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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산 “자기 운명보다 강한 아이를 창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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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명보다 강한 사람들’

 

오랫동안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 고대 문명과 인간의 삶을 조사하던 중 작가가 발견한 문장이었지만 놀랍도록 현재성을 확보한 문장이었다. 지금, 여기는 신의 자리를 대신한 지상 최대의 어떤 가치 때문에 많은 것이 정해져있다고 믿어버리는 세상이다. 이곳에서, ‘운명보다 강한 사람’을 이야기하면 금방 이상주의자 취급을 받게 마련. 어른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다음 세대에 전한다. 흔하게 ‘미래’라는 말로 수식하는 어린이들은 그렇게 일찍부터 ‘늙어간다.’ 바꿀 수 없는 것들만 하나씩 확인해나가는 셈이다. 그러니 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문장이 더욱 소중해진다. 

 

제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 『도둑왕 아모세』의 작가 유현산은 자유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현실에 부딪치지만 굳센 의지를 갖고 싸우는 ‘아모세’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사랑스러운 소년은 어른도, 왕도, 심지어 세상도 마냥 두려워하지 않는다. 의심스러운 것은 당당하게 따져 묻고, 파헤쳐야 할 것은 온 힘을 다해 연구한다. 진짜 자유는 그렇게 “싸워나가면서” 쟁취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던 친구가 스핑크스를 만나고 호루스의 눈을 찾으러 떠나면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돼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하나의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어요.”

 

몸으로 세상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옳고 그름을 탐구하는 이 소년이 큰 사람이 된 미래, 그곳은 얼마나 희망적인지. 드물지만 가능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아모세를 읽은 많은 사람들이 아모세를 꿈꾸고 아모세를 지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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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이집트의 일상과 현실

 

제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이에요. 수상 소식 듣고 기분이 어땠나요?

 

책이 나올 수 있단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책을 우리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원래 써온 게 무서운, 잔혹한 추리나 스릴러물이라 아이들한테 보여줄 수가 없었는데요. 특히 큰 아이가 고대문명 같은 걸 좋아해요. 수학 관련한 학습 만화도 좋아하고요. 고대문명을 배경으로 수학문제를 트릭 삼아 한 번 재미있게 모험동화를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자녀분들 반응, 좋았나요?

 

재미있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초등학교 2학년 둘째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 큰 아이는 요즘 게임에 빠져서요. 그래도 읽긴 다 읽었어요. 예의상인지 모르겠지만(웃음) 재미있다고는 해주더라고요.

 

왜 이집트였을까 궁금했었는데 자녀의 관심사라는 커다란 이유가 있었네요.

 

큰 아이가 특히 고대 이집트에 관심이 많았고요. 저 역시 고대 이집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어요. 고대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같은 곳으로 또 쓸 계획도 있습니다. 특히 고대 이집트 문명이 매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일단 이집트 문명은 고대 문명 중에서도 굉장히 풍요로운 문명이잖아요. 가장 화려하고 장대한 문명을 갖고 있거든요. 제 동화 세계를 먼저 그걸로 시작해보자고 생각한 거예요.

 

아, 앞으로도 동화를 계속 쓸 계획인가요?

 

출판사에서 내주기만 한다면야(웃음) 가끔씩 쓸 생각은 있어요. 성인 소설도 생각하고 있는데요. 여러 가지 시간문제로 언제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두 가지를 병행하고 싶어요.

 

추리소설과 동화, 의외의 행보긴 하거든요.

 

아무래도 고생을 많이 했어요. 동화는 처음 써보는 거고, 습작을 전혀 안 해본 상태였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동화를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성인물과 달리 단어 선택부터 구성이라든가 캐릭터, 플롯, 이런 것 자체가 전부 다르니까요. 처음에는 되게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것도 써보고 하다 많이 고쳐보니까 조금 감이 왔어요. 그 와중에 어렸을 때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모험동화들을 많이 참조해가면서 썼죠. 추리동화도 많이 참조했고요.

 

많이 헤맸다고 했는데, 이 작품은 쓰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사업차 인도네시아에 갔었는데요. 그곳에서 썼어요. 사업이 잘 안 됐어요.(웃음) 마음은 막막하고 그랬는데 울적한 마음에 스릴러를 쓰면 더 울적해질까봐 즐거운 동화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죠. 동화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고 하니까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한 일 년 정도는 헤매고 이것저것 써보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일과 병행해야 하다 보니 진척이 안 되고 그런 것도 있었고요.

