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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 “애쓰지 않은 밥상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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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맛집, 집밥, 먹방, 먹스타그램 등 음식에 대한 관심이 차고 넘치고 있다. 맛집에서 한 끼를 먹기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사람들. 음식이 나오면 인증샷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기 바쁘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는데, ‘보기 좋다’는 의미는 과연 어떤 뜻일까. 배우이자 자연치유 전문가 문숙은 “단순한 조리법으로 만든 애쓰지 않은 밥상이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가 최근 펴낸 『문숙의 자연식』은 우리 몸의 해독과 치유의 능력을 살려주는 60가지 건강식을 소개한 책이다. 자연식의 9가지 원칙을 소개하며,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넘어 ‘먹는다는 것’에 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문숙은 고교 재학 중에 TV드라마 <세나의 집>으로 데뷔, 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 <태양 닮은 소녀>, <삼포 가는 길>등에 출연했다. 1977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화가로서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하다가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찾아오자, 묵언 명상 수련을 떠났다. 이후 요가와 명상에 심취하게 됐고 음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맨해튼에 있는 자연치유식 요리연구원에서 조리사 자격증을 받은 뒤 치유식 공부를 시작했고,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자연건강식과 요가 등을 가르치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다. 현재는 요가와 명상를 가르치며 『문숙의 자연식』의 후속작 『문숙의 자연 치유』개정판을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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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해서 아픈 게 아니라 과해서 아파요


‘자연식’이라는 개념이 조금 낯설어요. 자연식이란 어떤 음식을 말하는 건가요?


자연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시켜주는 ‘자연 건강식’, 몸에 이상이 생겼거나 의학 치료를 받고 난 뒤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자연 치유식’,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하고 신경을 안정시켜 수행과 의식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젠 푸드’가 있어요. 아무리 좋은 음식을 찾아 먹어도 병의 원인이 되는 먹을거리를 계속 먹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요. 자연식에서는 우선 무엇을 먹어서 고친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무엇을 입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를 권해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먹을 거리는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에서 자연식이에요.

 

“요리란 애쓰지 않고 만드는 것이 더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음식에는 사람의 기운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요. 한식은 특히 손이 많이 갑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지만, 사실 요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되게 힘듭니다.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요리는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활동이에요. 하지만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왜냐면 화려한 음식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식당들도 마찬가지에요. 음식을 이윤의 목적으로 삼고 있으니 값싼 재료를 써야 하고, 그걸 감추려다 보니 보이는 것에 애를 많이 써요. 저는 음식은 만든 사람 자신이 힘들면 먹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한 끼만 먹고 마는 게 아니잖아요. 애쓰지 않는 밥상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건, 전체적인 건강을 생각해서 메뉴의 틀을 잡아주는 거예요. 저는 한 끼를 너무 많이 먹었을 경우에는 나머지 한 끼는 디톡스 드링크를 만들어 마시길 권해요.

 

여름에는 식욕이 많이 당기질 않습니다. 더우니까 시원한 음료만 찾게 되고요.


여름철은 생 음식, 즉 익히지 않는 음식을 먹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에요. 생식이 굉장히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도 계절에 따라서 먹어야지 한겨울에 생식에 도전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신선한 과일 샐러드를 먹는 게 좋아요. 푹 끓인 음식은 겨울로 미뤄두고, 여름에는 가벼운 채소 위주의 식단이 좋아요. 몸의 열도 낮춰주고 소화도 잘되고 디톡스에도 효과적이에요.

 

채식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완전채식주의자가 약 50만 명이라고 하는데요. 자연식에서는 채식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저는 적극적으로 채식을 권장해요. 하지만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갑자기 채식으로 돌아서는 건 부담이 돼요. 갑자기 육식을 끊으면 오히려 더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고 역효과가 나기도 하고요. 서서히 변해가는 방법이 좋다고 봐요. 일주일에 몇 번씩 채식의 날을 정한다든지, 채식 위주의 식단을 먹되 고기국물을 조금씩 먹는 것도 좋고요. 처음에는 조금 허전할 수 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문숙의 자연식』은 단순한 조리법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한 책이에요. 대부분의 레시피 책과는 달리 몇 인분, 정량 같은 것이 나와있지 않아요. 레몬주스 1/3컵, 마늘 1쪽 이 정도뿐이에요.


