 하나, 이런 혼란을 매일 겪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죠. 일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일을 많이 줄였고요. 이때 아이 옆에 없으면 평생 아이에게 미안해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죄의식도 있었고요. 왠지 아이가 기억할 것 같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엄마 그때 내 옆에 없었잖아요.’이럴 것 같고 말이에요. 분리 불안이 생길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힘들었어요.

 

아이가 우는데도 출근해야 했던 사연(84쪽)을 책에서도 언급하셨습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것 같은데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어떻게 잡으려고 노력하시나요?

 

인터뷰이들 중 절반은 ‘그때 있어줘야 한다.’ 해서 진짜 일을 그만 두신 분도 계시고, 아이를 다 키워놓은 다음 일을 시작하신 이영희 선생님도 계시고, 참 다양해요. 반면 ‘아니다 그래도 일을 해야 된다.’ 하는 분도 계셔요. 엄마마다 다 다르고 정답이 없는 거겠죠. 다만 저 같은 경우는 일을 조금 줄이면서도 일을 놓진 않았어요. 최윤영 아나운서 같은 경우 아이 때문에 사표를 냈지만, 사표를 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그러지 말라고 얘기를 하시잖아요.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힘들지만 이겨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요. 각자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찾아낸 방법은 주중에는 하고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주말에는 되도록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일을 안 잡고 아이와 놀아주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 주중에 전혀 못 보다 주말에 이러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주중에는 일 위주로 하지만 일찍 들어가는 날이나 빨리 끝나는 날이면 되도록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해요. 생각해 보니까 제 삶이 없네요. (웃음) 주중에도 그렇게 주말에도 그렇고요. 제 삶도 생기겠죠. 처음부터 다 가질 수 없고 서서히요. 나중에는 제 삶을 갖기 싫어도 제 삶만 있을 수 있잖아요. 아이가 안 놀아주고 아무도 안 찾아주면요. (웃음)

 

모두 다르지만 독자들 역시 책을 보면서 각자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결국은 다 찾게 돼요. 혼란스럽고 힘들고 한동안 그렇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찾을 수 있게 돼요. 하루는 친정에 맡기고, 하루는 시댁에 맡기고 하면서요. 심재명 선배님 인터뷰에서 나왔지만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결국은 찾게 돼요. 이게 굉장히 책임감 없는 이야기 같지만 그렇게 다 버텨나가고 그러면서 사는 것 같아요. 서로 도와주고 그러니까요. 저도 예전에는 식당에서 애가 울거나 말거나 자기 밥 먹는 엄마 보면 ‘너무 했네.’ 이런 생각 했는데요. 지금은 너무 이해가 가요. ‘그래 엄마도 먹어야지, 얼른 먹어야 달래주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요. 애들 뛰어 다니고 그러면 옛날엔 왜 저렇게 정신없게 그러나 했는데 지금은 ‘아이는 뛰어 다녀야 아이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엄마와 눈 마주치면 ‘제가 아이 좀 안아드릴까요? 식사 하실래요?’그게 되는 거죠. 잘 아니까요. 자기 삶이 없어요. 밥을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도 모르는데요. (웃음)

 

‘아이를 키우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요즘은 엄마 혼자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많아요. 게다가 그래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서로가 돕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어른들이 아이를 정말 잘 보시잖아요. 풀어놓아 주시고요. 울면 ‘아이고 노래 잘한다.’(웃음) 그러시고요.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거나 젖을 물려야 하거나 이런 일이 아니고서는 편안하게 아이들이 느끼고 스스로 하게끔 하시는 여유가 있으시잖아요. 경험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엄마도 숨통은 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떻게 보면 밖에 나와서 일하는 게 감사하게도 숨통이 트이는 부분인 거죠.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집은 그렇습니까? 우리는 이래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그렇지 않은 엄마들이 정말 많거든요. 어디 가서 내 얘기 할 데도 없고요. 저는 시부모님과 같이 사니까 편하게 일하러 나와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더욱 다행이죠. 진짜 아이를 어디에 맡길 데 없는 엄마들이 많거든요. 라디오에도 사연 정말 많이 와요. 엄마들이 힘들죠. 게다가 아이만 키우는 게 아니라 살림도 함께 하는 것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는 아마 명함도 못 내밀 거예요.

 

힘들었던 경험이 나를 또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많이 불안해하기도 하고 많이 흔들리고 그랬어요. 지금은 그냥 내가 마음을 다잡고 내가 중심을 잡아야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편안하고 그렇다는 걸 알게 됐죠. 아이에게도 나의 불안함이 다 보일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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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엄마’들을 인터뷰하고 싶다

 

책에 소개한 엄마들 외에 추가로 인터뷰 하고 싶은 분야의 엄마가 있다면요?

