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란 결코 남이 자신의 방법을 납득할 때까지 무작정 시간을 들여 들이미는 것이 아니다. 남이 납득할 만한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스스로 변화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 끈기다.”-『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인터뷰어 위근우의 말 中
남들을 웃기는 것만큼 ‘끈기’있는 일이 또 있을까. 상황을 설명해주는 지문, 숨소리까지 미세한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음을 잡아주는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타일리스트의 ‘분장’에 마냥 의지할 수도 없다. 오롯이 본인의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노력만으로 평가되는 냉정한 세계가 ‘코미디’다. 그것을 평생 직업으로 삼은 ‘개그맨’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KBS <개그 콘서트>의 대표얼굴 박성호, 김준호,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가 인터뷰어 위근우와 함께 1년 전부터 기획하고 집필한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무대 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코미디언의 말간 이면을 담아낸 책이다. 지나가버린 개그맨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책이 아니라 ‘웃음을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는 철학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고 있는 ‘현역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다. “개그맨들 이야기면 재미있겠네”라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딱! 노력한 만큼만 웃길 수 있다”는 결코, 우습지 않은, 꽤나 치열한 코미디언들의 삶이 당신의 조금은 성급한 선입견을 송두리째 흔들어 줄 것이다.
후배들 보며 자극 받는 요즘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라는 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박성호, 김준호,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 다섯 명이 모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개그 콘서트>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예요. 최고참, 중간 급 선배, 신인에서 한 명씩 뽑다 보니 이렇게 다섯 명의 구성원이 모이게 된 거죠. <개그 콘서트>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선배와 후배의 호흡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도 그런 조합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책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 자리에 김대희 씨가 들어갔어도 좋았을 텐데요. 이 책의 기획자 분이 저를 좋게 보셨는지 저까지 다섯 명이 모이게 되었네요. 그때는 ‘갸루상’으로 인기를 얻었을 시기도 아닌데 말이죠. (웃음)
책을 살펴보니,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 형식이더라고요. 답변이 곧 책이 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인터뷰와는 달리 고심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책이라고 특별히 준비한 건 없어요. 인터뷰 질문지를 받아서 답변을 준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실되지 않은’ 그러니까 ‘조금은 가식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게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멋지게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요(웃음). 정말 100%! 솔직하고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인지, 정말 박성호 씨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더라고요. 책을 읽은 동료, 주변 분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일단은, 16년 개그맨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나온 책이라 정말 특별해요. <개그 콘서트> 후배들도 많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주위 친?인척에게 ‘책 출판을 축하한다’라는 격려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어요. 반응은 최고였죠, 뭐.
책에 함께 실려있는 후배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씨의 인터뷰를 읽어 본 소감은 어땠나요? 특히, 라이벌인 김준호씨의 인터뷰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인터뷰를 각자 했으니, 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몰랐어요. 후배들의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정말 새롭고 기특하더라고요. 김준호 씨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더군요. ‘정말 욕심이 많은 친구구나… (웃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칫하면 파랑새만을 쫓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했죠(웃음). 농담이고요. 의지와 열정, 무엇보다 후배 사랑이 대단한 친구에요.
그럼, 본인은 김준호 씨에 비해서 ‘욕심’이 없는 편인가요?
세상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전혀, 욕심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고요. 계속 욕심을 내게 되면 그만큼 쉽게 불행해진다는 거죠. ‘욕심’이라는 게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전 항상 지금, 그리고 오늘의 일과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파랑새만을 쫓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바로 내 옆에, 정말 가까이에 존재하는 법이거든요. 그런 조언 아닌 조언을 준호 씨에게도 해주고 싶네요(웃음).
개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첫째, 연기는 둘째
책을 읽어보니 놀라웠던 건 ‘콧물 그리는 방법’, ‘쟁반 맞는 방법’, ‘김 붙이는 방법’에도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과 공식이 존재했다는 거예요. 철저함은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박성호가 생각하는 ‘개그맨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개그맨의 조건은 무엇보다 개그를 사랑해야죠. 너무 단순한가요? (웃음) 연기력은 나중 얘기에요. 무대에 익숙해지면 연기는 자연스럽게 늘어요. 그리고 요즘은 개성시대잖아요. 연기를 못하는 것도 충분히 본인의 개성이 될 수 있어요.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개그를 보여주면 계산된 행동이나 공식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죠. 중요한 본질은 개그를 사랑하는 것, 그 순수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결국 시청자들도 그걸 알아보고 웃어줄 거라는 거죠. 물론 인기, 돈, 명예를 위해서 개그맨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못해요. 지금 개그맨을 꿈꾸고 있는 친구들에게 ‘개그를 정말 사랑해야 개그를 오래할 수 있다.’ 그것이 곧 ‘개그맨의 조건’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책을 살펴보니,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평소 어떤 다큐멘터리를 즐겨보시나요?
