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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변호사 “용산참사, 천안함... 사건으로 배우는 게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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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변호사에게 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전화를 걸었다. 번호가 011로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냐고 물으니, 2000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받았던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단다. 이전에 사용했던 전화기는 없다. 김형태 변호사에게는 생애 첫 휴대폰이 지금의 전화기다. 친구들로부터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김 변호사는 
현실과 밀착해 있는 학문이라서 법이 좋다고 한다. 양평 생매장 사건,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 용산 참사, 송두율 사건, 인혁당 민청학련 재심, 천안함, 황우석 교수,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등 대한민국을 뜨겁게 한 사건 뒤에는 모두 김형태 변호사가 있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토록 논쟁이 많은 사건을 맡았다고 말하기엔 그가 보여준 진심이 너무 깊다.

책의 서문에 부쳐 김형태 변호사는 ‘이 세상은 좀 좋아하고 있는 걸까’ 의문을 던진다. 따뜻한 봄이 시작되나 싶었더니 금세 여름이 찾아오고, 추운 겨울날이 손짓한다. 궂은 날이 있으면 개는 날이 있고, 화창한 날이 있으면 또 안개가 자욱한 날이 찾아온다. 다만 무수한 사건들 속에 김형태 변호사가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다. 깨닫고 배우자는 것. 인간의 본성, 사회의 무관심, 연이어 터지는 비슷한 범죄들, 그 속에서 사회가 반성을 하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거늘, 사람들은 인터넷기사 속 검색어만 열심히 클릭하고 있다. 0.1초의 클릭으로 보는 세상은 0.1초로 잊힌다. 김형태 변호사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줄 알았던(?) 사건들은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에서 소개하면서 그 반응에 놀랐다. 무죄로 판명된 사람들의 이름이 대중에게는 여전히 범죄자로 기억되고 있었다. 책을 봄에 펴냈으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고 말했으나, 겨울에 책이 나왔더라면 순서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이 시작됐고 또 다시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을 만나야 했을지도. 곽병찬 〈한겨레〉 대기자는 발문에서 김형태를 ‘씻김이’라 표현했다. ‘구부러진 것을 곱게 펴고, 덧씌운 것들을 벗겨내고, 더럽혀진 것을 본래대로 닦아낸’ 변호사 김형태. 그는 집단적 광기와 폭력을 보여주는 세상 속에서 홀로 인간의 존엄성을 끊임없이 외치는 사람이다. 날카로운 눈빛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을 것 같은 푸근한 인상. 법정에 들어선 모습은 다르겠지만, 1시간 남짓 인터뷰이 김형태가 보여준 표정은 청명할 뿐이었다.

나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만났다. 가장 최근에는 2009년 용산 망루 여섯 죽음을 만났고, 1990년대, 1980년대, 1970년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민주화 투쟁 과정의 죽음이나 의문사를 숱하게 보아왔다. 그런데 1950년 한국전쟁 전후의 억울한 죽음들도 60년 세월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니.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참으로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새삼 겁이 더럭 났다. 2008년 봄, 울산보도연맹 유족회 김정호 회장이 나를 찾아왔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형사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고 국가로부터 민사손해배상을 받은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거였다. 아, 이제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6ㆍ25와 해방정국 때 사건까지 맡게 되었구나. 나는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은 우익 북파공작원 사건들도 맡았으니, 좌우를 막론하고 내가 무슨 무당처럼 억울하게 죽은 이들 푸닥거리 하러 태어났나 싶기도 했다. (p.323~324)


영화에서 소비되는 실제 사건, 오해 받으면 안타깝다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이 첫 책입니다. 2012년 1월부터 1년간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한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을 묶은 책인데, 내지가 얇은 편인데도 꽤나 두툼합니다. 칼럼에서 공개하지 못한 이야기도 들어있나요?