한 스푼을 넣는 건가, 두 스푼인가.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상황과 계절에 따라, 또 먹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당근이 제철이라면 당근을 좀 더 쓰면 되고, 상추가 제철이면 상추를 더 쓰면 돼요. 몸의 상태에 따라 묽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자신의 기운을 느끼는 게 좋아요. 레시피는 그저 참고에요. 누군가의 정답을 따라 요리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영감을 따라 요리하는 게 훨씬 좋아요. 중요한 건, 신선하게 먹는 거예요. 너무 많이 남아 보관해 두기보다는 그때그때 먹는 게 좋아요.

 

“되도록 덜 먹자”는 이야기도 강조하셨는데요.


이제는 부족해서 아픈 게 아니라 과해서 아파요. 양만 과한 게 아니라, 우리가 먹는 화학 물질의 종류도 과하죠. 작물을 경작하는 땅에다 투여하는 비료나 살충제 제초제, 수많은 첨가물을 비롯해 음식을 포장하는 비닐, 식탁 위의 플라스틱 그릇까지 한 끼의 밥상은 한 끼의 독성 물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서 푸는 사람들이 많아요. 잠깐은 스트레스가 풀릴지 몰라도, 소화도 힘들고 결국 탈이 날 때가 많은데요.


효과는 정말 잠깐이고 결국에는 역효과를 내죠. 자극적인 음식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인 사람에게는 더욱 좋지 않아요. 힘들 때는 쉬어야 해요. 힘들 때는 우는 것도 좋고, 너무 힘들 때는 자는 게 낫죠. 자꾸 신경을 자극하면 더 큰 병이 되는 거예요. 성격 자체도 순한 음식을 먹는 사람은 순해요.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요.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반응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데, 오히려 건강이 좋지 않아요. 특히 신경성 질환이나 관절염과 같은 염증 질환이 있거나 몸에 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맵고 짠 음식,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줄이는 게 좋아요. 마늘, 양파, 파 같은 채소를 먹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소음과 공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해요. 몸의 기운이 너무 민감하고 순수해지면 도시에서 일상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산 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하죠.

 

건강을 조금 신경 쓴다는 사람들 중에는 영양제를 굉장히 신뢰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연식에서는 영양제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자연식에서는 영양제를 약 취급을 해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비타민이 부족하다는 진료 결과가 나왔을 때만 먹는 거예요. 자연식의 기본 조건에 통식품이 아닌 것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영양제는 통식품이 아니에요. 화학적으로 영양성분을 배합해서 만든 약이기 때문에 자연식에 속하지 않아요. 우리 몸에는 ‘영양제’를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대한 DNA에 없어서 영양제가 체내에 들어오면 몸은 당황해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DNA 중에 영양제는 없었으니까요. 영양제는 꼭 의사에게 물어보고 되도록 천연 성분으로 만든 영양제를 먹는 게 좋아요.

 

어렸을 때 선생님께서 좋아하셨던 음식은 무엇이었나요?


9살 때까지 시골에서 살았는데 집에 밭이 있었어요. 아버지, 어머니가 직접 수확한 곡물이나 채소들을 주로 먹었어요. 벼농사만 안 지었기 때문에 쌀만 사다 먹었어요. 감자, 옥수수, 참외, 땅콩까지 웬만한 재료들을 다 자급자족했어요. 제가 건강하게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강을 챙기는 습성을 보면, 어린 시절에 주로 먹었던 음식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부모들을 만나면 항상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어릴 때 아이의 식성을 잡으라는 말이에요. 어렸을 때 케이크나 햄버거를 많이 먹은 아이는 컸을 때도 그걸 원해요. 슬프고 외로울 때 생각나는 음식이 패스트푸드인 거예요. 저는 지금도 설탕을 먹으면 몸이 힘들어 하거든요. 체질적으로 그게 싫은 거예요.

 

생협이나 유기농 식품매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유기농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결과인데요. 근 1년간 한국 생활을 하셨는데 식재료를 구하는 일이 어떠셨나요?


