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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 “록 스프릿은 주류에 편입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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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평론으로 유명한 남무성이 『Paint it Rock』을 5년만에 완성했다. 『Paint it Rock』은 록 역사를 다룬 책이다. 20세기 대중음악을 주도한 게 록 음악이다. 수많은 록 밴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아직 활동 중인 팀도 있다. 그래서 록 역사는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서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만화까지 곁들인 『Paint it Rock』은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작이라 부를 수 있다.일본으로까지 수출된 1편도 이번에 개정했다.

 

책이 다루는 시기는 록 음악의 탄생에서부터 오아시으,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등 모던 록까지다. 비틀즈, 딥퍼플, 롤링스톤스, 레드제플린, 블랙사바스, 주다스프리스트, 메탈리카, 건즈앤로지스, 아이언메이든, 유투, 너바나, 드림시어터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뮤지션을 만날 수 있다. 그 들의 탄생과 성공을 유머까지 곁들여가며 읽기 쉽게 정리했다. 특히 뮤지션의 죽음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그들도 역시 인간이었다는 깨달음이 들면서 어떤 대목보다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Paint it Rock』은 좁게는 록 역사를 다룬 책이고 넓게는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을 그린 책이다.

 

남무성

 

5년만에 완성한 『Paint it Rock』

 

제목은 롤링스톤스의 Paint it Black을 염두에 두고 지으셨나요.

 

그 곡을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지은 제목은 아니에요. 추천사를 써 준 황태연이라는 친구가 생각해낸 말입니다. 재즈바를 운영할 때였는데, 술을 함께 마시다 그 친구가 Paint it Rock을 말하더라고요. 전에 쓴 책 『Jazz it Up』과 느낌도 비슷해서 이걸로 정했죠.

 

5년만에 마침내 완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끝내려고 양평 산 속에 들어갔어요. 그 전까지는 책만 열심히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양평에 가서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네이버 연재는 했어요. 그때 재즈바도 한창 잘 될 때 줘버렸어요. 저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다면 잘되던 일이라고 해도 거기 매달리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가끔 강연했고. 그외에는 책만 썼어요. 그러다 보니 머리 자를 틈이 없어서 이렇게 머리도 길었네요.

 

『Jazz it Up』은 술을 끊고 썼다고 했는데, 이번 책도 그 정도로 집중하셨나요.

 

그건 아니고요. 술까지 자제했으면 5년까지는 안 걸렸겠죠. 책을 완간하려고 몰두한 시간은 2년 정도였고 중간에 영화도 만들고 공연도 했어요. 작년에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4개 정도 했네요. 이렇게 하다 보니 산만해서 집중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네이버 연재도 올해 초에 끊어버렸죠. 그랬더니 네이버에 연재하는 작가 중에서 스스로 관두겠다고 한 사람은 남무성이 처음이라고 해요. (웃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웃깁니다. 언어유희라든지, 코믹한 그림이 있어 읽기가 더 재밌는데요. 이런 유머 코드를 생각하느라 책이 늦어진 건 아닐까요.

 

저를 잘 아는 친구는 제 말투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요. 확 웃기진 않지만 무겁지 않고 심하지 않은 정도의 개그. 존경하는 인물이 고우영 화백이었고 어릴 때부터 고우영 삼국지를 좋아했어요. 거기 보면 장비가 만년필로 편지 쓰는 등 웃긴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 당시에 삼국지나 수호지 서유기 같은 고전을 함부로 비틀기가 어려웠는데 고우영 화백은 과감하게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문열 삼국지보다 문학적 가치가 더 있다고 봅니다. 비틀기를 어느 정도 받아줄지는 독자의 몫이죠.

 

내용 중에서도 허구가 있죠. 프레디 머큐리와 롭 헬포드가 발레단을 하니 마니 하는 걸로 설전한다든지, 액슬 로즈가 전기톱을 들고 커트 코베인을 쫓아간다든지, 이런 건 과장이 섞였죠. 그런데 이걸 거짓말이라고 비판하면 만화, 패러디가 존재할 수가 없어요.

 

록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비틀즈

 

록 역사가 정말 방대합니다. 시간적으로 언제까지를 다룰지 기준은 어떻게 정했나요.
 
1권이 나왔을 때 주변에서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그런데 너무 크게 벌린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어요. 록 역사가 방대한데 어떻게 수습할 작정이냐는 거죠. 2, 3권이 늦어진 이유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원래는 너바나까지만 다루려고 했어요. 너바나 이후는 뮤지션 이름 정도만 알지 안 들었거든요. 재즈 잡지 편집장을 할 때였고, 재즈가 제 삶에 중심이었어요. 록을 들을 시간까지는 없었죠. 책을 쓰는 김에 다 들어봤어요. 오아시스는 두 곡 정도, 메탈리카는 세 곡 정도 알다가 전 앨범을 사서 들었어요. 너바나도 다시 듣고요. 듣다 보니 정이 생겨요. 책에 다룬 뮤지션은 어떤 팀도 버릴 게 없다는 걸 깨달았죠.
 
린킨파크, 림프비즈킷 등은 빠져 있는데요. 혹시 4권에서 소개할 생각으로 안 다룬 건 아닌가요.

 

역사를 쓸 때는 냉정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며 써야 해요. 또 하나는, 『Jazz it Up』도 그렇지만 모든 걸 다 담을 순 없습니다. 편집을 해야 감히 역사라 말할 수 있어요. 과감하게 필요한 것만 가져가면서 곁가지를 쳐야 하죠. 솔직히 말하면, 그쪽은 제 취향도 아니었습니다. 취향이 아니니 안 넣어야지, 이러진 말자고 다짐했지만 손이 안 가요. 좋아해야 그림으로 옮기기도 쉽거든요. 그쪽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아예 안 다뤘어요.

 

어떤 팀도 버릴 게 없다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역시 비틀즈. 비틀즈는 죽을 때까지 듣지 않을까요. 어릴 때 음악에 빠지게 했던 결정적 계기가 비틀스 음악이었고요. 나이 들어서 다시 들어도 이들의 크리에이티브한 면에 놀랍니다. 한 팀을 더 뽑자면 래드핫칠리페퍼스. 재지(jazzy)한 팀이죠. 그루브, 재즈, 소울, 펑키가 레드핫칠리페퍼스 음악에는 다 들어 있습니다.

 

인기있는 사실까지는 인정하겠지만 도무지 정이 안 가는 음악도 있나요?

 

많죠. 저는 스트레이트한 하드록은 별로 안 좋아해요. 한국에도 팬이 많은 주다스 프리스트는 앨범을 다 갖곤 있지만,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의외로 좋은 곡도 많고, 버릴 만한 곡은 없는데 속된 말로 야마가 꽂히지는 않는다고 하죠. 영혼을 못 느끼겠다? 그래도『Paint it Rock』에서 다룬 팀 중에 나쁜 팀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스트레이트한 헤비메탈류를 안 좋아할 뿐이죠. 『Paint it Rock』에는 헤비메탈 비중이 많은데요.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건 있네요. 록은 곧 헤비메탈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에도 1편이 번역됐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아마존 재팬에서 분야 1위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일본 책은 잘못 만들었어요. 일본에서는 칼라 만화를 안 찍거든요. 흑백으로 그린 게 아니라서 그냥 찍어버리면 명도 채도 차가 안 나니까 뭉개질 수 있어요. 일본에서 나온 책을 보면 아쉽죠.

 

록 스프릿 그리고 죽음

 

록 스프릿이란 무엇일까요.

 

흔히 헝그리 정신, 반골정신이라고 말하는데,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태도죠. 얼터너티브, 인디 정신이기도 하고요. 1권 머리말에도 썼듯, 눈치 보지 않고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게 록 스프릿이에요. 이 책을 예로 들자면, 우드스탁 패스티벌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는데 저는 현실도피적 히피문화라고 썼어요. 책 쓰는 입장에서는 이런 게 록 스프릿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면 재즈 스프릿에 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주류로 편입하지 않는 건 똑같지만 록 스프릿이 정치 지향적이라면 재즈는 예술 지향적이죠. 재즈가 힘든 음악입니다. 예술적으로 클래식을 넘어서는 연주라고 보는데요. 아무나 재즈를 할 수 없어요. 재즈 뮤지션의 길을 간다는 건 구도자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적 얘기만이 아니라 뮤지션의 삶을 다뤘는데요. 특히 죽음을 심도 깊게 그렸습니다. 존 레논부터 랜디 로즈, 커트 코베인에 이르기까지. 그런 면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책인데요.

 

우선 죽음을 미화하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커트 코베인은 음악을 빼면 개죽음이고, 프레디 머큐리도 에이즈로 죽은 거잖아요. 죽음을 멋지게 승화하는 이야기, 이를 둘러싼 의혹이나 비판을 다 찾아봤어요. 그중에서도 감성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조지 헤리슨이 죽어갈 때 링고 스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나오죠. 자기도 죽어가는데 친구 딸이 아프니까 “가 줄까?” 하잖아요. 링고 스타가 회상을 하며 울어요. 저도 다큐에서 봤던 건데, 이때 느꼈던 감성을 그대로 옮기고 싶었어요. 록이라고 해서 두들겨 패고 흥겨운 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빅스타의 죽음을 간간이 섞으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했어요. 무조건 웃고 넘길 책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단명했던 뮤지션을 향한 아쉬움도 있었고요. 신화 같은 뮤지션이라도, 그 사람의 나약함을 보여줘서 그래서 더 좋아하게 만들고 싶기도 했어요. 성공신화와 함께 인간적 측면을 교차하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죽음이라는 소재가 유리했죠. 그래서 죽음을 다룰 때 더 정성스럽게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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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평론가 남무성

 

재즈평론가 남무성은 한국 최초의 재즈 매거진 <몽크뭉크, MM JAZZ>를 창간, 재즈 월간지 <Doo-Bop>에서 편집인을 지냈다. 가수 서영은, 이은하, 재즈 밴드 젠틀레인,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재즈 공연 100여 회를 기획. 장편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감독/제작/음악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본선 경쟁 작,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론, 잡지 편집장, 음반 제작, 재즈 바 운영, 책 저술, 영화 감독.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요. 이런 다양한 능력은 어떻게 쌓았나요.

 

뻔한 답이겠지만 제가 특별히 재주가 많다고 생각 안 해요. 누구에게나 각자 재능이 있겠죠. 저에게는 무모하지만 용기가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건 했어요. 모르니까 한다고, 영화 만드는 게 그렇게 힘든지, 잡지 운영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았다면 안 했을 거예요. 하다 보니 계발이 되는 거죠. 그림도 자꾸 그리다 보니 만화가 수준으로 늘었고요. 음악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감성, 낙서로 시작한 손재주, 이 두 가지는 어머니에게 감사합니다. 감성이 풍부해서 책 보고 글 쓰는 걸 좋아했고요. 이런 걸 써 먹었죠. 만화로도 표현하고 영화로도 만들었고요. 또 중요한 건, 돈이 많으면 혼자 다 안 해도 되잖아요. 돈이 없으면 다 계발하게 되어 있어요.

 

돈도 많이 벌지 않았나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순간은 있었죠. 그런데 저는 일단 좋아서 시작했더라도 중간에 동기 부여가 안 되면 안 해요. 얼마나 많이 벌어야 많이 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하지 않게 사는 정도면 괜찮아요. 지금도 음악 평론만 해도 먹고는 사니까요. 돈은 나와 안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음반 제작자, 영화 감독, 평론가, 작가, 만화가 중 많은 호칭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제일 재밌는 일은 프로듀싱이에요. 요즘 제일 편한 호칭은 작가. 그래도 가장 자부심이 생기는 건 재즈 평론가죠. 내가 했던 일의 모든 뿌리가 재즈였거든요. 영화도 재즈 영화고 잡지도 재즈 잡지, 음반도 재즈 음반을 만들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 평론가가 참 많죠. 종류도 많고요. 그래서 어릴 때는 ‘평론가’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어 쓰지 말자고 한 적도 있어요.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내게 어울리는구나 싶기도 해요. 확실한 건, 적어도 자신을 평론가라 말하려면, 평론가라고 말할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매료된 구체적 계기가 있었나요.

 

그렇진 않고요. 어릴 때 아버지가 녹음기계를 모았어요. 아버지가 재즈를 듣지는 않았지만 소리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죠. 음악을 좋아하는 형이 있는데, 형의 음반 심부름을 초등학교 때부터 했어요. 비지스, 아바를 샀던 기억이 나요. 이런 게 계기가 되면서 좋아하게 됐죠.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음악을 굉장히 많이 아는 아이가 되었어요. 초등학생이 엘비스 프레스리 들었으니까요. 잘난 체 하려고 더 열심히 들었어요.

 

강서구 화곡고를 다녔는데, 지역 각 학교마다 음악 동호회가 있어요. 그 지역에서 제가 전설이었죠. 우리 집에 판이 많으니 친구들이 집에 와서 밤새 놀고 그랬어요. 지금도 판이 2만 장 있거든요. 재즈는 고등학교 때 들었는데, 재즈 이야기하면 조용해져요. 아, 내가 영원히 잘난 척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저는 먼저 듣고 이야기해주는 걸 좋아했어요. 영화도 마찬가지였고요. 공유하는 걸 어릴 때부터 좋아했네요.

 

2만 장, 정말 대단하네요. 이후에 전시관, 박물관을 만들 계획은 없나요.

 

빌려주고 못 받은 거 합치면 더 많죠. 솔직히 이 말은 꼭 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음악하는 사람이 왜 판을 안 사고 빌려가서 안 가져다 주는지 모르겠어요. 저랑 친한 몇몇 뮤지션들이 판을 빌려 가서 안 가져다줘요. 제가 판 때문에 인간관계가 안 좋아져야겠어요? (웃음)

 

뮤지션에게 가장 큰 자료는 음반입니다. 남의 음악을 많이 듣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왜 사는 사람은 따로 있고 빌려가는 사람 따로 있나요. 저는 정말 열심히 샀어요. 잡지 편집장할 때도 공짜로 오는 음반은 다 기자들 줬거든요. 공짜로 받으면 안 들어요. 내 돈 주고 사야 가치가 있고 듣게 되죠. 단순히 장수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으면서 얼마나 듣고 느꼈는지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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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남무성 저 | 북폴리오
방대한 록의 역사와 장르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내면서도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가 뒤섞여 역사서가 주는 편견을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록, 나아가 팝음악의 전공자부터 그저 가벼운 관심을 가진 입문자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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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인생은 원래 우울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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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하루의 시작을 함께했던 MBC라디오 <윤대현의 마음연구소>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서울대학교 강남센터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윤대현의 마음연구소>의 진행자인 저자가 그동안 직접 쓴 방송 원고를 토대로 엮은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다. 책을 펼쳐보기 전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만 생각하는 시간, 가져본 적이 있던가. 자신보다는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서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라는 기대로 오늘의 행복을 미뤄두는 동안 ‘진짜 내 마음’은 너무나 지쳐버린 것 아닐까. “마음이라는 게 참 ‘마음’대로 안 되지요?”라는 저자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마음 둘 곳 없는 당신에게 보내는 윤대현의 심리 편지’라는 부제처럼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은 위로와 조언을 담은 짧은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 속에는 정신의학과 교수로서, 그리고 <윤대현의 마음연구소>의 진행자로서 저자가 만나온 이들의 사연이 촘촘히 박혀있다. 이론이 아닌 현실 속에서 끌어올린 이야기이기에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우울과 결핍에 짓눌리고, 선택의 앞에서 늘 주저하며, 또 다시 찾아온 사춘기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이들의 사연이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윤대현 교수는 이러한 마음속에 숨어있는 심리가 무엇인지 파헤치면서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귀띔해준다.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지금 나는 행복한가’라는 의문을 지워낼 수 없어 공허한 이들에게 저자는 “삶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느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삶은 우울해도 내 자신은 근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설이 존재”한다고 다독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건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는-또 다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전하는 이야기 역시 당혹스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결핍과 허무감을 느끼는 두 번째 사춘기가 찾아왔다면 그동안 너무 모범적으로만 살아온 당신에게 이제 조금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마음의 신호”라는 것.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과의 만남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당황스러움에서 시작되어 찾아 헤매던 답을 마침내 발견했을 때의 홀가분함으로 끝난다. 저자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나도 알지 못했던 내 마음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랜 나의 무관심 속에서 잔뜩 토라져 버린 이 마음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까. 윤대현 교수를 직접 만나 조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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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민은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윤대현의 마음연구소>를 통해서 많은 이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셨는데요. 가장 많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요?


관계의 문제죠. 사람들이 고민하는 일의 거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타인과 나의 관계도 있지만 내가 속한 조직, 예를 들면 가정이나 회사 또는 사회와 나의 관계도 있죠.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속마음과 나의 관계예요. 사실은 내 속마음이 나를 괴롭힐 때가 제일 많거든요. ‘너는 왜 그것밖에 안 돼?’라는 부정적인 생각들, 강박, 이런 것들이 다 속마음과 나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거죠.

 

관계에서 생겨나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갈등의 핵심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예요. 사람이 느끼는 고통 중에 제일 큰 게 정체성의 고통이라고 하죠. 정체성이라는 건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예요. 타인과 나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나의 과거, 기억과의 관계에서도 생겨나요.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면서 정체성이라는 게 만들어지는 거죠. 정체성의 문제는 여러 감정 반응으로 나타나는데요.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왜 나를 무시해?’라는 분노가 생겨나기도 해요. 내가 누구인지 몰라 지쳐버리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하죠. 특히 현대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감정 반응이 불안이에요. 불안이 많아지면 불면증과 여러 신체적인 문제들도 생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어떠한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나의 의지로 흔들림 없는 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에요. 그런 일은 불가능해요. 나라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사람한테 상처를 받고 나면 혼자 설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더 약해져요. 사람은 절대로 혼자서 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관계가 중요한 거죠. 그렇게 살아가는 건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 있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의 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어요.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안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문제들은 무엇이었나요?


우리는 문제가 있으면 그 원인을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훈련받아 왔죠.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의 핵심은 이러한 문제들이 정상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같이 하자는 거죠. 과거 동양이나 서양의 철학에서는 결핍 자체를 정상으로 봤어요. 그런데 산업사회가 시작되고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어느 정도 열심히 살면 모두 다 항상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그러면서 ‘행복은 긍정적인 마음’이라고 정의하게 됐어요. 내 마음이 긍정적이어야 내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잖아요. 그야말로 행복 강박 시대예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당신은 정말 행복합니까?’라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하는 분들이 없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 마음이 진짜 행복한지 헷갈리거든요.

 

모두가 행복을 말하는 시대에 진짜 행복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이 모순은 왜 생겨난 걸까요?


긍정적인 마음이 들 때 행복한 거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갖게 되어서 그렇죠. 역설적으로 우울해도 행복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희로애락이라는 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나를 찾아오는 거예요. 사실 인생은 더 우울한 거죠. 노화하고 죽는 것이 숙명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다 본질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거고요. 인생의 목표를 행복으로 설정하면 오히려 행복을 느끼지 못해요. 행복하다는 느낌이 허상이기 때문이죠.

 

우울해도 괜찮아


그렇다면 인생의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인생의 목적은 감성적인 행복이 아니라 성숙인 것 같아요. 성숙한다는 말에 붙어있는 말은 통증이에요. 통증 없는 성숙은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인생에는 계속 통증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통증이 생길 때마다 내가 잘못 산 것 아닐까, 나는 불행해,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계속 출렁대는 거죠. 문제를 억지로 교정하려는 심리 기법을 ‘조정’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모두는 조정하는 방법을 교육받았어요. 이 방식이 앞을 향해 달려가는 데는 효율적이에요. 문제는 조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좌절도 겪게 되고 뇌가 지쳐버렸다는 거죠. 그 부작용으로 나타난 게 ‘소진증후군’이에요. 철학자들이 피로사회, 리스크사회라고 이야기하는 현상이죠. 조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수용’이라는 심리 용어가 있는데요. ‘수용’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놔두고 느끼는 거예요. 우울도 즐길 수 있는 거죠. 통증을 즐긴다는 것도 그것이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는 거거든요.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에서 이야기한 ‘연민 집중 치료’ ‘마음관리법’ 역시 수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죠.

 

우울한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울한 채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군요.


그럼요. 그래서 행복의 정의가 중요해요.『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에서는 행복의 정의를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으로 놓자고 이야기했는데요. 자신의 삶이 근사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우울해도 삶이 근사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이제부터 근사하게 살아야지’라고 마음먹지는 마세요. 만드는 근사함은 오래 가지 않아요. 근사하다는 느낌은 결과물이어야 해요. 방전됐던 뇌가 충전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거죠. 이미 우리의 뇌는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바쁘게 달려가기만 해서 작동되지 않고 있을 뿐이죠.

 

스스로의 삶이 근사하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어떤 부분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저라면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아서 근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잖아요. 이런 대답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 이 이론을 제일 먼저 접목시키고 있는 학문이 경영학이에요. ‘직원들의 뇌를 놀게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열심히 사는 걸로 리더십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이제는 앞을 향해 내달리는 뇌가 아니라 창조, 공감, 연민, 수용을 하는 놀이하는 뇌를 잘 키우는 사람이 리더십을 확보하는 세상이 온 거예요.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에서 지금의 우리는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오늘은 기꺼이 불행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미래에 집착해요. 그게 바로 ‘조정’이 하는 일이거든요. 뇌의 스트레스 시스템이 작동하는 거예요. 스트레스 시스템은 우리의 생존을 준비하기 위해서 위기관리를 해요. 이 시스템이 주로 작동하면 미래에만 파이프라인을 꽂게 되죠. 현재에 대한 몰입은 줄어들고요. 지금 행복하려면 미래가 아닌 현재에 파이프라인에 꽂아야죠. 스트레스 시스템이 미래에 집착하는 거라면, 연민 시스템은 현재에 집중하는 거예요. 연민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하면 심리적 회피 반응이 나타나는데요. 평일에 열심히 일을 했다면 주말에는 잘 쉬고 놀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지쳐서 아무도 만나기 싫고 그냥 집에만 머물러요. 이런 현상들이 모두 미래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들이죠.

 

제2의 사춘기가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춘기의 정의는 정체성의 위기죠. 정체성이라는 건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되느냐’ 하는 가치에 대한 문제인데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 만들어져요. 우리는 보통 청소년 때 사춘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하고, 한 번 확립된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살다보면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이 다시 찾아오죠.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는 청소년 때 확립된 정체성이 계속 이어질 수 없는 측면이 있죠. 40대~50대에는 남녀 모두에게 심리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 후에 모성애가 발동해서 양육을 하다가 아이가 다 자라고 나면 잊었던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떠올리게 돼요.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나의 정체성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가족들은 엄마이고 아내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내가 도대체 뭐 하는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무가 찾아오죠. 그게 바로 ‘빈둥지증후군’이에요.

 

남성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동안 자신에게 정체성을 주었던 사회적 지위에도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남성 특유의 전투적인 힘도 점차 빠져나가고요. 그러면서 혼돈과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와요. 사실 남자가 더 섬세하고 감성적이거든요. 그걸 누르면서 강한 역할을 맡아왔던 것뿐이에요. 이 때 찾아오는 제2의 사춘기는 잘못된 게 아니고, 다시 나를 찾는 거예요. 강함에서 벗어나 보다 섬세한 나를 찾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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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눈에 띕니다.


거절을 못하고 부탁받은 일을 해줬을 때 분노가 쌓인다면 나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죠. 그렇게 분노가 쌓이고 상대가 미워지면 그 마음을 또 눌러야 하잖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 터져버리면 상대는 ‘당신이 해주고 나서 왜 화를 내느냐’고 해요. 나로서는 그동안 참아가며 부탁을 들어줬던 노력도 다 날아가 버리고요. 거절을 못하는 심리에는 ‘모든 사람에게 맞춰줌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노가 쌓이면서까지 거절을 못하면, 결국 그 사람과의 관계도 망가진다는 거죠. 내가 싫어하는 일을 계속 요구하는 상대와는 관계를 끊어야 하는 거예요. 물론 그 전에 기회를 줄 필요가 있죠. 나의 거절을 상대가 받아들인다면 관계는 훨씬 성숙해질 거예요. 상호적이잖아요.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대부분 ‘내가 거절했을 때 저 사람이 나를 떠나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런데 떠나갈 사람들은 떠나가야 돼요. 그 사람이 이상해서 일수도 있고,  나와 맞지 않아서 일수도 있죠.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에서 힐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하셨습니다. “힐링의 시작은 나의 약함을 솔직히 보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요.


힐링이 유행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힘들고 지쳤다는 증거겠죠. 그렇다면 진짜 힐링의 방법론이 나와야 하는데, 내 마음을 여는 것부터 충전이 된다는 걸 심리학 용어로는 ‘심리학적 용기’라고 해요. 뇌를 충전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을 크게 사람, 자연, 문화로 보는 거예요. 좋은 사람, 자연, 좋은 문화와 교감하는 거죠. 문화의 강점은 그 안에 사람과 자연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는 거예요. 그 에너지원과 연결을 해야 하는데 첫 번째 단계로 마음을 열어야 해요. 그게 심리학적 용기예요. 여성들이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긴 시간 대화하는 게 가능한 것도 마음을 잘 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대화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는 거잖아요.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거든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거죠. 자신이 너무 지친 상황이라면 마음이 잘 열리지 않아요. 열어 보일 용기가 없어서 숨어버리고 싶은 거죠. 남자들은 마음을 잘 열어 보이지 못하는데요. ‘남자는 강해야 한다, 약하면 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중년 이후 남성의 자살률이 2배나 되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어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이 완전히 빠지면 나오는 극단적인 행동이죠. 에너지가 빠져나간 상태에서 마음을 열지 않으니까 충전할 에너지를 받을 데가 없는 거예요.

 

추천하시는 힐링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힐링을 하려면 마음을 열고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무언가와 연결을 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힐링을 말하는 시대에 책은 점점 안 읽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해요.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독서량이 2.7권이라고 하는데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는 모두 10권 이상이잖아요. 책은 활자를 통해서 영상과 소리까지도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뇌 전체를 마사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뇌의 동일시나 몰입도 더 강력하게 일어나고요. 제가 라디오에 출연해서 책을 소개하고 KBS <TV, 책을 보다>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것도 책을 많이 읽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예요. 책을 읽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정말 근사하고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은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세요?


생각해보면 의외로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책 제목을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으로 정하게 된 거예요. 여기에서 ‘나’가 의미하는 건 내 감성인데요. 우리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하자’고 감성에게 지시만 내리고 ‘마음아 많이 힘들지? 미안해’라는 말은 별로 하지 않아요. 그래서 마음이 토라져버렸거든요. 그게 현재의 문제예요. 마음의 입장에서 보면 깜빡 속은 거예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이성의 꾐에 넘어가서 에너지를 공급했더니 돌아오는 보상이 전혀 없는 거죠. 정신과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문제를 극복하시는 건  상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투자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예요.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 마음이 ‘이제 나를 조금 신경 써 주네?’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만족감이 생기는 거거든요. 그래서 ‘하루 3분 내가 너를 생각해줄게’라는 결심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는 열심히 사는 심리 테크닉에만 길들여져 있었어요. 이제는 다른 심리 기법이 필요해요.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에서는 그 이야기를 사례 중심으로 썼고요.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3분씩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성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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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윤대현 저 | 예담
윤대현 교수는 이 책에 연민 집중 치료 이론, 강점 중심 접근법, 마음 챙김 훈련, 마음 바라보기 훈련, 마음을 여는 열린 질문, 메타포 활용법, 디지털 디톡스 등 최신 심리 치료 기법 등을 소개하며 '하루 3분이라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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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살아요, 눈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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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작가의 첫 번째 연재물인『아만자』는 간결한 그림과 투명한 색채로 우리의 가슴을 놀랍도록 두드리며 살아있으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


언젠가 옆자리 윤대리의 핸드폰 잠금 화면을 무심코 보다 느낌 좋은 그림에 어떤 작가인지 물었었다. 『아만자』라는 첫 작품을 쓴 김보통 작가인데 윤대리가 아파서 쉰 한 달 동안 이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윤대리 덕분에 알게 된 저자는 아버지께서 말기암으로 돌아가시고 그 일을 바탕으로 암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간결한 그림체에 담았다. 사실 처음에 암환자라는 이야기에 선뜻 책장이 펴지질 않았다. 그런데 주인공은 의외로 26살. 게다가 그림은 너무나 담담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그리고 암을 선고 받은 시점부터 환상 속의 숲과 사막 여행까지, 무거운 주제를 솜사탕 같은 색감과 캐릭터로 풀어주었다.


인터뷰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얼굴을 가린다는 저자는 겸손하면서도 곳곳에 위트가 있는, 자기 자신의 그림 같았다. 그런 저자의 첫 작품이 문체부장관상을 받았고 그것에 대해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만 말씀을 줄이셨다. 만화가가 되기 전에는 매일 출근하고 저녁이면 회식하고 밤에는 퇴근하는, 일반적인 회사원이었다고 한다. 만 4년가까이 일만 하다가 회사를 관두고, 주변의 권유로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김보통

 

저는 정말 운이 좋습니다


어떤 분에게 소개를 받으셨나요?


 최규석 작가님께서 싹수가 보여서 추천해주신 건 아니고(웃음), 트위터로 놀고 있었는데 그게 불안해 보이셨는지 만화를 그려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셨습니다. 회사를 다녔으니 회사원 만화를 그려보라고 하셨고, 올레 마켓에서도 회사원이었다는 걸로 연재 제의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회사원은 안 그리고 싶어서 다른 주제로 시작하게 된 것이 『아만자』입니다.


최규석 작가님은 원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분인가요?


아니요. 트친. 트위터 친구라고 하잖아요. 서로 얼굴도 모르고. 개인적으로 얘기를 한다는 것도 없었는데 어느 날 마침 올레 마켓에서 신인작가를 모집하고 있었고, 돈을 벌게 해준다니까 알았다고 했습니다.


혹시 평소에 글을 많이 쓰셨나요?


아니요. 회사 다니면서는 그럴 틈이 없었죠. 글 쓰는 걸 좋아한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듯이 저도 그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걸 좋아했어요. A4용지 반장 정도에 일종의 시놉시스 같은 걸 만들어 내는 걸 좋아했어요. 가장 오래된 취미였고, 그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트위터에서 그림을 그려주셨다고 들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의무교육과정 동안에는 대부분 그리지 않듯이 저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열심히 그렸던 것 같습니다.


『아만자』, 즉 암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지요. 사실 저도 읽기 전에는 무거운 주제에 망설여 지기도 했습니다만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체, 숲이야기 등에 완전히 빠져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 못 읽으신 독자 분들께 작품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아만자』를 소개하자면,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젊은 암환자가 모험을 하는 활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픈 만화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릴 때도 이건 『캐리비안 해적』이나 『해리포터』같은 모험만화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다소 유쾌한 주인공이나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모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본다면 결말까지 보시고 모험만화라고 생각해주십니다.


암환자를 동정의 대상이나 신파의 도구로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제 암환자 분들에게도 단지 눈물만 유발해서 본인들만 더 비참하게 만드는 만화는 그리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암환자 분들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셨고, 호스피스센터에서도 활용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암환자뿐 아니라 가족분들, 주위분들이 암에 걸려서 투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길 바랬습니다.


숲으로 가는 구성이 참 좋았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함께 느끼다가 한 순간 탁 풀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신 건가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굉장히 즉흥적이었습니다. 올레마켓 담당자분을 만나서 주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자 주제가 너무 어두울 것 같다고 걱정하셨습니다. 그때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냈고, 그 이야기를 받아 주셔서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무의식이 반영이 되어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면서도 이야기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진행이 되었고, 그렇다 보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이 단순하면서도 표정 묘사가 탁월합니다. 이런 표정은 어떻게 연습하시는 건가요?


그림이 단순한 거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표정연구는 아무래도 제 표정을 보고 연구해요. 모니터에 비치는 모습을 그릴 때도 있고, 사진을 찍어서 보고 그릴 때도 있습니다. 참 그리고 대부분 만화가분들도 그럴 텐데 어떤 표정을 그릴 때 그 표정을 짓고 그림을 그립니다. 방긋방긋 웃는 그림을 그릴 때는 방긋방긋 웃게 되지요.


