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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인내를 겹겹이 쌓아 돌아온 로로스(Lo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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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W.A.N.D.Y >는 ‘We Are Not Dead Yet’의 줄임말이다. 1집 < Pax >가 초현실적인 공간을 부유했다면 ‘6년’ 만에 발매된 2집은 현실을 향해 한 발 내딛는다. 환상적인 연주 안에 메시지와 목소리를 담아 하나의 스토리도 만들어 냈다. 시간과 인내를 겹겹이 쌓은 결실은 실제로 한국대중음악상이나 평단에서 독보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밖이 밤인지 낮인지 분별할 수 없는 안락한 밴드의 단골집에서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스케줄 때문에 두 기타리스트는 만나지 못했지만 인터뷰 내내 멤버간의 신뢰와 신념이 느껴졌다. 앨범의 후일담을 들은 후 < W.A.N.D.Y >가 조금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들려온다. 이 놀라운 경험이 당신에게도 꼭 전해지길 바란다.

 

6년 만에 2집이 나왔습니다. 작업에서나 결과물에서나 1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복남규 : 1집은 진짜 쓱쓱 만들었던 것 같아요. 스케치 하듯이. 밴드 작업실에서 합주하고선 곡 다듬고 바로 넘기고 그랬죠. 반면 2집을 작업할 때는 재명이가 군대에 가는 바람에 공백이 길어졌고 돌아와서 다시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죠. 서로가 다 바빠져서. 대신에 어느 정도 더 디테일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어요. 전과 달리 시퀀싱 작업도 많이 하고요.


작업 기간이 정말 오래 걸렸네요.


도재명 :남규 형이 말했다시피 작업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의견 조율할 시간도 부족했어요. 작업하다보면 꼭 한명씩 바꿀게 생기잖아요. 그거 교체하다보면 다른 곳에서 또 조정할 게 생기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어졌죠. 그렇다고 중간까지 해놓고 예전 작업 방식으로 가기엔 상황이 많이 온 상태라 그냥 해야겠구나 싶었죠. 시간을 인내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전작과 달리 가사가 많아졌어요.


도재명 :1집에서는 보컬 녹음이 녹음실 한 프로(3시간 30분~4시간)에 끝났어요. 그 때 가사를 보면 단순하게 영어 단어를 반복하는 경향이 많았고요.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그런 걸 피하려 했어요. ‘이젠 가사를 써보자’하고 했을 때는 좋았는데 막상 부르면서부터는 어렵더라고요. 발음이나 소리 같은 측면에 있어서. 내가 노래를 못하는 구나 싶었고요. (웃음) 조언도 많이 구했죠.


남녀 보컬의 역할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누가 부를지는 어떻게 나누나요?


제인 : 감으로. 느낌으로. 「U」의 경우는 딱히 의미를 붙인다기보다 순간 캡처의 느낌으로 했어요.

 

도재명 :곡에 따라 다른데 「Monster」는 역할극처럼 보컬 파트를 분배했어요. 제가 약간 자아가 붕괴된 괴물을 연기한다면 제인은 멀리서 지켜보는 역할을 맡았죠.


제인은 주로 초현실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복남규 : 목소리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요. 톤이 되게 독특해요. 보컬에 대해 조금 더 애기해보자면 재명이의 그 담담한 창법이 사실은 어려운 보컬이에요. 저게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야 할 수 있는 보컬인데 그건 자기도 알고 있죠. 어렵다는 걸. 1집과 비교했을 때 분명 더 힘들어졌어요. 그 읊조림에 조금 더 판타지의 느낌을 붙여주는 게 제인이에요. 톤 자체가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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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분명한 스토리와 구성이 있는 것 같아요. 곡의 배치도 그렇고요?


도재명 :트랙 리스트를 정할 땐 신중해요. 디지털 싱글과는 다르게 앨범은 순서들 그게 있어야 하거든요. 저희끼리 짜놓고 얘기해요.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춤을 추다가 마지막엔 송가“ 이런 식으로요. (웃음) 첫 트랙 「W.A.N.D.Y」는 멤버들에 대한 얘기에요. 6년 간 각자가 살아왔던 스토리를 음악으로 푸는 게 좋겠다 싶어서 첫 소개, 인트로 격으로 넣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만나 현실을 얘기하다보니 우울해져서 「춤을 추자」는 맥락으로 빠지죠.

