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한 번만 꽃집에 가는 사람이 많다. 어버이날, 또는 스승의날. 아니면 누군가의 졸업식에 가야 할 때. 왜 아무 날도 아닐 때 꽃을 사는 사람은 흔치 않을까. 꽃이 비싸서? 주변에 꽃을 파는 곳이 없어서? 선물해줄 사람이 없어서?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다. 또 꽃을 선물해도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금방 시들어 버리는 꽃에 마음을 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보떼봉떼 플라워 클래스』의 저자 정주희는 15년차 플로리스트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조경사로 일하다가 2001년, 우연히 꽃을 배우게 됐고 프랑스 파리 에콜 아티스틱 드 카트린 뮐러(ECOLE ARTISTIQUE DE CATHERINE MULLER)에서 공부하고 이듬해 플라워 아틀리에 ‘보떼봉떼(BEAUTE ET BONTE)’를 열었다. 프렌치 스타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보떼봉떼의 클래스는 플로리스트 지망생들과 현직 플로리스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어 보떼(beaute)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정주희가 지난 1년간 준비한 세 번째 책『보떼봉떼 플라워 클래스』에는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은꽃들이 사계절에 맞게 소개되어 있다. 기본 부케부터 센터피스, 생화 리스와 드라이 리스, 크리스마스트리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비롯해 꽃을 다루는 기본 도구와 테크닉, 꽃을 잘 고르고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경제적, 시간적 이유로 선뜻 꽃을 배우지 못했던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의 역할을 해주는 한편, “책만 봐도 힐링이 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꽃 들고 다니면 프랑스 사람도 친절해요
『꼼 데 플레르COMME DES FLEURS』, 『삼 곱하기 십』 이후 세 번째 책입니다. ‘사계절의 프렌치 스타일 꽃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일 년 동안 준비를 하셨겠어요.
작년 4월부터 시작했으니까 1년 걸렸죠. 지난 봄부터 올해 봄까지 쓴 것 같아요. 책이나 글을 쓸 때 스트레스가 조금 있는 편인데, 이번 책은 생각보다 그런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정말 100% 진실이라고 할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쓰다 보니 써지더라고요.
기본 부케부터 센터피스, 생화 리스와 드라이 리스, 크리스마스트리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셨어요. 책을 보고도 쉽게 꽃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작업실에서 클래스를 진행하고 계시죠?
수업은 9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홍대 작업실에서 한 건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옆 동네서 하긴 했지만요. 일주일에 9개 정도 클래스를 진행해요. 주 5일 근무인데 빠듯해요.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이 있고 취미반도 있어요. 핸드 타이드 부케만 특화한 클래스도 있고, 웨딩만 전문적으로 배우는 시간도 있고요. 현재 40분 정도가 클래스에서 공부하고 계세요.
2001년에 꽃을 시작하셨으니 벌써 15년차 플로리스트신데요. 어떻게 꽃을 공부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 꿈이 꽃집을 하는 거였어요. 그때는 플로리스트라는 용어도 없을 때고, 꽃집이 화원으로 불리던 때였거든요. 꽃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친한 친구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 꽃을 공부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거예요. 한 번 놀러 와도 된다고 하셨는데, 처음부터 무턱대고 가기가 실례일 것 같아서 엽서를 썼어요. 자기소개를 해가며(웃음). 그 때는 지금처럼 이 메일이 흔하게 사용되던 때가 아니었거든요.
플로리스트 양성 과정이었나요?
수업을 하는 곳은 아니었어요. 파티라던가 백화점 디스플레이, 매장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꽃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첫 날 가자마자 일을 했어요. 그 분들이 뭔가를 만들고 계셨는데, “너도 한 번 해볼래?”라고 하셔서, 바로 했죠. (웃음) 당시 제가 조경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시간만 되면 놀러 갔어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정말 재밌어서, 자주 갔죠. 그렇게 꽃을 배웠어요. 그러다 금호문화재단 아트숍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플라워 파트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었는데, 행사에 필요한 꽃을 만들고 디스플레이하는 업무를 했어요.
