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어도 살이 잘 안 빠진다. 잠을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는다. 체질 탓이라고 하는데, 혹시 장내 환경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건강 상태를 좌우하는 장에는 다양한 세균이 살고 있다. 크게 유익균과 유해균, 중간균으로 구분하는 세균 무리는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세력이 달라진다. 고된 다이어트와 지겨운 요요 현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장내 세균부터 돌아봐야 한다.
『평생 살찌지 않는 기적의 식사법』은 음식을 통해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드는 10가지 식습관을 소개한다. 장 건강을 위한 요구르트, 체질을 바꾸는 양배추, 유익균을 늘리는 양파 초절임 등 주변에서 흔히 구하는 음식 재료가 구체적으로 왜 좋은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요리법까지 기재해 쉽게 시도해볼 수 있게 했다.
책 감수를 맡은 김남규 교수는 세브란스 대장항문외과 교수로 지난 25년간 1만 건이 넘는 대장암 수술을 진행한 베테랑이기도 하다. 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방송과 강연을 통해 건강한 장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안 찐다면
『평생 살찌지 않는 기적의 식사법』의 감수를 맡으셨어요.
감수에 대한 경험이 많진 않지만, 올해 6월에 『몸이 되살아나는 장 습관』을 낸 계기로 맡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장내 환경 관점에서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비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평균 10명 중 4명이 비만이에요.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고요. 이걸 놔두면 심각한 보건 문제가 됩니다. 대사증후군, 당뇨병,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무엇보다 암과 관련되어 있어요. 비만 환자에게는 암이 더 잘 생긴다는 통계가 나와 있어요.
오랫동안 대장항문 질환을 연구해 오셨죠?
외과 의사라 주로 병든 장을 잘라내는 역할을 해 왔는데요, 과거에는 없던 질환이 많아지면서 외과적 시술이 늘어났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3, 4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대장 자체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대장질환 종류도 적었고 빈도도 낮았어요. 따라서 전공하는 의사들도 별로 없었고요. 지금도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음식을 섭취해 위에서 소화하고 소장에서 흡수하고, 대장은 노폐물을 배출만 하면 끝이라고 여겨요. 통로 역할로만 생각한 거죠. 지금은 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장이 ‘제2의 뇌’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하루 2000cc 액체가 몸에 들어온다면 대장에서 1800cc 정도를 흡수하고 나머지 200cc 정도가 배출됩니다. 상당히 적은 양 안에 노폐물을 농축해서 배출하는 거죠. 그래서 스펀지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그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에 가장 기본적인 신경 단위를 뉴런이라고 해요. 이 뉴런 집합체는 주로 뇌와 척수에 있다고 알려져 있었어요. 척수에 뉴런이 1억 개가 있었다고 한다면, 소장과 대장 장벽에 뉴런 수가 5억 개가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장이 기분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빠진다고 하죠. 몸 전체에 세로토닌이 100이라고 하면 그중 70은 장에서 나옵니다. 또 재밌는 것은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빠지면 우울증이 많이 생겨요. 장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뇌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거꾸로는 장내 미생물 변화를 유도하고 생활 습관을 바꿔서 유익균을 많이 양생하는 쪽으로 환경을 바꿔가면 치매나 자폐증 등의 증상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이런 과학적 사실이 발견되면서 뇌와 장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런 점 때문에 ‘제2의 뇌’라는 명칭이 나온 것 같습니다.
『평생 살찌지 않는 기적의 식사법』에서 유익균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설명했는데요. 장내에는 유익균과 유해균, 중간균이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중 중간균인 퍼미큐티스는 ‘뚱보균’이라고 불린다고요.
표현을 뚱보균으로 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중간균의 하나인데요. 편의상 저도 뚱보균이라고 말할게요. 뚱뚱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 상태의 장내 환경을 가진 정상 체중 쥐에게 투여하면 쥐가 뚱뚱해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똥보균은 지방을 저장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퍼미큐티스 균뿐만 아니라 장내미생물에 관계된 다양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인데요, 어쨌든 우리가 주목할 점은 중간균이 유해균 쪽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겁니다. 가공식품이나 정크 푸드, 기름기 많은 음식, 당 지수가 높은 음식 등을 오랫동안 먹으면 중간균이 유해균 쪽으로 갑니다. 똑같이 먹으면서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안 찐다면, 장내 미생물의 미묘한 변화 때문이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식습관
양배추 초절임, 버섯, 양파, 찰보리 등 일본식 식단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메보시와 된장국 등도 나오는데, 사실 우메보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은 아니죠. 된장국도 미소 된장을 말한 거라 한국의 된장국과는 차이가 있고요. 하지만 후지타 고이치로 저자가 쓴 책을 몇 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의사로서 장 건강과 장내 세균에 대한 책을 많이 집필해 관심을 두고 있었고, 내용을 보니 상당히 실제적인 레시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책과 차별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다이어트 책이나 장 건강 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책의 핵심은 결국 먹으면 살찐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식생활을 올바르게 하면 살찌는 부담이 적어진다는 내용인데요. 사람들이 개념을 알아도 실천하기 어렵잖아요. 뭘 먹어야 할지 모르는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레시피를 지정해 줘요. 건강한 야식도 언급합니다. 야식이 몸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다 알아요. 하지만 먹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야식을 먹지 말라고만 하는 게 아니라 칼로리가 낮고 장에 부담이 적은 메뉴를 제안하고 있어요.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져요.
