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모델로 긴 시간을 살면서 몸에 대해서는 반전문가가 됐어요. 내 몸이 마음가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알게 됐고요. 이제 그 시간을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아요.” 톱모델 한혜진이 『한혜진 바디북』을 펴낸 건, 단순히 ‘내 몸 정말 예쁘죠?’의 의미가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아름다운 몸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혜진 바디북』에는 모델 한혜진의 16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살찐 적 없는 시간들을 통과해 어느덧 많이 먹으면 살찌고, 움직임을 게을리하면 더 이상 예쁜 몸을 가질 수 없는 나이에 도달했다”고 고백한다. 자발적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책 제목을 놓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한 번 봤을 때 기억에 강하게 남아야지 나중에 찾아보고 책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한혜진처럼’이라는 제목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싫은 거예요. 이거야말로 너무 재수 없는 거 아닌가? 해서요. (웃음) 제가 뭐라고 ‘~처럼’이 될 수 있겠어요. 다만 책을 내고 자신하는 건,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몸과 건강에 대해 모든 걸 담았다는 거예요. 가집녀, 엉집녀 같은 단어도 제가 만들었어요. 여자 몸의 8할은 ‘엉덩이와 배’이거든요. 더 궁금하시면 책을 보시면 돼요. (웃음)”
괜찮아 괜찮아, 또 열심히 하면 돼
첫 책입니다. 굉장히 여러 모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어요. 출판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셨다고요. 완성된 책을 처음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책이 나왔을 때, 엄청 가슴이 벅찰 것 같았는데 그냥 덤덤하고 허탈하더라고요. (웃음) 책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색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니까요. 사실 준비할 때, 원고를 너무 많이 읽고 고쳐서 책이 막상 나왔을 때는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어요. 뭔가 얼떨떨한 느낌이에요.
모델이 책을 냈다고 하면 대부분 화보집일 거라는 예상을 하는데요. 글이 꽤 많더라고요.
주변 분들도 사진집에 가까울 거라고 예상을 많이 하셨대요. 이렇게 텍스트가 많을지 몰랐다면서요. (웃음) 일단 ‘재밌다’라는 의견이 제일 많았고, ‘고생했겠다’, ‘빨리 읽힌다’ 이런 의견들이 많았어요. 일반 독자 분 중에 “앉아서 2시간 만에 다 읽었다”고 말해주신 분도 있어요. 사실 저는 제가 작업한 사진이나 이런 리뷰 같은 걸 잘 안 보거든요.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안 할 정도로요. 그런데 책이 나온 후로는 달라졌어요.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에 ‘#한혜진’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고 있어요. (웃음)
어떤 리뷰가 특히 기억에 남았나요?
“집에 책이 도착해있길래, 잠깐 읽어볼까? 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다 읽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했다” 이런 반응을 볼 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모델이 꿈이라서 제 책을 보신 분들도 있고, 운동을 좋아하고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아서 샀다는 남자 독자 분도 있었어요. 사실 다 몰래 몰래 본거죠. (웃음)
그런데 책을 쓰면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이 “사람들이 재수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였다고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당신은 이미 다 갖추고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패를 해본 적이 없는 네가 감히 어떻게 그런 걸 논하냐?’고 말할 것도 같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이 제 몸무게 일 수는 없어요. 저도 오랫동안 지켜오던 제 몸무게에 변화가 있었을 때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거든요. 보통 사람이 평균 체중 50kg 대를 20년 동안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5~6kg가 늘어있으면 당황스럽잖아요. 저도 같은 케이스에요. 40kg였던 사람이 45kg가 되는 거랑, 50kg 사람이 55kg 되는 거랑 같은 거거든요. 몸무게 이야기를 책에 많이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올해 1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냉장고 속 음식들을 공개한 일이 화제를 모았는데요. 모델에게는 옷장 공개보다 더 힘든 일이 ‘냉장고’ 공개라면서요? 함께 출연한 동료 모델 이현이 씨의 식단과 확연히 달라서 더욱 주목을 끌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현이랑 같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랑 너무 비슷하면 어떡하나? 고민을 했을 정도였어요. (웃음)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저랑 많이 다르더라고요. 현이가 “선배, 제 냉장고랑 선배 냉장고랑은 완전히 다를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했는데, 정말 달랐던 거죠. 제 냉장고가 다큐멘터리였다면 현이의 냉장고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였어요. 달걀과 고구마를 비롯해 온갖 다이어트 식품으로 점철된 제 냉장고와 달리 현이 냉장고는 집 밥에 어울리는 맛, 각종 밑반찬들이 있었으니까요. 현이한테 “너는 도대체 그런 걸 먹고 어떻게 몸매를 유지하니?”라고 물었더니,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요”라고 하더라고요. 현이 냉장고 속 반찬들도 현이도 보기 좋았어요. 행복한 유부녀와 다이어트 중인 독거 모델의 차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모델들이 한혜진 씨와 같은 식단을 유지할 것 같은데요.
