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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나만 만들 수 있는 책 – 고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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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oh』 편집장으로 주로 소개되고 있는데,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The Kooh』는 2014년에 창간된 잡지고요. 매호 흔히 말하는 덕후라는 사람들의 습성을 가지고 기획해요. 현재 8호까지 나와 있고 10호까지 나오면 폐간하려고 해요. 두 개밖에 안 남았으니 조금 신중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화요리책』도 『The Kooh』에 실렸던 주제를 엮어서 냈다고 들었어요.


7호에서 '만화 레시피'라는 주제를 다룬 적이 있어요. 단행본으로 만들고 보니 잡지 말고 단행본도 또 다른 재미가 있구나 싶어 ‘The Kooh’라는 레이블로 단행본을 몇 개 만들었어요. 파생해서 시리즈로 내면 재밌겠다 싶어 『만화여행책』을 냈고요. 덕후문고라는 단행본을 계속 낼 예정이에요. ‘.txt’라는 레이블도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txt’로는 5권, 『The Kooh』로 8권, ‘덕후문고’로는 3권을 제작했어요.


『만화요리책』과 『만화여행책』 인쇄 부수가 궁금해요.


『만화요리책』은 2,000부 찍었어요. 1,200부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나가고 700부 정도 독립 서점을 통해 판매했어요. 현재 100부 정도 재고가 남았어요. 『만화여행책』은 1,000부 정도 발행해 200부 정도 남아 있죠.


『만화여행책』을 낸 뒤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만큼은 많이 팔리지 않았어요. 요리는 보고 바로 만들 수 있지만 여행은 도쿄라는 한정적인 구역을 다뤘기 때문에 그 지역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보고 가시더라고요. 다른 지역으로도 제작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일본 만화에서 도시를 많이 다뤄서 주로 일본 도시를 주제로 잡을 것 같아요.


잡지와 단행본을 만드는 데 차이가 있나요?


잡지도 단행본 형식으로 만들어서 제작 방식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요. 다만 잡지는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때 회차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마케팅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단행본은 사람들이 구매하거나 후원하는 데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고, 잡지는 계속 만들면 브랜드화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지만 같은 포맷과 기획이 계속될수록 안 팔린다는 게 단점이에요.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디자인의 표지지만 『만화요리책』은 유광지로, 『만화여행책』은 무광지로 제작했어요. 가격 때문이었나요?


처음에는 요리하면서 뭐가 묻으면 닦아내기 쉽도록 유광 재질로 만들었고요. 같은 시리즈면서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기도 했고, 사실 제가 무광을 더 좋아해서 두 번째는 무광 재질로 만들었어요. 가격은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책을 제작할 때도 가격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그때그때 가지고 있는 돈에 따라 만들어요. 자금이 넉넉하면 여유 있게 인쇄하고, 여유가 없으면 흑백으로 제작하기도 하고요. 비용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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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낸 책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


책방에 많이 들어가 있진 않아요. 서울 인근에 저와 교류가 있던 책방에만 주로 넣었고, 다른 책방에서 오면 사입을 권해서 파는 형태로 수수료를 좀 더 드리는 게 편하더라고요. 관리도 안 되고, 갑자기 폐업해서 책을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사입을 한다면 정말 구매하고 싶은 분들이 어떻게든 팔려고 하시니까 서점 주인분들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주인 입장에서는 부담이니 권하기는 그렇지만, 저 역시 서점 관리가 힘들어서요.


혼자 서점 관리를 하는 게 어려울 텐데, 회계는 어떻게 하세요?


그래서 회계를 안 해요. (웃음) 하나씩 내면 독립서점에서 돈을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통장 번호를 알려드리고는 확인을 못 하죠. 지방 서점에 넣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기도 해요.


『The Kooh』를 창간했던 2014년부터 지금까지 독립 출판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현재의 독립 출판과 독립 서점 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꾸준히 제가 하는 걸 하고 있는 거라 위기감을 느끼진 않아요. 제가 만들 수 있는 책은 다른 사람이 만드는 책과 다르다는 자신감도 있고, 오래 해오면서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좋은 현상이죠.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시장도 커질 테니까요. 아직까지는 독립 출판을 보는 것보다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만드는 분도 늘어나면서 전문가도 생기고, 그걸 수집하는 사람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독립 출판 중에서도 이미 기성 출판만큼 잘 내는 분이 많아졌어요. 독립 출판과 기성 출판의 차이는 뭘까요?


겹치는 점도 있지만 차이를 보자면 기성 출판에서 안 팔려서 못 만드는 책을 만드는 게 가장 클 것 같아요.

『만화요리책』도 개인적인 팬심으로는 만들 수 있지만 기성 출판에서는 여러 걸림돌이 있겠죠. 제가 아는 분 중에서도 기성 출판으로 시집을 냈을 때는 잘 안 됐다가 독립 출판을 하면서 오히려 팬층이 두꺼워지고 잘된 분이 있어요. 규모가 작고 주제 선정도 개인적이고 공감을 살 만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여러 가지 일을 해왔어요. 책 외에 보드게임을 만들고, 홀리데이아방궁이라는 공간을 운영한 적도 있고요.


자리가 할 만한 공간도 아니었고, 제가 공간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계속 사람이 오지 않더라도 문을 열고 거기 앉아 있는 게 저랑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작업이라도 하면 될 텐데 작업도 안 되고, 공간 비용은 나가는데 소득이 없는 상태라 아예 없애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지금은 정리하고 작업실을 따로 구해서 쓰고 있어요.

1인 출판을 하면 할 일이 자잘해지면서 회사에 다닐 때보다 스케줄 관리가 더 어렵지 않나요?


가끔 기업에서 SNS 콘텐츠 관련 자문을 하는 일 외에는 다른 사람들 일을 받아서 하는 게 거의 없어요. 오로지 책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과 책 만들기 수업이 지금 제가 수익을 내고 있는 방향이에요.


수업에서 주로 조언하는 내용이 있다면.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 자신이 경험한 것들 중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로 책을 만드는 게 제일 좋다고 해요. 어떤 분들은 수업 첫 시간에 오면 어마어마한 디자인과 편집을 이야기하시는데, 실제로 책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많은 기술을 다뤄야 하거든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는 것이 자기도 만족하고 읽는 분도 만족하는 책이 될 수 있어요. 뭔가 억지로 지어내려고 하면 읽는 분들도 바로 알아차리거든요. 거의 그런 이야기를 해요.


앞으로도 덕후 콘텐츠를 가지고 책을 만들 예정인가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 제가 좋아하는 것들, 덕질이라는 문화를 가지고 계속 만들 것 같아요. 그게 저하고도 맞고, 제가 만들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책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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