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가정, 인간관계에서 지칠 때, 하는 일에 흥미와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우리는 인생이 한 번에 변할 전환점을 기다린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 때, 예전에 살던 모습과 딴판으로 변화한 사람을 볼 때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운석에 꽝 하고 맞은 것처럼 특별한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절한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멈춤』은 먼저 ‘하던 것을 멈추’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저자 박승오, 홍승완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만나 오랫동안 ‘인생의 전환기’라는 주제를 연구했다. 예술이나 학문,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전환기를 겪은 18명의 사례를 정리하고 저자가 실제 겪은 전환기의 체험을 솔직하게 적었다. 수녀원의 삶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카렌 암스트롱, 직장인이었다가 1인 기업가가 된 구본형 등 평범한 사람들, 혹은 자신과 맞지 않은 길을 가던 사람들이 어떻게 전환기를 거쳐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왔는지를 밝힌다.
혼자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내용
집필하는 데 꽤 오래 걸리셨을 것 같아요. 분량 자체가 많아요.
박승오 기획까지 하면 거의 2년 가까이 썼어요.
홍승완 출판사 다섯 곳에 제안했는데 그중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일 먼저 연락이 온 게 열린책들이었죠.
기존의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오던 책과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박승오 저희도 많이 의외였어요. 열린책들은 주로 번역서를 많이 내니까요. 좋아하는 출판사라는 이유로 별 기대 안하고 제안했었거든요.
홍승완 실제 독자 투고를 받아서 책으로 나온 게 출판사에서 거의 없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꿈이 없어도 괜찮아』, 『시계를 멈추고 나침반을 보라』등 예전에도 공저 작업을 하셨어요.
박승오 저희 둘이 작업한 세 번째 책이에요. 2월에 책이 하나 더 나오는데 그것도 공저로 작업할 거예요.
일을 같이하면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합이 잘 맞으셨던 건가요?
박승오 처음부터 잘 맞은 건 아니지만 가치관이 맞았어요. 성격은 또 아주 달라요. 예전에는 승완이 형이 외향적인 사람이었고,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었죠.
홍승완 재능은 상호보완적이었어요. 방점이 어디 찍혀있나에 따라 다른데, 콘셉트나 목차를 잡을 때 서로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승오 목소리가 많이 들어가요. 그 안에서 어떤 사례를 쓰고 가독성을 높이는 방법, 제목 등은 제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혼자 책을 쓰기보다 둘이 쓰는 데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박승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게 공저를 하면 n분의 1로 노력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작업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공저자 간의 톤 세팅이라든지, 생각이 안 맞는 부분을 조율하는 게 힘들어요. 쉽게 책을 쓰려고 같이 쓰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이어서 혼자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책이 나오겠다 싶으면 공저를 하죠.
홍승완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공저가 혼자 쓰는 것보다 어렵지는 않은데 복잡해요. 둘이 한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도 조율해야 하고요.
글을 쓰는 방식이 ‘나’를 주어로 하고 괄호로 이름이 들어가요. ‘나’가 두 명인 셈인데요.
박승오 평범했던 사람이 비범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책이었거든요. 독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책에 나온 사람들은 비범한 위인이고 자신과는 뼛속부터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랑은 다르다는 상반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이 간극을 메꿔 주는 다리로 저희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희는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전환기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환기는 존재가 우선하는 시기
‘전환점이 아니라 전환기’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극명한 사건보다는 특정 기간이 사람을 더 바꿔준다고 하셨는데요.
박승오 하나의 사건에 의해 사람이 바뀐다면 비슷한 사건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바뀌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간디가 인종차별 때문에 일등석 표를 가지고도 삼등석 칸으로 밀려난 수모를 겪고 변화가 시작되는데, 그 당시 비슷한 수모를 당한 사람은 엄청 많았을 거란 말이죠. 간디는 전환점으로서의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의미에 대해 곱씹고 반추하면서 자기 삶의 목소리를 듣는 기간을 통해 바뀐 거예요. 그렇게 놓고 보니, 많은 인물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바뀌어야겠다는 마음이 촉발되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공통적인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사람마다 인생의 전환기가 다 다르잖아요.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부터가 내 변환기의 시작인지 궁금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홍승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일단 사건이 자기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임사 체험 같은 커다란 사건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 사건이 자신을 바꿔요. 하지만 그런 케이스보다는 대부분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그 사람이 마음이나 태도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그 사건과 공명하면서 사건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고민을 시작하게 돼요.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하나? 이 스승 밑으로 들어가야 하나? 어떤 일이든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 순간 소명이나 부름이 오는 걸 보통 사람들도 대부분 알아채요. 중요한 건 그 순간 결단을 내리고 모험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생계의 이유나 가족의 이유 등으로 못 떠나느냐. 그 차이가 있죠.