처음 소개된 식품이 유청이에요. 인크레틴이 들어 있어 소화 속도를 줄이고 흡수가 많이 되도록 한다고요. 요구르트가 장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유청은 새로웠어요.
저도 책을 보면서 배웠어요. 사실 요구르트를 가라앉혀 뜨는 것만 먹는 게 쉽진 않아요. 일반적으로는 유산균을 많이 먹지요. 식물성 유산균이 좋다는 저자의 주장도 있었는데요. 우리 식품 중에도 김치가 유산균이 많잖아요. 최고의 건강식품이고요. 유산균은 위하고 췌장을 지나면서 산성도가 높아 많이 죽는데, 식물성 유산균은 그걸 견뎌서 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우리가 고유 발표 음식을 통해 식물성 유산균을 섭취한다면 우리 장에 도움이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도 잘 얻을 수 있고요.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장내 미생물… 여러 개념이 많습니다.
프리와 프로를 구분하는 건 아무 소용 없어요. 그냥 대체품일 뿐이에요. ‘OO 바이오틱스’ 이름 붙인 상품 참 많이 파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식단이 문제 있다고 생각하면 식단을 먼저 바꿔야 해요. 나쁜 식단을 유지하면서 아무리 상품화된 유산균을 먹어봤자 소용없어요.
저탄고지, 혹은 FMD라 불리는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장내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많이 먹는 게 장내 환경에서 미생물에게 좋을지 의문은 듭니다. 그저 유행에 현혹될 게 아니라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기를 권유하고 싶어요. 건강한 다이어트란 식사를 하면서 체중감량을 계획적으로 하는 거예요. 대개 급격한 감량은 단식이거나 아프거나 둘 중 하나에요. 먹지 않는다면야 살이 쭉 빠져요. 그런데 요요가 금방 와요. 그래서 자기 체중의 10%를 3개월 이내에 빼라는 거예요. 칼로리 계산해서 식사하고, 식단 가리고, 그리고 동시에 운동해야죠.
스트레스도 장내 균을 바꾸는 원인이 된다고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나 카테콜라민 등 유해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런 것들이 장내 유해균을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항생제에 관한 언급도 있었어요.
중요한 언급입니다. 의학 분업으로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항생제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남용이 줄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조금만 아프면 항생제 가지고 있다가 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항생제를 먹으면 장내 유익균이 많이 죽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고, 조금만 아파도 항생제를 투약하다 보면 장내 미생물 환경에 매우 해롭습니다. 조금 더 자라면 패스트푸드를 먹고, 유해균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아토피 질환에도 영향이 가고 염증성 장 질환도 생기죠.
성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성인들도 항생제 함부로 먹으면 미생물이 많이 죽습니다. 특히 노인들이 항생제를 남용하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 균이 자라면서 장내염증이 심하게 와요. 그걸 위막성 대장염이라고 합니다. 항생제를 함부로 먹으면 장내 미생물에는 도움 될 게 없어요. 우리가 숲에 가서도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몸이 우주라고 하잖아요. 우리 몸이 가진 장내 미생물 생태 체계는 왜 보호하지 않냐는 거죠.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이 생후 1, 2년 사이에 정착되고 나면 구성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애를 낳을 때 가급적이면 정상분만 하라는 의견도 있어요. 산도를 통해 엄마의 미생물을 지나오면 아이가 건강한 장내 구성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고요. 꼭 그러지 않더라도 음식물을 먹으면 장내 구성 비율은 달라집니다. 유익균과 유해군 비율이 2대 8이었어도 식습관을 통해 중간균을 유익균 쪽으로 가게 만들면 됩니다.
책에 소개된 일본식 식단 외에 장에 좋은 음식이 있을까요?
너무나 많죠. 일본은 낫또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청국장이 있어요. 대두 발효 식품은 강력히 추천하는 프리바이오틱스입니다. 염분 비율이 높아서 문제지, 그것만 빼면 청국장이나 김치는 정말 좋은 식품이에요. 채식이기도 하고요. 불수용성 식이섬유질로 저작 운동을 하면 뇌혈관을 자극해서 치매도 예방하고, 천천히 먹으면서 포만감을 늘일 수 있어요.
불수용성 식이섬유질은 무엇인가요?
물에서 녹지 않는 식이섬유입니다. 몸 안에 들어가면 포만감이 생기고, 수분을 흡수하니까 부피가 커지고 변량이 많아지고, 발암물질을 흡착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유해물질이 장 점막에 노출되지 않게 밖으로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또 장내 미생물의 유익균 먹이가 됩니다. 장내 산도를 낮춰서 유해균이 못 사는 환경을 만들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많이 만드는데 유산균이 프리바이오틱스를 가지고 뷰티르산이나 아세틱산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들어 내서 장 점막을 강화해요. 웬만한 염증이나 항암 물질도 자가 면역으로 방어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대장균을 추출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장 건강에 획기적인 치료법이 되지 않을까요?
배변 이식은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쁜 환자 중에 기존 치료방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실제 임상에서 유용한 효과를 보고 있는 건 유막성 대장염이에요. 대장에 깔린 염증을 다른 항생제가 효과적으로 제거를 못 하는데, 그럴 때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특수처리해서 이식했더니 80% 이상 완치됐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임상에서 인정된 치료법이에요. 염증성 잘 질환이라든가 치매, 자폐증 등 여러 분야에서 임상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임상적으로 심각한 환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계속 강조하듯 본인이 바뀌려면 무엇보다 식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몸이 되살아나는 장 습관김남규 저 | 매일경제신문사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검증되지 않은 속설과 건강보조식품의 범람 속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대중을 위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