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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적극적인 가담자가 될 필요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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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뉴욕 공항에서 비행기를 회항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마카다미아 봉지를 뜯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공기를 유턴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해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조양호 회장, 이명희 등 대한항공에 뿌리 깊게 남아있던 조 씨 재벌가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벼락같지만 예견된 일이었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시스템의 재난은 수백 번의 징후와 수십 차례의 작은 사고 이후 일어난다. 박창진 전 사무장이 차가운 공항에 혼자 내려 회사로부터 허위 진술을 강요받고 사무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되기까지, 사건 이후에도 징후들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몇 년이 지나고 2019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갑질 뉴스는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 징후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땅콩 회항’이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 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그에게 일어난 재난을 딛고 현재 대한항공 내 직원연대 노조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회항을 뜻하는  『플라이 백』에는 다시 예전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그가 속한 대한항공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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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낼 수 있는 계기


책을 좋아한다고요.

 

책은 항상 저에게 좋은 친구였어요. 어렸을 때 아버님이 멀리 나가계시고 어머님도 가게를 하셔서 집에 외톨이처럼 있을 때가 많았죠. 승무원이 되고 보니 이 직업 또한 항상 원래 주거지와 다른 곳으로 방랑해야 하는 일이어서 외로움을 안고 가야 하더라고요. 책은 제 외로움을 같이 해주는 동반자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스로 배우지 않으면 모를 일이 정말 많았어요. 아랍에 가면 왜 차도르를 쓰는지, 인도가 어떻게 독립했는지 알지 못하면 그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서비스를 줄 수 없으니까요. 책을 좋아하는 데는 직업적 충성도의 이유도 있었을 거예요.

 

책을 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을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저자가 되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요.


『플라이백』 은 일종의 에세이고, 제 이야기를 풀어서 쓰다 보니 소감이 남다르긴 했어요.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죠. 제 이야기가 또 극명하게 드라마틱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서 유일했던 난항을 겪은 사람일 텐데(웃음) 그 이야기를 다시 생각할 때 오는 괴로움이나 공황증세가 분명 있었어요. 쓰고 교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제3자 입장에서 사건을 되돌아보는 일종의 치유가 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분명 겪었던 일이고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었으니 치워야 한다는 기분도 들었고요. 제게는 속살을 드러내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용기 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집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한 6개월 쓴 것 같아요. 당시 직원연대 노조를 갓 만들고 회사로부터 공격을 받던 입장이라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 뉴스와 종양이 생겼다는 뉴스가 동시에 나온 적이 있어요. 이번에도 공교롭게 조현아 전 부사장이 뉴스에 오르내릴 동안 출간이 겹쳤고요. 무슨 운명일까 싶어요.


숙명 같아요. 사건 이후 성당에서 묵상하면서 왜 저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어요. 물론 그런 과정에서 제 잘못이 아니었다는 명제도 찾았지만,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가 끊임없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자리에 저를 세운 것 같아요. 상황이 너무 교묘하게 잘 맞잖아요. 이건 제가 계획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녹취록이 나올 거니까 일주일 전에 내가 책을 내야지’ 이럴 수는 없잖아요. (웃음) 제가 거부할 수 없는 책임이자 의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책이 나오기 전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박창진 사무장이 해탈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해탈이라는 표현까지 가기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평정심을 찾은 거죠. 신앙의 힘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한 번 폭언과 폭행을 당해 보니까 그게 장애가 되더라고요. 실은 어제도 항공 검색대에 서 어떤 분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저를 뒤에서 잡아당겼는데 너무 놀랐었어요. 요새도 누군가 제 몸에 손을 대면 부지불식간에 저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공포심이 생겨요. 하지만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역시 이건 제 잘못이 아니고, 사건은 사건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물론 피해자가 그렇게 생각하기가 참 어려워요. 너무 크게 사회적인 쟁점이 되고 제가 말하지도 않은 내용이 뉴스에 나가다 보면 저도 헷갈리거든요. ‘이게 나 때문에 일어난 건가?’ 하고요. 피해 사실을 두고 공방이 되는 순간 사건의 본질이 없어지고 피해자가 갈가리 까 내려지는 상황이 오니까요.


모든 종교가 그렇겠지만, 한 번 깨달음이 왔다고 해서 끝나진 않잖아요.


앞으로도 더 깨달아가야 하겠지만, 이 극명함을 통해 저처럼 못 깨닫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용기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거죠.

 

 

한 순간의 감정소모로 끝나지 않기 위해


박창진이 책을 낸다면, 그 책에는 조 씨 일가에 대한 폭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읽어보면 권력자들의 행위보다는 오히려 사회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읽혀요.