박승오 방법 중 하나가 최근에 겪었던 사건을 곱씹어 보는 건데요. 저희는 삶의 계기를 네 가지로 구분해 봤어요. 첫 번째는 익숙한 장소나 사람으로부터 분리된 경우예요. 이민을 갔다거나 친한 사람이 돌아가셨다거나 하는 사건이 있겠죠. 두 번째는 기존의 역할을 잃어버렸을 때도 해당돼요. 팀장이었는데 파면됐다거나, 자녀가 독립해서 부모 역할이 없어진 경우도 있겠죠. 세 번째는 우상에 대해 환상이 깨지는 경우예요. 존경하는 사람의 부패한 모습을 보았다거나 했을 때요. 마지막이 방향감각을 잃어버렸을 때예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목표를 성취했는데 막상 보니까 내가 원하던 게 아닌 거죠. 그런 경우들을 1,2 년 내에 겪었다면 한 번쯤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거죠. 이 사건이 그저 불운한 사건이 아니라 삶의 전환기가 시작됐다는 걸 알려주는 삶의 메시지일 수 있다는 거예요.
유사전환 이야기도 하셨어요. 전환인데 전환이 아닌 경우도 있나요?
박승오 전환기의 핵심 단어는 실험과 성찰이에요. 성취, 속도, 효율성은 전환기와는 거리가 있어요. 책에도 비유를 들었지만 비료는 금비와 퇴비가 있죠. 금비는 화학 비료고 퇴비는 자연적으로 썩힌 비료인데, 효율성으로 따지만 화학 비료가 훨씬 빠르고 효과적일 거예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쓰면 땅을 훼손시키잖아요. 한 번쯤은 느리고 멈추더라도 퇴비를 써서 땅을 회복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속도나 성취감에 어울리는 걸 유사 전환이라고 표현했어요.
홍승완 다른 비유를 써 보자면 전환기는 시추의 기간이에요.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 10년의 법칙, 심층 훈련 등으로 불리는 직업적 전문성은 한 군데 정해서 깊게 파서 이루어지는데, 파기 전에 어딜 파야 할 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인생이 땅이라면 어느 정도 넓게 파 보다가 공유하는 지점을 만나게 되면 직업적 수련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넓게 파는 게 전환기에 이루어진다는 거죠.
땅이 남아나질 않겠네요. (웃음)
박승오 그래서 내면에 집중해야 해요. 내면의 나침반을 잘 보고 공명하는 지점을 파 보고, 아니라면 다른 데를 파 보고요. 그러면 땅이 좀 온전하겠죠. (웃음)
홍승완 내면의 방향성과 외면의 방향성이 다를 수 있는데, 외면의 방향성이라면 직업이나 관계를 생각할 테고, 내면이라면 소명이나 자기 가치관, 믿음이 바뀌는 걸 거예요. 믿음이 바뀌는 것도 큰 영향이거든요. 의사결정의 기준이 달라지는 거니까요.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결국 걸리는 게 밥벌이잖아요. 전환기는 ‘존재가 우선해야 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금전적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홍승완 당연히 밥벌이는 힘들죠.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전환기를 보낸다고 모두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사람마다 달라요. 직업을 가지고 전환기를 거칠 수도 있어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이 선택해서 월든 호수에 들어가 전환기를 보냈는데, 원하지 않아도 세상과 은둔하게 되는 케이스도 있어요. 중요한 건 전환한다고 해서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거나 가족을 버려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가족 분들은 전환기를 보내겠다고 하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박승오 결혼하고 나서 두 번의 전환기를 거쳤는데, 다행인 건 아내가 가치관에 동의해 다니던 회사에 휴직 신청을 했어요. 회사에서 욕은 많이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 밑에서 일하던 친구도 저 때문에 힘들었다고 욕하다가 나중에 찾아와서 부러웠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찾아보면 그런 식으로 가족의 동의를 얻거나, 아예 굶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전환이나 성찰을 모색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폴 고갱도 직업을 유지하면서 그림을 그렸고요. 가능하면 그런 방법으로 안전하게 연착하는 게 제일 낫죠.
