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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학자 권용철 “아이들이 편식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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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우리 몸을 살피는 책이다. 진화의학은 인체가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해 온 과정에 중점을 두고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적응의학이라고도 한다.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몸이 생활습관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에서 병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아직도 우리 몸은 원시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주위를 둘러싼 환경은 고도로 발달된 현대시대라는 것이다. 이에 권용철 저자는 “어떤 체질과 어떤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그에 맞는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화의학자이자 의학박사인 권용철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 시절 진화의학을 접했다. 비만과 식이장애를 공부하면서 단편적인 치료 방법에 한계를 느끼다가 질병의 근원을 탐구하는 진화의학에 매료되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질병 치료에 있어서도 음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그는 외식 브랜드 ‘닥터로빈’, ‘옐로우팟’, ‘감천양조장’ 등을 런칭했으며 현재 청년 멘토 소사이어티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미 넌, 위대한 생존자』, 『닥터로빈 슬리밍 레시피』가 있다.

 

권용철 (4).jpg


모든 처방이 똑같은 게 말이 되나요?


의학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인데 내용이 어렵지 않아요.

 

처음에는 많은 내용을 담았는데 덜어냈어요. 전문서적이 아니라 대중서적이잖아요. 많은 부분을 요약해서 담았어요. 관련 논문들을 찾아서 덧붙이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내용이 어려워지더라고요. 
 
의학계 연구 결과를 보면 서로 상반된 것들이 많잖아요. 그 사이에서 대중은 혼란을 경험하고요.


그렇죠. 상반된 이야기가 많으니까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거예요. 그게 책을 쓴 동기예요. 우리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장 근본 원리를 이해하면 건강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야기하는 이론과 상반된 이론도 얼마든지 많을 거예요. 반박하려고 마음먹으면 수없이 많은 논문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고요. 저 또한 거기에 반박하려고 하면 많은 논문을 찾아낼 수 있을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이 책은 이론 서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조금 다른 시야를 가지고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쓴 거예요.

 

결국 취사선택은 본인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정확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이해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강연을 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된장찌개 레시피를 배울 때 한국 주부는 취향에 맞게 재료를 가감할 수 있을 거예요. 된장과 마늘, 생강이 어떤 맛인지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가령 북유럽 사람이라면 레시피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만들어야 될 거예요. 응용을 할 수 없겠죠. 그리고 누군가가 다른 레시피를 가르쳐주면서 이게 더 좋다고 하면 헷갈릴 거예요. 건강 정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몸을 이해하면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겠죠.

 

이번 책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진화의학’이 되겠네요.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알면 어떤 것이 몸에 좋거나 나쁜지 알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인간은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춰서 적응해왔어요. 예를 들면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눈썹이 길잖아요.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진화한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의학 정보는 눈병이 나면 똑같은 처방을 하는 거예요. 한국에 사는 사람과 일본에 사는 사람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 똑같지는 않잖아요. 일란성 쌍둥이도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방이 똑같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TV나 책에서 ‘어떤 병에는 무엇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예요.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는 가지고 있겠지만요. 진화의학, 적응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건 우리 몸이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알면 병이 생겼을 때 원인과 치료 방법을 아는 것도 수월하다는 거예요.

 

진화의학에 매력을 느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식이장애를 공부하다가 진화의학을 알게 됐는데요. 식이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 너무 비만하거나 마른 분들이 계세요. 질병으로 식이 조절이 안 되는 경우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지박약이라거나 자기 관리도 못한다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들은 왜 자기 의지로 조절을 하지 못할까, 생각하다 보니까 근본적인 회의가 든 거예요. 원인은 밝혀졌죠.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 뇌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은 적게 분비돼서 계속 먹게 된다는 건데요. 더 근본적인 건 왜 호르몬에 불균형이 왔느냐, 하는 거잖아요. 결국은 우리가 생존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진화의학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고요.