당시만 해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굉장히 생소할 때였는데요.
2003년에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손예진 씨 직업이 플로리스트였어요. 드라마 때문에 많이 알려졌어요. 그 전에는 직업을 플로리스트라고 하면, 플롯이랑 연결 지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여름향기>에서 손예진 씨가 플라자호텔에서 꽃을 꽂는 모습이 나왔는데, 저희 숍에서 플라자호텔 꽃을 만들었거든요. 드라마를 보면서 ‘실제로는 저렇게 쓰레기가 적게 나오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그렇게 우아하기만 한 직업이 아니니까요.
꽃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엄마가 취미로 꽃을 하셨어요. 사범자격증이 있어서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하셨는데, 그 영향도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기 때부터 자연을 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꽃뿐만 아니라 나무도 되게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지만 야생동물을 더 좋아하거든요.
조경을 하다 꽃을 하게 된 건 어떤 이유였나요.
조경이랑 원예를 같이 전공했거든요. 공부할 때는 원예보다 조경이 훨씬 더 재밌어요. 조경은 종합과학예술이라고 말하거든요. 그림도 잘 그려 야하고, 제도도 해야 하고, 식물도 알고 계산도 잘 해야 하고. 약간 공대 같아요. 그런데 막상 나와서 일을 하다 보니까, 되게 인내가 필요한 직업인 거예요. 플로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생화를 바로 바로 만지는 직업이고 결과물이 바로 보이잖아요. 반면에 조경은 오랜 시간이 걸리죠. 내가 나무를 심는다고 가정하면, 현장에 가서 보는 게 아니라 컴퓨터 화면으로 설계 그림을 보거든요. 보통 조경의 완성은 10년이라고 해요. 여의도공원 같은 경우를 보면 아시겠지만, 10년 정도는 지나야 어느 정도 조경이 완성돼요. 공부하고 설계하는 건 되게 재밌었는데, 꽃을 딱 접하고 나니까 너무 다른 매력이 있는 거예요. 조경할 때도 제일 관심 있었던 게 식물을 심는 거였거든요. 계절별로 꽃이 피는 거랑 꽃이 다 폈을 때 어울러지게 하는 것, 그게 되게 재미있어요.
2005년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에콜 아티스틱 드 카트린 뮐러(ECOLE ARTISTIQUE DE CATHERINE MULLER) 에서 공부를 하셨는데.
1년 정도 있었으니까 유학이라 하기엔 좀 짧아요. 공부도 공부였지만,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인상 깊었어요. 일단 꽃을 들고 다니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한국에서 플라워숍에서 일을 하다 보면 까만 봉투를 찾는 남자 손님들이 되게 많거든요. 꽃을 들고 가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니까 그게 부담스러운 거죠. 항상 쇼핑백 같은 걸 찾으시는데, 쇼핑백이 없을 때는 검정 비닐봉지도 없냐고 그러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프랑스에 딱 가니까, 옷도 말끔히 차려 입은 노신사 분이 정말 예쁜 꽃다발을 안고 가시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풍경이죠.
프랑스 사람들이 워낙 꽃을 좋아하기로 유명하죠.
한국에서도 꽃을 들고 다니면 아주머니들이 말도 많이 거시고 그러는데. 프랑스는 반응이 너무 다른 거예요. 횡단보도에 꽃을 안고 있으면 옆에 계신 분이 꽃을 쳐다보는 시선이 딱 느껴져요. 제가 움직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꽃을 아름답게 쳐다보세요. (웃음) 또 가게 같은 곳에 꽃을 들고 가면 온 직원들이 다 나와서 “이 꽃은 처음 본다”고 말하기도 하고. 정말 프랑스는 꽃을 들고 다니면 더 친절해요. 프랑스인들이 불친절하다고 많이들 알고 계시잖아요. 애기 데리고 다니면 친절하고요. 그리고 목발 집고 다니면 친절해요. 애완동물이 있어도 그렇고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뭔가요?
