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저널』낯선 이름의 잡지다. 그런데 잡지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섭외에 응한다. 콘텐츠의 진심, 정체성, 퀄리티에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볼드저널』은 볼드피리어드가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주 독자층은 20,30,40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대담한(bold) 아버지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책을 발행한다. 『볼드저널』은 다양한 아버지들의 얼굴과 일상을 담는다. 콘텐츠이면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또 브랜드로써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에 『볼드저널 1호』를 발행, 최근 여섯 번째 『볼드저널 6호: 탈것』을 펴낸 김치호 볼드피리어드 대표를 만났다. 다양한 장르의 독립출판물이 쏟아지는 지금, 회사를 설립해 잡지를 창간한 배짱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투자를 받지 않고 이런 잡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볼드저널』의 출발과 지금을 들여다보았다.
얇지만 단단해 보이는 삶, 이것이 볼드한 삶
벌써 6호다. 한 번 읽은 사람은 또 사게 되는 잡지다.
첫 호를 만들 때는 섭외가 무척 힘들었다. 편집장, 에디터들의 인맥을 동원해야 했는데 지금은 훨씬 수월해졌다. 잡지를 보여 드리거나 홈페이지(http://boldjournal.com)에 올라온 콘텐츠를 보여 드리면 대부분 섭외에 응해준다.
잡지를 창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터 잡지에 대한 매력은 계속 느끼고 있었다. 디자인 일이 무척 고되지 않나. 고되지만 재밌는 일이기도 하고. 영상 작업에도 흥미가 있어 대학 때 단편영화도 찍어보고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는데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 대신 디자이너로서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매거진B』를 만들면서 브랜드를 다루는 경험도 했기 때문에 그래픽물로써의 책을 한 번 제작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볼드저널』은 미디어로써의 매거진이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제품이다. 브랜드로의 매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왜 아버지를 주제로 삼았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야근이 잦았다. 회사 생활은 만족스러운 편이었고 일도 흥미로웠지만 가족관계는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오랜만에 퇴근을 일찍 했다. 아이들이랑도 좀 놀다가 잠을 자려고 하는데 첫째가 나에게 오지를 않더라. 그 때 첫째가 여섯 살이었는데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계속 일과 가정을 병행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다가 상사에게 물었다.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랬더니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하더라. 다들 하는 평범한 말이었지만 물음표가 생겼다. 좀 더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아버지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됐는데, 나에겐 선배 뻘인 한 아버지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의 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돈도 있고 명예도 부도 다 가진 분이었는데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삶의 기본을 가정에 둬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표를 썼다.
회사 설립은 어떻게 준비했나?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회사를 관군 건 아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3개월 정도는 가족들이랑 여행을 떠났다. 생각을 좀 정리한 다음 평소에 친분이있었던 에디터를 만나 『볼드저널』의 구상안을 말했다. 볼드피어리드가 2015년 8월에 설립됐는데,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시점에서 약 1년 정도 준비한 셈이다. 1호를 만들 때는 직원이 5명이었고 지금은 10명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말하는 잡지다. 직원들은 정시에 퇴근하는지?
(웃음) 마감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시에 퇴근한다. 처음에는 자율 출근제를 실시했는데 직원이 늘어나다 보니 최소한의 관리가 필요해서 출근은 오전 10시, 퇴근은 오후 6시에 하고 있다. 회사 대표로서는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종종 있지만 예전 회사와 비교하면 개인 시간이 월등히 많아졌다.
『볼드저널 6호』는 ‘탈것’을 주제로 다뤘다. 치과의사 김형규 부자, 뮤지컬배우 김소현 손준호 가족 인터뷰를 비롯해 ‘남자들이 자동차와 같은 탈것에 열광하는지’, 미래의 탈것, 탈것의 문화공간, 오래된 차를 소유하는 방법 등을 다뤘다.
이 시대의 탈것은 이동수단라는 개념에서 개인의 취미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됐다. 여가용 차량, 바이크, 세그웨이, 전동 킥보드와 같이. 어릴 적 꿈속에서 그리던 ‘탈것’과 현재 내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경험하는 현실적 이동 수단으로써의 ‘탈것’의 경계가 좁혀지고 있다. 『볼드저널 6호』는 요즘 시대에 가족의 삶 안에서 탈것의 의미를 살펴봤다. 달라진 시대의 새로운 탈것이 현대 아버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 독자층은 아무래도 젊은 아빠인가?
30,40대 남성이 55%, 20,30대 여성이 45%를 차지한다. 사실 발행 초기 때만해도 젊은 아빠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읽을 거라 생각했는데, 『볼드저널』을 보는 독자들은 마니아층이더라. 신기한 건 여성 독자들이 꾸준히 읽어준다는 사실인데, 표지가 예뻐서 일까? 궁금하다.
주변 남자들에게 읽히고 싶어서가 아닐까? 신혼부부, 또는 예비부부가 읽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종종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이 잡지를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웃음)
『볼드저널 Bold Journal』은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인가?
