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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제 사건, 최초 보도한 사람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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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광주 씨의 첫 인상은 그저 평범한, 아니 어쩌면 우리네 어머니들에게서 느껴지는 친근한 푼수기를 겸비한 여느 아줌마와 다르지 않았다. 작은 체구에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며 쏟아내는 빠른 말투며, 격의 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상이 그랬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참 무서운(?) 사람이다. 적어도 양심을 속이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그녀의 직업은 17년 째 VJ이다. 지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량 음식점의 잘못된 관행과 사회 곳곳의 충격적인 실상을 그녀는 그야말로 자신의 몸을 던져 밝혀냈다. 그녀가 최초로 촬영한 수많은 영상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관심과 경각심을 갖게 했으며 잘못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그녀의 관심은 단지 먹을거리에 국한되지 않았다. 영화 <도가니>의 실화인 청각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악덕 산후조리원, 묻지마관광, 여성노숙인 문제 등 소재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본 사람들은 충격 한 편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다.

‘과연 저런 영상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곧이곧대로 카메라를 들이대면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영상들이기 때문이다. 해답은 바로 ‘잠입취재’, 사광주 씨는 수많은 부정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위장취업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론 음식점 주방보조였지만, 어느 순간에는 공장 일용직 노동자로 변신했다. 마트 점원은 우스웠고 보험 아줌마는 예사로 들이 댄 위장 신분(?) 이었다. 산모로 변장해 산후조리원에 잠입하는가 하면 일주일이 넘도록 노숙인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노래방 도우미도 불사했고 심지어 의사로 위장해 성형시술 과외를 받는 의사들의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녀의 신분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다르지 않았던 것은 늘 카메라를 숨긴 가방이 함께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협박도 있었고, 원망도 수없이 들었다. 아찔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책으로 풀어냈다. 바로 『사광주가 간다』이다.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그녀와의 인터뷰는 그런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여상출신 아줌마가 특급 VJ가 되기까지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추적 60분>, <불만제로>,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 부정과 비리에 돌직구를 던지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몰랐던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VJ 사광주 씨가 활약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그녀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방송가에서 ‘몰카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적어도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그녀가 여상 졸업의 학벌이라거나 여성, 아줌마라는 이유로 폄하하는 경우는 없다. 현재 그녀는 그 모든 편견을 극복하고 국내 최고의 VJ로 손꼽히는 유일무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더 그 비결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을 거슬러가 보면 일단 처음 방송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부터가 남다르다. 그녀는 여상을 나와 중소기업 경리로 일하다가 결혼 후 어려운 형편 탓에 구슬 끼우기, 쇼핑백 접기 등 온갖 부업을 마다하지 않았던 주부였다. 그러던 중 사보에서 원고료를 준다는 소리에 글을 써 보내며 자유기가고로 활약하게 되고 이후 전국여성백일장에서 수상을 하는 등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TV 퀴즈프로에 출연해 ‘퀴즈박사’ 칭호를 받으면서부터다.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방송 리포터로 활약하며 방송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1996년 MBC VJ공채에 모두의 편견을 깨고 덜컥 합격했다. 살아있는 말투와 남다른 임기응변 능력, 매끄러운 대응 등이 심사를 맡은 PD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VJ로서 남다른 그녀의 두 번째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일할 당시를 떠올려보시면 기억에 남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듯 한데요.

VJ로 17년 퀴즈, 리포터로 시작한 것까지 합하면 20년 가까이 방송 일을 했죠. 처음에는 어디를 가도 찍을게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정말 많이 개선됐다는 걸 느껴요. 또 한편으로 요즘은 촬영이 더 힘들어지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잠입을 해도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가 힘들죠. 예를 들어서 설렁탕에 프림을 넣는 것을 고발하는 방송이 나가면 다음 날 벌써 설렁탕집에 ‘저희 집은 절대 프림을 넣지 않습니다’란 플랜카드라 걸려요. 또 사람들도 관심을 갖으니까 그렇게 했던 집들도 고치더군요. 그리고 사실 개중에는 몰라서 그랬던 음식점들도 있거든요. 재료를 받는 공장에서 부정한 짓을 할 수도 있고, 혹은 20~30년씩 해온 전통방식이라고 생각하며 몸에 안 좋은 걸 모르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나중에 말씀을 드리고 고칠 것을 요청하면 대부분 고치시더라고요. 지금도 세재로 씻은 곱창을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 생각에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요.

