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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요리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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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힐링, 내 인생의 행운, 마음의 치유, 끊이지 않는 웃음 소리.” 연희동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6개월부터 10여 년간 다닌 수강생의 후기에서 나오는 단어들이다. “요리가 늘었어요, 좋은 레시피가 많아요”라는 평범한 후기는 찾기 어렵다. SNS에서는 잘 검색되지 않는, 입소문으로 찾아가야 하는 이 요리교실의 수강생이 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대기자가 이렇게 많을까. 최근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 교실』을 펴낸 나카가와 히데코 선생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툭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데도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자연스러움보다 더 아름다운 분위기가 있을까? 이 요리교실에 따라붙는 극찬의 이유를 순간적으로 파악했다.

 

나카가와 히데코는 프랑스 요리 셰프인 아버지와 플로리스트인 어머니 곁에서 자연스럽게 요리, 꽃꽂이, 테이블 세팅을 배웠다. 아버지가 서독의 일본 대사관 전속 요리장으로 파견되면서 6살 때, 서독으로 이주했다. 부모님은 그에게 요리의 길을 권했지만 대학에서 언어학, 국제관계론을 공부했고 독일, 스페인, 한국에서 기자와 번역가로 활동했다. 이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후 결국 요리의 세계로 돌아왔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3년간 한국 요리를 배웠고 1994년부터 한국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다.

 

‘레브쿠헨’은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때 장식으로 쓰는 진저브레드다. 진저브레드는 히데코에게 처음으로 ‘세상에 다양한 맛과 향이 존재한다는’는 것을 알려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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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코, 입이 행복한 요리교실


다섯 번째 책입니다. 기다린 독자들이 많더라고요.

 

기획부터 시작하면 4년 정도 걸렸어요. 중간에 테마를 여러 번 바꿨죠. 출판사와 계약했을 때는 가제가 ‘부엌의 기본, 살림의 기본’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좀 풀고 후속으로는 부엌이든 살림이든 조금 세세하게 써볼 생각이었는데요. 대표님이 “요리 교실을 한 번 제대로 이야기해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책 카피가 “지중해, 일본, 한국 요리가 한 식탁에서 어우러지는 레시피와 이야기”입니다. 에세이 같기도 하고, 요리책 같기도 한 독특한 책이에요.


책을 내면서 출판사와도 어떤 분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을 좀 했어요. 이번 책이 저는 너무 만족스러웠는데요. 우선 지금까지 낸 책과 달리 양장본이라서 좋았고, 주위 요리 선생님들께 책을 선물했더니 재료나 식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자기 책이 가장 좋은 법이잖아요.

 

프롤로그부터 편집이 유달라요. 읽는 재미가 있어요. 사진도 좋고요.


실은 작년에 찍은 사진이에요. 시간이 좀 지난 사진이니까 어떻게 보일까 걱정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오래 걸린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구르메 레브쿠헨’이 도대체 어떤 공간인가 몹시 궁금해집니다. 매달 수강생이 150여 명인데 대기자도 딱 그만큼 이라고요.


지금은 대기자가 100명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대기자 명단을 정리할 때마다 너무 죄송스러워요. 수강생 인원이 비면, 대기자 명단에 있는 분께 선착순으로 연락을 드리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중간에 사정이 생기신 분도 있고 그래요. 꼭 듣고 싶다고 따로 메일을 보내시거나 사연이 있으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이름을 기억해놓고 있어요. 멤버를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죠.

 

5개월 과정인가요?


네, 기본적으로 한 달에 1회로 진행하는데요. 수업을 두 개 들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기본반, 심화반으로 나누지 않고, 계절 따라 식재료 따라 운영하고 있어요. 가을, 겨울에는 콩 요리도 많이 하고, 스페인 요리 같은 경우는 하다 보면 1년 과정이 되기도 해요. 한 번 수업할 때 9명 정도 수강생이 참석해요. 지금 수업반이 스무 개 정도인데요. 늘리면 제가 너무 힘들어서 조절하려고 해요. 하루에 한 번 하는 날이 있고, 오전반과 저녁반이 있는 날이 있어요. 오전반 경우에는 10시 반 정도에 수업을 시작해서 음식을 만들고, 같이 식사하고 나면 1시 반쯤 돼요. 영화 레시피 수업이 있는 날이면, 사전에 영화를 각자 보고 온 다음에 요리를 해요.