 

서사가 무척 힘이 있거든요. 미지의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인 만큼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원래 추리소설을 써왔기 때문에 어떤 트릭을 짜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방법들은 익숙해 있었습니다. 이걸 동화에 응용해보자고 생각했고요. 서사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아무래도 역동성이에요. 지나치게 교훈을 강조한다든지 내면세계만을 강조한다든지 하는 경향은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특히 모험동화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난을 해결해나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한 번 그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이야기가 벌어지는 공간도 무척 다양하고, 무엇보다 크죠.

 

일단 모험동화 자체가 한 공간 안에서 이뤄질 순 없거든요. 공간이 넓어야 역경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일 골치가 아프죠. 참고 서적도 많이 읽고 제 나름대로 조사를 많이 해서 썼다고 생각했는데요. 편집자께서 꼼꼼히 읽으시고 굉장히 많은 오류를 지적해주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또 수정을 많이 했습니다.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한 거예요? 힘든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는 좀 낫습니다. 출간된 책들이 꽤 많거든요. 고대 이집트는 자료를 읽는 게 문제지 자료를 찾는 건 큰 문제가 아니거든요. 근데 다음에 수메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간다면 굉장히 어려워지겠죠.(웃음) 다행히도, 고대 이집트는 굉장히 관심들이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동화에 있는 사실들은 상식적인 부분들이에요.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왕가의 화려함 외에 『도둑왕 아모세』에는 서민들의 모습, 시장 풍경 같은 것도 많이 나와요. 흔히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가 있었겠죠?

 

그렇죠, 아무래도 고대 이집트를 다룬 동화나 영화, 소설은 왕가의 화려함이나 권력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거나 아예 넘어가서 판타지의 세계, 신의 세계 쪽으로 가거든요. 그런 것들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있으니까요. 저는 구체적인 이집트의 일상, 현실, 그 속의 한 소년, 그 소년이 겪는 고난, 이런 것들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요즘 어린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어요. 학습 만화 많이 읽고요. 판타지 많이 읽다보니까 구체적으로 주어진 역사적 사실이나 지금의 현실보다는 환상의 영역이나 만화적인 모험 혹은 지식 습득을 위한 짜 맞춘 스토리들을 많이 접하게 돼요. 때문에 저는 현실을 많이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공들여 화장을 한다거나 기름을 바른다거나 하는 모습은 확실히 이야기의 생생함을 더합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화장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서민들부터 왕족까지 화장은 필수였어요. 그것은 첫째, 태양이 너무 뜨거우니까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요. 두 번째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죠. 악령을 쫓아준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고대 이집트인들은 외모를 꾸미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현대인들보다 훨씬 많이요. 남자건 여자건 그래요.

 

무엇보다 삽화가 이야기와 맞물려 책을 읽는 데 큰 즐거움을 주거든요. 내용을 상상하는 아주 훌륭한 장치예요.

 

그건 편집자분의 공이 커요.(웃음)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좋았어요. 무척 반가웠어요. 생각하던 그림은 아니었는데요. 오히려 진짜 이집트 벽화 같은 느낌이 나오니까 훨씬 좋은 거예요.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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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문제

 

작가의 말에서 주인공 아모세에게 깊은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아모세는 투지가 있어요. 삶에의 의지도 아주 강하고요. 이 캐릭터를 통해 하고 싶은 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런 동화로 어린이들과 ‘자유’라는 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고대 이집트 같은 경우 원초적인 제약들이 있는데요. 그 제약을 공포나 신의 문제로 치환시키게 되죠. 원형적인 삶이에요. 신관과 왕은 신이 임명한 것이고, 왕에게 모두 바쳐야 하고,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은 수긍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죠. 자유라는 것은 그런 문제들에 부딪치면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절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의지를 가지고 싸워나가면서 하나씩 획득하는 것이죠.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아모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본 거예요. 특히 모험동화에서는 의지가 굳센 그런 캐릭터가 나와야겠죠.

 

또 하나는 아모세가 하나씩 깨달아가는 게 있잖아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던 친구가 스핑크스를 만나고 호루스의 눈을 찾으러 떠나면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돼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하나의 성장기라고도 볼 수 있어요.

 

아모세 시리즈로 가도 좋을 것 같은데요.(웃음)

 

아마 다른 동화를 써도 아모세와 비슷한 유형의 친구가 될 것 같아요. 의지를 가진 아이,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겠죠. 어떤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고대 그리스인을 한 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운명보다 강한 사람들이었다.’고요. 그런 것이죠. 고대에서 가장 자신을 속박하는 것은 내 운명일 텐데 자기 운명보다 강한 아이, 그런 아이를 창조하고 싶었어요. 

 

교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걱정하고 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거든요.