 

이번에는 이름 들으면 다 알 만한 분들이 정말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모두 흔쾌히 응해주셔서 그렇게 됐고요. 저는 우리 주위의 엄마들, 각 분야에 일하는 엄마들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요, 저는 엄마가 누군가를 믿어준다면 그 힘이 엄청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누가 믿어주는 것보다 말이에요. 엄마는 그런 힘이 있잖아요. 저 역시도 부모님이 믿어주셨고요. 그래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엄마들을 인터뷰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우리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엄마요. 운동선수나 기업인, 어떤 분야든지 상관없어요. 그들의 엄마가 어떻게 자식을 믿어줬는지 듣고 싶어요. 엄마의 역할이 참 다양하겠지만 저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말해주고 이런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가진 힘을 100배 1,000배 크게 해줄 수 있는 존재기 때문에 누군가의 엄마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섭외가 여의치 않았던 경우도 있었나요?

 

한 두 건 정도 있었지만 스케쥴이 안 맞아서였어요. 섭외는 됐지만 저와 시간이 안 맞아서 못한 분이 한두 분 계셔요. 그렇지 않고서는 정말 감사하게도 다 됐어요. ‘생각해볼게요.’ 이러지도 않으셨어요. 감사하게 다들 좋다고 하셨어요. 모두.

 

아직까지도 엄마로서의 박경림보다 방송인으로서의 박경림이 훨씬 익숙합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일이나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일단 엄마가 되고 나서 중심이 많이 선 것 같아요. 예전에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면서 살았지만요. 지금은 믿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추가된 것 같아요. 엄마로서 책임감이 생기니까 믿어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또 엄마가 되고 나니까 엄마들을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이제 아이를 7년 키워봤기 때문에 다 알지는 못하지만요.

 

우리네 엄마들은 팔 남매, 육 남매 막 이렇게 키우셨잖아요. 바람 잘 날 없고 이 아이가 잘 되면 이 아이는 잘못되고 힘든 일들을 겪으신 것에 비하면 제가 아직 부족하지만, 제가 엄마가 되고 나서 느낀 건 딱 하나예요. 엄마는 위대하다, 엄마는 엄마가 없는 사람에게도 정말 필요하다. 인터뷰에서 박은혜 씨도 그런 말씀 하셨고 신은정 씨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엄마가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사정상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엄마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꼭 낳아준 엄마가 아니더라도 엄마라는 존재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해요. 서로서로가 많은 사람의 엄마가 되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아버지야말로 또 대단하신데, 제가 아버지의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요. (웃음) 저는 딸로 태어나서 살다 아내,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얘기할 순 있지만요. 엄마가 낳은 아들들, 또 아버지가 되는 과정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희망을 말하고 싶다(130쪽)”고 하셨어요. 엄마가 될 많은 젊은 여성들에게, 엄마가 되는 것이 두려운 젊은 여성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말을 전해주세요. 

 

엄마가 될, 미래의 엄마들, 지금의 딸들에게 제가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요. 엄마가 될 것을 준비하고 엄마가 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저 역시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엄마가 됐고, 하루하루 너무나 서툴고 부족하고 그래요. 그러면서 점점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딱 하나는 분명한 것 같아요. 엄마가 되면서, 그리고 엄마가 되어 가면서 책임감도 많이 생기고 더 두려워지는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있으니 존재하는 누군가가 또 있다는 것 말이에요. 그리고 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우리 미래의 어머니들에게, 멋진 엄마가 되어 주시기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어떤 것을 이루고 안 이루고 보다 중요한 건 품느냐 안 품느냐인 것 같아요. 그 꿈, 품으시고요. 엄마가 되는 것도 꿈일 수 있겠네요. 멋진 꿈 이루실 수 있게, 품으실 수 있게 제가 같은 엄마로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미래의 어머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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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박경림 저 | 문학동네
박경림은 이 책에서 18명의 엄마에게서 듣고 깨닫고 배운 것들을 각각 18편의 에세이로 풀어내며 ‘엄마의 꿈’을 완성해냈다. 그녀 스스로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결정하고 엄마가 된 이후에도 육아를 병행하며 그 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한 사람의 ‘꿈꾸는 엄마’로서, 재기발랄하고 똑부러지는 ‘네모공주’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면서 맞닥뜨린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들을, 동시대 엄마들과의 소통과 공감으로 풀어가는 과정은, 우리 시대 엄마와 여성들에게 가슴 뜨거운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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