<100분 토론>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나 <역사 스페셜>을 즐겨봐요.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삶에 가까운 프로그램들이 저에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동안 ‘운동권 학생’부터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강기갑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했는데요. 개그 포인트가 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같은 삶에 가까운 멘트였거든요. 지금도 동물로 분장을 하고 웃음을 드리지만 그 안에는 ‘사회 풍자’가 녹아있어요. 최근에는 미스터리, 역사 관련 프로그램들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앞으로도 쭉, 삶과 가까운 개그를 하고 싶어요.
팀 내에서 ‘박 작가’로 불릴 만큼 글 쓰기에도 소질이 있으시다고요. 혹시 개그를 짜는데 영감을 주는 책이 있나요?
저는 시집을 주로 읽어요. 특정 시인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신춘문예 당선 시집을 년도 별로 쭉 찾아봤어요. 한 편의 시에 함축되어 있는 표현들을 읽다 보면 온 몸이 ‘찌릿’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개그라는 것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 간접적인 비유나 은유를 통해 전달되었을 때 그 웃음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시와 개그는 나름의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활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웃음). 초등학생 시절에 어머니가 세로로 된 빽빽한 문학전집을 세트로 사오셔서 읽으라고 강요하셨거든요. 그 이후부터, 책과는 별로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요. 지금도 후회하고 있죠. 근데 이상하게 글 쓰는 건 또 좋더라고요. 개그를 짜면서 글을 자주 쓰고 있어요.
책의 마지막에 “50세까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만큼의 행복은 없을 거예요”라는 말을 하셨는데요. ‘개그맨 박성호’가 앞으로 어떤 수식어로 대중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어떤 수식어나 인기를 바라면서 개그를 한다는 건 ‘욕심’ 같아요. 저의 최종 목표는 이 일을 계속하는 거예요. 조촐해 보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웃음’을 드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위대한 일이거든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개그소재를 찾아서 노력을 한다면, 수식어는 대중들이 알아서 붙여주겠죠.
마지막으로,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통해서 브라운관 이면의 개그맨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책이기도 하고요. 저뿐만 아니라 김준호,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 등 <개그 콘서트>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100% 내추럴하게 담아냈어요. ‘개그맨이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구나’, ‘<개그 콘서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개그 콘서트>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분들이나 개그맨을 꿈꾸는 친구들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일요일 밤마다 여러분의 지치고 힘든 한 주를 위로해 드릴 ‘웃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만 알아주세요. 언제나 스마일!
[특집기사]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에게 주목하는 이유
→http://ch.yes24.com/Article/View/21674
남들을 웃기는 것만큼 ‘끈기’있는 일이 또 있을까. 상황을 설명해주는 지문, 숨소리까지 미세한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음을 잡아주는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타일리스트의 ‘분장’에 마냥 의지할 수도 없다. 오롯이 본인의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노력만으로 평가되는 냉정한 세계가 ‘코미디’다. 그것을 평생 직업으로 삼은 ‘개그맨’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KBS <개그 콘서트>의 대표얼굴 박성호, 김준호,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가 인터뷰어 위근우와 함께 1년 전부터 기획하고 집필한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무대 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코미디언의 말간 이면을 담아낸 책이다. 지나가버린 개그맨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책이 아니라 ‘웃음을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는 철학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고 있는 ‘현역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다. “개그맨들 이야기면 재미있겠네”라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딱! 노력한 만큼만 웃길 수 있다”는 결코, 우습지 않은, 꽤나 치열한 코미디언들의 삶이 당신의 조금은 성급한 선입견을 송두리째 흔들어 줄 것이다.
후배들 보며 자극 받는 요즘
지금 <개그 콘서트>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예요. 최고참, 중간 급 선배, 신인에서 한 명씩 뽑다 보니 이렇게 다섯 명의 구성원이 모이게 된 거죠. <개그 콘서트>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선배와 후배의 호흡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도 그런 조합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책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 자리에 김대희 씨가 들어갔어도 좋았을 텐데요. 이 책의 기획자 분이 저를 좋게 보셨는지 저까지 다섯 명이 모이게 되었네요. 그때는 ‘갸루상’으로 인기를 얻었을 시기도 아닌데 말이죠. (웃음)
책을 살펴보니,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 형식이더라고요. 답변이 곧 책이 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인터뷰와는 달리 고심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책이라고 특별히 준비한 건 없어요. 인터뷰 질문지를 받아서 답변을 준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실되지 않은’ 그러니까 ‘조금은 가식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게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멋지게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요(웃음). 정말 100%! 솔직하고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인지, 정말 박성호 씨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더라고요. 책을 읽은 동료, 주변 분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일단은, 16년 개그맨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나온 책이라 정말 특별해요. <개그 콘서트> 후배들도 많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주위 친?인척에게 ‘책 출판을 축하한다’라는 격려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어요. 반응은 최고였죠, 뭐.
책에 함께 실려있는 후배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씨의 인터뷰를 읽어 본 소감은 어땠나요? 특히, 라이벌인 김준호씨의 인터뷰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인터뷰를 각자 했으니, 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몰랐어요. 후배들의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정말 새롭고 기특하더라고요. 김준호 씨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더군요. ‘정말 욕심이 많은 친구구나… (웃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칫하면 파랑새만을 쫓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했죠(웃음). 농담이고요. 의지와 열정, 무엇보다 후배 사랑이 대단한 친구에요.
