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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은 “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달리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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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사람. 상태에 가까운 이 말을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의 저자 안정은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작가, 칼럼니스트, 모델, 이벤트 기획자, 사업가이기도 한 그가 이 많은 직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직업을 달리는 사람, 러너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대학에서는 연극을 했고, 졸업 후에는 어렵게 IT 회사의 개발자로 취직했지만 곧 퇴사했다. 애써 준비해 중국항공사에 승무원으로 합격했으나 공교롭게도 사드 문제로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사기 당한 건 아닌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묻는 지인들의 말과 시선에 매일을 눈물로 보내던 안정은은 어느 날 무작정 모자를 눌러쓰고 집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한다.

 

2016년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처음 달리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안정은. 그는 이제 스스로를 ‘러닝 전도사’라고 부르며 달리기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눈물이 나서 달리던 그가 순수하게 달리기가 좋아서 달리게 되기까지,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기쁨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들 앞에 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안정은 작가는 “몸이나 정신이 건강해지는 건 그냥 별책부록 같아요.(웃음)”라며 몸과 마음, 그리고 성격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꿔놓은 달리기의 근사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당신의 ‘러닝포인트’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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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전도사 안정은입니다


작가님의 달리기 일주일 스케줄이 궁금해요.

 

보통 주말에 마라톤 대회가 있어서요. 저는 주말이 훨씬 바빠요. 주말에는 마라톤 대회에 선수로 참여해 뛰기도 하고요. 어떤 대회에서는 시작 전 무대에 서서 스트레칭을 진행하기도 해요. 적게는 5천 명에서 많게는 2-3만 명 앞에서 진행을 하죠. 지역도 여러 군데라 많이 다니게 돼요. 또 인터뷰를 겸할 때도 있는데요. 그러고 나면 오후에는 휴식을 갖는 편이에요. 평일에는 저도 직장인 분들처럼 일을 하고요. 러닝 이벤트를 기획하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지금은 ‘철인3종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어서요. 주말에 훈련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고, 사진을 정리하는 일 등을 하죠. 그 외에 스포츠 브랜드와 미팅을 진행하기도 하고, 틈틈이 유튜브 영상도 찍고요. 영상은 편집도 제가 직접 하고 있어요.

 

봄이 되면 마라톤 대회가 많아져서 더 바쁘시겠어요.


3월부터 많아져서 바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라톤 대회가 ‘서울국제마라톤대회’거든요. 그 대회가 올해는 3월 17일에 시작을 했어요. 그날을 기점으로 거의 매주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거예요. 1년에 대회가 400개 정도 되니까요. 많이 바쁘긴 해요.

 

첫 인사를 “러닝 전도사 안정은입니다”라고 하셨잖아요. 작가님에게는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알리는 일도 달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겠네요.


달리기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진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프라인 활동이 중요하긴 한데요. 우선 말씀드릴 것은, 제 직업이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작가이기도 하고, 칼럼니스트이기도 하고, 모델이나 이벤트 기획자이기도 하죠. 그런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직업은 그냥 달리는 사람, 러너예요. 그게 자연스럽게 홍보로 연결이 되는 것 같고요. 호텔에서 마케터로 일을 한 경험이 있으니까 마케팅이 재미있기도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흥미를 느껴서 계속 하고 있어요. 이건 일이라기보다 그냥 놀이처럼 재미있게 하는 중이에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55쪽)한 것이 지금의 나에게 모두 가르침이 되었다고 적으셨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맞아요, 대학 때는 연극배우 생활을 5년 정도 했어요. 그때는 직장에 다니기 전이니까 덕분에 사회 경험도 많이 쌓고,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것 같아요. 그것이 지금 모델 생활을 할 때도 도움이 돼요. 당시에는 시간 낭비, 돈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도움 안 되는 일이 없더라고요.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울며 달리던 때가 있었는데요. 달리기가 몸뿐 아니라 마음의 근력을 키워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그때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세요.


