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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진 “콘텐츠를 만드는 건, 내 관점을 갖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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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코디네이터’ 황효진은 매일 무언가를 만든다. 책, 잡지, 팟캐스트, 워크숍 프로그램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여전히 미완의 존재로 남기도 한다. 때로는 성공하고, 이따금 실패하지만 그래도 계속한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스스로 더 괜찮은 사람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한 그의 노하우가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에 담겼다. 이 책을 읽을 땐 노트와 펜이 꼭 필요하다. 분명 책을 덮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고 싶은 마음이 들 테니까.

콘텐츠를 만들든 즐기든, 이 콘텐츠가 지금 세상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되기보다 다른 사람의 관점과 경험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도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기획,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160쪽)

 


이게 정답은 아니에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 만드는 법을 한데 모아 정리한 책이에요. 

엔터테인먼트 매체인 <텐아시아> <ize> 기자로 6~7년간 일하면서, 자연스레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제 안에 쌓였어요. 하지만 이걸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요.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 북디렉터가 제 책 『아무튼 잡지』를 읽고, 잡지 만드는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내가 이러한 프로세스로 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 자료들을 모아 정리해두면 앞으로 일할 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유유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잡지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이었던 걸로 알아요. 

맞아요. 2018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사적인 서점에서 ‘나의 사적인 잡지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출판사에서 그 워크숍을 보고 연락을 주셨던 터라, 처음에는 잡지 만들기에 관한 원고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콘텐츠 기획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 ‘잡지’라는 매체는 너무 만들기 어려운 분야더라고요. 기획할 것도 많고, 제작비도 많이 드니까요. 게다가 저도 종이잡지를 전문적으로 만들었던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에 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간 계약 후 1년쯤 지났을 때 전체적인 내용을 완전히 바꾸었죠. 

출간되기까지 기간이 꽤 오래 걸린 편이네요.  

중간에 기획이 달라지기도 했고, 제가 밀레니얼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에 취직하면서 계속 마감이 미뤄졌어요. 그래서 작년 말에 탈고하고, 그 이후에는 교정 보는 과정을 거쳐서 이제야 출간될 수 있었어요(웃음). 

언제부터 ‘내 콘텐츠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사실 저는 <ize>를 그만두면서, 기획하고 글 쓰는 일은 안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생활에 지쳐서 퇴사를 했으니까요. 매체에서 일하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너무 버거웠거든요. 인터뷰를 무척 깊게 해야 쓸 수 있는 기획기사를 여러 개 담당해 몇 년째 진행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그때는 ‘이렇게 강제로 마감을 하는 게 옳은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매체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고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커리어를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했어요. 

그런데 퇴사 후, 계획 없이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불안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팀을 꾸려서 뭔가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어요. 다들 배운 게 콘텐츠 기획이고, 글 쓰는 일이다 보니 ‘4인용 테이블’이라는 프로젝트팀을 꾸려서 『일하는 여자들』이라는 책을 출간했죠. 그때 처음으로 회사 바깥에서도 이렇게 기획하고,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회사 밖에서 콘텐츠 제작을 해보니 어땠나요?  

제일 달랐던 건, 콘텐츠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었어요. 사실 매체에서 일할 땐 나아갈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기획하면 됐거든요.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합의가 되어 있는 상태애서 기자로서 글을 쓰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퇴사를 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건 ‘우리가 뭘 할까?’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빌라선샤인의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콘텐츠팀 ‘헤이메이트’에서 활동하며 여성의 시각으로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와 함께 ‘헤이메이트’로 활동하는 윤이나 작가가 팀을 처음 만들 때 “효진 씨는 다양한 매체에 맞게, 기획을 여러 형태로 잘 하니까 ‘콘텐츠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으로 일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당시에 들었을 땐 그저 ‘좋다!’ 라고 생각만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저를 정말 잘 설명해주는 명칭인 것 같아요. 빌라선샤인에서 하는 프로그램 기획이든, 헤이메이트의 일이든 ‘콘텐츠 코디네이터’라는 단어 하나로 제가 하는 일을 모두 꿰어서 설명할 수 있더라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의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어요. 이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본 콘텐츠 기획자의 캐릭터(42쪽)”로 썼다고요. 

사실 콘텐츠 기획이라는 게, 어떤 정석의 방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것저것 만들어봤다고 해서 “콘텐츠 기획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게 정답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기획하는 방법을 실험한 사람이 전해주는 팁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제가 만든 것들도 잘된 게 있는가 하면, 잘 안 된 것들도 많거든요.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어본 끝에 ‘콘텐츠 기획을 이렇게 해보니까 괜찮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정도의 느낌으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한 사람을 생각하고 만들어요

“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접할 사람의 얼굴을 가능한 섬세하게 그려 봅시다.(47쪽)”라고 했어요.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 때, 독자를 뾰족하게 설정하는 편인가요? 