 

그렇습니다, 동화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큰 아이가 굉장히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는데요. 어쩔 수 없이 학원도 보내고, 주로 학습만화를 읽게 되고, 게임 같은 것들을 하게 되면서 점점 아이의 상상력에 제약이 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고대 문명이라고 해도 그 현실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재미있게 보여주는 동화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들었고요. 다만 재미가 있어야겠죠. 너무 교훈을 강조한다든가 지식을 강조하는 건 좀 아니고, 같이 신나게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동화를 생각했어요. 그 뒷골목에서부터 말이죠.

 

특히 교육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많이 있죠.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불안입니다. 특히 중산층들은요. 나와 내 가족의 존재가 언제 아래로 떨어질 것인가 하는 불안인데요. 그 아래가 우리 사회는 굉장히 깊어요. 중산층과 그 아래, 그 위 사이에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점점 깊어지고 있어요. 그 불안을 아이에게 투사하고 있는 거예요. 반드시 중산층으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공격적으로 주입시키잖아요. 그게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젠데 사실 해결방안이 거의 없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뭔가 설익은 걸 계속 바꾸는 것보다 일단 멈추고 성찰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부모, 학교, 교육 관료가 성찰을 통해 답을 찾아야지, 지금처럼은 안 돼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부모의 철학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게 없으면 주변의 불안에 전염되고 함께 공격적으로 되는 거잖아요.

 

좋은 부모, 좋은 엄마가 되는 법, 굉장히 많은데요. 그것도 이 사회의 불안 중 하나 같아요. 저는 두 가지만 얘기해주고 싶어요. 일단 아이를 가만히 놔둬보자는 건데요. 요즘 아이들은 심심함을 잘 몰라요. 학습만화 읽거나 게임하거나 학원 뺑뺑이 도는데 언제 심심하겠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라는 게 대부분 도피예요. 현실이 너무 바쁘니까요. 일단 가만히 놔두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밝은 것, 지식 이런 것들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해요.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학습’이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고 상상력 뛰어난 친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죠.

 

요즘 친구들은 우리 어릴 때보다 지식이 훨씬 많아요. 학습만화를 엄청나게 읽고, 읽히기 때문에요. 뭘 물어보면 바로 나올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지만 그걸 넘어선 어떤 상상력은 굉장히 부족하죠. 그래서 모험동화를 많이 읽어야하지 않을까(웃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쨌든 머릿속으로라도 신나게 뛰어노는 거잖아요. 그럴 기회가 별로 없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작가의 말 끝부분에 ‘같이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 나일강의 사람들이 반겨줄 것이다’라고 했는데요. 바로 말씀하신 그걸 해보고 싶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신나게 노는 거죠. 그 시간만큼은 학습이라든가 게임이라든가 이런 걸 다 잊고 말이죠.

 

원래 이야기, 책을 읽는 행위는 그렇게 마음껏 즐거워야 하는 거잖아요.

 

책을 읽는 건 탐험과 비슷한 거죠. 미지의 세계, 낯선 세계, 신비의 대륙 같은 곳을 탐험하는 거예요. 어릴 때는 수준에 맞지도 않는 아빠의 서가에 꽂힌 책을 꺼내 보기도 했어요. 그런 미지의 세계에서 하는 탐험이 있었다면 요즘 친구들은 그보다 지식을 얻어가려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죠. 독서라는 행태가 굉장히 왜곡돼 가는 것 같아요. 낯선 것을 탐험하고 상상하고 감정에 이입돼보는 게 아니라서 아쉽긴 해요. 독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억지로 해야 하는 의무가 된다든가 이렇게 돼서는 절대 안 될 것 같고요. 계속 동화작가들이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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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슬픔을 너무 기피하는 것 같아요

 

고대 이집트는 풍요로운 곳이었지만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적었어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기도 하는 부분이었어요.

 

지금도 풍요의 시대죠. 어렵다고 하지만 지금의 한국도 풍요의 시대고, 고대 이집트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풍요롭지만은 않을 테고 여러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고대라는 문명을 보여줄 때 신화적으로,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이라고만 보여주긴 싫었어요. 풍요로운 곳이지만 억울한 일도 있고, 어려운 일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지금, 현재처럼 말이에요. 사람들이 아모세처럼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해내기 위해 모험도 하고 의지를 갖고 무언가를 해결해나가기도 하고 그런 세계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작가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라고 봐도 될까요?