트위터에 술병 그리기도 하시고 여러 그림을 올리시는 것을 봤습니다.


트위터에서 술병 백장 그리기는 NC소프트에서 바 틸트 사장님과 같이 연재합니다. 술집에 한번 놀러 갔다가 성향이 완전히 정반대인 사장님이 의외로 잘 맞았습니다. 또한 그런 분과 함께 작업을 하는 건 매우 재미있었어요. 특히 연애상담이란 건 관심도 없는데, 관심 없는 영역을 해보는 것도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작업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음. 멍을 때리고 있는 시간도 작업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멍 때리는 동안에도 구상을 하기도 하니까요.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으로 본다면 일어나서 3-4시간을 빼고는 계속 그 앞에 있습니다.


처음 본 핸드폰 그림도 작가님께서 그리신 비둘기 만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어디에 그리신 건가요?


홈페이지에 나는 비둘기라는 10컷 만화를 그렸는데 최규석작가님께서 그것을 보고 만화를 그리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처음 그렸던 만화가 『나는 비둘기』입니다. 회사 다닐 때 회사 다니기 싫어서 혼자서 이런 게 재미있겠는데 하면서 그렸습니다. Botong.co.kr. 도메인 3년 사놓았습니다.


『아만자』를 읽으면서 제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만 한다고, 일종의 다짐 같은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만자』전체에서 주시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런 건가요?


제 만화의 메시지가 굉장히 노골적이죠. 심지어 100화는 제목이 하고 싶은 말입니다. 맨 마지막 대사가 “살아, 눈부시게”입니다. 항상 메시지는 일괄적입니다. 그냥 피동적으로 남의 인생사는 것처럼 생존하지 말고 전부 깨지고 박살이 나더라도 내 선택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나, 주변에 임종하시는 분들을 볼 때 ‘나도 저렇게 죽는 거구나. 그러니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나도 저렇게 죽을 텐데 80-90세 신경 쓰지 말고 재미있게 살다가 죽어야겠다고요.


예전에는 저를 욕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인맥에 기댔다고 말하고, 뭐를 해도 비난을 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제가 스스로 선택을 하고 모든 것이 깨져도, 망해도 상관없다고 마음먹어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너는 그런 불안감이나 막연함을 감당할 수 있냐고 묻고 싶습니다. 저는 사라지고, 망하고, 깨져도 괜찮습니다. 내 이름으로 책도 나오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신문에 연재도 할 수 있는 것이 제 인생에 가장 최고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잘되면 보너스 같은 것이고, 제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도전 『D. P』


두번째 만화 연재 『D. P』 또한 군대에 대한 독특한 소재라고 들었습니다. 한겨례 토요판에서 첫화를 보고 왔습니다. 그림체가 또 바뀌셨네요.


『아만자』를 그릴 때도 그림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내 그림이 어떻다고 실제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일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만화를 그리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만화도 또 다르게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아만자』는 파스텔톤에 무채색의 느낌이었다면, 『D. P』는 아예 검정색에 닫혀있는 선으로 그렸습니다. 한겨례 연재 시작 전날까지도 매일 계속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사실 일화 그림과 이화 그림도 다릅니다. 선 두께, 칸을 나누는 방식이 바뀌었고, 삼화 콘티는 또 바뀌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연습을 하면서 자기그림을 찾아가는 과정을 저는 운이 좋아서 연재를 통해서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만화와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많이 컸다고 느끼겠죠. 일화에는 말풍선도 없었는데요(웃음).


『D. P』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D. P』는 탈영병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사람들이 내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만자』는 암으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 가족들에 대한 두려움, 재발에 대한 공포, 상실감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듯 『D. P』에서는 탈영병들이 왜 탈영을 하고 그 뒤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족들은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야기 합니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탈영병은 그저 범죄자, 낙오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은 그런 사람들인지.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재미있어하는 주제는 아닙니다만, 일반적인 시선을 갖지 않고 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D. P>의 뜻은 무엇인가요?


 제목 또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저는 짧은 제목이길 바랬습니다. D.P는 Dirty Play의 약자입니다. 이중적인 의미로,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것을 dirty play라고 불렀고 사실 탈영을 하게 만드는 행동 또한 dirty play이기도 하구요. 더 나아가 그런 잘못된 시스템을 운영하는 군대 자체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dirty play는 너무 상투적일 것 같아 약자로 D. P로 정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동대문플라자 약자인 DDP만 검색이 되네요(웃음).

 

한겨례 연재는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한겨례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인천상륙작전』후속으로 들어가진다는 말씀을 듣고 감히 해보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윤태호 작가님은 만화가 분들 중에도 위에서 세는 게 빠른 분인데 그 분 다음으로 연재를 하는 데다 지면에 연재를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신문 보시는 분들 중에 만화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읽어주시니까요. 콘티를 급히 보내드렸고, 『인천상륙작전』후에 기간 없이 바로 들어가자고 해주셨는데 조금 미뤄서 11월 중반부터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분 들은 걱정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포탈 연재가 모든 면에서 인지도나 모든 면에서 중요한 것인 것 왜 시대를 역행하는 일을 하냐고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다지 똑똑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저 제 만화가 신문에 실리는 것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윤태호 작가님 다음으로 연재를 했다는 것을 죽을 때까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레진 코믹스에서도 12월부터 동시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문은 지나간 것을 다시 사볼 수도 없고, 한겨례 온라인에서도 볼 수 없으니 레진코믹스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주셨습니다. 여러 가지 편의를 아주 많이 봐주셨고 저는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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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년밖에 못살아도 만화를 그릴 겁니다


김보통이 본명은 아니신거죠? 어떻게 보통이라는 이름을 택하셨나요?


본명이라고 믿어주시면 좋습니다. 영어로 써보면 스펠링이 예쁩니다. 동그라미가 다 들어가서 동글동글한게 예쁩니다. 또한 영어인지 한글인지 알 수가 없고 한국어로도 뜻이 특별하지도 않아 좋았습니다. 이렇게 써보면 느낌을 알 수 있으실 거에요.

 

굉장히 열의가 느껴집니다. 작품에서도 그렇고 인터뷰로 만나 뵈니 더 그렇네요.


저는 다른 작가님들이랑 비교해봤을 때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10-15년가량 늦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얼마 안 남은 거죠.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가는 못 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일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실 건가요? 주인공처럼 시베리아로 떠나실 건가요?


아니요. 저는 만화 그릴 거에요. 제가 정말 재미있게 설명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죽고 싶습니다. 그걸 안하고 죽는다면 억울해 죽을 것 같습니다. 시한부인걸 안 그날부터 계속 그리면서 재미의 포인트가 이거니 주변에도 계속 그리라고 할겁니다. 사람에게 여러 가지 본능이 있겠지만 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재미있게 들어줄 때 짜릿하죠.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만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만큼 미련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그려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아만자』는 굉장히 개인적인 작품이었고, 제 스스로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는 꼭 세가지 이야기는 하고 싶습니다. 군대, 학교, 회사. 삼 년 정도는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남자)들이 태어나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조직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 하고 싶습니다. 회사 이야기는 가능하면 미루고 싶습니다. 잘할 것 같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그러자면 기술적인 면이 성숙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작가 또는 작품 소개 좀 부탁 드립니다.


최규석 작가님, 윤태호 작가님, 권가야 작가님, 김수정 작가님 존경합니다. 아부가 아니라 예전부터 워낙 좋아했었습니다. 한겨례 연재 덕분에 윤태호 작가님을 동료 작가님이라고 감히 언급하는 것 자체가 감회가 새롭습니다. 마치 마이클 잭슨이나 폴 매카트니를 만나는 기분입니다. 그런 분들께 선배님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책은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사실 작업 중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회사 들어와서도 별로 못 읽었었네요. 다독을 한다기보다 책이 물리적으로 많은 걸 좋아합니다. 너무 많이 사서 못 읽고 집에 쌓인 책이 천 권이 넘습니다. 그래서 지방으로 이사를 가면 작은 상가를 얻어서 마을 문고처럼 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창시절 등록금 면제 때문에 도서관근로장학생을 했습니다. 점심시간과 방과후에 책정리를 하면 되었는데 책도 많이 빌리고 책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연재할 때는 시간도 없고 남의 작품을 읽지 않습니다. 다른 만화를 보게 되면 생각만 많아지고 머리만 복잡해 진다고 최규석 작가님도 그러시더군요.


저자는 운이 정말 좋다고 계속 겸손히 마무리 하셨다. 여러 사람들의 호의와 운으로 이렇게 잘 된 것이 모두 운이라고. 만화를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100회가 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런데도 그런 것보다는 그저 겸손히 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다시 또 연재를 한다면 응원해야지 하게 만들었다. 끝까지 사막의 왕을 찾아가는 것처럼, 꾸준히 계속 힘내시길.


가수 요조씨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노후를 위해서 오늘의 아메리카노를 아끼지 말아라”라고요.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거고 다음달에 죽을 수 도 있는데 왜 우리가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대비하느라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미뤄야 하냐고 말하셨습니다. 과연 아메리카노를 아꼈다가 늙어서 먹으면 맛있을까요? 저는 대책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책이 없이 살면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저의 계획이 되고 대책이 되고 전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뭐든 다 잘해내 보자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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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자김보통 글,그림 | 예담
『아만자』는 사막의 왕을 찾아 숲을 여행하는 주인공의 꿈속 이야기가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저릿한 슬픔으로, 때로는 스펙터클한 모험담으로 등장하며 우울과 슬픔을 뛰어넘는 한 편의 환상적인 만화로 완성되었다. 스물여섯 살 말기 암환자의 투병기라는 어찌 보면 만화로 보기에 쉽지 않은 소재와 내용이지만, 여운을 주는 그림과 마음을 건드리는 서정적인 문장, 숲속 친구들과 힘을 모아 사막의 왕을 물리치려는 독특한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지친 일상과 마음을 도리어 치유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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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복귀, 에픽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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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꽃 >은 타블로 혼자였고, 아직 아파보였다.< 99 >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이후 TV, 라디오에서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에픽하이'는 보기 어려웠다. 데뷔 10주년(2013)에도 큰 이벤트가 없었다. 알 수 없었다, 돌아오긴 하는 것 인가. 지난 9월에서야, 타블로는 녹음이 완료되었다고 알렸다. 그리고 10월, 길었던 공백을 보란 듯 박살냈다. 완전한 복귀작 < 신발장 >. 평단도, 대중도 돌아온 그들을 반겼다. Well Comeback을 향한 Welcome Back, 뜨거웠다.

 

인터뷰는 그 유명한 YG 사옥에서 진행됐다. 녹음실이 있는 3층, 그들은 자리를 정리하며 분주하게 맞이했다. 친근했다. 평소처럼 몰입과 장난을 오가며 다양한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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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음악에는 세 사람의 멘탈 파노라마, 수없는 심정의 흐름이 담겨있습니다. 타블로 씨의 상황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고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 미쓰라 씨가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나요? 일종의 성장통이었나요? 아니면 음악적 회의였나요?


타블로 :이게 굉장히 멋있는 문제가 되었군요. '아티스트의 고뇌'로 미화됐네요.(웃음) 다행이에요.


미쓰라 :제가 음악적인 활동에 있어 게을렀던 점이 커요. 열심히, 꾸준히 못하던 시기가 있었죠. 그리고 제 결과물들이 저를, 듣는 분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힘들었어요.

 

디스(Diss)나 안티가 많았나요?


미쓰라 :디스라기보단 팀 내에서 비교가 많았죠.(웃음) 또 힙합 신에 여러 래퍼들과 비교한 글을 보고, 들었어요. 그런 지나쳤던 것들이 쌓여서 부담으로 온 거죠. 즐겁게 하자고 한 건데 부담이 돼서 가사를 못 쓰던 시기도 있었어요. 다행히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지금은 다 회복됐어요.

 

친구들은 이미 랩 거물인데 그 사이에 난 떠있는 기름
최고 아닌 최악부터 순서를 매길 때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름
- 「BORN HATER」 중 미쓰라의 벌스
그를 늪에 빠트린 힙합 팬들의 멸시를 담았다. 이어지는 가사에서 반격한다.

 

회복되었다고 하시지만 이번 앨범에서 미쓰라 씨의 참여도는 낮습니다. 팬들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인데요.


미쓰라 :앨범 초반, 중반까지 제가 없었어요. 제 참여가 부진한 곡들은 그때 두 멤버가 거의 완성한 곡들이에요. 블로 솔로 곡도 있었고요. 사실 제가 함께 가는 게 맞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또 제 스스로도 완성도 있는 곡을 저 때문에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힘든 시기에 두 멤버가 잘 끌어줘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됐죠.


타블로 :저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써왔기 때문에 Writer's block에 대해 교수들이, 작가들이 얘기한 걸 들었어요. 그때는 안 믿었죠. '잘' 안 써질 때는 있어도, 그냥 안 써지는 건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안 써지면 써질 때까지 노력해야죠. 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개념을 미화된 핑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팀 멤버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니 정말 있구나 싶더라고요.

 

한번은 쓰라를 가둬놓기도 했어요. “너 여기서 걸어 나가는 순간 에픽하이에서도 걸어 나가는 거다. 여기서 먹고 자고, 뭘 하든 나도 있을 테니 해라!” 그렇게 정말 한 달이 지나도 한 단어도 못 쓰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 때, 우습게도 11년 만에 처음 든 생각이 '이래서 우리가 팀인 거지, 이럴 때를 위해서 팀을 만든 거였지.'였어요. 우리는 솔로 뮤지션들이 모인 크루가 아니라 팀이잖아요. 타블로, 투컷, 미쓰라가 있기 전에 '에픽하이' 네 글자를 내세워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팀원 누군가가 걸어갈 힘이 없다면 안고, 업고서라도 뛰어야죠. 계속 했어야하는 생각인데 그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투컷 씨는 두 멤버의 공백 기간이 길어져, 개인 활동을 했을 법도 한데 별도의 외부 작업이 없었습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투컷 :기본적으로 제 음악의 베이스는 에픽하이로 표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외부 작업을 왜 안 하냐는 질문이 많은데 타블로와 미쓰라의 주제, 가사가 빠지면 제 음악은 완성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할 때 '의리'네요.


투컷 :의리라고 생각해주시면...


타블로 :감사하죠. (웃음)

 

본격적으로 새 앨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타이틀곡, 「스포일러」는 타블로 씨 개인적인 작품인데요, 투컷 씨가 에픽하이로 발표하자고 설득하셨다 들었습니다.


투컷 : 두세 번 밖에 안 들어봤는데, 2년 동안 잊을 수 없었어요. 이 노래는 뭔가 있구나 느꼈죠. 에픽하이와 타블로 솔로 중 무엇으로 내야 할지 고민 많았지만, 제가 우겼어요.(웃음)

 

에픽하이는 타블로의 작품 세계와 어떻게 선 그어야 하나요? 확실한 '분간'은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일러」는 맞지 않는 트랙 아닌가요?


타블로 :처음에는 어느 정도 분리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다 언젠가는 '왜 나누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에픽하이도 저고, 저도 에픽하인데 굳이 나눌 필요가 있나. 그리고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미쓰라의 부재로 작업이 미뤄졌었어요. 주변 뮤지션 동료들은 저와 투컷, 둘이서 하라고 했죠. “둘은 가장이기도 하고 장기 공백도 팬들에게 실례다.”, “그냥 솔로 앨범을 내라”고 했었어요. 그래도 저는 이 작업의 끝이라는 무대에 에픽하이, 세 명이 함께 서 있고 싶었어요, 어떻게 되든 간에. 또 아직 제 두 번째 앨범을 하고 싶지 않았고요.


투컷 : 굳이 구분을 지어야 하냐고 하지만 저는 구분이 돼요. (전원웃음) 솔로 앨범은 한 장 뿐이지만, 감정과 표현 방법이 더 짙어요. 에픽하이 음반에 타블로 솔로 곡들도 많았잖아요. 「낙화」나, 「Nocturne」이나. 이런 곡들에 미쓰라의 목소리가 첨가되면서 짙음이 약간 희석되고 새로운 색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스포일러」와 더불어 더블 타이틀곡, 「헤픈엔딩」이 큰 인기입니다. 롤러코스터 조원선 씨의 참여로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기본적으로 곡을 만들 때 주안점이 있었다면요? 그리고 멜로디 측면에서 피쳐링 할 상대를 생각하며 작업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타블로 : 저희가 롤러코스터의 팬이에요. < 꿈꾸는 라디오 >에서 가장 많이 튼 노래 중 하나가 「습관」. 너무 틀어서 그만 틀라는 얘기도 들었을 정도에요. 활동안하신지는 오래됐는데 그분들 공백은 아무도 채울 수 없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채워줘야 하거든요, 저를 위해서라도. 듣고 싶으니까 제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성공한 팬의 예인 거죠.(웃음)

 

지선, 윤하, 이소라 등 많은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습니다. 조원선 씨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타블로 : 무심한 보컬이 매력이잖아요. 맞춰서 무심한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의 주제도 그렇고요. 그 분 아니었으면 노래를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섭외할 때도 노래를 보내드리고, 만약 안하시면 노래 안 만들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만들면서 조원선 선배님께서 부르고 있는 게 들렸으니까요. 애들은 극단적이라고 말했지만 다행히 선배님께서도 좋다고,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완성하게 됐죠.

 

이렇게 타블로가 선배에게 패기 넘치는 부탁을 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솔로 앨범 수록곡, '집'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이소라를 염두에 두고 작사 작곡 했다. 그리고 불러주지 않으면 곡을 쓰지 않겠다고 전해, 이소라는 협박이라며 방송에서 재미나게 회상했다.

 

콜라보레이션에 있어 무조건 아티스트 중심이군요. 원곡이 있었던 「EYES, NOES, LIPS」같은 경우는 어떻게 작업하셨나요? 인상적인 수록곡 중 하나입니다.


타블로 : 「눈, 코, 입」이 한창 붐일 때, 커버곡이 나왔었죠. 사실 저희도 별 생각 없이 만들었어요. 회사에서 만들어 볼 생각 없냐 했는데, 저는 가족 여행 때문에 급하게 하고 갔거든요. 끝내 놓고 제주도 갔는데 양 사장님께서 좋다고 완곡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셔서 돌아왔죠. 그렇게 완성되었어요. 때로는 엉성하게 만든 습작 같은 작품이 잘되는 것 같아요.


투컷 :저는 전화나 문자로 확인하지도 않았어요.(전원웃음) 식탁 위에 올려져있는 핸드폰에 양 사장님께서 보낸 문자를 아내가 읽어줘서 알았죠. 샤워하는 도중에 어떻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한 번에 왔어요. 작가들에게 영감이 떠오르듯이. 곧바로 작업실 가서 머릿속 그대로 그렸고 타블로와 함께 완성했죠.


타블로 :아, 그리고 원곡자인 테디 형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뒷부분 영어 버전 보컬도 원래 녹음해 놨었는데 태양이 다시 불러서 재녹음할 정도로 커버 버전에 애착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원곡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서 저희도 되게 좋았어요. 큰 찬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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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는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면서도 탈 YG 성향이 짙습니다. 양 사장님이 그러한 매력을 위해, 회사 밖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것을 권유했다고 들었습니다.


타블로 :권유라기 보단 회사 스튜디오를 사용 못하게, 아예 스케줄 못 잡게 만들어 놓으셨었어요. 처음에는 괜한 YG 엔지니어들과 싸웠어요. 녹음 잡으려고 하면 계속 시간이 안 된다고 하니까. 화를 많이 냈었는데, 양 사장님께서 밖에서 작업하라고 하셨죠. 이게 의외였던 게 제작비가 배로 들거든요. 그건 회사 돈이고요. 왜 굳이 이래야하나, 어이없다는 생각으로 1집부터 함께한 엔지니어와 얀키의 ARK스튜디오로 갔어요. 첫 녹음 날부터 느꼈어요. 아, 이래서 보냈구나.


투컷 :이거지.


타블로 :다른 뮤지션들도 그렇고, 환경을 흡수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영향 받기도하고요. 흔히 저희에게 YG 색이 입혀진다고 생각하는데, 잘 들어보면 YG에도 우리의 색이 점점 묻어나고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이번 태양 앨범도 그랬죠.

 

그럼에도 에픽하이에게 YG 느낌이 들어간 트랙은 무엇이 있을까요? 「Eyes, Noes, Lips」?


타블로 : 그건 원곡이 YG 노래잖아요.(전원 웃음) 하지만 「눈, 코, 입」을 YG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솔직히 편견이에요. 태양이 불렀을 뿐이에요. 크래딧을 보지 않는다면 테디 형이 만들었을 거라고 누가 알겠어요. YG 색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어버린 노래인거죠.


투컷 :기존의 YG 곡과 가장 반대로 간 곡이죠.


타블로 :음악적인 색깔에 대한 편견이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다만 이게 재밌게도 볼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의 편견이 있어야 깨질 때의 쾌감, 희열이 또 따르거든요. 「BORN HATER」가 그런 경우죠. 힙합 팬들에게 에픽하이, 버벌진트, 빈지노는 친숙하지만 바비, 비아이, 송민호는 불편하거든요.(웃음) 그리고 노래 주제가 'Hater'. 편견에 휩싸여 남을 욕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라인업만 공개했을 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싫다', '별로다', 혹은 '기대 된다', '대박이다'. 저는 그런 반응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노래 자체가 그것에 대한 노래였으니까요.

 

과거 베스트 리믹스 앨범, 책 형식의 북 앨범 등 주어진 틀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왔는데요, YG에 들어간 이후 살짝 움츠러든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타블로 : 다양한 활동 많이 하고 있어요. 「BORN HATER」의 뮤직비디오가 꽤 새로운 시도였고, 「또 싸워」의 노래방 버전도 있죠. 맵더소울은 없어진 게 아니에요. 이번 앨범에도 로고가 박혀있듯 YG 안에 맵더소울이 있는 것처럼 여럿 활동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Map TV'도 계속 하게 될 것 같고요. 하고 싶어서 했던 것들, 재미있어서 했던 것들, 다양한 활동의 출발점은 이번 앨범이에요. 시동을 건다고 할 수 있겠죠.

 

「Tomorrow」부터 태양과 합이 잘 맞습니다. 미쓰라 씨는 태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쓰라 :음악적으로 당연히 인정하고, 음악 외적으로도 항상 준비 되어있어요. 또 가진 에너지가 좋아요. 피쳐링인데도 주변 사람들을 함께 끌고 올라가잖아요.


타블로 : 능력 이전에 사람 자체가 음악에 잘 맞아요. 제가 11년 동안 음악하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을 만나봤는데, 창작을 100% 행복으로 느끼는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Tomorrow」 작업할 때 굉장히 반성했어요. 내가 음악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고, 녹음하는데 에러가 나서 지워졌을 때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그랬던 순간들이 떠올랐죠. 우리는 꿈을 이룬 사람들인데 매순간을 행복하게, 축복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할망정 누군가가 던져준 직책처럼 느끼고 있는 제가 한심스럽더라고요.

 

태양은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에요. 저번 앨범 작업하는데 4년 걸렸어요. 9곡이 수록되어있지만 그 앨범을 위해 저와 작업한 노래가 14, 15곡정도 돼요. 다른 프로듀서들 곡까지 총 60곡, 믹스까지 한 건 30곡정도 돼요. 트리플 CD를 내도 될 곡 수죠. 한국의 투팍이에요.(전원웃음) 그런 상황에서 앨범이 미뤄지고 완성이 잘 안되는데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더라고요. 그런 에너지가 좋아요. 덕분에 저희도 그렇게 됐어요. 뜻대로 안 풀려도 그 자체에 감사하고 즐기는 법을 태양에게 배웠어요.

 

엄청난 찬사네요. 그렇다면 에픽하이 멤버는 어떤가요? 투컷 씨, 미쓰라와 타블로에게 태양과 같은 찬사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타블로 :투컷을 선택하시다니.(웃음)


투컷 : 이거 정말 어려운건데, 이거 연결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11년의 커리어 동안, 미쓰라는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타블로가 엄청나잖아요. 멜로디나 곡 작업도 좋지만 '문학적으로'. 제가 볼 때는 세상에서 제일 글을 잘 쓰는 사람 중 하나에요. 그런 사람 옆에서 미쓰라는 같은 분량의 랩을 써야 하는 거예요. 그 작업이 정말 고되죠. 제가 자주하는 혼잣말이 “래퍼 안하길 잘했다”에요. 플로우도 짜야하고, 말이 되게 써야하고, 그 안에 라임, 펀치라인, 또 주제에서 벗어나면 안 되죠. 한정적인 룰 안에서 문학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동안, 팀 내에서 균형을 잘 맞춰줘 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와, 한 방에 두 명 다 했어!(전원웃음)

 

에픽하이 멤버들만으로도 훌륭한데, 콜라보레이션이 잦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타블로 : 저희는 결과물이 중요해요, 개인의 욕심보다 월등히. 누구의 파트가 들어가나, 안 들어가나, 크레딧이 드러나나, 안 드어나나 이런 건 부수적인 거예요. 누구 한 명이 주목받고 싶어서 퀼리티를 떨어트리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돼요. 만약 우리가 밴드라면 미쓰라는 드럼, 제가 기타, 투컷이 베이스에요. 멤버 한 명이 연주를 잘 못한다면, 전 과감하게 다른 밴드의 멤버를 데려와서 녹음할거에요. 그런 부분에서 에픽하이는 힙합 그룹이지만, 토이나 공일오비 같은 오픈 형식의 팀이라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하는 게 음악 듣는 사람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고요. 실제 비틀즈도 그랬었죠. 물론 저희를 비틀즈와 비교하는 건 아니에요.

 

타블로의 말대로 비틀즈는 결과물을 위해 부분적으로 다른 연주자에게 의뢰했었다. 외부 밴드가 아닌 내부에서도 링고 스타를 대신해 폴 매카트니가 드럼 녹음한 경우가 있었다. < White album >에 수록된 「Back in the U.S.S.R.」, 「Dear Prudence」와 비틀즈 마지막 UK 넘버원 싱글, 「The Ballad of John & Yoko」가 그렇다.

 

투컷 :아무래도 표현의 폭이 넓어지죠. 피쳐링뿐 아니라 편곡적인 부분에서도 저희가 어떤 주제나 가사를 받쳐줄 수 없을 경우, 과감히 외부 프로듀서를 영입해요.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죠.


타블로 :「Lesson 5」는 제가 비트 만들고 녹음, 믹스까지 끝냈었어요. 이대로라면 제 노래 하나 더 들어가는 거지만, 저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카펠라를 피제이(Peejay)에게 보냈어요. 멤버들은 좋은데 왜 그러냐며 말렸지만 저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에 의뢰한 거예요. 듣는 사람에겐 음악이 우선이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 같아요.

 

「막을 올리며」는 드레이크의 「Tuscan leather」가 떠오릅니다. 혹시 이번 트랙 제작에서 누군가를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은 경우가 있나요?


타블로 :투컷이 드레이크 정말 싫어하는데.


투컷 :전 그 사람 인정 안 해요.(전원웃음) 저는 원곡인, The Miracles의 「I didn't realize the show was over」에 꽂혀서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최대한 원곡 느낌을 살렸죠. 거기에 최근 유행하는 808 붐 킥을 이용한 브레이크 비트를 섞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특별한 레퍼런스는 딱히 없어요.
타블로 :오히려 저희 1집의 「막을 내리며」가 레퍼런스죠. 그 앨범에 소울 샘플링이 좀 많아서, 이어지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첫 곡으로 한 거고요.

 

각자 < 신발장 >의 베스트 트랙을 꼽아 주세요.


미쓰라 : 저는 「스포일러」요. 계속 기억에 남아요.


타블로 : 저는 「헤픈 엔딩」과 「BORN HATER」. 「스포일러」는 제가 타이틀하지말자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멤버들과 스탭들, 모두가 타이틀곡으로 「스포일러」를 꼽았어요. 저만 「헤픈 엔딩」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더블 타이틀로 냈지만 「헤픈 엔딩」에 사람들이 더 끌리는 걸 보니 제가 대중에게 더 필요한 노래를 잘 가져온 것 같아요. 라디오 DJ의 영향이 컸죠.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포일러」는 못생긴 사람이 옷 잘 입은 그런 경우 같아요.

 

「헤픈 엔딩」은 잘생긴 사람이 대충입고 편의점 가는.


투컷 :슬리퍼 끌고 람보르기니 타는 거지. 「스포일러」는 차려입고 지하철 타는.


타블로 :지하철이 뭐가 문젠데. 이런 싸가지 없는. (전원웃음) 전 「Amor Fati」에도 애착이 가요. 사실 빼려고 했었어요. 이건 나중에 제 솔로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곡이에요.


투컷 :타이틀 둘 중에 따지자면 「스포일러」가 더 좋았어요. 헤픈 엔딩과 더블 타이틀하기를 원하기도 했었고, 수록곡 중에선 「BORN HATER」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 신발장 >의 키워드와 출발점, 그리고 어떤 앨범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타블로 : 「스포일러」에서 'This is our last parade.'라는 표현이 나와요. 저희 콘서트 제목도 'Parade'에요. 그래서 '혹시 「스포일러」 가사 내용이 에픽하이의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였나'라는 추측도 있나 봐요.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하고 싶었던 말은 매 순간이 마지막 축제라는 생각으로, 음악 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자는 거죠. 저희는 예측하지 못했을 때 마지막이 될 뻔했던 순간들이 많았으니까요. 영원할 줄 알고 충분히 즐거워하지 않고, 행복해하지 않았던 때에 뺏겨버리니까, 이제는 인생 전반적으로 마지막 축제인 것처럼 살게 되었어요. 앨범의 궁극적인 메시지도 마찬가지에요. 삶도, 이별도, 사랑도, 역경도 모두 축제다. 언제든 마지막일 수 있으니, 축제답게 순간순간을 살아가자. 이런 의미였어요.


미쓰라 : 많은 감정이 섞여있는 앨범이에요. 미안함도 있고, 감사도 있고, 후회, 깨달음... 그것들이 한 번에 와서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숙제도 남겨준 앨범 같아요.


투컷 :또 한 번 앨범을 할 수 있구나, 이런 즐거움으로 가득한 작업이었어요. 나오고 나서는 그 즐거움이 몇 만 배가 됐죠. 앨범 또 했는데 이렇게 잘 됐구나, 살면서 이런 날이 또 오는구나.< 신발장 >은 제게 큰 의미에요. 진정한 에픽하이의 복귀작이죠.

 

 


인터뷰 : 임진모, 김반야, 전민석, 김도헌
사진 : 김반야
정리 : 전민석, 김도헌

2014/11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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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수트, 미군에 보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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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스마트폰이 몰고 올 변혁을 일찌감치 예측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더 작고 얇아진 형태의 스마트폰이 개인의 금융관리는 물론 교통 및 이동정보까지 제공하는 비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손 안의 작은 기기로 전자 결제와 계좌 이체를 처리하고, 지도 앱과 대중교통 앱을 사용하며 이동하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2008년 당시는 국내에 아이폰이 도입된 지 겨우 1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었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2년보다도 2년이나 앞선 때였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낸 사람, 그가 바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객원교수이자 미래탐험연구소장인 이준정 교수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이준정 교수가 들려주는 또 다른 미래다. 책에 기록된 3년 후 우리의 일상은 놀랍도록 새로운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혹은<아이언맨>에서 보았던 것처럼 눈앞에 펼쳐진 가상의 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게 될 것이며, 인공근육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수준의 근력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생체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고 자율주행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기계와 컴퓨터가 발달함으로써 기존에는 사람이 맡아서 하던 일들을 대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을 잃고 그 자리를 컴퓨터에게 내어주어야 할 것이며, 누군가는 새로운 동료로 등장한 컴퓨터를 조종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변화의 바람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간파해야 하고, 그 상황에서의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역시 그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단순히 변화를 전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묻고 있다. 재료공학 박사로 포스코 연구소 및 산하 연구기관 RIST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등 타 분야의 인재들과 함께 일해 온 그는, 최신 기술 동향과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미래의 생존 전략’을 제시한다. 향후 자동화의 영향으로 사라지게 될 직업과 그를 대신해 새롭게 등장할 직업들을 예측하는가 하면, 변화된 노동 현장이 필요로 하는 리더의 모습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제안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무기와 기술을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들을 상대로 모든 이득을 갈취한다. 비즈니스 경쟁은 스포츠와는 다르다. 공평한 법칙이 없다. 누가 더 유리한 무기를 지녔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바뀐다. 개개인의 창의성이나 영리함은 부수적이다. 전쟁에서 이긴 측이 패배한 측보다 용기가 더 높고 두뇌가 더 우수하다는 논리는 절대로 맞지 않는다. 다만 누가 먼저 새로운 무기를 발견하고 익혔느냐에 달려있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p.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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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통신기술의 속도는 100배 빨라질 것


미지의 대륙을 찾아 나서는 모험가의 마음으로 미래를 탐험하며 ‘현실감 있는 예측’을 들려주고 싶다는 ‘미래탐험가’ 이준정 교수. 그가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속에 담아낸 변화의 이야기를 전한다.

