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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변호사 “장애인이 처한 환경은 내가 처하고 싶지 않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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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마치고 먹먹해지는 가슴을 한참 부여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두 청년에게 따듯하게 손 내밀면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그러니 얼른 이 시설에서 나와서 좋은 사람들, 좋은 공동체에서 자립 생활을 시작해 보자”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사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15쪽)

 

만인이 만인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사회다. 동시에 우리는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의 제목처럼 모두 각기 다르게 존재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현실에서 인간의 존엄함은 자주 무시된다. 특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딪쳐야 하는 벽은 높기만 하다.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는 김예원 장애 인권 변호사가 영화 속 장면으로 현실의 장애를 이야기한 책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12년 법무법인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의 공익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장애인권법센터’(비영리 법률사무소의 대표 변호사로 활약 중이다.

 

그녀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즐겨 봤다. 김예원 변호사가 영화를 읽는 방식은 독특하다. 책의 첫 장면에 소개되는 작품은 <주토피아>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나무늘보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야기에서 극적 긴장을 늦추고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다. 그런데 저자는 그 장면에서 장애인 노동을 떠올린다. 장애인 노동은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며, 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현실을 상기시킨다. 이와 같은 낯설게 읽는 방식으로 <애자>에서는 호칭 문제를, <시네마 천국>에서는 장애와 어우러져 지내는 공동체의 모습을, <우리들>에서는 통합 교육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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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보는가를 묻는 물음표

 

일과 육아로 바쁘신 중에 책을 냈습니다.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거창한 건 아니고, 저 일하기 편하려고요. (웃음) 제가 주로 피해자 대리를 많이 하거든요. 하면서 보니까, 법으로 해결 안 되는 억울한 점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 인식 개선부터 하지 않으면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저는 15세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성관계는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처벌하지 않아요. 이런 구멍이 있고, 이걸 메우려고 입법화하려면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하거든요. 책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으로 이 사회는 장애를 어떻게 보는가 물음표를 던져보고 싶었어요.

 

글 쓰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

 

저는 글로 변론을 하는게 직업이라 그런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법률 서면은 기한 있는 글이고, 서면 쓰는 게 제 일이라서 이 책도 그렇게 기한을 잡고 썼거든요. 다만, 고민은 했어요. 장애를 무겁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잖아요. 장애인과 손도 잡기 싫어하는 사람도 실제로 있거든요. 초등학교에서 그런 장난도 치잖아요. 급우를 괴롭힐 때 장애 학생 책상에 앉혀두고, “너 엉덩이 이제 썩는다.”라고 말해요. 이렇게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할까, 장애를 너무 무겁게 바라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이런 고민은 했습니다.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제목이 좋습니다. 책을 낼 때 제목을 짓는 게 고민인데요. 이 제목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편집장님이 잘 지어주신 이름이고요. 이 책에 담고 싶은 메시지를 스스로 물어봤어요. 결국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더라고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할 때의 꽃이라기보다는 박노해 시인의 시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의 꽃에 가깝죠.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든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든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 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 박노해,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중

 

사람 사는 게 이렇거든요. 그런데 고유한 존엄성이 획일적으로 묵살되는 장면을 많이 보죠. 여러 제목을 놓고 고민하다가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로 정하게 된 거예요. 제가 주로 하는 일이 장애다 보니 장애 이야기를 많이 담았는데, 이 책은 인간 보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환경을 바꿔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달라져

 

책에서 소개한 영화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지극히 주관적인 제 취향이죠. 저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스펙트럼이 넓은데요. 누구는 <ET>를 보고 공감할 수도 있을 텐데, 저는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우선 공감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몰입도 안 되고요. 인생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이야기 좋아해요. 내가 영화 속 인물이 되어서 같이 살아가는, 그런 영화를 좋아하죠. 책에 담은 영화가 그런 영화들이고, 그 작품 속 한 장면을 보면서 생각한 사람을 추려서 썼어요.

 

고시 공부 시절 유일한 낙이 영화 보기일 만큼 영화를 좋아하셨다고 했습니다.

