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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 “사람들에게는 각자 다른 성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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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을 떠나며 그가 남긴 메시지에는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작은 실천들을 통해 하나씩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꿈이 이루어졌음을 깨닫게 될 거라고, 위험은 곧 배움의 기회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도울 수 있도록 꿈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조언은 도전의 지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성공의 정의는 한 가지가 아니라는 말 속에는 ‘자신에게 맞는 성공을 찾아서 도전하라’는 응원이 감춰져있었다.

 

‘꿈을 좇는 한국의 청년에게’ 전한 그의 진심은 ‘제임스 후퍼의 명언’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았고 공감의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각자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서로의 도전을 응원하게 된 것이다. 바로 그곳에서 『원 마일 클로저』는 시작되었다. 제임스 후퍼가 모험가로서 자신의 도전에 대해, 평범한 한 남자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도전이 그러하듯 제임스 후퍼의 도전 역시 성공과 실패의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 모든 삶이 그러하듯 그의 삶에도 절망과 희망의 순간들이 교차했다. 그 이야기들을 조금의 보탬도 없이 조금의 덜어냄도 없이 그는 덤덤하게 들려준다. 최연소 영국인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세계 최초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 종단에 성공한 거창한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함께한 사람들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다.

 

제임스 후퍼의 곁에는 모험을 함께했던 친구 롭이 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은 “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남겨주었다.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어머니는 “두려움과 맞설 수 있는 용기”와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수없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모험을 통해서, 소중했던 친구의 상실을 통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두려움과 맞섰던 어머니의 선택을 통해서,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살아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통한 모금 활동인 ‘원 마일 클로저’를 시작했고, 수익금으로 우간다에 학교를 세우고 후원하고 있다. 자신이 발견한 도전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원 마일 클로저』안에서 제임스 후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꿈을 좇는 한국의 청년에게’ 남긴 메시지에 담긴 셀 수 없이 많은 순간들과 의미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제임스 후퍼의 진심이 담겨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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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다면 왜 도전하는 거죠?


<비정상회담>에서 ‘꿈을 좇는 한국의 청년에게’ 전한 세 가지 조언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제 이야기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할지 몰랐어요. 저도 많이 놀랐고요. 그 반응들이 『원 마일 클로저』를 쓰는 데 영감이 되어줬어요. 꿈꾸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말한 내용들과 비슷한 말들을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했죠.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큰 반응을 보여줘서 저도 놀랐는데요. 제가 <비정상회담> 시청자들과 나이가 비슷하기도 하고 저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임스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신 게 아닌가 싶고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저도 좋아요.

 

부인 이정민 씨가 『원 마일 클로저』의 번역에 참여하셨는데요. 제임스는 ‘슈퍼맨 같은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청년일 뿐’이라고 적으셨어요.


제가 모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희 학교에 자전거 동아리가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께서 항상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친구들과 같이 활동하면서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믿게 됐고요. 선생님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 해낼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그렇게 작은 모험에서 시작해서 점점 큰 모험으로 옮겨갔던 것 같아요. 저는 선수도 아니고 똑똑한 사람도 아니지만 좋은 학교에 가서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고, 그 분께서 학생들한테 좋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모험을 시작할 수 있었죠. 

 

모험가 제임스를 만든 건 자신감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네, 확실히 그렇죠.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도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잖아요. 어떻게 에베레스트까지 갈 수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자전거 동아리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면서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선생님 없이도 우리끼리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다음에는 다른 도전도 해볼 수 있어요. ‘이걸 할 수 있으면 다른 것도 할 수 있겠지?’ 싶은 거죠. 그렇게 조금씩 더 큰 도전을 하면서 에베레스트까지 갈 수 있었어요. 계단 하나는 그렇게 높지 않아서 내려올 수 없는 만큼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계단을 올라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갑자기 ‘나는 이제 에베레스트에 갈 수 있다’라고 생각한 순간은 없었어요. 조금씩 더 큰 목표를 갖게 됐던 거죠.