 

먼 미래보다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으셨나요?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허황된 이야기가 없어요. 3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현실화될 거라고 생각되는 변화들만 간추렸어요. 물론 제 예측이 다 맞을 거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고, 그에 대한 경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3년 후에’라고 말할 수 있었고요. 먼 미래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지치고 포기해버려요. 자신과 관계없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만 3년은 누구든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잖아요. 3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열심히 준비하면 새로운 전문 영역을 하나씩 개척할 수 있는 거예요.

 

2010년에 ‘10년 후 스마트폰의 변화’에 대한 전망을 들려주셨는데 이미 상당부분 상용화되었습니다. 정확한 예측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미래를 전망할 때 기술적인 성숙도와 주변 기술의 변화 정도를 관찰합니다. 경제성도 고려하고요.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려면 경제적인 바탕이 깔려있어야 하거든요. 이런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서 예측했던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틀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어요.

 

지난 3년 간의 기술 변화 중 가장 혁신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스마트폰이죠. 스마트폰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물질 경제가 경험 경제로 바뀌었어요. 매일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지만 정말 엄청난 변화예요. 인간은 동굴에서 살 때부터 자신의 물건을 소유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제는 내 것을 포기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내 것임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필요하면 대가를 지불하고 경험만 하면 되거든요.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제가 생각할 때는 경제 전체가 바뀔 것 같습니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에서 예견하신 변화들을 몇 가지 영역으로 분류해 볼 수 있을까요?


크게 세 분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생명 기술, 정보통신의 가상화 기술, 인공지능 기술이에요. 모두 인간의 복지를 위한 기술들이죠.

 

생명 기술이 발달되면 병과 노화를 극복하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는 누구나 건강한 수명을 100세 이상 유지하게 될 겁니다. 제약과 치료 기술, 특히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기술들이 발달되고 있다는 게 그 증거죠. 수명이 연장된다는 건 다른 말로 이야기해서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죠. 100세까지 사는 동안 한 가지의 기술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지식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죠. 변화하는 시대에 자신을 적응시켜 놔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에서 수명 연장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새로운 세계가 가져다주는 기술을 공부하라는 거죠. 그런 기술을 통해서 직업 역시 변천하니까 남보다 빨리 변화에 적응해야 경쟁력이 있어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컴퓨터, 전자기기, 우리 주변에 있는 큰 기계들까지 전부 작아지고 있죠. 나노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까 옛날에는 공장에서 했던 기능을 이제는 작아진 장치들이 맡고 있어요.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공장이 많아지는 건데요. 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굉장히 다른 문화가 확산될 거예요. 휴대폰만 보더라도 앞으로 2018년, 2020년이 되면 5세대 통신기술이 발달하는데 5세대 기술은 4세대 때보다 10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해요. 처리할 수 있는 일은 100만 배 많아지고요. 휴대폰으로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거죠. 불과 3년 뒤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는 거예요.

 

증강현실과 웨어러블 컴퓨터가 미치게 될 영향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측정해서 눈앞에 자막으로 보여주게 될 거예요. 지금 미국에서는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특수 전투병들을 위한 군복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게 바로 아이언맨 수트예요. 헬멧에 부착된 안경에 모든 정보가 들어있고, 다리에 장착된 증강 로봇 장치를 이용해서 무게 40kg, 50kg의 장비를 짊어지고도 움직일 수 있어요. 군대가 그렇게 변화하면 머지않아서 개인도 슈퍼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세상을 미리 내다보고 대비하는 능력을 갖게 될 거예요.

 

사람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컴퓨터, 즉 인공지능 기술도 실현될 텐데요.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도구예요. 갈수록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만큼 지식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거든요.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런 속도로 발달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컴퓨터를 이용해서 대응해야 하는 거죠. 수많은 정보들을 처리하고 해석하게 만드는 거예요. 인간은 그 결과를 보고받고요. 이제는 가장 좋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비서로 채용하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사람이 될 겁니다. 전쟁터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가진 군인이 이길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경쟁력은 도구에 있다는 거죠. 미래의 도구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예요. 자신에게 맞는 소프트웨어를 쓰는 사람이 시장에서 이기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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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게 일자리 빼앗기지 않을 준비, 되었습니까?


현재 있는 직업들의 대부분은 사라지거나 대체될 거라고 예상하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영국의 옥스퍼드 마틴스쿨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직업들 중 67%는 자동화될 수 있다고 해요. 실제로 지난 10년, 15년 동안 미국의 중산층이 경제적 하층민으로 몰락하고 있어요. 중산층이 하던 일을 컴퓨터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서의 역할은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공장 노동자의 역할은 기계가 대신하는 거죠. 이제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점점 월급이 적은 일을 맡게 되거나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할 수 없는 일을 맡게 될 거예요. 그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거고요. 극복하는 방법은, 자기 분야에 닥쳐올 미래의 흐름을  미리 공부하는 거예요. 만약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면 전쟁터를 다른 곳으로 바꿔야죠. 승산이 있다면 컴퓨터를 길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하고요. 컴퓨터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무기예요. 3년 후에 자신의 분야에 비전이 없다면, 지금부터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시장을 찾아야죠.

 

노동 현장에서 ‘컴퓨터 VS 인간’의 구도가 생길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계와 사람이 같이 사는 세상이 오는 거죠. 사람이 컴퓨터나 기계에 종속된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건 인간이 기계와 공존해야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기계에게 거듭 질문을 던짐으로써 세상에 퍼져 있는 지식들을 알 수 있어요. 그 결과 ‘지금 시대에 없는 아이디어는 뭘까’를 생각해낼 수 있는 거죠. 컴퓨터는 정보를 정리하는 능력만 있을 뿐이지, 세상에 없는 생각을 해내지는 못하잖아요. 새로운 발상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사람은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문명은 항상 새로운 생각을 함으로써 발전해 왔어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낸 사람이 있었고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시장을 이끌어 왔죠.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기발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는 건 사람의 역할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 사람이 생존할 영역은 얼마든지 있고요. 힘으로는 컴퓨터와 기계를 이길 수 없으니까 새로운 발상으로 이겨야 하죠.

 

빅데이터가 가져올 변화는 명암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긴밀한 사회 연결망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생활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보완해야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프라이버시와 결부되는 문제가 있죠. 하지만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으면 자신에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노출해야 필요로 하는 정보를 컴퓨터가 줄 수 있죠. 내가 뭘 원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얘기를 안 하면 컴퓨터가 나에 대해 알 수 없잖아요. 검색 엔진만 보더라도 사용자가 계속 비슷한 질문을 하면 그에 맞춰서 학습이 되어서 딱 맞는 답변을 주잖아요. 자신의 관심 분야를 검색 엔진 혹은 컴퓨터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는 거예요. 개인 정보가 악용되는 문제는 금융 관련 정보 등 결정적인 정보를 내보내지 않음으로써 예방하는 방법도 있고, 앞으로 차단 소프트웨어도 많이 발전될 거예요.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에서 예측하신 대로 유전자와 체질, 후성 유전자의 신비가 밝혀진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2000년도 초에 유전자 서열이 분석되면서 많은 질병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분석을 해보니까 하나의 질병에도 그와 결부된 유전자는 무수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질병이라는 건 유전자가 아니고 단백질이 제 작용을 못하기 때문에 걸린다는 사실이었죠. 그래서 지금은 단백질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인체의 단백질 지도가 완성됐다는 발표가 있었고요. 이제는 병원균의 단백질을 연구하는 일이 남았는데요. 병원균 단백질과 결합하는 인체의 단백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면, 그것을 차단하는 단백질 시약을 만들 수 있어요. 병원균 단백질을 차단함으로써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우리의 소화기관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는데, 그 종류에 따라서 체내 기능이 바뀌거든요. 체내 미생물 분포를 바꾸는 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면 여러 유전적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죠.

 

“첨단과학은 인문학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술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기술 혹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기술은 기술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고요. 기술의 가치는 ‘그것이 인간에게 혜택을 주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원리가 있더라도 우리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죠. 중요한 건 사람들이 많이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첨단 기술이라는 건 인기 있는 기술이고, 인기가 있다는 건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사람을 위한 기술, 인본 기술인 거죠. 사람을 위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이기도 하고요. 사람을 떠나서 기술이 존재할 수 없죠.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그래서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되고, 그 결과 경제적 하층민으로 밀려나는 것도 심각한 문제예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은 서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앞으로 우리는 다세대 공존사회에 살게 될 거예요. 수명이 연장되면서 한 집안에 3대, 4대가 함께 살게 되는 날이 오는 거죠. 갈수록 세대 간 격차가 심화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첨예의 관심이 되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겠죠. 새로운 지식이 세대 간의 격차를 메운다는 거예요. 새로운 흐름을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대화가 단절되고 소통이 되지 않아요.


저자는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와 만난 독자들이 “자신이 몰랐던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의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지략을 세우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각 분야별로 ‘미래에 대처하는 자세’를 제안하고 있다. 그 안에서 이준정 교수는 창의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첨단 기술 혹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인간의 창의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저자가 권하는 성공 전략은 즐겁게 자신을 발현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순간 창의력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그러나 유심히 생각해 보면 그 현재는 바로 닥쳐올 현재다. 닥쳐올 현재란 바로 미래의 다른 표현이다. 미래는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앞에 곧 닥쳐올 현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순간도 미래를 떠날 수 없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p.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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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이준정 저 | 시간여행
국내에 손꼽히는 첨단미래기술 전문가 이준정 박사의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제목 그대로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들이 가까운 앞날에 어떤 세상을 펼쳐나갈지 살펴보는 책이다. 인공지능, 3D 프린팅, 정보통신,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재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들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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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배순탁 “드래곤볼 7개 모아도 20대로 안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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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어터 신보가 나온다는 소식에 잠을 못 이루던 소년들이 있었다. 날이 밝자마자 참을성이 없던 A는 시내 대형 레코드점으로 뛰었고 조금은 느긋했던 B는 동네 레코드점에 예약을 걸어놓고 기다렸다. 1990년대만 해도 동네 곳곳에 레코드샵이 있었다. 이제는 30~40대가 되어버린 메탈키드에게 그때는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시절이다.

 

배순탁 작가가 쓴 『청춘을 달리다』는 1990년대를 회고한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로 유명한 그인지라, 자칫 이번 책이 팝에 관한 이야기라고 예측할 수도 있다. 아니다. 이 책은 1990년대 가요를 다룬다. 신해철, 이승환, 자우림, 서태지, 윤종신 등 15팀을 소개하며 해당 뮤지션에 얽힌 배순탁의 사적인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스스로 유리멘탈이라며 뮤지션과 술자리는 꺼린다는 배순탁. 혹시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드러내기를 싫어한다면 어떨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 할 거라는 예상이 종종 빗나가기도 하지만, 배순탁은 아니었다. 그는 능변가였다. 사실, 그는 이미 방송에서 유려한 언변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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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프로그램 작가가 가요를 다룬 이유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로 유명합니다. 아무래도 팝을 다뤘을 듯한데, 책에서 이야기되는 소재는 가요입니다.
 
팝이 아니라 가요를 먼저 들었거든요. 1998년까지는 가요를 마니악하게 들었습니다. 책이 다룬 시기와 거의 일치하죠. 1998년까지만 들었던 이유는, 그때 군대에 갔거든요. 또 마침 HOT가 나오고 가요 대신 팝 음악을 들었어요. 지금은 HOT 음악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이 시기에 머라이어캐리, 펄잼, 너바나도 좋아했지만 가요를 주로 들었으니 팝이 아니라 가요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가요를 이야기해야 이 바닥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팝 프로그램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팝은 대한민국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가요가 팝화된 음악이라고는 해도, 정서적 친밀감으로 보면 다르거든요. 그래서 가요를 썼습니다.

 

첫 장이 고 신해철입니다.

 

돌아가시기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대타 DJ를 맡으셨죠. 작가에게는 대타 DJ가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콘솔을 직접 만져야 하는데, 그 분은 워낙 총명하고 콘솔은 장난감처럼 만질 수 있었죠. 그래서 저도 아무런 부담 없이 재밌게 10일 동안 같이 지냈어요. 그때 느낀 점을 장 마지막에 꼭 쓰고 싶었습니다. 대중이 갖는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이 신해철만큼 큰 사람도 없을 거예요. 대중은 그를 마왕, 교주로 기억하지만 그는 그냥 좋은 사람이에요.

 

제게 신해철은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게 했던 뮤지션입니다. ‘50년 후의 내 모습’ 같은 곡이 그랬죠. 물론 이전에 이런 음악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제가 처음으로 들은 음악은 신해철 곡이었어요. 솔로도 그랬고 넥스트 앨범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넥스트 1, 2집을 정말 좋아해서 어마어마하게 들었어요. 윤상 편에 등장하는 제 친구들 모두가 신해철을 좋아했어요. 신해철로 친해졌고, 지금까지도 계속 만나는 친구죠.

 

제목인 ‘청춘을 달리다’에서 ‘말 달리자’도 연상되는데요. 제목에 얽힌 사연이 있나요.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말 달리자’뿐만 아니라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도 연상되는 제목인데요. 출판사에서 몇 가지를 줬는데, 이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지었어요. 차우진 음악평론가의 『청춘의 사운드』라는 책이 있어요. 차우진 씨에게 전화해서 단어가 하나 겹치는데 절대 오해하지 말라고 전화는 했네요. 저는 평범한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스24 오늘의 책에도 올랐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죠. 저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심각하게 있는데요. 그냥 고맙고 놀랍습니다. 가수가 뮤직뱅크 1위 할 때 기분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 개인의 이야기를 많이 썼다는 점일 텐데요. 소개하는 음반이 명반이고, 그 명반에 얽힌 사적인 이야기가 있잖아요. 연애, 군대, 대학생활 등등. 하지만 명반이긴 해도 사연이 얽히지 않은 음악도 있지 않나요.
 
그래서 김동률 앨범은 빠졌어요. 전람회 1집인 「기억의 습작」 은 LP로도 갖고 있고 정말 좋아합니다. 신해철이 프로듀싱하고 목소리까지 나오죠. 2집은 더 좋아했습니다. 특히 ‘이방인’이라는 노래. 그런데 별 이유가 없는데도 김동률의 솔로 뒤로는 못 챙겼어요. 그러다 보니 제 삶과 연관도 없고요. 어쩔 수 없이 김동률은 포기했죠.

 

1990년대 곡으로 여러 곡을 추천하셨는데요. 계속 들어도 좋은 노래를 꼽아 주신다면.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 신해철의 ‘껍질의 파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난 알아요’ 이 정도겠네요.

 

‘이통사의 하위 카테고리’쯤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음악무용의 시대에, 「Fall to Fly 前」은 장인적인 고집으로 충만하다(p. 159)고 쓰셨습니다. 현재 한국의 음악 시장을 어떤가요.

 

‘이통사의 하위 카테고리’라는 표현은 제가 아니라 이승환 씨가 방송에서 했어요. 저도 인상 깊게 들었어요. 지금은 창작자에게 돈이 안 돌아가는 시대입니다. 그건 인디 뮤지션도 그렇고 SM 소속 뮤지션도 마찬가지죠. 바꾸면 되잖아요. 하지만 안 바꾸는 이유가 첫째는 거대 기획사가 가진 파이는 어차피 크니까요. 둘째는 그들이 돈 버는 게 음원 수익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광고, 해외공연 수익이 더 많죠. 그래서 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요. 외국도 비슷해요. 음원 수익보다 방송, 광고, 공연 수익이 더 중요한 시대죠.

 

문제는 음악에 투자한 게 회수 안 된다는 사실이죠. 이승환은 음악에 몇억씩 투자하는 사람인데, 본전도 못 건지는 불공정한 제도에요. 불공정하다는 걸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않고 있고요. 이런 제도가 계속되는 한 음악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의 음악 듣는 감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어요. 음악의 본질은 가사가 아니라 사운드인데, 사운드를 대하는 사람들 생각이 예전보다 소홀해진 것 같아요.

 

 

음악평론이란 객관을 가장한 주관으로 하는 설득
 

나에게는, 음악에 대한 글을 통해서 객관과 보편을 말하려는 욕심이 없다. 솔직히 음악을 논하는 행위에 있어서 그런 것들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요즘 들어 유난히 객관이라는 것의 허무함을 사무치게 절감한다. (중략) 객관을 가장한 주관을 설득하고 있을 뿐이다.  -『청춘을 달리다』 p. 129

 

음악평론의 곤혹스러움을 표현하셨는데요. 이 책에서는 장르, 표현 기법 등 전문적인 용어는 최대한 빼고 쓰려고 한 느낌이 들어요.

 

읽기 쉽게 쓰려고 했죠. 그게 목표였으니까요. 제일 난감한 게 음악평론입니다. 문학평론은 텍스트와 비평하는 도구가 모두 글이죠. 도구가 같아요. 큰 장점입니다. 영화는 보인다는 장점이 있고요. 음악은? 악보를 펼쳐놓고 봐도 소용이 없어요. ‘이 곡은 C장조로 시작해서 이 대목에서 변환이 일어난다’고 쓰면 누가 읽어요. 생래적인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결국 음악평론은 객관을 가장한 주관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배순탁의 평론이란?

 

특정한 경험을 통해서 취향이 생깁니다. 그 취향을 잘 닦고 숙성하면 안목이 형성되겠죠. 깊은 안목을 지닌 평론가가 최종 목표입니다. 제가 경험한 건 부분일 수밖에 없어요. 평론가에게는 부분으로 전체를 미루어 짐작하는 능력이 필수죠. 이를 위해서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요. 좋은 안목을 기르려고 아직도 노력 중입니다.

 

책 속에 밀란 쿤데라, 발터 벤자민, 신형철이 자주 등장합니다.

 

신형철, 벤자민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신형철에게 바치는 오마주입니다. 소설 대신 평론집을 많이 읽어요. 어릴 때부터 그랬고요.『몰락의 에티카』를 읽고 비틀스의 「Sgt Pepper's Lonley Hearts Club Band」 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하는 심정이었죠. 지금도 『정확한 사랑의 실험』, 『느낌의 공동체』는 계속해서 읽어요. 한때 프랑스 철학이 패션이었던 적이 있죠.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 저도 패션으로 받아들였죠. 이해 못 하면서도 읽었어요. 푸코는 그나마 쉽고 데리다는 읽다 욕할 정도로 어려웠지만요. 실용적인 글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쁘니까 책 읽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주로 좋은 평론을 읽으려 합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은 드림씨어터(Dream Theater)는 평론가에게 특히 인기 많은 듯합니다.

 

평론가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죠.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도 대중들은 거의 몰라요. 평론가나 알지. 다른 고등학생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시작은 메탈이었어요. 한국 뮤지션은 넥스트, 외국은 메탈리카와 드림씨어터. 메탈리카는 1980년대 전성기라 책에서는 뺐어요. 1990년대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무조건 드림씨어터입니다. 연주력이 너무 완벽해서 흠이라고 할 정도로 연주가 좋고 곡도 잘 써요. 멜로디도 선명하고요. 지금도 듣고 앞으로도 들을 텐데 올해 내한은 못 갔네요. 원래 기타리스트를 꿈꿨는데, 못다 이룬 게 드림씨어터에 있어요. 대리만족을 느끼죠.

 

목차를 보면 A사이드와 B사이드로 나뉘어 있는데요. 보통 테이프를 보면 A사이드에 좋은 곡이 많고 B사이드는 채워 넣는다는 느낌도 들잖아요.

 

별다른 의도는 없어요. 첫 번째가 신해철이 된 건 의도적이지만 나머지는 시간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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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7개 모아도 20대로 안 돌아가

 

그럼에도 공교롭게도 B사이드에 군대 이야기가 있네요.

 

군대는 암흑시절이었죠. 인제군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맞고 때리고 이런 건 없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그렇지만 군대라는 조직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 면이 많은 곳이잖아요. 저는 남자가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미국 남자는 대부분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나오잖아요.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곳이지, 군대가 한 사람의 인격을 성숙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지금처럼 아픈 세상을 만든 건 이십대가 아닌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그런 세계가 반강제적으로 주어진 마당에 당사자들을 향해 참고 견뎌라?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청춘을 달리다』 p. 108

 

보통 청춘은 어렴풋하면서 아련하게, 아름답게 그려지기 마련인데요. 이 책에서 그리는 주 감성은 씁쓸함 같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말도 안 되게 신자유주의 비판도 썼어요. 지금 20대는 취업, 생존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에요. 이 와중에 청춘에게 희망 전도사, 희망 세일즈맨 되는 건 거대한 위선이죠. 그런데도 내일이 나아질 거라고 말하는 책이 많이 팔리는 데 절망했어요. 그런 책을 읽어봤자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지금 청춘은 미래를 몰라서가 아니라 미래가 뻔히 보여서 화가 나고 불안해하잖아요. 그 앞에서 당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한 교수가 이렇게 이야기했죠. 그래서, 이런 세상을 만든 게 내 책임이냐고. 비슷한 시기에 배철수 선배는 이런 세상을 만든 건 내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적어도 회피하려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겠습니다. 실제로 배철수 선생님은 어떤 어른인가요.
 
배철수 선배는 정말로 존경할 만한 어른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에요. 20대 때는 윗세대 욕하고 30대는 중간에 껴서 어물쩍거리고 40대는 20대 욕하는 게 무한반복됩니다. 이게 세대론이에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고집불통, 꼰대가 됩니다. 다만, 강약은 있어요. 누가 더 꼰대이고 덜 꼰대가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배철수 선배는 제가 본 분 중에서 가장 꼰대스럽지 않은 어른이에요. 젊은 사고를 갖고 여전히 젊은이가 즐기는 문화를 함께 공유하려고 노력해요. 라디오 DJ를 하려면 필수거든요. 50~60대만이 아니라 10~20대도 라디오를 들으니까요.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DJ가 모르면 방송이 안 되죠.
 
청춘을 달렸습니다. 달리고 난 심정은 어떤가요.

 

달릴 때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고 길 때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정서는 이거예요. 미련을 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드래곤볼 7개를 주면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도 저는 안 돌아가요. 밤새 술 마셔도 생생했던 젊은 시절이나, 기본적으로는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20대에게 거짓부렁이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아, 힘들었어요. 지금 청춘은 더 힘들 거예요. 힘내라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힘이 안 날 게 뻔하거든요. 절망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희망을 논할 수 있겠지만 무조건 힘내, 잘 될 거야, 이런 말은 못하겠네요.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미완인 20대라는 이유인가요.

 

정신적인 고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본적인 의식주입니다. 의식주가 부족한 데서 오는 고통은 자존감을 해칠 수 있어요. 저는 그런 시절을 미화하고 싶지 않아요. ‘너희는 그 시절을 아니?’ 꼰대질할 생각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봐야죠.
 
못다 한 꿈인 기타리스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나요.

 

언제든 다시 치고 싶지만 이미 알았어요. 제 신념인데, 예술과 스포츠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관둬야 해요. 아니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합니다. 예술과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재능이 먼저이고 피나는 노력은 그 이후입니다. 저는 축구도 해 봤고 기타도 쳐 봤지만 냉정하게 보면 스스로가 알아요. 그런 면에서는 포기가 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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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달리다배순탁 저 | 북라이프
감성이 가장 충만했던 그 시절,‘운 좋게’도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에게 ‘청춘’이라는 단어는 조금 특별했다. “나에게 있어 청춘이란, 낭만적인 동시에 비참함을 어떻게든 견뎌야 했던, 흑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낭만보다는 비참과 좌절을 겪어내면서, 나는 어른이 되는 법을 조금은 배울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이 없었다면 글쎄, 나는 아마도 정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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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리 손봉석이 전하는 창업할 때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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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시리즈 손봉석 저자가 새 책을 냈다. 제목은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이다. 현재 그는 제주회계컨설팅 대표로 있으면서 소규모 기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회계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장사를 잘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차이를 회계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고 결과로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손봉석 저자는 겉으로는 장사가 잘 되는 집도 장부를 보면 그렇지 않았던 집이 많았다고 한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그들간 경쟁이 치열한 사회구조적 원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사를 하기 전에 꼼꼼이 준비를 해도 잘 될까 말까인데, 창업주가 그러한 노력을 충실한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숫자를 보려는 노력이 덜했다. 많은 창업주가 아이템과 장소를 고민했지만 이를 숫자로 환산해서 계산하지 않았던 것이다.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는 기회비용, 재무제표, 손익분기점과 감가상각, 레버리지 등 용어만 보면 딱딱해 보이는 개념을 실제 사례와 엮어서 쉽게 설명했다. 저자의 가족 사례까지 동원해서 개념을 풀어 놓는데, 굳이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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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에서 중요한 건 매출이 아니라 순익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는 어떤 계기로 썼나요.

 

장사를 했는데 이익을 안 내니까 이 책을 냈어요. 제 고객 중에서 매출이 20~30억 이하인 자영업 고객이 많습니다. 장사는 돈 벌려고 하는데, 주 관점은 매출이라든지 손님 수, 직원 수에요. 회사 직원이 많다고 자랑하는데, 사실 자랑거리가 아니거든요. 그만큼 비용이 많이 나가니까요. 또 손님 많으니까 장사 잘 돼, 돈 많이 벌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사장님에게 물어보면 이런 분들 의외로 통장이 마이너스입니다. 목표가 매출이나 규모에 있다는 거죠. 이런 걸 관리하는 게 회계인데, 회계를 몰라요. 모르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고. 이런 분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었어요.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는 자영업자가 보기에 쉬운 회계책입니다.

 

‘회계천재가 된 홍대리 시리즈’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원리를 보면 공통점이 많습니다. 굳이 차이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홍대리’는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비즈니스를 위한 회계책이고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은 사장 입장에서 쓴 책입니다. 홍대리 시리즈를 읽은 직장인이더라도 노후라든지 중간에 창업한다고 했을 때 알아야 하는 회계 지식이죠.

 

책에서 다루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내 분이 창업하려는 이야기까지 등장하는데요. 이런 이야기의 사례를 모으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가족과 많이 지내면 돼요. 사장님들은 보통 회사에 나와 있어야 일한다고 생각해서 늦게까지 일하고, 저녁에도 사람 만나서 술 마시러 가는 경우가 많아요.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골프도 치고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가족과 지내는 게 회사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족이 사회 최소 단위잖아요. 아이를 통해서는 불황 없는 업종을 볼 수 있고, 아내는 가장 까다로운 고객입니다. 아내는 직설적으로 말해요. 아내가 회계 책을 한 번도 안 본 가정주부인데, 이 책을 쓰면서도 쉽고 재밌다고 할 때까지 썼어요.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독자도 더 공감할 책이에요.

 

아이템을 숫자로 환산해서 계산해 봐야

 

한국이 고용 구조상 자영업자 비율이 많은 사회입니다. 많은 사람이 창업을 염두에 둘 텐데, 조언해 주신다면.

 

장사를 하는 분이 고민하는 게 첫 번째가 아이템이에요. 식당 할까, 커피를 할까, 이런 고민이죠.그리고 위치를 봅니다. 유동인구도 조사하고요. “여기 커피숍이 없네? 해야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없으니까 장사가 잘 되는 게 아니라 장사가 안되니까 없을 수 있어요. 실제 장사는 현실이에요. 수치로 돈이 나와야 합니다. 돈을 벌어야 끈기 있게 갈 수 있어요. 숫자상으로 계속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하죠. 아이템과 유동인구를 숫자로 바꿔보면 자신이 얼마나 두루뭉술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창업해놓고 계산하면 이미 그때는 강을 건너 왔기 때문에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마 계산 안 해 보고 시작한 사람이 절반은 넘을 거예요. 그런 분이 창업하니 돈을 잃죠. 걸러진 분이 창업하면 망하지 않는 장사를 할 거 같아요. 물론 장사하는 분들 본인은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요. 컨설턴트가 보기에는 회계적인 준비를 더 해야 하지 않았나, 할 때가 많죠.

 

한국이 이제는 고도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장소로 큰 소득을 버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창업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소득을 목표로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월급의 2배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계사도 자영업 중 하나인데, 연간 순익 목표를 10억으로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저녁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저녁과 주말은 가족과 함께 지내고, 1년에 한 번은 가족 여행도 다니거든요. 그런데 이 이상 욕심을 부리면 삶을 포기해야죠. 월급의 2배 정도가 적당하고, 이 이하가 목표라면 차라리 직장 다니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것저것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요.

 

투자금 회수가 예전에는 1~2년인데 요즘은 3~5년 정도 걸린다고 쓰셨습니다.

 

자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장사 잘된다고 소문나면 우후죽순처럼 생기거든요. 웬만한 장사는 3~5년 정도 하면 투자금을 뽑지만 잘 되는 장사는 1년도 안 되어서 후발주자가 생겨요. 제주만 해도 카페가 4~5년 사이에 몇십 배가 늘었습니다.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후발주자에게 밀리죠. 시설, 인테리어 이런 데서 지니까요. 그리고 장사가 잘되면 건물주라는 무서운 사람이 나타나요. 장사가 잘 되고 2~3년 차에 접어들면 건물주가 연장을 안 해 주죠. 만약에 2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자신이 없으면 임대차 계약할 때도 장기로 해야 하죠. 

 

제주에 커피숍이 많으면 회계 상담하는 고객도 많이 늘었겠네요.

 

아니에요. 망하는 회사도 늘고, 회계사도 많이 늘었어요. (웃음) 요즘은 제주 이주 열풍이 조금 죽었어요. 밖에서 보면 제주 생활이 여유로워 보입니다.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관광지로 보면 좋지만, 사는 건 다릅니다. 실제 삶은 더 치열해요. 육지에서 와서 할 수 있는 게 한정되다 보니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요. 급격히 늘었죠. 공급이 많으면 시장 파이가 줄어드니, 자영업의 무덤이 되죠. 다시 돌아가시는 분이 꽤 많습니다.

 

프렌차이즈, 동업, 인사에서 고려해야 할 것

 

창업할 때 많이 고려하는 게 프렌차이즈입니다. 프렌차이즈는 회계로 접근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대기업이 프렌차이즈를 두는 이유가 뭘까요. 직원을 뽑아서 운영하는 것보다 가맹점 모집하는 게 나으니까요. 돈이 되면 직영을 하겠죠. 가맹점은 본점보다는 절대 많이 벌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프렌차이즈 생각할 때는 본사가 얼마나 돈을 버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본사가 돈을 못 벌면, 가맹점도 못 벌어요.

 

아내가 모 프렌차이즈를 하고 싶어 설명회에 따라간 적이 있어요. 본사가 제시한 이익이 업계 평균보다 높다고 했지만, 제가 계산해 보니 여러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직장에 다니는 게 낫더라고요. 물론 프렌차이즈가 독립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망할 확률이 낮겠지만, 역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힘들어요. 프렌차이즈가 직원을 고용했을 때 쓰는 인건비 정도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많은 직장인이 사장님을 꿈꾸잖아요.