모르겠어요. 모두가 그럴 것 같진 않아요. 저 같은 경우는 모델들 사이에서도 특수한 경우인 것 같아요. 관리를 많이 한다기보다는 운동, 건강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요.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요즘 외국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 게 유행인지 많이 찾아봐요.
“한국에 여성을 독자로 한 건강 잡지가 없다는 게 아쉽다”는 이야기도 하셨어요.
왜 한국에는 여성이 보는 운동, 건강 관련 잡지가 없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사니까”라는 결론이 아주 간단하게 나더라고요. 또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초고도비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마른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도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인구가 적기 때문에 건강 잡지가 안 나온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왜냐면 마르기 위해서 건강 잡지를 보는 게 아니라, 건강하기 위해서 잡지를 보는 거니까요. 아시아권 여성들이 여전히 건강에 대해 많은 흥미가 없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주변에 다이어트를 결심하거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시나요?
듣고자 하고 물어보는 친구들한테는 얘기를 해줘요. 하지만 몸의 변화를 강하게 느끼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워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하고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고요. 모델들은 몸을 도구로 쓰는 직업군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몸이 망가지게 되면 그 충격이 정신으로도 함께 이어져요. 커리어에 바로 영향을 끼치고요. 일에 대한 의욕이 많이 떨어지고 자괴감이 심해지면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한혜진 바디북』이 ‘괜찮아. 괜찮아. 또 천천히 하면 돼’ 이런 느낌으로 읽혔으면 해요.
남자친구 고르는 눈으로 트레이너를 찾자
모델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변신, 관리, 인내”라고 하셨어요. 단어들만 두고 보면 뭔가 되게 빡빡해 보이고 힘들게 느껴져요.
저도 이 단어들을 쓰고 나서 놀랐어요. 너무 비슷한 단어들이기도 했고, ‘아, 내가 모델이라는 직업을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됐어요. 변신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그냥 단순한 명사일 뿐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관리와 인내라는 단어는 직업적으로 굉장히 부정적이고 힘들다는 느낌일 수도 있는데요. 저로서는 ‘너무 힘들게 보이면 어떡하지? 좋았던 건 하나도 없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나 엄청 힘들었나 보다’라는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지인들이 이 글을 보고 너무 걱정을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책에서도 느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는 걸 조심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요.
일할 때 사람들을 많이 괴롭히는 스타일이에요. 결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과정을 행복하게 즐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워낙 결과 지향적인 사람이다 보니 어려울 때도 많고, 여전히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은 조금 힘들어하지만요. (웃음)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내려놓고 느긋하게, ‘다같이 좋게 좋게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어요.
『한혜진 바디북』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패션보다 운동 관련 이야기가 훨씬 많은 점이었어요. 요 몇 년 동안 신나게 탐닉하는 아이템이 운동복이라고요. ‘신상백 하나면 운동복이 몇 벌이야?’라고 하면서, ‘운동복 효과’를 강조하셨어요.
오해하실 수 있는데, 가방을 사지 말고 운동복을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가방은 남자들에게는 뭐랄까 약간 기피의 대상이잖아요. 하지만 여자들에게는 상징적인 아이템이고요. 굉장히 고가이기도 하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실을 수 있으니까요. 어떤 의미인지 아시죠? (웃음)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그 아이덴티티를 몸으로 가져가자는 거예요.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운동복을 입고 스스로 몸을 위해 투자를 하자는 거죠. 컬러가 산뜻한 운동복은 기분 전환에 그만이에요. 운동하기 죽기보다 싫은 날, 컬러가 밝고 화사한 운동복을 입으면 없던 에너지도 불끈 생겨요. 헬스장 최악의 패션은 헐렁한 티셔츠에요. 순면 소재 티셔츠는 땀이 잘 마르지 않거든요. 또 여러 동작을 할 때 말려 올라가기 일쑤라서 도무지 운동에 집중할 수 없어요. 전 운동복을 구입할 때 디자인이 같은 옷을 사이즈 별로 입어봐요. 자주 하는 운동 동작을 해보고 어떤 사이즈가 운동하기에 적합한지를 꼭 따져봐요.
