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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 “저처럼 사연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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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이 크게 소리 지르고 나면, 내가 조금 질러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이 들잖아요.” 김윤나 저자는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을 믿어요』  는 소리 높여 전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중에는 7살 때 경험한 부모의 이혼,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성취에만 연연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속으로만 삼키지 않고 세상에 꺼내놓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당신의 상처도 드러낼 수 있기를’, 그럼으로써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직 상처와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다독이며 저자는 말한다.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당신을 믿는다고.

 

김윤나 저자는 코칭심리전문가로서 활발한 코칭, 강연,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말 그릇』  을 비롯해  『슬기로운 언어생활』  ,   『자연스러움의 기술』   등을 집필한 그는 “말 잘하는 방법이나 어려운 관계를 해결하는 법을 묻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유난히 버거운 이유를 찾다 보면 또다시 ‘마음’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한다. 현재 ‘THE연결’의 대표로 수많은 기업에 출강하며, 심리상담센터 ‘헬로스마일’ 평촌센터장으로 마음건강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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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뱉어내야 돼요


이전에 쓰신 책들과는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에요. 코칭보다 ‘마음’에 더 방점이 찍힌 것 같다고 할까요.


사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거나 활동했던 분야는 사람의 마음이거든요. 그 중에서 한 조각이 ‘말’인데, 그게 저의 아이덴티티처럼 부각되고 있어요. 대화법 코칭 요청도 많았어요. 독자 분들이 책의 내용을 첫 번째로 봐주시기를 바라지만, 그 뒤에 저자를 궁금해 하신다면, 제가 원래 하던 일의 전체 파이를 봐주시면 좋겠어요.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꼭 제 얘기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독자를 만난 적 있으시다고요. 그때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그때는 도망치듯 나왔어요. 그 친구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고 저는 이제 한 발 뺀 사람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돌이켜 보면 헛다리짚는 응원들도 많이 들었었거든요. ‘좋은 날 올 거야’ 같은 말 있잖아요. 제가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도망치듯 나왔는데, 집에 가는 길에 굉장히 오래 생각을 했죠.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어떻게 있었지?’ 하는 생각도 하고요. 강연을 다니는 사람의 입장이 되고 보니까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싶기도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당시 경험이 이번 책을 쓰는 데 영향을 미쳤나요?


굉장히 미루어진 거예요. 그때의 장면이 오래 기억나는 데 비해서 원고가 잘 안 써지더라고요. 그래서 미루고 도망 다니다가 우여곡절 끝에 나온 책이에요. 

 

상처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이번 책 같은 경우에는, 첫 번째로 저의 해결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끙끙 앓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저도 쓰면서 느낀 건데, 완전히 해소된 이야기들은 쉽게 빨리 써지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글은 묵혀뒀다가 다시 쓰게 됐어요. 아직 나한테 해결이 안 된 문제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고려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특히 엄마가 그랬고요. 책이 나오기 전에도 소모임이나 강연에서 제 이야기를 일부 했었어요. 그러면 꼭 찾아와서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그런 말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구나,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걸요. 옆 사람이 크게 소리 지르고 나면 내가 조금 질러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 마음을 붙잡지 않았으면 이 책을 끝까지 못 썼을 것 같아요.

 

상처는 담아두는 것보다 꺼내놓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꺼내야죠.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한테 계속 사인을 보내요. 상처라는 것 자체가 둥글둥글한 형태가 아니라 뾰족한 형태예요. 계속 우리 안의 어딘가를 맴돌면서 생채기를 내요. 꺼내지 않으면 내 안을 지킬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뱉어내야 돼요. 상처를 가진 사람이 뱉어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까지가 절반의 몫이고요. 나머지 몫은 그런 고백을 받은 누군가의 것이에요. 상대의 상처를 일반화시키거나 ‘오두방정 떨지 말아라’, ‘네가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고 잘 받아줘야 하는 거죠. 이 두 가지가 잘 만나야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책은 첫 번째에 조금 더 많이 방점이 있고요. 언젠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서 마음껏 써보고 싶어요.

 

“I’ve been there”라는 문장이 나오는데요. 아픈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아닐까 싶어요.


꼭 책에 써야지 생각하고 메모해둔 문장이에요. 특히 전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을 믿어요』  라는 책의 제목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처음 출판사와 이야기할 때부터 ‘나를 믿지 않으면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결국은 나를 믿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를 믿는 동시에 누군가가 믿어줄 때 그런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말했었어요. 그걸 제목이 다 함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상처를 감당할 만한 힘을 가졌다고 믿지 못한다”고 하셨죠.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지금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거절이나 불안을 경험한 유년시절이 있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작은 거절에 바르르 떠는 거죠. 그걸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아버지의 거절로 인해서 생긴 거야’라고 알게 됐다면, 그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렇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다 그런 과거 때문이야’라고 하는 건, 절반의 책임에서 물러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러면 나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요. 두 가지가 같이 만나야 될 것 같아요. 지금의 일들이 다 과거 부모님의 영향으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면, 부모보다 자신을 더 못 믿는 거잖아요. 나한테 영향을 준 부모가 더 힘이 세다고 믿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 거죠. 그럴 때 제일 안타까워요.

