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의 사법활극』이 기록하고 있는 것은 주진우만의 소송사(訴訟史)가 아니다. 그에게 ‘최고 몸값의 기자(소송가액 기준)’라는 이름을 부여한 사건들을 되짚다 보면, 상식과는 멀고 권력과는 가까운 법의 맨 얼굴을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의 억울함을 하늘은 알아줄지 몰라도 법은 몰라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주진우 기자가 들려주는 소송의 경험담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닥친 일이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언제 현실이 될지 모르는 미래다.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무심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그렇지 않다. ‘정의가 승리한다?’ 안 믿는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더 안 믿는다. ‘선이 악을 이긴다?’ 이제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죄 안 짓고 살면 된다고?’ 무식한 생각이다. 불평등한 법치국가, 불공평한 민주국가에서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지킬 법률 지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쟁취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룰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주기자의 사법활극』 (324쪽)
『주기자의 사법활극』을 출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주진우 기자는 “소송을 워낙 많이 당해봐서”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을 오가면서 ‘소송에 휘말려 어찌할 줄 모르는’ 많은 이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자문을 구해야 할지, 어떤 변호사와 함께 준비해야 할지, 시작부터 모든 것이 당황스러운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마주하게 될 검사와 판사들은, 주진우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와는 다른 ‘종족’이었다. 사용하는 언어, 생각하는 방식, 상대를 대하는 태도까지 달랐다. 이 새로운(?) 군상들 사이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면 ‘룰’을 알아야 했다. 그러나 ‘룰’에 통달한 이들은 침묵했다. 그래서 그들만큼이나 많은 시간 동안 소송을 경험해 온 주진우 기자가 직접 나섰다. 이번에도 그를 움직이게 한 이유는 하나였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주진우만이 들려줄 수 있는 소송 이야기에는 소송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판결을 받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잊지 말고 챙겨야 할 부분들이 담겨있다. 갑자기 날아든 출석요구서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변호사를 선임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검사와 대면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 등 소송을 영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실전 팁을 소개한다. 주진우 기자가 ‘소송의 달인’이 되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은 물론, 최근까지 이어졌던 ‘박지만 씨와의 명예훼손 소송’에 관한 뒷이야기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이야기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도록 주진우 기자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약자의 편에 서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주기자의 사법활극』 출간 이후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 사람들은 다 좋다고 이야기해주는데, 그래서 믿을 수가 없어요(웃음). 최근에 사인회를 하면서 독자들과 만났는데 한 판사분이 오셔서 피고인들한테 주려고 『주기자의 사법활극』을 샀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변호사 분은 피고인 입장에서 이해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하시고요. 큰 힘이 됐죠. 그렇지만 대다수의 검사나 판사는 이 책을 싫어할 거예요. 제가 아는 검찰 간부는 검찰 역사상 최악의 책이라면서 어쩌려고 이런 책을 썼냐고 걱정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한테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계속해서 검사가 말도 안 되는 걸로 기소하면 욕할 거고요. 판사가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 놓으면 또 욕할 거예요. 기자잖아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송 때문에 지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나 민족이나 사회를 위해서 내 몸을 던져버리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단지 약자들 옆에 서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해왔죠. 지금도 사회를 바꾸겠다든지 검찰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우리가 뽑아서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검사와 판사가 우리가 아닌 권력의 편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까운 거죠. 그런 사법권이 행사될 때는 약자의 편에 서야겠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소송 때문에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 고달프고 억울하고 피곤하죠. 검사 앞에 가서 철제 의자에 앉으면 기분이 너무 나빠요. 하루가 아니라 열흘 동안 기분이 나빠요. 서초동 쪽은 보고 싶지도 않고 ‘검’자만 들어도 싫어요. 그래도 그냥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소송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면 또 다른 소송이 와요. 그래서 앞의 것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소송을 생각하면서 지금껏 살아왔어요(웃음).
절망감에 빠지거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없으세요?
절망하지는 않고요. 기분이 나쁘면 혼자서 삭이다가 연애 소설을 열심히 읽어요. 시도 읽고요. 그러다가 ‘에이, 또 한 판 붙어야지’ 하고 털어내는 거죠. 겁나거나 두려울 때도 없어요. 제가 잘못해서 가는 게 아니잖아요. 제 자존심을 꺾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항상 당당한 거죠. 저를 감옥에 보내는 건 무섭지 않은데, 주변 사람을 괴롭히거나 더럽히거나 어지럽히는 데 대한 공포는 있죠. 심해요. 그렇지만 끌려가는 건 괜찮아요. 저희 선배들 중에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끌려간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문당한 사람도 있잖아요. 그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는 거고요. 그런 훌륭한 분들을 많이 봐왔으니까 공포를 느끼지는 않아요.
