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히 묶은 스카프와 바른 자세. 신미경 작가의 첫인상은 ‘잘 정돈된 사람’이었다. 한때 쇼퍼홀릭이었던 그는 너무 많이 소유해서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미니멀 라이프로 방향을 틀었다. 7년간 일상을 바꾼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를 통해, 그는 좋아하는 것만 남은 ‘최소 생활’에 대해 말한다.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오래됐지만 편안한 니트, 가벼운 식사. 신미경 작가는 이 모든 사소한 선택들이 ‘진짜 나로 살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몸도 마음도 가뿐한 삶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 비우는 삶을 말하셨다면, 이번엔 ‘취향’에 대한 이야기예요. 출간 후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완료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분이었어요. (웃음) 그간 미니멀 라이프 주제로 책을 써왔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거든요. 이번 책을 완성하고, 이제 더 비울 건 없겠구나 했어요. ‘어떻게 살까’ 하는 고민은 끝난 거죠.
표지가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것이 다 들어가 있다고요.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놀랐어요. 디자이너분과 상의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제 모습과 비슷한 거예요. 자세히 보시면, 이불, 책, 잠옷까지 제 취향의 것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심지어 겨우 내 회색 양말을 신고 살았는데, 캐릭터도 같은 것을 신고 있어요. 우연의 일치가 참 재미있었죠.
7년 동안 미니멀리스트 생활로 바꿔오셨어요. 어떤 변화를 체감하세요?
막연한 불안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에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푸는 방법은 몰라 물건 사는 것으로 해소했거든요. 생활을 조금씩 비워나가다 보니 이제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요.
원래 구두만 100켤레 넘게 가지고 있었던 쇼퍼홀릭이셨다고요.
예전에는 쇼핑을 통해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문득 공허한 마음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르게 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적게 소유하는 삶을 권하는 책을 많이 읽었고, 어렵지만 조금씩 실천하기 시작했죠. 지금 갖고 있는 대부분이 7년 전 그대로예요. 제게 필요한 것만 남게 된 거죠.
“산다는 건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셨어요. ‘균형’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균형이 깨진 삶을 살아봤기 때문 아닐까요? (웃음) 예전에는 일이 1순위였어요. 잠을 줄여가며 일했고, 나머지 생활은 전부 희생했죠. 그러다 삶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했어요. 실제로 몸이 아프고, 통장에 구멍이 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죠. 그때 ‘균형’을 이루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생활, 건강, 일, 지성, 감성 5가지를 모두 챙기려고 해요. 이 요소들을 다 챙겨야 생활이 잘 굴러갈 수 있어요.
취향에 대한 책이면 물건에서 시작할 것 같은데, 생활 중에서도 기본인 ‘잠’에서 시작해요.
숙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것이 ‘잠’이거든요. 옛날에는 중요성을 몰랐어요. 덜 자더라도,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지 생각했죠. 그런데 잠을 줄이면 오히려 낮 동안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잠을 충분히 자고, 집중해서 일을 하면 충분히 결과물이 괜찮은 거예요. 그걸 알고 나서부터 숙면을 챙기게 됐어요.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와요. 한때 구두에 대한 책을 내실 정도로 유행에 민감하셨는데요.
지금은 유행보다는 ‘나에게 편한 것’을 우선시해요. 패션을 전공했고 유행에 민감한 직업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는 스스로를 포장해서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내적 자신감이 없으니 겉모습을 꾸몄던 거죠.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게 더 좋아요. 옷도 결국 몸에 편한 걸 찾게 돼요. 많은 걸 사기보다 잘 관리하면 할머니가 될 때까지 입을 수 있는 걸 선택하고요.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서, 이 사람처럼 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없어요. 사람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으니까요. 제 의도도 ‘나처럼 살아라’라는 게 아니라,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전부 참고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시기보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예전에는 미니멀 라이프 책들을 읽으며 ‘나는 이렇게 못 살 거야’ 생각했어요. 참고할 만한 팁을 취사 선택해서 천천히 바꾼 끝에, 최적화된 삶의 형태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
블로그와 에세이를 통해 일상을 세세하게 기록하는데, 주로 언제 글을 쓰시나요?
매일 아침, 습관처럼 써요. 회사원일 때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했어요. 전작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는 회사를 다니면서 쓴 책이에요. 아침에는 휴대폰 메모장에 구성을 잡고, 밤에는 살을 입히고 글을 다듬었죠. 하루에 한 편이라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그게 습관이 되자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었어요. 프리랜서가 된 지금은, 오전 2시간을 집필 시간으로 정했어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끈기로 쓰는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닐 때는 왜 글을 쓰셨나요?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어요. 회사원은 일할 때는 감정을 숨겨야 하잖아요. 남한테 시시콜콜 말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결국, 제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 쓴 거죠.
무엇을 쓸 지는 그날 정하시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정해놓은 목차를 따라 글을 써 나가요. 글이 도저히 안 써질 때도 글감을 찾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해요. 가장 중요한 건 매일 쓰는 거예요. 글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오늘 썼다는 것 자체가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지만, 작심삼일로 끝나요.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팁을 주신다면요?
사소한 것도 기록하는 걸 추천해요. 저 역시 작심삼일형 인간이라 늘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기록으로 남기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돼서 꾸준히 하게 돼요. 습관으로 만들고픈 행동을 적고 오늘도 잘 했는지 표에 체크해요. 그렇게 매일 하다 보면, 저항감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하는 단계가 와요. 오히려 안 하면 뭔가 빠진 느낌이 드는 거죠. 기록의 또 다른 장점은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거예요. 스스로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고요. 보통 회사 업무는 표로 정리하고 로드맵도 만들잖아요. 회사에서 배운 방법을 저의 일상에도 적용하는 거죠.
에세이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이에요. 꾸미거나 숨기려 하면, 글이 재미없어지더라고요. 억지로 포장한 글은 읽는 사람도 알아봐요. 반대로 즐겁게 쓴 글은 다른 사람이 봐도 좋다고 해요. 그런 글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죠. 예전에 쓴 글을 제가 쓴 것인지도 모르고 푹 빠져 읽을 때가 있어요. ‘진짜 내가 쓴 거야?’ 놀라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정말 신나죠.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신미경 저 | 상상출판
베스트셀러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작가의 신작. 전작에서 건강하고 심플한 일상으로 ‘단단한 나’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최소한의 규모로 ‘적지만 바르게’ 꾸리는 최소 취향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