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 올해 마이크임팩트에서는 30대를 준비하는 여성들을 위한 강연 ‘원더우먼 페스티벌’을 열었다. 배우, 작가, 아나운서, 언론인 등 여러 연사가 청중들의 마음을 훔쳤고, 특히 올해로 ‘4’라는 숫자와 친해진 출판인 구모니카의 강연이 큰 호응을 얻었다. 방송사 AD,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자 등을 거쳐 9년 전, 1인출판사 M&K를 설립한 구모니카 대표. 그녀는 30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좀 늦게 알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말한다. “서른에 들어서도 여전히 예쁘고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고. 일과 사랑, 결혼이라는 큰 선택을 앞둔 그녀들에게 “생각의 틀을 버리고, 나만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라”고 재촉한다.
“30대를 앞둔 후배들이 많이 물어봐요. 30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냐고. 글쎄요.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라는 에세이, 아세요? 30대에 들어서면 무엇인지 모르는 이상한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죠. 그런데 30대가 된다고 내 삶이 특별하거나 이상하게 변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20대 동생들을 보거나 40대 언니들을 봐도 삶은 그냥 흘러가요. 올해 저는 마흔이 됐어요. 만으로는 아직 서른아홉이죠. 이제 저는 마흔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참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인데, 어른들도 마찬가지에요. 아직도 모르겠다고, 갈피를 못 잡겠다고요. 과연 인생에 답이 있을까요? 자학하고 고민해봤자 인생이란 그런 거라고. 이런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작가로 보여요
어릴 적부터 골목대장을 자처하며 학창시절에도 ‘여자들의 대변인’으로 통했던 구모니카 대표.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호탕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져서 큰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작가’로 보인단다.
“다 끌려요(웃음). 장점이 먼저 보이거든요. 누구든지 자신만의 삶의 철학이 있고 경험이라는 게 있잖아요. 잡지기자 때 습관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의 특성이 아이템인 거예요. 내가 모르는 삶의 방식이니까, ‘아 이런 삶이 있었어?’라고 듣게 되는 거죠. 매력을 먼저 보게 되는 게, 제 본성이자 성격인 것 같아요. 물론 겪다 보면 단점도 보이고 남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이 사람을 파악하죠. 다만, 처음에는 무조건 사랑에 빠져요(웃음).”
2011년 SBS <짝> 13회 ‘노처녀 노총각 특집’ 편에 ‘100번 연애녀’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구모니카 대표. 당시 시청률 경쟁을 하던 <무릎팍도사>가 결방을 하는 바람에 총 4회 분량에 출연했고 시청률도 높았다. 어떻게 연애를 100번이나 할 수 있냐며, 특히 남자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대신 털털하고 소신 있는 성격 때문에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꽤나 응원을 받았다.
“짧게 스친 인연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들도 일일이 세어보면 그럴 수 있지 않나요? 당시 싱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연애 과정도 살펴보고 또 어쩌면 내게도 근사한 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연했죠. 제가 독신주의자가 절대 아니거든요(웃음). <짝>에 출연하면서 얻은 장점이요? 음. 결혼을 하고 싶어하고 짝을 정말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알게 된 것, 아닐까요.”
<짝>에 출연한 뒤 구모니카 대표는 『나는 독한 여자를 연기한다』를 펴냈다. <짝>을 찾겠다고 TV에 출연해놓고 싱글을 예찬하는 책을 썼냐며, 질책을 듣기도 했단다. “그런데 싱글이라고 결혼 안 하겠다는 거 아니잖아요. 잠재적 구혼자인 거죠. 다만 지금 짝이 없을 때도 열심히 살자. 재밌게 살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실패? 상처? 이런 게 다 인생의 ‘소스’에요
일찌감치 1인출판사를 설립한 구모니카 대표는 강의를 나갈 때마다 듣는 질문이 있다. “사업, 위험하지 않아요?” “어떻게 시작했어요?” “불안하지 않아요?” 등이다. 구 대표의 대답은 언제나 “힘들지만 후회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젊은 여성들의 큰 고민이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 워킹맘을 잘할 수 있을까잖아요.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던 저도 문득, 내가 계속 이렇게 직장인으로만 살 것인가가 고민이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니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30대가 되어 보니, ‘왜 사람들은 모두 9 to 6 삶을 사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모든 일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이뤄지겠어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집에서 일을 하다가 점심 때 출근하면 안 되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고민을 좀 했는데 짜증이 확 났어요. 무조건 직장을 다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표를 썼죠.”
