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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교실, 주말에는 숙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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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터킨더’(엄마와 아이들이라는 뜻의 독일어) 박성숙이 새로운 독일 교육 이야기와 함께 찾아왔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독일 교육 이야기』 이후 5년 만이다. 『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가 들려주는 그곳의 현실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18세가 되면 학교에서의 모든 문제를 학생과 선생님이 단독으로 결정하며, 기업은 직업교육을 주도하면서 맞춤형 인재를 길러낸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입시 지옥을 경험하며 자라난 이들에게는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20년 가까이 독일에서 두 아이를 교육시킨 저자 역시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놀라움과 마주한다. 아이들은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구분할 때 사회성을 말한다. 성적이나 재능은 아이들에게나 선생님에게나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학교에는 대학 정교수 직책을 마다하고 평교사가 된 선생님이 있고,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직업교육을 받거나 무작정 해외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있다. 졸업식에 모인 학부모에게 교장 선생님은 “사랑은 주되 아이의 인생에 참견은 하지 마세요”라고 조언한다.

 

이렇듯 『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에는 생활 속에 녹아 든 독일인의 교육관이 담겨있다. 그것은 각종 정책과 제도에 영향을 미치며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왔다. ‘학생의 신분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만 줄줄 읊어놓았던 우리네 교칙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늘 그렇듯 의식은 제도를 낳고 제도는 다시 의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배우고 정치 참여의 경험을 터득한 독일의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자 “왜 우리 부모가 세금을 버젓이 내고 있는데 등록금을 내야 하는 것이냐”며 당당하게 항의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등록금 제도 폐지를 이끌어냈다. 독일의 성인들은 국정 교과서뿐만 아니라 검인정 교과서마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정해놓은 범주에서만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언론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을 국가가 지향하는 이념에 가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사회화라는 명목으로 통일된 국가관을 학습시켰던, 그것이 교육의 역할 중 하나라고 믿었던 우리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는 그동안 저자가 ‘무터킨더’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던 이야기들과 <한국교육신문> <여성중앙> <우리 교육> <고래가 그랬어> 등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엮었다. 평범한 일상의 포스팅인 듯 막힘 없이 읽히면서도 교육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시각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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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숙제를 내주면 안 됩니다!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휴식을 취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주말에는 숙제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학교법도 있다고요.


독일은 주 별로 학교법이 약간씩 다른데요. 말씀하신 부분은 제가 살고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학교법이에요. 보통의 독일 아이들은, 특별히 성적이 뒤처지지 않는 한, 학원이나 과외 같은 개인 공부를 하지 않아요. 학교 공부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유일하게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숙제를 할 때죠. 그런데 그 숙제마저도 많이 내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학년별로 숙제 분량을 정해 놓았어요.

 

“시험은 일주일에 두 과목 이상, 하루에 한 과목 이상은 볼 수 없다”고 정해놓은 조항도 눈에 띕니다.


시험을 볼 때도 최대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거죠. 지금은 달라졌다고 하는데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과목의 시험을 하루 안에 다 봐야 했잖아요. (독일 사람들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린 아이들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 하냐고요. 그래서 하루에 한 과목 이상, 일주일에 두 과목 이상은 시험을 보지 못하게 규정해 놓은 거예요. 독일의 수능시험인 아비투어 역시 마찬가지예요.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은 하루 안에 모든 게 판가름 납니다. 그 날 컨디션이 저조했더라도 어쩔 수 없죠.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독일의 경우는 어떤가요?


독일은 운이 따르지 못하도록 해요. 아비투어 한 달 전에 포어 아비투어라는 모의고사를 보는데요. 그 성적을 내신 성적에 포함시키고 아비투어 성적과 비교해요.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알고 있는 아이의 실력과도 비교하죠. 만약 100점만 맞던 아이가 아비투어에서 70점을 맞으면 아이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다든지 운이 작용해서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가 출제됐을 수 있다는 거죠. 선생님이 아이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반대로 늘 70점을 맞던 아이가 아비투어에서 100점을 맞으면 운이 작용했거나 부정이 있었거나 어떤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두 경우 모두 다시 시험을 봐야 돼요. 0점부터 15점까지의 점수에서 아비투어와 포어 아비투어의 점수 차이가 4점 이상이면 재시험에 응시해야 돼요. 운이 작용할 수가 없는 거죠.