 

영화 보기가 유일한 낙은 아닌데요. 이 책이 영화 관련한 이야기라 그렇게 쓰긴 했는데, 운동, 악기 연주도 좋아해요. 특히 기억나는 영화는 <가족의 탄생>이라는 작품입니다. 마침 김태용 감독 GV 때, 자리 끝에 앉아서 봤던 영화이고, 그 당시 제게 되게 충격이었어요.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아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1주일, 2주일이 지나도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이 사회가 말하는 정상가족이라는 프레임이 뭘까, 거기서 배제되어 있는 사람은 뭘까,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 영화인데요. 울림이 컸어요.
 
영화를 집중적으로 봤던 시기는 중고등학교 영화 동아리 때이고, 대학교랑 고시생일 때도 비디오 빌려서 많이 봤죠. 2차 사법시험 두 달 남겨두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가 개봉했어요. 의료보험제도를 비판한 영화로, 제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인데요. 혼자 신림동에서 코엑스까지 가서 봤던 기억도 나네요. 개봉날 상영관이 거의 없어서 거기까지 갈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징하죠. 지금은 일하느라 시간이 없는데 장거리 출장 갈 때, 스트리밍 서비스로 찍어뒀던 영화를 보곤 하죠.

 

“왜 장애인은 ‘아프니까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취급될까요? 장애 당사자인 제가 보기에, 장애는 아픈 것도 아니고,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57쪽)라는 문장이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태도를 꼬집은 것 같습니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저에게도 툭하면 “극복했다”고 하는데 뭘 극복했는지 전 잘 모르겠거든요. 며칠 전에 딸과 길을 걷는데 지하철 역 입구에 항상 구걸하시는 장애인을 만났어요. 다리가 없어서 판대기에 바퀴를 달아서 배밀이로 밀고 다니세요. 제 딸에게 돈을 주어 자주 딸이 넣고 오곤 했는데, 딸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엄마, 나는 세상에 장애인이 한 명도 없었으면 좋겠어.”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엄마도 장애인인데? 그러면 엄마도 없어져야 해?”라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너무 가엽다”는 거예요. 왜 가엽냐고 하니까, 이렇게 말해요. 늘 구걸하지 않냐고. 딸이 7살인데요. 이게 정답인 거죠. 이 사회의 장애인이 처한 환경이 내가 처하고 싶지 않은 환경인 거예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장애인이 장애가 있어도 직장생활 하고 소박하지만 취미 생활 하고 살면, 그 사람에게 불쌍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라 생각해요. 훨씬 열악하게 사는 걸 많이 보니까, 으레 불쌍하구나, 나라가 돈 안 주면 굶어 죽겠다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딸의 대답이 우문현답이었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애자」에서는 장애인을 지칭하는 호칭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일단 지금은 ‘장애인’을 중립적인 용어로 쓰고 있고요. 전세계적으로는 persons with disability가 공식적인 표현입니다. 여기까지 나아가는 데도 오래 걸렸어요. 이전에는 handicapped, disabled person이었죠. 여기서 persons가 앞으로 나온 거예요. 완전한 사람이고, 장애가 있을 뿐이라는 의미죠. 어떤 호칭이 가장 맞을지는 저 자신도 고민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장애우’ 나 ‘장애자’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장애자가 10년 동안 법률 용어이기도 했고요. 또 ‘좀 불편한 사람’, ‘아픈 사람’이라고 완곡하게 돌려 말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청각 장애인’ ‘시각 장애인’ 이렇게 중립적으로 사용했으면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장애 관련한 혐오 표현이 보입니다. 안타까우시겠어요.

 

안타까움을 넘어서 그건 처벌해야 한다 생각하고요. 혐오 표현, 혐오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잖아요. 요즘은 특히 BJ가 일부러 혐오하는 장면을 만들죠. 인기 끌려고 장애인인 척 하면서 극장 가서 할인 받고 “너희는 할인 받아 좋겠다.” 인증샷 올리는 이런 모습들. 굉장히 분노스럽죠. 지금은 법 테두리 안에서 그걸 강제할 만한 게 딱히 없어서 안타까운 1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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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 탈시설에 관해 고민해야

 

영화 「우리들」을 이야기하며, 통합교육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지금 마침 학기 초인데요. 피해 사례를 참 많이 들어요. 이 나라는 물리적 통합만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같아요. 휠체어 타는 장애인인데, 집 근처 초등학교 3~4개 중에서 편도로만 30분 걸리는 곳에 배정합니다. 가보면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교실은 4층이에요. 어떻게 다니라는 말이에요? 학교 다니지 말라는 말이거든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담당자에게 따지면 “죄송한데 다니세요.” 이런 식이에요. 이런 것 때문에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도입된 거거든요. 위자료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차별을 시정하려고 차별금지법이 도입된 것이죠.