 

아직도 진화의학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만 해도 진화의학이 전통 학문은 아니었어요. 진화의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의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지금도 없어요. 그래서 제가 진화의학을 공부할 때 전부 사사를 받아야 했어요. 연구하시는 분한테 가서 배우고, 컨퍼런스나 학회를 찾아가고, 논문들을 보면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점점 재밌는 거예요. 예전에는 진화의학이 학문이라기보다는 재밌는 가설이었는데,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진다는 게 이해가 되기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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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환자, 암에 걸릴 확률이 낮은 이유


책에도 ‘유전자 스위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요.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건가요?


실제로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고 해요. 진화의학, 적응의학에서 볼 때 질병은 내가 적응하는 과정이에요. 우리 몸에 균이나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그걸 정상적으로 뱉어내기 위해서 기침을 하잖아요. 설사도 마찬가지고요. 이론을 확장하면 암이 생기는 원인도 똑같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대장은 그걸 처리하기 위해서 세포를 증식해야 돼요. 그러면서 면적이 넓어집니다. 그게 도를 넘으면 암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암을 치료하는 것도 우리 몸이 그렇게 적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을 찾아야 되는 거죠. 그걸 들여다보지 않고 암에는 뭐가 좋다는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아토피는 “몸에서 보내는 고마운 경고”라고 하신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같은 거죠. 아토피는 아기가 스스로 독성 물질을 해결하지 못해서 보내는 경고예요. 그런데 우리는 스테로이드를 발라서 경고를 끄는 거예요. 빨간 불이 켜졌는데 강제로 선을 바꿔서 녹색 불을 만드는 거죠. 저희 둘째 아이가 어렸을 때 아토피가 아주 심했어요. 그때 병원에 가서 알러지 검사를 했는데, 달걀하고 호두에 심각한 알러지가 있더라고요. 그 음식들을 끊고 열흘 만에 좋아졌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호두가 치매를 방지하는 좋은 물질인데, 이 아이한테는 독성 물질인 거죠. 그러니까 호두를 먹으면 다 좋다고 하는 게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사람은 적응한 방식에 따라서 다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 안 되는 거죠. 동일한 질병이 오더라도 다르게 치료해야 된다는 건 밝혀져 있는 사실이이에요.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 암에 걸릴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셨어요. 


몸 안에 독성 물질이 들어왔을 때 알람 기능이 예민한 사람도 있고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약간의 독성 물질을 먹어도 전혀 느끼지 못하죠. 그렇지만 내부 장기들은 염증이 생기고 공격 당하고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독성 물질을 먹었기 때문에 결국 암이 오는 거예요. 실제로 아토피에 걸린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까 암에 걸릴 확률이 적었다고 해요. 독성 물질을 못 먹었기 때문이죠. 물론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의 사람들처럼 증상이 굉장히 심한데도 약을 먹지 말라고 하는 건 정말 잘못된 거예요. 심한 상태면 약을 먹고 치료를 해야죠. 그렇게 되기 전에 ‘아토피가 단순히 약만 먹고 해결할 문제인지, 독성을 피할 것인지’ 선택하자는 이야기고요. 요즘은 대부분 독성을 피하는 쪽으로 선택을 해요.

 

“운동하면 늙는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활성산소 때문인가요?


그렇죠. 운동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가지고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을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요. 그런데 산소를 태우면 반드시 매연이 나와요. 그게 활성산소예요. 이 활성산소가 왜 나왔는지를 보면, 과도하게 운동하고 에너지를 쓰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독성 같은 게 몸 속에 들어온 걸 파괴할 목적으로 만든 거예요. 활성산소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에요. 필요한 거예요. 그런데 아쉽게도 활성산소는 정상적으로 독소만 죽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몸도 공격을 하거든요. 그게 노화를 만드는 거예요.

 

평소에 운동을 하세요?