 

『원 마일 클로저』의 첫 번째 조언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라는 건데요. 꿈을 향해 다가가는 단계를 정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뭘 해도 즐겨야 된다는 거예요. 즐겁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잖아요. 목표를 향해 가면서 즐겁지 않다면 그만두고 다른 길로 가도 돼요. 제일 중요한 건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과정이 재미있으면 계속 하고 싶어서 끝까지 갈 수 있잖아요. 힘들거나 재미없을 때는 끝까지 가기 싫어요. 끝까지 가기 싫으면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시고 가고 싶은 길로 가는 데 에너지를 쓰세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면서 제일 중요한 건 행복이잖아요. ‘행복하지 않으면 도대체 왜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암벽 등반부터 배워야했고, 필요한 장비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는 꿈이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요.


우리는 너무 어렸고 순진했어요. 처음에는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도 몰랐어요. 바보 같았죠(웃음). 그런데 이미 친구들과 친한 사람들한테 우리는 에베레스트에 갈 거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우리가 포기하면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섭기도 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일 친한 친구 롭이랑 함께였기 때문에 힘들 때도 서로 응원할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믿지 않아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죠. 롭이 없었다면 에베레스트에 가지 못했을 거예요. 혼자였다면 ‘너는 청소년이고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에베레스트에 갈 수 있겠냐’는 말을 들으면서 의심이 생겼을 거예요. 그런데 같이 꿈을 꾸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말은 듣지 않아도 돼요. ‘그 사람이 우리를 믿지 않는대, 그 사람한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그렇게 얘기하면서 함께 도전을 계속할 수 있죠.

 

꿈이 너무 멀게만 느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일이든 바로 이룰 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는 참아야 해요.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없으니까 쉬운 부분은 재미있게 하고 힘든 부분은 참아야 돼요. 제일 중요한 건 계속 목표를 소중하게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지금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힘든 일도 쉽게 이룰 수 있죠. 우리도 에베레스트에 가기 위해서 등반하는 법부터 배워야했어요. 그래서 알프스에 가서 등반을 배웠죠. 그리고 필요한 장비를 사고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요. 그때 목표는 그것뿐이었어요. 미래의 목표에는 에베레스트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바로 눈앞에 있는 목표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알프스에 다녀오고 난 후에는 다음 계단이 무엇인지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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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에요


모험을 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많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모험할 때 보통은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어요. 하면서 이걸 왜 하는지 가끔은 몰라요(웃음). 그냥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모험하면서 많이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요. 그리고 항상 작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해야 되는데요. 뒤돌아보면 나를 계발시켰다는 느낌이 있어요.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해냈다는 걸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가 자랑스럽죠. 그리고 모험을 끝내고 돌아와서 친구랑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게 좋아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추억이니까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그 추억 때문에 더 가까워지고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면서 다른 등산가들의 시신을 발견한 적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 순간의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그 날은 정상으로 가는 날이어요. 제일 위험한 날이었죠.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이 가까워지면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힘이 하나도 없어도 정상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가요. 그때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죽었어요. 에너지를 다 써서 내려갈 때는 힘이 다 빠져서 걸어가지 못했던 거예요. 그래서 잠깐 앉았다가 그대로 죽음을 맞은 거죠. 그 중에 한 사람은 며칠 전에 우리가 베이스캠프에서 사귀었던 친구였는데, 당연히 슬펐고 충격을 받았죠. 그런데 사실 그곳에는 산소 양이 너무 적어서 생각을 잘 할 수가 없어요. 그냥 정신이 없어요.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날씨가 어떤지, 그 순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감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시신들을 봤을 때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아니까 나도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죠. 그 사람들을 기억할 때마다 지금 내가 컨디션이 어떤지, 롭의 상태는 어떤지 확인했어요.

 

롭과 함께 모험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었을 것 같습니다.


제일 힘이 되는 이야기는 ‘제임스, 이건 우리만 하는 게 아니야’라는 거였어요. 우리를 계속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준 거죠. 친구들과 스폰서, 가족들이 우리를 이해해 주고 지원해줬기 때문에 갈 수 있었던 거잖아요. 아마 부모님이 가지 말라고 하셨어도 갔을 테지만, 그랬다면 상처를 가지고 갔을 거니까요. 그렇게 우리를 도와줬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포기하면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투자한 의미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또 우리가 이 길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했던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고요.