중요한 부분을 뺐다가 다시 넣은 것도 있고 살짝 고친 부분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는 많이 다르지 않고요. 비망록이라는 게 ‘아직은 말할 수 없다’는 거더라고요. 사건 관계자가 살아있는 경우도 있고 또 가족들도 있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쓸 수 없는 게 많죠. 사실은 상당 부분을 빼거나 말을 하지 못한 부분도 꽤 있습니다.

사건에 집중해서 책을 쓰셨더라고요. 회고록의 느낌보다는요.

필자의 사견보다는 사건 자체가 드러나도록 노력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견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요. 우리 사회, 인간들의 모습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사건들을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가 뭐겠어요.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건데, 모두들 자극적인 내용에만 치중해서 보도하고 또 그것만을 보고 있으니, 되풀이되는 현실이 착잡합니다.

출간을 기념해 독자들과 만나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것을 궁금해하던가요.

사건 자체에 대해서 많이 물으시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하시고. 저는 다 아시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모르는 사건들이 많으셨어요. 보도연맹 사건의 유가족 분들도 오셨어요. 70, 80대 노인네들이 어떻게 행사를 하는 줄 아시고 서울까지 올라 오셨더라고요. (보도연맹 사건: 1950년 한국전쟁 전후, 좌익으로 몰린 사람들 수만 명이 군과 경찰에게 갑자기 끌려가 재판도 없이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총살 당한 사건)

인터넷에 ‘김형태 변호사’를 검색하면 두 영화의 주연으로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용산참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과 <마이 스윗 홈-국가는 폭력이다>인데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다룬 영화 <경계도시>에서도 많이 등장하셨죠.

안 그래도 이번에 책이 나오고, 인편으로 송 교수님한테 책을 보냈어요. 오늘 책을 부탁했던 지인이 한국에 도착했는데, 저한테 이러더라고요. 송 교수님 말씀이 ‘한국 사람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모국어를 잃어버릴 것 같다’고요. 예전에는 진보든 보수든 독일에 가면 모두들 교수님을 찾아 눈도장을 찍고 갔는데, 이제는 모두들 피하는 것 같다고 하셨대요.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한창 이슈가 될 때는 관심을 받지만,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책에도 소개됐지만, 송두율 교수를 비롯해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도 그렇고. 재판이 길어지다 보면 최종 판결이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되고 이슈가 될 때만 관심을 보이니, 안타까운 생각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가장 반응이 컸던 사건이 ‘양평 생매장’ 사건이었어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검색어가 한 번 올라갔나 봐요. 신문사에 막 전화가 오고 그랬다 네요. 워낙 기구하게 죽었으니까요. 하여튼 언론이 문제인 게, 검찰이 발표를 하면 그걸로 취재를 끝내요. 외국 언론사 같은 경우는 재판 과정을 열심히 보도하거든요. 검찰 측 주장에는 큰 의미를 안 둬요. 어차피 자기네 주장인 거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검찰이 발표하면 그것으로 끝나고, 법정에서 수많은 증언이 나오고 쓸만한 이야기가 계속 나와도 기자들이 하나도 안 와요. 반박 증거가 나오면 확인을 해야 하는데 검찰 측 주장만 쓰고 있는 실정이죠. 지금 제가 천안함 사건 관계자 재판 중인데 <미디어 오늘> 기자 한 명만 열심히 취재하고 이외에는 없어요. 이러니 송두율 교수는 아직도 최대 간첩이고 치과의사를 범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거죠. 지난 번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도 계속 사건에 대해 질문을 하시는데, 다 이야기를 하려면 한 사건당 적어도 두 세 시간이 걸려요. 그러니 모든 이야기를 못하는 거죠.