 

매출 1~2조 내는 대기업에 다녔던 분들이 장사를 우습게 알고 시작하기도 해요. 직장에서 했던 걸 생각하면 안 됩니다. 보통 대기업에서는 인사면 인사, 총무면 총무, 회계면 회계, 이렇게 한 분야 많아야 두 분야를 하잖아요. 사업, 장사는 종합예술이거든요. 인사, 생산, 구매 다 해야 해요. 그러니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사업은 어려워요. 이전에 다닌 회사가 얼마나 크고, 스펙이 어땠는지는 장사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자영업에 맞는 준비를 따로 해야 합니다. 저만 해도 회계 법인에서 컨설팅하는 것과 독립해서 자영업자를 상대로 컨설팅하는 것은 분야가 완전 다르고 쓰는 지식도 다르거든요.

 

동업의 위험성도 경고하셨습니다.

 

저도 두 번 헤어지고 지금은 세 번째 동업 중인데요. 보통 동업은 돈이나 인력, 능력이 부족해서 시작하죠. 손실 날 때는 불만이 없습니다. 손실이 반으로 줄어드는 거니까요. 오히려 이익이 날 때 문제가 생겨요. 내가 더 많이 했는데 왜 저 사람이 반을 가져가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사람은 남보다 자기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신뢰가 안 생기기 시작하면 깨질 일만 남아요. 책만 해도 그래요. 공저한 분은 알 거예요. 공저가 얼마나 힘든지.

 

장사에서 중요한 게 인사인데요. 열심히 안 하는 직원은 어떻게 하시나요.

 

창업은 자금과 인사가 핵심인데 그중에서도 인사가 더 중요해요. '울지 않는 새'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벤다(죽인다)’고 말했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 때까지 새를 달래준다'고 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라고 대답합니다. 저도 울 때까지 기다리는 편입니다. 열심히 안 하는 이유는 동기부여가 없어서죠. 아이 4명을 키우면서 조직 관리를 생각해보는데요. 재능이 모두 다르지만, 좋아하는 건 다 열심히 하거든요. 문제는 부모가 자식이 좋아하는 걸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학원 보내고 강요하면 열심히 안 해요.

 

직원도 똑같습니다. 사장이 강조하는 것과 직원의 관심사가 다르면 열심히 안 해요. 직원이 뭘 잘하는지를 계속 보고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면 대부분 다 열심히 합니다. 물론 열심히 하는 문화에 안 맞는 사람은 있어요. 이런 사람은 회사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 다른 데로 가는 게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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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쓰는 이유

 

어떤 계기로 제주로 가셨나요.

 

드라마에 속았죠. 고향은 전라도이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어요. 회계 법인에 있을 때였어요. 1월부터 제일 바쁜데, 야근하다 힘드니까 “내 사업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기로 마음먹고, 어디서 할지를 고민했죠. 서울은 시장은 넓은데 회계사가 워낙 많았어요. 고향인 전라도는 성장성, 전망이 안 좋았습니다. 제주도에는 처가가 있었어요. 특별 자치도가 되기 전이었는데, 특별자치도가 되면 개발되고 변화가 일어날 테니까 새로 사업하는 사람이 깃발을 꽂을 만했어요. 드라마 이야기는 농담이고 발전 가능성을 보고 왔어요. 그리고 누구나 제주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있을 거예요. 여기서 많은 걸 얻었어요. ‘홍대리’ 시리즈도 나왔고, 아이도 4명 모두 여기서 얻었으니까요.

 

‘홍대리’ 시리즈가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뒤로 바뀐 게 있을까요.

 

아주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한 예로, 책이 돈이 되는지를 따졌어요. ‘홍대리’ 시리즈 전에도 책을 몇 권 냈는데, 책 팔아서 돈이 안 되더라고요. (웃음) 책 팔아서 억 단위로 버는 저자는 1년에 한두 명이 있을까 말까예요. 책을 쓰려면 집필 기간만 1~2년이고, 5~10년 정도 경험이 쌓여야 하죠. 그렇게 힘들게 쓰는데, 소득은 미미해요. 그래도 책이 나오면 뿌듯하니까 썼죠. 그런데 ‘홍대리’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책처럼 파급력이 큰 게 드물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인생에서 세 가지를 봅니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면 좋겠고. 주변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사회가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데 일조하면 좋겠어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게 책이었습니다. 특히 세 번째인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데 책이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문작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책을 쓰고, 또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에 책 천 권을 읽는다고 하셨는데요.

 

1.000이라는 숫자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한 권을 읽어도 이해하고 저자와 공감해서 삶에 지혜를 쓰면 충분하죠. 제가 천 권을 읽는 이유는 가능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입니다. 우리가 노벨문학상,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책으로는 가능해요. 가장 경제적인 투자입니다. 저는 300쪽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얻어서 그걸 인생에서 쓰면, 나머지는 안 읽어요. 발췌독이죠. 고전이나 문사철은 집에 놔두고 계속 읽지만요.

 

앞으로 계획은?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어요. 프롤로그에도 쓴 말인데, 사부와르 비브르(Savioir Vivre)라고 우리나라 말로 하면 “삶을 삶답게 산다”는 뜻이에요. 프랑스 사람들이 이해 못 하는 게. 백만장자가 햄버거 먹으며 일하는 거예요. 미국이나 우리나라 사람은 시간 절약하려고 삶을 포기하거든요. 가족, 직원, 고객 등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희생하는 건 반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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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손봉석 저 | 다산북스
사장들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하면서 모은 엑기스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에서는 상담하면서 만난 사장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들을 모아 장사를 시작할 때 따져봐야 할 것들, 매출을 높이고 이익을 남기는 다양한 방법들, 세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등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필수 정보들을 쉽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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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청춘 8인이 건네는 스피치 비법 『당신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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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언어와 더불어 살아간다. 언어는 크게 말과 글로 나눠지는데, 이 둘은 결국 하나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역도 마찬가지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이런 경우는 조금의 훈련을 거치면 둘 다 능통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피치를 다룬 책을 읽든, 글쓰기를 소재로 한 책을 읽든 둘은 하나로 통한다.

 

『당신의 말』은 저자 8명이 함께 쓴 책이다. 울림 있는 말하기 김성태, 깊은 생각에서 나오는 말하기 정은희, 준비된 방송 기자 성시온, 신뢰가는 말하기 정은영, 활력과 아름다움의 말하기 오희승, 직설적 달변가 정은하, 뚝심과 유머의 말하기 김일균, 듣기의 강자 김태엽 등 이들 8명은 대학 토론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다. 지금은 기업, 대학원, 언론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여러 토론 대회에 나가서 많은 상을 받았다.

 

김성태는 전국대학생토론대회에서 10관왕을 휩쓸기도 했고 정은하 역시 전국토론대학생토론대회에서 우승했다. 나머지 저자들도 최소 1회 이상 수상 경력이 있다. 이들이 동아리에서 주로 했던 방식은 CEDA(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였다. 크게 입론, 교차조사, 반박으로 이루어진 CEDA 토론으로 말하기를 훈련하며 각자 말하기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얻은 노하우라 공개하기 아까울 수도 있지만, 이들은 책으로 공유하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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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일균 정은하 김성태 장은영 정은희 오희승

 

『당신의 말』의 장점은 젊음과 실용성

 

동업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 공저가 상당히 힘든 작업입니다. 개개인을 보면 혼자서 단독 저서를 쓸 수 있을 듯한데, 함께 쓴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은하 :처음부터 책으로 내자고 해서 쓴 건 아니에요. 한 달에 한 장씩 써서 얼굴 볼 겸 만났죠. 놀 겸, 얼굴도 볼 겸 써나갔죠. 쓰기 위해서 공부도 했는데, 생각보다 우리에게 와 닿는 말하기 책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이론적으로 훌륭해도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책은 드물었거든요. 특히 20대 우리 나이 또래가 쓴 책은 더 없었어요. 쓰면서 점점 더 우리 책에 자신감을 가졌죠.
 
『당신의 말』이 다른 화술 책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김일균 : 저희 같은 젊은 사람 눈높이에 맞아요. 취업 준비생이나 대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는 우리가 쓴 책이 다른 책보다 강점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모두『미생』의 장그래 같은 존재인데, 우리가 했으니까 적용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할 거 같아요.
 
오희승 :저희가 직접 겪은 이야기에요. 8명이 겪은 각자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넣었어요.
 
정은하 : 학생에게만 도움될 줄 알았는데 이미 사회생활 하는 분들도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지를 고민하더라고요.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쓴 거라 공감된다고 해요. 좋은 내용이라도 공감이 안 되면 생활에서 쓸 수 없잖아요.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쓴 거라 독자도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장은영 :말하기에 정답은 없어요. 다들 말하는 스타일이 달라요. 개성 있는 8명이 각각 말하기를 썼다는 게 장점이에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말하기를 찾을 수 있는 선택지가 많죠.
 
말하기는 인생이다

 

많은 사람이 말을 하면서도 정작 말하기를 고민하지는 않잖아요. 우리는 왜 말하기를 고민해야 하나요.
 
김성태 : 말은 돈을 버는 일부터 사랑하는 일까지 인생과 함께 갑니다. 죽고 싶다는 친구의 전화를 들었을 때 말로 살릴 수 있어요. 반대로 살고 싶다는 사람도 뾰족한 말로써 그 사람을 죽이기도 해요. 공동체에 빛을 주기도 하고 어둠으로 덮기도 합니다. 그러니 신중해야 하죠. 신중함에 앞서는 게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는 일이에요. 공감은 마음 밖에서 일어나지 않고 안에서 일어나죠. 첫 장이 공감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제가 유머에 강한 편은 아니라서, 대화할 때 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먼저 마음을 열려고 하거든요. 내 생각을 닫아놓고 이야기하면 “너 이야기해 봐, 들어줄게”라고 이야기하는 것밖에 안 돼요.
 
두 번째 장은 ‘콘텐츠’,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참 어렵습니다.
 
정은희 : 2장 주제는 콘텐츠이고 핵심 키워드는 생각입니다. 대학원에서 말하기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이나 기업 회의와는 달리 대학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비어 있는 순간이 많아요. 생각하는 시간이죠. 공백이 있어도 다들 기다려 줘요. 저는 일대일로 이야기할 때도 쉬면서 생각하고 정리해서 다시 말을 하는 게 좋아요. 화술의 기본은 생각이고, 생각을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해요.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가 관건인데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로서 팁을 주신다면?
 
성시온 : 사람들은 어색한 연기를 보면 ‘발연기’라고 비판하잖아요. 발연기가 뭘까요? 연기하는 티가 나는 게 발연기거든요. 훌륭한 연기는 정말 실제 상황처럼 연기하죠. 그래서 내가 여주인공인 것처럼 슬프고 기쁘고 감정 이입이 되죠. 발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발표라는 형식을 띄고 있지만 결국에는 대화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말을 뱉기만 하기 때문에 말투도 어색해지고 전달력도 떨어지죠. 청자와 교감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전달이라고 생각해요. 발성, 발음, 제스처 등은 부수적인 요소고요. 수단이 본질을 덮을 수는 없어요.
 
네 번째 장은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입니다.
 
장은영 : 보통 말하기 책에서는 잘 안 나오는 부분이죠. 어떤 챕터를 쓸까 고민을 하다 사람들이 왜 말을 하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우리가 아나운서나 기자가 아니기에 일방적인 스피치는 하지 않죠. 커뮤니케이션, 그러니까 결국 내 의도를 전달하고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말을 해요. 그런데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게 말하는지를 써봤어요. 잘못 전달됐을 때는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도 다뤘는데,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에요.
 
면접, 토론, 스피치 어떻게 해야 하나

 

학 면접, 회사 면접을 앞둔 독자가 궁금해할 질문입니다. 면접,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을까요.
 
오희승 :필진 중에서는 제가 면접을 제일 많이 봤고, 합격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5장을 맡았습니다. 면접은 짧은 시간에 나를 다 보여줘야 하는 집약적인 스피치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부담이 되지만, 부담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해요. 내게도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말하기가 좀 편해집니다. 일방적으로 면접관에게 당하지 말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거짓으로 꾸미지 말고 진심으로 말해야 합니다. 꾸미려고 하면 결국 거짓은 드러나거든요. 제 이야기와 함께 친구 이야기도 많이 담았어요. 주변에 있는 선배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독자가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면접에서는 토론도 많이 하잖아요.
 
정은하 :토론해서 뭐해, 이런 반응도 있죠. 하지만 토론만큼 단시간에 자신의 말하기를 고칠 수 있는 게 없어요. 토론에는 스피치도 있고, 주고받는 대화도 있고, 반박하는 말하기도 있어요. 그러니 단시간에 자신의 말하기 스타일이 다 드러납니다. 평소에 자신의 말이 빠르다든지, 요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든지 이런 단점을 느꼈다면 토론을 하면 빠른 시간에 단점을 고쳐 나갈 수 있어요. 연인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 싸우게 될 때가 있는데, 괜히 전 연인 이야기를 꺼내서 화내고 감정 상하고 이런 일이 있잖아요. 토론으로 연습하면 대화할 때도 감정 조절을 잘하고, 다른 이야기로 새는 버릇도 잡을 수 있어요. 저도 고집이 엄청나게 센 편인데, 토론으로 많이 나아졌어요.
 
7장은 대중스피치, 유머를 다뤘습니다.
 
김일균 :저는 말 못 하는 조건을 많이 갖췄어요. 말이 빠르고, 흥분 잘하고, 경상도 출신에 중국에서도 오래 살았어요. 토론 동아리 들어왔을 때 말투를 고쳐보라는 말도 들었죠. 말투를 고치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TV 토론 많이 보고, 정동영ㆍ유시민ㆍ노회찬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의 말을 제 방식대로 다시 했죠.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거리를 걸을 때는 전화를 하는 척하면서 연습했죠. 그냥 중얼중얼하면 주변에서 미친 사람이라 생각하고 무서워하거든요. 제가 토론대회는 15번을 나갔는데, 처음 10번은 다 떨어지고 나중에 5번은 준우승 4번 3위 1번을 했어요. 실패하면서 계속 고쳐나갔던 거죠. 스피치 장을 맡았을 때 많이 망설였지만, 확신은 있었어요. 제가 원래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못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 이야기할 자격은 있겠다고 생각했죠. 스피치는 발표의 기본이에요. 주제 잡기, 내용에 넣을 요소, 유머, 메모의 필요성, 실수했을 때 대처 등등 말하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으로 써봤어요.
 
말하기는 듣기가 없다면 성립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듣기를 강조했는데요.
 
김태엽 : 원래 제가 맡은 부분은 대화였어요. 질문해주신 대로 대화에서 말하기만 해서는 대화가 진행될 수가 없어요. 듣는 사람도 없는데 말해서 뭐하나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심지어 혼잣말을 할 때도 들어주는 자기 자신은 듣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듣기의 중요성을 쉽게 지나쳐요. 말하기는 못하면 바로 티 나는데 듣기는 멍 때리고 있어도 상대방이 잘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은 상대방은 다 눈치채거든요. 애인이 전화하면서 딴짓하는 걸 목소리만 들어도 다 알잖아요. 그래서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듣기’도 잘하고 못하는 사람이 있고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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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글쓰기를 잘하려면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말하기,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지 조언 부탁할게요.
 
정은하 :말이 너무 많아서 훈련을 많이 했어요. 말이나 글은 습관을 반영하니까 계속 훈련을 하지 않으면 습관이 다시 나와요. 저는 페이스북에 짧은 글이 아니라 긴 글을 쓰는 훈련을 해요. 10대의 글쓰기는 한줄 댓글이 망쳤다는 말도 있잖아요. 한 문장 쓰고 엔터 치면 생각이 연결되지 않아요. 그리고 책은 소설을 자주 읽어요. 한 작가의 글을 읽으면 호기심이 생겨 다 읽는 편입니다. 김영하의 모든 작품, 김연수의 대부분 작품을 읽었어요. 이 작가들이 한국 문학사에 이름이 남을 텐데, 이들의 글쓰기 특징을 아는 것도 즐거움이죠.
 
김성태 : 말하기와 글쓰기에 공통분모가 있다면 삶이에요. 말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은 그 속에 자신의 삶이 있어요. 재밌게 사는 사람은 재밌게 쓸 수밖에 없고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글이나 말에 그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죠. 얼마 전에 한 소설가와 문자를 주고 받다가 지속가능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성실하게 읽고 성실하게 사는 방법이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요즘은 시보다는 동시를 많이 써요. 동시집을 많이 읽기도 하고요.
 
김일균 : 앞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 다른 이야기를 할게요. 저는 책을 왜 읽는지를 말하려고 합니다. 공자는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사색, 경험 그리고 모방 이렇게 3가지를 꼽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모방이 아닐까 싶어요.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게 너무 많지 않나요. 실패할 시간도 없는데 여러 가지를 요구해요. 이 기준에 부합하려면 모방을 해야 하죠. 모방을 위해 가장 좋은 도구가 책이에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책도 읽어서 모방하고, 모방을 넘어서 창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지불한 책값이 전혀 아깝지가 않아요.
 
오희승 : 회사원이다 보니 글쓰기 대부분은 보고서에요. 회사 생활이 즐겁고 신 나지만, 가끔은 속 빈 강정인 느낌이 들어요. 이런 느낌이 싫어서 요즘은 출퇴근 길에 의도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해요. 빨리 읽지 않고 음미하고 있어요.
 
장은영 : 결국은 "고민"이예요. 우리의 말, 과연 의미있는 말인지, 누구를 해치는 말은 아닌지, 가치를 만들어내는 말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지요. 말은 모든 일과 관계의 핵심인데도 말하기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어요. 요즘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의미없는 말이라도 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저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떻게 신경 쓰고,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말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아름다운 말하기, 이런 메세지가 독자에게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정은희 : 사회가 심심한 걸 경멸하고 사람들이 혼자 있지 않으려고 해요. 얼마나 바쁘고 친구가 많은지를 과시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심심해야 하고 빈둥거려야 합니다. 저는 의무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심심하면 뭐라도 생각하거든요. 생각하다 보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책에도 썼지만 일기를 쓰자고 말해요. 고민이 많다고 해도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는 않죠. 왜 힘든지 뭐 때문에 힘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거 먹고, 술 마시고 잊어버린 채로 그냥 넘어가요. 일기를 쓰면 고민이 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답도 찾게 됩니다.
 
성시온 : 외국어 공부랑 비슷해요. 관심 그리고 연습이죠. 예전에는 친구들끼리는 대충 말했는데, 앵커를 한 이후 좀 달라졌어요. 친구들 만날 때도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려고 노력해요. 평상시에 연습해 놓지 않으면 방송에서도 말이 뚝뚝 끊기거든요. 때로는 길 갈 때도 혼자 중얼거려요. 감을 놓지 않으려고요.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예전 언론사 시험 볼 때 하루 한 편씩 글을 쓰고는 했어요. 그리고 작문 실력이 늘어가는 것도 느꼈고요. 시험 앞두고는 일부러 좋은 글들을 많이 읽기도 했어요. 그러면 정말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김태엽 :굳이 모든 사람이 말하기나 글쓰기를 잘 해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사실 글이나 말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니면 못해도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못한다는 것도 기준이 애매해요. 모비딕 이라는 소설은 온통 비문투성이라 번역가들이 꺼리는 작품이라고 해요. 그래도 모비딕은 위대한 작품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무작정 말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실제로 있지도 않은 달변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의 스타일을 빨리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 계속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장점을 발전시키는 게 백 배는 유익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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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김성태,정은희,성시온,장은영,오희승,정은하,김일균,김태엽 공저 | 넥서스BOOKS
이 책의 저자들은 말하기가 두렵고 소통에 애먹는 사람들을 위한 ‘말하기 방법’을 알려 준다. 말하기 달인이라 불리는 8명의 저자가 전해주는 비법으로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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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어린 왕자』 다시 쓴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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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의 여름, 소녀는 보아뱀과 만났다. 『어린 왕자』안에서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있던 그와 대화하기 위해 반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아뱀은 긴 잠에서 깨어 소녀와 재회했다. 그 후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소녀와 함께 열여덟 편의 그림 형제 동화를 읽었다. 고작 여덟 해를 산 아이에게 동화가 보여주는 세상은 물음표로 가득했고, 삼백일흔세 번의 계절을 지나 온 보아뱀에게 소녀의 질문은 언제나 새로웠다.

 

『브레멘 음악대』의 동물들은 왜 브레멘까지 가지 않았는지, 『장화 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어른들은 왜 고양이가 시키는 대로 거짓말을 한 건지, 소녀는 보아뱀을 향해 묻는다. 단순해 보이지만 허점을 파고드는 질문에 보아뱀은 지혜가 잔뜩 묻어있는 이야기로 응수한다. 무언가를 이룸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님을, 그러므로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이 무의하다는 판단은 쉽게 내리지 않는 게 좋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보아뱀은 『브레멘 음악대』를 통해 “사람들이 정해놓은 가치 같은 걸 그대로 받아들이진 말라”는 조언을 들려준다. 그리고 『장화 신은 고양이』를 읽으며 소녀에게 되묻는다. 소녀와 달리 동화 속 인물들이 고양이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여덟 살 아이는 생각한다. “고양이가 지나간 초원이나 숲에 아마도 아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깜찍한 답변이라고 피식 웃음을 흘릴 무렵, 이어지는 이야기는 가슴을 가격한다. “어른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자신의 멍청함을 들킬 거라고 생각한다”는 소녀의 말을 선뜻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입 코끼리』의 보아뱀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는 항상 질문을 해야 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 건, 절대로 창피한 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 세니까”라고. 그의 바람대로 소녀는 끝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돌아오는 보아뱀의 답변을 듣고, 다시 또 다른 질문을 품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살아간다는 것과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점차 눈뜨게 된다. 그 시간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작가와 함께 여덟 살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삼백일흔세 살의 보아뱀이 되기도 한다. “이 세상 모든 어이없는 일들을 죄다 받아들일 수 있는, 둥글고 말랑말랑한 여덟 살”로 돌아갈 때 우리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난다. 그리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만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보아뱀을 보며 우리가 지닌 세월의 무게가 그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보아뱀처럼 유연한 태도로 삶의 깊이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소녀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이미 찾았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의문이 짙어질수록 나만의 보아뱀이 간절해지는 순간, 미처 만나지 못한 보아뱀을 대신해 황경신 작가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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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보아뱀이 『한 입 코끼리』속으로 들어온 까닭


『한 입 코끼리』의 소녀처럼 작가님도 여덟 살 때 처음 『어린 왕자』와 만나셨다고요. 


외갓집 창고에서 『어린 왕자』를 발견했어요. 이모들 삼촌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 사이에 끼어 있었는데요. 책을 펼쳐 보니까 안에 그림이 있어서 동화책인 줄 알고, 제가 읽어도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읽기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어린 왕자』는제 기억에 남아있는 최초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전에도 그림 동화들을 읽었겠지만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린 왕자』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었던 기억이 나요. 그동안 어른들은 제가 없어진 줄 알고 찾아 헤매셨죠(웃음).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에서도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때 이미 『한입 코끼리』를 집필하고 계셨던 건가요? 


그때는 『한 입 코끼리』를 쓰기 전이었어요.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에서 『어린 왕자』에대한 글을 쓰게 된 건 저와 인연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에요. 왠지 제가 써야 될 것 같았고,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됐어요. 그때 읽었던 이야기가 남아 있다가 『한입 코끼리』로 이어진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어린 왕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그 책이 그렇게 유명한지도 몰랐고 작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된 경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각별한 느낌이 있죠. 마치 제 발로 걸어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그때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전부 믿었던 것 같아요. 여우가 말을 했구나, 어린왕자의 별이 있구나, 그 별에는 장미가 있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다시 읽었을 때는 혼란스러웠어요. 상징이나 은유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해석하는 교육을 받게 된 거죠. 그러면서 오히려 멀어진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훨씬 재밌는데, 왜 자꾸 상징 은유 같은 걸 찾으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했죠.


『어린 왕자』의 보아뱀을 『한 입 코끼리』의 주인공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읽고 나면 주인공보다 주변 인물들이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주인공에 대해서는 작가들이 이미 충분한 애정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굳이 더 말할 여백이 없다고 할까요. 그런데 조금씩 등장하는 조연들의 경우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예전에 『그림 같은 신화』에서도 영웅이 아니라 영웅에게 희생당한 괴물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을 썼었는데,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입 코끼리』에서 소녀와 보아뱀의 대화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매개로 이어집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유명한 여러 동화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고, 그림 형제가 워낙 많은 동화들을 썼으니까 출발은 그림 형제의 작품으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원작 전집을 읽었고요. 그림 형제의 동화는 오랜 세월을 거쳐서 구전되어 온 것들이잖아요. 구전이라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계속 되풀이되는 거니까요. 신화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이야기들 안에는 이야기의 원형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돼요. 그래서 그림 형제의 작품만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워낙 안데르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안데르센의 작품을 다루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한데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안데르센의 동화만으로도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가님께서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으면서 어떤 질문들을 품으셨나요? 


동화를 읽을 때면 항상 ‘왜 이야기가 이렇게 되지?’라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것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됐고요. 처음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걸 궁금해 했는지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시 이야기를 보면서 비슷한 궁금증이 생겼겠죠. 예를 들면 「푸른 수염」의 수염은 왜 푸른색인지, 그게 왜 기분이 나쁘다는 건지, 왜 늑대는 항상 나쁜 놈인지, 그런 호기심으로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 정답을 알게 될까?


소녀와 보아뱀 모두에게 작가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둘 다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 해요. 끝없이 질문하고, 아직 어리지만 어떤 감정이나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민하는 부분들이 그렇죠. 보아뱀이 보여주는 현명함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보아뱀처럼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지향하는 모습이 보아뱀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한 입 코끼리』의 에필로그를 보면서 ‘여덟 살 아이에게는 있고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없는 것들’에 대해서 자문하게 되는데요. 작가님의 경우는 어떠셨나요?


제가 여덟 살 때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믿었던 것처럼, 아이에게는 무턱대고 믿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훨씬 풍부한 세계 같은 것들이 있었겠죠.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 남죠.


그렇다면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라면 대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문제는 어른이 되어도 대답을 모른다는 것, 오히려 점점 더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는 것 아닐까요. 어른이 되어서 궁금한 것들은 어릴 때와는 다르잖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왜 좋아졌다가 또 식어버리는 걸까, 왜 어떤 것은 왔다가 사라지는 걸까,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건 뭘까, 이런 질문들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대답은 알지 못하죠.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늘 답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강요받기 때문에 힘든 게 아닐까 싶어요.


글을 쓰실 때 구체적인 독자 한 사람을 생각한다고 하셨는데요. 『한 입 코끼리』는 어떤 이에게 들려주고 싶으셨나요?


예전에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줬는데요. 지금의 저는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물론 글에 따라서 다르지만 『한 입 코끼리』는 누구한테 들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쓰지는 않았어요. 계속 보아뱀과 소녀를 생각하고, 이 동화에 대한 이야기는 둘이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해 했죠. 헤르만 헤세는 작품의 등장인물과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하잖아요. 제가 그 정도 경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늘 생각하게 되는 건 첫 번째 독자인 것 같아요. 『한 입 코끼리』를 쓰면서 출판사 친구들과 같이 읽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 써서 보여주면 그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생각을 했죠. 첫 번째 독자들이니까요.


어린 시절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으면서 “동화가 왜 그렇게 슬플까, 나중에 내가 크면 행복하고 즐거운 동화를 써야지”라고 생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입 코끼리』는 행복하고 즐거운 동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 저는 동화에서 따듯한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걸 굳이 행복이라는 단어로 말하지 않더라도 다 읽고 났을 때 ‘아, 따듯해’ 라는 느낌이 드는 거 있잖아요. 그런데 잔인하거나 쓸쓸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거품이 되어서 죽어버리거나 잡아먹히는 거죠. 그렇다고 마지막까지 주인공들이 나와서 신나게 놀고 웃으면서 끝난다고 해서 따듯하지는 않잖아요. 행복과 기쁨의 밑바탕에 있는 것이 슬픔일 것 같아요. 만약 슬픔이 없다면 웃길 수는 있겠죠. 그런데 따듯함은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한 입 코끼리』가 제가 원했던 동화인지 아닌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한 1년 정도 지나면 알지 않을까요?


『한 입 코끼리』를 쓰시는 동안 따듯하셨나요?


네, 저는 좋았어요. 마치 보아뱀이 제 잠자리를 계속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아마도 『한 입 코끼리』의 독자들은 보아뱀 같은 존재를 그리워하거나 갈망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에게도 보아뱀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 항상 서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잖아요. 사실 좋아하지 않으면 궁금한 게 없죠. 연애할 때 질문이 많아지는 것처럼요. 일방적으로 한쪽은 질문만 하고 다른 한 쪽은 대답만 하는 관계는 없을 것 같아요. 만약에 그런 관계가 있다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경우에는 제가 소녀의 입장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보아뱀의 입장이 되기도 하는 거죠. 똑같은 질문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같이 나누기도 하고요. 그런 소중한 친구들이 늘 제 곁에 있죠. 운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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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보아뱀이 나눈 이야기는 ‘상실’


<페이퍼>가 없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하신 작품들과 <페이퍼> 사이에 접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페이퍼>에서 글을 쓸 때는 제 스타일대로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잡지에서 일을 했다거나 원고 청탁을 받았다면 아무래도 맞춰줘야 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페이퍼>가 아니었다면 제 스타일을 못 찾지 않았을까 생각돼요. <페이퍼>는 항상 모든 기자와 필자들에게 ‘너만 쓸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요구를 했고, 저도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아요. 제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도 그래서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한 입 코끼리』에서 소녀는 “어른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자신의 멍청함을 들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기자와 편집인으로 활동하시면서 이 이야기에 공감하셨던 적은 없나요?


<페이퍼>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분들만 인터뷰했기 때문에, 인터뷰이가 금방 알아채더라고요. ‘나를 인터뷰하러 온 이 사람은 정말 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금방 알아버려요. 사람이 왜 모르겠어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잖아요. 인터뷰이가 생각할 때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구나, 내가 무슨 얘기를 하든 나쁘게 쓸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판단되면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순조로운 것 같아요.


보아뱀은 “영원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만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고 이야기하죠. 


사실 영원이라는 건 없잖아요. 그건 관념이죠. 물론 존재는 하지만 우리는 정말 영원히 모를 어떤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사람들은 그 단어를 쓰잖아요. 사랑이라는 말도 그렇죠. 그 감정이 뭔지 정확히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말을 써요. 그 말을 써야만 표현되는 것이 있는 거죠. 그런 관념을 믿지 않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삶은 절절한 허구”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예를 들어서, 연애가 끝난 후에 남아있는 건 기억뿐이잖아요. 굉장히 멋있는 곳으로 오래도록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정말 거기를 갔었던가?’ 그런 느낌이 들고요. ‘그 일이 정말 나한테 있었던 일일까?’ 싶은 거죠. 그런 일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내가 정말 그 사람을 만났을까? 이게 정말 내 삶이었나?’라고 생각되는 일들이요. 아마 경험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잊어버리는 것도 많죠. 누가 얘기를 해주면 ‘내가 정말 그때 그랬어?’라고 반응하게 되는 거 있잖아요. 그럴 때면 ‘그럼 이건 도대체 누구의 삶이지?’ 생각하게 되죠.


결국 소녀와 보아뱀이 나눈 이야기는 무엇에 관한 것이었을까요?


상실 같아요. 무언가가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할까요. 다 그렇잖아요. 누구를 만나서 잘 지냈는데 어쩔 수 없이 헤어지기도 하고, 정말 좋아했던 물건도 언젠가는 고장이 나거나 없어지거나 잃어버리죠. 나한테 정말 중요한 사람과 멀어질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그러고 나서 뭐가 남는가’라는 의문이 들죠. 『한 입 코끼리』의 소녀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보아뱀과 함께 했던 건 뭘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질문이 작가님에게도 남아있는 건가요? 