 

도전에 성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열정이나 힘이 단 1그램도 남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고 하셨어요.


모험을 할 때는 인생이 제일 중요해져요. 그런데 일상에서는 내가 예쁜 집에 사는지, 비싼 차를 가졌는지, 무슨 가방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잖아요. 모험을 할 때는 그런 것들의 가치가 없어지죠. 내 인생과 다른 사람의 인생만 중요해요. 매일매일 죽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깊게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일상에서는 인생과 비교하면 문제도 아닌 작은 일들에 집중하게 되죠. 그래서 모험에서 돌아오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작은 것들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떤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다면, 그래서 행복하다면, 제가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다면 신경 써야 하지만 자기 삶 안에서 그렇게 하고 싶은 거라면 그래도 되잖아요. 그걸 친구를 잃은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때로는 목표를 달성한 뒤에 허전함이나 우울함이 찾아오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그 감정들을 어떻게 달래고 계신가요?


이제는 어느 정도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목표를 하나만 가지지 않고 동시에 작은 목표도 세우고 큰 목표도 세워요. 큰 목표를 이루기까지 오래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작은 목표를 항상 가지고 있어요. 큰 목표가 끝날 때는,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직도 작은 목표가 남아 있어요. 그렇게 하면 집중해야 할 대상이 항상 있어요. 또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고 스스로를 믿기 때문에 ‘지금 완벽하지 않아도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롭이 죽었을 때의 감정이랑 탐험에서 돌아왔을 때의 우울을 비교하면 우울한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건 인생이에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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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각자 다른 성공이 있어요


롭이 세상을 떠난 후에 모험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나요?


물론 친구가 없어졌기 때문에 너무 슬펐지만, 롭에 대해 생각하면 슬플 수 없어요. 왜냐하면 죽는 순간에 롭은 진짜 재미있게 등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행복했을 거거든요. 물론 롭이 죽고 나서 처음에는 저도 모험이 무서워졌고, 어느 정도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롭을 좋아했던 이유는 정말 용감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계속 앞을 보고 있었고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롭이 너무 좋았어요. 롭이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도 에베레스트에 갈 수 있었고 북극에서 남극까지 갈 수 있었어요. 물론 앞으로 제가 안전을 더욱 더 생각해야하지만, 아예 모험을 그만두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즐거워하는 일이니까 그걸 하면서 행복하다면 그래도 해야죠.

 

모험을 포기하지 않은 제임스의 선택에 대해 롭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요?


제가 지금 하는 일들은 롭 때문인 것 같아요. 롭이 죽지 않았다면 저는 한국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롭은 항상 저보다 긍정적이었고 저보다 강한 파트너였어요. 늘 롭은 도전하자고 하는 사람이었고 저는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롭은 항상 앞으로 당기고 저는 뒤로 당겨야 했거든요. 그런데 롭이 곁에 없으니까 제가 롭처럼 됐어요. 롭이 가졌던 매력처럼 새로운 일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어요. 롭이 죽었을 때 1년 동안 런던에서 일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요. 어떤 학교를 가야할지 고민하다가 계속 공부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아예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어요. 정말 먼 나라에서 다른 문화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거예요.

 

『원 마일 클로저』에서 실패의 경험까지도 솔직하게 공개하셨습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공을 향한 배움의 과정”이라고 덧붙이셨고요.