2004년 7월 고등법원은 사건의 핵심이었던 후보위원 부분과 책과 글을 쓴 부분, 남북 학술행사 주선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잠입ㆍ탈출죄, 그리고 노동당 가입 사실을 숨기고 황장엽에게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소송사기죄 두 부분만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송두율 교수의 완승이었다. 이런 대형 보안법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나는 법정에서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해방 이후 최대 간첩이니 거짓말쟁이니 온통 나라가 망할 것처럼 소란을 피우던 세력과 언론들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이 무죄판결에는 관심도 없었다.( p.286)
최근에 개봉한 <노리개>, <공정사회>, <부러진 화살>도 그렇고 영화계에서 법정물은 여전히 인기가 있는데요. 변호사 입장에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칼럼 연재하면서도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일단 영화화가 진행되면 내 손을 떠나는 거잖아요. 감독의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이고, 또 흥행하려면 흥미적인 요소도 들어가야 하고요. 내용과 결말이 바뀔 가능성이 많아서 대부분의 제안들은 거절합니다. 피해자, 가해자가 다 살아있는 경우가 많고, 영화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니 왜곡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다큐멘터리도 사실 팩트를 가지고 접근하지만 감독의 시각이 들어가 있잖아요. 편집본을 보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죠. 제가 직접 영화를 만들면 모를까, 대부분은 거절해요.

혹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책에서는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헤피엔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처음에 영화 제안이 왔을 때는 거절했던 사건이죠?

피고인에게나 죽은 처의 친정 식구들에게 상처가 될 게 분명하니까, 거절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나왔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정말 가슴이 탁 막혔어요. 어렵게 1심을 뒤집고 여기까지 왔는데 왜 이 시점에 영화가 나왔을까.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이 사건을 또 떠올리고, 대법관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죠. 아마 이 사건은 TV에서 드라마는 아니고 재연 배우를 써서 어떤 시리즈로도 소개된 적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서 새우젓이 삭듯이, 어떤 편견에서 벗어나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쯤 영화가 나오면, 약간 시각이 다르더라도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간적, 공간적으로 너무 가깝게 붙어 있으면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요.

사형폐지운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잖아요. 사형제 위헌심판도 제소했고, 치과의사 모녀살해 사건은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남편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고요. ‘그럼에도 사형은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극악한 사건들이 많이 터지면서 사형 존치론에 대한 여론도 큰 것 같습니다.

이미 세계 102개 나라가 사형제도를 법률상 폐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형집행을 안 한 지 15년이 됐고요. 2010년에 헌재가 공개변론을 열었어요. 재판관 5대 4로 사형 합헌결정을 내렸죠. 그런데 합헌 쪽에 손을 든 대판관 2명이 국회에서 폐지를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냈어요. 사실상 재판관 9명 중에 6명이 사형제도에 문제점을 제기했으니, 그렇다면 결과는 거꾸로인 거죠. 모두 신념은 폐지에 기울지만 이권이 없으니까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거죠. 죄는 밉지만 사람을 죽이면 안 되죠. 사형폐지는 절대적 종신형제도의 도입과 살인 피해자 가족들을 돕는 사회적 부조체계가 함께 이뤄져야 해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격리해야 마땅하지만 그들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우리에게 없어요. 생명권은 모든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잖아요. 범죄자들의 생명을 존중해야 모든 사람의 생명이 존중될 수 있고 그래야 사회 전체가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대개 60%에서 아래위로 왔다 갔다 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중략) 이 60%를 기준으로 흉악범죄가 일어나면 70% 가까이로 올라가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같이 심금을 울리는 영화가 나오면 50%대로 떨어진다. 그 영화는 살인범이 잘생기고 동정심을 가지게 할 만한 캐릭터에다, 살인행위도 우발적으로 일어나 어느 정도 변명거리가 있으니 그랬다. 그 영화는 우리에게 사형제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했다는 점에서는 큰 수확이었지만, 사형의 본질에 정면으로 마주 서지 못한 측면이 분명 있었다. ‘살인범에게 억울하고 불쌍한 면이 있으니 사형은 안 된다’를 넘어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가지고 사형제도에 정면으로 마주서는 게 필요하다. 저 흉악한, 금수만도 못해 보이는 저 사람을 국가 손으로 죽일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은 안 된다’고 말할 것인가. (p.98-99)


사람 죽이는 법, 잘 활용하면 살릴 수도 있지 않나

법대생 시절, 법학 강의보다는 문학과 철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법대를 가게 되셨나요?