 

과거에서 원인을 찾았다면, 거기에서 멈추지 말고 뛰어넘어야 하잖아요. 그럴 때 ‘셀프 토크’가 많이 도움 될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혼잣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셀프 토크라는 개념도 몰랐지만 인형놀이 하듯이, 거울 보듯이, 일기 쓰듯이, 내 안의 두 명을 불러내서 놀이처럼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셀프 토크라는 개념을 배운 다음에는 조금 각색해서 활용하면서 많이 도움이 됐고요. 지금도 엄청 많이 쓰고 있어요. 저희 아이들한테도 알려주고 있고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책에서 몇 가지 예를 드셨어요. “나한테 도움이 되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있니?”,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뭐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거죠?


저희 첫째 아들이 지금 일곱 살인데, 한창 무서운 꿈을 많이 꿀 때예요. 그래서 드림캐쳐를 사줬는데, 이걸 옆에 두면 무서운 꿈을 안 꾸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 안에 두 명의 목소리가 있대요. 한 명은 ‘드림캐쳐가 정말 너의 꿈을 지켜줄 거야’라고 하는데 다른 한 명은 ‘아니야, 저거는 소용없어, 그냥 천일 뿐이야’라고 말해서 둘이 싸운대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너한테 도움을 주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어 봐, 그러다 보면 그 친구가 한 번 이기고, 이길 때마다 힘이 세져서 점점 더 성공 확률이 높아져’라고 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믿고 해보는 게 셀프 토크에서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셀프 토크를 한다고 단번에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지만, 결국 한 번은 이기게 되거든요.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그 목소리에 더 자신이 생겨요.

 

셀프 토크를 하다 보면,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감정과 거리를 두고서 자신의 질문을 객관화할 수 있고요.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위에서 바라볼 수 있어요. 조망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다 조망 능력을 키우는 거거든요. 잘 안 되도 자꾸 시선을 위로 옮겨서 나를 봐야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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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내면의 알람이 있어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면, 성장한 뒤에도 부모에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일단, 아이는 약자예요. 아무리 난장을 피우는 아이라고 해도 결국은 부모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약자, 절대적인 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해야 될 말과 넘지 말아야 될 선을 알게 되고, 내가 어떤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 빠르게 알아채죠. 그리고 을은 자기가 원하는 걸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잖아요. 그렇게 한 번 세팅이 되고 나면, 청소년기에 이르러서 그걸 뒤집으려고 전쟁을 하지만, 결국 뒤집어지지 않고 그대로 성인이 되면 더 한 상황인 거죠.

 

아이가 부모에게 양가감정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거예요. 사랑하지만 밉기도 하고, 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당신은 부모를 미워해도 되지요. 누구나 그렇죠”라는 말이 “나를 구해냈다”고 쓰셨어요.


그 감정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저처럼 애어른으로 자라는 자식들은 부모님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자랐고, 그렇게 힘든 와중에 너를 학교까지 보낸 부모님을 거역하면 안 된다는 굉장히 강력한 시선들이 그 아이의 세계를 만들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데 왜 미운 감정이 안 생기겠어요. 특히 을의 입장에서는 더 그렇죠. 그런데 그걸 표현할 수 없고, 표현해도 받아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감추는 거죠.  『말 그릇』  에서도 다뤘지만, 감정은 차별하는 순간 문제가 생겨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대가 부모이든 친구이든, 고스란히 느끼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 힘들어하지 말고 미워해도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결국은 사랑받길 원했던 ‘나’를 알게 되거든요. 미워해도 된다고 말해도 쭉 미워만 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진짜 부모를 미워하던 자식도 자기 감정의 바닥까지 가면 보고 싶다고 울어요. 자유를 주면 자기가 알아서 감정들을 다 정리하게 되는 거죠.

 

“부모를 원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아빠를 사랑했던 기억들도 함께 떠올랐다”고 적으신 부분이 떠오르네요.


내 마음이 바닥이 어디인지 몰랐는데, 일단 바닥까지 내려가 봐도 된다고 하니까 ‘아, 바닥이 이렇구나’ 하고 다시 치고 올라온 것 같아요. 상담하면서 아빠를 실컷 원망하기도 하고, 걸러지지 않은 감정들도 다 이야기하고 나니까 ‘왜 미워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은 사랑받고 싶었던 거잖아요. 지점은 하나인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조금 험난한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그렇게 해서 뭐하냐?’ 싶어서 바닥을 안 가보면 하나의 지점까지도 못 가는 거예요. 그냥 지금 있는 위치에서 사는 건데, 그러면 자신의 삶의 반은 차단하고 사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사는 삶이 충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감정을 직시하지 않고 기피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아프다’고 하지 않고 ‘이해한다’고 말하고, ‘슬프다’고 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책에도 썼는데, 밖에서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제가 뛰어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정말 어이없는 사건이었어요. 머리 감다 말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달려갔었거든요. 그 사건이 아니었으면 저도 그랬을지 몰라요. ‘그런 장면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렇게 깊게 감정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한테는 그게 내면의 알람이었어요. 어쩌면 제가 내면의 알람을 예민하게 듣는 직업군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봤고, 그런 현상이 저한테 크게 알려준 것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사건 없이 그냥 가는 거죠. ‘지금이 알아봐야 될 때야’라는 알람이 안 울린 거죠. 제가 믿기로는 사람마다 다 그런 알람이 있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알람이 망가지면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거죠.