 

아이들을 교육할 때 독일 사람들이 가장 금기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학업 성적에 대해서는 자유롭고 문제 삼지 않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든지 법을 어기는 문제에 있어서는 항상 잔소리가 따르고 규제가 있어요. 역사적으로 2차 세계대전 경험했기 때문에 생긴 교육적인 엄격함도 있는데요. 장난으로라도 상대에게 총을 겨누는 행동 같은 건 독일 교육 안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나중에 폭력을 내재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전제해 두고 있는 거죠. 독일에는 로젠몬탁이라는 축제가 있어요. 그 기간에는 모두가 분장을 하고 즐기는데요. 어린 남자아이들은 카우보이 분장을 가장 좋아해요. 그런데 카우보이니까 총을 차고는 있지만 쏠 수는 없어요.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이 총을 쏘면 안 된다고 하니까 꽂고만 다니는 거죠. 집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항상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기 때문에 의식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어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사회봉사의 날을 정해서 ‘반드시 스스로 일해서 번 돈’을 기부하게 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형식은 다르더라도 모든 학교에서 기부활동을 해요. 저희 아이들이 다닌 학교에서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사회봉사의 날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학교에 기부하도록 하고, 자매결연을 맺은 아프리카의 학교를 후원하는데요. 학교에서는 그 내역을 상세하게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요. 너희가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계속 알려주는 거죠. 독일에서는 거의 99%의 학교들이 (다른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기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활동이 교육 과정 속에서 필수 이다시피 해요. 선생님도 협조하지만 아이들의 활동으로 더 많이 이루어지고요. 기부하는 걸 익숙하게 만드는 거죠.

 

최근에는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독일인들이 감동을 전해주고 있잖아요. 독일에 온 걸 환영한다는 피켓을 들고 난민들을 맞이하면서요.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독일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든 선택이죠. 당장 세금을 더 내야 하니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독일의 중산층이 잘 살지는 않아요. 부담해야 할 세금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보다 훨씬 더 빠듯하게 살아요. 그런데 그 돈을 또 나눠서 난민들을 도와야 하니까, 사실 힘든 일이죠. 현재 독일의 여당은 중도보수예요.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그들은 보수니까 저변에는 난민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 깔려있죠. 그런데 독일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절대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사회가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룬 상식적인 선에서는 야당이든 여당이든 비슷한 입장을 취해요. 그래서 교육 정책도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고, 난민에 대해서도 자신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서 반대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거죠.

 

국민들로부터 질책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건가요?


물론 지금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서도 국민들 사이에서 질책의 목소리가 있기는 해요. 얼마나 더 세금을 부담해야 되는 거냐는 의견도 있어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내가 더 힘들어지겠지만, 할 수 없다’ 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시키니까 ‘나 혼자 살면 안 되고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거죠. 그래서 대환영은 절대 아니지만 ‘어렵지만 이 시기를 넘기자, 우리에게 부과된 일이라면 받아들이자’라는 입장을 취하는 거죠. 그게 사회적인 공감대이고요. 당연히 극우의 네오나치 같은 사람들은 격렬히 반대하지만 소수일 뿐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여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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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학생들이 독일 유학을 선택하는 이유


우리는 유럽의 복지국가들을 바라보면서 늘 궁금해 하죠. 과중한 세금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하고요. 심지어 독일은 유학생도 무료로 대학에 다니게 해주잖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국민들의 반발은 없나요?


그거에 대해서는 반발하지 않아요. 독일 학교는 입학생의 일부를 외국인에게 할당해야 되는데, 최근에는 영국의 학생들이 ‘밀려온다’고 표현할 정도로 유학을 엄청 많이 와요. 영국에서는 평균적으로 등록금이 천만 원이 넘는데, 독일에서는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대학을 다니면서 드는 비용이라면 200~250유로 정도를 내고 학생 티켓을 사야 하는 정도예요. 우리 돈으로 25~30만 원 정도인데, 학생 티켓을 사면 6개월 동안 구역 내의 모든 교통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학교시설은 물론이고요. 그 외에 기숙사 비용이라든지 자취를 한다면 임대료 정도만 부담하면 돼요. 그리고 독일의 교육 제도가 바뀌어서 석사 과정은 영어로만 수업을 하거든요. 영국 학생들이 보기에는 독일에 와서 공부하기 너무 좋은 거죠.

 

독일에서 학업을 마치면 취업도 할 수 있는 건가요?