그렇죠. 『한 입 코끼리』의 이야기에서는 ‘둘이 함께한 시간 후에 남는 건 뭘까’라는 질문이지만 다 마찬가지겠죠. 여행이 끝난 후에는 ‘나는 도대체 왜 여행을 갔다 온 걸까’ 싶고, 죽기 전에는 ‘내가 살았던 건 뭘까’라는 의문이 남겠죠. 그런데 소녀가 보아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또 다른 인생을 살았을 테고, 그런 것들이 다 모여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제의 내가 선택했을 길과 오늘의 내가 선택하는 길은 다를 수 있는 거죠. 어제 누군가를 만났고 그와의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이 달라지는 거예요.


독자들은 『한 입 코끼리』 안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저는 단순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린왕자에서 보아뱀을 끄집어낸 것처럼 누군가가 『한 입 코끼리』에서 「백설공주」를 읽고 세 번째 난장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잖아요. 일곱 마리의 아기염소 중에서 막내는 어땠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저는 그렇게 계속 다른 샛길로 빠지면서 거기에서 또 하나의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린 왕자』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보아뱀을 가지고 제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이야기가 생겨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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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코끼리황경신 저 | 큐리어스
짧은 글 모음집 『생각이 나서』 로 10만 독자의 가슴을 움직인 황경신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생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한입 코끼리』는 『어린왕자』의 책갈피에서 빠져나온 보아뱀과 여덟 살 소녀가 그려가는 따스한 기억과 아름다운 성장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그림 형제의 동화 열여덟 권을 보아뱀과 함께 읽으며 한 걸음씩 세계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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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이야기 잘 쓰는 가수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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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저자가 세속적인 기준으로 엄청나게 성공하지도 않았고, 책 속에 담긴 주장이 혁신적이지도 않지만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책이 있다. 별 생각 없이 책을 펼쳤는데 책 속 문장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 감성에 젖기도 한다. 가수 양양이 쓴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해가 뜨거운 아침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언젠가 사라져간다. 이 시절은 그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173쪽)

남들에게 쓰레기인 것이 내게는 쓰레기가 아닌 이유는, 나에게 '쓸모'란 '용도'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1쪽)

이루기 위해서 살지 않고 느끼기 위해서 하루를 살고 있다. (263쪽)

 

양양은 저자이기 이전에 가수다. 본명인 양윤정으로 낸 <GO! 고!>와 양양으로 발표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사랑의 노래> 등 몇 장의 앨범을 냈다. 최근에도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출간과 함께 동명의 미니앨범을 만들었다.

 

노래하는 시인 양양의 첫 책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그녀가 여러 해 동안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혼자 여행을 즐기고, 포장마차를 사랑하며, 남이 버린 쓰레기를 집에 모셔오는 그녀의 감성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술, 노래, 친구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재를 양양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글로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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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이야기를 잘쓰는 작가 양양


원래는 노래하는 가수잖아요. 계기로 책을 썼나요.
 
언제부턴가 만드는 노래가 너무 관념적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하림 선배와 가끔 만나서 술 한잔 하는데요. 노래로는 풀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어 답답하다 했더니, 노트를 하나 건네더라고요. 노래로 풀 수 없으면 다르게 풀어 보라고요. 단순 명쾌한 대답이었죠. 그 다음 날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일기장에 있던 이야기들이 항상 노래가 되는데, 이제는 이렇게 글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무명가수, 무명작가라고 밝혔습니다.
 
앨범을 몇 장 냈지만, 무명이라 표현한 건 아직 제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죠. 책은 이번이 처음이니 무명작가인 것이 당연하고요. 제게 유명이냐 무명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무명이라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고 부끄러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끼는 작은 행복들은 그런 것과 별 상관이 없기도 하고요.
 
첫 책이지만 감성적인 문장을 편하게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쓰기를 위해 특별히 하는 노력이 있나요.
 
감성적인 문장이라고 하시니 부끄럽네요. 노력하는 것은 없는데, 제가 그냥 작은 것들을 잘 보는 것 같아요. 가만히 앉아 있거나 길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보면 아주 작은 것들이 보이거든요. 참 즐겁고 재미있고 고마운 일이죠. 더 즐겁게 잘 보고 싶어서 눈 크게 뜨고 다니면 없던 이야기도 들리고요. 지금도 앞에 놓인 치즈 케이크를 보면 이거 이렇게 예쁘게 담아낸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 것들 혼자 상상하고 궁금해하고요.
 
감성적 글쓰기 대명사가 이병률 작가인데요. 이병률 작가도 원고를 봤다고 들었습니다.어떻게 평가했나요.
 
 ‘그렇고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재주가 최고’라고 하셨는데요. 하하. 메일로 그 부분 읽을 때 막 웃었어요. 이게 칭찬일까 욕일까 처음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근데 맞는 말이거든요. 참 시시하고 하찮은 이야기들이거든요, 제 이야기들이. 앞머리에 ‘아주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기 때문에 아, 그래, 작은 이야기,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알아채고 잘 쓴다는 칭찬일 것이야, 하면서 또 한 번 웃으면서 기분 좋게 받아들였죠.
 

‘왜’를 빼고, ‘어떻게’도 빼면, 남는 것은 나. 남는 것은 노래. (61쪽)
 
양양에게 노래하는 이유, 글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흘러나오니까요. 내가 왜 노래를 하려고 하지, 어떻게 노래를 해야하지? 이런 것을 묻던 밤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유나 방법을 고민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되겠더라고요. 원래 그저 흘러나오니까 노래했던 거였으니까.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를 쓰려고 했으면 못 썼을 것 같아요.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그저 쓴 것이죠.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이유나 방법 같은 것은 생각을 말고 해야겠다, 하는 다짐을 해요.
 
책과 똑같은 제목의 음반이 동시에 나왔어요. 이 둘의 관계는?
 
동시에 놓아보고 싶었어요. 어차피 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노래로, 글로 표현하는 거니까 둘은 다르지만 같은 결을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노래로 듣고 글로 읽으면 그 사이에 또 다른 언어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노래로 표현되지 못한 것이 글로 표현되고, 그 반대이기도 한거죠. 같은 이야기,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 이렇게 다른 식으로 표현됐구나, 하고 느껴줬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지면 좋겠고요.
 
이 책으로 독자와 함께 느끼고 싶었던 주된 감성이 있다면.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작은 순간의 이야기가 이렇게 글이 되고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마 모두가 그런 비슷한 순간을 겪으면서 살고 있을 거예요. 맞아,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 있지,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쓸쓸하고 그런… 그런 순간의 모든 것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작은 순간을 더 사랑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더 행복해질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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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세요, 혼자!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했나요.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1학년 때 좀 큰 배역을 맡았어요.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계속 그게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어려웠죠. 혼자 연습실에서 괴로워하면서 연습하는데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그렇게 힘든 순간에 내가 하고 있는게 노래였어요. 아, 나는 노래하는 게 정말 행복하구나, 그럼 노래를 해야겠다, 해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양양의 노래에 사랑 노래가 드문데요. 글에도 누군가와의 사랑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사랑’이라는 큰 단어에 대한 노래가 몇 곡 있긴 한데요. 구체적인 사랑노래는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시간 동안은 그것만으로 행복한데 굳이 뭘 노래할 것이며, 이별하면 아파 죽겠으니 노래할 마음이 없죠. 하지만 사랑, 이 커다란 두 글자에 대한 노래는 계속 하고 싶습니다.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노래는 만드는 것이 꿈이죠. 사랑은 언제나 제게 제일 큰 화두이니까요.


반대로 책에 여행이라는 소재는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 것이 완전히 제 여행의 모습을 좌우하게 되었어요. 낯선 길 위에 혼자 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 때 외로움을 처음 만나기도 했고요. 혼자 놓이니 많은 생각이 오더라고요. 계속 걸었고,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 생각조차 없어지는 시간을 만나고. 외로울 때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어떻게 내가 스스로 그 마음을 위로하는지, 맛을 봤어요. 그래서 제게 여행은 혼자 놓이기 위한 시간이에요. 마음에게 말 거는 시간. 그러니까 여행은 언제나 너무 좋고, 언제나 떠나고 싶고 그래요.


혼자 가기에 괜찮은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모든 곳! 어디든 혼자 가도 좋지요.
 
여행을 떠나 혼자 낮에 소주 한 잔 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불쾌한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적은 없었어요. 불쾌한 상황보다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었죠.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대부분 혼자이니까 쓸쓸하기도 하죠. 그 쓸쓸한 시간 동안 또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오기 때문에 그 시간도 즐깁니다. 진짜 소중한 시간이죠.
 
특별한 술버릇은 없나요.
 
계속 뭔가를 써요. 혼자 마시니까 주사는 나올 수가 없죠. 혼잣말 하듯이, 아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듯이 계속 씁니다. 분위기에 완전히 취해서 쓴 글을 다음날 보면 글씨가 휘어져 있기도 하고요. 하하.
 
보통 가수들이 크리스마스에는 공연을 많이 하잖아요. 크리스마스 계획은?
  
공연 계획은 없고요. 이번 크리스마스도 되도록 가장 평범하게,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요.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때 왜 다들 이렇게 즐겁고 신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일 조용하게, 완전 아무 일 없이 보내려고요.


내년 여행지로 생각해 둔 장소가 있나요.
 
구체적으로 정해둔 곳은 없는데 일단 빨리 여행을 가고 싶네요. 우선 순천 곽재구 선생님께 갈 생각입니다. 선생님과 얘기도 나누고, 또 가만히 있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딘가로 떠나서 흘러다니며 적고, 노래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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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양양 저 | 달
오늘도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출근길 지하철, 퇴근길 버스 안,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그러다 어깨를 스치면 마주치는 날선 시선들도 이내 다른 곳을 향해 재빨리 흩어진다. 지금 우리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호기심을 넘어서 용기를 조금 낸다면, 당신과 서로 마주할 수 방법을 것을 저자 양양은 알고 있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사람들의 주변을 서성이며 닫힌 그들의 창문이 언젠가를 열리기를 기다렸던 당신이 이야기이며 우리와 비슷해서 손내밀고 싶은 또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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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가수 뮤지의 음악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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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브이에서도 그랬고 최근 싱글을 발표한 듀오 히어로즈에서도 그랬고 뮤지는 주로 동료에게 메인 히어로 자리를 내어주고 옆에서 조력을 하는 위치에 서있었다. 배트맨 시리즈의 로빈과 같은 이미지의 그였지만 음악 듀오에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도맡는 역할으로서 뮤지의 생각과 이야기는 최근 개가수 열풍이나 미스틱89로 소속사를 옮긴 이후 향후 행보를 추측하는데 중요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예능인 혹은 다재다능한 퍼포먼스보다도 음반 자체가 남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속내를 들으며 천생 뮤지션인 뮤지를 볼 수 있었다. 음악가 뮤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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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신현준 씨와 듀오 히어로즈를 결성했습니다. 어떤 기획이었나요.

 

원래 예전부터 신현준 씨와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어요. 갑작스런 기획은 아니었고요. 신현준 씨가 대학 교수직을 맡고 있는 분이셔서 현장실습 보내줄테니 필요한 학생들이 있으면 같이 작업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1년 전부터 학생들과 같이해오다가 거기에 신현준 씨도 참가하게 된 거예요. 안무나 뮤직비디오 촬영 편집처럼 음악 제작에 필요한 부분들을 학생들과 같이 한 프로젝트예요.

 

후속 활동도 계획되어있나요.

 

TV 프로그램 < 나는 남자다 >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라이브를 했어요. 원래는 활동을 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가요 프로에 나가는 것보다는 뭔가 기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찾다보니 우연히도 < 나는 남자다 >에 학생들과 같이 나가게 되었지요. 신현준 씨가 이번 음반을 통해 무언가 음악활동을 하려던 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을 하기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어요.

 

이번 시도를 통해서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학생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각해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시트콤처럼요. 음악을 현직으로 삼다보니까 대학시절 제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경험이구나 하고 많이 느꼈거든요. 꼭 앨범이 아니더라도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 하고 싶어요.


뮤지 씨 음악 인생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요.

 

작곡을 따로 배우거나 한 적은 없고, 중학교 때 취미로 시작하던 신디사이저 연주가 음악 생활의 시작이었어요. 문명진씨의 음악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아가면서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하이 사이드라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활동을 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밴드가 지산 록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면서 우연히 만들었던 밴드라 바로 흐지부지 되긴 했어요. 음반 제작처럼 구체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만들었던 밴드는 아니었지요.


본격적으로 뮤지라는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유브이 활동이었죠. 앨범도 여러 번 나왔고 히트곡들이 많고요. 올해 초에는 듀스 20주년 헌정앨범에도 참여했고요. 지명도를 얻었다는 사실 외에도 유브이라는 듀오에 대해 가지는 의미가 각별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고 가수나 무대에 대한 꿈이 크지 않아요. 유브이는 그렇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친구였던 유세윤 씨와 앨범에 대한 강박이 없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거죠. 늘 프로의식을 가지면서 일을 하다가 내가 내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이 항상 들었고요. 어떻게 해야 음악적으로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던 이전의 작업들과는 다르게 항상 즐거웠던 작업이었어요. 팬 분들도 저희가 쳤던 작은 장난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이현도 씨와의 작업도 원래부터 그분과 친분이 있었고 유세윤 씨도 듀스의 팬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죠.


뮤지션과 코미디언의 조합, 속칭 개가수에 대한 붐을 촉발하기도 했죠. 비슷한 시기에 형돈이와 대준이도 나왔고 미국의 론리 아일랜드(The Lonely Island), 테네이셔스 디(Tenacious D)와도 연결지어보는 시각도 등장했습니다. 일종의 트렌드를 만든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때쯤 음반시장이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진지한 것보다 즐거운 것을 더 바란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조금이라도 시기가 안 맞았다면 잘 안되었을 거예요. 기존에 받아들여지던 대중가요 가사의 틀을 깼던 것이 많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그런 콘셉트 자체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앨범을 작업하기도 했고요.


특히 < 유브이 신드롬 >이나 「이태원 프리덤」 시절의 콘셉트는 기존의 틀을 조롱하거나 깨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도 했었어요.

 

유브이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이미 가발은 썼는데 더 뭘 할 수 있을까. 그 상황에서 마이클잭슨보다 더 유명한 음악의 신인 것처럼 활동하는 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케이블 TV 프로그램 < 유브이 신드롬 >이나 「이태원 프리덤」 작업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지요. < 유브이 신드롬 >을 같이 만들었던 제작진들이 「이태원 프리덤」 뮤직비디오 작업에도 참여했던 분들이라서 다 같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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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에서의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저는 각자 다른 가수들과 작업할때마다 모두 작업방식이 달라져요. 유세윤 씨의 경우 반주를 미리 만들어 둬요. 예를 들면 「이태원 프리덤」같은 경우가 그랬어요. 그 후 박진영 씨와 셋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곡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런던 보이즈(London Boys)의 「Harlem Desire」에서 모티프를 따오기로 한 거예요. 런던 사람들이 엉뚱하게 할렘을 찬양하듯이 저희랑 다소 무관한 공간에 대한 찬가를 만들기로 결정한거죠.

 

유브이나 박진영 씨와 반대로 신현준 씨 같은 경우 음악 감상이외에는 음악 경험이 없던 분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신현준 씨 특유의 추임새나 예능에서의 웃음 포인트를 따와서 곡을 썼죠.


곡마다 어울리는 게스트들을 섭외하기로도 유명한데 섭외 아이디어 구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사실 작업은 한 달 정도면 모두 끝나요. 중요한 테마나 문장을 생각하고 그 중심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길뿐 이예요. 보통 아이디어 자체에 1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작업은 금방 이루어져요.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본래 음악을 하던 입장에서는 '의외로 음악이 좋네?' 하는 의견이 조금은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쉽게 즐기면서 작업한 곡인데 이게 좋아?'라는 생각도 들어서(웃음) 더 맘에 들고요.


하이 사이드나 유브이의 이후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하이 사이드는 처음에 특별히 계획이 없이 만들어졌던 팀인 것처럼 지금도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그렇다고 뭐 해체한 것도 아니고 그냥 원래부터가 록페스티벌을 위한 밴드였으니까요.

 

유브이 같은 경우는 전에 유세윤 씨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유브이가 이미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것 같다고요. 장난으로 시작했던 일들이 이제 성적과 결부되는 일들이 되었고 이 영향이 저희 둘만의 문제도 아니라서 회사와 우리 주변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유세윤 씨와는 계속 아이디어를 주고받아요. 유브이가 아니더라도 유세윤 씨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곧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펑크(funk), 소울, 알앤비, 댄스 뮤직, 뉴 잭 스윙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특히 음악 곳곳에서 뉴 잭 스윙의 작법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요.

 

음악은 뉴 잭 스윙이어야 한다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영향을 받은 장르였던 것은 맞아요. 어릴 때부터 테디 라일리(Teddy Riley)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우리나라에선 듀스 같은 음악을 많이 들어왔으니까요. 그런데 뉴 잭 스윙을 이제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많이 해온 장르라 다른 음악들도 시도를 해봐야죠.


요즘 관심 가지는 음악은?

 

요즘은 자극적이지 않은 사운드를 찾는 편이에요. 큐반 재즈나 탱고 집시 음악 같은 장르요. 자극적인 음악들은 사실 전체적인 음악들의 일부에 불과한거라 음악에 대한 연구가 계속 필요한데, 요즘은 그저 자극적인 음악만 많은 것 같아서요. 다음 앨범은 좀 더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2012년 여름 솔로 미니앨범 < My Name Is Muzie >나왔죠. 어떻게 나오게 된 음반인가요.

 

그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우리나라의 올드 스쿨을 모은 앨범이에요. 유브이같은 경우 코미디가 끼어있는 음악이라서 그런 웃음의 요소 없이 해볼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도 올드 스쿨이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기껏해야 트로트 정도를 이야기하지 다른 것들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복고라는 말은 쓰지만 올드 스쿨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아요. 그래도 이제는 서태지나 듀스 같은 사례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올드 스쿨이란 이름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 앨범에서 뮤지 씨의 성향이 많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앞서 계속 말했던 뉴 잭 스윙 스타일을 기초로, 빈티지한 신디사이저, 드럼 사운드나 댄서블한 리듬 구성 등이 주요 특징이었잖아요.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와 거리가 먼 음악이었어요. 프로그래밍 하는 것 없이 신디사이저도 각기 다른 것들을 직접 가지고서 연주하고요. 그러다보니 음악하시는 분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흡족했어요. 솔로 앨범에서는 정말 열성적인 음악팬들을 노리는 마음이 있어요. 유브이 같은 경우는 그런 마음이 반 정도 섞여있는 거고요.


그보다 앞서서는 프리템포(FreeTEMPO)와 함께 믹스아시아라는 이름의 유닛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게 된 프로젝트인가요.

 

일본 쪽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어요. 공개한 것 이외에도 곡들이 많았는데 당시 일본에 지진이 나서 공개는 어려워졌어요. 뭔가 아시아의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자라는 취지가 있어서 중국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진행을 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해요.


2013년 초에는 소속사 미스틱89에 합류하셨죠. 그 시기를 기점으로 여러 방송 활동에서 바삐 움직이고 계시기도 하고요. 어떤 연유로 같이 하시게 되었나요.

 

미스틱89는 윤종신 씨의 권유로 시작한 것도 있지만 그분이 걸어왔던 길이 저와 비슷하다고도 생각했어요. 음악과 방송을 겸하는 모습이 겹치니까요. 뭔가 음악과 방송을 둘 다 하면서 조언을 구하거나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저와 비슷한 윤종신 씨라면 조언과 도움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미스틱89의 일원들을 보면 모두 각자 개성이 강하단 생각이 듭니다. 소속사에서 뮤지씨에게 바라는 개성이나 모습이 있었을까요.

 

소속사가 저 빼고는 모두 서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서정성과는 좀 거리가 있어서 다양한 색을 내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특히 소속사 내에서 김연우 씨나 신치림처럼 눈에 들어오는 동료들이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가령 댄스 음악을 하는 김연우 씨라든가요.(웃음)


미스틱 89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특별한 작업환경이 있나요.

 

회사와의 조율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 계속 윤종신씨와 의견차이로 다투는 것이 일이예요. 그런 조율의 과정에서 방법을 찾는 거죠. 회사에서는 저를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뮤지로서 만들고 싶어 하고 저는 무대나 퍼포먼스보다 앨범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부분에서 계속 의견을 조율하게 돼요.


왜 무대에는 상대적으로 애착을 덜 가지나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음악 무대에 설 수 있는 곳은 가장 대표적으로 방송이에요. 음악 방송에 나가면 정말 어린 팬들이 자신의 아이돌을 위해서 모여 있는데 그런 곳에서 애써 공연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하지만 막상 그런 곳 외에는 음악을 하기가 어려워서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향후 활동 계획이나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하는 것들이 워낙 많아서요.(웃음) 일단 이현도 씨와 같이 하는 프로젝트그룹이나 유세윤 씨와 하는 유브이가 아닌 프로젝트가 아마 가장 빠르게 나올 작업물이 아닐까 싶어요. 브랜뉴 뮤직의 라이머와도 협업을 위해 조율을 하고 있고요. 최근 동시 시인 분들과 같이 동요도 작업하고 있어요. 동요 특성상 굉장히 많은 수의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 초 쯤에는 나올 것 같아요. 음악은 시기가 따라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하려고 해요.


뮤지에게 장난이라는 건 뭔가요.

 

전 인생이 어느 정도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장난이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무언가인거죠. 그래서 반항이나 조롱도 조금은 들어갈 수 있는 거고요. 남들이 저렇게 애써서 만든 것들을 우리는 장난하면서도 만들 수 있고 고민이 항상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예술가들이 고민 때문에 고통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인생에 영향을 준 음반에 대해 알려주세요.

 

마이클 잭슨의 < Dangerous >를 가장 좋아하고요. 곡 중에서는 「Remember the time」을 좋아해요. 왬(Wham!)의 < Make It Big >, 프린스(Prince)의< Musicology>앨범도 인상적으로 들었어요. 프린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해요. 이번 신보도 충격적이었고요.

 

 

 

인터뷰 : 김반야, 이수호, 이기선
정리 : 이기선
2014/11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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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삼성전자 연구원 관두고 도서관에 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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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은 독자들을 ‘책 쓰는 세상’ 속으로 초대한다. 책을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써야 하는 이유, 책 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대부분은 김병완 작가 자신이 체득한 내용이다.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그는 “직장인의 삶이 지는 낙엽 같다”는 깨달음을 계기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3년 동안 안정된 직장도 포기한 채 ‘읽기’만을 지속했다. 그렇게 읽은 책이 어느덧 만 권에 이르자 문득 ‘쓰기’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고, 그는 작가가 되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려 50권의 책을 출간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작가로 변신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김병완 작가는 ‘책 쓰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온 몸으로 입증해 보이는 인물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아무도 쓰지 않았다면, 그것은 직접 쓰라는 신의 뜻이다”. 작가 토니 모리슨의 말이다. 이에 기대어 김병완 작가는 말한다. “당신이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물론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안에는 글을 써야 하고 또 쓸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이유들이 담겨있지만 ‘당신에게는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작가의 말은 유독 가슴을 찌른다. 누구나 ‘누구와도 같지 않은’ 사건들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까닭이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재능이 없어서,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방법을 몰라서… 몇몇 핑계들이 ‘책 쓰기’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책을 쓰는 일은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시작되고, 그 이후에 비로소 영감은 찾아오며, 방법은 배워나가면 된다는 것.

 

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막막함에 사로잡힐 즈음 김병완 작가는 새로운 스타일의 글쓰기 기법 ‘프리 라이팅’을 소개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거침없이 글을 쓰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글을 써야 한다는 심리적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글감을 떠올릴 수도 있다는 점이 ‘프리 라이팅’을 추천하는 이유다. 김병완 작가의 저서들 역시 이 ‘자유로운 글쓰기’의 결과물이다. 결국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에 담긴 것은 작가 자신이 책 쓰기를 통해 경험한 변화이며, 그 과정에서 터득한 글쓰기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써놓은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초급 단계다. 그 과정을 지나면 더 이상 많은 것을 배울 수 없게 된다. 그런 경우 포화 상태가 된다. 포화 상태일 때는 자연스럽게 배출하고 분출하는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균형과 순환이 이루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다. 내가 읽기를 3년 동안 한 후 자연스럽게 쓰기를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치일 것이다.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 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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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읽고 싶다면 쓰기를 병행하라


직장을 떠나 도서관으로 향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상의 허무감 때문이었을까요?


그렇죠. 11년 동안 삼성전자 휴대폰 연구원으로 살다 보니까 재미도 없었고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인생을 다 포기하고 싶었고요. ‘허무한 인생에서 과연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몰랐어요. 그런데 책 안에는 해답이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책만 읽겠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간 거죠. 지금 와서 보면 실패한 계획이에요. 3년 정도 책을 읽고 난 후부터는 쓰기를 병행하게 됐거든요. 저도 모르게 갑자기 막 써지더라고요. 제가 읽기와 쓰기가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그래서예요.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에서 스스로를 “책에 미친 남자”라고 하셨습니다. 작가님을 미치게 만든 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엄청난 걸 깨닫게 되면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지르게 돼요. 저에게 도서관은 정적이고 고요한 곳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신나고 환상적인 곳이기도 한 거죠. 책을 통해 배우고 느끼면서 하늘이 열리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요. 도서관 갈 때와 나올 때, 저라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너무나 기뻐요. 어제까지의 제 자신은 너무 작았는데 오늘 도서관에 가서 엄청나게 커졌다는 걸 느끼니까요. 바로 그 성장 때문에 지금도 책을 읽고 쓰기를 지독하게 이어가는 거예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되는 건, 자신의 내면을 계속 키워나가는 일이잖아요.

 

작가가 된 이유에 대해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적으셨습니다.


지금도 제가 작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작가가 된다는 건 생각도 못 해봤어요. 책 읽기가 책 쓰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뿐이에요. 책 읽기와 책 쓰기는 똑같은 것이거든요. 위대한 작가나 위대한 독자만이 책을 읽는 건 아니잖아요. 책 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의 기쁨과 성장을 위해서 하는 행위인 거죠. 저 역시 누군가한테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책을 쓴 게 아니라 자신의 기쁨과 성장을 위해서 썼던 거예요. 그것이 읽기와 쓰기의 한 가지 목적인 거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나요?


3년 동안 읽은 책들이 제 안에 쌓이다 보니까 갑자기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요. 그때 한 달 동안 정신없이 써내려 간 원고가 『48분 기적의 독서법』이었어요. 책이 출간되고 나서 독자들로부터 상상도 못했던 반응을 얻게 됐죠.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예요. 책을 씀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어요. 그때부터 저의 책 쓰기가 시작됐어요.

 

책을 읽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쓰기를 해야 해요. 읽기와 쓰기는 분리된 게 아니에요. 교육학적으로도 ‘듣기와 말하기’가 한 세트이고 ‘읽기와 쓰기’가 또 다른 세트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독자의 입장에서 머물기 때문에 책을 읽기만 하고 쓸 생각은 하지 않는데요. 읽기만 하니까 자기계발이 되지 않고 성장이 적은 거예요. 쓴다는 게 책 쓰기만을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거든요. 책을 읽고 나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에서 다룬 내용이 바로 그런 거죠. 그러니까 읽기와 쓰기는 독서의 완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쓰는 행위가 독서에서 벗어나 있는 게 절대 아니죠.

 

잘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에서 글쓰기의 시작을 가로막는 고정관념들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특히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지워버려라”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계시죠. 저도 책을 스무 권정도 쓰고 나니까 ‘이제는 더 잘 써야 된다’는 마음이 생겼었어요. 그래서 그 마음을 부숴버렸죠. 저는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책을 쓰는 게 목표예요. 그것이 계속 책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너무 거창한 목표만 세우잖아요.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책을 써야 하고, 다른 사람들 쓰는 만큼은 써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는 그 마음도 욕심이에요. 제가 ‘아주 형편없는 책을 써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에요. 수장선고(水長船高)라는 말처럼 물이 많으면 배는 저절로 높이 뜨게 돼요. 자신이 가진 내공이 적으면서도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니까 힘든 거죠. 가장 위대한 책과 형편없는 책을 나누는 기준도 결국 세상이 정한 거예요. 저에게 있어서 책을 쓴다는 건 소통이고 나눔이에요. 그 전에 개인적인 배움이고요. 그리고 책 쓰기가 즐겁고 기쁘지 않다면 할 이유가 없잖아요. 자신에게 기쁜 일이라면 그 일을 하면서도 즐거워야죠. 독자들은 굉장히 정확해요. 작가가 신명나게 전율을 느끼면서 썼다면 고스란히 전달돼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글을 쓸 수 없다는 이야기는 “망상”이라고까지 표현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영감은 찾아오지 않아요. 책 쓰기는 뮤즈의 공간이 아니라 노동의 공간이에요. 위대한 작가들도 영감이 떠올라서 글을 쓰는 경우는 100번 중에 한두 번 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99%는 그냥 책상에 앉아서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 영감이 따라오는 거죠. ‘프리 라이팅’ 기법이 그런 거죠. 타이핑을 하다 보면 영감이 찾아오는 거예요.

 

작가님께서 빠른 시간 내에 집필을 마치시는 비결도 ‘프리 라이팅 기법’에 있나요?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쓸 때 너무 잘 쓰려고 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잘 쓰려고, 너무 완벽하게 쓰려고 하기 때문에 책 쓰기가 힘든 거예요.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완벽하게 보이려는 것 자체가 가식이잖아요. 자신이 가진 걸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죠.

 

작가가 되신 후의 가장 큰 변화라면 무엇일까요?


작가는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죠. 글을 쓰다 보면 제3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에요. 인생을 그저 사는 게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는 한 번쯤 검증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책 쓰기는 그런 여과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견제하고 비판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요. 저 역시 책을 쓰면서 제3자의 입장에서 삶을 검증하게 됐어요. 책을 읽기만 할 때보다 더 큰 성장과 변화를 이룬 건 물론이고요. 그리고 제가 죽을 때까지 책만 읽었다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도 알지 못했겠죠.

 

요즘도 책 읽기는 계속 이어가고 계시죠?


지금은 더 지독하게 읽어요. 종종 유명해지고 나면 책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래서 누군가는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초심이 없어요. 처음부터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과 흔들림이 없는 거죠. 우리는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해요.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고요. 만약 그럴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욕심을 품고 있는 거예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다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제가 쓴 모든 책을 폐기시킨다고 해도요. 그 모두가 하나의 과정이었고 그 결과 제가 성장했으니까요. 그리고 책을 읽고 쓰는 것 자체가 너무 큰 기쁨이었으니까,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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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을 통해 “예비 작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하기도 하셨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무조건 쓰라는 거예요. 두 번째는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결코 잘 쓰려고 욕심내지 말라는 거죠. 마음을 비우고 글쓰기를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해요. 나머지는 쓰다 보면 터득하게 돼요. 지혜를 가르칠 수 없듯이 글쓰기도 가르칠 수 없어요. 어떻게 써야할지 이끌어줄 수는 있지만 쓰는 건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하죠. 그래서 무조건 쓰라는 것이고, 제발 잘 쓰려고 하지 말라는 거죠. 무조건 쓰는 일도 쉽지는 않아요.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독서와 경험, 생각이 축적되어 있지 않으면 쓰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20년, 3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너무 거창한 주제로 쓰려고 하기 때문에 힘든 거죠. 자기 인생의 소박한 주제를 가지고도 충분히 좋은 책을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아주 작고 소박한 주제를 붙잡고 쓰는 건 누구나 잘 할 수 있죠. 책이란 건 소통이잖아요.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바는 명확했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 ‘책은 성공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쓰게 되면 성공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책을 쓰면서 지식과 지혜 역시 늘어난다는 것’. 이에 덧붙여 김병완 작가는 “책은 자신이 성장하고 성공해서 높은 위치에 갔을 때 쓰는 게 아니라 낮은 위치, 자신이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 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책 쓰기를 권하는 이유는 “책 쓰기는 가장 큰 치유이고 기쁨이고 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 쓰기의 숨은 힘은 김병완 작가가 직접 체험한 것이고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길잡이를 자처한다. 동행은 책 속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병완칼리지&한국MRP코칭센터를 설립한 그는 ‘저자되기 프로젝트’와 ‘독서혁명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독자들과 직접 만나 책 읽기와 쓰기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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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김병완 저 | 아템포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평범한 회사원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직장인의 모습이 지는 낙엽과 같다는 서글픈 깨달음에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부산으로 내려가 도서관에서 거의 칩거하다시피 하며 3년 동안 1만 권의 책을 독파한다. 이후 주체할 수 없는 글쓰기의 욕망을 느낀 그는 지난 2년 동안 50권의 책을 출간하게 된다. 이 책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은 그런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가 전하는 글쓰기의 즐거움과 힘,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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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노포에서 오래된 것의 가치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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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인 박찬일을 처음 알게 된 건 청담동에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였다. 작은 입구에 골목에 위치해있어 찾기 힘들었지만 연일 자리가 없었고, 겨우 예약을 해서 찾았을 때에 신기한 메뉴 이름에 전부 다 먹어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스타셰프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때도 이 셰프가 가로수길의 레스토랑으로 옮긴다면 그곳 또한 사람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양식이라면 소고기 스테이크 같은 것밖에 없던 시절, 문어요리나 돼지고기 스테이크 같은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한국식재료를 사용했기에 무척 인기가 좋았다.