‘박지만 5촌 살인 사건 보도’가 『주기자의 사법활극』의 주요 모티프가 되었다고 적으셨습니다.
이전에도 소송을 많이 겪었지만 주로 명예훼손이었어요. 제가 사실에 관해서는 치열하게 다투는 사람이어서 형사 재판에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었고, 돈을 물어내라는 판결을 받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번 재판은 감옥에 갈 수 있었던 일이었잖아요. 실제로 유치장에도 갔고, 거의 교도소 담장 밑에까지 다녀온 게 두세 번 정도 됐었죠. 그런데 이 사회도 똑같은 것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는 돈을 내놓으라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잡혀갈 수도 있다는 공포가 국민들한테도 와 있는 것 같아요. 시대가 이렇게 어둡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 장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소송에 휘말린 사례를 소개하셨는데요. ‘시대유감’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책에도 썼듯이 데이트 중에 시위대를 따라갔다가 끌려간 사람들도 있고, 인터넷에 댓글 달다가 끌려간 사람들도 있어요. 어느 쪽은 비방하고 욕해도 되고 어느 쪽은 조금만 이야기해도 끌려가서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사실 그 사람들은 법 없이도 살 수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한테 권력이 법이라는 무기로 칼을 휘두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하면서 이야기한 거죠. 시대유감이죠. 저는 ‘박지만 5촌 살인 사건’ 기사를 쓰고 구속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시대가 그렇다면 가야죠. 그래서 얘기했던 거고, 지금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시대가 이만큼 밖에 안 왔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거죠.
기자니까, 모든 걸 기록해서 남길 겁니다
박지만씨와의 명예훼손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는데요. 이번에도 무죄를 선고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으세요?
모르겠어요. 그래도 대법원은 권력이 가장 믿는 칼들이잖아요. 보수와 진보로 나뉜 게 아니라 거의 권력자 편에 있죠. 쌍용차 판결에서도 보여줬잖아요. 경영자가 잘못해서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노동자만 해고하니까 ‘이 사람들을 해고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했던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한테 모든 돈을 물어내라고 하잖아요. 파업 진압하면서 경찰이 곤봉질한 비용, 회사의 이미지와 미래 가치에 대한 비용까지도요. 그래서 대법원으로 가면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만약 운 좋게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죠. 2년 동안 끌려 다니고, 떨고, 유치장 가고, 수갑도 찼지만 무죄가 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권력이 미운 사람을 협박하거나 옥죄는 도구로 법을 사용하고 있는 거죠.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거기까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이 정권 안에서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정봉주 처럼요. 대선 전에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검찰이 이 싸움을 계속 끌어나가는 건, 책에도 쓰셨듯이, 시간을 끌면서 지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걸까요?
일단 그 시간동안 제가 지쳐서 기사를 쓰지 못하니까, 그걸 노리는 거겠죠. 더 크게 노리는 바는 다른 기자들에게 시범 케이스로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니겠어요? 산케이 신문의 가토 지국장을 고소 고발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국제적인 비판이 있더라도 신경 안 쓰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라고 한다면, 유죄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계속 하는 거겠죠. 힘과 돈이 있는 자들에게는 소송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검사 판사들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자기 편을 위해서 싸워주니까요. 법이 권력을 위해서 칼이 되는 사회이지 않습니까. 어떤 때는 망나니가 되고요. 그러니까 소송을 하죠. 왜 안 하겠어요. 제가 지금 취재하고 있는 사건도 기사로 나오면 또 소송을 걸 거예요. 그래도 해야죠. 저는 소송에 걸릴 기사만 써요. 그게 사회에는 조금 더 보탬이 될 겁니다.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싸움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주기자의 사법활극』에 쓰신 것처럼 훗날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기고 싶으신 건가요?