100% 가능하다고 할 수 있어요. 대학 졸업자가 없어서 못 쓰는 나라가 독일이거든요. 현재는 독일의 경제력이 영국보다 훨씬 좋으니까, 영국에서 명문대를 다니던 학생들도 독일로 유학을 오는 거예요. 이런 상황을 독일 입장에서도 좋아해요. 고급 인력이 유입되는 거니까요. 영국 학생들뿐만 아니라 중국 학생들도 많이 유학을 오고요. 나라와 관계없이 유학생에게도 학비가 무료예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반발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독일 사람들은 ‘대학은 원래 무료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몇 년 전에 대학 등록금이 생겼을 때도, (한 학기에) 겨우 50만 원 정도였는데, 그것도 낼 수 없다고 계속 시위를 해서 폐지시킨 거고요.

 

말씀하신 그 부분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당연히 내야 하는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 부모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왜 등록금을 내야 하냐’고 항의하니까요.


독일도 대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선진국은 다 그래요. 정치가 잘 굴러가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 거죠. 그런데 등록금 문제가 생기니까 대학생들이 다 같이 투표를 한 거예요. 등록금에 찬성하는 야당이나 여당 후보들은 참패했고요. 정치인들로서는 방법이 없었죠. 대학생들의 입장에 찬성하지 않으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는 하면서도 투표는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데, 투표와 정책의 연관성을 교육을 통해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독일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대해서 투명하게 교육을 받거든요.

 

독일의 정치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14살 정도가 되면 정당의 청년회에 가입할 수 있고 16살이 되면 정당 당원이 될 수 있어요. 16살부터 지방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요. 그러니까 지방 선거를 할 때면 후보들이 선거 유세를 하러 학교를 찾아와요. 독일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에게 투표하고요. 한국에서는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허용한다는 학생인권조례의 조항이 논란이 됐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예요. 자신들이 아이들 모르게 뭔가를 하고 싶은 거죠. 사실 교육 당사자는 아이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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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교실, 체벌은 없지만 교권은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교과서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요. 그런데 독일 사람들은 국정 교과서뿐만 아니라 검인정 교과서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도 이념의 자유가 보장되잖아요. 그런데 공동의 국가관이라는 건 한 가지 이념을 주입시키는 거죠. 독일에서 국정 교과서는 나치 시대에만 있었어요. 모든 국민을 국가의 이념에 길들이는 작업에 교과서를 활용했던 거죠. 국정 교과서의 시대가 끝난 후에는 출판사에서 만든 교과서를 주 별로 선별하도록 했는데요. 지금 독일에서는 그런 검사와 승인 단계조차도 이념을 검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국가의 이념에 국민들을 가두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학자들이 반대하고요. 그래서 베를린을 비롯한 5개 주에서는 검인정 교과서가 폐지됐어요. 역사 교재를 선생님들이 직접 선택해요.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뤼틀리 학교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습니다.


뤼틀리 학교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도움을 통해서 폭력에서 벗어난 사례로 독일에서도 엄청 유명해요. 이 학교는 학생들의 90%가 이민자 2세예요. 그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수준이 너무 심각해서 교사들이 ‘도저히 무서워서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죠. 학교를 폐쇄하든지 경찰을 투입해 달라고 선생님들이 교육청에 편지까지 보냈어요. 사건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고 당시(2006년) <슈피겔>이 선정한 5대 사건 중 하나에도 포함됐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독일은 성적을 올리는 데 굉장히 집중하고 있었어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해서 ‘교육 선진국으로서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이 퍼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학교 폭력에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뤼틀리 학교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나요?


엄청난 돈과 인원과 프로그램을 투자했어요. 베를린 주정부에서도 집중적으로 투자했고요.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나서 가장 먼저 시도한 건 학부모들을 학교로 유도한 거예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독일어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라 모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어요. 그 결과 모국어 실력이 좋아지니까 독일어 실력도 자동적으로 좋아진다는 걸 경험하게 됐고요. 그리고 독일에서도 악기를 배우는 건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인데, 뤼틀리 학교는 1인 1악기를 무료로 가르쳤어요.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한 뒤로 학교가 완전히 달라져서 지금은 폭력은 거의 없어졌고요. 아이들의 변화를 보게 됐죠.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는 학교 폐쇄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독일 교육의 오아시스’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어요.

