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는 끝났다.”
책의 첫 문장이다. 『지식』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은 강력한 전염병, 생물테러, 핵전쟁 또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 등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상이 끝나는 상황을 가정한다. 세상이 끝나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세상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은 인류의 생존자들은, 무엇에서 시작해야 할 것인가. 한 권의 책을 전할 수 있다면 그 책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 것인가. 『지식』은 그 질문으로부터 쓰인 생존자들을 위한 ‘생존 안내서’다.
예컨대 우리는 의식주와 의약품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기본조차 모른다. 따라서 현대문명의 생명유지 시스템이 붕괴되면, 구체적으로 말해서 더 이상 식료품점의 선반에 식량이 공급되지 않거나 옷걸이에 의복이 걸리지 않으면 대다수가 생존하지 못할 정도로, 인류의 생존기술은 위축되었다.(11쪽)
루이스 다트넬은 우주생물학을 전공하고 영국 우주국 연구원으로 지구 밖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구 밖을 연구하며 지구와 지구 안의 문명을 따져보고 싶었다. 문명이, 사회와 과학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지금 우리는 어떤 ‘지식’을 놓치고 지내는지 처음부터 다시 접근하고자 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이 모든 것, 자동차와 백화점, 약국 그리고 인터넷 같은 것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고 ‘그래서 그 모든 것이 파괴되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지식』을 그는 ‘지식의 나무’라고 말한다.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농업, 식량, 비누, 유리, 의약품부터 문자, 통신, 폭발물, 시간과 달력까지. 이 목록을 읽노라면 인류가 일군 엄청난 지식에 감탄하는 동시에 인류가 잊어가는 수많은 지식을 어떻게든 잡아둬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지식』인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싶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는 끝났다’는 단호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다소 충격적이기도 한데요. 저자의 이 문제의식은 어디에서 온 건가요?
모든 책이 첫 문장을 극적이고 강력하게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죠.(웃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 강력한 문장을 통해 책 안으로 빨려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하고 호기심을 갖길 바랐어요. 그런 궁금증 때문에 더 보기도 하니까요. 사실 제가 이 책을 통해 탐색하고 싶었던 것은 세계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하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보려다보니 문명이 사라진 세상이라면 어떨까,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상태가 되면 어떨까 하는 가정을 상정하게 된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세상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사회와 역사란 무엇인가, 테크놀로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책입니다.
종말에 대한 것이 대중문화에서 인기가 많잖아요. <나는 전설이다>, <더 로드> 같은 영화도 있고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컴퓨터 게임도 있습니다. 이런 설정, 세상이 끝나고 다시 세상을 재건한다는 이야기가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그것과 접목해서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서문이나 맺음말에서 현대 문명이 끝났을 때를 많이 언급하고 있어요.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고요. 설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런 미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서문과 맺음말이 하나의 원을 그리고 있죠. 인류의 끝, 문명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요. 물론 문명의 종말을 가정하고 있지만 세계가 곧 끝날 거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저는 상당히 낙관적인 편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이나 노력을 믿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고, 삶을 재건할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결코 거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문명이 붕괴됐고, 지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 고대 그리스나 고대 로마, 고대 마야 문명보다 더 취약할 수 있어요. 과거 각 문명이 독립적으로 존속되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세계는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잠을 못 잘 정도로 종말을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점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은 무척 큰 이야기예요. 문명 자체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고요. 이를 테면 ‘빅히스토리’인데요. 첫 구상에서 집필을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 관한 첫 아이디어는 몇 년 됐어요. 실은 제 출판 에이전트가 여러 번 이야기를 했어요. 책을 쓰라고요.(웃음) 제가 이 책의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멋진 아이디어라고, 집필을 시작하라고 계속 부추겼어요. 당시 제가 너무 바빴거든요. 조사하고 쓸 시간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오랫동안 머릿속에 있었죠. 이런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책이 없었어요. 그러면 내가 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생각한 것은 오래 되었지만 실제로 앉아서 조사를 하고 쓰기까지는 2년 반 정도 걸렸고요. 그 후 책을 출간하기까지 굉장히 여러 번 수정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꽤 오래 거쳤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겠죠?
하나만 얘기해야 하나요?(웃음) 이 책은 굉장히 큰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죠. 현대사회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 기술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탐구한 것이죠. 지금의 과학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모두 탐색하고 있습니다. 워낙 넓은 영역을 다뤄야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어느 누구도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않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굉장히 중요한 주장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이야기해야 해요. 제게는 이런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가는 것이 정말이지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뒷부분에 그렇게 많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했고요. 아마 이런 큰 프로젝트는 누구도 혼자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굶어죽으면 다 소용이 없다
목록 선정에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농업, 식량부터 시작해 시간과 공간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이 목록을 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철학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해요.
