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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먹거리는 〈설국열차〉의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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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를 시켰는데, 김치찌개 맛이 아니라 라면 국물 맛이 나는 정체 불명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물론 라면 국물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문한 음식이 김치찌개였다면 김치찌개가 나와야 정상이 아닐까. 전호용 저자가『알고나 먹자』를 쓴 계기도 비슷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순두부 국물 맛이 똑같은 음식점에 경종을 울리고자 책을 냈다.

 

이 책은 진짜 된장, 고추장, 간장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알려준다. 구워 먹고 튀겨 먹고 볶아 먹는 고기도 주요한 소재다. 산업화된 구조에서 가축이 어떻게 크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소수의 거대 다국적 대기업이 주무르는 음식 산업의 현주소를 지적하는 것은 책에서 일관된 저자의 관점이다. 예전의 우리 선배들은 어떻게 먹거리를 대해왔는지를 돌아보는 시선도 책에 녹아있다. 

 

책에 실린 방대한 지식은 저자가 머리로 습득한 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서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알고나 먹자』는 정보 전달과 구조 비판이 들어간 책이지만, 전달 방식이 딱딱하지는 않다. 저자 전호용은 농촌에서 성장해 농사 일에 익숙하고, 자라서는 다양한 일을 거쳤다. 그중에서 실제로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도 했다. 지금도 전주에서 돈까스집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저자의 삶이 먹거리에 관한 생생한 실화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지금 내가 먹는 게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시대

 

『알고나 먹자』는 어떻게 나온 책인가요?

 

사실 이게 책으로 나올 거라 생각하고 연재한 건 아니에요. 연재하겠다고 작정하고 쓴 글도 아니고요. 서문에도 썼지만, 밥 먹다 보니까 갑자기 빡치더라고요. 된장찌개를 먹는데, 된장찌개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김치찌개도 아닌 맛이 났어요. 분명히 된장찌개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저는 그걸 먹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기분이 이상하죠.

 

<딴지일보> 독자 투고란에 우리가 먹는 된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된장찌개가 실은 된장찌개가 아닐 수 있다는 내용을 올렸어요. 그게 반응이 좋아서 계속 썼죠. 된장 다음에는 고추장, 간장, 소금 쓰고 그 다음에는 고기를 다뤘습니다. 김장, 여러 가지 향신료 등도 함께 소개했고요.

 

먹거리에 관한 지식이 보통 도시에서 사는 사람보다 훨씬 넓고 깊은데요. 어떻게 이런 정보를 습득하셨나요.

 

몸으로 부딪쳐서 안 거죠. 농사도 짓고, 음식 만드는 일도 해보고 장사도 했고요. 지금도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아톰돈까스’라고 돈까스집을 열었거든요. 저를 농부라고 소개한 곳도 있지만, 농사 짓는 사람은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니까 옆에서 봐서 안 거죠. 책에 등장하는 이름은 글을 쓰면서 알았어요. 어렸을 때 저희끼리는 ‘신풀’, ‘다치는 풀’, ‘우리 집 옆에 있는 풀’ 이렇게 불렀지 정확한 명칭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글 쓰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 부분이 이름 찾는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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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동물 모두 인간과 함께 사는 존재

 

이 책에는 정보도 있지만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는데요.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꼽는다면?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 먹던 풍경이에요. 먹지만, 즐겁게 먹는 사람은 없어요. 어렸던 저는 아랫목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울었죠. 아이가 떼쓰면 어른이 혼내야 하는데, 혼내지 않아요. 어른들도 미안하니까요. 개에게도 미안하고 저에게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달래지도 않아요. 설명해봤자 어린이가 이해 못할 거니까요.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닌데, 우리가 고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묻는 중요한 장면 같아요.

 

서문만 보면, 『알고나 먹자』가 먹거리를 두고 벌어지는 요식업계의 꼼수 같은 걸 다루는 책 같습니다만 내용을 보면 거시적인 문제 제기가 중심인 듯합니다. 다국적 대기업의 횡포와 같은 문제가 그런데요.

 

꼼수, 야매 이런 걸 알려주는 재미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카길 같은 회사가 우리가 먹고 입고 덮는 모든 걸 쥐락펴락하고 있잖아요. 고기 같이 생긴 게 그게 정말 고기일까, 하는 생각을 해야죠. 우리가 고기로 먹는 그 동물이 어떻게 살았을까요. 이윤이 생명 앞에 놓이는 상황에서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동물이 자라는지는 익히 알려졌잖아요. 차라리 마당에서 살던 누렁이를 잡아 먹은 사람이 훨씬 정직했을 수도 있어요. 누렁이는 그래도 살 만큼 살다가 갔거든요. 갈 때 길맞이도 해 주고 가족 같은 정도 나눴고요.

 

생선에 관한 언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에는 좀 빠졌지만, 일본에서 나는 생선을 안 먹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 생선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요. 사람이 한 거잖아요. 나는 안 먹어, 하고 끝낼 일인가요. 그럼 그 생선들은 다 바다에서 죽겠죠. 그리고 생선으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은 어떻게 하나요. 사람이 한 짓이라면, 피해를 어느 정도는 함께 몸으로 느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논지는 생태주의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간 중심주의를 반성하자, 이런 주제를 염두에 두고 쓴 듯합니다.

 

에이,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까지 환경 중심적으로 사고하지 않아요. 세제도 많이 쓰고요. 대신에 머릿속에 각인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동물과 저 나무와 풀이 나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을 알고 먹자, 이 책 제목 그대로입니다.