 

작은 요리교실이 많이 생겼지만, 아직 TV 드라마에 나오는 요리교실을 상상하게 돼요. 보통 어떤 분들이 수강하시나요?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 구분이 따로 없어요. 오전반은 거의 주부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은 “옛날에 했던 음식들 다 까먹어서, 할아버지랑 단둘이 사는데 재미없으니까 온다”는 이야기도 하세요. 저녁반은 직장인, 주부, 남자들도 오세요.

 

‘구르메 레브쿠헨’은 요리를 배운다는 개념보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몰라요. 예전보다 수강생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10명을 넘진 않거든요. 하루에 3,4시간 함께하는데 요리 이야기만 할 수 없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돼요. 요리를 마친 후에는 설거지도 같이 해요. 설거지를 하기 싫어하거나 번거로워 하는 분이 간혹 계시는데, 그런 경우는 오랫동안 다니시진 않더라고요.

 

요리교실이 생긴지 올해로 8년이 됐어요. 열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하자”라고 결심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한국에서 일본어 강사를 하고 번역을 하면서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이태원의 요리 교실에 다녔어요. 한 달에 한 번 그 분의 집에서 배웠는데요. 지금 ‘구르메 레브쿠헨’ 시스템을 그 곳에서 배웠어요. 음식을 같이 만들고 예쁘게 세팅해서 남산에 가서 먹었거든요. 그 때만해도 재밌고 좋다는 생각만 했지, 요리교실을 열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왔고 지인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다가, 케이터링을 부탁 받았어요. 요리를 가르쳐달라는 분들이 있어 일본 분을 대상으로 시작했고요. 그렇게 한 두 명씩 입소문이 나서 지금까지 왔어요.

 

딱히 요리교실를 홍보하는 활동을 하지 않아요. 수강생이었던 한 블로거의 글을 보니, 많이 알려지길 싫어하신다고요.


대기자 분들이 많으니까요. 미안해서 명단을 보기도 싫은 걸요. 사실 지난주 수요일에 수업이 없어서, 홍대에 한 공간을 빌렸어요. 메뉴 개발을 해준 회사와 함께 가격을 좀 낮추고 여러 사람이 올 수 있도록 클래스를 열었는데 신청자 수가 4명밖에 없더라고요. 아,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구나 싶었어요. ‘구르메 레브쿠헨’에서 소규모로 함께 즐기고 싶은 거지, 단순히 요리를 배우고 싶으신 건 아니라는 걸 절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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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 편한 사람들과 스키야키 파티를 즐긴다

 

치우는 것까지의 과정이 음식에 대한 예의


2011년에 『셰프의 딸』이라는 책도 내셨어요. 아버지께서 프랑스 요리 셰프셨고, 딸이 요리의 길을 가길 바라셨다고요. 하지만 대학에서 언어학, 국제관계론을 공부한 후, 기자와 번역가로 활동하셨어요. 요리를 공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했기 때문에 오히려 싫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사춘기를 좀 길게 겪었어요.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진로에 대해 고민했는데, 플로리스트였던 어머니도 제가 일본여자영양대학에 들어가길 바라셨지만 저는 너무 싫었어요. 재미를 전혀 못 느꼈으니까요. 또 음식업을 하다 보면 주말에도 일해야 하잖아요. 주말에 놀지 못하는 게 싫었죠. 먹을 걸 좋아했고 일찍 유학을 했기 때문에 외국을 다니면서 레시피를 모으긴 했지만, 요리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 생활을 한 지 20년인데요. 10년 정도 일어 강사를 하면서 번역 일을 했어요. 번역을 했던 게 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번역을 안 했더라면 문장을 쓰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궁중음식연구원에서 3년간 공부한 최초의 일본인 수강생이셨는데요. 좀 더 일찍 요리를 전문적으로 공부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는 없나요?


일본에서 계속 살았다면 그럴 지도 몰라요. 뭔가 기술을 더 배웠겠죠. 그런데 주방은 춥잖아요. 아무리 열로 요리를 해도 바닥은 차가워요. 저는 차가운 게 싫더라고요. 일본에 있었더라면 요리를 했을지 모르지만, 언제까지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몸이 못 따라가면 못하는 거니까요.

 

요리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 레시피를 인쇄해서 주신다고 들었어요. 혹여 이 메뉴를 갖고 식당을 여는 수강생은 없었나요?


알기로는 없어요. 하지만 레시피를 인쇄했으면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해요. 요리교실에서 사진을 바로 찍지 말라고 말씀 드리는 건, 수강료를 내고 오는 다른 수강생들에 대한 배려예요. 블로그에서 다 볼 수 있다면, 직접 수강료를 지불하고 들으시는 분들에게 실례니까요.

