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에는 사회와 인간과 사물의 본질에 대한 100가지 생각이 담겨있다. 국내 광고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쌓아 올린 저자 김홍탁이 ‘본질의 망각’에 휩싸인 시대에 던지는 화두다.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페이스북 페이지 ‘탁톡1119’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았다. 묵직한 한 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망각해서는 안 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제일기획의 ‘마스터’로 친숙한 그는 20년 간 광고와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활약한 베테랑이다. 국내 최초로 글로벌 광고 무대에 뛰어들었고, 칸 국제광고제와 런던 국제광고제, 원쇼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 등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 및 심사, 강연한 바 있다. 2012년에는 ‘칸 키메라(Cannes Chimera) 프로젝트’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저개발국가의 발전과 건강,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선정하기 위해 모인 14명의 심사위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것.
크리에이터로서 김홍탁이 가진 감성과 통찰력은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에서도 빛을 발한다. 디자인이란 ‘어떤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미 만들어진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가공되지 않은 날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실된 인사이트와 진정한 공감”이라 믿는다. 책 속에서 통찰을, 여행 안에서 창의력을 건져 올리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제2의 김홍탁을 꿈꾸는 이들에게 『금반지의 본질은 금의 아니라 구멍이다』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끌어내는 공감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 “내가 가치를 두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나 자신을 아는 일이다” “결국 나의 멘토는 나 스스로 부딪쳐 얻게 되는 낯선 체험과 그것을 통해 자가발전하는 에너지의 총합인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울림으로 남는다.
올해 초 ‘플레이그라운드’의 CCO로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그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광고?마케팅 전문가들과 수평적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 “생존보다는 공존이 키워드가 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통찰은 죽은 사유가 아니었다. 살아서 꿈틀대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가 당신에게 전하는 ‘본질’도 세상 밖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광고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탁톡1119’에 연재하신 글들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좋아요’를 많이 받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공감해 주신 분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했어요. 연령대도 그렇고요. 특히 젊은 친구들은 미래가 불안하니까 교육이나 취업의 문제에 대한 반응이 컸어요. IT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오고 갔고요.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감하셨던 것 같아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보시면서 ‘맞아, 내 이야기야’라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제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시면 본인의 의견을 밝히기도 하셨는데요. 그 댓글을 본 다른 분들은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느끼기도 하셨을 거예요. 저는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순기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광고계에서 일하시면서 한계나 염증을 느끼기도 하셨나요?
그게 꼭 광고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단 기간에 농업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와 지식사회까지 압축 성장을 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의 패러다임은 산업사회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산업사회의 가치관이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빠른 시간 안에 동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내는 건데, 그런 매뉴얼에서 움직였다는 이야기죠. 그건 그 시대에 맞는 시스템인 거예요. 그 결과 지금까지 어느 정도 경제가 성장했으니까 그게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생태가 바뀐 거예요. 수직적인 것보다는 수평적인 협업이 중요한 거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으로부터 배워야 되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중요해졌고, 전혀 상관없던 사람들과도 협업을 해야 되죠. 그렇게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은 산업사회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서 광고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많은 조언을 들려주셨는데요. “광고를 만드는 일은 결국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실된 인사이트와 진정한 공감”이라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인사이트와 공감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정말 정답이 없어요. 관심이 많고 관찰하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거죠. 저는 솔루션이 쥐어짜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해답은 이미 세상에 있어요. 그걸 발견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관찰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돼요. 사람과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제품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그것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하죠. 솔루션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오는 건데, 대부분의 경우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요구 사항에 맞춰서 어떻게 콘셉트를 잡을 건지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을 하거든요. 정말로 그것이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한데, 그런 점이 부족해요.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책을 읽으라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진실을 배워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책에 진실이 있잖아요. 책 한 권을 쓰려면 그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그 동안 얻은 지식과 경험을 모아야 하잖아요.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오점이 없게끔 체크를 거듭하면서 만들어내고요. 그러면 정말 에센스만 모아 놓은 거예요. 드시라고 밥상을 차려서 갖다 놓는 거죠. 독자 입장에서는 젓가락 숟가락질만 하면 되는데 그걸 안 한다는 게 이상한 거죠. 좋은 책 속에는 우리가 무임승차해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지식과 정보가 너무 많죠. 단순히 지식 정보만 흡수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팁을 얻게 되잖아요. 그것이 자기 동기부여가 되는 거죠. 자기 동기부여가 없으면 일에서 절대 성과가 날 수 없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멘토는 자기 동기부여라고 쓴 거예요. 멘토는 사람이 아니라 책 한 권일 수도 있고 한 편의 영화나 광고 한 편일 수도 있어요. 사실 제가 그랬거든요. 질이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아야 돼요. 그러면 쉬운 것들은 저절로 해결이 돼요. 시험을 볼 때와 똑같아요. 시험 볼 때 어려운 걸 공부하면 쉬운 건 저절로 해결이 되잖아요.