그때는 정말 매일 울던 때예요. 베개는 늘 젖어 있었고요. 아침에 깨자마자 눈물이 나니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눈을 계속 감고 있기도 하고 그랬어요. 매일 울면서 그렇게 1년 정도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혼자 버티는 시기도 지나버리고 주변 사람들, 가장 친한 친구나 친척들까지도 “사기 당한 것 아니야?”, “너 거짓말 하는 거 아냐?”라는 얘기를 했던 때예요. 너무 힘들고, 부모님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가족들과 사이도 조금씩 멀어졌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냥 울면서 집 밖으로 나간 거예요. 무심코 달려볼까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달리니까 숨이 가빠오고, 머릿속에 떠돌던 나쁜 생각과 잡념이 사라지면서 그 순간만큼은 굉장히 상쾌해지더라고요. 처음 달리기를 했던 그 날은 잠을 잘 잤던 것 같아요. 그 기분 때문에 다음 날도 달렸고요. 5분 달리던 게 7분이 되고, 8분, 10분이 된 거죠. 그게 지금 100㎞ 달리기까지 이어진 거예요.

 

처음 달리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시는군요.


네, 또렷이 기억이 나요. 2016년 4월인데요. 저는 그 날을 ‘터닝포인트’가 아니라 ‘러닝포인트’라고 말하고 있어요.(웃음)

 

“힘껏 달리고 나면 그 날을 버틸 힘이 생겼고, 원망하던 사람들이 서서히 용서됐다.”(17쪽)는 문장이 새롭게 느껴졌는데요. 심지어 달리기가 “오히려 좋은 휴식이 된다”(152쪽)고도 했어요.


달리기 하는 분들도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이에요. 누구나 집에서 쉬고 싶을 텐데 회사를 마치고 달리기까지 한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런데 그분들의 얼굴을 보면 훨씬 밝으세요. 달리기가 휴식이 되는 거예요. 스트레스도 날리고요. 또 술자리도 없으니까 다음 날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잖아요. 몸은 더 가벼워지고요. 진짜 휴식이 돼요.

 

 

‘패배했다’가 아니라 ‘도전을 이뤄냈다’


작가님이 달리기를 하시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뭔가요? 


저더러 포레스트 검프 같다고 하세요.(웃음) 하도 열심히 달리고, 잘 달리니까 ‘러닝 기계’라는 말도 종종 듣고요.

 

그런가 하면 권태기도 있었다고요.

흔히 ‘런태기’라고 하는데요. 사실 좋아 죽을 것 같은 사람과도 권태기는 있잖아요. 일에도 번아웃이 있고요. 당연히 달리기에도 권태기가 와요. 저는 권태기가 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요. ‘해야 하는데’하면 괜히 스트레스만 받거든요.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쉬면 좀 환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것도 안 되면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러 가면 좋더라고요. 달리지 않아도, 대회장의 분위기만 느껴도 다시 달려볼까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혼자 달리기에 지쳤다면 친구들과 같이 달리는 것도 권태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죠. 재미있는 건 이 방법이 달리기가 아닌 다른 것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이 힘들 때 동료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고요. 다른 사람들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활기를 느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달리기를 통해 배운 법칙들이 알고 보면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도 하셨죠.


패배는 있기 마련이에요. 큰 패배든 작은 패배든 언제나 있고, 그걸 견디는 근력을 쌓기가 힘든 것 같아요. 게다가 생활에서 패배를 하면 알게 모르게 손해가 있죠. 금전적인 손해라든지 커리어에 손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데요. 달리기를 하면서 겪는 패배는 나한테 전혀 손해가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 해주신 말인데요. 넘어졌을 때 바닥에 있는 예쁜 조약돌을 주워 일어나면 된다, 그러면 네게는 예쁜 조약돌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을 들으니까 위로가 많이 되더라고요. 저는 패배가 많아서 예쁜 조약돌이 많아요. 작은 패배를 견디는 힘이 마라톤을 통해 많이 생긴 것 같은데요. 매번 컨디션이 다르니까 좋은 기록이 나올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패배했다’가 아니라 ‘도전을 이뤄냈다’라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훨씬 좋더라고요. 그게 다른 일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도전을 이뤄냈다’는 말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기록 도전에는 실패했더라도 말이에요.