 

동화작가로서의 저는 모험과 자유,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고요. 성인 추리작가로서의 저는 아무래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 관심이 있죠. 사회의 그늘진 부분들 말이에요. 동화를 쓸 때가 훨씬 행복하고 좋아요.(웃음) 어린이들에게 현실에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자기 의지를 갖고 하나씩 해결해보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결국 모든 모험동화가 하는 이야기는 아마 그런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굉장히 소중한 일이고요.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기자 생활을 오래 했잖아요. 이것이 소설 쓰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11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고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가지고 처음엔 추리소설을 세 권 정도 썼고, 이후 동화를 쓰게 된 거예요. 기자 생활을 했다는 것이 동화를 쓰든 추리소설을 쓰든 도움이 되는 것은 뭐냐면 팩트를 확인하고 정확히 쓰는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집중해서 하게 되는 것일 거예요. 제 문장을 보시면 알겠지만 미사여구가 많고 화려하고 문장이 재치 있어서 재미있고 이런 건 아닙니다. 그냥 사건 위주로 흘러가는데요. 저는 타고난 미문가로서의 재능은 없어요. 전장에 나갈 때 남들은 대포를 들고 나간다면 저는 소총 하나인 셈인데요. 제가 이 전장에서 최대한 이길 수 있으려면 정확하게 쓰는 수밖에 없어요. 문장이나 팩트를 정확하게 쓰려고 많이 노력해요. 대신 약점이라면 내면으로 천착해 들어간다든가 감정 변화의 미묘함을 찾아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든가 이런 부분이에요. 능력에도 안 맞고 하기도 싫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그 캐릭터가 혼자 성장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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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습니다, 한국의 문화 산업 자체에 다양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고요. 시장도 작은데다 대중의 관심도 획일화 되어 있잖아요. 쏠림 현상도 심하고요. 동화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인이 외국의 고대 문명을 가지고 쓴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또 우리 동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일일 거예요. 중요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여를 하진 않을까(웃음) 생각해요. 한국, 한국의 현실, 한국의 어린이, 이런 것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하는 거죠.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쳐서 자유롭게 보여줘도 좋지 않나 싶고요. 이런 생각은 해외에서 살아보니 많이 들더라고요. 한국인이라고 굳이 한국 캐릭터만 창조해야 하는가, 좀 더 써볼 수 있겠다,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동화를 쓰든 다른 무엇을 쓰든 말이에요.

 

동화작가로서 꼭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금은 나름대로 준비한 게 있어 이런 고대 문명의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하고요. 과거의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고 싶어요. 90년대라든가 한국전쟁이라든가 이런 과거의 어린이가 겪은 현실들을 써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상실인데요. 어머니에 대한 상실 같은 거요. 굉장히 슬프지만 감동 있는 이야기도 한 번 써보고 싶고, 그런 생각이 드네요.

 

다시 약간 슬픈 이야기네요.

 

제가 쓰는 이 동화 자체는 밝고 명랑한데요.(웃음) 좀 슬픈 주제의 동화도 써보고 싶어요. 요즘은 슬픔을 너무 기피하는 것 같아요. 밝아야 하고, 명랑해야 하고, 상실 같은 심각한 주제는 다루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요. 모든 문화 자체는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것이고, 특히 어린이들에겐 슬픔이나 어두운 면들을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해야 자신의 상상력이나 인격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너무 밝은 면만 가르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슬픔의 감정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죠.

 

슬픔, 공포, 이런 감정들을 경험할 기회를 아이에게 빼앗다 보면 아이의 상상력이 굉장히 제약됩니다. 우리 아이는 너무 겁을 내니까 무서운 책을 아예 안 읽히면 안 되겠죠. 그 아이가 그렇게 무서워하는 것은 남들보다 탁월한 공감 능력, 탁월한 상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렇다면 이런 기회들을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런 체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성장한 사회라는 것도 무척 불안할 거예요.

 

그렇죠, 그런 사람은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에 공감을 잘 하지 못하죠.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게 되고요. 밝은 것만 생각하며 자란 아이들만 있다면 사회는 더 어두워지겠죠.

 

이 책 『도둑왕 아모세』를 어떤 상황에 있는 어떤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면요?

 

학원과 학습에 지친 모든 친구들이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색다른 배경이기도 하고, 밝고 명랑하면서도 생각해봐야 할 현실을 담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큰 꿈을 꾸고 있진 않습니다. 그냥 잠시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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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왕 아모세유현산 글/조승연 그림 | 창비
3,400년 전의 이집트를 배경으로 소년 도둑 아모세가 친구들과 함께 사라진 보물을 찾는 과정을 그린 모험 동화입니다. 실감 나는 배경, 매력적인 등장인물, 짜임새 있는 전개로 어린이들을 신비하고 생생한 이야기 세계로 데려다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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