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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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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나는 김난도 교수의 에세이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책 속에서 저자는 고백했다. “이 책은 내가 웅크리고 있던 시간 동안 연기처럼 자꾸만 갈라지고 흩어지는 삶을 붙들어 내 마음과 일상의 구석구석을 되돌아보면서 써내려간 기록들이다” 그가 버텨낸 통증이, 그 끝에서 찾아낸 깨달음이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그저 웅크린 채로 견뎌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시련 앞에서 필요한 것은 ‘이 또한 찰나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저자가 인용한 대니얼 고틀립의 문장처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이다.

 

김난도 교수에게는 책 속의 H씨로 대변되는 독자들이 있었다. 그의 책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에 펜을 쥐었고 웅크림의 시간 밖으로 걸음을 떼었다.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역시 또 다른 이들에게 작은 다독거림이 되어줄 것이다. “웅크린 것들은 완전히 주저앉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웅크린 것들은 결국 다 일어선다”는 그의 응원에 기대고 싶어진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뱃사람들은 북극성을 향해 돛을 매달았다. 북극성까지 가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북극성만이 흔들리지 않고 우리를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간절한 꿈은 우리를 어디로든 이끌어준다. 그러므로 지금 잠시 웅크린 채 표류하고 있을지라도 북극성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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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채 견디는 건 ‘도약의 때를 준비하는 것’


3년 만에 발표하신 에세이입니다. “한동안 붓을 꺾고” 지냈다고 적기도 하셨는데요. 지난 3년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시나요?


붓을 완전히 꺾은 건 아니고요. 트렌드 관련해서는 매년 책이 나왔고(『트렌드 코리아』), 에세이를 안 쓴 거죠.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나온 게 5년 전이거든요. 그런데 5년 동안 너무 경제도 안 좋아지고 청년들 상황도 너무 나빠졌잖아요. 옛날에는 격려를 하면 사람들이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되고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지난 3, 4년간은 저 스스로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희망을 갖자고 이야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의 손을 놓고 있었죠.

 

다시 글을 쓰게 된 건 ‘H 씨’를 만난 이후부터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으로 하여금 다시 글을 쓰게 한 이들은 누구였나요?


책에는 H씨가 유일하게 등장했지만, 여러 차례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자포자기 직전까지 갔다가 제 책을 읽고 돌아오게 됐다고, 고맙다고 말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요.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당신 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기도 하세요. 그런 말씀을 들으면서,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 글은 가치가 있겠다고 스스로 납득을 했죠. H씨는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가 나오고 나서 직접 만났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H씨는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계시잖아요.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을 통해서 ‘웅크리면서 견딘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 자신이 좀 웅크리고 있었어요. 올해 초에 디스크 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고, 7월에는 어깨 수술을 받아서 외출이 힘들었어요. 저희 둘째 아이는 고3이라서 매일 도서관과 집을 오갔고 큰 애는 군대에 있어서, 가족들 모두 웅크리고 있는 기간이었죠. 그리고 주변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뜻을 활개 치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어느 책에서 “히말라야에서의 모든 날들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을 읽은 거예요. 헤르만 불이라는 등산가가 한 말인데, 굉장히 울림이 컸습니다.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에서도 직접 소개해 주셨죠.

 

책 속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 중에 하나고, 이 책을 쓰게 만든 말이에요. 우리는 히말라야를 오른다고 하면 폭풍우 속에서 등정을 하고 정상에서 만세를 부르는 것만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날씨가 정말 나쁠 때는 어떻게 하겠어요. 텐트 안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겠죠. 그런 기간도 등정의 아주 중요한 일부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런 깨달음을 우리 아들들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었어요.

 

‘웅크린 채 견디는 것’은 수동적인 태도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다른 시각이 읽힙니다.


도약의 때를 준비하는 거죠. 제가 이런 종류의 글을 쓸 때 굉장히 경계하는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의 나태를 합리화하는 단초로 쓰이지 않아야겠다는 거예요. 죽비로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헤르만 불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죠. 날씨가 좋아졌는데도 텐트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날이 개면 텐트를 걷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북극성이나 응내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함께 한 거죠. 저는 책을 쓸 때 하나의 주장을 끌고 나가는 걸 조금 두려워해요. 인생이라는 게 다양한 것이잖아요. 무조건 성취를 해야 된다거나, 무조건 만족하면서 지금 자족해야 된다는 말은 다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성취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만족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거죠. 젊을 때는 성취 지향적이다가 나이가 들면 만족할 줄 알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여러 가지 기복과 조화, 균형이 필요하죠. 그래서 책을 읽는 분들이 열린 결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그러면서도 무책임하지 않게 들리도록 글을 쓰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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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일상이에요

 

말씀하신 ‘응내성’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웅크리고 견디는 시간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해주니까요.