저는 사건 사고 사안을 기록해서 국민들한테 알려주는 사람이에요. 기자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권력 기관이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면 그걸 비판하고 알려주는 사람이에요. 다음 번에는 할 수 없도록 하는 거죠. 그걸 하는 게 저의 몫이에요. 기사로 쓰든 책으로 쓰든, 제가 기자이기 때문에 남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기자의 사법활극』에도 ‘박지만 5촌 살인 사건’과 관계된 검사들의 이름과 제 생각이 나와 있는 거예요. 저처럼 대드는 사람이 있어야 권력 앞에서 춤 춘 사람들이 약간은 위축되거나 크게 할 짓도 조금만 할 거예요. 그게 언론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감옥에 가더라도 다 남길 거예요. 제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되었는지, 다 남길 거예요.
검사가 기자님을 핑계로 정의로운 판결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한테 무죄 판결을 내리면 보수 언론에서는 감성 판결이라고 얘기하고, 인터넷 기사에는 종북 판사라는 댓글도 달리잖아요. 그런 비난이 있으면 무죄를 줄 사건이라 해도 위축되잖아요. 법대로 양심대로 판결하는 것도 어려운 게 지금 시대예요. ‘박지만이 살인 사건과 연루됐다는 증언이 재판에서 나왔다’는 게 제 기사의 전부예요. 읽어봐도 잘못된 부분이 없어요. 그런데 (있는) 그대로 판결하는 것도 판사에게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 거죠. 더군다나 출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대충 유죄 주지’라고 생각하죠. 그런 사람 많잖아요. 원세훈과 김용판에게 무죄 주는 거 보세요. 수천만 건의 댓글을 양산하고 돈을 쏟아 부은 국정원장은 불구속 수사하면서, 저한테는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어요. 시대가 이러니까 판사도 (있는) 그대로 판결할 수 없죠. 오히려 판사가 무죄를 주면 저도 미안해요. 법대로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저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좌천되거나 끌려간 사람이 많아요. 저하고 친한 사람들이 해를 입지는 않을까 미안해요.
『주기자의 사법활극』으로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만…
“가끔, 이 나라에서 나와 친하게 지낸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생각해본다”고 적으신 부분이 생각납니다. 그럼에도 곁을 지키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데, 책을 읽어보니 심지어 검찰에도 걱정해 주는 분들이 계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많아요. 예전에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저를 구속시키려고 했었어요. 그때 박은정 검사는 제 말이 사실이었다고 용기 있게 말해줬는데, 그 사람을 대검에서 얼마나 괴롭혔는지 몰라요. 정말 미안하죠. 박 검사는 저한테 그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되어야 했고 검찰 내부에서 빨갱이로 찍혀야 했어요. 그런 훌륭한 분이 제 주변에 있었으니까 좋은 기사도 쓸 수 있었고 지금도 살 수 있는 거죠. 검사가 피고인을 위해서 그렇게 양심선언을 해 준 경우가 없었죠. 운이 좋았던 거예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애국 소년단>을 시작하게 된 것도, 제가 감옥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김제동 씨가 소나기를 같이 맞아준 거잖아요. 감사하죠.
이번 재판을 함께 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기자의 사법활극』에 쓰신 바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변호인단을 자처하셨다고요.
언론은 국민의 입이에요. 저는 기자고요.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서 사실을 전달해 주고 국민의 의견을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이건 표현의 자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요. 비판적인 기자 하나를 죽이는 일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상당히 큰 의미를 가져요. 뉴욕 타임즈, 르몽드, 교토, 아사히 등 거의 대부분의 외신이 한국의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제 재판과 무죄에 대한 기사를 실었어요.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제가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는 기사는 전부 실으면서 무죄 받았다는 기사는 거의 안 싣잖아요. 표현의 자유의 문제는 모든 기자의 문제이고 모든 국민의 문제예요.
다른 분들도 같은 이유로 기자님의 곁을 지키는 걸까요?
인간적인 매력으로 해석해줘요(웃음). 국민참여재판이 끝나고 나서 보수언론에 실린 기사를 보니까 ‘명백히 유죄이고 나쁜 놈인데 배심원들이 주진우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넘어갔다’는 식으로 썼더라고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죠. 얼마나 멋있어요(웃음). 피리 부는 소년이잖아요. 소설 『향수』의 그루누이 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고요. 제가 매일 당하고 끌려 다니니까 불쌍해 보이나 보죠. 그래서 옆에 와서 서 있어 주나 봐요. 이번에 책 나왔다고 이승환 형이 콘서트도 열어주고, 굉장히 근사하죠.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
기사를 쓸 때부터 소송이 들어오겠다는 직감이 든다고 하셨는데요. 이번 책은 어떠세요? 출간으로 인해서 다시 한 번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피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책을 내신 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나요?