요즘에는 어떤 방송을 하시는지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네요.

MBC에서 일을 하다 몇 년 전부터 프로덕션을 설립해서 <추적 60분>, <소비자 리포트>, <컬투의 베란다 쇼>, <불만 제로>, <PD수첩>을 위주로 하고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때로는 몸이 세 개쯤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일도 일이지만, 일주일 전에 예약해 놓다 시피 하는 PD들이 많아요. 어쩔 때는 제발 빨리 똑같은 후배를 빨리 양성해서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웃음).

요즘 가르치는 후배들이 있나보죠?

지금은 제가 함께 다니며 가르치는 사람이 5명 정도 되요. 그런데 저처럼 오래하질 못하더군요. 처음에는 흥미를 갖고 하다가도 오래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어요.

여상 출신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공개하셨는데, 처음 시작 당시에는 핸디캡이어도 지금 선생님께는 일종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러니까요. 덕을 많이 봤어요. 예전에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정말 VJ 분야를 정식으로 배웠고 대학에서 전공을 했다고 했으면 그런 게 화제가 안됐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처음에 뽑혔을 땐 조금 편견이 있었어요. 무시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같은 동료들이나 동기간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요.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금방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VJ를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관점에서 핸디캡이지만 제게는 여상출신이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VJ일을 하는 케이스는 아직도 없으니까요.




현장에서 기운이 더 난다

잠입 취재를 할 때면 일단 평범한 외모로 한수 얻고 들어가는데다, 말투까지 영락없는 아줌마로 보이는 그녀이니 대개의 경우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면 이상할 정도로 자세히, 때로는 자랑스럽게 말을 해주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적응력도 최고여서 처음에는 다들 쭈뼛한다는 대형 마트 고기 판매대에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이며 손님들을 끌어 모아 인재(?)로 평가받기도 했다고. 과연 불량 기업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만의 비리’를 술술 털어놓게 하는 그녀의 비결은 또 뭐가 있을까.

잠입 취재의 대가로 손꼽히시는데, 어떤 이슈가 떠오르시는지요?

처음 일할 때는 8mm 비디오카메라를 썼는데 카메라를 들고 직접 섭외도 하고 촬영, 리포터까지 다 했어요. 청소년에 관한 프로그램을 많이 했죠. 앵벌이 같은 거요. 산부인과에서 미혼모의 아기를 거래해 앵벌이로 팔아넘기곤 했어요. 몇 년 전까지도 아기를 업고 구걸하러 다니는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 아기들이 그렇게 팔려 온 거예요. 아기가 크면 여자아이 같은 경우는 사창가로 팔아넘긴다더군요. 한번은 어떤 남자가 오토바이로 쫓아와서 면도칼로 얼굴을 그어버린다고 협박하기도 했죠. 그래도 그때는 무서운 걸 몰랐어요. 기본 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 ‘여러분은 이제부터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입니다’라고 하시는데 그때부터 자부심이 느껴졌죠(웃음). 그래도 지금이 훨씬 편해졌어요. 그때는 카메라도 렌즈가 큰 것을 까만 스타킹 씌워서 가방 위에다 얹어서 다니면서 취재했어요. 40분마다 테이프도 갈아야 했고 배터리도 컸거든요. 또 차도 없어서 늘 지하철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그때 비하면 정말 장비들도 좋아지고 환경도 좋아진 거죠. 한편으로 매너리즘에 빠질까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태해질 때면 처음을 생각하곤 해요(웃음).

취재 하신 것 중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것은 뭐가 있을까요?

최근에 가짜 냉면 육수에 관한 이야기를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했어요. 육수 한 통을 끓이는데 정말 다시다만 몇 바가지 넣고 이것저것 조합해서 끓여내는 거였죠. 보통은 주방보조나 설거지 담당으로 취업을 해서 잠입 취재를 하는데 이 가게는 유독 주방장만 뽑더라고요. 그래서 대뜸 할 수 있다고 하고 갔죠. 물론 해 본적은 없어요(웃음). 첫날은 그래도 전임자가 인수인계 해주겠지 했는데 나오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내가 삼계탕 집만 해봐서 잘 모른다’고 둘러댔죠. 주인이 며칠 같이 해 주겠다고 하면서 일을 했는데, 가짜 냉면 육수를 밤에만 만든다는 거예요. 결국은 어쩔 수 없이 밤까지 일해서 현장을 찍을 수 있었죠.