가장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무난하게 추천할 때는 장미에요. 프랑스 어학 CD가 있는데, 그걸 들으면 프랑스의 문화가 그대로 들어가 있거든요. 듣다 보면 플라워숍에서 대화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꽃을 선물 받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할머니’라고 답하면, 플로리스트가 “핑크 장미와 붉은 장미를 섞어라. 그럼 좋아하실 거다”라고 해요. 그런 걸 보면 한국이나 프랑스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꽃 시장 가려면 새벽 5시, 오전 11시 이후가 좋다
대한민국에 플로리스트는 대략 몇 명 정도 있나요?
글쎄요. 굉장히 많을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어요. 일단 사람들이 정말 쉽게 생각해서 시작했다가 쉽게 문닫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플라워숍이 정말 많이 생기고 있는데 없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대요. 예를 들어 플라워 잡지 같은 경우는 5월 달에 인터뷰를 했는데 6월에 숍이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심지어는 새로 나온 곳을 일부러 취재하지를 않는대요. 젊은 친구들이 쉽게 생각해서 잠깐 배우고 숍을 열었다가, 현실 부딪혀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거죠.
왜 이렇게 쉽게 열고 쉽게 닫는 걸까요?
플라워숍 같은 경우는 다른 사업에 비해 초기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 편이예요. 정말 공간이랑 테이블, 가위, 나만 있으면 되니까요. 음식이라 할 경우 오븐도 있어야 하고 주방설비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요. 플라워숍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니까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거죠. 꽃을 배운지 얼마 안됐는데 대책 없이 오픈 했다가, 정말 대책 없이 임신해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어요. (웃음)
한동안 플라워카페가 많이 생기기도 했는데, 요즘은 또 많이 보이질 않네요.
생각해보면 정말 예쁜 장면이잖아요. 꽃이랑 커피가 같이 한 공간 안에 어우러지는 것. 그런데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둘 다 같이 가기가 힘든 게, 어느 한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어요. 플라워숍에 갔을 때는 꽃 향기가 나야 하는데, 커피 향이 더 강하게 나면 묻히거든요. 성공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꽃이 많은 카페가 된다거나, 아니면 커피값을 정말 싸게 한다던가.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아요.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분들, 플라워숍을 내고 싶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보통 꽃을 좋아하니까 ‘한 번 배워볼까?’하고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정말 꽃을 좋아해야 해요. 꽃을 보고 만지고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이를 테면 꽃다발 하나를 만든다고 하면, 사실 꽃을 꽂고 포장까지 10분이면 되요. 하지만 그걸 하기 위해 수반되는 일들이 정말 많죠. 새벽에 꽃 시장을 가야하고 트렁크게 가득 싣고 온 꽃을 다 다듬어야 하고. 어떨 땐 눈물도 났어요. 너무 많아서. 정말 다듬고 쓰레기 버리는 것도 일이에요. 정말 꽃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 수반되는 일들을 못 버티는 거예요. 손톱에 항상 꽃물이 들어있어요. 가시도 그렇고요. 바로 숍을 오픈 하는 건 정말 추천하지 않고요. 배워서 시작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일을 해본 다음에 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플로리스트 양성과정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요. 업계는 어떤가요? 플로리스트의 처우라든지.