 

일찌감치 알람이 울렸던 덕분일까요? 7살 때 헤어졌던 어머니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재회하셨는데, 그때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셨더라고요.


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엄마를 만나면 이렇겠지?’ 하는 생각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만나러 갔었거든요. 계획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강의 준비하느라 책을 읽다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만났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제가 굉장히 당당하게, 꼭 오랫동안 할 말을 준비한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때 이런 말을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때 이렇게 보여줄 걸’ 같은 생각도 없어요. 후회하지도 않고요. 잘 만났다, 잘 하고 왔다, 그런 생각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부분은 굉장히 빨리 썼어요. ‘그 장면은 내가 참 오랫동안 정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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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잘못이 아니에요


예전의 저자님은 ‘일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열심히 바쁘게 사셨던 것 같아요.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을까요?


제가 그렇게 병이 깊은지 몰랐어요(웃음).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래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좋은 기회를 얻기도 했는데, 멈출 줄 모르더라고요.  『말 그릇』  을 내고 난 직후에도 제가 쉬지를 못한다는 걸 느꼈어요. 운 좋게  『말 그릇』  이 생각보다 더 잘됐는데, 그러면 조금 쉬어도 되잖아요. 그런데 못 하더라고요. 이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졌지만 근본적으로 많이 좋아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그나마 많이 바뀐 거예요. 특히 아이 낳으면서 많이 변했어요.

 

‘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인정받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이 되기 쉬울까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사랑받고 싶잖아요. 그런데 내가 하나를 내놔야 그 사랑이라는 게 주어진다는 경험을 하면, 그걸 내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기꺼이 감행하겠어요. 저도 그래왔어요. 그러면서 ‘무조건적 존중’,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책들을 읽었는데(웃음), 이게 와 닿지가 않는 거예요. ‘이런 게 있나?’ 싶은 거죠. 그런데 결혼을 해보니까 ‘아, 있구나!’ 싶은 거예요. 저희 신랑이 엄청 좋은 신랑은 아니지만(웃음), 제가 확실히 느낀 건 ‘아, 나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라는 거였어요. 그걸 신랑한테서 처음 느껴봤어요. 그 사람을 통해서 회복이 많이 됐죠.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조건 없이 사랑을 줘보니까 ‘그런 사랑이 있구나’ 싶은 거예요. 그러면서 이론과 실제가 점점 맞아 들어간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처를 꺼내놓는 사람의 몫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옆에서 지켜봐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의 몫인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올 수 있는 내가 되어가는 것도 중요해요. 자기만의 세계의 섬이 되는 것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섬이 된다는 건, 혼자서도 설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하나의 섬이 와서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되는 거잖아요. 내가 섬이 안 되어 있으면 이상한 사람만 오는 거예요. 서로 분화 수준이 같은 사람이 연애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 말이 맞죠. 나의 몫이 있고 상대의 몫이 있지만, 올바른 상대가 나타나는 것도 내가 제대로 된 섬이 됐을 때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 사람이 왔을 때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도 나의 눈이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시작은 100이에요.

 

“당신이 겪어온 고통이 당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은 아니듯, 오늘의 소소한 행복 역시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쓰셨는데, 굉장히 힘이 되는 말이었어요.


제가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거예요.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내가 조금 더 배운 부모, 조금 더 따뜻한 부모, 조금 더 여유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좋았겠죠. 하지만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가 책임져야 될 시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앞으로의 시간이에요. 그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책을 읽으시고 ‘내가 그때 이랬구나, 이럴 수 있었구나’ 하고 분석하시는 것도 좋지만, 그러고 나서 꼭 나를 다독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참 대견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 하고요.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나와 같은 편에 서서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지’ 바람을 밝히셨어요.


글을 마무리할 때 추천 대상 세 그룹을 생각했는데요(웃음). 첫 번째로는 저처럼 사연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고요. 두 번째는 그의 주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쟤는 유별나다, 까다롭고 이기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특히 부모님들이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상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사람을 깊게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주변에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위로해야 될지 모를 때, 쓱 건네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면 좋을 것 같으세요?


슬픈 감정에서 끝나지 않으면 좋겠어요. 슬픔 끝에 위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책장을 덮었을 때 ‘너무 슬펐다’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 ‘그래, 잘해왔어. 괜찮아’ 하고 나를 다독이는 말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따뜻한 온도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믿어요김윤나 저 | 카시오페아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을 밀도 높게 담으며 깊숙이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로 읽는 과정 자체를 진한 공감의 순간으로 만든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늪에서 빠져나와 본래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조금씩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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