공복 상태로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요? ‘공자’라는 별칭도 붙여주셨던 데요. 요즘도 자전거를 꾸준히 타시나요?
그럼요. 스케줄이 없는 날은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랑 함께 운동을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날에는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실내 자전거를 타요. 처음 5분은 무게를 가볍게 설정해놓고 타다가, 무릎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면 돌리기 뻑뻑할 정도로 강도를 높여요. 그렇게 15분 정도 타다 보면 땀이 흘러요. 총 30분 정도 타는데, 아무런 스케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운동법이라서 지금도 제 몸매의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언젠가는 트레이너가 제 자전거를 보더니 다른 자전거로 바꾸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선물로 준 자전거인데, 조만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제 신장에 맞지 않는 사이즈라서 계속 타면 무릎에 무리가 올 거 같다고 해서요. 어떤 자전거가 좋은지 계속 찾아보고 있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2천만 원짜리도 있던데, 사실 제 자전거는 15만 원짜리 거든요. 그런데 기능은 정말 훌륭해요. 7년 동안 한 번도 고장이 안 났을 만큼. 다만 제 몸에 안 맞아서 그렇지만요.
좋은 트레이너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남자친구와 트레이너’를 비교한 꼭지도 재밌었어요. “우리는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좋은 남자친구를 찾아 헤매는 마음으로 좋은 트레이너를 찾아야 한다. 나쁜 남자친구와 나쁜 트레이너는 우리의 귀중한 시간을 앗아가고,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썼어요.
책을 쓰면서, 가장 술술 잘 써지고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바로 이 꼭지였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듣고 싶어하는 부분과 제가 얘기해줘야 하는 부분이 교묘하게 잘 어울러졌어요. 마치 <마녀사냥>과 다이어트가 잘 섞인 느낌이랄까요? (웃음) 쓰면서도 무척 신나게 썼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썼고, 전 트레이너와 현재 트레이너를 비교해가면서 쓴 부분이기도 해요. 책에서 함께 운동법 사진을 찍은 트레이너 분이 현재 저와 운동을 같이 하는 분이세요. 3년 정도 같이 했는데 제일 저랑 잘 맞고, ‘조금 더 빨리 만나서 운동을 했으면 몸이 덜 다쳤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어요.
현재 트레이너 분이 책을 보면 뿌듯해 하시겠네요.
뿌듯해 하라고 쓴 거예요. 더 잘 가르쳐 달라고요. 어느 정도는 뇌물이랄까요? (웃음)
마음을 다잡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
이제 ‘모델 한혜진’이라는 타이틀 뒤에 꼭 ‘<마녀사냥>’이 따라붙어요. <마녀사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요?
아,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얻은 거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인지도겠죠? 사실 저는 방송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패션 프로그램 MC를 맡은 것도 10년 정도가 됐고요. 그때는 소수의 마니아 층이 있었다면 지금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생긴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잃은 것은 대외적으로는 없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 센 성격이 아니에요. 방송이야 편집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자극적인 멘트를 더 살리게 되니까요. 그건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굉장히 솔직하고 자기표현이 확실한 성격이신데요. 한혜진 씨가 보기에 아름다운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하고 있는 분들이 제일 존경스럽죠. 열망이 있지만 저는 할 수 없는 일들, 하지 않고 있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시기심도 생기고 존경심도 들어요. 사실 시기와 존경은 함께 오는 거잖아요. 좌절을 하는 동시에 자극제가 되는 것처럼요. 가장 가까운 예로 제 어머니가 그런 분이세요. 저는 어머니를 육체적으로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느껴요. 어머니는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에요. 무한긍정주의자라고 할까요? 반면 저는 굉장히 부정적인 성향이 있어요. 걱정도 많이 하고 불안한 마음도 항상 많고. 그래서 더 많이 준비를 하는 장점은 있지만 뭐든지 쉽게 가는 경향이 없어요. 제 어머니같이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열등감도 느껴요. 제가 어머니랑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꿈인데요. 엄마는 사막 마라톤이 목표이신 분이에요. 꿈이 아니라 목표요. 제가 어머니랑 같이 운동을 하면 늘 못 따라가요. 제 페이스를 맞춰주려고 하시는데도 힘들어요. 노력해서 안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자기관리가 확실한 건 어머니를 닮으신 것 같아요. 평소에 어머니가 방송 모니터도 잘해주시겠어요?