일을 하면서 또 부딪히는 문제가 페이가 굉장히 심하게 적어요. 적은 것까지는 그나마 괜찮은데 페이를 안 줘요.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심각한 데도 많은데, 4대보험을 안 들어주는 곳도 많다고 들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어느 정도 보상이 따라줘야 하잖아요. 페이도 적은데, 서비스직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이게 첫 번째 난관인 것 같아요.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도 이런 일로 상처를 받고 하소연을 하러 많이 와요. 그래서 제가 “그만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그래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특별한 날이 아닐 때 꽃을 사는 일이 흔치 않잖아요. 고가의 꽃을 사지 못하니 꽃 시장에 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꽃 시장에 가는 걸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 처음 가는 분들 중에 상처 받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도매시장이 소매한테 열려있는 경우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외국은 전부 라이센스가 있거나 사업자등록이 있어야 도매시장에 가서 구입할 수 있어요. 유통상으로 보면은 그게 정상이거든요. 그래서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도매시장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요. 그렇게 되다 보니 소매 플라워숍도 우리나라보다 싸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꽃을 즐기지 못한 이유가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자꾸 도매시장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악순환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시장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이 줄지는 않을 텐데요. 꽃 시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도매시장 같은 경우는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 하거든요. 밤 12시에는 상인들이 꽃을 받는 시간이라서 정말 바쁜 시간이에요. 일단 그 시간대는 피하면 좋고요 새벽 5시, 6시에 가면 한가하게 꽃을 구경할 수 있고요. 아니면 오전 10시 이후도 괜찮고요. 오전 7시부터 10시 반까지는 플로리스트들이 많이 오는 시간이라서, 일반인들이 와서 한 두 단 산다고 하면 꽃이 없다는 하는 상인 분들이 많아요. 낮 12시 앞뒤로 가면 꽃을 좀 싸게 살 수 있어요. 같은 꽃이라 해도 밤 12시랑 낮 12시랑 가격 차이가 많이 나요. 밤 12시는 가장 싱싱한 꽃을 살 수 있는 시기라서 제일 비싸요. 또 꽃을 만지지 않는 건 기본 매너에요. 함부로 꽃의 얼굴을 만지게 되면 못 파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한 명이 만지는 게 아니라, 열 명, 백 명이 만지니까요. 그럼 못 팔게 되니 상인 분들이 야단을 치고 짜증을 내시는 거예요.
프러포즈를 할 때 꽃을 많이 사는데, 지금 한창 연애 중인 커플들에게 꽃다발을 사는 팁을 알려주신다면.
일단은 예쁜 숍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고요. 취향을 알고 가는 게 제일 좋긴 한데,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플로리스트한테 맡기는 게 제일 낫긴 해요. 저도 주문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어떤 분한테 어떤 날에 어떻게 선물할 건지’를 물어보거든요. 취향도 물어보고. 예를 들어 노란색 꽃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하신 손님도 있고, 향이 너무 강한 걸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선물을 할 거면 먼저 여자친구한테 알러지가 있는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지나가면서 무엇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지 등 평소에 눈 여겨 보는 게 제일 좋죠. 만약 장미를 선택한다면 보통 흔히 보는 빳빳한 장미 말고, 가든장미를 선택해도 괜찮아요.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여자친구한테 센스를 인정 받을 순 있을 거예요. (웃음)
식물이 공간에 있으면 그 공간의 활력이 달라진다
저자님께 꽃을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은 어떤 꽃을 좋아하시나요?
저희 학생들은 일반적인 취향은 아니에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작약, 스위트피 등은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위트피는 지금은 안 나오는데, 아주 대중적인 꽃은 아니지만 향기가 굉장히 좋아요. 스위트피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적이 없을 정도예요.
모든 꽃에 향이 있진 않잖아요.
맞아요. 작약 같은 경우도 어떤 작약은 향이 정말 좋은데, 어떤 작약은 정말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고 꽃 중에서도 발 냄새가 나는 것도 있어요. (웃음) 알리움이라는 꽃은 되게 예쁜데, 줄기 끝에서 파 냄새가 나요. 전에 어떤 분은 향 맡으시고 국밥을 먹고 싶다고 하시기도 해요. 지금 같은 초 여름에는 허브 종류도 많이 나오는 시기예요. 사람들이 오래 보고 두는 건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라벤더는 말려서 1년 2년을 볼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플라워숍은 5월에 가장 바쁘잖아요.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날도 있고. 마치 의무적으로 꽃을 사긴 하는데, 의외로 꽃 선물 받는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5월에 플라워숍을 가면 80%가 다 카네이션이 차지하고 있어요. 상징적인 의미로 카네이션을 사는데 그때가 되면 예쁜 카네이션도 많이 나오기도 해요. 그런데 가끔 숍을 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부모님들조차도 꽃 받는걸 좋아하지 않으신 분들도 많다는 거에요. 심지어 아들이 꽃을 선물했는데 엄마가 들고 와서 환불해달라고 한 경우도 있다는 거죠. 정말 속상한 경우인데, 그럴 경우에는 당사자한테 전화를 해서 어쨌든 알린대요. 백화점 안에 들어가 있는 숍의 경우에는 컴플레인이 심하다고 해요. 졸업식에 쓸 꽃다발을 주문해서 분명히 본인이 다 골라가지고 갔는데, 다음날 환불을 해달라는 거죠.
