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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역사 교육 시작할 땐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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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시리즈(전 10권)는 참 고마운 책이다. ‘우리 아이 역사교육,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까닭이다.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의 첫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을 때부터 그 반응은 뜨거웠다. 2007년부터 바뀐 교육과정으로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한국사 통사를 배웠다. 4학년과 5학년을 거치면서 문화재와 생활사를 통해 차근차근 역사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그러나 개정된 교육과정은 이 모두를 5학년 사회 교과서 안에 넣어놓았다. 한국사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빨라지고 준비할 시간은 줄어든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도 “단어 뜻풀이를 하다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5학년 아이들이 1년 안에 이걸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학부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혹은 그와 병행하여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역사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잃지 않는 역사서여야 했다.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는 그 해답이 되어주었다. 게다가 지난해 교육부가 2017년도 수능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는 발표를 한 후부터, 일찌감치 역사 교육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는 2013년과 2015년 ‘학부모가 뽑은 교육 브랜드 대상’에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48개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 밖에 크고 작은 단체들과 언론사에 의해 주목받은 횟수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단지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이유만으로, 성적과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울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학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통감하는 역사 교육의 필요성, 그에 따라 높아지는 ‘제대로 된 역사서’를 찾는 목소리가 감춰져있다.

 

그 바람과 기대에 응답하기 위해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는 치밀한 조사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10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자그마치 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시대별로 연구자들을 섭외해 정확성을 검토 받고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으로부터 개정된 교과 과정이 충실하게 반영되었음을 확인받았다.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 기획 단계부터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출간에 앞서 샘플북을 제작해 반응을 살피고 수정에 참고했다. 미래의 독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도 가졌다. 초등학생들과 1년 동안 수업에 같이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체득한 것이다. 이러한 숨은 노력들은 많은 이들이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준다.

 

금현진 작가는 손정혜 작가, 이우일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열 살 난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통감하며 집필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를 이해하듯 초등학생 독자들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지 알아나갔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그녀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금현진 작가는 글과 책의 곁을 오래도록 지켰던 사람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예스24와 월간 <우리 교육>에서 근무했다. 글줄로 된 통사책을 지향하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가 매끄러운 이야기의 전개를 자랑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채널예스는 지난 11일, 금현진 작가와 만나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와 우리의 역사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에 담긴 작가의 마음이 드러날수록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용선생 시리즈’만의 장점이 더욱 부각됐다. 아울러 ‘우리 아이 역사교육,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점차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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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을 골라줄 때 “흔들리지 마세요”


엄마가 되신 이후부터 어린이 책 쓰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아가는 과정에 우연히 어린이 책을 쓰게 됐어요. 그 전에<우리 교육>이라는 잡지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것들도 정말 많았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에 대한 관심, 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할까요. 그때부터 청소년 책에 대한 관심도 생겼어요. 우리나라 도서 시장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넓은 편이고 수요도 꾸준하잖아요. 반면에 청소년은 입시 문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차지하는 위치가 애매한 것 같아요. 청소년 시기에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고 더 흔들릴 일도 많고 고민해야 될 것도 많은데, 그걸 도와줄 만한 책은 그 무렵부터 실종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 관련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아이가 생긴 이후 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 교육>에서 서평을 담당하면서 그림책을 계속 보기는 했어요. 그때는 어른의 눈으로 봤다면 엄마가 된 후에는 아이의 눈으로 보려고 하죠. 아이가 읽을 책을 골라주고 읽어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림책이나 어린이 책에 재미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자녀가 읽을 책은 어떠한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다 마찬가지일 텐데요.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고르게 되죠. 아이의 관심사와 발달 단계를 고려하는 거예요. 사실은 엄마가 아이를 제일 잘 알거든요. 아이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엄마의 판단을 믿고 뚝심 있게 선택하면 돼요. 아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을 건네주되, 거기에만 너무 빠지는 것 같아서 균형을 맞춰주고 싶다면 가이드를 해주면 되요. 그런데 ‘그러면 안 좋대, 좋은 책은 따로 있대, 이 시기에는 과학책 시작해야 된대’ 이런 말들이 너무 많으니까 마치 지금까지 아이를 방치한 몹쓸 엄마가 되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그런 말들에 너무 흔들리지 말고 엄마가 아는 대로 안내해 주면 될 것 같아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의 이야기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건가요?