저도 이 책의 구성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챕터 1에서 챕터 10까지를 첫 날, 첫 달, 첫 해처럼 시간별로 할 것인가, 농업, 화학, 교통 등 분야별로 할 것인가 많이 고민했죠. 그러다 결국 분야별로 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반복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즉, 농업을 강조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굶어죽으면 다 소용이 없죠. 차도, 화학도,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언제나 농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역사가 주는 교훈도 있지요. 도시와 제국, 문명이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이 바로 농업에 있습니다. 도시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먹고 남는 음식, 잉여 음식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거든요. 농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농업인구 한 명이 다섯 명, 열 명, 열다섯 명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죠. 나머지 사람들은 덕분에 과학자나 간호사, 대장장이 같은 전문가가 되어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어쩌면 문명의 중심, 뿌리에는 농업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농업을 다뤘어요.
농업이 가장 즉각적이고 문명의 토대가 되는 항목이긴 하지만 사회가 점점 성장하고 복잡해지고 진보하면 필요한 지식들이 여럿 존재해요. 그것이 무엇인가를 뒤에 나열한 것인데요. 시간 측정하는 법, 항해하는 법, 별을 보고 위치를 확인하는 것 등은 무역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일 겁니다. 우리가 필요한 물질을 자연에서 얻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화학도 나오게 됐고요. 사실 책에는 넣지 않았지만 여러 분야들 사이의 연관성을 볼 수 있도록 분야 간 맵핑을 고민했었어요. 너무 기술적이라 책에 포함하진 않았지만요. 제가 이 책을 쓰면서 늘 머릿속에 갖고 있던 것은 분야 간 연결, 맵핑이었어요.
분야 간 연관성이요?
‘마인크래프트’라는 아주 유명한 게임이 있어요. 이 게임과 비슷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문명을 만들려면 각 항목을 어떻게 네트워킹, 연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하나씩 완성하는 과정이거든요. 이 책도 마찬가지예요. 세계를 재건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지식을 연결한 ‘지식의 나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농업, 식량에 대한 부분은 예측할 수 있죠.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모두가 공감할 거고요. 한편 폭발물이나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챕터도 있는데, 이건 그다지 예측하지 못한 흥미로운 부분이었어요.
커뮤니케이션이 흥미로웠던 건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이겠죠?(웃음)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책의 전제가 ‘문명이 붕괴한다면’이기 때문에 그 설정을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렇지만 역시 저도 뒤로 갈수록 쓰면서 재미가 있었습니다. 책을 쓰는 게 정말 어렵고, 큰 도전이었는데요. 책의 내용 자체가 문명의 종말 이후 세계를 재건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모든 분야의 연결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러므로 모든 항목이 한 가지도 동떨어지는 것이 없어야 했거든요. 문제는 문명이 붕괴된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에 바깥과의 네트워크 없이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였죠.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과학책들은 이 열 가지 항목이 중요하다, 정도로 하면 됐을 텐데 말이죠.(웃음) 저는 이것들이 다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야 하니까, 이것이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폭약이 전쟁광의 수단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중략) 그러나 재건을 시도하는 문명에서는 평화롭게 폭발물을 사용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사냥용 엽총을 위한 탄약을 제조하고, 채석과 채굴을 위해 바위를 깨뜨려야 할 때, 또 굴이나 운하를 팔 때도 폭발물은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다.(305~306쪽)
책에 담지 못한, 더 추가해야 할 핵심 기술 목록이 있다면요?
한 가지 아셔야 할 것이 모든 인류의 지식을 완벽하게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에요. 책에서 완전히 제외한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사용된 문명에 아주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항목인데 뺄 수밖에 없었죠. 바로 수학입니다. 기하학이나 여러 형태, 패턴의 관계를 설명하는 수학이 없이는 사실 다리도 건설할 수 없고, 문명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을 줄 수가 없는데요. 이집트만 해도 밭을 계량하는 등의 일에 필수적인 것이 수학이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주석 하나 달고 말 수밖에 없었던 게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었어요. 이 책은 대중서인데 쓰다보니 가독성이 떨어졌어요. 화학이나 사진, 엔진 같은 것은 직접 해볼 수도 있고 실질적인 결과물이 있으니까 재미있게 쓸 수가 있었는데요. 수학은 도저히 그런 식으로 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공식이나 이론에 대해서도 쓰기가 어렵고요. 결국 수학 항목은 전체를 들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그 외에는 언급이라도 하지 않은 분야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나만 꼽으라면, 세균에 대한 지식
전공 분야인 우주 생물학과 『지식』에서 다룬 내용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저자의 관심사가 엿보이기도 하거든요.