‘맥락독서’라는 독특한 독서 습관도 공개하셨어요. 독서가 끝나기 전에 저자가 참고한 책을 펼쳐서 함께 읽으신다고요.
책을 쓰면서 인용을 한다든가 각주를 단다는 건 저자가 그 책을 읽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자가 읽었던 책을 보면 관계가 형성되는 걸 볼 수 있어요. 단선의 소셜 콘텍스트가 아니라 다층적인 소셜 콘텍스트를 이해하게 되는 거고요. 글을 썼을 당시의 저자의 생각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게 되죠.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독서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만, 저에게는 맥락도서가 도움이 참 많이 됐어요. 더 폭넓게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거죠.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는 어떤 책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나요?
제 책은 맥락독서를 할 만한 내용이 많지는 않은데요. 신대철 시인의 시, 그리고 유니타스브랜드의 권민 대표가 쓴 책들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꼭 책이 아니더라도, 전남일보와 함께한 ‘공프로젝트’도 찾아보시면 더 이해가 극명해지실 거예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기 나오면 영화를 찾아보실 수도 있을 거고요.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정신을 움직이는 일갈”
대부분 디자인은 시각적인 요소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대표님께서는 “생각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새롭게 정의하셨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을 ‘어떤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란 생각에 가두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덧붙이셨어요.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는 건 결과물인 거죠. 생각을 디자인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손재주만 좋은 건데, 손기술이 좋아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그건 얼마든지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생각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라는 거예요. 앤디 워홀도 ‘왜 예술품이 극소수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나, 가장 대중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햄버거와 마릴린 먼로를 소재로 삼은 거잖아요. 모든 사람이 작품을 소유하고 볼 수 있어야 하니까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대량생산을 한 거고요. ‘대량생산 시스템이 자리 잡은 이 시대에 예술의 대중화가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라는 콘셉트를 판 거죠. 현대 사회에서는 더더욱 콘셉트의 싸움인 거예요. 나이키의 퓨얼밴드도 ‘어떻게 하면 야외에서의 운동량도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인사이트가 있는 거잖아요. 사람들의 니즈를 간파한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신발에 칩도 넣고 모바일 앱도 개발하고 밴드 형식을 생각해낸 거예요. 그 모두를 디자인한 거죠.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으니 크게 상심하지 말라고 다독이죠.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귀에 달콤한 얘기가 아니라 정수리를 쩡쩡 울리는, 정신을 움직이는 일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거기에만 익숙해지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니죠.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느껴서 변화가 와야 하는 거잖아요. 강연을 계속 찾아 다니는 청중들도 많이 있을 텐데, 그걸 통해서 변화가 없다면 그냥 강연을 소비하는 거거든요. 일회용 컵처럼 말이에요. (궁극적으로는) 변해야 되겠죠.
청년들을 향해 시원한 일갈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야죠. 그러려면 자신이 가치를 두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돼요. 그것이 명쾌해지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서 추구하는 가치를 향해 달려가게 되는데, 저는 그게 성공적인 인생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이 정도 스펙이면 어느 정도는 가야 되잖아’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주변을 너무 심할 정도로 생각하는 거예요. 일종의 허영일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자꾸 주변 환경에 이끌리는 삶을 사는 거예요. 행복하지도 않고요. 혹시 지금 선택한 것이 잘못되어서 나중에 돌아가더라도 자기 삶을 살아야 돼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이 뭔지를 빨리 찾아야 하고요.
‘자존’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룰을 지키며 사는 것은 때로 불화를 야기하지만 견뎌야 한다고 하셨죠. “그 불화를 견디지 못한다면 어느 한 순간 자기는 없어진다”고요.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가고 자기의 주관대로 살려면 타인이나 다른 시스템과 불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어요. 당연한 거죠. 그런데 그때 무너지면 계속 체제 순응적으로, 남이 살라는 대로, 남이 옳다고 믿는 대로 가게 되는 거예요. 모험을 못하게 되는 거고요.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것을 하려면 모험을 해야죠.
대표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디지털 마케팅을 시작하실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 않았나요?
네, 그랬죠. 회사 내에서도 그랬어요. 처음에 글로벌 마케팅을 시작할 때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국내 TV 광고를 만들어야 포트폴리오가 쌓인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조금 이해가 안 됐던 게, 우리가 글로벌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는 거잖아요. 한국의 제품들이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팔려나가는 건데, 기회가 있는데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그 분야로 옮겨가서 1년 안에 성과 못 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길이 없다면 무모한 거지만, 길이 있는데도 안 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잘사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겠어요? 좋아하지만 못하는 일을 하게 되면 나중에 자괴감이 더 커져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수많은 사람 앞에서 주말마다 자신의 실력 보여주면서 돈도 많이 벌잖아요. 오타쿠들은 계속 코딩하면서 노는 거고요.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건 내가 잘하는 일이다’라는 확신이 있으셨나요?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어요. 일단 글을 쓰고 먹고 생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 시작을 했죠. 이것이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런데 늘 갈증이 있었어요. 너무 천편일률적인 광고만을 양산해내는 게 한국의 현실이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혼자서 한국 광고 문화를 바꿔보겠다고 안티 광고전이란 걸 기획하기도 했어요. 광고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대중문화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광고, 대중 문화의 제1원소』라는 책도 썼고요. 그때는 제가 많은 영향력을 줄 수는 없었지만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건 중요하다고 봐요.