결과로만 이해를 하면 안 돼요. 특히 마라톤은 과정이거든요. 네 시간 동안의 과정이고, 한 시간 동안의 흐름이죠. 기록이 좋지 않아도 어쨌든 완주한 사람이에요. 기록이 나쁘고, 다리를 다쳤어도 어쨌든 완주한 영웅이니까 도전한 것 자체에 더 집중하고, 더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거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63쪽)고 한 말이 생각나네요. 완주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달리기 하시는 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제가 SNS에 올린 문구에 정말 공감을 많이 하셨다고요.(웃음) 달리다보면 생각도 많이 떠오르고요. 깨달음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거기에 공감하는 러너 분들도 많고요. 그게 참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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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달리면 완주가 힘들어요


책을 쓰는 것도 작가님의 러닝포인트 전후의 일들을 많이 정리하는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정말 그랬어요. 책 쓰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아요.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달리기를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시는구나, 많이 생각했어요. 가령 책 중반부에 시각장애인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파트너로 같이 달리던 분이거든요. 거리끼실 수도 있을 텐데 책에 사진이 나가는 것을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정은님이 하시는 일은 뭐든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좀 더 열심히 해서 건강한 달리기 문화를 전도하고 싶다, 전도해야겠다, 생각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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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정말 궁금해지는 거예요. 달리는 분들은 왜 그토록 달리기를 알리고 싶을까, 하고요.


맞아요, 절대 혼자 하려고 하지 않아요.(웃음) 저도 처음에는 달리기를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하다 보면 달리기 친구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들과 함께 해야만 더 멀리 갈 수 있거든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을 풀코스 달리기를 하면 절실하게 깨닫게 돼요. 어쩌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와 닿지 않는 말일 수 있어요. 10년이 걸려도 모를 수 있는데 풀코스를 달려보면 알게 돼요. 빠르면 4시간, 아니면 5시간 만에 이 문구를 가슴에 담게 되고요. 나아가 주변 분들에게 감사하게 되고, 같이 사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세계 곳곳에서 친구들을 만났다고도 하셨죠.


100㎞를 달리는 건 42.195㎞, 풀코스 달리기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거든요. 10㎞ 달리기와 20㎞ 달리기가 2배 힘든 게 아니고요. 거리가 늘수록 훨씬 더 힘들어져요. 그래서 100㎞는 혼자 달리면 사실 완주가 힘들어요. 언제 포기할까, 어떻게 포기할까, 그런 생각만 하는데요. 좋은 사람들과 같이 달리면 완주하고 뭐 먹을까, 어떻게 결승선에 들어갈까, 그런 생각을 나누면서 훨씬 더 멀리 나갈 수 있어요. 함께 달리는 건 더 많은 도전을 하게 하고요. 더 큰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달리기가 단순히 나의 건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꾸 생각하게 돼요. 흥미로워요.


몸이나 정신이 건강해지는 건 그냥 별책부록 같아요.(웃음) 제가 달리기로 진짜 배운 건 도전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걸 발견하고, 우물 밖을 탐험하려고 하는 마음이거든요. 달리기 전에는 항상 타인과 나를 비교했는데요. 달리고 나서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어제는 10㎞를 달렸으니까 오늘은 한 번 11㎞를 달려볼까, 하면서 나와 비교를 하니까 자존감도 높아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됐어요.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달리기가 어떤 해답을 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날 있었던 고민과 잡념을 말끔하게 지워주고, 감내하도록 하는 힘이 달리기에는 있어요. 내일을 다시 달릴 힘이 생기는 거죠. 누구나 넘어지는 경험은 하고요. 그건 잘못된 게 아니에요. 다만 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때 달리기만큼 빠르게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성격까지 바뀌었나요?


우선 부모님이 이 변화에 놀라시고요. 저를 어렸을 때 봤던 분들이 지금 저를 보시면 이렇게나 바뀌었느냐고 놀라세요. 표정도 밝아지고, 인상도 좋아졌다고요. 굉장히 내성적이었고, 말도 잘 안 하고, 질투도 많고 그런 성격이었거든요. 기본적으로는 생활 습관이 바뀌니까요. 전에는 술자리를 좋아했는데 술을 마시면 다음 날 달리기가 힘드니까 자연스럽게 금주를 하게 됐어요. 건강한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됐고요. 특히 기록을 위해 뛰어보자 생각하는 대회가 있으면 전날 식단 관리를 해요. 고탄수화물, 고단백질 음식을 섭취하죠. 그러다보니까 확실히 운동을 안 하시는 분들보다는 탄탄한 것 같아요. 이건 모든 러너분들의 공통 사항일 거예요.

