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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지, 반도네온만 유명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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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보가 매체에 나가서 매번 해명하는데, 국내 유일도 최초도 아니다.”

 

최근 대중음악씬에서 '반도네온'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고상지. 그는 자신의 음악처럼 거침없고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반도네온 연주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작곡가, 프로듀서로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전방위 뮤지션이기도 하다.

 

2014년에 오리지널 창작곡으로만 이루어진 정규 앨범 < Maycgre 1.0 >을 발표한 후, 오래지 않은 시간을 보낸 후 탱고 명작 커버 앨범으로 돌아왔다. 트랙 리스트에는 주로 피아졸라의 곡이 올라가 있다. 앨범으로만 보면, 교향악단이 베토벤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작곡가에서 연주자로 스탠스를 바꾼 고상지와 그의 동반자인 두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피아니스트 최문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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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고상지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두 장의 앨범에 윤종수와 최문석이 모두 참여했다.


-고상지: 내 포지션은 연주자보다는 작곡가, 프로듀서 비중이 큰 것 같다. 내 음악에는 피아노가 필수고, 제일 먼저 작업을 하는 것도 피아노이기 때문에 처음에 문석과 함께 그 바탕을 의논한다. 그런 다음에 그 위에 연주를 쌓는 것이다. 2집은 특히 커버 앨범이니까 더욱 이 두 사람이 진가가 발휘되었다. 사실 고상지라고 앨범을 내긴 했는데 좀 미안했다. 두 사람한테는 “이거 너희 앨범이라고 말하고 다녀”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인지 한 블로거는 “이건 윤종수 앨범이다.” 이렇게 말하기도 하더라.

 

윤종수와 최문석의 역할이 고상지만큼 크다는 얘기인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고상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내가 평소에 스트링을 좋아한다. 연주자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조율하는 게 힘든 일이다. 스트링 파트에 주문하는 걸 종수가 맡아서 한다.


-윤종수: 한 마디로 리더다.(웃음)


-고상지: 문석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미디도 잘해서 일렉트로닉 쪽으로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밴드 형식으로 진행이 되는 건가.


-고상지: 사실 밴드로 활동하기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공연때 대타를 쓸 수가 없어서 밴드를 안 만들어 왔다. 현재는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대타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문석은 싱어송라이터로 자기 음악을 하고 있고, 종수도 여러 팀에서 연주를 한다.

 

이 구성의 멤버들과 함께하면서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고상지: 나는 주로 애니메이션 음악을 듣고 꿈을 키웠다. 그걸 바탕으로 작곡을 하고 어설프게 데모를 만들어서 그걸 문석에게 주면 자기 스타일로 바꿔준다. 그 과정을 오래 하다보니까 접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처음부터 최문석에게 적합한 곡을 주로 쓰게 되기도 한다.


-최문석: 다른 스타일이 모여서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한다. 고상지의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로서 이 사람들을 어떻게 쓰면 효과가 날까 생각해서 곡 작업을 진행한다.

 

1집과 달리 창작곡이 아니다. 커버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고상지: 이번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콘서트 때 자주 연주하던 레퍼토리다. 그런데 공연 와주신 분들 중에 CD로 듣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해볼까“ 한 거다. 그런데 막상 스튜디오 작업에 들어가니까 시작에 비해서 스케일이 커졌다. 이 정도의 시간과 열정을 쏟았는데 이걸 2집이라고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1집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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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지


여러 탱고 음악가 중에서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곡을 연주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상지: 라이브 콘서트를 하다보면 확실히 피아졸라의 곡을 연주했을 때 관객들이 좋아하는 게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걸 녹음한 것뿐이지, 피아졸라가 뮤지션들 중에 특히 더 좋아서 한 건 아니었다.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선곡을 직접 했는데, 다 콘서트 때 했던 곡들이다.

 

'Bordel 1900'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악기 컨트롤이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


-고상지: 다른 곡은 철저히 편곡을 한 반면, 이 곡은 즉흥적이었다. 기타랑 피아노랑 같이 셋이서 멜로디랑 코드만 써주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 한 번 연주를 하고, “수고했어, 안녕” 하고 헤어졌는데, 집에 들어가서 들어보니 괜찮더라. 그걸 정돈해서 스튜디오 녹음에 들어갔다. 순수하게, 고민 없이 작업했다.