셰프는 원래 직업이었던 글쓰기 또한 병행했다.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부터 와인까지 다양한 이탈리안 음식 관련 글로 군침을 돋구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개도 파스타를 먹는다는 말에 이탈리아행 비행기 표를 끊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혼났다. 채널예스에도 <보통날의 와인>이라는 칼럼을 연재했었다. 칼럼을 읽을 때마다 와인이 마시고 싶어져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책으로도 구입해서 와인을 마시며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그런 이탈리아 셰프가 이번에는 한국음식에 관련한 책을 냈다. 그것도 오래된 식당, 즉 노포만 다룬 책으로 제목도 『백년 식당』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책에는 한 곳도 백 년이 넘은 곳은 없다. 게다가 표지에는 셰프가 냉면을 먹고 있다. 이상할 법도 한데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 셰프이기 전에 한국인이니까.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가 읽어주는 한국인의 맛은 어떤 맛일지. 이 책 역시 읽는 내내 우래옥은 언제 갈지, 청진옥은 언제 갈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역사가 녹아내려 있는 그의 책은 단지 오래된 맛집의 소개가 아닌 매식의 역사서이자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오래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안 되는 식당은 음식이 맛없기 때문이다. …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식당 제일 많고 그만큼 제일 잘 망하고 그만큼 맛없는 식당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이다. 그 세월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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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요리사. 절박한 미각의 세대


처음 시작이 궁금합니다. 기자생활을 하다가 요리를 공부하러 이탈리아로 떠나셨습니다. 기자생활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셨나요? 


먹고 살려고 잡지사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리로 전직을 하게 된거죠. 요즘에는 전직이 흔하지만 예전에는 드물었습니다. 그 당시 잡지사는 급여도 좋았고 안정적이어서 사람들이 그만두니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먼저 적성에 안 맞았고, 오래 할 만한 일이 아닌 것 같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습니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걸 하지 말자고 생각했었죠.


요리를 선택한 데 굳이 이유가 있다면, 저는 사먹는 음식에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직장이 있던 여의도에 식당들이 많았지만 맛도 별로 없고, 성의 없고, 손님을 사람 대접 안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레스토랑 어원의 뜻은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휴양을 얻기 위한다는 뜻이잖아요. 원기를 얻어서 다시 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내 돈 내고 스트레스 받는 게 불만이었습니다.


영화감독 트뤼포가 말한 ‘영화광의 삼단계’가 있지요. 그 중 마지막 단계인, ‘자기가 직접 만든다’가 된 것 같습니다. 음식을 좋아해서 블로그 같은 것을 하다가 음식점 하는 사람 꽤 있습니다. 그런 케이스와 비슷하지만 저는 취미가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


그럼 그 전에는 요리를 안 하셨었나요?


회사 다니느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참. 어머니께서 요리하실 때 요리’행위’를 도와드린 적은 있습니다. 칼을 쓰는 본격적인 ‘행위’ 말고 콩나물 다듬기라던지, 마늘 까기 등 아주 소극적인 참여를 했습니다. 관찰하고 요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먹는 일’에 대한 갈망이 많은 세대입니다. 제가 자라던 시기는 궁핍에서 벗어나는 때로, 음식이 에너지로 존재했죠. 지금처럼 나라에서 쌀을 대주지도 못했고, 겨우 먹고 살아갔습니다. 생존, 절박한 미각이었죠. 맛있다고 느끼기 전에 일단 배가 불렀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지금도 굉장히 빨리 식사를 합니다. 형제들보다 더 먹으려면 그럴 수 밖에 없었죠. 물론 우리시대에도 부자고, 잘 먹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먹는 것에 미각을 느낄 겨를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글이 저와 유사한 체험을 한 독자들에게 공감을 받고, 저의 해석이 생명력을 가진다고 봅니다. 오히려 결핍이 생명력을 가지고 온 거죠.


먹는 걸 좋아하셨나요?


네. 좋아했죠. 요즘 세대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자랄 때 많이 먹잖아요. 없어서 못 먹었죠. 저의 미각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거친 음식을 먹고 자랐습니다. 나폴레옹 제과점의 롤케이크처럼 진짜 맛있는 빵은 조금 전에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만, 어릴적에는 동네 가게에서 파는 크림빵, 보름달빵 같은 걸 먹고 자랐습니다. 그런 기억들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고요.

 

요리와 글은 둘 다 매우 어렵고 전문적인 일이지요. 요리를 하면서 글도 쓰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찬일님께서는 어떤 일이 더 재미있으신가요? 어떤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쓰시나요?


글 쓰는 것과 요리 모두 잘 하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깜냥, 즉 능력과 시간 안에서 되는 일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취미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요, 저는 모두 취미가 아닌 전문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둘 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둘 중에 더 애정이 가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그런 만큼 더 부담감도 있고요. 예를 들자면 엄마가 둘인 경우이죠. 원래 엄마는 투박하고 새엄마가 좀더 좋지만, 원래 엄마에게는 좀 더 본능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쓰기도 어렵지만 제가 가진 깜냥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직업으로써의 기간은 요리사가 훨씬 길어졌습니다. 기자로 일을 했던 것은 8년이지만 요리사로서는 16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요리는 아직도 어색하고, 가끔 내가 요리사가 맞는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 나이 들어 배우면 어색하고 표가 나고 10대 때 배운 외국어는 좀 더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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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에서 인생을 맛보다


책을 처음 받고 표지를 보았을 때 의아했습니다. 이탈리안 셰프님이 냉면을? 『백년 식당』이라 노포 기행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저는 이탈리아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본질적으로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소견이나 태도, 관심이나 의견은 더 많습니다. 요리사이기 때문에 더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리는 모두 대동소이합니다. 이를테면 스테이크와 설렁탕은 형제입니다. 물리적이나 공학적으로 제조 과정을 보면 형제입니다. 다만 스테이크는 덩어리 고기를 지져서 소스를 곁들여 내는 거고, 설렁탕은 소스를 물에 타고 고기를 더 잘게 썰어 물에 담궈 먹는 차이인 것입니다. 영양적으로 스테이크가 좀 더 고영양이겠죠. 설렁탕은 밥을 말아 먹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더 많고요. 그러나 사실 모두 형제인 음식입니다.


서양요리를 공부하면서 동양요리에 대해 다르게 보는 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출판사에서 제안이 있었습니다. 요리사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낸 후배인 사진작가 노중훈씨, 기획자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오래된 식당을 탐방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이탈리안 요리에 관련된 책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여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으셨나요?


이탈리아 요리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소개하는 글을 주로 썼습니다. 음식 한가지 단품부터 음식 문명에 대한 글까지 씁니다. 그런데 그건 외국인이 바라보는 이탈리아 음식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이 만약 제 글을 본다면 색다른 시각에서 보는구나 하겠죠. 서양음식에 대한 글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이 훨씬 적습니다. 제가 독특한 의견을 표명하더라도 반박할 사람이 훨씬 적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적습니다. 그런데 한국 음식에 대한 저의 시선 자체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에게) 동의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대체로 제가 하는 이야기는 설렁탕이 언제 탄생했을 것이며, 만드는 법, 음식에 대한 태도, 먹는 이들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야말로 오천만을 대상으로 하는 글입니다. 그렇기에 글을 쓰는 것이기에 무척 어렵고 긴장되고 살 떨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얼마나 엄중한 글쓰기였겠어요.


『백년 식당』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정하신건가요?

백 년 된 식당은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백년 식당』이라는 제목은 뻥입니다. 백 년 넘은 식당이 하나도 안 나옵니다. 백이라는 숫자가 그저 아주 긴 시간이라는 뜻으로 쓰인 거죠. 


왜 우리나라에는 백 년 된 식당이 없을까요?

결정적으로 우리 정치역사와 식당역사, 즉 매식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습니다.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시작 자체가 늦었고요. 레스토랑의 형태자체가 자본주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 산업의 태동기에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이동을 하고, 자야 할 곳이 생기고, 돈이 생기니 돈을 쓸 곳을 만들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필요해진 거죠. 우리나라는 그것을 못하고 식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외세의 영향으로 조금은 생겨났지만 결국은 구한말, 개항, 식민시대를 거쳐왔습니다. 그 때 미미한 시작이 태평양 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겪으며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한국전쟁의 시기는 식당의 공백기라고 봅니다. 피난을 해야 했고 그러면서 식당이 영업을 못했지만 그것은 기간에 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년 식당이라면 지금 2014년이니 1915년에 생겼어야 하는데 그때 있었던 식당들은 전쟁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거죠. 30년대에 생긴 식당이 거의 최초라고 봅니다. 심지어 식당들이 자기 역사를 헷갈려 합니다. 자료도 남아있지 않고, 그걸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자체가 없었습니다. 잼배옥은 3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상공회의소에 등록된 이름으로 잠배옥이 있습니다. 같은 곳이라고는 하지만 증언할 자료가 없습니다.

이제야 겨우 3-40년된 식당들이 역사를 지키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오래된 식당의 중요성을 이제야 생각하게 된 거죠. 우리는 역사를 지키는 것에 굉장히 형편없었습니다. 사진 또한 없어지거나 안 찍어서 없는 곳도 많습니다. 세무서에 식당들이 등록하게 된 것이 60년대부터 입니다. 심지어 서서갈비는 해방 전후에 생겨났지만 세무서에는 70년대나 되어서 등록되었습니다. 이건 그 식당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이 잘못된 거였습니다. 규모가 아주 크고 돈도 잘 버는 삼성그룹 같은 대재벌도 70년대 후반에나 역사를 정리하면서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러니 식당은 어떻겠어요. 먹고 사느라 바빴죠. 취재하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아 우리는 역사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 안 하는 민족이구나 하구요.  


백 년이 될 수 있는 식당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맛있어야 되겠죠.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술이 없어야 합니다. 주인이 그 업을 뚝심있게 지켜야 해요. 그 업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는 관계 없습니다. 왜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장이 돈 좀 벌었다고 외제차 끌고 돌아다니면 그 식당은 오래 못 갑니다. 


백년 식당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결과론이지만 가장 오래된 식당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보면 되는 겁니다. 대중의 기호가 맞아야 하고, 또한 사장이 덕이 있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눈치 안보고 오래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게 정말 좋은 조직 아닐까요? 월급을 다른 곳보다 더 주던지, 정년퇴직이 없다면 여긴 정말 좋은 곳이구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식당들은 반자본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해고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이걸 미덕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하잖아요. 오래된 식당들은 그것의 정반대에 있습니다.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거죠. 75세 노인이 모는 택시를 타면 불안한가요? 그냥 재미있게 타고 안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 그래서 회사도 그런 노인들이 있으면 더 잘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백년 식당』을 읽으면서 오래된 것의 가치를 발견해주었으면 합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사람도 말입니다. 책에서 ‘오래된 식당’을 화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인지, 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봐주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일하는 사람도 노인입니다. 노인복지를 담당하는 분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게 나가야 합니다. 노인 쓰는 게 돈도 더 잘 벌고, 일도 더 잘합니다. 그런데 (정년이 넘어가면) 최저 임금도 못 받습니다. 노인들은 지혜가 있는 게 아니라 노동 능력이 있습니다. 


저도 취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노인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관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이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났는데 그들 때문에 국가의 활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읽어보면 음식점의 비법 같은 자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취재하시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신기하게도 비결을 감추는 집이 한곳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들 여유가 있는 겁니다. 베낀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저도 레시피를 물어보면 다 알려줍니다. (그대로 한다고 해도) 절대 그대로 안 나옵니다. 비결을 숨기는 건 꼼수가 있을 때 숨깁니다. 어떤 집은 미원을 쓰면 쓴다고 하고, 안 쓰면 안 쓴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관점 자체가 미원에 민감하니까 언급을 안 했지만 정말 솔직히 다 알려주십니다. 기술은 있겠지만 모두 비밀이 아닙니다. 취재할 때 갑자기 들어갔는데도 부엌이 아주 깨끗하고 사술이 없었습니다. 


비결이라면 굉장히 단순합니다. 좋은 재료와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압축된 공정입니다. 예를 들어 설렁탕을 끓일 때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검증된 압축된 작업을 합니다. 좋은 재료로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맛은 절대 가치가 없다. 꿩 잡는 게 매다. 어떤 맛이 인이 박인 채 기억에 저장되면, 사람들은 그 맛을 최고로 친다. 맛은 보수적이다. 각자의 어머니 손 맛이 전부 최고가 아닐 텐데도 사람들은 어머니의 맛을 찾는다. 익숙한 것에 대한 안심이다. 그런 원리가 할매 국밥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더 잘하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 욕망을 억제하는 것! 김 씨의 말에 그 요체가 들어 있다.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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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곳을 다루어 주셨는데요 평양 냉면이 2곳, 갈비가 2곳, 탕(육개장, 국밥, 설렁탕) 등이 7곳으로 가장 많네요. 탕(국물요리)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보여주는 건가요?

네. 예전부터 탕을 만드는 집이 많았고 거의 다 한식입니다. 탕이 오래 살아남은 건 조리 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일 겁니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었고요. 나이가 들면 탕을 먹기 때문에 새로운 손님들이 계속 창출이 되었겠죠.

밥을 국물에 말아서 먹는 탕이라는 음식을 즐기는 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우리처럼 탕문화를 붙들고 많이 먹는 나라는 없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매우 적고 기타 아시아 국가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옛날만큼 인기는 못합니다. 요즘에는 먹을 것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음식이 대체합니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 기사생활 때 마감을 하고 나면 청진동에 가서 해장국에 소주를 먹었습니다. 편의점 같은 게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야식 먹자고 하면 편의점가서 사발면이랑 소시지 같은 거 사다 먹습니다. 편의점이 탕을 밀어낼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청진옥에게는 사발면이 적인겁니다. 여기에서 먹거리 역사의 변천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집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셨던 음식점은 어느 곳인가요?

우래옥에 대여섯 번은 갔네요. 취재하러 간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먹으러 갔습니다. (부산에 있는) 할매 국밥을 네 번이나 갔고 취재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는 돼지국밥이 생소하기 때문에 그 문화를 보기 위해 더 많이 가게 되었습니다. 


연남 서서 갈비에서 굳은 살에 대한 이야기에서 찡한 경외감이 전해졌습니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굳은 살이나 흔적이 있으셨나요?

저도 다시 생각해봐도 찡하더군요. 책에 담지 않은 이야기도 많습니다. 서서갈비 사장님께서는 정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셨었습니다. 부산의 할매 국밥 할머니는 너무 피곤해서 항상 화장이 떠있고, 눈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일년에 나흘- 추석 이틀, 설날 이틀만 쉬십니다. 아침에 나가서 오밤중에 집에 가는 게 그 분의 삶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삼분의 일은 일을 하고, 삼분의 일은 내시간을 보내고, 나머지는 잡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삼분의 이를 식당에 있고 나머지 삼분의 일 동안 자기 일을 하고 잠도 잡니다. 식당이 그 분의 삶인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 것이니 그러겠지 라고 쉽게 말할지 몰라도 그분은 그냥 다른 것을 할 줄 모르는 겁니다. 그분을 볼 때 가슴 아팠고 미안했습니다. 우래옥의 김지억 전무님께서는 아직도 지팡이를 짚으시고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독자들에게 그분이 계실 때 우래옥에 한번이라도 더 가는 것이 살아있는 역사를 목격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1시 반에 리셉션 하시는 태도.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어주길 바라시나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책도 있지요. 이것과도 상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노인의 나라는 있더군요. 노포입니다. 노인이 잘할 수 있는 노동이 진짜 많습니다. 서양에서는 노인이 합니다. 접객도 여든살이 넘은 웨이터들이 하구요. 많은 사람들이 노인의 가치를 재발견 하기를 바랍니다. 노인복지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도 보시면 좋겠습니다.


젓가락으로 먹는 이탈리안 요리


새로운 보금자리 <몽로>는 어떤 곳인가요? 독자들께 설명 부탁 드립니다.

<몽로>는 부담 없이 친구들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입니다. 격식도 없고요. 양식하면 대부분 부담을 가지고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음식도 이탈리아식 음식이지만 가급적 한국식 재료를 사용해서 편안하게 젓가락으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포크와 나이프 같은 도구가 사람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젓가락으로 먹으면 왜 안되나 생각했습니다. 서양의 비프커틀릿, 슈니첼이 일본에서 돈까스가 되어 젓가락으로 먹듯이 그런 양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음식 문화를 자기 마음껏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젓가락으로 파스타도 먹고 어떤 양식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은 유일한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모두 개인적이며, 일방적인 존재다. 그건 음식에 있어서도 그렇다. 당신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해 자부하라. 필자는 그렇게 말한다. 음식은 한 사회의 반영이다. 거기에 선과 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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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박찬일,노중훈 공저 | 중앙m&b
백년식당에서는 맛에 대해 엄격한 두 남자가 고단하지만 기꺼운 발품으로 찾아낸 우리의 100년 식당을 소개한다. 아직 100년은 안됐지만 100년 동안 그 맛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셰프와 여행작가가 맛깔스런 이야기와 미각을 자극하는 사진으로 소개한다. 단순한 식당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역사와 문화와 향수가 있는 음식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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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뮤지스 현아 “공감, 연민을 함께 느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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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사랑해』는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리드보컬 현아가 쓴 에세이다. ‘현아가 쓰고 찍었습니다’는 표지 소개 글에서 보듯, 사진도 현아가 직접 찍었다. 그녀가 찍은 대상은 호야와 모야. 다른 풍경 사진도 등장하지만 주로 호야와 모야 사진을 담았다. 호야와 모야는 현아와 함께 사는 반려 고양이다.

 

책 속에 고양이 이야기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을 솔직하게 썼지만 『매일 매일 사랑해』는 현아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못 키웠던 사연,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마주쳤던 불쾌한 상황, 가족과 얽힌 추억 등을 함께 실었다. 그래서 독자가 이 책에서 받는 인상은 ‘솔직함’일 테다. 그녀가 말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덤으로 에피소드마다 함께 수록한 사진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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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20대와 별다른 게 없는 청춘

 

어떻게 책 쓸 생각을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책 쓰기가 새해 계획 중 하나였어요. 2014년에는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여행 에세이나, 음악 쪽을 쓸 생각도 했는데 고양이와 사는 이야기가 좋겠더라고요. 결국 모야와 호야와 현아가 함께하는 이야기로 책이 나왔어요.

 

책을 한창 쓰다 한 달간 못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어떤 사연이었나요.

 

원고를 마무리할 때였어요. 모야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요. 원래 끝은 소소하면서도 행복하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모야가 아프니까 마무리를 쉽게 할 수 없었죠. 그때는 정말 글 쓰는 걸 떠나서 마우스를 갖다 대서 클릭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한 달간 못 썼어요. 주변 사람들이, 그렇다면 모야가 아픈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면 어떻게 했느냐고 해서 썼죠. 눈물을 흘리면서 썼어요. 모야가 아파하는 이야기를요.

 

책 날개에 적힌 현아 프로필에는 ‘남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라고 써져 있는데요. 대중이 보기에는 연예인이고 스타잖아요.

 

저 스스로 스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히 책에서는 나인뮤지스 부분을 제외하고 개인적인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저도 다른 20대가 느끼는 걸 똑같이 느끼고 있잖아요. 미래가 걱정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제가 남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얼마 전까지는 머리 아프게 고민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 안 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고민을 말해 보라면, 2015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죠. 2015년을 뿌듯하게 살고 싶어요. 지금은 인생을 계획하고 하나하나 실행해나가는 게 재밌네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기까지 모야와 호야 덕도 있을까요.

 

그럼요. 책 쓰면서 얘네와 더 가까워졌어요. 나인뮤지스 활동이 한창일 때는 저 살기도 바빴어요. 한 공간에 있어도, 서로 깊게 소통한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늘 그게 미안했는데요. 책 쓰면서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서 행복했어요. 말이 안 통하는 다른 생명체와 소통한다는 게 신기했죠. 제 삶에 에너지가 되었어요.

 

사진은 어떻게 찍었어요?

 

다 휴대폰으로 찍었어요. 장비보다는 시간 싸움이죠. 고양이도 그렇지만 동물들이 조금도 가만있지 않잖아요. 책 쓰면서 1년 정도는 거의 집 밖으로 안 나갔어요. 친구들이 화를 낼 정도로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특히 지방 공연이라든지 외국에 간다고 하면 고양이는 어떻게 하나요.

 

고양이 특성상 다른 곳으로 데려가기가 쉽지 않아요. 해외 일정이 있으면 친구들이 다녀 가죠. 집 주변이 친구로 가득해요. 고양이 키우는 친구도 많고요. 또 책에 등장하는 의사 선생님과도 오래 알던 분이라, 그 분에게 맡길 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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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속에 느껴지는 연민을 함께 느끼고 싶었어요

 

책으로 독자와 함께 공감하고 싶은 감성은 무엇이었나요.

 

딱히 그런 게 있다기보다는요. 대부분 비슷한 일을 겪잖아요. 소소한 삶 속에서 비슷한 일이 있는데, 여기서 공감을 하다 보면 공감 속에 연민이 생겨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 공감 속에 느껴지는 연민? 공감 속에 느껴지는 연민이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고 믿거든요.

 

책을 쓴다고 결심했을 때, 어떤 에피소드가 먼저 떠올랐나요?

 

한강 달리기도 그렇고, 스물 두 살 때 겪은 해프닝, 또 엄마 아빠와 연결된 이야기들이 기억났어요.

 

지하철을 타고 뚝섬유원지로 가서 영동대교부터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를 넘어 반포대교까지 찍고 잠수교로 넘어와 다시 반대쪽을 뛰었다. 첫날은 반포대교까지 뛴 다음 ‘아, 이러다간 안 되겠다. 다음 대교에서 택시 타고 가자’ 했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되지 않았다. 좀만 더 참아보자 하며 뛴 게 3시간을 넘겨 집에 도착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몇 달을 그렇게 뛰었던 것 같다. (나중에야 들은 얘기지만 집 앞 커피숍 사장님은 내가 운동선수라고 생각하셨단다.) 그때는 내가 소속되어 있던 연기자 회사가 상황이 안 좋아져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해. 이러다간 내 존재 이유가 불투명해질 거야. 그럼 결국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겠지…’ 모야도 먹여 살리려면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한 것이 ‘한강 달리기.’ (137쪽)

 

 

가족 이야기도 많이 등장해요. 회상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책을 쓰면서 제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어요. 제가 부유하게 자라진 않았어요. 책을 쓰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일산에 오래 살았어요. 책 쓰면서 일산에 다시 간 적이 있거든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더니 엄마는 그때 삶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집안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소소함 속에서 저는 좋았는데 말이죠.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지만, 서로 기억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책 쓰면서 가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사진 중 한 컷이 책 가득한 책장에 호야가 있는 장면인데요. 책을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저는 책도 그렇고 음악도 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아서 한 작가만 좋아하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경제 독립을 하면서 TV 없이 살았어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TV가 정말 싫었거든요. 막상 TV가 없으니, 심심해요. 책을 많이 읽었죠. 특히 이번에 책 쓰기 전에 유독 많이 읽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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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발표한 자작곡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좋아>

 

책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좋아>라는 자작곡도 발표했어요.

 

여행 에세이를 보면 저자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추천하잖아요. 저는 그런 노래는 바로 찾아서 들어보거든요. 그래야 책도 제대로 읽고, 여행도 제대로 하는 느낌이 들어서요.『매일 매일 사랑해』의 전체적인 느낌을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융합이라고 할까요. 좋은 기회로 자작곡을 발표할 수 있었죠.
 
책을 모야와 호야에게 보여준 적이 있나요.

 

책에는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 자작곡 음악은 같이 들었는데, 발매되기 전까지 정말 많이 들었죠. 음악이 나올 때마다 딴 데 있다가도 곁으로 와서 야옹, 하고 가더라고요. 뭔가 알긴 아나 봐요. (웃음)

 

모야 호야에 이어 세 번째 가족을 데리고 올 생각은?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데리고 와야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강아지도 좋아해서, 셋째를 들인다면 고양이만이 아니라 폭넓게 생각하려고 해요.

 

인세를 기부하기로 했는데요.

 

애초부터 돈 벌려는 생각으로 책 쓴 게 아니거든요. 동물 키우면서 많이 배웠어요.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죠.

 

모델, 연기, 가수, 이제 책을 낸 작가 등 여러 활동을 하셨어요. 가장 매력을 느끼는 일은?

 

작가는 너무 어색하고요. (웃음) 역시 나인뮤지스가 가장 매력적이죠. 젊은 시절에, 하나같이 예쁜 여성들이랑 활동할 기회가 지금밖에 없을 거 아녜요. 재밌어요. 나머지 멤버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고 있고요. 나인뮤지스는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나인뮤지스에 있을 때는 공기와 분위기가 매력적이에요. 제가 언니다 보니 나머지 멤버를 독려하는 편이죠. 우리는 군인이고, 암사자다, 이런 말도 자주 해요. 우리끼리 단독 회사를 갖고 해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에 제가 책을 내니까, 다른 멤버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요. 서로 관심 분야가 다르지만, 뭔가를 시도하고, 시도하다 보면 차곡차곡 쌓이는 게 생기겠죠.

 

앞으로 음악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밝히셨는데요.

 

사람 일은 모르니까 나중에는 연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음악으로 풀고 싶어요. 제 성향에 맞는 음악을 찾으려다 보니, 자아가 세졌다고 해야 할까요. 제 성향이 세지고, 성향을 찾았으니 음악적인 길로 가고 싶네요.

 

20, 30년 뒤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세요?

 

아직은 더 달려나가고 해내야 하는 나이죠. 좋은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제가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죠.

 

나인뮤지스 팬과 예스24 독자에게 한 말씀.

 

팬들에게는 참 미안해요. 2014년이 걸그룹의 전쟁기였죠. 팬들도 불안했을 거예요.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걸그룹이 1년이나 자리를 비운다는 건, 큰 타격이거든요. 누구를 좋아해본 사람은 다 알 거예요. 짝사랑이 참 힘들잖아요. 힘든 시절을 1년이나 기다려주신 팬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내년 1월에는 1년 동안 모아뒀던 기를 속 시원하게 발산할 거예요. 팬들의 함성을 빨리 느껴보고 싶어요. 소통도 많이 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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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사랑해문현아 저 | 알비
『매일매일 사랑해』는 아이돌그룹 나인뮤지스의 리드보컬이기 전에 스물여덟, 아직 20대의 감성이 풍부한 나이의 현아가 두 마리 고양이 모야 호야의 아웅다웅 스토리를 유쾌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모야 호야를 통해 부모님과 이웃을 생각하기도 하고 사랑과 연애도, 인생과 미래에 대한 생각도 펼쳐진다. 아이돌그룹의 현아가 아닌 인간 문현아의 진솔하고 속깊은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께 폭넓은 공감을 줄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저자 인세 전액이 '마음나누미'에 기부되어 동물보호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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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김연수 “왜 이렇게 나쁜 세계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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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9회 네티즌 추천 한국의 젊은 작가’ 부문 1위는 김연수였다. 지금도 김연수는 젊지만 그가 등단한 지는 햇수로 20년이 지났다. 작가로 활동한 기간을 보면 김연수는 이제 중견작가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경력을 보면 그는 대한민국 대표작가이다.

 

『소설가의 일』은 대한민국 대표작가 김연수가 공개한 소설론이자 창작론이다. 소설은 무엇인지,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다룬다. 이런 내용이라면 예비 작가를 꿈꾸는 사람만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상당히 재밌다. 가령 이런 문장을 보자.

 

한국 작가가 쓴 그 작법책의 제일 첫 장에는 ‘먼저 인간이 되어라’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소설을 쓰려면 먼저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니! (중략) 어떤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원양어선을 타보란다. (‘차라리 인간이 되겠습니다. ㅠㅜ) 또다른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먼저 라캉이나 데리다부터 공부하란다. (‘에잇, 원양어선 쪽을 다시 알아보자.’) - 『소설가의 일』99쪽

 

반대로 이런 문장도 있다.

 

세계 각국의 속담이 말하는 바는 이런 것이다. 잔인한 진실은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결국 죽는다. 농담할 겨를조차 없는, 이런 직설의 진실은 도처에 널렸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그 잔인한 진실을 저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 왜? 잔인한 진실을 좀더 완화시키고 짐짓 모든 게 축제인 듯 살아가기 위해서다. -『소설가의 일』 185쪽

 

잔인한 진실을 완화시키고 모든 게 축제처럼 느끼게 도와주는 김연수 소설가를 만났다.

 

김연수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웃기게 쓴 책

 

『소설가의 일』이라는 제목을 보고 일상을 담은 산문이라 생각했는데, 소설론ㆍ창작론입니다. 이번 책을 기획한 계기가 있을까요.

 

책에 실린 글들은 2012년에 네이버의 문학동네 카페 게시판에 연재한 글들입니다. 햇수로 치자면 등단한 지 20년이 된 해였죠. 처음에는 쉬어 갈 겸, 제목 그대로 소설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쓰려고 했습니다. 강연을 가보면 독자들은 이런 걸 궁금해하더군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책은 몇 권이나 읽는지, 돈을 얼마나 버는지…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써 보자, 라고 해서 책의 초반에는 그런 식의 느낌이 남아 있죠. 예를 들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어떤 식으로 읽는지 같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용이 바뀌었어요. 20년 정도 소설을 썼더니, 소설가 김연수는 결과적으로 이런 시각을 가지게 되더라는 식으로요. 소설가의 눈에는 이 세상의 일들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썼더니 마치 작법 책처럼 나왔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데 도움받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소설을 썼더니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됐다는 거지, 이런 것들을 알았기 때문에 소설을 썼다는 건 아니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책에는 소설가의 일상은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는데요. 글 쓰는 시간 외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저는 단순해요. 별다른 취미가 없거든요.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옛날 노래보다는 신곡을 주로 듣는데, 그러자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어떤 신곡이 좋은지 알려면 이것저것 많이 들어봐야하니까요. 그리고 책을 읽는데도 많은 시간을 들이고요. 가끔 달리기나 산책을 하고요, 드문드문 여행을 갑니다. 이게 전부죠. 아, 술은 자주 마십니다. 원래는 맥주를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독한 술이 맛있어졌습니다.

 

『소설가의 일』에 유머를 잔뜩 넣었는데요. 독자를 웃기려고 노력하셨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노력까지는 아니고요. (웃음)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라 꽤 진지한 내용인데, 진지한 내용을 진지하게 쓰면 더 웃길 것 같아서요. 잔뜩 폼을 잡고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소설가는 기본적으로 결여된 것을 가지려는 욕망을 지닌 인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듭니다.” 이렇게 써버리면, 내용이야 아주 훌륭하지만 너무 웃기잖아요. 독자들 보기에는 “뭐, 어쩌라고?” 이런 느낌도 들 테고요. 그래서 너무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느라 일부러 웃기게 쓴 것입니다. 말이 되나요? (웃음) 진지하게 소설가의 일에 대해 썼으면 진짜 웃긴 책이 됐을 거예요.