 

5분, 10분을 달리다가 어떻게 처음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되신 거예요?


달리기를 시작한지 6개월밖에 안 됐을 때예요. 몸과 마음이 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뛴 거죠. 주변에서 다들 말렸거든요. 그래도 뛰었는데요. 당연히 힘들었죠. 이 힘든 일을 내가 왜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 장애인 마라톤을 처음 봤어요. 시각장애인의 경우 파트너와 끈을 연결해서 동반 주자로 뛰기도 하셨고요. 청각장애인이라 응원 소리도 듣지 못하면서도 42.195㎞를 뛰는 분도 계셨어요. 심지어는 양팔이 없어서 균형 잡기 힘들 텐데도 풀코스를 뛰는 분까지 계시는 거예요. 휠체어 바퀴를 밀면서 뛰는 분도 계셨고요. 저의 첫 마라톤에서 그분들을 보니까 나도 더 열심히 달려서 체력이 좋아지면 꼭 저분들과 동반주자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거죠. 그리고 2년 뒤에 똑같은 대회에 동반주자로 뛰었어요. 그때 만난 시각장애인 선생님과 지금도 연락을 하면서 지내요. 앞서 책에 흔쾌히 도움 주셨다고 했던 분이 그분이에요.

 

달리기를 통해 어디에도 없는 귀한 인연을 만난 거예요.


조금만 더 덧붙이면 시각장애인 분들 중에도 잘 뛰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젊은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의 수가 현저히 부족해요. 원래는 시각장애인 한 분 당 동반주자 두 명이 필요한데요. 인원이 부족하니까 1:1밖에 못하고 있어요. 더구나 잘 달리시는 분들은 더 많이 달리고 싶고, 빨리 달리고 싶고, 기록도 갱신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그런 분들과 맞는, 같이 달려줄 만한 분이 없는 거예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달리는 분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오늘도 잘 달렸구나


칼럼도 쓰시잖아요. 먼저 잡지사에 기고를 제안하기도 하셨고요. 그것 역시 도전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걸까요?


먼저 문을 두드려도 모두 응답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열 번 두드리면 한 번 답변이 왔을까요. 그래도 한 번이라도 답이 왔다는 사실이 저는 신이 났어요. 글은 써본 적도 없었지만 달리기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거든요. 그래서 우선 여행 관련 잡지에 실린 칼럼은 다 읽었어요. 끝맺음은 어떻게 할지, 어떤 글이 재미있는지 그 칼럼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게 됐고요. 사람들이 제 글이 재미있다고 해주시니까 자신이 생기면서 책도 써볼까, 해서 책을 내게 된 거였어요.

 

이 책도 작가님이 먼저 투고하신 거예요?


네,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은데요.(웃음) 마라톤을 하면서 퇴사할 용기가 생겼고, 2018년에 퇴사를 했어요. 그렇지만 가족들을 설득해야 하잖아요. 대기업에 다니던 딸이 퇴사하겠다면 당연히 부모님은 걱정을 하니까요. 그때 1년 동안 달리기 책을 쓰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거죠. 매일 서점과 도서관에 출근해서 달리기 책도 읽고, 책 쓰기 관련 책도 읽었어요. 서서히 목차가 잡히더라고요. 그렇게 책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원고를 썼어요. 10달 동안 써서 100%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했죠. 잡지사에 기고 메일을 보냈던 것처럼 그때도 마구잡이로 이메일을 보냈어요.