우주 생물학은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연구하는 일입니다. 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요. 런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레스터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분야 자체가 워낙 여러 과학 분야를 다 다뤄야 하는 분야입니다. 생물학, 물리학, 지질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화학 등을 다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요.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전공인 생물학에 편향될 필요 없이 여러 과학 분야를 다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과학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관심사를 넓혀온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우주에 슈퍼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나사의 발표도 있었는데요. 그 분야에서 새로 발견된 뉴스는 또 없나요? 최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분야에는 항상 흥미로운 일이 일어납니다.(웃음) 어쩌면 분야 자체가 태생적으로 흥미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인터뷰를 하거나 학교에서 강의를 하거나 공식적인 행사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할 기회가 있을 때면 사람들이 엄청난 관심을 가집니다. 아마도 지구 밖에 생명체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바로 지난주에 발표가 있었던 뉴스인데요. 이것은 정말 큰 발견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지구와 아주 비슷한 행성이 있다는 발견을 했다고 해요. 이것은 저희 분야에서는 정말이지 엄청난 뉴스입니다. 또 화성을 도는 탐사선이 화성 대기 중에 메탄가스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그것의 의미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강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이렇듯 이 분야가 워낙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어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들, 새로운 발견들이 일어납니다. 이슈가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이 있죠.
이번 한국 방문 중에 강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으로 사람들을 흥미롭게 할 계획이신가요?
‘직지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지 페스티벌은 한국의 금속활자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동시에 더 크게는 사회, 문화와 과학 기술 전반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것, 과학이 무엇인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계획입니다. 강연만 하는 건 아니고요. 실제로 시연도 하고, 재미있는 실험도 해볼 예정이에요. 제가 『지식』에서 언급한 몇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강연이 끝난 후에는 이런 것들을 참석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 있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과학서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요. 워낙 큰 이야기고, 저자에게도 이 책이 큰 도전이었다는 말을 들으니 이런 형태의 책을 또 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지식』은 저의 세 번째 책입니다. 네 번째 책에 대해서는 이미 논의를 하고 자료 조사나 집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제 편집자가 말하기를, 이렇게 큰 주제에 관해서는 이제 썼다, 더 큰 것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 책을 쓰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쓰는 과정은 매 순간 무척 즐거웠습니다.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지식』이 큰 책인 것은 사실이죠. 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런 것을 다 담았으니까요.
문명 파괴 이후 생존자들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
이 책을 챙겨라.(웃음) 이 책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문명을 재건하는 데 있어 필요한 지식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요. 그러나 만약 모두가 이 책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 한 문장만을 줄 수 있다고 한다면 인류의 건강에 대한 내용을 전할 겁니다.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을 전하고 싶어요. 세균에 대한 지식을 전달할 것 같은데요. 왜 아픈지, 병이 왜 다른 사람에게 옮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지식을 말이죠. 왜냐하면 이것은 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현미경만 있어도 볼 수 있는 작은 생명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죠. 이런 내용을 전달해야할 겁니다. 그래야 아프지 않을 수 있고, 병을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예를 들어 물을 어떻게 정수해서 마셔야 하는지, 하수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이런 것들도 다 그것에 포함되는 내용이고요. 약도 그렇게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분야의 출발이 바로 이 시점인 것 같은데요. 역사에서 보면요. 1815년의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영제국의 심장이자 최대의 도시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밖에 안 된 시기임에도 그 시기의 사람들 역시 템즈강에 오수를 흘려보내고 그 물을 다시 마시곤 했어요. 그 때문에 장티푸스 같은 큰 유행병이 번지기도 했지요. 저라면 바로 이 지식을 생존자들에게 강조해 전할 겁니다.
지식식루이스 다트넬 저/강주헌 역 | 김영사
이 책에서는 사라진 문명이 남긴 쓰레기더미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을 찾아내 재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의식주에서부터 의학, 의약품, 전력, 운송, 커뮤니케이션 등 생존과 문명 재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지식과 과학 기술을 압축적이고 실용적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