 

개개인은 존엄한 사람입니다. 그 상태로 학교 가면 어떤 취급을 당할까요. 물리적 통합만 해버리고 나머진 이 사람이 감내해야 하나요? 분노스럽죠. 아이들 감수성이 예민하거든요. 일단 나보다 다른 건 정확히 파악해요. 어른들처럼 세련되게 표현하지 않고, 대놓고 표현해요. 그걸 다 느끼고 받아들이거든요.

 

그렇게 통합교육을 하고, 나이가 들면 시설로 갑니다. 일부 선진국은 탈시설을 했고, 한국도 탈시설 논의가 있죠?

 

이번 정부의 대표 공약 사항이기도 한데요. 저는 탈시설이라는 말이 빨리 없어지면 좋겠어요. ‘탈시설이 무슨 뜻이에요?’ 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거든요.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묻게 되는데요. 지금은 할 수 있는 사람부터 하려고 하니까, 정량 평가 하느라 돈 쓰고 시간 다 보내고 있죠. 저는 오히려 중증장애인에 맞춰 탈시설 정책을 하면 경증은 자연히 해결된다고 생각해요. 중증 경증 나누고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들이는 비용으로 차라리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서 지역사회와 같이 살게 하면 좋겠어요.

 

‘저 사람이 괴물이 아니고 사람이구나.’를 내 삶에서 느껴야 진정한 탈시설이 되는데, 지금은 경증장애인 위주로 선별될 수밖에 없어요. 늘 대기 인원이 정원보다 5배, 6배니까 사실상 중증이면 못 들어가죠. 서비스 제공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합당한 사람을 골라요. 말 통하고, 문제 행동 안 일으킬 것 같고, 그런 사람만 뽑아요. 이렇게 되면, 중증이면 못 가는 거죠. 그러면 이 사람은 오로지 집에 있다가 가족들이 돌봄으로 지치고. 결국 시설로 보내지기도 해요. 깨작깨작 될 만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중증부터 탈시설 해보면 어떨까요? 영화 <시네마 천국>에도 나오듯, 우리도 1970~1980년대만 해도 공동체에서 함께 어울려 살았거든요.

 

보통 책에는 들어가는 말, 나가는 말이 있는데요. 이 책에는 나가는 말, 그러니까 끝내는 말이 없었어요.

 

나가는 말, 결론, 맺는 말, 이런 걸 쓰면 논의를 끝내는 기분이잖아요. 저는 이 담론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문만 연 거고, 많은 독자가 이 책을 보고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들여다 보면 좋겠어요. 제 생각과 달라도,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고요. 소통하면 좋겠다 싶어서 마지막에는 마무리 글이 아니라 장애인권법센터가 뭐하는 곳인지를 썼어요. 또, 제가 대단한 작가가 아니라 앞에도 쓰고, 뒤에도 쓰고 하면 오글거리잖아요. (웃음)

 

2018년에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어른이 되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등  장애 관련한 책이 나왔고, 많은 독자가 찾았습니다.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이 주제와 관련한 책의 힘이 센 것 같은데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어른이 되면』  그 두 권은 저도 여러 번 읽었어요. 애독자이고요. 소수자를 향한 관심이 많아지는 새로운 사상적 흐름이 있는 거 같아요. 물론 반대편에서는 ‘나만 살 거야, 나 건들지 마!’ 이런 태도도 있는 것 같지만요. 김원영 변호사는 당사자가 겪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내용을 논문처럼 책을 썼고, 장혜영 PD도 워낙 달변에다 글도 잘 쓰니까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고, 두 책의 힘이 있죠. 저는 빨려 들어가듯 읽었어요. 제가 쓴 책은,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새로운 흐름이라고 평하셨는데요. 얼마 전 인터뷰에서 공익 변호사가 늘어날 거라고 예측하셨습니다.