합니다. 움직이는 게 중요한데 현대인들은 못 움직이잖아요. 그러면 운동을 해야 돼요.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운동할 때 얻는 득과 실을 따져서 자신한테 뭐가 더 유리한지 따져야지,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안 좋다로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살을 빼는 데는 유산소 운동이 좋은데, 그 대신 노화가 온다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되는 거죠. 운동을 한다면 그저 많이 움직이는 정도, 조금 빠르게 걷는 운동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운동을 안 해서 몸이 많이 망가진 사람들은 활성 산소가 생기더라도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활성산소를 최대한 줄이고 계속 몸을 움직여주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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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는 아이에게 음식 강요하지 마세요


저녁을 적게 먹고 배고픈 상태에서 자는 것도 노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요.


우리 유전자는 음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남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절약하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져 있어요.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음식이 들어오면 몸에 쌓아야 되는 거죠. 그리고 음식을 항상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세포가 죽는 걸 방지하는 쪽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켰어요. 이런 역할을 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게 ‘시르투인(sirtuin)’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음식을 많이 먹잖아요. 유전자는 그대로인데 들어오는 음식은 많아지니까 혈관 벽이나 간, 뇌 등에 저축을 해요. 그리고 세포를 잘 안 죽이죠. 그러면 암이 오는 거예요. 이게 문제예요. 그리고 ‘시르투인(sirtuin)’은 유전자를 수리하기도 하는데, 배가 고픈 상태에서 잠을 자면 이 호르몬이 훨씬 많이 분비됩니다. 그러면서 노화를 방지하죠. 이건 진화적으로 증명된 거예요.

 

최근 ‘고지방 식이’ 열풍이 불었는데요. 이 식단의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진화를 이야기 합니다. 인간이 탄수화물을 섭취한 역사는 매우 짧고,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육류를 섭취했다는 거예요.

 
맞는 이야기입니다. 진화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전자가 없습니다. 탄수화물을 먹은 지 불과 8천년 밖에 안 됐잖아요. 그런데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걸 처리할 수 있는 유전자가 하나 켜졌어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유전자가 켜진 건데요. 인슐린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꾸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탄수화물을 먹으면 안 되는 종인데 탄수화물을 먹는 게 문제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육류 위주로 섭취하라는 이야기에도 오류가 존재해요. 야생 동물을 잡아서 분석해 보면 지방이 20% 이하인데, 사람이 키우는 동물은 지방이 38%이거든요. 같은 고기가 아닌 거죠. 이런 사실은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실수를 범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고지방 식이’를 제대로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고기를 먹으면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는 건 맞는 이야기인데,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안 먹는 거예요. 탄수화물은 끈적한 상태라서 혈관 속에서 당이 계속 무언가 하고 붙거든요. 그러면서 활성산소와 똑같이 산화시키는 작용을 해요. 문제는 탄수화물의 끈적함이 기름기와 만나는 건데, 기름을 먹고 탄수화물을 먹는 순간 기름기가 혈관 벽에 붙습니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탄수화물을 안 먹고 고기만 먹으면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데, 실현가능성은 적다는 거예요. 우리 주변에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음식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탄수화물을 안 먹기는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자녀의 편식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책을 보니, 아이들이 음식을 거부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고요. 몸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죠?


아이와 어른이 음식을 해독하는 능력이 똑같지 않습니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는 음식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살아남은 거고요. 한 예로, 아이들은 브로콜리를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브로콜리를 먹고 나면 갑상선으로 가는 아이오다인을 방해하거든요. 아이들은 그걸 해독 못하니까 안 먹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편식을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렇다면 편식을 안 하고 독성이 든 음식도 많이 먹은 어른은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진화의학은 명쾌하게 답을 찾습니다. 어른들은 장내 세균총을 다양하게 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장내 세균총이 다양하지 않거든요. 음식을 먹었을 때 해독할 수 있는 장내 세균이 없어요. 아이들의 편식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 거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거부한다고 해서 계속 안 먹이기에는 불안할 거예요. 그래도 계속 기다려줘야 할까요?