 

「Undercurrent」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비판하다가 「Homo Separatus」는 그러한 비판들을 내면화합니다. 내 속에서 곪은 게 터지는 「Monster」, 다시 이상을 꿈꾸는 「Babel」, 옛 시절을 꿈꾸는 「Homevideo」로 이어지는 전개도 넣었고요. 「Senna」는 죽은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Ayrton Senna)에 관한 곡이에요. 관련된 영상물을 보면서 상금, 명예보다는 순수하게 운전을 즐기는 챔피언으로부터 우리가 지향하는 모습을 만났어요. 그렇게 한번 파이팅하고서는 이제 안녕하는 ‘송가’가 나오죠.

 


사회 비판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이런 가사를 쓰는 데 부담은 없었나요?


도재명 :거창한 발언을 해야지 싶은 마음은 없어요. 사실 저랑 석이만 있어도 그 만남은 사회가 되거든요. 이런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주제를 담은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멤버들끼리 얘기를 하면서도 저절로 이런 저런 이슈로 얘기가 흘러가요.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선 입을 조심해야지’하는 것은 또 아녜요. 받기 싫은 오해를 피하는 정도에서 은유를 하죠. 현재 사회가 욕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과거나 미래의 사회가 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모이면 그런 얘기들을 정말 많이 해요. 격렬하게 얘기할 때도 있고 농담식으로 꺼낼 때도 있고요. 이런 저런 기사들 보다가 웃겨서 같이 웃기도 하고요.

 

복남규 : 사실 제일 웃긴 기사가 정치 기사긴 해요.


「송가」는 왠지 여타의 노래와는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묻어나는 느낌이랄까요.


도재명 : 그렇게 들으셨다면 놀라운데요. 사실 「송가」는 입대 전에 개인 앨범을 낼 생각을 하면서 만든 노래에요. 저도 갈 줄 몰랐던 군대에 갑자기 가게 되면서 묻어뒀죠. 한참 뒤에 2집 작업을 하면서 뭔가 작품을 마무리하는 곡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싶었는데 문득 매장해둔 개인앨범 곡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애초에 멤버들 생각을 안 하고 썼는데 다시 들어보니 같이 해도 되겠다 싶어서 모두에게 들려줬어요. 그렇게 나온 곡이에요.

 

제인 :다니던 대학교의 교수님께 음반을 보내드렸는데 「송가」를 자주 들으신다고 해요. 최근에 아내가 돌아가신 분인데 곡 들으면서 많이 치유가 된다는 얘기를 해주셨고요. 그 분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분이라 신기했죠. 가사라는 게 분명 있지만 음악은 그 자체로도 전달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로스는 악기 하나하나의 밀도가 높은데 합쳐지면 더 좋은 색깔을 냅니다. 밴드간의 화학작용이 잘 맞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김석 : 밴드가 정확히 같은 곳을 보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곡 안에서 각자 어딜 보든 어딘가 보고만 있다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제인 :저는 재명이가 곡을 쓰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오랫동안 애기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제 시선으로 계속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재밌거든요.

 

복남규 :뼈대 단계에서 서로 시작하는 시점을 같이 두는 건 좋아요. 다만 제 생각과 쟤 생각이 같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죠. 그러면 정말 평범한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자기 개성, 스타일을 살려주는 게 가장 좋아요. 저는 드럼을 맡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메시지를 가장 중요히 생각해요. 2집은 특히 그게 더 중요했어요. 어떻게 흐름을 만들어가겠다 생각을 해놓고 여기에 석이 생각, 제인 생각을 한 층씩 더하는 과정이었으니까요. 그걸 섞는 데에 무게가 크게 쏠렸어요. 어떻게 조율하느냐죠. 재명이가 믹스를 하는 데 고생을 많이 했어요. 팀의 리더라는 자리에서 여러 의견들을 받아들이면서 조그만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해요. 한 부분을 살리다보면 다른 한 부분은 줄여야하잖아요. 그런데도 재명이는 일단 다 받아놓고 어떻게든소화시키려고 노력했죠.

 

모두의 의견을 받고 그것을 하나로 소화를 시키는 게 오히려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는 위험이 있기도 하고요?


도재명 : 사실 산도 여러 번 갔죠.

 

김석 : 또 하다보면 나오더라고요.