 

연령대가 다양하니 그룹마다 색깔이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요리만 배우는 수업이 아니니까 서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딱딱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고요.


결국 관계인 것 같아요. 요리를 못 가르친다, 레시피가 맛이 없다 그런 것보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크죠. 저는 직설적인 편이라 조금 생각한 후에 말씀 드려요. 그런데 요즘은 수강생 분들이 제가 말하기 전에 먼저 말씀해주세요. 우리가 설거지를 하는 게 규칙으로 정해져 있진 않아요. 하지만 요리를 하고 치우는 것까지의 과정이 음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식기세척기를 쓰고 직원을 한 명 둘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죠. 시간이 좀 여유로운 분들한테는 수업 시작 전에 와서 재료 손질을 같이 하자고 해요. 우엉, 연근, 마 이런 건 젊은 세대들이 잘 몰라요. 같이 손질하면서 재료의 특성도 알려주면 도움이 되죠.

 

어떤 수강생들이 오면 좋나요?


그런 건 없어요. “음식을 배우러 왜 여기까지 오시냐?”고 물으면, 그 분이 어떻게 생활할 지가 보여요. 평소에 식재료나 음식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식당을 열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받았죠. 그런데 식당을 하면 주말에도 일해야 하잖아요. (웃음) 한국은 음식점을 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셰프들이 일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레스토랑 컨설팅은 딱 한 번 했어요.

 

프롤로그 글이 기억에 남아요. 한 지인으로부터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집으로 불러 접대하는 것도 재능이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정말 그래요. 쉬운 일 아니에요. 평일 내내 요리교실을 열고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주말에는 요리를 하기 싫을 것 같은데요.


싫을 때가 있죠. 그래도 아직 전 사람을 초대하는 일이 좋아요. (웃음)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비큐 파티를 겨울에는 전골 파티를 자주 열어요. 남편의 업무에 관계된 사람들도 초대하고 때로는 친구 한 명, 부부 동반으로 모일 때도 있죠. 적은 인원이 모일 때는 고급 재료를 쓰되 손쉬운 요리로 메뉴를 구성하는 게 제 원칙이에요. 진심을 담았다면 좋은 소고기로 끓인 소고기국도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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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만들어 먹는 즉석 초밥 '데마키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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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 레시피로 만든 차슈와 겉절이식 샐러드

 

가족 모임에서 주로 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가족들이 모일 때는 어디까지나 부담이 없는 메뉴가 좋아요. 저마다 자신 있는 요리를 가져오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건 어른들의 취향을 배려하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정해야 하는 점이죠. 너무 아이들 위주로만 생각하면 어른들이 먹을 게 없어요. 책에 소개한 메뉴는 아이들을 위한 라자냐, 소금에 절인 연어알과 생선회를 듬뿍 올린 지라시즈시, 차슈, 일본식 달걀찜과 스페인풍 오징어 샐러드 등이에요. 저는 꼭 집에서 요리를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샐러드나 한 두 가지 요리만 직접 하고, 동네에 맛있는 중국요리점이 있다면 오향장육을 포장해 와서 예쁜 그릇에 담으면, 좋은 메뉴 구성을 할 수 있어요.

 

책에서 ‘즉석 초밥’ 레시피를 보았는데, 간단하면서 맛있어 보였어요.


많은 분이 좋아하는 메뉴예요. 노량진 수산시장에 단골 생선가게가 있거든요. 전화해서 도미, 광어 등을 자르지 말고 토막으로 손질해달라고 하면 돼요. 두툼하게 썰어서 아보카도 크림 소스, 오이, 깻잎, 생각, 무순, 스시메시와 와사비 등을 각자 취향에 따라 골라 네모난 김 위에 올려 먹는데, 일본어로는 ‘데마키즈시’라고 해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각자 요리 한두 가지를 가져와 함께 즐기는 파티)를 할 때, 알아두면 좋을 팁도 유용했습니다.


포트럭 파티는 친구들끼리 하는 파티에 가장 적합하고 손쉬운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장소를 제공하는 주인이 모든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없으니까요. 파티 음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려운 요리, 비싼 재료를 사용한 요리여야 한다는 선입관은 버리면 좋겠어요. 가져갈 음식에 몇 가지 조건을 정한다면, 미리 손질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맛있는 것, 국물이 생기지 않는 것, 옮기기 편한 것이 좋아요. 새로 문을 연 제과점의 빵 등 화제의 맛집 음식이나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도 좋고요. 중요한 건, 친구들 또는 허물없는 사이끼리만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친밀하지 않은 사람들과 포트럭 파티를 하면, 음식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수강생들한테 특히 인기가 좋은 레시피는 무엇인가요?