사실 저도 연습을 하는 과정에 있어요. 언젠가 뉴스레터 ‘뉴닉’을 만드는 분들의 인터뷰를 봤는데, 독자의 이름까지 지어서 페르소나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같은 경우는 그렇게까지 청취자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빌라선샤인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한 사람을 떠올리고 하는 기획’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 요즘은 최대한 독자를 뾰족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게 생각보다 무척 어렵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독자를 뾰족하게 설정하면 할수록 기획의 기준이 명확해지고, 그에 맞춰 다듬을 수 있는 여지가 더 많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쓰면서 독자를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예시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론적인 방법만 나열하는 건 지루하니까요. 그리고 교정교열 과정에서 좋아진 부분이 있어요. 저는 콘텐츠 기획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기획’, ‘아이템’, ‘형식’ 같은 단어들을 여기저기에 섞어서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책을 담당해주신 전은재 편집자님께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헷갈릴 수 있다는 말씀해주셨어요. 각기 다른 맥락에서 같은 단어가 사용되니까, 콘텐츠 기획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아깐 이게 아이템이라고 했는데, 왜 여기서는 이게 아이템이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걸 편집자님께서 싹 통일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덕분에 훨씬 쉽고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꼼꼼한 기획만큼 중요한 건 ‘꾸준함’이죠.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 않고, 끝까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저도 책을 쓰는 것 외에는 혼자서 만든 콘텐츠가 없어요. 다 팀으로 만들었죠. 일단 팀을 이루면, 진지한 일이 되기 때문에 계속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웃음). 예를 들어 팟캐스트 ‘시스터후드’ 같은 경우도 방송을 업로드해야 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으니까 매주 마감을 해야 하잖아요. 이렇게 함께 약속을 지키는 동료가 있다는 게 저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마감을 만드는 게 중요하군요(웃음). 

맞아요. 저도 혼자 한다면, 어려울 것 같아요. 책을 쓸 때는 출판사와 마감을 약속 해놓고도 못 지켜서 이렇게 늦게 나왔잖아요(웃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도, 생업이 바쁘면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인데요.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세요?

표면적인 일의 형태를 말씀드리면, 저의 경우 빌라선샤인은 풀타임 정규직이고 헤이메이트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월급을 받는 빌라선샤인의 업무가 당연히 가장 우선이긴 한데요. 다만 헤이메이트의 일은 이제 루틴이 정해져 있어서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요. 일주일 중 팟캐스트 녹음 한 시간, 대본 작성 한 시간, 편집하는 데 한 시간으로 총 3~5시간 정도를 투입한다고 생각하고 스케줄을 정리하거든요. 사이드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일을 배분하는 게 중요해요. 

좋은 감상자로 남아도 괜찮아요

콘텐츠 만드는 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나요? 

콘텐츠 기획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서 오시는 분들은 사실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어렴풋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는데, 다만 혼자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주로 여성분들과 워크숍을 많이 했는데요. 이분들이 자신의 콘텐츠 만드는 걸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나는 이 기획이 되게 좋은데, 이게 세상에 나가도 그럴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콘텐츠가 어떻게 보일까?’라는 걸 너무 신경 써서 머뭇거리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를 검증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워크숍을 찾아오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저를 비롯해서 함께 워크숍에 참가한 다른 분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내 기획이 괜찮다’고 안심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워크숍에 참여한 이후, 실제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활동하는 사례도 있을까요?

올해 초, 빌라선샤인에서 진행한 워크숍에 참여한 분이 있는데요. 친구와 뉴스레터를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 오신 분이 계셨어요. 당시에는 느슨히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는데 워크숍 이후에 ‘슬점(슬기로운 점심시간)’이라는 뉴스레터를 만들었더라고요. 직장인들이 회사 동료들과 그렇게 친하거나 가깝지 않잖아요. 그런데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어려운 거예요. 여기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나눌 수 있을만한 흥미로운 뉴스를 모아 알려주고, 점심 메뉴를 추천하는 뉴스레터예요. 되게 재밌어요. 그걸 보고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맺음말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나 생산자가 되는 것만큼이나 좋은 감상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160쪽)”라고 했는데요. 콘텐츠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에서 “감상자로 남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만나니 왠지 위안이 됐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많이 했던 생각이에요.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저는 그것보다 콘텐츠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관점을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잘 보고, 자기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콘텐츠를 만들 때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으니까요. 책에도 썼듯이, 저는 기획이 ‘나의 관점을 찾고 다듬어 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 기획에 대한 워크숍을 하다 보면, 만들고 싶은 게 뚜렷해서 찾아오신 분도 있지만 “요즘 다 자기 콘텐츠 만든다고 하니까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모두가 자기 콘텐츠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다른 사람이 만든 걸 잘 보고, 그 콘텐츠를 통해 내가 뭘 느꼈는지 깊이 생각하는 ‘좋은 감상자’로서의 연습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하죠. 그러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을 때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훨씬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관점이 반영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를 ‘자기 브랜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158쪽)”라는 문장에도 깊이 공감했어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공개하는 세상이 되면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특히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일하고 있는 빌라선샤인이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요. 그분들의 고민도 비슷해요. ‘평생 회사를 다닐 수는 없는데, 회사 바깥에서도 계속 일을 이어 나가려면 내가 브랜드가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죠. 그러다 보니 나는 남들과 다르고, 남들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는 걸 콘텐츠를 통해서든, 무언가를 통해서든 계속 증명해야 하는 거예요. 아마 이건 모든 직장인의 고민일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노동시장의 냉혹함을 너무 나이브하게 보는 건가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브랜드가 되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은 파는 무언가가 아닌데, ‘퍼스널 브랜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 마지막 부분에는 ‘기획에 힌트를 줄 콘텐츠’가 실렸어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책을 보다가 생각지도 않게 콘텐츠 기획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체크해 뒀던 책들 위주로 모았고요. 「포파이」 같은 일본 잡지는 기자로 일할 때부터 재미있는 기획이 있으면 스크랩 해두면서 자주 찾아본 것들이에요. 