 

복남규 :예를 들어, 재명이가 막 제대할 때쯤 일이에요. 군에서 딱 나오고 나면 얼마나 음악을 하고 싶은 상태겠어요. 합주하는 꿈을 꿀 정도로. 그런데 군대에서는 듣는 음악이 한정돼 있잖아요. 특히 신나는 음악 많이 찾아듣고. 이번 앨범 곡 중 「춤을 추자」가 원래 버전이 다섯 개가 있어요. 처음엔 펑크였어요. 재명이 제대 후 첫 합주 때 영상을 찍어놓은 게 있는데 그걸 다시 보면 그때 애들 표정이 ‘아 우린 끝났다.’ (웃음) 그러다가 그 곡에 변화가 왔어요. 갑자기 이상한 라틴 사운드가 들어가는 거예요.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에는 그 버전으로 나갔어요. 그거 빨리 지워야하는데.

 

도재명 : 군대에는 아무래도 피아노가 없다보니... 기타만 갖고 들어갈 수 있잖아요. 만들었던 노래들이 죄다 기타 곡들이었어요. 저도 인정 안 하려했는데요. 군대라는 곳의 영향이 있긴 있나봐요.

 

복남규 : 정말 기대 많이 했었는데. 제인도 오래 기다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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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같은 경우는 현대음악작곡을 전공했는데.. 밴드 음악을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제인 : 개인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고 스스로 적응해야할 부분도 있어요. 대학교 때 트리오를 했었는데 1년 동안 한 곡만 연습하더라고요. 그것도 두 시간 동안 한 마디만 연주하는. 사실 클래식 음악에서는 현악기 하나에 붙는 소리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게다가 트리오에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만 있다 보니 소리 자체보다는 프레이징 같은 것들에 대해 집중을 많이 했죠. 그런데 밴드를 하다보면 한두 악기의 톤 변화에 다 같이 맞춰야 하잖아요. 소리가 얼마나 드라이한지 아닌지.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복잡함을 느꼈죠. 처음엔 나무 첼로를 쓰면서 생기는 하울링서부터 미안했어요. 게다가 합주도 합주지만 저는 미국에서 자라 왔다보니 한국 문화에 조금 어색한 게 있더라고요. 그 쪽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처음에는 직설적이었는데, 밴드를 거치면서 멤버들한테 참을성을 많이 배웠어요.

 

도재명 : 처음에는 첼로라는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막연하다보니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냥 현악기가 쓱쓱 그려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합주했더니 시작서부터 첼로에 마이킹이 안 되는 문제에 마주쳤어요. 서로 힘들었죠.

 

복남규 : 밴드를 하면서 다들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다들 성격이 있는 친구들이에요. 그러다보니 사이에서 트러블도 많이 있었죠. 저는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쉽게 하는 걸 잘 못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 때마다 화도 많이 냈어요. 저만 생각하기도 하고요. 쭉 살아오면서 그런 문제로 끝났던 밴드를 돌이켜 생각할 때면 아쉬워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마음에. 저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그렇고 많이 자랐어요. 이렇게 길게 밴드 하는 건 다들 처음이에요.


전작의 마스터링을 미국에서 진행했는데 이번 앨범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국내 엔지니어가 했네요?


도재명 : 오혜석 엔지니언데 거의 또 다른 멤버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경써주고 얘기도 많이 해줬어요. 저희가 했어야하는 부분을 해주기도 하고. 계속 전 사운드를 전담해주는 엔지니어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요. 외국 밴드들 보면 그렇게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꼭 있잖아요. 혜석이 형은 정말 든든해요. 스튜디오에서는 무조건 따르게 되고요. 정말 고맙다고, 이 지면을 통해 강조해서 얘기하고 싶네요. 사랑한다고.

 

김석 : 음반 받고 조그마한 스피커로 틀었는데 처음에 탁 듣자마자 엔지니어 해준 혜석이 형이 떠오르는 거예요. 바로 문자 보냈죠. 고맙다고. 저는 또 배우기도 많이 배웠어요. 이제는 귀찮을 거예요. 볼 때마다 막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제인 : 편안했어요. 녹음할 때와 믹싱할 때의 느낌도 비슷했고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코칭도 많이 해줬어요. 아이디어도 여러 번 내줬고요.

 

복남규 : 그런데 인간미가 없어요. (웃음) 집에서 녹음 생각하다가 자기 얼굴에 왁스 바르고.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어요. 휴머니즘이 제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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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음악 박람회 ‘미뎀(MIDEM)’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해외 활동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도재명 :고맙게도 알아봐주시고 같이 일해주시고 연락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올해는 사정 때문에 미루기로 했어요. 많이 아쉽죠.