 

독일 학교에서 체벌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하셨는데요. 그럼에도 선생님들의 교권은 강력하게 보장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독일에서는 체벌이나 촌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어요. 그런 거에 대해서 잊은 지 오래예요. 만약 체벌이 일어난다면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큰 사건이에요. 저도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본 적이 없고요. 촌지에 대해서도 신문에서 기사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도 선생님이 진짜 교권을 가질 수 있는 건 성적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의 자율권이 50% 정도 되기 때문인데요. 시험에서 100점을 받는 아이라 하더라도 수업태도가 좋지 않으면 선생님이 50점만 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성적표에는 75점이 기록되겠죠. 그러니까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나태할 수 없는 거예요. 그게 바로 교권인 거고요. 이렇게 선생님에게 강력한 권한을 줄 수 있는 건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촌지를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자신에게 이익도 되지 않는데, 특정 아이만 예뻐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양심이 허락하는 대로 있는 그대로 점수를 주는 거죠.

 


미래의 노동자를 키우는 독일의 기업들


기업과 학교의 연계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독일처럼 효율성 있는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학교가 아닌 기업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적기도 하셨죠.


책에서 이야기한 부분은 직업학교에 대한 건데요. 독일 아이들은 4학년을 졸업하면 인문계 또는 실업계 학교로 진학해요. 인문학교와 실업학교의 공통 교육 과정은 비슷해요. 인문계는 대학 진학을 위해서 조금 더 수준 높은 과정을 가르치는 거고,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실업계를 선택한 아이는 직업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인문계 아이들은 12학년까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실업계 아이들은 10학년이 끝나면 졸업을 하고 취업 자리를 알아봐요. 취업하면 자연적으로 학교는 일주일에 2~3번 가는 거고요. 그렇게 2~3년 동안 회사와 학교를 오가면서 배우면, 기업들은 큰 문제가 없는 한 그 학생을 정식으로 채용해요. 자신들이 쓸 인재를 회사가 투자해서 키우는 거죠.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이원화 대학도 많이 늘고 있고요.

 

기업과 학교가 연계된 교육은 어떤 효과를 낳았나요?


독일의 초중고 과정이 13년제에서 12년제로 축소된 해가 있었어요. 그때 입시생도 두 배가 되었고 직업학교 인원도 두 배로 늘었죠. 독일의 기업들은 채용 인원을 재빨리 늘리는 방식으로 직업 연습생을 흡수했어요. 지금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 내 독일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업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는 청년실업률과도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해요. 미국은 청년실업률이 18% 정도 되고 독일은 8% 정도인데요. 독일은 이런 이원화 직업 제도를 통해서 낮은 청년실업률을 가질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를 받아들이려고 하고 한국도 도입하려 하지만, 기업에서 자신들이 직접 인재를 키운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실현하기 어렵죠.

 

한국에서도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독일의 교육방식이 있을까요?


교사들이 가장 쉽게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학생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는 거라고 생각해요. 독일 교사들은 공부 잘하는 학생을 절대로 떠받들지 않아요. 그 학생이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아이라면 떠받들겠지만 성적과는 관계없어요. 독일에서 가장 존중 받고 사랑 받고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추앙 받는 아이는,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이고 타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아이예요. 선생님들은 항상 그런 아이가 최고라고 아이들 앞에서 추켜 세워요.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분위기를 접하기 때문에 ‘저런 사람이 최고구나’라고 인식해요. 그건 한국의 선생님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는 꼴찌를 하더라도 인격적으로 훌륭한 아이를 최고라고 추켜 세우면 다른 아이들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착하고 좋은 아이니까요.

 

독일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데요. 우리 사회도 그렇게 되려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차별 받지 않는 분위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독일 부모들은 자녀의 행복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면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고, 부모가 엘리트 출신이어도 아이 성향에 따라 직업학교를 권할 때도 있어요. 직업학교를 졸업해도 희망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독일에서도 대학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가요. 공부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은 대부분 직업학교를 선택하고요. 아무래도 보통의 부모들은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가기를 바라죠. 대학 나와서 좋은 직업을 가지면 더 나은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처럼 대학 진학을 전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당연히 독일의 부모들도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경우에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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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박성숙 저 | 21세기북스
그간 저자가 아이의 성장 과정을 통해 밀착형 독일 교육을 전해왔던 것처럼 이번 책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아이의 모습을 실감나게 담았다. 이와 함께 독일의 진학과 취업 제도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른 문제들의 원인과 해결책을 명쾌하게 써내려갔다. 실생활에서 직접 겪은 독일 교육의 참모습에 국가적 차원의 법과 제도적인 면을 함께 다룬 이번 책은 독일 교육에 관한 이론과 실제 모두 아우른 독일 교육 완결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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