 

서로의 연주에 대해 할 얘기가 더 있을 것 같다. 문석의 피아노에 대해 인상적인 부분은?


-고상지: 'Adios Nonino'라는 트랙이 있다. 그때 컨디션이 좀 우울했다.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거 같다. 터치나 흐름에 있어 만족스럽다. 사실 피아졸라의 유명한 피아노 솔로가 있지만, 또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꿔서 연주한다. 문석이 그 도입을 잘해줬다. 'Chin Chin'이라는 곡에서도 즉흥 연주로 재지하게 한 부분이 있는데 문석이 멋있게 역할을 다해줫다.

 

그렇다면 종수의 연주는 어땠는가.


-고상지: 두루두루 멋있다.(웃음) 정말 간단한 멜로디도 선율적으로 표현을 한다.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그 단선율을 소화하는 느낌이다. 리듬감도 좋고. 이번 앨범에서는 바이올린을 퍼커션 기능으로 쓴 구간이 기억난다.


-최문석: 탱고 바이올린만의 특징이 있는데, 그걸 잘 살린다.

 

레코딩때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고상지: 정말 고생한 분들이 계신다. 신대섭 엔지니어는 레코딩을 받아준 사람이고, 믹스를 해준 사람은 지승남 씨다. 소리를 빵빵하게 만들어준 사람은 지승남 씨, 그리고 지승남 씨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그 이전 작업을 받아준 사람이 신대섭 씨다. 이 악기, 이 장르의 믹싱을 한국에서는 많이 안 한다. 한국에서는 흔한 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난해하고, 레퍼런스도 다 옛날 거다. 녹음을 하면서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를 정도로 시행착오를 거쳤다. 1년 내내 엔지니어님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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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수


앨범을 만들면서 힘든 점이 또 있었다면.


-고상지: 어쨌든 남의 곡을 연주하니까 자신만의 프레이즈와 다이나믹을 만드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거장들을 따라하지 않고 우리만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윤종수: 한 곡을 녹음하려고 하면 유튜브에 있는 그 곡에 관련된 모든 바이올린 영상을 다 찾아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어떻게든 더 좋은 나만의 뭔가를 하려고 노력한 거다. 부담이 많이 됐다. 너무 유명해서.

 

본인이 만든 차별점은 어떤 건가.


-윤종수: 일단 탱고라는 음악 자체가 클래식하긴 한데, 그러면서도 라인에 연주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게 있다. 완전한 클래식도 아니고, 완전한 재즈도 아닌 거다. 대가의 발끝에도 못 미치긴 하지만, 그래도 '윤종수가 연주한 리베르탱고'라고 말할 수 있게끔 발버둥을 쳤다.


-최문석: 나는 전공이 피아노가 아니고 작곡이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거 같다. 다이나믹이나 템포 같은 것도. 앨범에 들어간 곡들은 정말 많이 들었다. 이걸 틀어놓고 연주하면 똑같이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간 상태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했다. 내 터치가 특이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고려해서 작업했다.


-고상지: 피아졸라가 재즈 피아니스트들을 많이 좋아해서 즉흥적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이미 재즈적인 요소나 펑키함이 남아있는데, 문석이는 리듬에 있어서 그게 더 많았다.

 

윤종수는 클래식 연주자로서 탱고를 접하면서 힘들진 않았는지.


-윤종수: 탱고를 아예 몰랐다. 설명이 추상적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음악, 흔히 제3세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직접 가서 유학을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유튜브로 공부를 한다. '바호폰도 탱고 클럽'이 내한했을 때는 대기실 가서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너무 궁금하니까.

 

1집에 'Ataque'(아타케)란 곡이 있는데, 이번 앨범 제목은 아예 <Ataque Del Tango>다. 표면적인 뜻은 '공격'인데, 이 말이 탱고 음악에서 쓰이는 용어라는 글을 봤다. 그런데 검색을 해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라.


-고상지: 아르헨티나에서의 탱고 음악 교육은 한국처럼 교과서가 있는 게 아니다. 구전이고, 들려주고 따라하는 거다. 이론서가 없으니까 검색해봤자 안 나올 거다. 아타케는 '공격'보다는 '어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잽 같은 느낌. 연주할 때 쓰이는 건데, 힘이 아니라 '압력'을 가하는 부분이 있다. 행주 짜듯이.