홍승완 삶의 흐름이나 운명이 그렇게 안 가기도 해요. 저는 전환기에 들어간 외부적 계기가 직장 생활 번아웃이었어요. 직장 다니면서 책을 세 권씩 쓰다 보니 다 소진된 거죠. 그렇게 5년을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인생 계획이나 목표를 세울 수는 있지만, 인생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열려 있게 됐어요.
자기를 넘어서는 의미
책을 읽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제안해 주셨어요. 꼭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고요.
박승오 책도 두껍고, 인물들도 대단해 보이잖아요. 대단한 사람과 평범한 우리 사이를 잇는 게 이 책의 목적이었으니, 발췌해서 읽어도 괜찮아요. 전환에 쓰이는 아홉 가지 도구를 나열했지만 그 아홉 가지를 모두 써서 전환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대개 한두 가지, 많아야 세 가지를 시도했으니 부담 가지지 마시고 선택해서 읽으셔도 돼요. 중요한 건 적용이죠.
전환은 ‘경험의 크기가 아니라 깨달음의 크기’라는 말이 있는데, 그럼 어떤 경험이든 깨달음을 크게 얻으면 되는 건가요?
홍승완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상징적 사건이에요. 남들이 봤을 때의 강한 사건이 아니라 본인에게 강한 감정을 주는 사건이어야 해요. 예를 들어 저는 꿈을 하나 꿨는데, 그 꿈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거든요. 제가 꿈을 분석한다거나 점을 보는 사람도 아닌데 너무 강렬해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본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는 사건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사건들은 생각보다 자주 와요. 우리가 복권 당첨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인생에 중요한 의미를 주는 사건을 기다리는데, 그 사건이 무수히 오는데 사건에 대해 성찰하지 않거든요.
박승오 극명한 사례가 제 경험인 것 같아요. 3일 동안 녹내장 때문에 실명해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당시 의사들이 6개월은 실명 상태로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저한테는 큰 사건이었단 말이죠. 하지만 이 사건이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깨닫기까지 3년 반이 걸렸어요. 아무리 사건의 크기가 크더라도 스스로 의미를 파악해보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능력이 안 되면 그냥 지나가는 사건에 불과해요. 사건 자체나 크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건을 어떻게 곱씹는가가 중요한 거죠. 크든 작든 삶이 분명히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요.
전환기를 거쳤다고 생각되는 18명의 사례를 들어주셨어요. 사례를 뽑은 기준이 있나요?
박승오 날 때부터 천재였던 사람은 일단 배제했어요. 모차르트나 피카소, 아인슈타인,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거든요. 그런 사람들 말고 평범했지만 삶의 어떤 지점에서 도약한 사람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뽑았어요.
홍승완 저와 승오가 이제까지 공부했던 사람들을 쭉 뽑아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본 거죠. 전환기가 뚜렷한지, 평범함에서 비범한 인생으로 변화했는지 등이요. 모든 사람이 다 전환기를 거쳐야지만 위대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자연법칙이라기보다는 전환기가 맞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찾다 보니 18명이 된 거죠.
박승오 소개하는 전환기 도구는 9가지인데 도구당 두 사람씩을 소개하다 보니 책이 두꺼워졌어요. 자칫 잘못하면 ‘책 읽기’라는 도구에 조셉 캠벨만 넣는다면 사람들이 조셉 캠벨처럼 읽어야 한다고 오해하실 것 같았거든요. 조셉 캠벨과 카렌 암스트롱이 책 읽기를 통해 전환기를 거쳤지만, 둘이 전환기를 맞은 계기도 다르고 책을 읽은 방식도 달라요. 차이점을 보여줘서 그 안에서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뽑은 거였어요.