폭로하려고 한다면 너무 많죠. 하지만 자제했던 이유는, 그것만으로 끝날 것 같더라고요. 가십거리가 되는 거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왜 박창진이라는 사람이 이 사회 구조 안에서 나락 한 자가 되고 회복하기가 힘들었는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된 사회 구조가 문제였다는 거죠. 이 구조의 피해자는 박창진이 될 수도 있고, 김용균이나 서지현 검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그 모든 사회 현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지적 시점은 제가 가질 수 없어요. 그저 제가 경험한 세계를 토대로 왜 강압적인 권력자가 자기 기분에 따라 징계를 남용하는 게 잘못됐는지, 중간에 그걸 견제해야 할 사람조차도 자발적인 감시자와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말하는 과정이었어요.


가해자의 입장에 서기 너무 쉬운 구조에요. 개인 입장에서도 실제로 갑질 등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고요.


적어도 저 또한 방관자 입장일 때가 있었어요.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도 노조 창립을 위해서 기금을 마련할 때 회사에서 기금 모금에 참여했는지를 두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묘하게 두 가지를 요구하더라고요. 첫 번째는 돈을 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두 번째는 돈을 낸 사람들을 먼저 고발하면 봐준다는 분위기를 풍겼어요. 실제로 많은 선배가 후자를 택했고요. 단순히 조사에만 응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발자가 되어서 법정에서 사측에 유리한 증언을 했었어요.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용기 없던 사람인 건 사실이지만 적극적인 가담자가 될 필요는 없었던 거죠. 왜 적극적인 가담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까요? 그건 누군가의 살을 도려내서 자기 양식으로 삼겠다는 거예요. 저는 그건 안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자기를 합리화하면서 나는 그때 약자였고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적어도 적극적 가담은 선택의 문제라는 거죠. 침묵을 넘어서 적극적 가해자가 되는 건 선택의 문제라고 믿어요.


사건 이후 회사 내부에서 박창진을 비난하거나 직접 해를 가하는 중간 관리자가 끊이지 않았다고요.


이건 그저 조양호나 조현아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발적인 감시자가 되었던 감독자를 비난하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박창진이라는 피해자가 생긴 건 작은 여진이었고, 이 작은 여진이 모여서 큰 지진이 된 거죠. 이 여진은 어떤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례를 통해 막을 수 있어요. 제가 책을 냈다고 해서 갑자기 해결될 문제는 아니에요. 같이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말해서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미래지향형 과제를 던져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적극적인 가해자들에게 화가 나진 않나요?


저도 우매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불이익을 당할 때 억울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주변의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싸움의 대상으로 삼았겠죠. 단편적으로 저들이 어떤 갑질을 했었는지 폭로하면서 기분을 풀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건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거예요. 한순간의 감정소모로 끝난다는 거죠. 그래서 항상 품위를 지키려고 하는 편이에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많이 당하는 것 같아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런 일을 당해도 된다는 취급을 받는 거죠. 품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건 적어도 우리가 서로의 격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겠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있어요.


승무원을 서비스직으로만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업 자체가 갑질에 노출되기 너무 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뚱맞은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상당히 매력 있어요. 저는 이 직업을 통해 특히 공감력을 많이 배웠어요. 누군가 승무원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저는 늘 하라고 추천할 만큼 자부심 있는 일이에요. 외국 승무원을 만나면 자긍심을 드러내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아시아나 승무원이나 대한항공 승무원에게 물어보면 굶어 죽지 않으면 다른 거 하겠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사회는 많이 바뀌었는데 왜 유달리 승무원이 갑질의 대상이 되고 인권을 존중 받지 못하는 사회가 됐을까요? 그건 국내 항공사가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여서 항공운수업 사업권자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더 공익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송사조차도 필수공익사업장에 들어가 있지 않은데, 우리가 이 정도 국가 수준이 됐으면 고쳐나가야 하는 문제죠.


대한항공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회사 내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은 많고, 자기에게 대입해 읽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제 비행에서 이 책을 사서 봤다는 승무원이 있었어요. 자식이 있는 부모였는데, 자식에게 제 책을 읽으라고 줬대요. 그 친구도 언젠가는 노동자로 살게 될 텐데, 언젠가는 이런 일에 놓이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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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기반으로 퍼뜨리는 선한 영향력