경력을 살려 프리랜서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결론은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결심을 굳힌 뒤 바로 아버지의 가게 한편을 빌려 일을 시작했다. 보통 작은 회사의 대표는 ‘실장’으로 명함을 새기지만, 구 대표는 ‘사장’을 택했다. 일을 제대로 한다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표 명함을 건넨다고 저를 어려워하고 그런 일 한 번도 없었어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왜 겸손해야 해요. 일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거죠. 대부분 10년 이상 출판 일을 해오신 경력이 많은 분들이 출판사를 차리지만, 저는 그 정도의 경험은 없었잖아요. 주변에서 1,2년 출판 일을 해놓고 무슨 출판사를 차리냐고 말도 많았어요. 그런데 젊으니까 쉽게 시작한 거예요. 시작했다 실패하면 젊어서 접는 게 더 낫잖아요. 젊으니까 더 많이 질러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출판사 대표가 된 후 ‘젊은 사장의 일기’라는 표제로 에세이집 『사장수업』도 펴냈다. 초짜 사장, 젊은 사장으로서 겪는 우여곡절과 에피소드를 꼼꼼히 기록했다. 책을 보고 찾아온 여러 독자들의 출판사 개업을 직접 돕기도 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알아서 하잖아요. 오히려 나이가 있고 경험이 많은 분들이 더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어하시니까요. 가끔 강연을 하면, 진짜 열심히 듣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대부분 소심한 친구들이 더 많이 들으려고 하고, 구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진짜 사업을 저지르는 분들은 행동파인 분들이 많아요. 책, 강의 이런 거 안 듣고 그냥 부딪혀 보는 거죠. 물론 실패도 있고 아픔도 있죠. 그런데 젊으면 확실히 아무는 시간이 더 짧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참 많았거든요. 아버지가 굉장히 엄격하고 칭찬에 인색한데, 사회생활에서 만난 상사나 선배들도 똑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두려움 없이 일단 하고 보자, 이런 성격이 된 것 같아요.”
현재 서일대학교 미디어출판과에서 디지털콘텐츠비즈니스 강의를 하고 있는 구모니카 대표는 전자출판사 디지텔링 대표, KPC(한국출판콘텐츠)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한국외대에서 문화콘텐츠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다. 일주일 스케줄이 빼곡하지만 웬만하면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자전거를 탈 때도 한창 페달을 밟다가도 잠깐은 떼어야 하잖아요. 잠깐 쉬는 타임이 있어야 하는데, 제 성격 탓인지 못 쉬겠어요. 이상한 강박이 있어요. 30대 때는 회사도 힘들고 해서 조금 쉴까 했는데, 또 박사 과정에 들어가고. 전문분야에서 연구하는 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거 꼭 받아먹어야 할 것 같고(웃음). 그래서 요즘도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다 가요. 예전에는 안 불러줘도 잘 갔고요(웃음).”
일기 써보세요. 샌드백 효과 있어요
구모니카 대표는 모든 사람들을 ‘작가’로 보는 까닭에 출판사로 오는 투고도 언제나 꼼꼼히 본다. 처음 출판사를 열었을 때는 모든 투고자를 직접 만났을 정도. 최근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모든 글이 책이 될 수 있다’고 접근하고 있다. 다만, 필력은 기본으로 본다.
“독자들의 호응이 있을 만한 책 위주로 안 볼 수가 없어요. 필자의 유명세를 떠나서 경력의 특이성, 집필의 특이성을 눈여겨보죠. 샘플 원고를 받고서 저자를 만나 ‘이 책은 전자책으로 접근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대부분 기분 나빠하죠.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언젠가 정말 꼭 필요한 인쇄물로 봐야 할 책만 만들 세상이 올 거든요. 전자책 시장이 매해 기복이 심한데, 출판인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에요.”