되도록 유기농 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구입을 하는데, 가짓수가 많지 않아서 그냥 올 때도 많아요. 그래도 포장지에 생산자의 얼굴 사진이 찍혀 있는 걸 보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얼굴을 걸고 파는 거니까 정직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미국에 비해 값은 꽤 비싼 편이에요. 한국에서는 제가 혼자 생활하니까 가능한데, 식구가 여러 명인 집에서는 유기농 식품만 먹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미국에서 유기농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가 젊은 사람이에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장을 열기도 하는데, 웬만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한국에도 진지하게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부 차원에서 그들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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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를 예쁘게 받아주는 일


늘 화장기 없는 얼굴에 편안한 옷차림이세요. 고무신을 즐겨 신으시죠?


제일 편해요. (웃음) 아름다움이라는 건 건강미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서양은 조금 까맣더라도 햇빛에 그을린 피부를 건강하다고 보는데, 한국 여성들을 보면 화장을 많이 해서 늘 뽀얀 것 같아요. 그런데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기 몸을 잘 가누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들어 보이는 패션이라고 할까요? 높은 하이힐을 신어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잘 걸어가겠나?’ 싶어요. 유행이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성형수술을 많이 해서 얼굴은 뽀얀데 고민에 차 있는 표정을 볼 때가 많아요.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건, 자기 두 발로 설 수 있어야 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젊음을 과신해서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선생님의 경우에는 어떠셨나요?


젊을 때는 건강에 무심했어요. 모든 게 재밌어서 경험하느라 바빴죠. 특별히 내가 이걸 먹어야지,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젊을 때는 회복이 빠르잖아요. 건강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죠. 그런데 몸에 신경을 쓰니까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자연식을 먹다가 그렇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몸에서 신호가 와요. 몸이 불편하다는 거죠.

 

“풍요가 고통이 된다”는 이야기도 하셨는데요. 예전의 선생님은 뭐든지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외출을 하자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해변가에 갈 때도 제대로 옷을 입고 나가셨다고요.


멋진 정도가 아니에요. 최고가 아니면 성에 안 찼어요. (웃음) 그런데 항상 모자라는 거예요. 저보다 꼭 더 괜찮은 사람이 있는 거죠. 이걸 유지하기 위해 제가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요. 제가 화려함의 끝까지 갔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쪽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이해해요. 화려함의 이면에 그걸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한지를 알아요. 그 뒤에 오는 허전함도 알고요. 그런데 이 모든 걸 내려놨을 때,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지를 알게 됐어요.

 

외적인 화려함에 공을 들이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세요? 조언을 해주시나요?


전혀요. 그건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에요. 요가나 명상을 하면서 뭔가를 물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를 해줘요. 물으니까 답하는 거지, 제가 먼저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에요. 모든 사람에게는 문제가 있는데, 그걸 제가 다 손을 댈 수는 없잖아요. 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보는 일이 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감싸주고 사랑해주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지, “너는 이게 틀렸고 저게 옳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본인이 힘들어서 제게 물어올 때도 그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비춰줄 뿐이지, 그 사람의 업에 뛰어들 일은 아니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예쁘게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께서 하와이에 계실 때, 가수 이효리 씨와 배우 한효주 씨가 찾아갔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인연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가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인생의 방향을 틀어줘야 할 때가 생기잖아요. 어느 순간에 다음에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고.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이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을 하는 것 같아요. 인기의 절정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고. 저는 굉장히 오랫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었던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선배라고 생각해준 것 같아요.

 

까마득한 후배들을 만날 때, 어떠세요?