그럼, 본인은 김준호 씨에 비해서 ‘욕심’이 없는 편인가요?
세상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전혀, 욕심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고요. 계속 욕심을 내게 되면 그만큼 쉽게 불행해진다는 거죠. ‘욕심’이라는 게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전 항상 지금, 그리고 오늘의 일과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파랑새만을 쫓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바로 내 옆에, 정말 가까이에 존재하는 법이거든요. 그런 조언 아닌 조언을 준호 씨에게도 해주고 싶네요(웃음).
개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첫째, 연기는 둘째
책을 읽어보니 놀라웠던 건 ‘콧물 그리는 방법’, ‘쟁반 맞는 방법’, ‘김 붙이는 방법’에도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과 공식이 존재했다는 거예요. 철저함은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박성호가 생각하는 ‘개그맨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개그맨의 조건은 무엇보다 개그를 사랑해야죠. 너무 단순한가요? (웃음) 연기력은 나중 얘기에요. 무대에 익숙해지면 연기는 자연스럽게 늘어요. 그리고 요즘은 개성시대잖아요. 연기를 못하는 것도 충분히 본인의 개성이 될 수 있어요.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개그를 보여주면 계산된 행동이나 공식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죠. 중요한 본질은 개그를 사랑하는 것, 그 순수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결국 시청자들도 그걸 알아보고 웃어줄 거라는 거죠. 물론 인기, 돈, 명예를 위해서 개그맨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못해요. 지금 개그맨을 꿈꾸고 있는 친구들에게 ‘개그를 정말 사랑해야 개그를 오래할 수 있다.’ 그것이 곧 ‘개그맨의 조건’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책을 살펴보니,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평소 어떤 다큐멘터리를 즐겨보시나요?
<100분 토론>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나 <역사 스페셜>을 즐겨봐요.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삶에 가까운 프로그램들이 저에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동안 ‘운동권 학생’부터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강기갑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했는데요. 개그 포인트가 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같은 삶에 가까운 멘트였거든요. 지금도 동물로 분장을 하고 웃음을 드리지만 그 안에는 ‘사회 풍자’가 녹아있어요. 최근에는 미스터리, 역사 관련 프로그램들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앞으로도 쭉, 삶과 가까운 개그를 하고 싶어요.
팀 내에서 ‘박 작가’로 불릴 만큼 글 쓰기에도 소질이 있으시다고요. 혹시 개그를 짜는데 영감을 주는 책이 있나요?
저는 시집을 주로 읽어요. 특정 시인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신춘문예 당선 시집을 년도 별로 쭉 찾아봤어요. 한 편의 시에 함축되어 있는 표현들을 읽다 보면 온 몸이 ‘찌릿’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개그라는 것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 간접적인 비유나 은유를 통해 전달되었을 때 그 웃음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시와 개그는 나름의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 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활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웃음). 초등학생 시절에 어머니가 세로로 된 빽빽한 문학전집을 세트로 사오셔서 읽으라고 강요하셨거든요. 그 이후부터, 책과는 별로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요. 지금도 후회하고 있죠. 근데 이상하게 글 쓰는 건 또 좋더라고요. 개그를 짜면서 글을 자주 쓰고 있어요.
책의 마지막에 “50세까지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만큼의 행복은 없을 거예요”라는 말을 하셨는데요. ‘개그맨 박성호’가 앞으로 어떤 수식어로 대중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어떤 수식어나 인기를 바라면서 개그를 한다는 건 ‘욕심’ 같아요. 저의 최종 목표는 이 일을 계속하는 거예요. 조촐해 보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웃음’을 드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위대한 일이거든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개그소재를 찾아서 노력을 한다면, 수식어는 대중들이 알아서 붙여주겠죠.
마지막으로,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책을 통해서 브라운관 이면의 개그맨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책이기도 하고요. 저뿐만 아니라 김준호,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 등 <개그 콘서트>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100% 내추럴하게 담아냈어요. ‘개그맨이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구나’, ‘<개그 콘서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개그 콘서트>를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분들이나 개그맨을 꿈꾸는 친구들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일요일 밤마다 여러분의 지치고 힘든 한 주를 위로해 드릴 ‘웃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만 알아주세요. 언제나 스마일!
[특집기사]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에게 주목하는 이유
→http://ch.yes24.com/Article/View/21674
-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박성호,김준호,김원효,최효종,신보라,위근우 공저 | 예담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이 프로그램의 위상을 이어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재기발랄한 신인, 박성호, 김준호 등 중견 개그맨과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의 인터뷰집이다. '개콘'의 대표 인기 개그맨인 이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개그 철학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낱낱이 털어놓았다.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이 프로그램의 위상을 이어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재기발랄한 신인, 박성호, 김준호 등 중견 개그맨과 김원효, 최효종, 신보라의 인터뷰집이다. '개콘'의 대표 인기 개그맨인 이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개그 철학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낱낱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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