9가지 도구 중 두 분에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전환기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박승오 저는 두 번의 전환기를 겪었는데, 첫 번째 전환기에는 스승이었던 구본형 선생님이 가장 큰 도구였어요. 처음에는 구본형 선생님이 쓴 책이 좋아서 찾아갔다가 스승으로 모시고 지내는 시기가 오래되면서 구본형 선생님의 사소한 몸짓 하나, 말 한마디 이런 게 정말 큰 배움이다 싶었어요. 두 번째 전환기에는 책과 글쓰기였죠.
홍승완 저도 첫 번째는 스승이었어요. 서른 네 살부터 시작된 두 번째 전환기에는 독서랑 글쓰기, 여행 등을 겪었죠. 오랫동안 전환기를 겪어서인지 도구를 다양하게 써봤던 것 같아요.
전환기를 거치면 과업을 이루게 된다고 하셨잖아요. 두 분께 전환기 이후 과업은 책 쓰기였던 건가요?
홍승완 책 쓰기와 취업이요. 제가 들어가고 싶었던 컨설팅 회사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 학력이나 경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어요. 취업했는데 다 명문대 출신이고, 모두 석박사 학위가 있었고요. 컨설팅이라는 업종에서 적응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과업이었어요.
박승오 저는 책이었죠. 원래 공대생으로 책은 거의 읽지도 않았었는데, 어떻게 책을 쓰는 프로젝트에 제 운명이 걸린 거죠.
대담한 과업이라고 하지만, 그게 꼭 인류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든지 하는 성취는 아닌 거네요.
홍승완 전환기 이후 프로젝트의 특징이 세 가지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엄청나게 거대한 건 아니지만 본인을 넘어서는 의미나 가치를 지향한다는 거예요. 아주 큰 업적은 아니지만 아주 도전적인 과제죠. 대개의 자기계발서가 이런 행동을 하면 위대해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여기서는 너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 정도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박승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과업이 되는 거죠. 정답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40명 정도 인물을 보면서 어느 정도 패턴은 보였지만 A를 하고 B를 하면 C처럼 성공한다는 공식은 없었거든요. 이 책은 창문에 불과해요. 내가 길을 떠나기 전에 한 번 쓱 보고 내가 무슨 일을 겪을 거라는 간접 체험을 하는 거고, 결국 목적은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거예요. 문을 열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으로 여러 사례를 드린 거죠.
홍승완 여기서 말하는 전환은 개인적인 전환이지만, 전환하고 나면 개인한테는 전후가 확실해요. 제자였던 사람이 스승이 되기도 하고, 직장인이었던 사람이 전문가가 되거나 1인 기업을 시작하기도 하고요. 모방했던 사람이 창조자가 되기도 해요. 그 사람이 달라지면 그 사람의 가족과 그 사람이 몸담은 조직이나 분야도 결국에는 달라지겠죠.
전환기 도구 중에 글쓰기도 있었어요. SNS 글쓰기하고 전환기의 글쓰기는 다르다고 적어주셨는데요.
홍승완 보통 글을 쓸 때는 표현하기 위해, 드러나기 위해서 글을 써요. 보고서나 기획서, SNS 글쓰기 모두 설득하거나 주장하는 밖을 향한 글쓰기인데 전환기는 안으로 들어가는 글쓰기예요.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전환기의 글쓰기는 자기성찰적 글쓰기인 것 같아요. 외부 사건이나 사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누구인지, 내가 겪은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 곱씹는 내향적 글쓰기인 거죠.
박승오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전환하고자 하는 사람이 경계해야 할 건 블로그나 SNS 글쓰기라고 봐요. SNS에 올리는 글은 대개 결국 자신이 이렇게 잘살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과시하고 싶은 거거든요. 그게 강해지면 안으로 곱씹는 과정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글쓰기와 연관해 개인사를 작성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쓰면 되나요?
홍승완 자기 과거를 돌아보면 돼요. 일기하고는 다르게 자기 이야기를 써 보는 거예요. 특정한 질문을 가지고 20페이지 정도 써본다든지 하는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쓰면 도움이 될 거예요. 실제로 써보면 효과가 확실해요. 내가 나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면 다시 자기를 알게 되거든요.
박승오 자서전이라고 하면 유명한 사람들이 쓰는 거잖아요. 그 사람의 이야기는 역사, 즉 히스토리가 되죠. 하지만 그의 이야기 말고 미(me)스토리, 내 이야기도 한 번 써보자는 거죠. 그러면 나를 발견하는 폭이 훨씬 더 크게 돼요. 글을 안 써 봐서 부담스러우시면 연보로 작성하셔도 돼요. 몇 년도에 뭘 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 적는 식으로요.