불량 업주들이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술술 털어놓게 하는 사광주 씨의 노하우는 어눌하게 보이는 것이다. 수다스럽고 궁금한 것은 많은데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아줌마가 콘셉트.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면서 일은 일 대로 잘해줘서 기분을 맞춰주니 어쩔 때는 묻지 않아도 이야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천직이 따로 없다 싶다.

한편으로 방송으로 나가고 나서 항의나 위협이 적지 않을 듯 한데요.

맞아요. 특히 여동생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좋아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 잘못은 그 사람들 몫으로 놔두라며 남의 잘못을 들추고 다닌다고 심하게 이야기 듣기도 했어요. 남편 역시도 늦게 취재를 하고 오면 걱정을 많이 하는데, 한번은 ‘나 이제 그만 할까’ 하니까, 계속하라고 하더군요(웃음). 어쨌든 방송이 나가면 고소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집까지 쫓아와 거짓말했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있죠. 경찰에서는 무고죄로 고발하라고 하시는데, 제가 안하겠다고 그래요. 차라리 취재할 때 너무 못됐거나 방송 나가고 쫓아와 악담을 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불법을 저질렀어도 주인이 정말 착한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미안하기 이를 데 없죠. 그래서 종종 취재해서 받은 돈을 전부 다 물건 사는 걸로 써버릴 때가 많아요. 저희 집에 항상 취재하는 상품들이 쌓이는 이유죠. 아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아 이번에는 두부구나’ 하고 알곤 한다더군요(웃음). 보통은 저희 아버지가 등산 가셨다가 친구 분들 데려와서 인심을 쓰시는데, 산거라고 하면 아까워하시고 못주시니 다 공짜로 얻어왔다고 말하곤 해요.

말씀을 듣다보니 문득, 선생님은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저널리즘을 배우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어떤 것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저는 어려운 말을 잘 못해요. 그냥 제가 그랬듯 보통 사람들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참여하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항상 서민들을 생각하면서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믿어요.

힘겹게 취재해 세상에 알려지고도 방송 이후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이슈들도 많은데요. 그럴 때는 힘이 빠질 듯도 한데요.

금세 잊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해요. 그래도 제가 처음 말씀드렸듯, 2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과거에 비해 (각 분야의 불법, 부정 사례들이) 정말 많이 개선됐다는 거예요.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가 회자되다보면 그렇게 했던 업소조차도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또 다시 되풀이 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못한 말씀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제가 하는 일이지만 방송에서 안 좋게 나가고 나면 항상 걱정되는 것이 일부 잘못된 업소로 인해 잘하시는 다른 업소 주인 분들까지 피해가 간다는 거예요. 그럴 때가 제일 미안해요. 제가 취재를 다니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제가 잘나서 그런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중에는 제가 그 입장이어도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영세하고 어렵게 일하시는 분들, 예를 들어 어묵 같은 것은 취재를 하고도 접곤 했죠.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고 대기업이 하는 건 아니니까요. 차라리 고위층 비리나 대기업의 부정 같은 것이 취재할 때는 마음이 편해요.

일을 할 때는 독하게(?) 해내는 그녀지만, 그 속마음은 측은지심이 깃들어 있다. 어쩌면 그런 마음 때문에 더욱 잘못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의 눈으로 때론 어머니의 마음으로 각계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불법을 담아내는 그녀의 꿈은 우리 사회가 보다 정직해지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광주가 간다』의 이야기가 2011년까지 취재 내용의 절반 정도만 추려 담았다는 사실이다. 벌써부터 2탄 3탄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녀의 신념이 변치 않는 한 ‘사광주의 이야기’ 또한 계속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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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광주가 간다사광주 저 | 공감의기쁨
영화 〈도가니〉의 실화인 청각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대한민국 VJ(비디오 저널리스트) 1호이자 여상 출신의 평범한 30대 주부에서 국내 최초, 최고의 VJ가 된 입지전적 인물 사광주의 취재수첩이 공개된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추적 60분〉 〈불만제로〉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취재현장을 누빈 잠입취재의 달인으로 방송가에서 ‘몰카의 여신’으로 불리는 그녀가 말하는 한국사회 속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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