응내성이라는 건 자극을 받고 그걸 견디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힘을 말해요. 우리가 운동을 할 때 무거운 걸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면 아프잖아요. 그게 근육이 살짝 다쳐서 그렇다고 해요. 그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조금씩 커지는 거고요. 방사선 치료를 할 때도 처음부터 너무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람들이 더 아프거나 심지어 죽는데, 아주 조금씩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주면서 양을 늘려 가면, 나중에는 꽤 강한 방사선에도 몸이 견딜 수 있게 되고 암 세포를 죽일 수 있죠. 우리가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어려움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작은 아픔들에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가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에서 강조하시는 키워드 중 하나가 ‘성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보통 성장이라고 하면 해외로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가고 학교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학점을 잘 받는 걸 떠올리는데, 물론 그것들도 중요한 성장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는 텐트 안에 웅크리고 있는 기간도 본인이 그 시간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중요한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거죠.

 

“행복에의 강박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근원인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은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 아니라는 거예요. 행복의 반대말은 일상이에요. 행복이라는 감정은 일상 속에서 아주 소중하고 조금 느낄 수 있는, 이내 사라져 버리는 감정이거든요. 현대사회가 지나치게 행복을 강조하는 거예요. ‘너는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보다 덜 가지고 있고 덜 여행하면 불행한 것이다’라는 이데올로기를 자꾸 넣는 것 같아요. 특히 SNS를 통해서 내가 오늘 새로 산 물건, 새로 가 본 카페, 새로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리면 서로가 서로의 행복에 대해서 과대평가하게 되는 거죠.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도 일상이라는 거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아무 문제도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게 곧 불행하다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이전과 달라진 시각도 들려주셨습니다. 꿈이 확고한 사람을 ‘화살파’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종이배파’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 이번 책에서는 “인생은 화살처럼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것도, 종이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려 자신도 모르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한 번 책에서 쓴 것과 다른 이야기를 쓰면, 읽는 분에 따라서는 ‘순 엉터리다, 이번에는 다르게 말한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저도 성장을 하고 있잖아요.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고, 심지어 같은 깨달음이라고 하더라도 때에 따라 다른 측면을 강조해서 쓸 수 있는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거의 같아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거죠. 인생은 생각보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에요. 계단을 오를 때는 그 계단 위에서 보이는 세계를 알지 못해요. 끝까지 올라서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가 보이고 거기에서 또 작은 목표를 이뤄서 가는 거죠. 화살과 종이배가 계속 엮이고 섞이면서 진행되는 게 인생이 아닌가 생각해요.

 

글을 쓴다는 건 “외롭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라 고백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의 남은 기간 내내 “쓰다가 죽고 싶다”고 하셨어요. 글 쓰는 시간이 가진 “중독적인 힘”이란 무엇일까요?