쓴 대로 살아야 한다
그 모든 전환기를 거쳐서, 결국에는 세상으로 귀환해야 될 텐데요. 앞에도 질문 드렸지만 귀환해서 어떤 식으로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홍승완 시대가 맞아서 운이 좋다면, 전환기를 통해 얻은 보물을 세상에 내놓으면 반응이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대체로 그렇지 않거든요. 그럼 세상이 자기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포기할 건 아니라는 거죠. 틈새시장을 찾아보든지 일부라도 나눌 수 있는 모임을 운영할 수도 있고요. 예로 들었던 조셉 캠벨도 20대 후반의 고학력 백수였지만 전환기를 거치고 5년 정도 지나서 박사 학위 없이 교수로 귀환해요. 처음에는 교수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르치면서 그 자리에서 전환기로 깨달은 천명인 신화를 공부해서 책을 내는 거죠.
박승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면 쉬워요. 하지만 예를 들어 헤비 메탈 장르를 하고 싶던 음악가가 시대를 못 맞춰서 댄스 음악을 했어요. 나중에 유명해져서 자기가 원하는 장르를 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변질된 자기 색채를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같아요.
홍승완 다른 이야기지만, 예를 들어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 저는 반대로 물어봐요. ‘그럼 꿈이 없는 채로 사는 게 쉬우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면 둘 다 쉬운 인생은 없는 건데 자신한테 기회를 줘 볼 수는 있는 거죠.
두 분 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만났다고 하셨는데, 홈페이지를 찾아 보니 ‘책으로 세상에 공헌하기 위해’ 연구소를 운영한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세상에 공헌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홍승완 기본적으로 책은 세상과 나누려고 쓰는 거니까요. 자기의 이득만을 위해 책을 쓰는 저자나 작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식이나 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차원의 책이 있을 거고, 또 어떤 책은 작가의 개인사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용기나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박승오 책을 읽고 누군가 바뀐다면 책의 의무는 다한 거죠. 책을 읽기 전보다 따뜻해졌거나, 생각이 깊어졌거나요.
이 책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왔으면 하나요?
박승오 목표를 두고 쓴 책은 아닌데요. 누구나 자신을 너무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특히 직장인들은 일만 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쉴 수도 있어요. 쉰다면 그 시간 동안 그냥 놀게 돼서 후회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클 거예요. 그래도 내가 쉬면서, 멈춰서 얻을 수 있는 게 질주를 해서 얻는 것보다 많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래도 용기를 내서 멈출 수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했으면 좋겠어요.
홍승완 책을 읽고 성찰하고 실험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됐으면 하고요. 또 하나 바람은 읽으면서 자신을 탐험하고 알아갈 수 있는 도구를 한두 개라도 깨달았으면 해요.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더 연구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박승오 거기다 책까지 잘 팔린다면 더욱 바랄 게 없죠. (웃음)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박승오 전환기 전에는 정말 계획적인 인간으로 살아왔거든요. 두 번째 전환기를 거치고 나서 영성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내 생각과 계획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로막고 있지 않았나 하는 각성을 겪었어요. 앞으로 계획을 물어본다면 앞으로 계획이 없는 게 제 계획이에요.
홍승완 제 의지와 화두는 ‘쓴 대로 살아야 한다’ 예요. 이제까지는 멋모르고 말하고 쓰고 책을 냈는데 이 책 쓰면서 다른 의미로 자기검열이 심해졌어요. 제가 자격이 있는지, 제가 못하는 걸 사람들한테 하라고 말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그러지 않고 말하는 것과 삶 사이의 간격을 줄여봐야죠. 그렇게 말해야 진정성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삶이 펼쳐지겠죠. 삶이 질문을 주면 저는 제 대답을 갖고 가는 거죠. 정답이 없으니까 괜찮아요. 제가 답을 만들어가면 되니까요.
위대한 멈춤박승오,홍승완 공저 | 열린책들
『위대한 멈춤』은 자신의 인생에 의문을 품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들은 예술ㆍ학문ㆍ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18명의 평범했던 인물들의 전환기를 탐구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저자 본인들의 전환기 체험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녹여 냄으로써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