‘짝퉁’이 되지 않으려면? ‘날 것’에서 영감을 얻어라!
칸 광고제에서 봤던 기네스 광고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어떤 광고들이 대표님을 놀라게 하나요?
보지 못했던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이 놀라웠던 거죠. 그 기네스 광고는 무려 97년에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 당시에 이미 광고를 통해서 페미니즘과 젠더와 게이와 사랑이란 주제를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아주 의뭉스럽게 광고까지 하는 거죠. 그런 광고가 없잖아요. 그때까지 없었고 지금도 별로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걸 보면서 너무 자괴감이 들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광고를 만들 생각을 했지’ 싶은 거죠. 그런 걸 허용한 광고주도 뛰어난 거고요. 그런데 제가 더 놀랐던 건, 영국의 국민들은 그런 광고를 본다는 거잖아요. 거기에서 좌절을 느꼈죠. 광고가 국민의 의식 수준까지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광고 대중문화에 대한 책도 쓰고 안티 광고전도 기획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괴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창조해내야 하니까요. 그럴 때는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만약 제가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작품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저에게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광고는 조금 달라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광고주가 사주지 않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으니까요. 그게 안타깝죠. 다른 종류의 자괴감이 더 생성되는 거예요. 왜 이 시대가 이것밖에 안 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게다가 돌아오는 반응이 없으면 자괴감이 더 클 수도 있죠. 그런데 그건 방법이 없어요. 계속 새로운 것을 제시해서 실행되도록 하는 것밖에 없죠. 실행이 되어야만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거니까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게, 실행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거예요. 의미가 없는 거죠. 실행이 되어서 세상에 나와야만 사람들이 ‘바로 저거야’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래야 세상이 바뀌는 거고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실행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지금의 대표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야든 공존할 수 있는 생태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한 창작물을 계속 만들어서 광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 봐야만 ‘적어도 저걸 넘어서는 작품은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계속 질 낮은 작품만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도 안 되고요. 그리고 어떤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가치들이 가장 잘 반영된 작품들은 어떤 것이었나요?
삼성의 NX 카메라로 밴드 ‘오케이 고(OK GO)’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것도 새로운 시도였죠. 영상이 여전히 중요한 매체이긴 한데 그 작품은 TV가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많이 확산됐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던 작업이었어요. 작년에 난민을 주제로 한 ‘보이지 않는 사람들’ 프로젝트도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전남일보와 하는 ‘공프로젝트’도 신문이 해야 했고 그러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해보는 작업이에요. 저는 그게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봐요.
‘짝퉁’ 카피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광고의 ‘짝퉁’ 카피나 이미지에도 공통점이 있을까요?
많죠. 그런 건 기존에 만들어진 광고들을 레퍼런스로 삼았기 때문이에요. 만들어진 것은 완성된 거거든요. 거기에서 더 상상력이 뻗어나갈 수가 없어요. 그런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하면 유사하게 갈 수밖에 없죠. 좋은 작품들을 많이 봐야 하는 이유는, 적어도 이 세상에는 이런 류의 작품들이 나와 있다는 걸 알기 위해서예요. ‘저것을 넘어서는 작품을 만들어야 되겠다’라고 깨닫기 위해서 참조를 하는 거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게 아니에요. 요즘 표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들을 보면 이미 나와 있는 작품을 베낀 거잖아요. 영감은 날 것으로부터, 가공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받아야 되는 거예요. 터키의 카파도키아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괴석들이 있어요. 가서 보시면 ‘건축가 가우디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하지만 그건 독창적인 창작물로 만들어낸 거라는 거죠.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라는 제목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본질’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본질이라는 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올인을 못하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면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에 본질이 있고, 이미 우리는 다 알고 있잖아요. 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그런 것들을 알지만 지키지 못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임시방편과 미봉책에 휘둘리게 되거든요. 그럴 때일수록 제대로 가려면 ‘이 일의 본질이 뭐였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이 뭐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해 봐야 된다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풀리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미션이 무엇이었는지, 해결해야 될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찾고 질문을 해야 돼요.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 김홍탁 저 | 이야기나무
2015년 3월 제일기획의 마스터라는 호칭이 익숙했던 그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플레이그라운드 CCO(Chief Creative Officer)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 책에는 마스터라는 최고 지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광고계의 현실과 그러한 현실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그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또한 광고인을 꿈꾸는 광고 꿈나무들을 위한, 더 넓게는 미래를 이끌어갈 20대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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