어렸을 때 제가 밥을 먹고 있으면, 엄마가 밥을 뺏어서 작은 공기에 덜어서 주시고 그랬어요. “살찌면 네가 하고 싶은 일 못하는데 왜 관리를 못하냐”고.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죠. (웃음)
모델 후배들을 위한 강연도 종종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후배들이랑 얘기하는 거 되게 좋아해요. 재밌어요. 처음에는 후배들이 저를 어려워할 수도 있겠지만 만나면 그런 편견을 깨는 것 같아요. 밥도 자주 먹고 술도 같이 마시면서 먼저 이야기도 많이 걸고 친해지는 편이에요. 제가 동덕여대에서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맡았는데 학생들이 22살이거든요. 같이 얘기하는 것도 재밌고, 자기네끼리 얘기하는 걸 몰래 듣는 것도 너무 재밌어요. (웃음)
<마녀사냥>에서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거리낌없이 털어놓는 대변인 역할을 하셨는데요. ‘그래도 이런 여자들은 참 답답하다’ 싶을 때도 있나요?
성격적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일부분이니까요. 다만, 자신의 외모에 대해 기본적으로 너무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을 보면 조금 안타까워요. 자신의 장단점을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장점을 한가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어느 정도는 자신과 외모에 대해 타협을 해야 하는데, 그런 타협점도 없이 계속 얼굴을 고치고 또 고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안타깝고요.
책에서 “일은 재밌게 해야 한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말자”고 하셨어요.
회사를 통해 들어오는 일을 고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그건 위치나 지위를 떠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수 있는 분들이 많진 않겠지만요. 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진짜 돈을 많이 준다 해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느끼고, 그런 결정을 스스로 해낼 때가 저 스스로 가장 대견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책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먼저 “책을 내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이것 때문에 다른 일에도 방해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고 끝까지 마침표를 찍었다는 게,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주로 즐겨 보는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로 코엘료예요. 모든 책들은 다 읽었어요. 읽었을 때 한번에 꽂히는 게 있고, 다시 읽었을 때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을 좋아하는데, 파울로 코엘료가 제게 그런 작가에요. 사실 술술 잘 읽히는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잘 안 읽히는 책을 계속 끝까지 읽었을 때, 제 것이 되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장르 같은 거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다 읽어요. 자기계발서도 많이 읽고요. 아 최근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친구가 심심할 때 읽어 보라고 추천해줬거든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 누운 상태로 한 번에 다 읽었어요. 읽고 나니 해가 떠있더라고요. 정말 재밌었어요.
『한혜진 운동법』을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독자 층이 있다면요?
책을 쓰면서 머릿속에서 기둥처럼 박혀있던 생각은 ‘내가 운동을 게을리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시 꺼내서 읽고 자극 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써야겠다’ 였어요. 운동법 부분도 제가 평생 동안 주기적으로 하는 필수적인 방법만 소개했고요. 사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글로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쓰면서 글 쓰는 것 자체에 대한 매력을 많이 알게 됐어요. 주제를 잡고 써내려 간 게 아니라, 쓰다 보니까 그 속에서 쓸 만한 소재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모두를 쏟아낸 책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읽고 재밌었으면 좋겠고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면 무척 행복할 것 같아요.
한혜진 바디북한혜진 저 | 삼성출판사
한혜진은 신이 내린 바디가 아니며, 다만 노력하는 여자일 뿐이다. 그 모든 노력을 자신의 첫 책 『한혜진 바디북』에 담았다. 그녀답게 직설적이며 때론 독설도 서슴지 않지만, 숨겨두고 알려주지 않은 팁 같은 건 전혀 없다. 이 책은 운동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여자가 아름다워지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운동, 식단, 뷰티, 멘탈 관리 노하우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체중계에 며칠에 한 번 올라야 하는지, 헬스장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매일 운동할 수 있는 환경 만드는 법, 다이어트를 하면서 초콜릿과 짜장면을 즐기는 법, 모델들끼리만 공유하는 뷰티 노하우가 빼곡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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