 

이번 책 말고도 산문집이 전반적으로 경쾌하잖아요. 소설 쓰는 자아와 산문 쓰는 자아가 좀 다른가요?

 

산문이 대상으로 하는 세계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고 주인공이 바로 나이기 때문에 그대로 쓰면 좀 민망한 감이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자꾸 웃기게 나오네요.

 

 

김연수는 황희 정승형 소설가

 

세상에는 헤밍웨이처럼 하드보일드 형의 소설가도 있고, 다자이 오사무처럼 자멸파 형의 소설가도 있는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황희 정승 스타일의 소설가다. (중략) 소설을 쓴다는 건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에게 “그건 네 말도 맞아”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소설가의 일』 57~58쪽

 

자신을 황희 정승형 소설가라고 진단했습니다. 너도 맞고, 나도 맞다가 황희 정승형 소설가인데요. 우리가 소설을 읽는 목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갈수록 소설을 안 읽는 사회가 되면서 더 팍팍해지는 걸까요.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른 세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를 보면 마흔이 넘으면 소설 안 읽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궁금한 게 있다면 인문서 한 권만 읽으면 되는데, 왜 길고 성가신 소설을 읽느냐는 거죠. 나이 많은 사람들의 꼰대스러움은 여기서 생기는 게 아닐까요? 기성세대들은 굉장히 많이 알아요. 그래서 문제에요. 실제로 피케티 책, 이런 거 한 권만 읽어도 정말 아는 게 많아지잖아요. 하지만 많이 알면 뭘 하나요? 다른 사람의 마음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데. 지식이 아무리 많은들 전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요? 제 아무리 좋은 지식이라도 전달이 안 되니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얼마나 고역입니까?

 

공감하는 바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잖아요. 공감이란 자기가 알고 있는 게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지 가능해요.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의 항변이 귀에 들어올 리가 있나요? 특히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말이라면, 더욱 그렇죠. 그러니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그런 능력을 키워야 해요. 이런 연습은 나이 든 사람들 이 많이 해야만 해요. 경직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이 든 사람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식이죠. 우리의 수많은 문제는, 서로 소통이 안 되는 그 모든 문제가 그래서 일어난 게 아닐까요?

 

선생님 친구들도 안 읽나요?

 

안 읽죠. 당연하다는 듯 안 읽어요. (웃음)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정말 많은 책을 읽으시던데요. 책 보관은 어떻게 하시나요.

 

어려서부터 나만의 서가를 가지려고 책을 쭉 모았는데, 서른다섯 살 정도가 되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이상 책을 꽂을 공간이 없었어요. 그때부터는 서가에서 뺄 책을 골라내는 게 일이죠. 계속 볼 책은 꽂혀 있고, 아닌 책은 다 바닥에 누워 있거나, 벽장 속에 들어가 있거나. 책에도 썼듯이 일흔 살이 될 때까지 소설 365권, 비소설 365권을 제일 좋은 순서대로 꽂아놓은 서가를 가지는 게 꿈이에요. 그때부터는 새 책을 안 읽고 그 책들만 읽을 거에요. 오전에는 소설, 오후에는 비소설, 뭐, 이런 식으로요.

 

좋아하는 캐릭터로 『적과 흑』의 쥘리앙 소렐을 꼽았습니다. 김연수의 작품 중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밤은 노래한다』에 나온 여옥. 여옥은 잘 뛰어서 편지를 배달하는 연락원이 됩니다. 생생한 캐릭터에요. 너무 생생해서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 가지만 있어도 벽을 뚫을 수 있어

 

이야기에서 인물의 절망이 중요하다고 쓰셨잖아요. 실제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에 고비가 없는 사람이 없을 텐데, 작가 김연수에게 고비는 언제였나요. 혹시 영화배우(김연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한 바 있다) 시절이었을까요.

 

영화배우 시절은 고비를 못 넘고 끝났고요. (웃음) 소설가로서는 스물일곱 살 때였을까요, 두 번째 책을 펴냈는데 반응이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 미미했어요. 그래서 소설은 그만 쓰고 딴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고비였는데, 사실 그때는 고비가 아니라 막다른 벽이었어요. 그렇게 3년 정도 소설을 안 썼어요.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으니까. 이때 많은 걸 버렸습니다. 기대, 목표 같은 것들을요.

 

끝에는 딱 한 가지만 남더군요. “글을 쓰고 싶다.” 이거 하나요. 책으로 출판하겠다는 기대조차도 바라지 않았어요. 실제로 출판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책에 제가 하루에 3시간만 쓴다고 했잖아요. 그때 그렇게 글을 썼습니다. 3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서 소설만 생각해보자. 직장에 다니던 시절인데 하루에 3시간 내는 게 힘들었어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무엇도 바라지 않고 계속 썼어요. 소설을 다 쓰고 나니 그게 벽이 아니라 고비였다는 걸 알겠더군요. 소설을 못 쓰면 벽이고, 쓰면 고비가 되는 거죠.

 

누구에게나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을 거예요. 다들 비슷할 테니까. 그건 뚫고 지나가고 나면 고비가 되는 벽이에요. 온갖 욕망들,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는 거, 자신에게 바라는 거, 그런 것들을 그 벽 앞에서 하나둘 버리고 나면 돌멩이처럼 단단한 한 가지 정도만 남게 되는데, 그 하나를 믿고 벽을 뚫고 지나가는 거에요. 그 하나가 없으면 통과가 불가능하죠. 그 하나가 뭔지는 다들 다르겠죠. 제게는 '소설을 쓰는 일'이었어요.

 

이미 많이 받은 질문일 텐데요. 등단 초기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이 세상에 기대를 덜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나쁜 곳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나쁜 사람이 세속적인 관점에서 성공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에요. 죽기 전에는 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 제발트의『현기증. 감정들』을 읽는데 이런 문장이 나오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추이를 지켜본 재판은, 결론부터 밝히자면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 이상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답니다. 즉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지 않으며, 정의는 정의롭지 않다는 진실 말이죠."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비관적인 세계관이 자리잡은 뒤로 오히려 예전에 비해서 인간에 대해 더 너그러워졌어요. 예전에는 괴로웠거든요. 악행을 하는 인간을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해가 됩니다. 이 세상은 원래 그런 세상이고, 그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인 거죠. 그래서 요즘은 개개인의 나쁨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힘듦은 줄어든 반면에 근본적으로 왜 이런 세상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소설가의 일』에도 밝히셨지만, 1991년 대학생들의 연이은 죽음이 창작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후 글쓰기 욕망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야기로 치자면 나쁜 이야기, 잘 못 쓴 이야기, 그러니까 읽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읽는 것을 넘어서 나는 심지어 그 이야기 안에 살고 있어요. 조물주랄까, 이 세계를 창작한 존재의 관점에서는 나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세계는 씌어진 것이겠죠. 그렇다면, 왜 이런 세계를 썼는지가 저는 궁금합니다. 이렇게 나쁜 세계가 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일까? 내가 작가라면 더 좋은 세계를 만들었을 텐데. 예컨대 가만 있어도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 세상, 얼마나 좋아요? 하지만 이 세계의 작가는 모두가 고통받는 세상을 만들었어요.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런 궁금함이 글쓰기 원동력이 되겠죠.

 

올해 한 북콘서트에서 되고 싶은 사람으로 할머니를 꼽았는데요.

 

할머니들은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하시고, 잘 웃으시죠. 무엇보다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세요. 아전인수라는 말 좋잖아요? 세상이 제 아무리 악하다고 해도 아전인수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인간의 능력을 이길 수는 없겠죠. 세상은 하나뿐이지만, 이야기는 사람마다 하나씩입니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사람이 좋은 거죠. 아무리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해도 멋진 이야기로 들려줄 수 있는 할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할아버지는 왠지 그런 느낌이 아니에요. 일단 할아버지들은 모든 걸 너무 많이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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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글은 79점

 

소설가 아니라 소설 쓰는 김연수라고 소개를 하시는데.

 

소설가라는 말이 이상하게 입에 잘 안 붙어요. 일찍 등단한 편인데요.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내가 지금 소설을 잘 쓰고 있는지 어떤지 자의식도 강하니까 소설가라는 말이 잘 안 나왔어요. 그래서 소설 쓰는 김연수라고 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말하죠.

 

배우로 연기에도 도전하셨잖아요. 선생님의 글과 연기력을 100점 만점으로 치면 어느 정도일까요.

 

배우는 50점. 소설가로는 글쎄요. 79점? 안타깝게 80점이 안 되는 정도.

 

시키면 다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는데, 혹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레너드 코헨처럼 목소리를 깔고 웅얼웅얼거려서 잘 부르는지 못 부르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현대소설이 추리소설의 일부라고 진단하셨잖아요. 본격 추리소설 써 보실 계획은 없나요.

 

계속 생각중입니다.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안 썼지만, 제가 쓴 소설은 대개 추리소설의 영향 아래에 있어요. 예전에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써볼까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은 건, 북구 스타일의 추리소설입니다. 긴 분량에 알코올 중독에 절어 있고 폭력성이 강한, 쫓겨나기 직전의 형사가 등장하고 범죄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오는, 뭐 그런 소설.

 

지금 쓰고 계신 작품은?

 

지금은 없어요. 조만간 2048년을 다루는 짧은 소설을 시작해 볼까 하는 계획은 있어요. 다음에 어떤 책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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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김연수 저 | 문학동네
김연수의 신작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 떠오른다. “산문은 모든 예술을 포괄한다. 한편으로 단어는 그 안에 온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자유로운 단어는 그 안에 말하기와 생각하기의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설을 쓸 때보다 자유로울 단어들로, 김연수는 이 책에서 생각하기와 말하기, 쓰기뿐 아니라 어떤 삶의 비밀/태도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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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명화남녀 이혜정 한기일이 알려주는 명화 감상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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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분야가 만나 시너지를 내는 경우를 흔히 본다. 『명화남녀』가 그렇다. 어렵게 느껴지는 미술을 소재로 하면서도 단기간에 예술 분야 팟캐스트 1위를 한 데에는 영화와 시너지를 낸 덕분이다. 이혜정 저자에게 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미술을 쉽게 알릴 수 있을까였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영화와 명화를 함께 엮어보자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영화는 미술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니까.

 

그렇게 이혜정 저자와 한기일 저자는 서로 힘을 합쳤다. 한국의 웬디 수녀가 되는 게 목표인 이혜정은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에서 예술경영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유학시절 미술에 매료된 뒤 예술을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한기일 저자 역시 PC통신 시절부터 여러 매체에 기고하면서 영화를 소개해 왔다. 여기서 보듯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전달’이다.

 

명작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명화남녀』는 영화 한 편과 예술가 한 명을 교차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샤갈과 <노팅힐>, 로트렉과 <물랑 루즈>, 쇠라와 <비포 선라이즈>를 포함하여 총 12편의 영화와 12명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대화체로 구성된 문체는 독자에게 편안함을 주고 ‘영화관 옆 미술관’, ‘미술관 옆 영화관’에서는 작품 감상에 필요한 실질적인 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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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콘텐츠를 원하는 수요가 있었다

 

어떤 계기로 두 분은 함께 하셨나요.

 

이혜정 (이하 이) :어떻게 하면 미술을 거리감 없이 전달할까가 제 고민이었어요. 미술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좀더 친근한 매체를 이용해서 미술로 접근하면 사람들이 더 편하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특히 영화와 접목해보고 싶었어요. 미술작품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영화도 많고 실제로 명화가 영화 속 장면에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요.  제가 미술은 알지만 영화는 잘 몰라서 영화 쪽 전문가가 필요했어요. 영화에 박식하면서도 목소리가 좋은 사람을 추천 받았는데, 그게 기일 씨였죠.

 

한기일 (이하 한) : 그때 후보가 두 사람이었어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님이랑 저였는데, 그때 감독님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촬영하는 중이어서 제가 ‘간택’됐죠. (웃음) 저는 영화를 전공했지만 그림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었거든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혜정씨의 기획이 참신하다 생각됐어요. 일단 제가 설득됐으니 다른 사람들도 동감해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처음부터 확신을 했던 것은 아니에요. 6개월만 해보고 안 되면 관두자고 했는데, 책으로까지 나왔으니 제 예감도 틀리지 않았던 거죠.
 
팟캐스트 예술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비결은 뭘까요.

 

이 :보통 예술 분야 팟캐스트는 알려진 사람이 진행하고, 분야도 문학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일반인이 진행하고 카테고리도 시각예술이었는데 1위를 할 수 있었던 건, 첫째는 수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적절한 콘텐츠가 없었지 않았나 싶어요. 미술에 관한 콘텐츠가 TV에도 거의 없고, 신문도 마찬가지죠. 단행본도 그리 많지 않고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한 컨셉트에 있었다고 봐요. 한 사람이 진행하게 되면 강의식이 되니 딱딱하고 기존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신선하다는 느낌이 없었을 거예요. 남녀 두 사람이 대화하는 2인 체제가 전달하는 데 효율적이었던 것 같아요. 
 
한 : 저희가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도 다른 팟캐스트 방송에 명화를 소개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지만 들어보니 좀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명화남녀』는 영화로 밥상을 차려주고 미술을 떠먹여주는 구조다 보니 청취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명화남녀』를 팟캐스트로 들었지만, 책으로 다시 읽은 독자도 많다고 들었어요. 어떤 반응이었나요?

 

한 : 오디오 방송의 특성상 시각적인 부분을 함께 커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책으로 나오니까 청취자 분들이 쉽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만날 수 있어서 편안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또한 방송에서 들을 수 없던 내용까지 추가되면서 유익함이 배가 되었다는 반응을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 : 기일 씨가 말한 것처럼 방송을 할 때 어려운 점은 말로써 이미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거예요. 가능하면 그림을 자세히 묘사하려고 애썼죠. 저희가 따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료들을 올려놓긴 하지만 팟캐스트의 특성상 청취자 분들이 이동하면서 듣는 경우가 많아 그림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죠. 책으로 나오면서 내용과 그림을 바로 매칭시켜 읽다 보니 분명히 들은 방송이었는데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고도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팟캐스트는 아이폰 유저가 아니면 접근성이 어려운데 책으로 나와서 주변에 선물도 많이 하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작품 선정의 기준, 대중성과 예술성

 

다양한 영화와 명화를 소개해주셨는데요. 독자로 느끼기에는 사랑을 다룬 작품이 많았습니다. 작품 선정에는 어떤 요소를 고려하셨나요.

 

한 : 영화는 연출을 많이 봤어요. 감독의 연출이 가장 중요하죠. 감독의 연출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라도 다르게 흘러갈 수 있으니까요.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진행자가 남녀다 보니 주고 받을 수 있는 확실한 주제거든요. 약간의 의견 차이도 보여줄 수 있으니 독자도 재밌어할 수 있죠.

 

이 : 사랑 이야기를 많이 다뤄야겠다고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영화는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성까지 함께 갖춘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신작도 있지만 지난 영화 중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회자되며 생명력 있는 작품들이 주로 선택됐고요. 이런 익숙한 영화들을 미술이란 렌즈를 통해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것도 저희 프로그램의 장점인 것 같아요.    

 

저는 베이컨이라는 화가를 몰랐는데, 매력이 있더군요. 책에 소개한 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나 예술가를 꼽아 주신다면. 
 
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책 속에 소개된 작가들 중 한 명만 고르라면 저도 <배트맨 x 베이컨> 편에 등장한 20세기 최고의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에요. 가장 보람 있을 때가 지금 같은 상황이에요. 베이컨은 유명한 화가지만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명화남녀』를 통해 인상적인 화가를 알게 되었다고 많이들 얘기해주셨어요. 기존의 미적 기준으로는 전혀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심지어 무섭기까지 한 그림에다 파격적인 러브스토리를 가진 화가의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셔서 저도 놀랐어요. 몰랐을 때는 그냥 지나치거나 아니면 불쾌하다고까지 느꼈겠지만, 앞으로 베이컨의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한동안 그 앞에 서 있게 되실 테죠.

 

한 :다 좋아하는 영화들인데요. 책에 있는 작품 가운데서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물랑 루즈>가 먼저 떠오르네요. 저는 영화를 공부하다 보니 테크닉이 뛰어난 감독들에게 정이 많이 갑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리들리 스콧을 가장 좋아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영화라면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를 주저 없이 꼽아요.

 

방금 질문과 같은 답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가장 재밌게 쓴 장은 어떤 장이었나요.

 

이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편인 <노팅힐 x 샤갈>이에요. 첫 편을 준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죠. 뭐든지 처음이 가장 조마조마하잖아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베이컨이나 로트렉은 낯설지 않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고요.

 

한 :저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제일 재밌었어요. 우디 앨런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의 매력을 새삼 확인했죠. 그리고 파리라는 공간도 알게 돼서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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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남녀가 원하는 건 독자가 직접 작품을 보는 것

 

미술관 옆 영화관, 영화관 옆 미술관이 꼭지로 감상 팁도 알려주셨는데요.

 

이 : 저희가 원하는 건 결국은 독자들이 미술관, 영화관에 가서 그림과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팁을 드려야겠다 싶어서 넣었어요. 어느 미술관을 가야 하는지, 미술관의 숨겨진 기능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림을 어떻게 보면 좋은지를 설명했습니다.

 

한 : 똑같은 영화라도 어떤 상영관에서 관람하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요. 감독 연출 의도를 가장 잘 구현하는 스크린을 찾으면 최적의 영화 관람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사운드, 화면비, 포맷 정보를 알면 영화를 더욱 풍부하고 재밌게 볼 수 있죠. 그래서 간단히 영화관 스펙 확인하는 법을 알려드렸어요. 최소한 아이맥스를 볼 때는 아이맥스가 뭔지는 알고 봐야 하잖아요. 
 
두 분은 어떤 계기로 미술, 영화에 끌리게 됐나요.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이유와 연관해서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 : 저에게 영화는 지상 최대의 쇼입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청량리에 있는 오스카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봤어요. 집에서 거리가 제법 멀었는데, 다음 날에는 혼자서 오스카극장에 가서 똑같은 영화를 또 봤어요. 그 이후로 지금도 1년에 극장에서 200편 정도는 꼬박꼬박 봅니다. 영화가 주는 2시간의 거대한 꿈을 좋아해요. 현실을 잠시 잊고 그 세계에 빠져드는 매력은 거부하기 힘든 것 같아요. 어떤 이들은 영화를 보고 영화를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할 사람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파생적인 영향력을 많이 줄 수 있는 매체가 영화라고 봐요. 가끔은 숙제로 영화를 본다는 느낌도 들지만, 영화가 없었다면 얼마나 슬펐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저에게 영화만큼 좋은 소통 수단도 없다고 봐요. 영화든 무엇이든 예술 매체를 즐기는 건 누군가와 소통을 위해 중요한 연결고리 같아요.

 

이 :원래는 문학을 좋아했고 미술은 좀 늦게 좋아했어요. 한국은 미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아니어서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아직도 시 단위에서 미술관이 없는 곳이 많죠. 영국으로 유학 갔을 때 미술에 깊이 빠지게 됐어요. 영국에 계신 선생님을 따라서 미술관을 돌아다녔거든요. 그때 미술의 매력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미술작품은 영화나 음악처럼 짧은 시간에 보는 이를 매료시키지는 않는 것 같아요. 느린 자극이거든요. 관조해야 하죠. 어쩌면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미술을 좋아하기 힘들지도 몰라요. 한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죠. 요즘은 즉각적인 자극이 많은데, 이런 데 의존하다 보면 효과도 짧잖아요. 반대로 이런 느린 자극은 오래 가고 또 깊은 데까지 갈 수 있다고 봐요.

 

개인적 차원에서, 또 사회적 차원에서도 예술의 효용은 열거하자면 셀 수 없이 많겠죠. 그런데 그런 효용보다는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에서 느끼는 기쁨에 주목하고 싶어요. 저에게 미술은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과 똑같아요. 그렇게 많은 전시를 지금껏 봐왔지만 전시장에 들어갈 때면 아직도 설레요. 순수한 즐거움, 그게 우리에게 예술 작품이 필요한 이유 아닐까요.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루셨습니다. 이렇게 쓰시다 보면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고민하게 될 텐데요. 두 분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지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한 :영화과에서 제 세부 전공은 예술경영이에요. 대학 들어갈 때 고민이 많았죠. 그때만 해도 예술경영이 한국에 막 생길 때였으니까요. 자신에게 물어봤어요.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니 찍는 걸 좋아하니? 전 보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답을 내리니 일말의 고민이 없어졌어요. 아직까지 영화와 권태기가 있었던 적은 없어요. 군 복무 시절에도 외박을 나오면 영화만 여러 편 보고 복귀했고, 지금도 한 해에 200편 정도는 보니까요. 앞으로도 영화와 함께하려고 해요. 제가 직접 영화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계속 영화를 보고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명화남녀』를 하면서 미술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으니, 이 또한 영화로부터 얻은 축복이죠.

 

이 :화가 베이컨을 떠올려보면 알코올중독에 도박 등 그가 규칙적으로 작업 했다는 건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데요. 의외로 이런 작가들이 많아요. 몇 해 전에 창의성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창의성이란 성실함과 집중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이 창의성 있는 집단으로 여겨지는 듯 보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무언가를 꾸준하고 집요하게 탐구하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화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재능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실한 노력이 있었어요. 제가 예술가들을 인생의 선배로 바라볼 때 깨닫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죠. 저는 더 공부하고 싶은 게 있어 내년에 다시 학교에 들어가는데요. 앞으로도 미술을 친근하게 접근하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책도 준비 중이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싶고요. 사실 제 어릴 적 꿈은 DJ가 되는 거에요. (웃음) 저를 미술 세계로 이끌어준 좋은 선생님들이 계신데, 저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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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남녀이혜정,한기일 공저 | 생각정원
예술경영을 전공한 이혜정과 영화를 전공한 한기일이 직조해내는 미술과 영화의 교집합. 향유하는 예술인 영화를 통한 감성과 재미, 가치의 예술로 인식되는 미술을 통한 깨달음과 감상의 즐거움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다 보면 영화는 좀더 풍부하고 깊이있게, 미술은 좀더 흥미롭고 친숙하게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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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공지영 “이 책은 당신을 아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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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내가 이제까지 써 왔던 모든 글과 다름을 밝혀 둔다”


13년 전, 작가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통해 신과 재회한 경험을 들려준 바 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이름’을 부르짖었고 그분은 “나 여기 있다. 얘야, 난 단 한 번도 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다독임으로 응답하셨다. 그렇게 그녀는 먼 길을 돌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신의 존재와 사랑에 대한 의심은 길 위의 돌부리가 되어 발목을 붙잡았다. 그때마다 신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말을 건넸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 순간들을 작가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안에 기록해 놓았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 출간된 후, 제 생활의 절반 이상은 신앙에 대한 고민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 영혼, 영원에 대한 생각을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이 하게 돼요. 그런 부분에 대한 깨달음이 많이 있었고요. 마침 주변에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상담해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를 쓰자고 생각했어요.”

 

수도원 기행의 두 번째 여정은 경북의 왜관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미국의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작가의 발길을 이끈 것은 우연인 듯 운명처럼 찾아온 사건이었다. 소설『높고 푸른 사다리』를 쓰기 위해 왜관 수도원을 찾아갔던 것이다. 공지영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1만 4000여 명의 피난민을 구조한 미국인 선장 레너드 라루의 이야기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그리고 그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에서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 이르게 됐다. 그곳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이 마리너스 수사로서 여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한국의 왜관 수도원에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의 인수를 요청했다. 60여 년 전 그가 이뤄 보인 기적이 작가로 하여금 『높고 푸른 사다리』를 낳게 했고, 그녀는 이끌리듯 다시 수도원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길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도원을 찾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작가가 수행과도 같은 떠남을 계속한 이유,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서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서 만난 K의 한 마디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해준다.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도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K에게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하느님을 만나고 그 분의 뜨거운 사랑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들을 듣고 깊은 위로를 받은 K는 작가에게 묻는다. “공 작가님, 왜 이런 이야기를 책에 쓰지 않으세요?”라고.

 

“그 말을 듣고 제가 경험한 바를 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서 그 분의 이야기를 한 것도 같은 이유고요. K의 고민은 한 번쯤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후에도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이 이야기를 한 번은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K의 제안을 받고 작가는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래도 제가 여성 작가들 중에서 논리도 좀 되고 나름 비판적이고 지성적인 소설가예요. 이건 좀 이상하잖아요.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다 그러는 것 같잖아요’. 그러나 결국 그녀는 ‘할렐루야 아줌마’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각오로『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를 펴냈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이고 지성적인 소설가라는 대중들의 평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책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 아닌 경고문도 적어놓았다.

 

먼저 이 글은 내가 이제까지 써 왔던 모든 글과 다름을 밝혀 둔다. (중략) 그러므로 이제까지 내가 발표했던 작품에 대한 기대만을 가지고 이 책을 선택하신 분은 이 서문만 읽고 그냥 이 책을 내려놓기를 권한다. 이 책은 당신을 아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곳에 내가 써 내려가게 될 체험들을 할 당시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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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지 못하는 시대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동시에 그녀는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복합적이고 아주 절절한 동기가 필요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를 쓰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었던, 그 절절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가 무엇이었기에, 이토록 자신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면서까지 말하기를 멈추지 않은 걸까. 쌓이고 쌓이도록 담아두기엔 너무 버거웠던 탓일까, 비슷한 상처를 가진 다른 이를 위로하기 위함이었을까. 어쩌면 둘 다였을까.

 

“저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들이니까 쓰게 된 것도 있고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희망을 찾지 못하잖아요.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에 더 그런 것 같아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의 집필을 세월호 참사 이후에 시작했거든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나처럼 힘든 사람도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믿고 꽉 붙들고 있다면 세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내적인 준비가 되어있는 거죠.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겨울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도록 준비할 수는 있잖아요.”

 

우리의 아이들을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슬픈 시간들을 견디면서 공지영 작가는 ‘소피아 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순례에 함께 참가하며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된 그녀는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을 맞았다. 그러나 비틀거리는 자신을 붙들어주시는 그 분에게 기대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공지영 작가가 “세월호 엄마들을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다. 작가는 자신의 딸에게 전하는 말을 빌려 위로를 건넨다.

 

“위녕,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가 엄마 낳을 때 엄청 난산이셨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죽을 뻔하셨대. 그런데 거꾸로 말이야, 아기였던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니. 편안한 자궁을 나와 좁은 산도 안에서 몇 시간을 고통스러웠을 거 아니야. 그렇게 오래 고통을 겪고 태어나면 사람들이 기뻐하잖아. 난산의 시간을 생각하며 울지는 않잖아. 만일 하늘나라도 그렇게 가는 거라면 순산이 있고 난산이 있겠지. 그 친구들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냥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p. 178

 

신과 사후 세계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 그녀가 건네는 위로는 아무런 힘도 없는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소중한 이들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지금 나의 눈앞에, 나의 육체 곁에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그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마음을.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만이 남은 자들에게 허락된 선택일 지도 모른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저는 알지 못하지만, 그곳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니까 삶이 훨씬 더 좋아졌어요. 제가 죽고 난 후에 ‘사후 세계는 없더라’하고 생각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곳의 존재를 믿었던 이 삶이 훨씬 행복했으니까요. 그런 곳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을 때보다 훨씬 행복해졌어요.”

 

작가는 하느님과 만난 초자연적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면서도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역시 전하고 있다. “종교라고 해서 이성이나 과학에 절대로 반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과 함께 가는 것이다”라는 균형 잡힌 시각 덕분에 독자들은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조차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힘든 시간들이 없었다면 하느님께 돌아가지 않았을 것


오랜 냉담을 끝내고 다시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후 “인간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그녀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너그러워졌다고 고백했다.

 

“자신한테 너그러운 사람만이 남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가 있거든요. 저는 신의 경험을 통해서 빛을 비추어서 자신을 바라보게 된 거예요. 제가 용서해줘야 할 부분이 많은 사람이니까 남의 잘못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진 거죠. 사실은 내 안에 성녀에서부터 살인자까지 모두 들어있는 거예요.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 뿐이지, 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는 거죠.”

 

아픔과 실수로 점철되어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자, 다른 이 역시 나와 같이 실수하고 고통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무리 부족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 분께서는 똑같이 뜨겁게 사랑하신다는 사실에도 눈뜨게 됐다. 그 마음을 믿기에 당장의 고통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분명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행하시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만난 이후에 좋은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이것도 결과적으로 나한테 유익할 것이다’라고 믿었죠. 일종의 선한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믿으니까 그런대로 견딜만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합리화라 하더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일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 일을 대하는 제가 편안하고 느긋하게 임하니까 아무래도 좀 낫지 않겠어요? 설사 결과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덜 힘들잖아요.”

 

그 분의 큰 계획안에서 때때로 고통도 찾아오는 것이라면, 공지영 작가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아파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길을 잃고 헤매는 그녀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함이었을까. 생각이 이에 미치자 문득 짓궂은 궁금증을 품게 됐다. 그토록 아픈 시간들이 없었다면 그녀의 선택은 달라졌을까.

 

“그렇게 힘든 시간들이 없었다면 하느님께 돌아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중에 내가 잘 되면 찾아가자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웃음). 자식들이 그렇잖아요. 군대에 가서 서럽고 춥고 배고파야 엄마 생각이 나지,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 때는 엄마 전화도 귀찮아하잖아요(웃음). 하느님을 떠난 후에 제가 아파했던 것도 비슷해요. 엄마 말 안 듣고 추운 날 옷을 얇게 입고 나가면 고생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하느님께서 저를 돌아오게 하려고 일부러 아프게 하지는 않으셨을 테고, 제가 그 분을 떠나왔기 때문에 추웠던 거죠. 제가 만약에, 만약이라는 건 인생에 없지만, 그래도 만약에 하느님께 돌아갔더라면 지난 선택들은 안 했을 거예요. 그러나 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인생에는 버릴 게 없더라고요. 더군다나 작가에게는 더 버릴 게 없고요. 제가 작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에는 버릴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 주워보면 거름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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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안에는 사람들의 염원이 맺혀있었다


다시 하느님과 만난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 이는 뮌스터슈바르차흐 수도원의 안젤름 그륀 신부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를 집필하면서 직접 그륀 신부와 만나기도 한 작가는, 오랜 시간 그의 책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발견하며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안젤름 그륀 신부의 책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에서 “우리는 가끔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우리의 배심원으로 앉혀 두고 언제까지나 피고석에 앉아 변명을 지속하려고 한다”는 구절을 읽고 “천둥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인생을 심판하는 권한을 쥐여 주고 ‘언제까지나!’ 피고석에 앉아 변명하고 싶어 하는 걸 알아 버린 것이다”라는 고백을 들려준다. 결국 우리를 괴롭히는 건 언제나 우리 자신인 걸까. 공지영 작가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항상 1차 원인은 외부에서 왔어요. 그건 엄연한 현실이에요. 그걸 거부하면 ‘모든 게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저는 그 생각에는 반대해요. 예를 들면,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힘든 게 내부에서 오는 탓은 아니거든요. 분명히 시스템 상의 문제 같은 게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추웠기 때문에 추워했던 거예요. ‘네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춥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건 거짓말인 거죠. 기온이 내려가는 건 현실인 거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거죠. 제가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공지영 작가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른 이의 상처를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이 지독하게 앓았던 경험이 있기에 그 아픔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건네는 것뿐이다. 물론 하느님을 다시 만난 이후 공감은 더욱 짙어졌다.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그 분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요즘 그녀는 기도할 때마다 함께 부르는 이름이 많아졌다고 했다. 자신에게 고민을 상담해 온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무신론자라는 사실은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을 때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기도의 효험이 ‘끝내준다’는 것.