후배라는 생각이 많이 안 들어요. 그냥 한 인간으로 보이니까요. 그런데 후배들은 그걸 싫어하더라고요. 자기를 특별히 사랑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요. 영화인들은 배우협회에 등록이 되면, 선후배 관계가 생겨요. 제가 하와이에 오랫동안 살다가 한국에 갑자기 나타났는데도 모든 사람의 선배가 된 거예요. 저는 자연스럽게 선배가 된 게 아니라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너무 부담스러워요. 어린 사람들이 저에게 굉장히 깍듯한 것도 어색하고.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면, 안 된대요. (웃음) 그래도 참 고맙죠. 오랫동안 활동을 못했는데도 이렇게 반겨주는 걸 보면, 참 고마워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따뜻하게 관심을 가져줄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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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마음이 건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 한효주 씨와 함께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찍으셨는데.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40여 년 만에 영화 작업을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역할이 크진 않아요. 한효주 씨가 사랑하는 남자의 엄마 역을 맡았어요. 영화 자체가 굉장히 만화 같은 이야기에요. 제가 정말 오랜만에 영화 현장에 갔는데, 그렇게 오래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물고기가 물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 거예요. 후배들이랑 일하는 게 너무 좋고. 새벽에 나오는 것도 좋고, 밤새서 촬영하는 것도 좋았어요.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쁜 거예요. 시스템이 바뀌어서 옛날 영화 현장이랑은 너무 다르지만,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어요. 이번 영화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다 쏟은 것 같아요.

 

또 다른 영화 출연 제안이 온다면요.


저는 크게 바라는 게 없어요. 어느 순간에 모든 걸 다 내려놓아서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큰 목표 같은 걸 세우지 않아요. 그러면 실망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에 마음을 다하다 보면, 나 자신에게 실망할 일도 없고, 못할 일도 없고, 안 할 일도 없는 것 같아요. 본의 아니게 일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될 건 다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루하루를 살아요. 크게 실망할 일도 없고 크게 기뻐할 일도 없고. 그냥 고마워요.

 

근 1년간 한국에서 머무르셨는데, 선후배들은 선생님께서 자연식을 하고 있다는 걸 많이 알잖아요.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해야 할 경우에는 선생님께서 메뉴를 선택하시나요?              


후배 분들이 적당한 메뉴를 골라주는 경우도 있지만, 늘 그럴 수 있나요? 융통성을 가져야죠. 이번에 영화 촬영을 하면서 새벽 6시에 식사를 했는데, 메뉴가 뼈해장국이더라고요. 한효주 씨한테 “아, 이거 좀 과하다” 그런 적은 있어요. (웃음) 그런데 영화 현장에서는 수십 명, 때론 백 명 이상이 함께 움직여야 하잖아요. 나한테만 맞는 음식을 선택하면 안되죠. 웬만하면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게 좋은데. 왜냐면 편안한 마음이 건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장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긍정적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는 습관을 갖고 있어요.

 

2007년에 고 이만희 영화감독님과의 추억을 담은 산문집 『마지막 한 해』를 펴내셨는데. 후에 에세이를 또 쓰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항상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왜냐면 늘 말의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걸 말로 하면 삼류가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글로 표현하면 이류 정도는 돼요. 일류는 말을 안 하고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겠죠. 다른 방법도 많겠지만, 말보다는 글로 표현될 때 조금 더 침착하게 세심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마음이 있어요.

 

한국에 완전히 정착할 생각도 있으신지요?


글쎄요. 모르겠어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으니까 집에만 있는 게 너무 심심해요. 젊었을 때 너무 놀아서 그런가 봐요. (웃음) 나이를 먹으니까 조금 할 말도 생기고, 뭔가를 하면 좀 잘하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잘 못했거든요. 이제는 뭔가를 하는 게 재밌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오래 살잖아요.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좋은 점이 있어요. 나이를 먹어야만 알 수 있는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혜가 생겼는데 몸이 안 받쳐주면 그것만큼 아쉬운 게 없어요. 젊은 사람들은 능력이 있는 대신 아직 지혜가 없잖아요. 나이가 들어 생긴 지혜를 잘 전달하려면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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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의 자연식문숙 저 | 샨티
먹는다는 건 육체적인 배고픔만 해결하는 행위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는 일이다. 무엇을 먹는지는 몸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나는 단순한 조리법이나 건강하게 먹는 방법만이 아니라 ‘먹는다는 것’에 관한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당신과 나누고자 한다. 저자는 자연식, 자연건강식, 자연치유식, 젠푸드라는 네가지 주제요리를 소개한다. 또한 매크로 바이오틱, 아유르베다, 음양오행과 영양학에서 이론적 기초를 찾았다. 음식으로 더욱 더 건강해지고 일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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