그 중 가장 특이했던 건 ‘앱스토어’의 ‘투데이’란이었어요. 책을 읽고 들어가 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에디터들이 쓴 카피도 좋고요. 

맞아요. 언젠가 앱 다운로드를 받으려고 들어갔다가 우연히 살펴보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앱 소개를 단순하게 하지 않고, 인물을 인터뷰 한다거나 시의성에 맞게 큐레이션 해서 보여주거든요. 요즘도 심심하면 종종 앱스토어를 들어가서 봐요. 

콘텐츠를 기획할 때,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요? 

많이 보는 편이긴 한데, 마음 먹고 ‘지금부터는 레퍼런스를 모아야지!’ 라고 하진 않고요. 기자로 일하면서 평소에 참고할 만한 것들을 강박적으로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재미있는 기획을 보면 잘 적어 두는 편이에요. 그리고 다음에 무언가를 만들 일이 있을 때 참고로 삼는 정도죠. 

메모는 어떤 식으로 하세요?

보통은 휴대폰 메모장을 쓰고요. 아이패드로 디지털판 잡지를 많이 보는 편이라, 잡지 지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땐 캡처해서 따로 저장을 해요. 또 일에 관련된 메모는 몰스킨 노트에 적고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더 나은 사람이 돼요 

보통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나요?

빌라선샤인은 일, 월요일이 휴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월요일에 주로 시스터후드 녹음과 편집을 마쳐요. 화요일부터는 빌라선샤인에 출근에서 일주일간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 세우고, 동료들과 회의를 하면서 하루가 시작 되죠. 토요일에는 보통 회사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걸 운영하는 업무가 많아요. 일주일이 일로 꽉 찬 셈이에요(웃음). 

콘텐츠팀 ‘헤이메이트’를 만들어 활동한지 2년이 됐어요. 그동안 독립출판, 팟캐스트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왔는데,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나요? 

헤이메이트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영화 또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여성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일이거든요. 덕분에 좋은 감상자로서의 연습을 계속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세상을 보는 관점이 점점 넓어진다고 할까요? 창작자로서든, 감상자로서든 내가 조금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제작한 콘텐츠를 접하는 분들이 “덕분에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는 말씀을 많이 들려주시거든요. 그런 피드백도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죠. ‘내가 다른 여성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구나’라는 걸 확인하게 되니까요.


 

리뷰도 다 찾아 보시죠? 

하루 종일 봐요(웃음).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의 리뷰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요. 같이 일했던 분께서 “이건 콘텐츠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기획안을 써야 하는 분들이 봐도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예상치 못했던 포인트라 기억에 남았고, 너무 좋은 말이라서 홍보에 써먹고 있는 중입니다. 모든 신입 사원들이 봐야 한다고요(웃음). 또 하나는, 이 책을 읽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기획안을 써봤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바라는 바였기 때문에 그런 리뷰가 너무 좋더라고요. 

“무엇이든 미쳐서 하기 보다 너무 뜨겁지 않은 온도로 미지근하게 꾸준히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166쪽)”이라고요. 스스로 너무 평범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문장이에요.

의욕에 불타올라서 일을 빠르게 추진하고, 무언가 하나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미지근한 채로 계속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가끔 이런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나는 미지근한 사람이라 콘텐츠로 엄청난 돈을 벌진 못할 수도 있겠다(웃음).’ 사실 콘텐츠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분들은 제 이야기가 크게 와 닿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무언가 해보고 싶은 게 있고,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망설이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미지근해도 괜찮으니까, 그 온도를 계속 유지하면서 계속 해 나가는 게 훨씬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막연히 고민 중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단 이 책을 읽으시고요(웃음). 제일 먼저 기획안을 써보시길 권해요. 저도 기획을 할 때 자주 부딪히는 문제인데, 어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있을 땐 정말 좋아보이거든요. 그런데 문서로 정리하면 빈틈이 보여요. 글로 쓴 뒤에야 채워지는 내용들도 있고요. 기획안을 한번 써보시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확장시켜 나가야 할지 감이 올 거예요. 

더불어 콘텐츠를 만드는 건 나와 비슷한 관심사와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아주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그러니 나의 콘텐츠를 한번 만들어 보시고, 이를 통해 넓은 의미에서의 ‘동료’를 만나는 기쁨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황효진 저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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