 

회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각 권마다 해당 시대의 전공자 분들을 찾았고요. 초고가 완성되면 내부에서 검토한 후에 전공자 분들과 다시 한 번 검토와 수정을 거쳤어요. 감수도 따로 받았고, 독자가 될 분들에게도 보여드려서 반응을 살폈죠. 그걸 반영해서 또 고치고요. 제 경우에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아는 바도 없으니까 공부를 많이 했어요. 출판사에서 추려서 보내주는 참고 서적이나 논문을 빠짐없이 읽으면서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새롭게 추가되거나 수정되기도 하고, 사실만큼이나 관점도 중요한대요. 이와 관련해서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가 세운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대사는 자료는 많지만 그만큼 이견의 여지도 많죠. 새로운 시각이 들어올 가능성도 높고요. 그런데 고대사에도 덩치가 큰 이견들과 논쟁거리들이 계속 있어요. 현대사와 고대사 사이의 시간들도 마찬가지고요. 깊이 파고들면 굉장히 민감한 문제들도 있어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는 중간 입장에서 양쪽의 주장들을 다 살피면서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고 싶었어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사책이 회색이 되면 안 될 것 같거든요. 역사를 충분히 보고 이해가 되면 자기 해석이라는 것이 생겨날 것 같아요. 그런 여지를 주지 않는 책이라면 역사서로써 제 역할을 다 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남는 거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해도 제대로 된 역사책이라면 그 책만의 관점과 색깔은 있는 것 같아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는 ‘3~4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글줄로 된 통사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시기에 아이들이 읽을 책이 없는 거죠.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요. 책 읽기 훈련이 잘 되어 있거나 똑똑한 아이들은 청소년 도서를 읽기도 하지만, 그게 모든 아이들이 해야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역사는 쉽게 시작하지 않으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3~4학년 때 읽기 시작할 수 있는 책, 엄마나 선생님이 따로 해설해 주지 않아도 혼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처음의 계획이었어요. 저도 그 뜻에 동의하면서 집필을 시작하게 됐고요.


스토리로 흐름을 잡는 역사책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

 
바뀐 교과 과정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마침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만드는 입장에서는 조금 힘을 받은 면도 있어요. 꼭 해야겠다, 빨리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당시에 많은 엄마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들었어요. 한국사 교육이 너무 어렵게 시작되니까요. 그래서 ‘이건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둘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어요(웃음). 독자들로부터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는 교육과정을 배려하면서 만든 측면이 있죠. 초등 교과서부터 고등 교과서까지 전부 봤는데요. 여러 종의 교과서 중에도 공통된 내용이 있고 일부 교과서에는 빠져 있는 내용도 있잖아요. 그것들을 분석해서 담고 고등 교과서는 참고용으로 살펴봤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 전에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와 먼저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요?


네. 교과서가 사실 너무 어려워요. 교과서만 읽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어려운 용어를 풀이한 경우도 많이 있지만 풀이가 더 어려운 경우도 있거든요. 풀이에 써있는 말을 몰라서 또 찾아야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 전에 읽거나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도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가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한국사 검정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이 역사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지금 자신이 보는 사람들과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펼쳐지잖아요. 그런데 옛날이야기처럼 편안하게 들으면서 재미만 느껴도 되는 것도 아니고요.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이 들어오니까 어려운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심지어 모르는 말로 쓰여 있기까지 한 거죠.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에서는 어려운 말도 많이 풀어주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없도록 가로막는 벽을 하나씩 없애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휘 풀이나 여러 가지 사전들을 본문 옆에 빼 놓으면서도 그게 너무 많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본문 안에서 최대한 풀어주되 이해하기 힘든 말들은 없게 하자, 그래도 안 되면 사전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수록하자, 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흐름과 맥락을 아는 것이니까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가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렇게 한다면 조금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했어요. 물론 스토리 라인이라든가 구성적인 측면이 너무 비중이 커지면 산만해질 수 있죠. 역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재미가 더 커져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균형을 잡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재미는 역사 안에서 찾아가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말씀하신 것처럼 스토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커요. 역사는 흐름을 잡는 게 중요하니까요. 같은 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어떤 순서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지, 그리고 비슷한 연대의 사건들은 어떤 스토리 안에서 녹여내는 게 좋을지 고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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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역사책을 고르는 방법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에는 다른 교과와 관련된 내용들도 실려 있습니다. 역사가 시대별 예술과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동시에 일반적인 역사서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렇죠. 역사 영역에 조금 더 집중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다른 분야의 이야기 안에도 역사가 다 들어있고, 역사 안에서 다 나온 것이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전부 빠져버리면 역사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죠. 일례로 조선시대의 각 분야를 조금씩은 이해해야만 조선이라는 모습이 그려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분야의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물론 한정된 지면 안에서 역사에 집중해야 하니까 많이 다룰 수는 없지만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에서는 최대한 많이 다루고 싶었어요. 처음 집필을 시작할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를 집필하시면서 역사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도 하셨나요?