 

정해진 출판사 없이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원고 작업이 길어지고, 예정된 출판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힘들긴 했어요. 작년 11월에 싱가포르에 마라톤 참가 일정이 있었는데요. 싱가포르행 비행기에서 쌍무지개를 봤어요. 그걸 보고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무조건 원고를 완성해서 출판사에 투고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야겠다 다짐을 했죠. 진짜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새벽까지 원고를 쓰고 바로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그랬어요. 그곳은 마라톤을 새벽 3시에 시작하거든요. 너무 더워서요. 새벽까지 원고 쓰고, 잠 한 숨 안 자고 대회에 나간 거죠.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웃음) 투고하고는 한 군데만 연락이 와도 소원이 없겠다 생각했는데 거의 스무 군데 넘는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때도 많이 울었어요.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라는 제목도 원래 작가님이 정한 거였어요?


제목은 편집자님께서 강력하게 권해주셨어요. 프롤로그 첫 문장이 “오늘은 모리셔스의 태평양 바닷가를 달린다.”거든요. 그걸 보시고 제목은 이걸로 하자고 하셔서 정한 거예요. 여기에도 의미가 몇 개 있는데요. 저는 힘들어서 달리기를 시작한 거잖아요. 시간이 있고, 돈이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요. 큰 걸 바란 것도 아니었어요.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모리셔스를 달릴 만큼 인생이 변화했다’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모리셔스라는 아름다운 곳을 달리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해요.

 

달리기는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니까 재미있는 기획도 많이 가능할 것 같아요. 100일 크루즈 달리기도 기획하셨잖아요.


올해 말에도 100일 크루즈 달리기가 예정되어 있어요. 크루즈 내에서는 달리기 강연을 하고요. 데크에서 달리기를 해요. 기항지에 내리면 마라톤 대회에 참여를 하죠. 정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이미 잘 달리는 분들보다 달리기를 접해보지 않았던 분들을 이끄는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작년에도 지자체와 ‘런트립’이라고 해서 달리기 여행을 했었거든요. 대전, 부여, 공주, 익산 등 여행 가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달리기 여행을 가는 거예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구석구석을 달리면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정말 좋거든요. 굉장히 매력 있어요.

 

반려견과 함께 달리는 사진도 있었는데요. 반려견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대회도 있나요?


외국에는 대회도 있는데요. 아직 국내에는 대회는 없어요. 이벤트는 있었죠. 책에 실린 건 아식스에서 했던 이벤트였고요. 저도 제가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참가를 했었어요. 강아지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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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은

 

 

작가님은 달리기를 할 때 어떤 순간을 제일 좋아하세요?


다 달리고 나서 “그만”할 때요.(웃음) 그러면 오늘도 잘 달렸구나, 생각하죠.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달릴 때는 저도 힘들어요.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 생각하는데요. 같이 달리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참고 뛰는 거죠. 그러고 나면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잘 뛰었다, 내일도 잘 달려야지, 하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오거든요. 그게 정말 좋아요.

 

달리기를 시작해볼까, 하는 분들에게 준비 사항을 조언해주신다면 어떨까요?


준비물은 없어요. 집에 나뒹구는 편한 운동화와 막 입는 티셔츠, 바지만 입고 나오시면 돼요. 혼자 달리셔도 좋은데요. 전국에 달리는 크루들이 엄청 많거든요. 제가 달리기를 전파하듯 그분들도 마찬가지니까요. 열린 마음, 즐기는 마음으로 오시면 이후에 달리는 일은 그분들이 알아서 도와줄 거예요.(웃음)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세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학생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처음 제가 달리는 시기와 비슷하기도 하고요. 조금 더 일찍 달리기를 접한다면 인생에도 조금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당연히 넘어지는 날이 있겠지만 다시 일어나는 힘을 달리기를 통해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책 작업도 계속 하시는 거죠?

네, 제가 투고했을 때 연락을 받은 출판사와 다 미팅을 했어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요. 그때 한 곳에서 에세이 제안을 주셔서 쓰고 있고요. 기획서를 쓰고 있는 게 또 있는데요. 여행서예요. 서울 달리기 책을 내고 싶어요. 같이 일하는 러닝 전문 포토그래퍼 분이 계셔서요. 그분과 협업해서 만들어보려고 기획서를 쓰는 중이에요. 되면 좋겠어요.(웃음)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안정은 저 |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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