그랬죠. 고등학교 때는 현대 문학 소설을 수십 권 읽고 그랬는데. 법대에 가서는 학부 때 정말 공부 안 했어요. 소설 강의 들으러 인문대 들어가고 종교 수업만 찾아 듣고 그랬죠. 내가 법대를 왜 왔나 싶을 정도였어요. 당시 학교에서 성적대로 대학을 입학시켰거든요. 다른 과 가기에는 점수가 아까우니까 그냥 다들 가라니까 갔죠. 사법시험도 턱걸이로 겨우 붙었는데(웃음). 법을 공부하다 보니, 장점이 보이더라고요. 대개 법은 사람을 죽이는데, 그 법을 활용하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더라고요. 법은 현실에 밀착해서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안 하잖아요.

사생활에서는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법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에 밀착해 있기 때문인 거네요. 정치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변호사 생활을 30여 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정치 입문 제의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치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죠. 정치는 직접 생산할 수 있고 최전선에서 일하니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고요. 가끔 너무 답답할 때는 ‘저거 내가 하면 금방 처리할 수 있는데’ 싶을 때도 왕왕 있죠. 하지만 정치인들은 즉자적으로 반응하면 안 되고 깨지더라도 끝까지 생존해서 정치를 해야 하잖아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살짝 건드리면 제풀에 쉽게 무너지기 일쑤에요. 그런 사람들은 정치를 하면 안 돼요. 자신에 대해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죠.

현재 격월간지 <공동선>의 발행인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요?

<공동선>은 어쩌다 보니 이름을 빌려줬다가 맡게 된 거고요(웃음). 편집인들이 많이 바뀌면서 아예 내가 맡는 게 낫겠다 싶어서 10년 전부터 발행인을 하고 있어요. 평소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편이죠. 아내랑 대학교 캠퍼스 커플로 만났는데 지금도 일요일 아침에는 각자 책을 보고 토론도 하고 그래요. 아내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거든요. 진화론, 생물학 같은 과학 책을 주로 보고 저는 종교 쪽 책을 많이 봐요. 예전에 애니어그램 테스트를 하면, 내가 3번 같기도 하고 1번 같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면 내가 5번이구나 싶어요. 아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뭔가 알고 싶은 게 많아요. 궁금한 게 있으니까 책을 보는 거예요. 그래서 책이 아직도 재밌어요.

종교나 에세이 쪽으로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번에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을 내면서 제목 때문에 출판사랑 많이 싸웠어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팔리는 제목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자꾸 긴 제목을 내놓고 그러니까(웃음). 결국 제 뜻대로 되기는 했지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한겨레>에 칼럼을 쓸 때는 원고지 9장 정도 분량으로 축약을 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책 작업을 하면서는 한 사건당 40장, 50장 정도를 썼어요. 엿가락 늘리는 걸 배운 셈이죠. 축약은 고통스러운데 길게 쓰는 건 오히려 낫더라고요. 사실 창작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있는 것 같아요. 창작에 대한 허영이 제일 크죠. 하지만 그런 욕심을 낸다는 게 쉽지만은 않고요. 제가 종교에 관심이 많으니까 앞으로 과학, 종교, 문학 이야기를 짬뽕한 그런 시각을 볼 수 있게 되고 힌트를 얻게 된다면 종합적인 책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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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김형태 저 | 한겨레출판
《한겨레》 토요판에 인기리 연재되었던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이 책으로 묶여 출판되었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을 본 사람이라면 김형태라는 이 인간적인 변호사에 대해 호기심을 갖지 않기가 힘들 것이다. 정이 많고 웃음도 눈물도 많지만, 법정에서는 예리한 분석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진실의 증거를 한번 물면 쉽사리 놓지 않는 변호사의 모습이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속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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