 

복남규 : 뉴욕 CBGB 놀러갔던 형이 얘기해주는데 세팅 시간이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고 해요. 그만큼 체계가 잘 잡혀있는 곳이죠. 각자 드럼 셋도 갖고 다니고요. 잘 발전된 시장에 나가려는 것만큼 준비가 더 필요하지 않겠나 싶어요. 장비도 포화상태에요. 심지어 재명이는 건반을 세 대나 써요. 맥북에 따로 쓰는 장비들도 있고. 이제는 자기가 하나로 정리한대요.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야죠. 사실 처음 재명이를 앞에서 보면 장비들 때문에 위압감이 느껴지긴 해요. 그런데 보컬이잖아요. 상단 건반 때문에 얼굴이 안보여요. 돈 생기면 악기에 올인하니까. 이제 좀 어려운지 정리하려나 봐요. (전원 웃음)


로로스가 데뷔한지도 10년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인디씬에 돌아온 느낌은 어떤가요?


도재명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밴드를 시작해서 일찍 홍대에 오게 된 셈이에요. 그때랑 중간 시점이랑 다르고 중간 시점이랑 지금의 홍대랑 또 많이 달라요. 일단 시스템에서 많이 차이를 보이죠. 이건 홍대 뿐 아니라 음악 시장 전체가 그래요. 이번에 음반 내면서 초판으로 2천 장 찍겠다고 하니까 관계자 분들이 되게 놀라셨어요. 그렇게나 많이 내냐시면서요. 저희는 오래 쉰만큼 양보해서 2천 장 하겠다고 한 거였거든요.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엔 5백 장 정도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음반을 사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그렇게 됐죠. 그 전에 일찌감치 시장은 음원 중심으로 넘어갔고. 제 스스로에게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말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점점 그 버티는 주기가 짧아져요. 음악이 변하는 속도도 마찬가지에요. 전에는 신에 노는 형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각박해지고 돈 냄새도 많이 나요. 쇼케이스를 열면 기자들을 불러서 음원 공개를 하고요. 그게 또 곧 대세가 될 것 같아요. 홍대가 많이 체계적으로 변했어요. 자연스레 놀면서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그 흐름에 적응하는 팀들만 되겠구나 싶기도 하죠. 분명 힘들어졌어요.


각자 추천곡이나 추천 앨범을 뽑아주세요.


도재명 : 처음 돈 주고 샀던 비틀즈의 < Let It Be >랑, 이제 음악을 진지하게 해야겠다고 만들어준 류이치 사카모토의 < 1996 >, 그리고 첫 밴드를 그만뒀을 때 쯤 남규형이 제게 들려줬던 시규어 로스의< Agaetis Byrjun >. 밴드란 그런 거구나 하는 개념이 막 생겼을 무렵 신기해하면서 시규어 로스 음반을 들었던 것 같아요. 라디오헤드의 < In Rainbows >는 가장 오랜 시간동안 재밌게 들었던 앨범이에요. 들을 때마다 어떻게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제인 :제 첫 시디도 라디오헤드의< The Bends >였어요. 살면서 16살까지는 클래식만 들었던 거 같아요. 중독자정도로. 막 악기별 연주곡대로 분류하는 일도 되게 좋아해요. 그러다가 인터넷 모뎀으로 하던 시절에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많이 들었고요.

 

복남규 :전 스매싱 펌킨스의 < 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 고등학교 때 돈 없을 대 알바해서 처음 산 수입반이었어요. 그리고 펄 잼의< Ten >. 사실 펄 잼 앨범은 다 좋아해요. 밴드 이상형이죠. 멤버도 안 바뀌고 멋있게 오래 가잖아요. 하날 더 꼽자니 어려운데, 근래 앰비언트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요, 크리스티안 페네즈(Christian Fennesz)와 류이치 사카모토가 같이한 < Cendre > 꼽을게요.

 

김석 :인생을 놓고 강력하게 받은 영향은 다 지금 아내가 추천 해 준 음악들에서 온 것 같아요. 스모그의 < Red Apple Falls >요. 그 사람 음반은 다 좋은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이 앨범 뽑을게요. 그리고 피쉬만즈랑 샤벳츠. 샤벳츠 중에서는 < Vietnam 1964 >. 그리고 로로스의 < W.A.N.D.Y. >요.

 

복남규 : 아내 이야기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이것 때문에 맨날 싸워요. 분노조절이 안 돼, 막. 아내도 진짜 음악 좋아하는데 아내가 추천해준 건 다 구려요. 사실 계기가 있어요. 저희가 쓴 것들 집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다 별로래요. 그래서 저도 “네가 듣고 있는 거 나도 다 싫어”하면서 받아치는 거죠. (웃음)

 

인터뷰, 정리 : 김반야, 이수호
사진 : 이한수

2015/03 김반야 (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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