아직도 특별한 날이 아닐 때, 꽃을 사는 걸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처음이 되게 낯선 거예요. 특히 나를 위해서 꽃을 사는걸 생각을 못하시거든요. 정말 비싼 돈을 투자하실 필요도 없고, 근처 꽃집 가서 예쁜 꽃 한 송이만 사도 되거든요. 그거 하나 사무실 책상에 꽂아놔도 기분이 달라지는데 처음이 어려운 거죠.
꽃이 왜 좋은가요?
예전이 플리마켓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이거 생화예요?”라고 물어보셨어요. 맞다고 하니까, “죽으면 그만이잖아”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웃음) 마음을 어느 만큼 주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책이 더 좋은 사람도 있고 꽃이 더 좋은 사람도 있잖아요. 꽃은 잠깐 살고 사라지지만, 그 순간에 주는 에너지가 큰 것 같아요. 꼭 지속된다고 더 좋은 건 아니잖아요. 꽃은 순간으로 압축해서 보는 식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이왕이면 오래 가는 꽃을 사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데요.
대부분 물어 보시는 게 “이 꽃 오래가요?”라는 말이에요. 꽃들이 수명이 다 다르잖아요. 카네이션 같은 경우엔 정말 한 달도 살아요. 물론 굉장히 오래가는 꽃들도 있는데 반면에 하루 이틀 밖에 못 가는 꽃들도 많죠. 얼마 전에 꽃 시장에서 하루 밖에 못사는 꽃을 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수명이 짧은 꽃을 살 땐 고민하기도 해요. 제 마음이 그만큼인 거죠. 하지만 다른 꽃은 하루 밖에 못산다 해도 정말 사고 싶을 땐 사거든요. 예를 들면 ‘시계초’ 라는 꽃이 있는데, 꽃을 보기가 힘들어요. 정말 딱 하루만 피어 있거든요. 하루만 피고 다시 오그라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루를 보기 위해서 사는 거죠.
오랫동안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만나오셨잖아요.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 같은데요.
대체로 예쁜 걸 좋아해요. (웃음) 그리고 부지런해요. 물을 다 갈아주고 화기도 다 닦아서 옮겨 심어주고 해야 하거든요. 저는 집에서는 그렇게까지 못하거든요. 학생들 중에 정말 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집에서도 다 꽃을 키우고 관리하고 그래요. 일주일 동안 어떻게 꽃이 피었는지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꽃 사는 걸 돈 아까워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식물이 공간에 있으면 그 공간의 활력이 달라지거든요. 사람들이 꽃이 금방 시든다는 이유로 사질 않잖아요. 꽃은 곁에 두고 그냥 보는 거랑 직접 만지는 거랑은 차이가 엄청 커요. 사람이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꽃 한줄기라도 그걸 만지고 가꾸다 보면 스스로 생명체를 보살피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또 꽃을 선물 받았을 때, 꽃을 사신 분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감동이에요. 나를 위해 숍에 가서 꽃을 고르고, 그 시간을 투자해서 사가지고 왔으니까. 그 마음을 알고 보면, 꽃이 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예뻐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떼봉떼 플라워 클래스정주희 저 | 나무수
《보떼보떼 플라워 클래스》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게 기본 부케부터 센터피스, 생화 리스와 드라이 리스, 크리스마스트리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담아 일 년 내내 꽃과 함께할 수 있다. 또한 꽃을 다루는 기본 도구와 테크닉, 꽃을 잘 고르고 관리하는 법, 플라워 어레인지먼트의 기본을 체계적으로 소개해 꽃을 배우고 싶지만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입문서로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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