법률 전문가들이 책을 많이 냈지만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될 얘기는 하지 않아요. 그런 얘기들은 금기시 되어 있죠. 검사 출신이 쓴 검찰을 비판하는 책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잖아요. 판사 출신이 쓴 재판과 판사들을 비판하는 책도 없어요.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책도 없죠. 그렇게 해서 성역으로 남기려는 그들만의 패거리 주의가 저는 정말 못마땅하고, 약간의 균열이라도 내고 싶어요. 그래서 썼어요. 책에도 썼지만 비판도 달게 받을 것이지만 검사와 판사의 비판은 받고 싶지 않아요. 소송은 피하지 않을 거예요. ‘한 번 해보자’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는 없지만 더럽힐 수는 있잖아요
『주기자의 사법활극』에서 박지만 씨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밝히셨습니다. 최행관 검사가 박지만 씨는 ‘특수 신분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증인 채택을 막았다고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기자님의 말을 증명해 주는 한 마디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번 재판 과정에서 유사한 사례가 많았나요?
많이 있었죠. 박지만 씨는 검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법률 대리인이 예우를 받으면서 약간의 조사를 받았어요. 본인은 재판에서 증인으로도 한 번 안 왔고요. 반면에 저는 계속 끌려 다녔죠. 형사 소송법 상 검사는 원고 측이 되어서 저를 공격하는데, 검사는 박지만의 외아들인 것처럼 열심히 저를 잡으러 다녔어요. 너무 노력하는 게 보여요. 저는 그 사람들한테 계속 당하다가 겨우 무죄를 받았죠. 그래서 박지만 씨가 잃는 건 뭐죠? 없잖아요. 얼마나 불합리해요? 그런데 권력의 편이면 법이 얼마나 편리해요?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어요.
<나는 꼼수다>를 다시 시작하실 계획은 없으세요?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나는 꼼수다>는 한 번 했고, 이제 신선하지도 않고요. <나는 꼼수다>가 생겨나고 인기를 얻은 건, 언론이 워낙 망가지고, 권력의 편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고,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만 하고, 왜곡하는 데에만 힘을 써서 사실을 전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얻은 것이 언론인으로서는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어요. 슬픈 일이었죠. <나는 꼼수다>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면 그만큼 절박하고 암울하고 어둡다는 거잖아요. 우리 언론이 제 자리로 가서 역할을 조금만 더 해주면 <나는 꼼수다>가 필요 없을 텐데, 그게 좋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도 있죠. 그렇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더러워지기는 하잖아요. 그리고 ‘누가 깨졌다, 어지럽혔다’ 이런 얘기를 남길 수도 있잖아요. 특히 저는 기자이기 때문에 그런 기록을 남길 수 있죠. ‘가서 엄청나게 깨졌다, 그래서 아무런 파장도 없었다’ 그것조차도 저희는 기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바위를 깨겠다는 게 아니라 ‘잘못됐다, 철옹성 같은 권력과 힘에 대해서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 의로움이 있었다’ 이걸 남기고 싶어요.
『주기자의 사법활극』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하시나요? 이런 이야기가 필요 없는 세상이 가까워지기를 바라시나요?
책이 많이 팔리면 그만큼 시대의 어두운 면을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그다지 행복하거나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독자들이 저를 보고 위안 삼고, 누구를 대하든 씩씩하고 밝고 명랑하고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시대가 여러분과 저를 슬프게 하고 굴복시킬지라도 당당하게 절망하지 않고 계속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고난과 고비가 있더라도 저를 보면서 ‘저런 놈도 사는데 이건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가다 보면 금방 나아질 거예요. 정말 어렵고 힘든 일도 하루 자고 나면 그 무게가 반으로 줄어들거든요. 그래서 당당하게 자기 중심을 가지고 나아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주기자의 사법활극주진우 저 | 푸른숲
평생 소송이나 사법기관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법정 다툼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휘말리게 되는 사람, 기울어진 재판정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 돈이 없고, 법을 잘 몰라서 더 억울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지침이다. 오로지 피의자의 입장에서 피의자를 위해 쓴 그래서 때때로 불경할 수도 있지만 실용적인 ‘서초동법’ 해설서다.
[추천 기사]
- 직장인의 80%가 고민하는 ‘이것’은?
- 한학수 PD 영화 <제보자> 속 진실이 궁금하다면
- 김민정 "엄마 덕분에 누구도 부럽지 않았어요"
- 김중혁 "수필공장 직원들이 아우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