짧은 기간으로 보면 실패인 경험도 길게 보면 성공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마라톤에 나가서 끝까지 뛰지 못하면 실패잖아요. 그런데 그 경험 때문에 다음 마라톤을 잘 준비해서 성공하면 결과적으로는 성공인 거예요. 실패의 경험 때문에 어느 정도 배우고 다시 시도하면서 배우는 게 있다면 성공할 수 있어요. 그렇게 보면 실패는 실패가 아니에요. 실패는 그냥 성공으로 가는 한 계단이에요. 제일 중요한 건 왜 실패했는지 알아봐야 하는 거죠. 실패했다고 다시 도전해보지 않으면 그때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보고 실패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면 실패가 아니에요. 새로운 정보를 얻어서 앞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남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고백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 중에 하나이고, 그 경험 때문에 제가 지금의 모습이 된 거니까 이야기한 거예요. 그렇지만 한국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고 해도 한국 사람은 아니잖아요. 저에게 한국 문화를 변화시킬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제가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지금의 저로 성장했다는 것뿐이에요. 어머니의 선택을 통해서 제가 배운 건, 어머니가 남자가 됨으로써 더 행복해졌고 그 결과 저도 행복해졌다는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이 행복을 느끼니까 저도 편해졌어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일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인생이고 행복이라는 거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원 마일 클로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09년 1월에 친구 롭과 앳킨슨이 함께 세상을 떠났어요. 너무 슬펐지만 둘 다 열정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세상에 그들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들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원 마일 클로저’ 프로젝트를 시작했고요. 프로젝트의 목표는 세 가지예요. 하나는 우리의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중한 추억을 말하고 싶었고요. 새로운 참가자한테도 롭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 사람의 행동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두 번째 목표는 롭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는 거예요. 교육 덕분에 꿈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학교에서 좋은 교육과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부금을 모아서 우간다에 학교를 짓기 시작했어요. 세 번째 목표는 저와 롭이 멋진 선생님을 만나서 도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모험을 아예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험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한국에서 ‘원 마일 클로저’를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비정상회담>의 알베르토 몬디와 수잔 샤키야도 함께한다고요.


9월 13일부터 시작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네 번째 ‘원 마일 클로저’예요. 두 번째 ‘원 마일 클로저’는 2012년이었는데. 그때 저는 2년 동안 한국에서 살고 있었고, 한국 친구 다섯 명 정도가 유럽에 와서 프로젝트를 함께했어요. 작년에 프라하에서 영국까지 갔을 때는 한국 친구 열 명 정도가 참여했고요. 작년에 갔던 친구가 ‘원 마일 클로저’가 너무 재미있고 자기 친구도 참가하고 싶어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원 마일 클로저’를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유럽에서  개최하면 한국 친구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내서 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올해에는 한국에서 같이하게 됐어요.

 

‘원 마일 클로저’의 기부금으로 우간다의 나랑고 학교를 후원하고 계시잖아요. 부인 이정민 씨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셨고요.


제가 아직까지 나랑고 학교에 가보지 못해서 부끄러운데요. 아내는 6개월 동안 나랑고에 있었어요. 지금은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갈 수 없지만, 앞으로 저도 아내처럼 몇 개월 동안 나랑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사 과정이 끝날 때 좋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내도 지금 영양학 석사 과정에 있어서 끝나고 나면 다시 우간다로 돌아가서 좋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나랑고 학교에는 건물도 하나도 없어서 망고 나무 그늘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했는데요. 이제는 열 개의 교실과 세 개의 기숙사가 있어요. 2011년에 세 명의 학생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73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우간다에서 상위 30% 안에 드는 학교가 됐어요. 갈수록 학생 수가 많아져서 새로운 교실을 만들고 있는데도 교실에 다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내년에는 더 새로운 교실 만들 거예요.

 

한국에도 아웃도어 교육 센터를 설립하실 계획이 있으시죠?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게 된 가장 친한 형과 JNS 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요. 저희 둘 다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비슷한 점이 있으니까 한국에서 아웃도어 교육 시스템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교에서 자전거나 등반을 배우면서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웃도어 경험이 독립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학생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주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기에는 내년쯤에 그런 교육 센터를 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원 마일 클로저』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한테 다른 성공이 있어요. 성공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기에게 맞는 성공을 찾아야 될 것 같아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대기업에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대기업 생활이 모든 사람한테 맞는 성공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열정 있게 일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재미없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힘을 낼 수 없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일처럼 생각되지 않아요. 그 길로 가면 끝까지 갈 수 있어요. 지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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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마일 클로저제임스 후퍼 저/이정민,박세훈 공역 | 다산책방
열다섯 살 때부터 모험가를 꿈꾸며 크고 작은 도전들을 해온 그는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다. 보통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생활에 적응할 때라는 것을 감안하면 젊은 나이에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제임스 후퍼는 [비정상회담]을 통해 꿈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전하고 싶은 ‘세 가지(3steps)’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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