 

다음 앨범에는 반도네온이 없는 곡도 있을 듯하다고 들었다.


-고상지: 애초에 반도네온을 접하게 된 것도 어머니가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우연히 선물로 받게 된 거였다. 오히려 피아노로 곡 쓰는 걸 너무 좋아해서 대학교 때 취미로 계속 했을 만큼 반도네온보다는 피아노랑 오랫동안 친했다. 물론 반도네온을 미워한다는 건 아니지만, 내 스스로 연주자로서 솔직히 “반도네온이 나의 영혼이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다. 단지 다룰 줄 아는 악기고, 내가 실컷 부려먹을 수 있는 악기일 뿐이다.


-윤종수: 상지의 이야기는 프로듀서의 입장으로서 가능성을 열어놓는 말이다. 필요에 따라 반도네온을 안 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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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석


보컬 있는 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가.


-고상지: 그런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쉽지 않다. 아는 만큼 나오는 거 같다. 예를 들어, 피아노는 내가 해봤기 때문에 뭐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알고 요구할 수 있는데, 드럼 같은 건 혼자 할 수 없다. 보컬은 내가 가진 레인지가 좁아서 힘들다. 그래도 꾸역꾸역 하고 있기는 하다.

 

3집에서 기대해볼 수 있는지?


-고상지: 안 된다.(웃음) 안 그래도 지금 보컬을 편집하다 와서 굉장히 힘들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고상지: 써놓은 곡은 많은데, 3집 녹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 장르에 대한 것보다는,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는지 하는 생각. 어쨌든 내년에는 무조건 나온다. 목표는 올해 겨울. 구성은 이미 다 나왔다. 전사가 모험을 떠나는 콘셉트다. 눈밭을 걸어가는 풍경을 상상하고 있다. 또, 영화음악이나 드라마 음악을 해보고 싶기도 한데, 연주곡이랑 OST는 조금 다른 길인 거 같다. 여러 고민이 있다.

 

윤종수와 최문석의 솔로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윤종수: 일단 나는 사랑 노래를 써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잘 모르겠다. 세상에 넘치지 않나. 내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쓰시고 있으니까. 나는 항상 남들이랑 뭔가 다르게 하고 싶다.


-최문석: 싱어송라이터로, 발라드 위주의 음악을 하고 있다. 90년대 감성이 가미되어 있는 그런 음악. 가장 최근에 낸 곡이 '말해줘'다. 임헌일 씨가 편곡을 해주셔서 메이트(Mate) 같은 느낌도 약간 있는 듯하다. 사실 나는 음악에 꼭 사랑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랑 노래로 계속 활동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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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인생곡'이 있다면?


-윤종수: 최근에 잘 듣고 있는 음반은 바이올리니스트 마크 오코너(Mark O'Connor)를 필두로 Chris Thiles, Frank Vignola, Bryan Sutton, Jon Burr, Byron House가 함께한 <Jam Session>이다. 많은 장르를 연주하다보니까 그 장르별로 노력을 해야 되고, 특정 장르에 굉장히 집중하는 시기가 있는데, 요새는 재즈에 몰입하고 있다. 여러 연주자들의 플레이를 듣지만, 결국에는 처음에 아주 잘한다고 생각했던 마크 오코너로 돌아온다. 다시 들어도 역시 최고인 거 같다.


-고상지: '사기스 시로'가 작곡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이하:나디아) 음악은 평생을 함께 해온 음악이다. 그중 싸울 때 나오는 음악이 있는데, 그 노래가 < 에반게리온 Q >에도 쓰였더라. 순간적으로 “뭐야!” 이랬는데, 편곡적으로 업그레이드 돼서 나왔다. <나디아>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야 하나. 제목은 「Gods message」, 신의 말씀이다. 또, <헌터X헌터>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에 나온 「포식자의 킹덤」이라는 곡도 좋아한다. 들었을 때 영혼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 개미왕이 나올 때 들리는 음악인데, 개미왕뿐만이 아니라 그 시즌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최문석: 김동률 씨의 「Replay」. 감정이 너무 좋다. 가사도 그렇고, 표현 방식이 나의 워너비다.


진행 : 김반야, 홍은솔
정리 : 홍은솔
사진 :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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