 

“저도 놀랐어요. 그렇게 효험이 있는지 처음 알았거든요. 저의 개인적인 이익과 긴밀하게 관련된 기도는 안 들어주셔도,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을 위한 기도는 들어주시더라고요(웃음). 저 역시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온 거죠. 이름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셨어요. 그래서 이렇게 회심하게 된 거고, 안전하게 지내온 거죠. 기도에는 분명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도라는 건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거거든요.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도하는 거잖아요. 그게 바로 겸손함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다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기도를 통해 더 큰 존재에게 의탁하는 거죠. 교만하고 오만하면 분노하게 되고 평화를 잃어요. 그런데 겸손하게 되면 평화가 오더라고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 기록된 열한 곳의 수도원에서 작가가 마주한 것도 평화였을까. 그 모든 공간과 시간 속에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염원 같은 것이 다 맺혀있었어요. 신자들뿐만 아니라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다녀갔을 텐데, 공통적으로 그 안에는 선한 기운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소망과 좋은 마음들이죠. 사람들이 무언가를 염원할 때 그 기도 속에는 착한 마음이 있는 거예요. 나에게 잘해주고 싶고, 내가 아주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그 착한 기운들이 수도원 안에 있었어요. 제가 수도원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교회가 아니더라도 절에서도 조금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기운이나 공기가 수도원 기행의 아주 큰 매력이에요.”

 

내년 여름, 공지영 작가는 산티아고를 향해 떠날 계획이다. 그녀보다 먼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딸의 권유로 시작된 여정이다. 40여 일간 걷고 또 걸으며 자신의 삶이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기를, 작가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만난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할 준비도 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소설 ‘그 꽃들이 지기 전에’를 구상하고 있는 그녀는 독자들을 놀라게 할 작품이 될 거라며 눈을 빛냈다. 10여 년 전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 갈 이번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에 대해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엉뚱한 방향에서 접근할 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 꽃들이 지기 전에’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공지영 작가가 어떤 길을 걸어가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든, 우리는 그녀에게 주목할 것이고 그 안에서 위로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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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공지영 저 | 분도출판사
13년 만에 출간되는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그 두 번째 이야기. 수도원 기행 첫 권에서 작가는 18년 만에 교회와 신앙 그리고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달간의 유럽 수도원 기행을 통해 자신과 인간, 신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풀어냈다. 수도원 기행 두 번째 이야기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13년의 부침과 여러 사건을 통해 그녀의 신앙과 하느님 체험은 더 깊어졌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의 수도원 배경으로 그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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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교회 안 나가는 성도, 교회에도 책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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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10%라고 밝혔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100만 명에 달한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가나안 성도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가나안 성도를 사회적 현상으로 주목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결정으로 봤다. 이렇다 보니 왜 가나안 성도가 100만 명에 이르게 됐는지를 고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대안적인 기독교 생태계를 기획하고 있는 양희송 저자가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가나안 성도가 사회적인 현상이며 추세라 판단한다. 즉, 한국교회의 위기를 반영하는 증상으로써 가나안 현상을 볼 수 있다.

 

책은 크게 3부로 이뤄졌다. 1부는 가나안 성도의 현상학이다. 통계, 지표 등을 인용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2부는 가나안 성도의 사회학이다. 가나안 성도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생기게 되었는지를 분석했다. 3부는 가나안 성도의 신학이다. 신앙 이야기라면 결국은 신학적인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가나안 성도, 교회 중심부로부터의 이탈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은 두 부류의 독자 염두에 뒀다고 썼다. 어떤 독자 염두에 두고 쓴 책인가.

 

모든 독자를 다 잡고 싶었던 건 아니다. 첫째는 가나안 성도다. 가나안 성도가 ‘안나가’를 거꾸로 한 말이다. 교회 밖으로 나갔지만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둘째는 교회 안에 있는 사람이다. 대표적으로 목회자다. 이 두 부류를 염두에 두면서 썼다. 지금까지는 가나안 성도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봤다. 그래서 이들이 왜 떠났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거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가나안 성도는 전체로 보면 추세나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나안 성도에게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나안 성도의 존재감을 인식하게 하고 그 사람 이야기를 듣도록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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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를 적게는 100만 명, 많게는 300~400만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가나안 성도는 어떤 사람인가.

 

계산법에 따라 다르긴 해도 100만 정도가 근사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을 단일한 집단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의 신앙 전체를 미화하거나 폄하하거나 할 필요도 없고. 현상은 현상대로 들여다 봐야 한다. 다만 2013년 조성돈ㆍ정재영 교수팀이 실시한 조사에서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가나안 성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 달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교회에 안 나간다고 하면, 귀찮아서 안 나가거나 생활이 바빠서 안 나가는 성도를 생각했다. 설문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문에 답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14년 넘게 교회에 나갔다. 이 말은 교회 언저리에서 탈락한 사람이 아니라. 교회 중심부로부터 빠져나가는 사람이 가나안 성도라는 의미다. 청어람 아카데미를 10년째 하면서 만난 사람 중 가나안 성도 성향이 많았다. 이들은 질문이 많다. 신학, 교회 운영 방식에 의문이 많은데 교회 안에서는 풀 수 없다. 질문을 부여잡고 씨름하다 어느 순간 교회를 떠나는 걸 많이 봤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성도에만 물을 수 없다. 성도에만 묻는 게 아니라 교회에도 동일하게 책임과 질문을 던져야 마땅하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역시 기업화, 대형화인가.

 

설문 결과를 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앙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답답하니 여기에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응답이 40퍼센트 정도다. 두 번째가 목회자와의 불화, 성도와의 불화 이 두 가지를 더하면 40퍼센트 정도다. 즉, 이탈 원인의 가장 큰 두 가지는 신앙 문제와 교회에서의 인간 관계다. 이 두 가지는 한국교회가 대형화되어서 나타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나는 대형화만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고 본다. 대형교회 아닌 교회도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목회자 윤리 문제, 설교의 질적 문제, 추락한 개신교 평판 등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책 속에서 신학교 커리큘럼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도 했다.

 

신학교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교단 신학교 체제라서 교단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을 목회자가 접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목회를 할 때 생긴다. 성도들이 고민하는 질문은 교단을 가리지 않는다. 목회자가 신학교에서 난해한 상황에 개방적으로 대처하고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훈련이 됐더라면, 목회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교단 신학 틀 안에서 모든 걸 풀려고 하다 보면 무리수가 빚어진다. 지나치게 단순한 대답을 반복하거나, 질문 자체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자연스레 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이러면 성도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연하지 못한 태도는 근본주의 특징 아닌가. 그런 면에서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교회의 구조적 한계로 볼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이 복음주의, 근본주의를 혼동하는데 내가 받아들이는 복음주의는 한국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복음주의보다 스펙트럼이 넓다. 한국 교회가 역사적으로 복음주의라 말하는 흐름 위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한국교회가 드러내는 성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근본주의에 가깝다. 신학적 문제, 사회적 이슈에 강경하고 공격적이다. 자신의 신학을 성찰하거나 반성하는 게 없다. 언제나 옳다는 독단적 태도로 일관한다. 이런 게 근본주의의 두드러진 특성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는 복음주의보다는 근본주의 성향이 짙다. 세계의 다른 복음주의가 보여주고 있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한국교회가 갖췄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다.

 

가나안 성도 현상에서 흥미로운 건, 교회로부터 이탈하는 사람이 과거 이탈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 가나안 성도는 신학적으로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였다거나 기존 신앙을 부정해서 교회를 나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앙이 틀리지 않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교회를 떠나는 지점까지 와 있다.

 

성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신교의 논리적인 귀결로 가나안 성도를 볼 수도 있겠다.

 

개신교가 그랬다. 오직 성경으로 판단하자는 건데, 한국 상황에서 가나안 성도의 이탈은 목회자의 권위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신앙에 대한 충성, 헌신이라는 맥락 속에서 벌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도 ‘예수를 따르기 위해 교회를 떠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가나안 성도는 저항과 항의도 내포하고 있다.

 

몸집이 아니라 영향력의 사이즈가 중요해


가나안 성도는 결국 교회란 무엇인지를 묻는 듯하다. 교회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교회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니까 가나안 현상은 교회론 문제다. 우리는 지나치게 현실 제도로써의 교회를 신성시,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성경에서 교회를 언급할 때는 캐쥬얼한 느낌이다. 교회가 헬라어로 에클라시아인데, 구약이나 신약 시대에는 군대, 시민 회집도 에클레시아라 불렀다.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사명을 위해 모인 집단을 의미했다.

 

교회의 구조, 형태를 절대시하기 이전에 무엇 때문에 모였는가, 사명을 되묻는 게 중요하다. 현재 한국 교회는 일단 모이면 영속적으로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물, 조직, 목회자를 갖춰야 하고, 이렇게 하려면 자연히 성장에 집착한다. 대안을 생각하자고 하면 건물을 갖춰야 한다, 목회자가 필요하다, 이런 말을 한다. 여기서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가서 사명만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교회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벙커원 교회도 그렇고 건물이 없다든지, 전임 목회자를 두지 않는다든지 다양한 실험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한국보다 일찍 가나안 현상을 겪지 않았나.

 

서구는 사회 전체가 기독교화된 사회였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서구가 그 과정을 통해서 경험한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서 한국 상황에 대입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교회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 유례가 없을 만큼 성장세를 달렸다. 지금은 꺾이는 상황이다. 지표를 보면 상당 기간 감소세가 지속될 거라 본다. 이 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게 적절할까.

 

서구 교회는 평소에는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힘이 빠져 있고 소박한 형태로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종교 지도자 역할이 부각된다. 한국은 덩치는 큰데, 사회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요한 건 영향력의 사이즈지 몸집의 사이즈가 아니다. 작은 몸집이라도 큰 영향력이나 좋은 평판을 가질 수 있다. 덩치가 큰데 영향력이 없고 평판이 낮으면 그것만큼 보기 난감한 게 없다. 한국은 거꾸로 가는 게 자주 보여서 아쉽다.

 

책의 주제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앞에서 복음주의를 이야기했으니 반대쪽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자유주의, 민중신학 쪽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교회사에서는 신학 논쟁이 첨예하게 펼쳐졌다. 과거 한국교회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이분법으로 쭉 흘러왔기 때문에 양쪽이 서로 불편해한다. 나는 영국에서 신학 공부를 했는데 한국의 대립 구도는 좀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지금 상대가 무엇을 공부하고 입장이 뭔지 상호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이 구도가 계속 유효할 것 같진 않다. 서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노력을 조금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 예수는 전통적으로 자유주의, 진보주의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 분야에도 복음주의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흐름을 소개하는 일을 했다. 그랬더니 민중신학 하는 분들이 분들이 토론하자고 하더라. 참석해서 톰 라이트의 역사적 예수 연구에 관해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친해졌다. 입장 차이는 분명하게 있지만 대화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소통 가능한 선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기독교 외에도 한국에서 주류 종교는 성장세가 주춤한 것 같은데.

 

천주교는 늘고, 개신교가 줄고 불교는 유지라고 하는데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 내년 실시할 센서스 결과를 본다면 지난 10년 사이의 추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산업화가 계속되면 세속 사회로 간다는 게 피터 버거의 의견이었다. 이른바 세속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양반도 단속적인 세속화 이론을 더 쓰지 않는다. 종교 인구가 늘고 종교 활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철되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봐야지 쉽게 속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개신교는 감소세가 유지될 것 같다. 최근에 나온 교단 통계만 봐도 감소세가 보인다. 천주교는 아무래도 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에서 종교 간 평판이 재조정되는 시기가 닥칠 수도 있겠다.

 

교회론을 더 많이 논의해야


쉽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가나안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교회론이 중요하다. 의외로 교회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딜레마다. 올해 교회론 세미나를 몇 주간 진행하며 여러 신학교 커리큘럼 비교했다. 목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이 실용적 프로그램은 많은데 교회론이 드물었다. 교회란 목회자와 성도자가 같이 있는 곳인데, 목회는 목회자 쪽 관심만 있으니까 목회론이 곧 교회론은 아니다. 이처럼 성도와 함께 만들어가는 그림이 빠져 있다. 성도 사이에서는 이런 고민이 아예 없고. 그러니까 자기가 겪은 문제에서 이게 아니다 싶으면 교회에서 나가버린다. 교회론이 더 공급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성경에서는 교회를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지금을 논의할 자원이 생긴다. 지금은 불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무런 대책이 없고 지속되고 있다. 교회성장론만 있을 뿐이다. 교회성장론만을 붙잡고 지난 30년을 달려온 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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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아카데미는 교회인가.

 

교회라는 표현을 안 쓰는 편이다. 기존에 있는 교회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신 기독교 생태계라는 말을 쓴다. 청어람아카데미가 지역교회에는 바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기독교 생태계를 위해서는 도움이 된다. 교회 목회만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 아니라 개신교 전체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나.

 

처음은 2005년도 명동에 있는 높은뜻숭의교회 내부 기관으로 시작했다. 교회 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역할로 시작하다 여러 강좌를 열면서 청어람 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문학 강좌, 정치사회, 문화예술, 소셜미디어 이런 이슈를 다룬다. 크리스천에게도 필요하지만 교회 안에서 하기에는 버겁거나 적절하지 않은 이런 주제를 열심히 다루자고 해서 운영해 왔다.

 

운영하면서 자금적으로 힘든 적은 없나.

 

늘 힘들다. (웃음)

 

그럴 때는 성장 드라이브가 옳은 면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나.

 

모든 인간이 안고 사는 딜레마 아닐까. 직장 생활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꿈이 있고, 생존도 있는데 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지.

 

내년 기획하고 있는 활동은?

 

공간이 한정되다 보니 온라인을 강화해보자 해서 고급 강좌를 온라인으로 계속 공개하고 있다. 유료로 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1차는 저변을 넓히자고 해서 무료로 공개했다. 올해 중반부터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1,100쪽짜리 책을 20회 분량으로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내보냈다. 반응이 좋았다. 외국에서도 반응이 오고. 의외로 수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기획하는 건 동서양 고전 읽기다. 플라톤, 맹자 강좌다.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고 오히려 돈을 써야 하는 활동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책 읽는 힘도 키워지고 좋은 강의 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플라톤도 플라톤이지만 맹자는 기독교와 접점이 보이지는 않는데.

 

플라톤은 신학에 많이 활용된 철학자다. 맹자는 낯설지만 관심을 가질 만한 사상가다. 지식을 많이 갖게 되었다고 해서 잃어버릴 신앙이면 옳지 않다. 알면 알수록 본인 신앙도 깊어지고 남에 대한 이해도 넓고 깊어질 수 있다. 몰라야만 유지될 수 있는 게 기독교 신앙은 아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다. 크리스천이란 어떤 사람일까.

 

전통적인 신앙 고백 안에 잘 표현된 대로 크리스천은 그리스도를 따라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내가 그 길을 따라가고 있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하나님의 은혜나 인도가 동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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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양희송 저 | 포이에마
선행 연구들과 저자 자신의 이론적 탐구, 우리보다 앞서 가나안 현상을 경험한 영국과 미국의 사례, 그리고 실제 저자 자신이 만난 수많은 가나안 성도들의 목소리를 담아 가나안 성도에 관한 신뢰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나안 성도는 누구이며 왜 교회를 떠났는지, 이들을 탄생시킨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은 무엇인지, 아울러 이들의 존재가 한국 교회에 던지는 물음은 무엇이며, 이들이 찾아가는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하나씩 짚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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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남자 가정부, 하면 승정연의 『당신의 하우스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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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우스핼퍼』주인공 김지운은 남자 가사 도우미다. 여전히 가사 도우미 하면 여성이 생각나는 세상에서 설정 자체가 독특하다. 게다가 김지운이 치우는 건 비단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다. 그는 여성 고객의 엉클어진 마음까지 정리해준다. 또 중요한 설정, 김지운은 꽃미남이다.

 

다소 여성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 같지만, 성별에 상관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당신의 하우스핼퍼』다. 단편, 단편으로 이루어지되 주인공의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는 구성 덕분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작품이 인물과 이야기의 힘이 큰 작품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시즌 2가 연재 중이고, 시즌 1이 책으로 나왔다. 작품을 쓴 승정연 작가에게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특별하다. 승정연이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게 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언론사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대상을 안겨 준 작품이고, 책으로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책 출간을 맞아 한창 연재로 바쁜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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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전에 다시 찾은 꿈, 만화

 

2013년 ‘당신의 하우스핼퍼’로 웹툰 작가로 본격 데뷔하셨는데요. 그 뒤로 1년 정도 지났습니다.어떻게 지내셨나요.

 

올레마켓웹툰에서 계속 연재하고 있습니다. 연재 중이라 주로 집 안에서 지내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서 1주일 내내 작업하는데요. 시나리오 콘티 작업을 2~3일 하면 그림은 4일 정도 걸리거든요. 중간에 아프거나 다른 일이 생기면 더 집중해서 작업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냥 달리는 느낌이에요. 시즌 1을 6개월 연재했고, 시즌 2도 7개월째이니 이제 1년이 됐네요.

 

원래 만화를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만화가가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애니메이션, 만화였어요.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했죠. 서울에 있는 친구들처럼 코믹 행사장에 적극적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만화를 그리곤 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꿈을 접었어요.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만화를 어떻게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서울 사립대에 가기에는 학비 부담이 커서 집 근처 국립대의 사회계열로 진학했지만 그곳에서 꿈을 못 찾았어요.

 

막연하게 생각한 게, 언론정보를 전공하면 이후에라도 만화 방송 쪽으로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기자 준비도 좀 하다가, 만화를 더 늦기 전에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서울에 있는 한겨레문화센터에 갔어요. 그곳에서 출판만화 창작 과정을 6개월 들었죠. 기차로 왕복하면서요. 그때 기회가 생겨서 만화 쪽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배우면서 일을 동시에 했죠. 그때는 주로 스토리 일을 했는데, 글과 그림을 혼자 하고 싶었어요. 혼자 공모전도 내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운 좋게 대상을 받았어요.

 

그렇게 웹툰이 책으로 나오게 됐는데요. 보통 웹툰이 책으로 나올 때는 레이아웃을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책으로 내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시작이 어린이만화, 학습만화 등 출판만화였고, ‘당신의 하우스헬퍼’도 책으로 나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썼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페이지 형식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책 편집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물론 더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판형 맞춰 칸의 외곽을 정돈하고 말풍선을 키우는 등 자잘한 수정을 해야 했지만요.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남자 가정부가 여성들의 집을 정리하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어느 날 언니가 일하고 들어왔을 때 남편보다는 집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 것 같아요. 대한민국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남녀 가릴 것 없이 바쁘잖아요. 야근 많고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자기 집, 공간 챙기기가 쉽지 않아요. 집으로 와서 집안일을 해 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남자 가정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죠. 거기에 꽃미남 컨셉을 곁들이면 여성 독자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겠는데요. 혹시 주인공인 김지운 역할을 누가 맡으면 좋을지 상상한 적이 있나요.
 
김우빈? 까칠하면서도 따뜻한 말을 해주는 역할에 어울려서 김지운이 김우빈을 닮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우스헬퍼-22.jpg

 

남자 가정부, 하면 ‘당신의 하우스헬퍼’를 떠올릴 때까지

 

단편 단편이 이어지면서도 주인공 김지운의 뒷이야기가 서서히 공개되는 구성인데요. 유머, 그림체보다는 작품의 중심이 이야기인 작품 같아요.
 
주인공은 김지운이지만 여성들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었어요. 지운의 뒷이야기는 천천히 보여주려고 해요. 굵고 짧게 가기는 힘들 것 같고 가늘고 길게 가려고 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남자 가정부’ 하면 많은 사람이 이 만화를 떠올릴 정도로 오래 연재하고 싶어요.

 

많은 여성의 사연을 담으려면 글감 모으기가 관건일 텐데요.

 

최대 고민이긴 해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작업으로 바쁘다 보니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 아쉽긴 하죠. 그나마 시즌 2로 들어가기 전에 두 달 정도 시나리오 작업할 시간이 있었어요. 이때 대충 써놓긴 했죠. 사실은 이야기의 모델이 된 실제 사례가 작품의 에피소드보다 더 강한 경우가 많았어요. 작품에 나오는 나쁜 남자보다 현실 속 남자가 더 나빴던 거죠. 만화로 그리면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죠. 어쨌든, 이야기 소재는 주변에서 수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재벌가 가정부로 들어갈 생각도 해요. (웃음)

 

김지운이 주인공인 만큼 캐릭터 잡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누구나 고민 없는 사람은 없죠. 그런 고민은 포장된 얼굴에서보다는 집 안에 있는 옷장을 열었을 때라든지 서랍을 열었을 때, 화장실을 열었을 때 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내밀한 부분을 남자 가정부가 꼬집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김지운이 따끔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독이면서 힐링만 해 주면 매력이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개입해도 안 좋을 듯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들어주고 지켜봐 주고, 가끔 한두 마디 해 주는 인물로 설정했죠.
 
김지운의 능력 중 하나가 집안일인데요. 실제 작가님은 어떤가요.

 

저는 못해요. (웃음) 그래서 김지운에 제 로망을 담았죠. 제 생활에도 필요하기에 정보를 많이 찾아봐요.

 

TV를 보셔도 왠지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많이 볼 것 같아요.

 

네, 자주 봐요. 어제도 자기 전에 잠시 봤는데 김치 냉장고 청소하는 법이 나오더라고요. 열심히 보긴 하는데, 시즌1에서는 정보가 많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넣었지만 시즌 2로 갈수록 살림 노하우를 꼭 넣어야겠다는 압박감은 던 편이에요.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정보는 검색하면 나오잖아요.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책에서 담은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인 편은?

 

강혜주 편이요.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애자로 나와요. 예민한 주제라 불편해하는 독자도 있었지만, 유난히 관심 보인 독자도 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인물도 말씀해주세요.

 

구경표요. 겉모습은 날라리지만 속은 순박한 청소년이에요. 사랑스러운 구경표와 함께 김지운의 과거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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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삭막하니 만화 속이라도 훈훈했으면

 

단편마다 대개 결말이 훈훈해요.

 

따뜻한 결말만 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 벗어날까 고민도 해 봤어요. 제 성격상 새드앤딩을 못 봐요. 그리고 현실이 가장 힘들잖아요. 현실이 삭막하니까 만화 속이라도 훈훈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만화가가 있다면.

 

좋아하는 만화가는 정말 많아요. 그 중에서 제가 만화를 시작할 때는 강풀 작가님을 보며 동경했습니다. 강풀 작가님도 만화를 전공하지 않았고, 스토리 있는 만화를 그렸고, 그림체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잘 전달하시잖아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보면서 울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강풀 작가님을 동경해서 대학 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도 용기를 가질 수 있었어요.

 

머리 식힐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요리해요. 만화는 레시피가 없는데 요리는 레시피대로 하면 하나가 완성되잖아요. 요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만화가 막힐 때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먹으면 머리 비우는 데 도움이 돼요.

 

그림체가 독특해요.

 

만화를 시작할 때 잘 그리려고 생각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제가 이제 와서 잘 그리려고 해 봤자 못 그리는 게 더 티가 날 뿐이잖아요. 다르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제 색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죠. 덕분에 ‘당신의 하우스헬퍼’로 데뷔했을 때 그림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시즌 2는 드라마가 더 깊어졌어요. 그만큼 그림이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으면 충분할 정도로 간단하게 그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2014년을 정리하자면? 내년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올해는 정신 없이 작업만 했어요. 저는 운이 되게 좋은 편이에요. 올해도 운이 잘 따랐던 한해 같아요. 공모전도 그렇고 책 출간도 그렇고요. 내년은, 모르겠네요. 당장 이번 주 넘기는 게 과제입니다. (웃음) 내년엔 시즌2를 잘 마무리한 뒤, 뿌듯한 마음으로 잠시 푹 쉬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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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우스헬퍼 시즌1승정연 글,그림 | 북스토리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다양한 고민거리로 머리를 싸매고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삶의 단면을 진솔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만화이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승정연 작가만의 세련된 파스텔 톤의 그림과 섬세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는 단번에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며, 나와 똑같은 생각과 고민으로 점철된 캐릭터들에 저절로 몰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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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누구나 클라라처럼 될 수 있다 『클라라의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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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라는 세 글자 말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클라라에 관해서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8년이라는 무명 시간이 있었지만 현재 그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우뚝 섰으며, 미국 패션 매거진 <MODE>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100인 중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클라라의 시크릿』에 답이 있다. 이 책에는 음식, 운동, 화장 등 클라라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이 다 들어갔다. 이대로 따라하면 왠지 클라라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서 클라라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야기, 현재 품고 있는 생각, 앞으로 계획 등이 담겼다. 방송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모습과, 일상에서 지나치며 한 번은 봤을 법한 소탈한 여성으로의 모습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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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절부터 지금의 클라라를 담은 책


여러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책 내자는) 제의를 받았죠. 곧 20대를 마감하는데, 20대를 연예계 활동으로 다 보냈거든요. 그러면서 느꼈던 점이나, 여러 경험을 통해서 배운 레슨이나 제 인생 가치관. 많은 게 변했어요. 왜 변하게 됐고, 어느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런 부분을 책으로 공유하고 싶었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로 살면 살수록 인생이 행복해지고 더 즐거워지고,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긍정적 이야기를 많이 담았어요.


클라라, 하면 개성이잖아요. 책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상상했던 책의 모습이 있을 듯합니다.


운동을 많이 해서 운동법이나 뷰티 캐어나,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으로 진행을 했는데요. 책을 만들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는 거죠. 클라라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점점 페이지 수가 늘어나고, 사진 수도 늘어나고 그렇게 된 거 같아요. 바쁜 스케줄이었지만, 책에 굉장히 많은 걸 담고 싶었고, 그 노력의 결과로 이제서야 1년만에 나온 거 같습니다. 나온 책을 보니 만족스러워요.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에피소드는?


지금은 클라라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저는 8년 넘는 무명생활을 했어요. ‘나는 왜 캐스팅되지 않을까?’ ‘왜 항상 내가 하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안 좋지? 내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무명이라서 서러웠다거나 그런 기분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생활이 외롭기는 했어요. 마음이 위축되다 보니 잘되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냥 내 마음대로 한번 다 해보자!’라는 다짐으로 시구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모두 보여드렸어요. 이런 이야기들, 무명시절부터 지금의 클라라가 있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담았어요.


몸을 사랑하고 꾸준히 만들면 클라라처럼 될 수 있다


운동 방법, 패션 팁, 화장법 등을 두루 공개하셨는데오. 이 책대로 따라하면 모두 클라라가 될 수 있나요.


음. (웃음) “클라라 목선은 타고났네요. S라인도 타고났네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요. “타고난 것도 있지만 엄청 노력해서 만든 거예요” 스물일곱의 어느 날인데요, 몸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팔뚝은 늘어지고, 거울을 볼 때마다 안 예뻐 보였어요. 그러면서 자신감도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죠. 그리고 빅토리아시크릿의 좋아하는 모델들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매일 봤어요. 어떻게 하면 나도 저 모델처럼 될 수 있을까, 운동도 하고 마인드 컨트롤도 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하나하나 몸을 만들어가는 재미에 빠지자 운동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이 책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꾸준히 만들어가면 분명 원하는 몸매를 얻으실 거예요.


서문에도 ‘행복’에 관해 쓰셨는데 클라라에게 행복이란?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비결을 알려주세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행복이라는 건, 내가 이 순간을 즐기면 행복이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거기에 늘 감사함을 느껴요.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졌을 때 창밖을 봐요. 보면서 화창한 날씨, 나무, 사람들, 차, 이 모든 게 눈에 보이잖아요. 볼 수 있다는 거 자체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거든요. 작은 것에 행복을 찾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행복이 돼요. 인생이 그리 길지 않고 되게 짧아요. 후회 없이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하루를 즐기자, 감사하자, 이 두 가지 생각만 있으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거든요. 행복을 전도하고 싶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불안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종종 있다. 불안하지는 않았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혼자 그런 외로움과 싸워왔기 때문에 익숙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절망하기에는 나는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었고 나 자신을 믿었다.

여행도 가고 외국어도 배우고 쇼핑도 하고 외국 친구들과도 사귀고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배우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며 시간을 견뎠다.

만약 지금 어둠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토닥이면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 될 거예요.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되기 위해 지금은 준비 운동 단계에예요!’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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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느낌도 드는 책입니다. 쓰면서 20대를 돌아봤을 것 같은데, 20대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20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자신을 성장시킨 시간이었어요. 외국생활을 오래 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가 20대 초반이에요. 그때 바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한국에 대해서 익숙해지지 못했던 시기에 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어서 아픈 점도 많고 힘든 점도 많고 외롭기도 했거든요. 그걸 통해서 굉장히 꿋꿋해지고 단단해지고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성장해 가면서 느꼈던 점들이 지금의 클라라를 만든 것 같아서, 이 책에도 그 내용을 많이 담았어요.


책에서 여행을 좋아한다고 밝히셨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는다면.


무명 시절,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어요. 그 중 비행기를 놓쳐서 암스테르담에 발이 묶인 적이 있어요. 비행기를 놓쳤기 때문에 다음 날 탈 수밖에 없었어요. 직항이 하루에 한 대밖에 없었거든요. 저는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걸 노력하려는 스타일이에요. 암스테르담에 떨어졌을 때, 무작정 걸어다녔어요. 사람들에게 길 물어보면서요. 건축물이 정말 아름다워요.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죠.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요. 주변 환경이 나를 친근하게 대해주면 푹 빠지게 되잖아요. 그날 비가 많이 왔는데, 아름다움에 푹 빠져서 비오는 것조차 못 느꼈어요. 그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그만큼 뭔가에 푹 빠졌던 게 처음이었고, 암스테르담에 꼭 한 번쯤은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배낭여행으로 가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2015년에는 외국에도 클라라의 이름을 알리고파


여전히 2013년 시구가 화제인데요. 책을 보니 3일 동안 시구 연습과 힙업연습을 했더군요. 언제나 매사에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편인가요.


저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아요. 최대한 노력하고 그 다음에 결과가 안 좋으면 포기하죠. 최선을다해보고 그게 잘되고 안 되고에 따라서 좋은 교훈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찬스를 안 놓치도록, 노력으로 결실을 맺으려고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제가 그 현장에 있었는데요, 건물이 흔들리고 내가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경험한 순간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요즘 사건 사고가 많잖아요. 저는 지금 하루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해요. 억지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노력하죠. 시구 때도 3일 동안 열심히 운동했어요. 정말 멋지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시구하는 순간에도 엉덩이에 힘을 ‘빡’ 주고 있었어요 (웃음)


클라라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2014년도에 이룬 꿈이 있다면 클라라 이름을 알리게 된 거예요. 2015년도에는 해외활동을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고요. 마침 연말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대만에서 카운트다운 콘서트에 초청받았어요. 그 무대에서 노래 3곡을 불러야 하거든요.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아요. 내년에는 대만이나 일본이나 할리우드 쪽 해외 활동에 중심을 둘 거예요. 대만 공연이 좋은 발돋음이 되어서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도 시구 제의 받았는데, 내년 MBL에서 볼 수 있을까요?

제의는 받았지만 확정된 건 아니에요. (웃음)


팬, 독자에게 한 말씀.


대단하지는 않지만 책에 저의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감사함과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과 내 행복이 어디에 중점 돼 있는지에 따라서 굉장히 인생 방향이 달라지더라고요. 저의 책을 읽고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클라라의 에세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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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시크릿』 본문 이미지.

화보집을 연상하는 『클라라의 시크릿』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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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시크릿클라라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3년 5월, 두산과 LG의 라이벌전에 시구자로 하루아침에 미디어를 가득 채운, 최고의 인생 역전을 이룬 핫 글래머 스타, 클라라! 하체에 완전히 밀착된 흰색 스트라이프 레깅스 차림은 클라라를 2013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만들었다. 그녀의 ‘핫’한 시구는 대한민국을 사로잡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책 속에는 아름다워지기 위한 그녀만의 시크릿과 운동법뿐만 아니라 클라라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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