제일 중요한 건 글쓰기에는 자신을 치유하는 힘이 있어요. 머릿속의 고민이 종이 위로 옮겨가는 측면이 있거든요. ctrl c, ctrl v가 아니라 ctrl x, ctrl v인 거예요. 글을 쓰고 나면 머릿속에서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그 문제에 대한 번민과 고통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는 힘든 일이 있으면 써요. 새벽 2시에도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내가 왜 힘든지, 그 상황에 대해서 쓰는 거예요. 그러면 편히 잘 수 있어요. 글쓰기는 그렇게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고민이 많거나 힘들 때 제가 찾은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거였어요. 글을 잘 썼다는 성취감이나,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좋은 깨달음을 주었다는 보람은 부차적인 문제예요. 특히 올해는 제 자신이 글쓰기를 통해서 치유 받는 상황이었죠. 책을 쓰게 된 것도 그런 깨달음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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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는 3040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책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에는 올해 서울대 입학식에서 들려주신 축사도 함께 실려 있는데요. ‘세대 이기주의’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딴 나라 사람과 같이 살기」에서도 세대 간 갈등에 대해 말씀하셨고요.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게 된 건 정말 영광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날 1분 전까지도 고쳐 썼어요. 그때 제자들에게 ‘이건 어른들의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잖아요. 가진 자의 의무가 있다는 건데, 마찬가지로 더 나이 먹은 자의 의무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신문에서 읽은 표현을 빌리자면 세니오르 오블리주(senior oblige)죠. 신참과 고참이 경쟁하면 고참이 이기죠. 경험도 많고, 가지고 있는 것도 많고, 지위도 높으니까요. 계급장을 떼고 붙어도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까 배려해줘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의 다음 세대이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들이니까요. 내리사랑이 가족 내에만 있는 게 아니고, 사회에서도 내리사랑하는 게 당연한 거거든요. 제가 어릴 때는 그런 세니오르 오블리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의 국면을 보면 ‘우리는 너만 할 때 더 힘들었다’ 그렇게 말해버리면, 사실은 젊은 세대한테는 꿈이 없는 거죠. 세대적 내리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매년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통해 달라지는 움직임을 예측해 오셨습니다. 최근에도 『트렌드 코리아 2016』이 화제가 됐는데요.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에서는 “‘파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옛날에는 소득으로 격차가 발생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능력으로 격차가 발생해요.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라고 부르는 것인데요. 아날로그 세대에게 디지털 디바이드가 있듯이 디지털 세대에게는 아날로그 디바이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적 능력은 본질에 대한 사유와 성찰인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포털사이트나 SNS에 있지 않고 책과 생각 속에 있습니다. 보통은 ‘이제 디지털 세상이 됐으니 아날로그적인 구시대적인 발상을 파괴적으로 혁신하자’고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고, 그 중요함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디지털 세상을 성공적으로 사는 역량일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책에서 ‘나이 듦’에 대한 성찰들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짧게나마 병상에 머무르셨던 시간 때문일까요? 


병상이랄 것 까지는 없고요. 사실 저한테는 더 큰 트라우마랄까, 공포가 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당신 나이 쉰다섯 때 돌아가셨는데, 제가 지금 쉰셋이거든요. 가끔 나도 그 나이에 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웃음), 저희 아버지도 정말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살고 죽는 건 절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어요. 지금의 저에게 아직 청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면으로는 메멘토 모리라고 할까요, 계속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들이 있어요. 작년에 저희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어요. 제가 저희 장인을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하고 스스로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가까운 어른의 죽음을 보면서 ‘나 역시도 죽는다, 어쩌면 굉장히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을 무의식 중에 하는 거죠.

 

그래서인지 지나간 시간과 남은 시간을 가늠해 보곤 하시는 것 같아요.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성찰하기도 하시고요.


자기 인생의 시간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간을 굉장히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올 시간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안 하든가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지나치게 압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건 좋은 삶의 태도예요. 지금 이 순간은 굉장히 중요한 거니까요. 그런데 인생 전체에서 내 위치를 정확히 알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쓸 때 인생 시계도 만들고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에서 인생 모래시계도 만들면서 여러 가지 비유를 한 거죠. 현재를 사는 카르페디엠의 태도도 좋지만,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내 삶 전체를 길게 보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앞서 출간하신 에세이들과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의 차별점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기본적으로는 대학생을 위한 책입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부터 직장을 갖고 가정을 갖는 시점까지, 굳이 나이로 이야기하자면 스물다섯에서 서른다섯 살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고요.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는 청춘이나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3040 세대의 독자들이 주로 읽을 거라는 느낌으로 썼어요. 인생은 화살처럼 날아가는 게 아니라 한 구비 한 구비 돌아갈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렇게 새로운 세계에서 만나는 고민들을 같이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책에는 그런 이슈들이 많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는 인생에 정답이 여러 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이 때마다 맞춰야 하는 정답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어긋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죠. 그런데 서른이 지나면 그런 인생의 정답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깨달음과 계기가 될 수 있는 글들을 많이 모았습니다. 20대 대학생 친구들도 이 책을 읽을 수 있겠지만, 사회에 나가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삶의 질문들의 답을 구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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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김난도 저 | 오우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자잘한 실망을 견디고, 저마다 무거운 절망을 감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실망과 절망을 품고 웅크렸던 시간 동안 마음과 일상의 구석구석을 되돌아보면서 써내려간 기록들이다. 삶이란 그렇게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화를, 우울을, 절망을 달래고 다스리면서 살아가는 것이리라. 이 책에는 어떤 이유로든 지금 웅크리고 있는 이들이 희망의 상자를 열어볼 용기를 낼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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