 

 

농사는 무서운 일, 싼 음식이 착하다는 인식 바꿔야

 

이 책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고, 결국 농업 이야기인데요. 한국 농업을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뭐가 가장 문제인가요.

 

대농을 육성하려는 정책이죠. 정부가 수매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규모 농사가 불가능합니다. 가령, 고흥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다고 해요. 트럭으로 실어서 가락동으로 올라오겠죠. 소비는 대규모 도시에서 이뤄지니까요.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이 많아야 합니다. 생산량을 많게 하려면 한 가지 작물을 지을 수밖에 없죠. 농사를 지으려면 농약을 뿌리는데요. 농약을 뿌리면, 딱 한 가지 작물 빼고는 다 죽어버려요. 이런 방식은 여러 가지 작물을 한 밭에 심어서 키우는 육성 방법이 될 수 없죠. 텃밭 형태는 사라지게 됩니다. 땅을 회복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그러니 그 자리에는 계속 같은 작물밖에 심을 수 없어요.

 

대농을 육성하면서도 식량 자급률은 떨어지고 있는데요.

 

곡물 농사 지어서는 타산이 안 맞으니까요. 생계로 농사를 지으려면 특용 작물, 계절 과일 등 값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키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곡물 생산 안 되니까 수입해야죠. 악순환이에요. 많은 사람이 농사 짓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농사는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특히나 농사로 삶을 건사하는 건 힘든 상황이에요. 농사로 생계 유지하는 것과 전업 작가로 사는 것의 난이도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어렵습니다.
 
얼마 전에 연 아톰돈까스는 어떤 식당인가요. 『알고나 먹자』의 고민이 많이 반영된 곳이겠죠?

 

굉장히 많이 부딪쳐요. 결국은 돈이 문제입니다. 수익을 높여야 하느냐, 음식의 질을 높여야 하느냐, 이 두 가지는 반비례하거든요. 한국에서는 '착한' 뭐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지만, 박리다매 하면 착해집니다. 하지만 박리다매는 사람을 진 빠지게 만드는 장사거든요. 그리고 저렴하게 만들려면 만드는 사람은 저렴한 식재료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저렴한 게 무조건 착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먹거리는 어떤 의미일까요.

 

<설국열차>에 나오는 양갱 같은 거라고 봐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장치가 양갱입니다. 열차 안에서 살아야 하니, 식량이 있어야겠죠. 매일 양갱 한 개가 배급되는데, 하루 생활에 필요한 영양 성분은 다 있으니까 먹으면 살 수 있어요. 안 죽으려고 먹죠. 그런데 이게 무엇으로 만든지는 몰라요. 실제로는 바퀴벌레를 배양해서, 그걸 갈아서 이것 저것 섞어서 만든 건데요. 바퀴벌레라서 잘못됐다는 게 아니에요. 바퀴벌레를 먹을 수 있죠. 그렇지만 인간은 어쨌든 인간으로서 존엄도 있고, 나는 풀, 축사에 살고 있는 동물들, 곡식 낱알 하나 하나에도 생명이라는 존엄이 있는데, 생산해서 가공하고 식품 만들어서 공급하는 사람이 생명의 존엄을 인식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마지막 에피소드에 절기를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우리는 계절이 변하는 시기에 맞춰서 먹고 살았는데, 언젠가부터 이런 부분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죠.

 

요리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일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는 밖에 나가서 일하시고, 늦둥이라 형제들은 일찍 도시로 떠난 뒤여서 할머니와 저랑 둘이 있는 상황이 많았어요. 할머니도 밥을 해 주시지만, 저도 밥을 해야 할 때가 있었죠. 하루는 볶음밥을 해 먹고 싶어서, 설탕을 많이 넣었어요. 설탕이 다니까, 넣으면 맜있을 거라 생각했죠. 만들고 나서 한 입을 먹었더니, 달기만 하고 정말 맛이 없어요. 절대로 못 먹을 밥이었는데, 그 밥을 남겨서 들키면 혼나거나 맞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개를 주거나, 개도 안 먹으면 땅을 파서 묻어버려요. 시골이니까 가능하죠. 그런 과정을 수십 번, 수백 번을 더 거쳤죠. 제가 음식을 배운 기본은 그 때의 실패로 다지지 않았나 싶어요.

 

농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재밌는데요. 신기했던 게, 초등학교 때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점이었어요.

 

저도 인상적인 기억만 나요. 학교에서 배운 건 별로 기억이 없고요. 특히 기억나는 장면이, 게구멍에 손을 넣고 게가 제 손을 물기를 기다리는 건데요. 게가 물면 아프지만, 게가 제 손을 물었기 때문에 잡을 수 있어요. 정말 강렬한 인상이 남죠. 게가 물 때의 그 고통과 짜릿함이 뇌리에 딱 박혀서 잊혀지지 않아요. 그렇게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기억들을 이 책에서 주로 풀어냈습니다.

 

다음에 낼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두 권이 출간 예정이에요.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야만인을 기다리며’와 ‘그녀를 위한 식탁’인데요. 자연에서 나는 것만 먹으면서 살려고 했던 1년 여의 시간과, 지금 만나는 여자 친구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연애하는지를 밥이라는 키워드로 푼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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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나 먹자전호용 저 | 글항아리
이 책은 한마디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딴지일보에 ‘알고나 먹자’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정리하여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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