한 번 정리된 역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바뀌었죠. 최근의 역사는 해석의 여지가 많고 특히 공과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지켜봐야 되는 측면들이 있으니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보다 오래된 시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역사학자 분들을 만나서 말씀을 듣고 공부를 하면서, 예전의 역사들도 계속 흐름에 따라서 변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역사에 대한 해석, 역사를 정리하고 기술하는 방식이 지금 우리의 현실에 따라서 바뀌어 가고 있는 거죠.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재미있으면서도 좋았어요. 이건 욕심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이런 책을 두어 번 정도 읽고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역사라는 건 뭐지?’라고 질문해 보는 거죠. 그건 결국 인류가 살아왔다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거시적인 질문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크게 조망할 수 있는 느낌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2017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됐습니다.

 

교육 정책이란 건 바뀔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역사가 비중이 떨어지는 과목이면 안 될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일도 없을 것 같고요. 역사를 배워야만 하는 게 큰 흐름인 것 같거든요. 근현대사 이후에 풀지 못한 문제들도 있고,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시기가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역사는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전 세계에서 지켜보는 문제이기도 하고 큰 나라들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도 있잖아요. 그래서 역사는 더 중요해질 것이고 더 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입시 대비라는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 할 이유는 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을 위해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게 아름다운 방식이 아니긴 하지만 중요한 일면도 있는 것 같아요. 역사를 잘 몰랐던 세대가 있고, 그 중에는 근현대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정책의 피해자인 거죠. 그래서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일본에 머무르고 계신데요. 한국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극우화가 심각하다고 느끼시나요? 실제로 일본의 청년 세대가 역사에 대해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학교에서 많이 가르치지 않으니까 잘 몰라요. 우리 사회에도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평범한 정도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 그들을 볼 때는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야?’라고 생각되잖아요. 그런데 어느 사회건 ‘어떤 지식을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역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일본의 어른들 중에도 학교에서 역사에 대해 많이 가르치지 않으니까 역사를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메이지 유신 시대처럼 일본의 중요한 시기나 선전하고 싶은 시기를 전후해서 멋진 나라가 되었다고만 이야기할 뿐, 그 뒤의 이야기는 많이 생략해서 가르치는 방식이죠. 그 방식에도 왜곡이 많고요.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를 집필하시면서 ‘아이들에게 한국사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으셨을 것 같습니다.


 

답이라면 좋은 책을 주는 거죠(웃음). 사실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요. 저도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아이가 묻는 역사적인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에게 좋은 책을 다양하게 주고, 가능하면 부모도 함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쉬운 역사책을 권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휘력이 앞서가는 아이들은 청소년도서를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건 첫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처음에는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쉬운 책을 읽히면 좋을 것 같고요. 꼭 아셔야 하는 건, 아이들이 쉽게 선택해서 끝까지 읽는다고 해서 쉬운 책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쉬운 책을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역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도서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캐릭터가 있고 스토리가 재미있고 말이 쉽다고 해서 충분하지는 않죠. 아이들은 성장 단계별로 개념화와 추상화를 배워 가요. 그 단계에 맞춰서 훈련시키면서 다음 단계로 이어지게 만드는 책이 쉬운 책이죠. 엄마가 아이에게 줄 책을 고를 때 ‘아이가 좋아하겠다, 끝까지 읽겠다’라는 기준만 가지고 쉬운 책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아이가 내용을 잡아가는 데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책인가, 책을 통해서 개념화를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가’를 고려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용선생의 시끌벅적한 한국사』를 집필하면서 딸아이에게서 팁을 얻었어요.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줘야 개념화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된 거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책은 출간되지 않은 분야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가 그걸 다 쓸 수는 없고요(웃음). 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더 심혈을 기울여 주실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의 가치관을 잡아주면서 재미도 있고 마음을 울리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쉽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우리 아이가 그런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책의 주제가 무엇이 될지, 어떤 구상으로 할 수 있을지, 제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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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9권 세트김우택,금현진 공저/이우일 그림/세계로 기획 | 사회평론
이 책은 서울대 대학원의 젊은 역사학자들과 학계 각 시대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수차례 글과 구성을 검토하고 다듬었습니다. 그동안 비판 없이 반복되던 낡은 사관과 오류를 바로잡고, 최신 연구 성과를 빠짐없이 반영했습니다. 우리 역사를 과장하지도 않고 깎아내리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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