고민이 많았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거니, 직설적으로 ‘Papa’가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태도를 말해야 하나? 아니면 상징적으로 집을 의미하는 ‘base camp’도 생각해봤다. 『볼드저널』의 카피로 쓴 ‘Life Lessons’도 생각해봤는데, 그건 캐치프레이즈로 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볼드 Bold’는 원래 좋아하는 단어였는데, 어떻게 보면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약간은 궤도에서 이탈하면서 인생의 기쁨을 찾아가는 결심 자체가 ‘볼드’한 선택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제호를 보면, 글자가 두꺼운 편은 아니다. 강하고 두꺼워야만 단단한 삶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다. 대세가 아닐 수 있지만 얇지만 단단해 보이는 삶, 이것이 볼드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이름을 ‘볼드피리어드’로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저널 이름이 정해졌다.
어른으로서, 살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레퍼런스를 만들고 싶다
반응이 가장 좋았던 주제는 무엇인가?
독자 분들마다 다른 것 같다. Play를 좋아하신 분도 있고 House를 재밌게 보신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춘기를 다룬 3호 ‘Puberty’를 흥미롭게 봤다. 평소 해왔던 생각들을 많이 엿볼 수 있었고. 5호 ‘House’도 반응이 좋았다. 집을 꾸밀 수 있는 노하우들도 소개되어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제작비가 꽤 높을 것 같다. 종이나 인쇄, 사진 등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아직 많은 부수를 찍진 못하기 때문에 권당 제작비를 생각하면 높은 게 사실이다. 잡지를 팔아 돈을 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볼드피리어드는 미디어팀과 브랜드 컨설팅으로 나눠져 있다. 5:5 비율인데, 컨설팅으로 수익을 내고 미디어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라이프로그 다이어리 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펀딩에 성공했다. TOOLS라는 작은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볼드저널』독자 분들이 좋아할 만한 사은품, 굿즈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잡지가 권당 1만 8천 원이다. 인터넷서점에서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지만, 계간지 잡지라고 해도 꽤 비싼 편에 속한다.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오래 잡지를 만들고자 정한 가격인가?
오래 만들겠다는 개념보다는 첫째는 원가를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1,2천원 차이는 크지 않다. 어차피 잡지는 만들면 마이너스니까. 수익보다는 오히려 콘텐츠의 질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잘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단행본 작업은 계획에 없나?
생각은 하고 있다. 어떻게든 내보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만든다면 『볼드저널』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꼭 넣으려고 한다.
오른쪽에는 영문으로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이건 내 아집이 들어 있기도 한 문제인데(웃음). 처음 『볼드저널』을 만들었을 때, 한국에서 몇 분이나 읽을까 의문이 들었다. 잡지가 더 많이 전파되려면 해외 인지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마케팅적인 측면도 염두에 뒀다. 또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도 있을 것 같았다. 미주나 유럽은 이미 가족 중심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급성장한 문화권에서는 워커홀릭들이 많지 않나.
현재 해외 서점에서도 판매 중인가?
대만 서점에서 판매 중이고 영국, 미국에서도 잡지를 보내달라고 해서 접촉 중이다. 해외 시장은 조금씩 늘려가려고 생각 중이다. 지인으로부터 들었는데 프랑스의 한 서점에서 『볼드저널』을 봤다고 하더라. 아마 개인적으로 구입하셔서 판매 중인 것 같다.
국내 정기구독자들은 많이 늘고 있나? 온라인서점, 오프라인서점 판매 추이도 궁금하다.
정기구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숫자가 큰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4대 온라인서점에서 판매가 가장 높고, 홍대 땡스북스, 속초 동아서점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다.
발행인으로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글쎄, 아직까지 크게 힘든 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잡지를 만드는 일이 너무 재밌다. 물론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에디터 분들이나 디자이너, 사진작가들은 고되겠지만. 우리는 즐겁게 잡지를 만들고 있다.
아버지로서의 변화도 있나?
(웃음) 물론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진 점이 가장 좋다. 요즘 첫째가 한창 팽이에 빠져 있는데 『볼드저널』‘play’ 호를 읽다 힌트를 얻어 보드게임을 같이 하고 있다. 아내도 처음에는 잡지를 만든다고 했을 때 조금 불안해한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응원해준다. 아버지로서의 나는 『볼드저널』을 만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삶의 방향성이 바뀐 것 같다. 나이든 어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볼드저널』을 통해 말하고 싶다.
7호의 주제는 무엇인가?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헤리티지(heritage)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볼드저널』를 좋아하는 독자, 예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변을 보면 가정을 꾸리는 일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이 많다. 재정적인 부분을 비롯해서 시간적인 부분까지 닥쳐올 어려움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정을 만드는 삶은 실제로 경험하면 두렵지 만은 않다. 인생의 다른 차원의 경험이 될 수 있다. 『볼드저널』을 만들 때, 직원 두 분이 미혼이었는데 지금은 가정을 꾸렸다. 『볼드저널』은 일과 가정에 있어서 균형적인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그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하고 싶다.
볼드 저널 bold journal. (계간) : 6호 [2017] 편집부 | 볼드피리어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며 창의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아버지들을 위한 잡지 〈볼드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