항상 피해자의 피해자성은 의심의 대상이에요.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피해자로서 맞나 하는 자기 검열이 있었겠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건 단언하건대 잘못된 거예요. 일례로 땅콩 회항 사건이 처음 나왔을 때 제 외모나 태도가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저 사람은 피해자답지 않다, 왜 옷을 저렇게 차려 입고 나오냐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옷은 제가 7년째 입은 옷이고, 저는 50년 동안 이렇게 생겼었고, 제 태도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건데 피해자가 되는 순간 왜곡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거죠. 제가 초라한 옷을 입고 머리를 일주일 동안 안 감고 나왔다면 또 자기가 얼마나 당했다고 저렇게 유세 떠냐고 할 거예요. 도대체 피해자답게 행동하라고 하는 게 뭘까요?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하게 이야기하는 게, 피해자들에게 “저 사람 살아있네? 아직도 다니네?” 이거예요. 그거만큼 큰 가해가 없다는 걸 세상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피해를 본 경험이 다른 사람의 피해에 더 감응하기 쉽게 만들기도 해요. ‘땅콩 회항 사건’ 전에는 스스로 노동운동과 연관될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 같은데, 사건으로 인해 이게 우리 사회 전반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극명하게 느꼈을 것 같아요.


책에 실으려다 만 비유인데,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 자원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멀리서 봤을 때는 산 밑에 있는 마을이었어요. 가까이 갈수록 악취가 나서 도착해봤더니 산이 아니라 쓰레기더미였어요. 그 마을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 다 그게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는데 그냥 모른 척하는 거예요. 왜, 그래야 위안이 되니까요. 저는 그런 위안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고 누군가가 구제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한 거죠. 그래서 이제 쓰레기를 보면 쓰레기라고 이야기하고 이 냄새는 저 쓰레기에서 납니다, 우리 같이 봅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제가 하는 현실적 연대예요.


직원연대 노조 활동도 하고 계시다고요.


희망을 봤어요. 철저하게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현실 참여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용기 낼 수 없는 구조 때문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모두가 나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체 하는 몇몇 악인도 있었겠지만 사회가 조장해 낸 허수들도 있다는 걸 안 거죠. 조현아 씨도 너무 측은했어요. 왜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하고 있을까, 1차 피해자였던 승무원도 마찬가지로 왜 저런 일을 당해야 할까, 제가 상처받았다고 해서 제 안에 있던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어진 건 아니거든요. 제가 몸을 담은 조직 안에서 쓰레기 산을 애써 외면하는 상황을 바꾸고 싶은 거죠. 그래서 직원연대라는 노조를 기반으로 정말 선한 영향력을 조직 내에서 퍼뜨리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노조장을 맡고 있어요.


지금은 그 선두에 박창진이라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서 있어요. 아직은 모두가 가면을 벗을 수 없어서 지금 얼굴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밀려서 앞장서게 됐는데, 이후에는 정말 자기 의지와 철학으로 앞장서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 과정으로 나아가는데 제가 있다면 거기에는 후회가 없어요.


언제나 활동 영역에서 가장 약자가 가장 먼저 연대하게 되더라고요. 노조가 매우 필요하지만 노조에 가입하는 순간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이 손을 가장 먼저 내민다는 게 아이러니해요.


말씀하신 것에 공감해요. 동료들에게 따돌림 당할 때도 청소노동자분들에게는 매번 박수를 받았어요. 그분들은 심지어 물 한잔 달라는 이야기에도 잘릴 수 있는 분들인데도요. 지금 직원연대를 같이 하는 분들을 통해서 또 희망을 봐요. 지금 편선화 정지은 님이 직원연대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데, 그 두 분을 보면서 제가 꿈꿔왔던 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조 활동을 하면서 오해도 많이 받으셨죠?


제가 많이 받는 비판 중 하나가 이 모든 게 박창진의 욕심이라고 하는 거예요. 물론 욕심 내는 부분이 있죠. 제 인생이 망가졌는데 보상받고자 싶은 마음,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민중의 투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없어요. 정말 욕심이 있다고 한다면 노조를 하지 말아야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노동 환경 최악의 국가인데요. 쌍용 자동차, KTX 승무원 모두 십몇 년 만에야 겨우 복직이 되는걸요. 오히려 제가 도와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발성이 생기고 저를 도와주면서 힘들지만 나아갈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직원연대 노조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첫 번째로는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저는 비자발적으로 상황에 의해 몰려서 나왔지만 이분들은 자발적으로 나오신 분들이거든요. 저보다는 용기가 백만 배는 높아요. 두 번째로 제 안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나눌 수 있는 만큼은 같이 걸어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끔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어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안 되네요. ‘조양호 일가를 다 몰아내고 민주 세상을 이룩하자!’ 라고 말하면 멋있을 텐데요. (웃음) 물론 그런 대의명제도 있겠지만, 우리가 바르고 나쁨을 이야기할 때 명제와 구호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혼자였다가 누군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요.

 


 

 

플라이 백박창진 저 | 메디치미디어
회사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부터, 사건 후 갑질로 인해 삶의 항로에서 이탈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의 인권 신장, 직원들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까지 그의 모든 행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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