콘텐츠 자체부터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구 대표의 견해다. 조아라닷컴 등 장르소설사이트가 이미 선점해놓은 전자책 시장을 빼앗아오는 것이 아니라, 상응하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구모니카 대표는 “전자책에서 종이책의 감성을 준다는 관점이 아니라, 전자책만이 줄 수 있는 강점, 새 장르를 구축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페이스북에 ‘노처녀 희숙 대리’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올리고 있어요. 그 전에는 핸드라이팅 일기를 썼는데 요즘은 페이스북이 소통 수단이잖아요. 짧은 글이지만 올리기 전에 노트북에 한 번 쓰고 나서, 정제된 글을 올려요. 나중에 이게 또 책이 될지 어떻게 알아요. 책으로 내보자는 분들도 계시고요. 페이스북을 홍보를 비롯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메모장이라고 꼭 써보고 올리라고 말해요. 필터링을 한 번 한 글과 안 한 글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나를 돌아보게 돼요. 어제 쓴 글을 보면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었구나’ 싶기도 하고, 누구랑 싸웠을 때는 ‘내 잘못이었네’ 반성도 하고 그래요. 어차피 본인이 쓴 글이잖아요. 어디든지 충분히 내가 쓴 글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M&K 출판사는 올해로 9년, 내년이면 10년차 출판사가 된다. 지금까지 펴낸 책은 전자책을 모두 합하면 100여 권. 구모니카 대표는 “창고에 쌓인 책들을 보면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때때로 출판시장이 너무 어려워질 때면, 일찌감치 사장이 된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한다.
“사업의 맹점은 끝낼 수가 없다는 거예요. 창고에 내 새끼 같은 책들이 한 가득 쌓여있는데 지금 그만두면 이 책들을 폐지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한 권 한 권 정말 열심히 만든 책인데 그럴 수야 없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죠. 지금은 직원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정 수입은 꼭 따로 있어야 한다고들 하나 봐요. 제가 강의를 하고 또 글을 쓰는 것도 다르지 않고요.”
금방 사랑에 빠지는 구모니카 대표. 어릴 적부터 책과 친했던 까닭인지, 천천히 사랑에 빠진 책과는 이별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언젠가 철학과를 배경으로 시트콤을 한 편 쓰고 싶다는 그는 방송사에서 일반인 개그맨을 모집하면 꼭 지원하고 싶단다. ‘박사 출신 개그우먼’ 멋지지 않냐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취업한 친구들한테 말하고 싶어요. 지금 네가 들어간 직장이 평생 직장이 아닐 거라고. 우리는 영원히 꿈을 꾸고 터닝 포인트도 있잖아요. 또 갑자기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마르케스는 할아버지가 돼서도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같은 멋진 책을 썼잖아요. 저도 그런 소설 한 편 쓰는 게 소원이에요. 언젠가 노력하면 이뤄지지 않겠어요?”
프로페셔널, 대량생산, 메가트렌드 다 지나갔어요. 점점 더 아마추어리즘, 다품종소량생산, 마이크로트렌드 시대로 가고 있어요. ‘힘’이 저 멀리 가고 ‘개성’과 ‘다양성’의 시대,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 보헤미안의 시대가 오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쓸 만큼의 돈을 벌고, 그 수준에 만족하는 삶을 살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 거죠. 눈물이 날 것 같은 깨달음이었어요. (『스물아홉, 서툴지만 괜찮은』 p.132~1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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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아홉, 서툴지만 괜찮은구모니카 외 공저 | 엘도라도
누구나 30대가 가까이 다가오면 한번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아직 젊다고만 치부하기에는 마냥 좋을 수 없는 혼돈의 나이다.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초조함과 결정하기 힘든 망설임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면서도 이제 좀 더 성숙해질 것 같은 설레임이 공존한다. 《스물아홉, 서툴지만 괜찮은》에는 이제 30대를 바로 앞두고 있거나 갓 들어선 이들이 겪고 있는 일상과 미래에 대한 이상이 펼쳐져 있다. 하루하루 익숙하게 생활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조용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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