그럼요. 편식 조금 한다고 영양 결핍이 생기지 않습니다. 생각을 바꾸셔야 돼요. 우리는 너무 과잉한 게 문제인 상황이에요. 그리고 1980~90년대의 영양학이 우리 머릿속에 끼친 해악으로 골고루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절대 못 버려요. 하지만 영양학은 버려야 될 학문이라는 이야기가 지금도 있고, 이미 미국에서는 많이 폐기하고 있습니다. 영양학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 TV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죠. 마케팅이 불안을 조성하는 측면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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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모두는 위대합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건강관리 잘 안 합니다.

 

식단을 까다롭게 관리하지도 않으시고요?


건강관리에서는 음식이 제일 중요해요. 거의 70%가 음식에서 좌우된다고 봐야 되는데요. 몸에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곳은 위장과 폐 밖에 없어요. 그런데 폐는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잖아요. 공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음식은 조절할 수 있죠. ‘한 사람에게는 음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독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화의학에서 너무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야기입니다. 자기한테 맞는 음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러려면 가족의 히스토리를 봐야 됩니다. 부모님, 그 부모님의 부모님이 살았던 환경, 식습관, 병력 같은 것들이 우리 유전자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쳐서 유전자 스위치가 거기에 맞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걸 들여다봐야 돼요. 절대적인 좋은 건강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에게 적용되는 건강관리법도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맞는 것은, 물론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만, 적게 먹는 겁니다. 소식은 너무 중요합니다. 물론 음식을 너무 안 먹어서 마른 사람에게 소식하라고 하면 안 되고요. 소식이 잘 안 된다면 장내 세균을 돌아봐야 돼요. 나의 세균총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스트레스예요. 야생에서 사냥을 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상태가 유리했어요. 그런데 이게 어마어마한 희생 위에 올라선 거거든요. 모든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해요. 사냥을 할 때는 몸이 조금 상하더라도 먹이를 잡아서 먹는 게 낫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만든 건데요. 우리는 계속 그런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보면 정상보다 높습니다. 매일 전쟁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 한 다음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수치가 낮아져 있었다고 해요. 스트레스 호르몬 센서를 만드는 스위치가 켜지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은 이건 전쟁 상황이 아닌 태평성대이고, 나한테는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낮추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덧붙이면, 우리는 이미 충분합니다. 지금보다 더 생존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살아남았잖아요. 이미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 와 있는 거예요.

 

진화의학 이야기를 들으면 생명체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몸이 스스로 조절을 한다는 게 신기하고요.


진화의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게 우리 생명, 살아있는 것들은 너무너무 위대하다는 거예요. 위대하지 못했으면 죽었어요. 살아남지 못합니다. 다람쥐의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지구상에 살아남은 다람쥐는 겁도 많고, 아무리 먹이를 많이 줘도 땅에 묻어놓고 먹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날카로운 이빨과 큰 덩치를 가진 다람쥐들은 나무 밑에서 도토리를 먹었는데, 이 덩치도 작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겁이 많은 다람쥐는 도토리를 뺏길까 봐 땅에 묻어놓은 거예요. 그리고 도망갔다가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와서 먹었죠. 그런데 덩치 크고 강한 다람쥐들은 멸종했거든요. 진화의학자들이 그 이유를 연구해 보니까 도토리에 있는 탄닌 성분 때문이었어요.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은 맹독한 성분인데, 발효가 되면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도토리를 땅에 묻어뒀다가 먹은 다람쥐만 살아남은 거예요. 이 다람쥐가 겁쟁이일까요? 결국 승자입니다. 세상에는 위대하지 않은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것들은 정말로 위대한 겁니다.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권용철 저 | 김영사
절대적 건강관리법을 거부하는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잃어버린 수명과 건강을 회복하는 아주 특별한 해답과 지침. 그리고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가장 근원적이고도 명쾌한 해답. 건강에 대한 단편적 정보와 잘못된 상식을 뿌리째 뽑는, 건강 염려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정확하고 똑똑한 건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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