 

이제 변호사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하기 어려운 직업이에요. 너무 힘든 직업이고요. 남의 인생에 참여하기 좋아하고, 사회적 유익을 위해 제도를 바꾸고 싶고, 이런 걸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직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늘 이쪽 일이 블루오션이라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비웃어요. 진입자가 없는 블루오션이 어딨냐고요. 하지만 공익 변호사가 블루오션이라는 건 제 신념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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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원 변호사 제공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재밌게 담고파

 

법조인이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게가 한쪽 눈이 없잖아요. 태어날 때 의료사고가 있었고, 2차 의료사고까지 겹치면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겼다는 걸 중학교에서야 알았어요. 이미 10년 넘어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억울했어요. 어릴 때 놀림 심하게 당했죠. 개눈깔, 소머즈… 소머즈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엄청 힘세고 날아다니는 인조인간인데, 저 보고 인조인간이라고 놀린 거죠. 원망 많이 하다가 어렸을 때는 주로 많이 때리고 다녔고, 철 들고는 이런 피해가 생기면 안 된다, 이런 억울한 일은 사회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법조인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법은 가진 자의 편이라는 인식도 있잖아요. 반면 변호사님은 최소 수혜자의 최대 행복을 위해 일하시는데요.

 

최소수혜자의 행복이라…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행복하려고 하는 거예요. 거대 로펌이나 딱딱한 조직문화 분위기에서 일하면 제 성격과 안 맞아 별로 안 행복할 거 같아요.

 

1회 곽정숙 인권상 등 여러 상을 받으시기도 했잖아요.

 

민망해 죽겠어요. (웃음)

 

장애 인권 전문 변호사로서 다둥이 어머니로서, 많이 바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을 겪으실 듯하고요. 사람이라면 짜증나고 힘들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럴 땐 어떻게 마음을 푸시나요.

 

저요? 그냥 그때 그때 시끄럽게 하는데요.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하면 모른 척 지나가기 보다는 그냥 이야기해요. 얼마 전, 지하철 역에서 어떤 휠체어 탄 여성을 할아버지가 졸졸 쫓아다니면서 치근덕대더라구요. 여성이 불쾌해 하는데 해꼬지 당할까 봐 말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에요. 그래서 가서 “뭐하시는 거냐?”고 따졌어요. 책에도 쓴 수영장 이야기도, 제 오지랖이죠. 이렇게 하니까 쌓인 스트레스는 적어요. 제가 목소리가 크고 강세가 강한데요. 처음 보는 사람은 제가 싸우는 걸로 잘못 아실 때도 있어요. 기분 좋게 말하고 있는데도요. (웃음)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졸릴 때가 있어요. 아직 막내가 어려서 날밤 새울 때도 간혹 있고 하는데, 이건 차차 괜찮아지겠죠.

 

이번 책은 인권에 관해서였는데, 변호사님의 다른 정체성이 다둥이 워킹맘이잖아요. 이쪽 이야기도 쓸 내용이 많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되면 쓰고 싶어요. 우선은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책 상황을 보고요. (웃음). 저희 부부가 재밌게 살려고 많이 노력해요. 집에 TV가 없는데, 애들이 지겨워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없어도 그냥 변신하고 춤 춘다든지 하면서 재밌게 노는데요. 모든 게 놀이가 될 수 있어요. 육아도 놀이가 될 수 있고, 집안일도 그렇죠. 좀 조심스런 말이지만, 집안일도 어차피 해야 한다 싶으면 운동처럼 하거든요. 그러면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이런 걸 책에 담으면 ‘말이 되냐, 너무 피곤하다.’ 이런 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 신선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워킹맘의 비애와는 살짝 비껴 있죠. 저는 자영업잖아요. 워킹맘에 비견되는 게 송구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물론 제가 자영업자니까 밤에도 일하고 주말 없이 일하긴 하지만, 낮시간에 애들의 긴요한 요구를 채우는 시간적 여건은 되거든요. 근무시간에 아이들과 철저히 차단되어 있는 워킹맘과는 약간 수월한 면이 있겠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재밌게 담아서 여러 사람에게 힐링이 되는 책을 쓰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김예원 저 | 이후
대놓고 분리하거나 차별하지는 못한다 해도 보이지 않는 구분은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을 인지하고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이 이 사회를 정상 사회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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