차슈도 좋아하시고 샐러드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책에도 몇 가지 소개했는데요. 집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으니까 좋아하세요. 쑥갓 대파 샐러드나 스페인풍 오징어 샐러드 같은 경우는 재료도 정말 간단해요. 쑥갓 대파 샐러드는 쑥갓이랑 대파를 잘 손질해서 간장, 식초, 참기름만 넣어 드레싱을 만들고 참깨만 뿌려주면 끝이에요.

 

책 마지막 쪽에 수강생들의 축하 한 마디가 실렸어요. 한 수강생은 “히데코의 요리 교실은 연희동의 킨포크”라고 쓰셨더라고요.


(웃음) 지금은 킨포크라는 옛날 말이 된 것 같은데요. 그냥 예전부터 제 스타일이 그랬던 거니까요.

 

두 아들은 엄마의 음식을 좋아하나요?


빠에야는 지겹다고 하고요. 새로운 메뉴를 해주면 좋아해요. 요리교실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집에 오면, 먹어 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안 먹어요. 그동안 많이 먹어서 질렸나 봐요. 이제는 제 요리를 비평하는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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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중함


요즘은 혼밥 시대잖아요. 가족들이 밥을 함께 먹는 일도 드물고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평일에 힘들게 일하니 주말에는 그냥 쉬고 싶죠. 그 마음 뭔지 알아요. 저는 마트에 갈 때마다 사람들의 바구니를 봐요. 냉동식품, 가공식품을 한 가득 담은 바구니를 보면, 좀 안타깝긴 해요. 우선 건강이 안 좋아지고, 아이들의 경우 미각도 발달하기 힘들어요. 한식은 양념이 많이 들어가서 번거롭다고 하지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음식도 많아요. 우리 요리교실에서 수강생들이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차슈’는 정말 간단해요. 라멘 가게에서는 대부분 차슈를 라멘 위에 올리는데요. 차슈와 새싹 채소로 만든 겉절이식 샐러드를 함께 먹으면 간단하면서 맛있어요.

 

한풀 꺾었지만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습니다. 종종 보시나요?


찾아서는 안 보지만 가끔 보긴 해요. 여러 의견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그래도 집에서 요리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영향인 것 같아요.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문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인 거죠. 재미도 중요하지만 식재료 문제도 잘 다뤄졌으면 좋겠어요.

 

TV 출연 요청도 꽤 받지 않았나요?


몇 개 있었어요. 작가 분이 사전 미팅을 하러 오시는데, 제가 방송 취지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그 이후에는 연락이 없죠. 방송은 뚜렷한 목적이나 말하고자 하는 입장이 있잖아요. 예전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는 출연한 적 있어요. 제 첫 번째 책을 보고 작가 분이 찾아 오셨는데요. 슬로우 프드에 관한 테마였는데 제가 강조하는 부분과 뜻이 잘 맞았죠.

 

“다양한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추억인지를 새삼 깨달았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됐어요. 뭘 먹더라도 어울려서 먹으면 맛있듯이, 아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요.


굉장히 즐겁죠. 5년 전까지는 어린이 요리교실도 했어요. 초등학생 상대로 방학 때 진행했는데 엄마들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대개 엄마들도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 많은데, 저는 엄마들은 다 가시라고 했어요. 엄마가 있으면 엄마가 다하거든요. 아이들이 직접 칼질도 가위질도 해봐야 요리를 재밌어 해요. 언젠가는 성인 요리교실에 대학생 딸과 온 엄마가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위험하거나 어려운 과정이 있으면 하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아, 엄마랑 오면 안 되는 구나를 알았죠. (웃음)

 

아무래도 먹거리, 요리,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독자가 이 책을 볼 텐데요. 저자로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상 차리기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테마가 있으면, 잘 맞는 요리 한 두 개만 하고 고기를 구워 먹어도 되거든요. 절대 한꺼번에 요리를 여러 가지 할 생각을 안 했으면 해요. 제가 10년 동안 요리교실을 하는 게,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에요.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리,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 요리 자체에 대한 도전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바람에서 요리교실을 하고 있어요.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 교실나카가와 히데코 저 | 이봄
연희동, 그곳에는 은근하게 뜨거운 요리 교실이 있다. 23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 나카가와 히데코의 ‘구르메 레브쿠헨’이다. 매달 찾아오는 수강생만 150명, 일명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 교실’이라 불리는 이곳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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